“응?”깊은 심호흡을 하고 몸을 움직이던 한지음은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몸이 가벼워졌어. 숨 막히지도 않고 명치가 가라앉는 느낌도 사라졌어. 온몸에 힘이 솟아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야.”이설희는 흥분된 어조로 이도현이 한지음을 구해준 일을 말했다.그 말에 한지음은 무의식적으로 자기 가슴을 더듬더니 이상한 기분에 얼굴이 빨개졌다.“정말 귀인을 만났나 봐. 의술이 정말 놀라울 정도야.만약 그분이 정말 내 병을 고칠 수 있다면, 우리 아빠 병도 치료할 수 있겠지? 이 비서! 그렇게 보내면 어떡해?”“볼 일이 있다고 하셔서요. 하지만 원한다면 이씨 가문 옛 저택으로 찾아오라고 하셨어요.”“이씨 가문 옛 저택?”한지음은 깜짝 놀랐다.‘이씨 가문 옛 저택이라니.’사실 그곳은 사람들이 감히 입에 올리지도 못하는 곳이다.“네, 대표님. 그분이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정말 가요? 아무래도 그곳은......”이설희는 말을 잇지 못했다.“가야지. 하느님이 나에게 귀인을 보냈으니, 당연히 찾아가야지. 지금 당장 출발해.”......곳곳에 무성한 잡초가 자라난 이곳은 낡고 황량했다.전에 따뜻하고 행복했던 집이 지금은 폐허가 되어있었다. 사람들이 부러워했던 화목한 가정이 살고 있던 이 집이, 이제는 도깨비집처럼 변해서 쓸쓸함이 가득하다.허름한 집안에 세 개의 위패가 낡아빠진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위패에는 먼지가 잔뜩 끼고, 먼지 사이로 주홍 글씨가 눈에 띄었다.이경천의 위패.장월영의 위패.그리고 이영현의 위패.“아버지, 어머니, 영현아. 나 왔어!”이도현은 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고 통곡했다.그의 세 혈육은 모두 저세상으로 갔다.‘이 모든 게 모두 나 때문이야. 나만 아니었다면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영현이 이렇게 죽지 않았어.’“아버지, 어머니, 영현아! 걱정하지 마, 나 반드시 복수해 줄게. 관련된 사람은 전부 찾아서 내가 갈기갈기 찢어 죽일 거야!”이도현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큰절을 올리며 눈물을 흘렸
로얄 리조트. 염국 완성에서 가장 호화로운 리조트이다. 이곳은 평소에 고위 관직이나 상위 재벌만 접대한다. 하여 보통 사람은 돈이 있어도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다.전체 리조트는 으리으리하게 꾸며져 있어 마치 궁궐처럼 부족한 것이 없었다. 하여 이곳은 권력과 돈을 가진 자들의 천국이다.오늘, 이곳에는 수많은 사람이 모였다.‘시끌벅적하네.’오늘은 강설 그룹 회장의 손녀 강설미의 결혼식이다. 하여 강씨 가문에서는 오늘 로얄 리조트 전체를 대여했다.지금 이 순간, 강설미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도도한 분위기를 풍겼다. 게다가 예쁜 외모까지 더하니 마치 천사처럼 아름다웠다.강설미의 미모는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여자를 볼품없이 만들었고, 여자들은 그런 그녀의 미모가 부러웠다! 남자들은 더욱 말할 것도 없다. 강설미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뜨거워지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강설미와 첫날밤을 보내는 상상을 했다.옛말에 영웅과 재주 있는 자만이 미녀와 어울린다는 말이 있다.그러니 강설미의 마음을 가진 자는 보통 인물이 아닐 것이다.신랑은 진씨 가문의 자제인 진천우로, 진씨 가문은 강씨 가문보다 더 실력이 대단했다.이러고 보니 강씨 가문이 땡을 잡은 거나 마찬가지다.비록 강설미는 두 번째 결혼이지만, 사람들은 그녀가 아직 깨끗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강설미는 대단한 미모의 소유자이니 진천우는 그녀를 꺼리지 않았다.이때,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사회자는 여유롭게 결혼식을 진행했다.“이제 결혼식의 마지막 순서로 행복한 미래를 위한 힘찬 첫발을 내딛는 행진의 순서가 있겠습니다.”“행복한 신랑, 신부의 앞날을 위해 뜨거운 박수로 축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신랑, 신부 행진.”사회자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갑자기 큰 소리와 함께 검은색 정장을 입은 경호원 두 명이 거꾸로 날아 떨어졌다. 그 뒤로는 한 소년이 한 손으로 경호원을 들고 한 걸음 한 걸음 결혼식장으로 들어섰다.그의 등장에 사람들은 모두 한기를 느끼
강설미는 가여운 표정으로 이도현을 위하는 척 말했지만 사실 속셈은 따로 있었다. 바로 사람을 시켜 다시 이도현을 깔끔하게 처리하는 것.그녀는 이도현이 어떻게 아직 살아있었는지, 게다가 장애도 없이 멀쩡하게 서 있는지가 궁금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이도현을 죽이겠다고 다짐했다.“인연이 아니라고? 8년을 순결을 지켰어? 하하하! 강설미, 네가 나라면 그 가식적인 말을 믿을 수 있겠어?”이도현이 쌀쌀하게 웃으며 말했다.“너 이 자식. 비아냥거리지 마! 너랑 설미가 과거에 어떤 사이였든 상관없어. 하지만 지금 강설미는 내 여자야. 그러니 너 같은 자식이 내 여자에게 함부로 말한다면 난 참지 않아.”진천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도현의 등장은 확실히 진천우를 역겹게 했다. 비록 강설미와 이도현은 깨끗한 사이지만, 강설미의 순결을 가진 자는 진천우지만, 명목상으로 그는 중고를 물려받은 셈이다.“하하! 넌 여자 처음 봤어? 닳아빠진 중고도 이렇게 귀하게 생각하다니. 아주 대단해.”이도현은 일부러 도발했다.“개자식, 너 뭐라고 했어? 설미는 순결을 지키고 나한테 왔어. 또 한번 내 여자에게 모욕을 준다면 가만두지 않아!”정곡을 찔린 진천우는 도끼눈을 뜨며 소리를 질렀다.“순결을 지켰다고? 강씨 가문의 사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네 신분도 만만치 않다는 걸 설명하는 데, 너 설마 몇 만원이면 처녀막 재생 시술 할 수 있는 거 모르는 거야?”이도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진천우에게 애송이를 보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너 이 자식, 너... 너 말도 안 되는 소리......”이도현의 말에 진천우는 몸 둘 바를 몰랐다.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은 모두 그의 친척과 완성, 진성에서 내놓으라 하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도현의 등장과 이도현의 말은 그의 체면을 완전히 구겨버리고 말았다.분노와 동시에 진천우는 강설미를 의심하기 시작했다.진천우도 남자다 보니 남녀가 결혼해서 한 지붕 아래서 살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게다가 강설미처럼 예
“네!”명령을 받은 강씨 가문의 경호원들이 예식장 사방에서 뛰쳐나와 이도현을 포위했다.“미친놈,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소란을 피워. 너 오늘 여기서 살아서는 못 나갈 거야!”강설미의 오빠인 강호천은 흉악한 얼굴로 이도현을 노려보았다.“그래?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강호천의 말에 쌀쌀하게 맞받아친 뒤 이도현은 강호천을 향해 손을 휘둘렀고, 이내 부러진 젓가락 하나가 쏜살같이 강호천을 향해 날아갔다.“으악!”비명과 함께 강호천은 두 손으로 눈을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졌고, 손가락 사이로 빨간 피가 흘러나왔다.“호천아!”강한림이 놀라서 소리쳤다. 그는 황급히 달려가 아들을 부축하고 상태를 살폈다. 강호천의 왼쪽 눈에는 부러진 젓가락이 그대로 관통했다.“당장 구급차 불러!”“구급차 필요 없어! 바로 관을 준비하는 게 더 빠를 거야. 아, 몇 개 더 준비해 둬. 당신 강씨 가문 사람들 전체가 다 쓸 거니까.”이도현의 차가운 말투와 웃음은 마치 악마의 속삭임처럼 온 예식장에 퍼졌다.이도현을 둘러싼 경호원들은 그의 기세에 눌려 쉽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몇 명의 경호원이 이도현을 향해 공격했고, 결국 이도현의 발길질에 바닥에 쓰러져 생사도 모를 지경이 돼버렸다.이도현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 살벌했다.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은 그의 모습에 오싹함과 두려움을 느꼈다.“오 통령, 또 폐를 끼치게 되었군, 잘 부탁하네.”말없이 앉아있던 강 회장, 강학연이 옆에 앉은 중년 남성을 향해 말했다.“염려마세요. 쓰레기일 뿐입니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오 통령이라고 불리는 남자가 거만하게 대답했다.오 통령, 오천협! 서북후 이 장군 산하의 팔만 신병을 거느린 통령으로 무예가 아주 뛰어난 사람이다.오천협이 이도현을 향해 말했다.“네 이놈! 당장 꺼지거라. 이곳은 네가 행패를 부릴 곳이 아니야!”“난 오늘 강씨 가문 사람만 죽이려고 했는데. 강씨 가문을 위해 나선다면 당신도 죽을 각오를 해야 할 거야.”이도현이 오천
이 세상은 무사를 인, 지, 천, 종 네 개의 경계로 나눈다. 인급이 가장 낮고, 종급이 가장 높다.종급의 경지를 넘어서면 무사의 범위를 넘어서 무도라고 불린다.무도는 일반인의 경기를 초월했으며 전 염국에도 몇 명 존재하지 않으니, 완성은 말할 것도 없다.완성에서 가장 강한 무사는 천급 무사이고, 그중 세 명은 서북후 이 장군 진영에 속해 있다.이도현에게 맞아 죽은 오천협은 바로 지급 무사로 전체 서북에서도 고수라고 할 수 있다.“말도 안 돼. 넌 폐물이야. 이렇게 강할 수 없어. 그럴 리가 없어!” 강씨 가문 사람들은 완전히 당황했다.진천우는 악랄한 눈빛으로 강설미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 이도현을 바라보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저씨, 저 자식 죽여버려.”“네, 도련님.”진천우 옆에 있던 노인이 대답했다.장명공! 진씨 가문에서 채용한 지급 하이클라스 무사로 진천우의 신변을 지키는 인물이다.이런 무사를 채용하는 데는 매년 수십억 원이라는 비용이 들어간다. 조상님을 모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영감님도 죽고 싶어?”이도현은 장명공에게도 여전히 차갑게 말했다.“네 이놈, 죽어야 할 사람은 바로 너야! 당장 우리 도련님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빈다면......”장명공은 오만한 표정으로 이도현에게 말했다.하지만 장명공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이도현은 이미 장명공 앞에 나타나 손바닥을 휘둘렀고, 장명공은 그대로 날아갔다.“말이 너무 많네......”이도현은 손을 거둬 몸에 쓱쓱 닦았다. 지급 무사를 상대하는 건, 마치 날파리를 때려잡는 것과 같았다.이를 본 사람들은 또 한 번 경악했다.지급 고수가 뺨을 맞고 저렇게 날아가다니. 그들은 감히 이도현의 진짜 실력을 상상도 할 수 없었다.강씨 가문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들은 정말 두려움의 맛을 느꼈다.이도현은 살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강설미를 향해 다가갔다. 강력한 기세에 강설미와 진천우는 저도 몰래 뒷걸음을 쳤다.“너...... 너 뭐 하는 짓이야? 이도현,
한 노인이 문을 박차고 들어와 이도현을 제지했다.“영감님도 이 일에 개입할 생각인가?”이도현은 고개를 들었고, 노인은 이미 이도현 눈앞까지 와있었다.“난 항패다. 서북후의 힘이지. 서북후를 대표해 왔어. 다들 알다시피 로얄 리조트는 우리 서북후의 구역이야. 그런데 감히 이곳에서 사람을 죽이다니, 우리 서북후를 우습게 여기는 건가?”항패가 쌀쌀하게 말했다.“서북후는 뭐야? 내가 사람을 죽인다는 데 감히 막아선다면 서북후도 함께 죽인다.”이도현은 시큰둥하게 말했다.“건방지군......”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건방지다’ 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들은 이도현의 건방진 말에 깜짝 놀랐다.이곳은 서북완성으로 서북후 이 장군의 구역이다. 전체 서북은 서북후 이 장군의 관할하에 있으며 수중에 20만 신군을 거느리고 있다. 이 세상 누구도 감히 그를 죽인다고 말할 수 없다.“뭐라?”항패는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서북후 이 장군을 섬긴 후로 건방진 사람을 많이 보았지만, 이도현처럼 건방진 상대는 처음 본다.“영감도 빨리 꺼져! 아니면 다 같이 죽일 거야.”이도현은 더는 쓸데없는 말을 하기 싫었다.“네 이놈!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나 하는 거야? 이곳은 서북완성이고, 서북후의 세상이다!”항패가 분노하며 소리를 질렀다.“아, 말 진짜 더럽게 많아! 서북후가 뭐? 꺼져.”인내심을 잃은 이도현은 바로 노인을 향해 공격했다.그러자 항패도 급히 이도현을 향해 공격을 개시했다.“펑!”두 손바닥이 맞붙으며 거대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거대한 힘이 두 손바닥 주위로 흩어졌다.손을 거둔 이도현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제자리에 서 있었지만, 항패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뒤로 수십 걸음 물러서다가 겨우 멈춰서더니 안색이 창백해지며 끓어오르는 기혈을 억눌렀다.이도현과 손바닥을 마주한 순간, 그는 강력한 힘이 그의 몸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꼈고 그 힘은 항패의 몸속에서 강한 파문을 일으키며 기혈을 끓어올렸다.만약 그 기혈을 억누르지 않았더라면 폐에서
하지만 서북후의 체면은 절대 잃어서는 안 된다.“영감님 사람 다 데리고 물러서. 아니면 다 죽는 거야.”이도현은 더 많은 사람의 목숨을 거둘 생각이 없다. 그의 타깃은 오직 강씨 가문이다.“건방지게 굴지 마. 서북후의 존엄은 너 같은 놈이 짓밟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죽어라!”항패는 다시 일어섰다. 짐승의 발톱 같은 그의 두 손은 이도현을 향해 정면으로 덮쳤다.이도현은 더는 할 말이 없었다. 굳이 더 많은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았지만 그들은 저절로 지옥에 가려고 자초했으니, 어쩔 수 없다.항패의 강력한 공격에도 이도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항패가 그의 목덜미를 잡으려고 하는 순간, 이도현은 기이한 동작으로 치명적인 일격을 피했다.이도현의 일련의 동작은 빠르고 기이했다! 항패가 반응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이도현은 이미 항패의 목을 움켜쥔 채 허공으로 번쩍 들어 올렸다.항패는 반항하려고 했지만 그의 체내 기력은 도저히 움직이지 않았다.“기회를 줬지만 영감이 죽음을 자초했으니 나도 어쩔 수 없어. 기억해, 다음 생엔 절대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마!”이도현의 쌀쌀한 목소리에 항패는 깊은 지옥 같은 공포를 느꼈다.“가...... 감히 날 건드리기만 해 봐. 서북후가...... 널 가만두지 않아......”항패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건드려 보지 뭐.”이도현은 콧방귀를 뀌며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부득!”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항패의 목은 완전히 으스러졌고 입에서는 빨간 선혈이 쏟아져나왔다.이도현이 손에 힘을 풀자 시신은 바닥에 축 늘어져 숨을 멈췄다.방근 전까지도 자신만만하던 항패가! 그는 죽기 직전까지도 이도현이 자기를 감히 죽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은 또 한 번 오싹함을 느꼈다. 그들은 마치 악마라도 본 듯이 두려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항패.그는 서북후 이 장군 산하의 고수 중 한 명으로 오천협보다 더 강한 사람이다. 이런 강자가 이도현의 손에
비명과 함께 강설미의 허리에서 붉고 하얀 액체가 흘러나왔다. 그것은 피가 섞인 골수이다.이것은 8년 전 이도현이 그녀에게 이식해 준 골수이다. 이도현은 이런 방식으로 골수를 도로 빼냈다.“내가 준 건 돌려받아야지. 아, 네가 가져간 것도 난 돌려받을 거야.”이도현은 고통스러움에 울부짖는 강설미에게 한 치의 연민도 느끼지 못했다.말을 끝낸 이도현이 손짓을 하자 은침 몇 개가 날아가 강설미의 허리에 꽂혔다. 그 순간, 강설미는 날카롭고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사람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이내 강설미의 허리의 척추가 기이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더니 “부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부러졌고 강철못으로 고정했던 척추는 그대로 파열되어 피부를 찢고 나왔다.“으아아악......”강설미의 처절한 비명에 사람들은 머리털이 곤두섰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그녀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이도현은 바닥에 떨어진 피로 물든 척추를 집어 들었다.이것은 바로 미얀마에서 강씨 가문에게 도둑질당한 그의 척추이다. 그는 자기 것을 도로 가져왔을 뿐이다.“받은 건 도로 갚아줘야지.”이도현의 안색은 섬뜩하리만큼 차가웠다.그는 척추를 들고 있는 손에 힘을 주었고, 척추는 그대로 부서져 가루가 되었다.이도현은 마치 죽은 개처럼 바닥에 늘어진 강설미를 죽이지 않았다. 8년 전 목숨이 붙어있는 그를 황야에 던졌던 것처럼 말이다. 이도현은 마치 저승사자처럼 몸을 돌려 강한림의 품에 안겨 두 눈을 부둥켜 잡은 강호천을 바라보았다.“이젠 네 차례야, 강씨 가문 도련님.”“너...... 뭐하는 짓이야...... 내 아들을 건드리면 강씨 가문은 절대 널 용서하지 않아. 오...... 오지 마......”강한림은 강호천을 품에 안고 지키려고 했다.“내 가족을 죽일 때부터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야지. 그냥 죽어.”이도현의 손짓과 함께, 손에서 반짝이는 은침 하나가 강호천을 향해 날아가더니 마침 그의 미간에 꽂혀버렸다.“호천아......”강
이도현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높은 벽에 공작제국을 상징하는 깃발이 잔뜩 꽂힌 거대한 성이었다. 성벽 위에는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의 병사들이 은빛으로 번쩍이는 무기를 들고 서 있었다. 눈앞의 광경은 말 그대로 위압감이 엄청났다.“공작제국에 도착했습니다. 본인의 실력에 그렇게 자신만만하더니, 어디 한번 죽이러 들어가 보십시오!”여인은 일부러 더 뻔뻔하게 말했다.“못 할 것이야 없지! 너의 임무는 다했으니 이젠 가도 돼. 그리고 다시는 날 기습하려고 들지 마. 다음이 없었으면 하지만 만약 오늘 같은 일이 또 생긴다면 그때는 봐주는 일이 없을 거야!”말을 끝낸 이도현은 여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곧장 성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여인은 이도현의 뒷모습을 보며 또 한 번 경악했다. 이도현이 진짜 들어갈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정... 정말 가려고 그럽니까?”이도현은 대답 없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지금 가면 죽은 목숨이란 말입니다! 성문을 지키는 수비 장수는 성급 정상에 오른 실력자들인데, 그 사람한테는 그쪽이 정말 한주먹 거리도 안 된단 말입니다!”“거기 멈추십시오! 제가 그쪽을 데리고 들어갈 방법을 생각해 보겠습니다...”여인은 양심의 가책을 느낀 모양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이도현이 제 발로 죽음의 굴로 걸어 들어가는 것을 손 놓고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이도현을 불러세웠다.하지만 이도현은 여전히 여인의 말을 듣지 않았고 어느새 성문 앞에 도착했다.“멈춰! 넌 누구냐, 통행증은 가지고 있나?”이도현이 막 성문 앞에 도착했을 때 병사들에 의해 제지당했다.“없다!”이도현은 둘러대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없다고? 그럼 공작성엔 무슨 일이지? 볼 일이 있나, 아니면 사람을 찾으러 왔나?”병사가 검문했다.“사람을 죽이러 왔다!”“뭐라고? 이 녀석아, 방금 뭐라고 했지?”병사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눈을 부릅뜨고 이도현을 노려보며 물었다.“사람을 죽이러 왔다고!”성의 꼭대기에 있는 수비 장수를 본 이
이도현에게 있어서 지금 이 여인의 속도는 마치 발가벗고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하등 쓸모없는 도발에 불과했다.이도현은 표묘 보법을 구사하며 1초 만에 여인을 따라잡았다. 그리고는 우스갯소리를 하였다.“하하하! 서두를 필요도 없는데 이렇게 빨리 달려서 뭐해?”여인은 이도현의 농담에 깜짝 놀라서는 귀신이라도 본 얼굴을 하고는 말했다.“따... 따라왔어? 말도 안 돼!”여인은 충격에 휩싸였다.“말이 안 될 이유가 없지! 난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앞으로 가. 난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으니까!”이도현은 여전히 빈정대며 말했다.“너...”여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는 필사적으로 내력을 발동하여 자신의 속도를 최대로 끌어올렸다.하지만 여인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이도현은 항상 여유롭게 그녀를 뒤따라올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기까지 했다.얼마간 시간이 흐르자 여인은 결국 포기했다. 그리고는 속으로 욕을 읊조렸다.‘짐승 같은 놈!’그리고는 속도를 늦추었다. 여인은 이 짐승 같은 남자와 속도로 겨룬다는 것은 본인 무덤을 파는 짓이라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그래서 결국에는 속도를 늦추고 정상인의 속도로 애써 화를 삭이며 앞장섰다.“왜 멈춘 거야? 아까 속도 좋았잖아. 계속해!”이도현은 태연하게 여인의 뒤를 따르며 땀범벅이 된 채 숨을 헐떡이는 여인을 계속해서 웃으며 자극했다.“네가 신경 쓸 바 아니야! 흥...”여인은 톡 쏘아붙이고는 더는 이도현에게 대꾸하지 않았다.이도현도 딱히 여인을 달래줄 생각은 없었던 지라 조용히 그녀의 뒤를 따라 공작제국으로 향했다.고무계의 변방에 있는 공작제국은 국토 면적이 넓고 국가의 종합 실력도 뛰어났다. 공작제국의 뒤에는 공작사가 있었는데 그곳에는 내공이 대단한 스님들이 꽤 모여있었다.그 스님들은 모두 출가한 공작제국의 역대 제왕들이었다. 그들 중 일부는 공작제국 황실의 종친이었는데 그들은 모두 송씨였다.그런 이유에서 공작사는 공작제국의 국사로서 공작제국 황실의 조상이나 다름없었다.
여인은 바닥에서 알약을 주웠다. 그 알약은 다름 아닌 골든 담약이었고 여인은 알약의 겉에 새겨진 족히 네 개는 돼 보이는 무늬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여인은 골든 담약이 고급 담약이라는 것을 말로만 들었을 뿐 실제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아무리 큰 제국이라고 해도 이런 고급 담약은 고작 몇 알 가지고 있는 게 전부였다.공작제국처럼 큰 제국도 골든 담약은 얼마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렇게 귀한 것을 이도현은 그토록 쉽게 여인에게 넘겨버린 것이다.여인은 아주 잠깐 끝없는 충격에 휩싸였다가 또다시 이도현의 정체에 대해 의심이 들었다.여인은 현연왕이 황궁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고 어쩌면 그 모든 게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당시 그녀는 현연왕의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었다. 고작 한 사람을 상대하기 위해 온 제국을 동원해야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골든 담약을 아무렇지 않게 꺼낼 수 있는 사람이 결코 쉬운 상대일 리 없다는 느낌과 함께 어쩌면 그의 배후에는 어마어마한 세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제야 여인은 현연왕의 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여인은 담약에 문제가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잠깐 망설이던 여인은 바로 담약을 입에 넣어버렸다. 이도현이 감히 담약에 어떤 수를 썼을 거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도현이 여인을 죽일 계획이었다면 굳이 이 귀하디귀한 담약을 낭비하지 않고도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될 일이었다.여인의 몸에 들어간 담약은 효과가 아주 빨랐다. 엄청난 약효는 빠르게 여인의 오장육부 상처를 아물게 했다.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여인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멀쩡하게 다시 일어섰다.여인은 복잡한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물었다.“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긴말은 필요 없으니 앞장서서 나를 공작제국으로 안내해!”이도현은 여인을 상
이도현은 버럭 화를 냈다.‘이곳에 처음 오는 건데 생판 모르는 여자가 왜 나한테 뜬금없이 총을 들이미는 거지? 나와 무슨 원한이 있다고? 그리고 총을 겨누어도 내가 겨누지. 이렇게 당하는 게 아니라.’화가 난 이도현은 손에 든 고기를 냅다 버리고 손을 뻗어 여자의 긴 총을 잡으려고 했다.여자는 이도현이 건방지게 나오는 것을 보고 간드러지게 말했다.“오만하기는. 죽으려고.”하지만 곧이어 이도현은 그녀의 긴 총을 꾹 잡았고 여자는 아무리 애를 써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너...”여자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급히 힘을 써서 자신의 총을 빼내려고 했지만, 여전히 움직이지 못했다.“넌 뭐 하는 사람이야? 왜 나를 습격한 건데?”이도현이 냉랭하게 물었다.“죽고 나서 다 알게 될 거다. 목숨이나 내놔!”여자는 싸늘하게 대답하고는 다른 한 손으로 암기를 몇 개 꺼내 이도현에게 날렸다.“죽으려고!”이도현은 한 발짝 나서서 손을 휙 휘두르자 검기가 암기를 떨어뜨렸다. 그리고 이어서 주먹을 한 방 날려 여자의 가슴을 내리쳤다.여자는 오장육부가 부서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끊임없이 피를 토했다. 특히 가슴이 얼얼하게 아팠다.이도현의 주먹을 한 방 먹었으니 안 아플 리가 없었다.‘연약한 여자의 가슴에 주먹을 날리다니, 이러고도 남자야?’이도현의 주먹에 여자는 몸이 뒤로 휙 날아갔고 바닥에 세게 떨어져 피를 엄청 토했다.여자는 세속계에서 온 놈이 이토록 강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도 내공이 꽤 높았지만, 이도현의 앞에서는 정말 한 수조차 감당하기 힘들었다. 이도현의 주먹 한 방에 그녀는 폐인이 될 뻔했다.“너... 너...”여자는 창백한 얼굴로 눈을 부릅뜨고 이도현을 쳐다보았다.이도현은 차가운 얼굴로 여자의 앞으로 걸어와 그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너 뭐 하는 사람이야? 왜 나를 습격한 거야? 나랑 원수를 졌어?”여자는 처참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내가 너랑 원수를 짓진 않았지만 너를 죽이고 싶어 하는 자가 있다.”“누군
이도현은 이번에 완전히 무감각해졌다. 전에 웅나라의 북극곰 용사팀을 해치운 그 수왕에게서 내담 또는 결석과 비슷한 것을 봤다고 하면 이도현은 놀라고 또 의심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사실이라는 것을 친히 느꼈다.수왕이 갖고 있던 것을 내담, 또는 담결석이라고 할 수 있다면 조금 전에 이상하게 생긴 맹수가 보여준 공격 기술은 빛을 내는 것이었다. 마치 무사가 쓰는 기술과 같아 보였다.‘이게 정말 담결석이 있는 동물이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이건 절대 요괴일 거야. 아니면 마수든지!’“이제는 과학을 믿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헐...”이도현은 세계관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이 세상은 그의 인식을 철저히 빗나갔다.‘아이고! 다르면 달랐지.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데 그깟 거를 상관해야겠냐? 정말 어이가 없어. 완전 바보 멍청이야!’이도현은 속으로 자신을 한바탕 욕했다.사실 이도현은 지금의 내공 경지에 이르고 이토록 강해지면서 이미 일부 일들에 대해 충분히 터득했다.그는 더 이상 단순하고 멍청하기만 하던 대학생이 아니다. 이 세상은 신문에서 보던, 태평하고 백성이 평안하게 지내는 그런 것만이 아니었다.매체를 통해 볼 수 있는 것들은 타인이 그렇게 보라고 해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보이지 않는 것이야말로 세상의 진정한 모습이었다.특히 괴이한 현상들과 이상한 사건이 터졌을 때, 수많은 전문가가 나서서 매체의 내용을 헛소문이라고 반박할 때면 그것이 진짜라는 것을 눈치채야 한다.만약 진짜 헛소문이면 그 정도로 급하게 여론을 장악할 필요가 없었다.이도현은 고개를 휙휙 젓고는 조금 전에 죽인 맹수의 가죽을 바로 벗기고 불을 지핀 후 다리 한쪽을 뜯어서 바비큐를 하려고 했다.이 아침에 아직 밥도 먹지 못했다. 어젯밤에 한참 동안 결계를 찾아 헤매고 또 약재를 몇 시간 캤더니 배가 안 고프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식자재를 앞에 두고 바비큐를 안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처음 보는 종의 고기가 어떤 식감인지 이도현은 정말 맛을 한번 보고 싶었다.이도현은
현연왕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황공하게 말했다.“폐하. 소인이 무능한 탓입니다. 그때 당시 주변에 일반 백성이 너무 많아서 정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도현도 명성이 있는 사람이라 한번 약속한 일은 꼭 지킬 겁니다. 게다가 그놈은 정말 심상치 않습니다. 폐하께서 단단히 준비를 해두시기 바랍니다.”“준비? 하하하. 현연왕 지금 무슨 농담을 하나? 일국의 황제인 내가 세속계에서 온 놈을 무서워할까 봐? 준비까지 하라고? 뭘 준비하라는 거야?”공작상제는 현연왕의 말에 기가 차서 웃음이 나왔다.‘황제인 나더러 준비하라니? 내가 이도현에게 살해를 당할까 봐 걱정된다는 소리인가? 아니면 이도현에게 멸국될 거라는 소리인가? 정말 우습지도 않다!’공작상제는 일대 제왕으로서 발을 구르기만 해도 고무계가 흔들릴 정도였고 그가 화를 내면 시체가 둥둥 떠다닐 정도였다. 그의 앞에서 감히 주름 잡을 사람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세속계에서 온 놈 때문에 나더러 준비하라고 하다니? 준비할 게 뭐가 있어? 설마 백만 대군을 거닐고 적을 맞이하라는 건가? 정말 주제도 모른다니까.’“폐하! 그 녀석은 정말로 심상치 않습니다. 비록 세속계의 사람이지만 내공과 도행은 이미 신급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성급 강자도 그의 상대가 안 됩니다. 그러니 신중하게 대응하시기를 바랍니다!”“그놈이 세속계에서 귀령문의 장로들을 죽이고 귀령문의 차기 문주 후보자의 머리를 자르는 것을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어찌 됐든 조심해서 나쁠 게 없습니다.”현연진이 다시 한번 귀띔했다.그는 두 눈으로 직접 이도현의 비범한 실력을 본 적이 있고 이도현의 사적에 대해서도 전해 들은 바가 있다. 이도현은 모든 세속계 사람이 위험하다고 평가하는 인물이었다.그러니 이도현은 절대 간단한 상대가 아니다. 세속계에서 그토록 강한 몇 개 국가도 이도현의 이름을 듣기만 하면 입을 다물었다. 이런 인물은 충분히 중시해야 했다.“허허허. 현연왕의 말을
“태양로!”이도현은 향로를 들고 관찰했다. 하지만 향로를 손에 쥔 순간, 그의 머릿속에 갑자기 많은 정보가 뜬금없이 나타났다.“태양로는 하늘과 땅의 정화로 빚어낸 것이다. 이는 영화를 빨아들일 수 있어 담약 제조 속도를 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담약 제조율을 높일 수도 있다.”“헐! 굉장히 좋은 물건이잖아! 담약 제조 속도를 높일 수 있다니. 게다가 담약 제조 성공률까지 높일 수 있다니. 너무 사기 아이템이잖아.”이도현은 향로의 기능을 듣고 우쭐대며 잘난 체 했다.“근데 영화를 빨아들일 수 있다는 게 무슨 뜻이지? 영화는 또 뭔데? 설마 이곳이 정말 수선 세계라는 말인가? 거짓말하지 마!”이도현은 이 세상에 정말로 수선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영화가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아 투덜댔다. 그는 이 향로가 허풍을 떠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건 마치 스스로 별명을 짓고 자기 체면을 차리는 것과 같았기에 드문 일이 아니었다.평범한 의사라 할지라도 스스로 명의라는 별명을 붙여주면 그럴듯해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사람도 그런데 물건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그래서 이도현은 영화라는 것을 전혀 믿지 않았다. 그저 허튼소리로만 여겼다.하지만 이 화로는 정말 좋은 물건인 것이 분명했다. 태양로는 정말 훌륭한 물건이었다.보물을 전부 챙긴 후 이도현은 그제야 오행검법의 비책을 꺼내서 검법을 수련하기 시작했다.오행검법은 그의 이름처럼 금목수화토 5개의 검술로 이루어졌다. 검술을 쓰면 불꽃이 번쩍번쩍하거나 금속이 경적을 울리기도 하고 아니면 파도가 일렁이며 물이 튀어나오거나 황토가 두툼하게 쌓이기도 하며 아니면 나무가 푸르르게 자라나기도 했다.어찌 됐든 검술을 한번 사용할 때마다 금목수화토에 대응하는 기술이 나타나곤 했다. 정말 신기하고도 강대한 검술이었다.오행검법을 철저하게 터득하기까지 꼬박 3시간이 걸렸다. 마지막 검술까지 수련하자 심지어 오행을 결합할 수도 있었다.검을 한번 휘두르면 강대한 검법이 천지를 회멸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도현은 검술
손에 묻은 흙은 떨쳐낸 후 이도현은 은밀한 곳을 찾아 다리를 틀고 앉았다.지금이 다섯번째 선학신침을 정련하기 딱 좋은 타이밍이다.그가 조성지에서 조성문의 문주 김등을 죽였을 때 조성문의 4대 장로는 가문이 전멸할까 봐 염황을 찾아가 그에게 조성지에서 소중히 보존해오던 선학신침을 선사하여 관계를 완화하려고 했다.선학신침을 받았을 때 이도현은 정련에 앞서 먼저 스승의 전화를 받았다. 스승은 그에게 심경에 문제가 생겼으니 당분간은 내공을 높이지 말고 심경을 다스리지 말라고 했다.이도현은 이 선학신침을 음양탑에 쭉 넣어두고 정련하지 않았기에 내공이 크게 제고되지는 않았다.그러나 그는 이제 이 선학신침을 정련해야만 한다. 고무계에 살인하러 온 이상, 한 개 제국을 상대해야 하는 이 타이밍에 내공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아니면 승산이 없을지도 모른다.다리를 틀고 앉아 음양탑에서 선학신침을 꺼낸 후 그는 손가락을 찔러 피를 양침에 떨구었다.양침은 피를 흡수하자 붉은빛을 내뿜더니 그의 손에서 사라지고 체내로 들어갔다.그 후 이도현은 이전에 양침을 정련할 때의 과정을 다시 한번 겪었다. 모든 것이 잠잠해진 후에야 이도현의 신기는 드디어 선학신침의 내부 세계로 들어갔다.음양탑 5층 대문이 열려 있었고 이도현은 거침없이 걸어 들어갔다.내부 배치는 그대로였다. 낡은 책상 위에 상자 세 개가 놓여 있었다.이도현은 다가가서 바로 그중의 하나를 열었다.상자 안에는 또 오행검술이라고 적힌 비책 한 권이 있었고 왼쪽 아래에 최고급 무술 기술이라는 작은 글이 적혀 있었다.“또 한 권의 최고급 무술 기술이네. 심지어 검법이야. 나한테 딱 어울리는 책이군.”이도현은 드디어 검법 한 개를 더 얻어서 눈이 번쩍 뜨였다. 그는 이 검법이 몹시 마음에 들었다.그는 음양검이 손에 익숙해져서 여전히 검 쓰는 것을 좋아했다. 몸으로 싸우는 것도 좋지만 검이 더 실용적이고 분풀이하기 좋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몸을 쓰는 것보다 검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멋지고 모양새가 나기
눈 앞에 펼쳐진 세상도 여전히 캄캄한 밤이었지만 황사가 흩날리는 절벽이 아니었다.새들이 지저귀고 꽃이 피고, 초목이 우거지고 공기가 말끔한 새로운 세상이었다.이도현은 몸이 한결 가벼워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이곳의 공기는 전혀 바깥 공기처럼 더럽지 않고 잡티 없이 말끔했다. 소설에서 흔히 말하는 영기가 가득한 느낌이었다.비록 이도현은 영기가 곧 산소 함유량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는 전혀 생각을 바꿀 마음이 없었다.“역시 다르긴 다르네! 바깥에 비하면 이곳이 확실히 더 무사의 천국 같긴 하네. 고요한 자연에 몸을 담그니까 마음이 확 가라앉네. 아주 좋은 곳이야.”이도현은 주변의 환경을 살피며 감탄을 자아냈다.이곳은 태허산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현대 과학기술의 흔적이 없고 대부분이 자연 본래의 모습이었다.생활의 편리함이 많이 줄어든 반면에 고신 기술의 피해도 적었다.“여기가 바로 고무계로구나. 역시나 범상치 않은 곳이군. 어쩐지 고전 무술 왕족의 사람이 모두 고무계로 오고 싶어 하더라니. 고무계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서 체면을 버리면서까지 이리저리 사람을 해친다 했어. 그런데 수련하기 딱 좋은 곳을 누가 싫어하겠어?”이도현은 혼잣말하며 앞으로 걸어갔다. 고무계에 처음으로 발을 들인 그는 마치 시골 사람이 처음으로 대도시에 와본 것처럼 신문물을 구경하느라 눈이 열 개라도 모자랐다.그는 모든 것이 다 너무 신기해 이리 보고 저리 보며 바로 앞의 나무도 놓치지 않고 만져보곤 했다.그리고 그는 몇 걸음 걸을 때마다 발밑에 수십 년 되는 약초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런 약초들은 바깥세상에서 거의 멸종한, 숲속 깊이 들어가지 않으면 찾기 힘든 약초들이었다.그러나 이곳은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기에 이런 약재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과학기술의 개발을 거치지 않는다면 자연의 산물은 늘 무궁무진한 것이다.과학기술은 인류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준 동시에 환경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인류는 언젠가 자신이 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