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설미는 가여운 표정으로 이도현을 위하는 척 말했지만 사실 속셈은 따로 있었다. 바로 사람을 시켜 다시 이도현을 깔끔하게 처리하는 것.그녀는 이도현이 어떻게 아직 살아있었는지, 게다가 장애도 없이 멀쩡하게 서 있는지가 궁금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이도현을 죽이겠다고 다짐했다.“인연이 아니라고? 8년을 순결을 지켰어? 하하하! 강설미, 네가 나라면 그 가식적인 말을 믿을 수 있겠어?”이도현이 쌀쌀하게 웃으며 말했다.“너 이 자식. 비아냥거리지 마! 너랑 설미가 과거에 어떤 사이였든 상관없어. 하지만 지금 강설미는 내 여자야. 그러니 너 같은 자식이 내 여자에게 함부로 말한다면 난 참지 않아.”진천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도현의 등장은 확실히 진천우를 역겹게 했다. 비록 강설미와 이도현은 깨끗한 사이지만, 강설미의 순결을 가진 자는 진천우지만, 명목상으로 그는 중고를 물려받은 셈이다.“하하! 넌 여자 처음 봤어? 닳아빠진 중고도 이렇게 귀하게 생각하다니. 아주 대단해.”이도현은 일부러 도발했다.“개자식, 너 뭐라고 했어? 설미는 순결을 지키고 나한테 왔어. 또 한번 내 여자에게 모욕을 준다면 가만두지 않아!”정곡을 찔린 진천우는 도끼눈을 뜨며 소리를 질렀다.“순결을 지켰다고? 강씨 가문의 사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네 신분도 만만치 않다는 걸 설명하는 데, 너 설마 몇 만원이면 처녀막 재생 시술 할 수 있는 거 모르는 거야?”이도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진천우에게 애송이를 보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너 이 자식, 너... 너 말도 안 되는 소리......”이도현의 말에 진천우는 몸 둘 바를 몰랐다.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은 모두 그의 친척과 완성, 진성에서 내놓으라 하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도현의 등장과 이도현의 말은 그의 체면을 완전히 구겨버리고 말았다.분노와 동시에 진천우는 강설미를 의심하기 시작했다.진천우도 남자다 보니 남녀가 결혼해서 한 지붕 아래서 살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게다가 강설미처럼 예
“네!”명령을 받은 강씨 가문의 경호원들이 예식장 사방에서 뛰쳐나와 이도현을 포위했다.“미친놈,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소란을 피워. 너 오늘 여기서 살아서는 못 나갈 거야!”강설미의 오빠인 강호천은 흉악한 얼굴로 이도현을 노려보았다.“그래?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강호천의 말에 쌀쌀하게 맞받아친 뒤 이도현은 강호천을 향해 손을 휘둘렀고, 이내 부러진 젓가락 하나가 쏜살같이 강호천을 향해 날아갔다.“으악!”비명과 함께 강호천은 두 손으로 눈을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졌고, 손가락 사이로 빨간 피가 흘러나왔다.“호천아!”강한림이 놀라서 소리쳤다. 그는 황급히 달려가 아들을 부축하고 상태를 살폈다. 강호천의 왼쪽 눈에는 부러진 젓가락이 그대로 관통했다.“당장 구급차 불러!”“구급차 필요 없어! 바로 관을 준비하는 게 더 빠를 거야. 아, 몇 개 더 준비해 둬. 당신 강씨 가문 사람들 전체가 다 쓸 거니까.”이도현의 차가운 말투와 웃음은 마치 악마의 속삭임처럼 온 예식장에 퍼졌다.이도현을 둘러싼 경호원들은 그의 기세에 눌려 쉽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몇 명의 경호원이 이도현을 향해 공격했고, 결국 이도현의 발길질에 바닥에 쓰러져 생사도 모를 지경이 돼버렸다.이도현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 살벌했다.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은 그의 모습에 오싹함과 두려움을 느꼈다.“오 통령, 또 폐를 끼치게 되었군, 잘 부탁하네.”말없이 앉아있던 강 회장, 강학연이 옆에 앉은 중년 남성을 향해 말했다.“염려마세요. 쓰레기일 뿐입니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오 통령이라고 불리는 남자가 거만하게 대답했다.오 통령, 오천협! 서북후 이 장군 산하의 팔만 신병을 거느린 통령으로 무예가 아주 뛰어난 사람이다.오천협이 이도현을 향해 말했다.“네 이놈! 당장 꺼지거라. 이곳은 네가 행패를 부릴 곳이 아니야!”“난 오늘 강씨 가문 사람만 죽이려고 했는데. 강씨 가문을 위해 나선다면 당신도 죽을 각오를 해야 할 거야.”이도현이 오천
이 세상은 무사를 인, 지, 천, 종 네 개의 경계로 나눈다. 인급이 가장 낮고, 종급이 가장 높다.종급의 경지를 넘어서면 무사의 범위를 넘어서 무도라고 불린다.무도는 일반인의 경기를 초월했으며 전 염국에도 몇 명 존재하지 않으니, 완성은 말할 것도 없다.완성에서 가장 강한 무사는 천급 무사이고, 그중 세 명은 서북후 이 장군 진영에 속해 있다.이도현에게 맞아 죽은 오천협은 바로 지급 무사로 전체 서북에서도 고수라고 할 수 있다.“말도 안 돼. 넌 폐물이야. 이렇게 강할 수 없어. 그럴 리가 없어!” 강씨 가문 사람들은 완전히 당황했다.진천우는 악랄한 눈빛으로 강설미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 이도현을 바라보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저씨, 저 자식 죽여버려.”“네, 도련님.”진천우 옆에 있던 노인이 대답했다.장명공! 진씨 가문에서 채용한 지급 하이클라스 무사로 진천우의 신변을 지키는 인물이다.이런 무사를 채용하는 데는 매년 수십억 원이라는 비용이 들어간다. 조상님을 모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영감님도 죽고 싶어?”이도현은 장명공에게도 여전히 차갑게 말했다.“네 이놈, 죽어야 할 사람은 바로 너야! 당장 우리 도련님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빈다면......”장명공은 오만한 표정으로 이도현에게 말했다.하지만 장명공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이도현은 이미 장명공 앞에 나타나 손바닥을 휘둘렀고, 장명공은 그대로 날아갔다.“말이 너무 많네......”이도현은 손을 거둬 몸에 쓱쓱 닦았다. 지급 무사를 상대하는 건, 마치 날파리를 때려잡는 것과 같았다.이를 본 사람들은 또 한 번 경악했다.지급 고수가 뺨을 맞고 저렇게 날아가다니. 그들은 감히 이도현의 진짜 실력을 상상도 할 수 없었다.강씨 가문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들은 정말 두려움의 맛을 느꼈다.이도현은 살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강설미를 향해 다가갔다. 강력한 기세에 강설미와 진천우는 저도 몰래 뒷걸음을 쳤다.“너...... 너 뭐 하는 짓이야? 이도현,
한 노인이 문을 박차고 들어와 이도현을 제지했다.“영감님도 이 일에 개입할 생각인가?”이도현은 고개를 들었고, 노인은 이미 이도현 눈앞까지 와있었다.“난 항패다. 서북후의 힘이지. 서북후를 대표해 왔어. 다들 알다시피 로얄 리조트는 우리 서북후의 구역이야. 그런데 감히 이곳에서 사람을 죽이다니, 우리 서북후를 우습게 여기는 건가?”항패가 쌀쌀하게 말했다.“서북후는 뭐야? 내가 사람을 죽인다는 데 감히 막아선다면 서북후도 함께 죽인다.”이도현은 시큰둥하게 말했다.“건방지군......”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건방지다’ 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들은 이도현의 건방진 말에 깜짝 놀랐다.이곳은 서북완성으로 서북후 이 장군의 구역이다. 전체 서북은 서북후 이 장군의 관할하에 있으며 수중에 20만 신군을 거느리고 있다. 이 세상 누구도 감히 그를 죽인다고 말할 수 없다.“뭐라?”항패는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서북후 이 장군을 섬긴 후로 건방진 사람을 많이 보았지만, 이도현처럼 건방진 상대는 처음 본다.“영감도 빨리 꺼져! 아니면 다 같이 죽일 거야.”이도현은 더는 쓸데없는 말을 하기 싫었다.“네 이놈!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나 하는 거야? 이곳은 서북완성이고, 서북후의 세상이다!”항패가 분노하며 소리를 질렀다.“아, 말 진짜 더럽게 많아! 서북후가 뭐? 꺼져.”인내심을 잃은 이도현은 바로 노인을 향해 공격했다.그러자 항패도 급히 이도현을 향해 공격을 개시했다.“펑!”두 손바닥이 맞붙으며 거대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거대한 힘이 두 손바닥 주위로 흩어졌다.손을 거둔 이도현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제자리에 서 있었지만, 항패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뒤로 수십 걸음 물러서다가 겨우 멈춰서더니 안색이 창백해지며 끓어오르는 기혈을 억눌렀다.이도현과 손바닥을 마주한 순간, 그는 강력한 힘이 그의 몸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꼈고 그 힘은 항패의 몸속에서 강한 파문을 일으키며 기혈을 끓어올렸다.만약 그 기혈을 억누르지 않았더라면 폐에서
하지만 서북후의 체면은 절대 잃어서는 안 된다.“영감님 사람 다 데리고 물러서. 아니면 다 죽는 거야.”이도현은 더 많은 사람의 목숨을 거둘 생각이 없다. 그의 타깃은 오직 강씨 가문이다.“건방지게 굴지 마. 서북후의 존엄은 너 같은 놈이 짓밟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죽어라!”항패는 다시 일어섰다. 짐승의 발톱 같은 그의 두 손은 이도현을 향해 정면으로 덮쳤다.이도현은 더는 할 말이 없었다. 굳이 더 많은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았지만 그들은 저절로 지옥에 가려고 자초했으니, 어쩔 수 없다.항패의 강력한 공격에도 이도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항패가 그의 목덜미를 잡으려고 하는 순간, 이도현은 기이한 동작으로 치명적인 일격을 피했다.이도현의 일련의 동작은 빠르고 기이했다! 항패가 반응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이도현은 이미 항패의 목을 움켜쥔 채 허공으로 번쩍 들어 올렸다.항패는 반항하려고 했지만 그의 체내 기력은 도저히 움직이지 않았다.“기회를 줬지만 영감이 죽음을 자초했으니 나도 어쩔 수 없어. 기억해, 다음 생엔 절대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마!”이도현의 쌀쌀한 목소리에 항패는 깊은 지옥 같은 공포를 느꼈다.“가...... 감히 날 건드리기만 해 봐. 서북후가...... 널 가만두지 않아......”항패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건드려 보지 뭐.”이도현은 콧방귀를 뀌며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부득!”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항패의 목은 완전히 으스러졌고 입에서는 빨간 선혈이 쏟아져나왔다.이도현이 손에 힘을 풀자 시신은 바닥에 축 늘어져 숨을 멈췄다.방근 전까지도 자신만만하던 항패가! 그는 죽기 직전까지도 이도현이 자기를 감히 죽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은 또 한 번 오싹함을 느꼈다. 그들은 마치 악마라도 본 듯이 두려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항패.그는 서북후 이 장군 산하의 고수 중 한 명으로 오천협보다 더 강한 사람이다. 이런 강자가 이도현의 손에
비명과 함께 강설미의 허리에서 붉고 하얀 액체가 흘러나왔다. 그것은 피가 섞인 골수이다.이것은 8년 전 이도현이 그녀에게 이식해 준 골수이다. 이도현은 이런 방식으로 골수를 도로 빼냈다.“내가 준 건 돌려받아야지. 아, 네가 가져간 것도 난 돌려받을 거야.”이도현은 고통스러움에 울부짖는 강설미에게 한 치의 연민도 느끼지 못했다.말을 끝낸 이도현이 손짓을 하자 은침 몇 개가 날아가 강설미의 허리에 꽂혔다. 그 순간, 강설미는 날카롭고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사람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이내 강설미의 허리의 척추가 기이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더니 “부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부러졌고 강철못으로 고정했던 척추는 그대로 파열되어 피부를 찢고 나왔다.“으아아악......”강설미의 처절한 비명에 사람들은 머리털이 곤두섰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그녀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이도현은 바닥에 떨어진 피로 물든 척추를 집어 들었다.이것은 바로 미얀마에서 강씨 가문에게 도둑질당한 그의 척추이다. 그는 자기 것을 도로 가져왔을 뿐이다.“받은 건 도로 갚아줘야지.”이도현의 안색은 섬뜩하리만큼 차가웠다.그는 척추를 들고 있는 손에 힘을 주었고, 척추는 그대로 부서져 가루가 되었다.이도현은 마치 죽은 개처럼 바닥에 늘어진 강설미를 죽이지 않았다. 8년 전 목숨이 붙어있는 그를 황야에 던졌던 것처럼 말이다. 이도현은 마치 저승사자처럼 몸을 돌려 강한림의 품에 안겨 두 눈을 부둥켜 잡은 강호천을 바라보았다.“이젠 네 차례야, 강씨 가문 도련님.”“너...... 뭐하는 짓이야...... 내 아들을 건드리면 강씨 가문은 절대 널 용서하지 않아. 오...... 오지 마......”강한림은 강호천을 품에 안고 지키려고 했다.“내 가족을 죽일 때부터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야지. 그냥 죽어.”이도현의 손짓과 함께, 손에서 반짝이는 은침 하나가 강호천을 향해 날아가더니 마침 그의 미간에 꽂혀버렸다.“호천아......”강
이 소식은 마치 회오리바람처럼 완성에 큰 혼란을 일으켰다.일시에 죽음의 신 이도현은 완성에서 가장 핫한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작게는 장사꾼에서 크게는 권력자까지, 완성 곳곳에 그의 이야기가 퍼져나갔다.이 순간 로얄 리조트에서, 강학연은 창백한 얼굴로 아들의 시신과 손주의 머리도 없는 시신을 바라봤다.그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사람을 시켜 아직 숨이 붙어있는 강설미를 병원으로 옮기라고 지시했다.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어두운 눈길로 바닥에 늘어진 두 시신을 바라봤다.강씨 가문의 개보다 못했던 데릴사위가 강학연이 보는 앞에서 그의 아들과 손주를 죽인 것도 모자라 머리를 떼가다니. 게다가 그의 손녀딸은 지금 죽기보다 못한 고통 속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는 두 눈을 뻔히 뜨고 이 모든 걸 보았지만 화를 내지 않았다. 역시 독하고 매정한 사람이다.“이도현,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주지. 강씨 가문 아무도 의미 없이 죽어서는 안 돼.”한참 뒤, 강학연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이런 말을 내뱉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헤아릴 수 없는 한과 독기, 그리고 원한이 가득 담겨 마치 지옥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듯한 오싹한 느낌을 주었다.“서북후 이 장군에게 이도현이 이씨 가문 옛 저택에서 기다리니 감히 갈 수 있겠냐고 물어봐.”강학연의 눈빛에는 음침함이 가득 서렸다.“그리고 모든 강씨 가문 사람들에게 우선 피신하고 있다가 완성이 잠잠해지면 그때 다시 돌아오라고 전해.”강학연은 몇 마디 말로 상황을 정리했다.“네!”강씨 가문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고 분분히 움직이기 시작했다.그 순간 이도현은 이미 집으로 돌아왔다.그는 강호천의 머리를 세 개의 위패 앞에 놓고 무릎을 꿇었다.“아버지, 엄마, 영현아! 내가 복수했어. 세 사람을 죽인 장본인의 머리를 가져왔으니 이젠 그곳에서 편히 쉬어.걱정하지 마. 강씨 가문의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놓치지 않을 거야. 이건 시작일 뿐이야. 강씨 가문이 우리 가문에 진 빚, 나 열 배 백 배로 돌려받
잠시 후, 두 그림자는 마당으로 들어서며 큰 소리로 말했다.“서북후의 사람이다.”하지만 이도현은 여전히 문을 등진 채 몸을 일으키지 않았다.“하하하! 꼬맹아? 우리가 장군님의 사람이란 걸 알면서도 이렇게 건방지게 굴다니! 아주 오만하네.”여자의 간드러진 목소리는 극도로 요염했다. 비록 이도현은 여자의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목소리만 들어도 방탕한 여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서북후는 겁나서 직접 오지 못하고 너희 같은 잔챙이들을 보낸 거야?”이도현은 시큰둥하게 말했다.“이 시건방진 놈이! 우리 장군님이 너 같은 애송이 하나 처리하려고 직접 나서야겠어? 서북후의 사람을 죽였으니 이젠 염라대왕도 네 목숨을 구하지 못할 거야. 한 번 기회를 줄게, 내 눈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면 편히 죽게 해주지.”남자가 오만하게 말했다.이 두 사람은 서북후 산하의 서른여섯 명의 고수 중 두 사람이다.레벨로 따지면, 로얄 리조트에서 이도현에게 뺨을 맞고 죽은 항패의 지위보다 더 높기에 실력도 더 강하다.서북후 산하의 서른여섯 명의 고수는 서북에서 가장 실력이 강했기에 당연히 이도현 같은 애송이는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비록 오천협과 항패가 이도현에게 죽임을 당했지만, 실력을 자부하는 그들은 그저 두 사람이 너무 실력이 부족하여 이도현에게 당했을 뿐, 절대 이도현의 실력이 강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세 사람이 대화하는 사이에, 서북후 군위 삼백 명은 모두 이씨 가문 옛 저택에 도착했고 군위들은 빠른 속도로 이도현이 있는 방을 포위했다.“난 분명 말했어, 이번 복수의 상대는 오로지 강씨 가문 사람들이라고. 무고하게 죽기 싫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여기서 나가.”이도현은 두 고수와 수백 명의 군인을 상대로 여전히 쌀쌀한 어조로 말했다.“건방지군! 그렇다면 네 놈의 실력 좀 볼까?”남자는 문간을 한 발짝 밟더니 무릎을 꿇고 있는 이도현을 향해 공격을 개시했다.“흥! 개 주제에 이빨을 드러내다니.”이도현은 순간 몸을 돌려 날아오는 남자의 발을 향
“안 돼. 이 짐승 같은 녀석, 그럴 리 절대 없으니까 꿈도 꾸지 마. 난 잘못한 게 없어. 네가 나의 아들을 죽이고 공작제국의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데 왜 내가 사과를 해야 하지? 말도 안 돼...”노스님이 말을 하기도 전에 공작상제가 먼저 참지 못하고 말했다.공작상제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도현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었다.한 나라의 군주이고 제왕인 그가 어찌 잘못할 수 있는가? 만천하의 사람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그는 잘못할 리가 없다.왕이자 황제인 그가 어찌 잘못할 수 있는가? 이 말을 듣자 이도현은 경멸의 미소를 지었다.“그럼 더 얘기할 것도 없어.”“오능 스님, 이제 봤나? 내려놓지 못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당신의 아들이야.”“방금 아들에게 자식을 잘못 가르쳤다고 하더니 당신도 마찬가지네. 아버지 말을 안 듣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자식이 어디 있어? 저렇게 버럭버럭 대들 때는 바로 싸대기를 날렸어야지.”“다 오냐오냐 키워서 생긴 버르장머리야. 황제 네 놈, 똑똑히 들어. 황제는 당신의 직업일 뿐이지 신분이 아니야. 황제가 되니까 정말 천하무적이라도 된 줄 아나 본데? 참 어이가 없네.”이도현은 말을 가리지 않고 부자를 한바탕 욕했다.솔직히 말해서 황제를 욕하니까 속이 다 후련했다.비록 싹수없는 행위이지만 형수님을 대신하여 화풀이를 제대로 한 셈이다.정적.온 궁전은 다시 한번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모든 사람은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들은 귀신 보듯 이도현을 바라보았다.이도현은 오늘 한번 또 한 번 그들의 황권에 대한 인식을 뒤집어 놓았고, 금기를 깨뜨렸다.이도현은 그들이 죽었다 다시 태어나도 감히 하지 못하는 일을 했다.이도현의 말을 듣고 노스님과 공작상제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문무백관과 수많은 금위군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아미타불. 시주, 소승이 이렇게까지 양보했건만 꼭 사람을 궁지로 몰아붙일 생각인가? 시주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막상 싸움이 시작되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
“다른 사람들은 우리 공작제국을 나약하고 무능한 제국으로 보지 않겠어요? 황궁에 쳐들어와서 왕후까지 죽인 자의 털끝을 하나라도 건드리지 않았을뿐더러 우리의 잘못을 인정하고 돌려보내면 공작제국의 체면은 바닥까지 떨어질 거예요.”“공작제국의 위세, 존엄 그리고 체면을 다 버리겠다는 겁니까?”공작상제는 마지막 말을 거의 외치듯이 말했다.그는 아버지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 어릴 적부터 우러러보던 아버지의 위대하고 웅장한 형상은 한순간에 철저히 무너졌다.아들이 살해당해서 사람을 보내 복수를 시켰더니, 원수가 찾아와서 그의 병사를 죽이고 형제를 죽였다. 하여 그는 아버지를 불러 제대로 복수할 생각이었다.그러나 복수는커녕 너의 잘못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으니 그 누구도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고 화가 날 것이다.공작상제 대신 어떤 사람이라도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그는 마음속으로 자신의 아버지가 겁을 먹고 존 것이라 단정했다. 심지어 그 자리에 있는 모든 공작제국의 사람들도 다 같은 생각이었다.노스님은 아들의 추궁에 잠깐 화가 났지만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랑 따지는 건데? 이게 다 네가 아들을 잘못 가르쳐서 생겨난 사단인데 무슨 면목으로 그런 말을 해? 네가 애초에 아들을 잘 가르쳤다면 오늘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지금이라도 너의 아들을 잘 가르쳐. 그렇지 않으면 우리 조상의 가업은 조만간 네 손에서 망할 거다!”“군자는 정무에 근면하고 백성을 사랑하며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래야 백성의 지지를 받을 수 있고 나라가 한마음으로 강성해질 수 있다.”“그러나 네 밑에서 자란 자식은 온갖 횡포와 악행을 저지르고 다녔지. 소승은 전부터 너의 구황자가 국내 곳곳에서 제멋대로 굴며 백성을 억압했다고 들었다. 그런 구황자를 네가 훈계한 적이 있기는 해?”“그가 만약 보통 집안의 아이였다면 기껏해야 사람 몇 명을 해치고 그에 따르는 처벌을 받겠지. 그러나 그는 황실 사람이라 사람을 해치면 몇 명 정도에서 끝나는 게
이도현은 눈앞의 오능 스님에서 다른 사람의 그림자가 보이는 것 같았다. 자상하면서도 천하를 제패하던 패기가 돋보이는 스님의 몸에서 누군가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 같았다.완전히 상반되는 두 개의 그림자가 말도 안 되게 그의 눈앞에서 융합되었다.“둘째 선... 노스님, 남의 일에 참견하고 싶은 건가? 당신도 죽고 싶어?”이도현은 하마터면 이름을 잘못 부를 뻔했다.“스읍...”공작제국의 모든 사람은 이도현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쥐 죽은 듯이 있었다. 그들은 두피가 저려나고 식겁해서 죽을 것 같았다.‘헐. 이 자식 너무 날뛰는 거 아니야?’‘감히 저런 말투로 태상황제에게 대들다니? 설마 태상황제가 수십 년 전에 이미 고무계의 최강자로 손꼽혔다는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겠지?’모든 사람은 어안이 벙벙한 채 얼어 있었다.그들은 이도현의 오만방자한 모습에 두려움을 느꼈다.그러나 노스님은 이도현의 건방진 말을 듣고 전혀 분노하지 않았다.“아미타불. 소승은 비록 시주의 내력을 모르지만, 젊은 나이에 이토록 내공을 쌓은 거 보면 분명 훌륭한 스승의 가르침을 받은 것 같네.”“자네의 자질은 무도계에서 앞길이 창창할 것인데 왜 살육에 눈이 멀어지려고 하는가?”“자네 정도의 내공이면 손에 피를 많이 묻힐수록 심경에 영향을 미쳐 앞으로 경계를 돌파할 때 심마를 불러올 수 있다는 거 알지 않는가? 심마는 자네의 악한 기운에 따라 강해질 거야. 그때가 되면 자칫하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으로 될 수 있다네.”“아직 늦지 않았어. 지금이라도 살심을 버리고 도를 닦게.”“시주와 공작제국의 원한에 대해 소승도 요해한 바가 있어. 이 일은 공작제국이 먼저 잘못했다는 거 인정하지.”“하지만 시주도 공작제국의 많은 사람을 죽이지 않았는가? 시주에게도 잘못이 있으니 이번 일은 단순히 공작제국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지.”“양쪽 모두 잘못이 있으니 이 일을 더 이상 따지지 않고 넘어가는 게 어떤가? 시주, 지금 이곳을 떠나주게.”그 자라에 있던 사람은 누구도
호법 장로는 갑자기 몸을 돌려 허영으로 변하더니 번개같이 황궁 밖으로 달려갔다.“헐...”자미각 호법 장로의 비열한 행동에 모든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아무도 당당한 일류 종파 자미각의 호법 장로가 도망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이 일을 밖에 나가 말해도 믿을 사람 하나 없을 것이다.이 순간, 자미각의 거대한 이미지는 공작제국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쪼그라들었다.이도현도 호법 장로의 속임수에 넘어가 어안이 벙벙했다.그는 줄곧 무례하고 근본 없는 사람만이 코앞에서 도망치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고무계의 사람도 그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심지어 그 사람은 공작제국에서 청한 구원병인데 이 정도밖에 안 되다니.정말 뜻밖의 광경이었다.하지만 이도현은 도망친 자미각 호법 장로를 쫓아가지 않았다. 그가 이번에 고무계로 온 목적은 공작제국과 도리를 따지는 것이기에 다른 사람이 건들지 않는 이상 원수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이도현이 공작제국의 금란전에 발을 들여놓으려 할 때 갑자기 부처의 명호가 온 궁전에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아미타불. 시주, 발걸음을 거두어 주시죠. 상제의 허락 없이 당신은 저희 공작제국의 금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네.”풀이 죽어 있던 공작상제는 늙은이의 목소리를 듣고 흥분한 나머지 하마터면 풀쩍 뛸 뻔했다.마치 날라리들에게 둘러싸여 옷을 벗기던 여자애가 갑자기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느끼는 울컥하고 서러운 심정 같았다. 하마터면 울음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릴 뻔했다.“아바마마... 아바마마... 드디어 오셨네요...”공작상제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듣자 하니 서러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맞다. 도착한 사람은 다름 아닌 공작제국의 전임 황제 선무상제였다.선무상제는 수년간 황위를 지키다가 자기 아들 즉 지금의 공작상제에게 황위를 물려준 후 스스로 은둔하여 무도를 연구했다.그는 공작사에서 수련에 전념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오늘 갑자기 공작제국의 진국종이 아홉 번 울리는 것을 들었는데 이는 제국이 위기에 처했다
“너...”자미각의 호법 장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는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해결하고 싶을 뿐인데 이도현이 전혀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줄 몰랐다.그에게 무례하게 굴고 기술을 쓰라고 재촉하다니.어쨌든 자미각의 대부인데 이렇게 체면을 세워주지 않으면 어떡해?그는 비록 실력이 강하지만 이도현이 귀령문의 태상 장로를 죽일 수 있으면 그도 죽일 수 있었다.그는 이 나이에 죽고 싶지 않았다.고무계에서 사람들은 자미각을 존경하고, 호법 장로인 그를 더욱 우러러보며, 황제도 공손히 모시는데 이런 생활을 어찌 그만하고 싶겠는가?그는 화가 치밀어올라 이도현을 죽이고 싶었지만, 실력이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체내의 울화를 가까스로 가라앉혔다.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자신의 어색함을 감추고는 입꼬리를 올려 프로 미소를 지었다.모든 사람은 그의 행동에 말문이 막혔다.‘이렇게 수습하려는 거 아니겠지?’“젊은 친구, 어찌 사람을 이리 달달 볶는 게야? 옛말에 미운 놈 떡 한 개 더 준다고 하지 않던가? 이렇게 강경하게 나오지 말고 우리 자미각과 사이좋게 푸는 게 어떨까? 이 일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지.”“공작제국이 아무리 큰 죄를 지었다 해도 젊은 친구가 이미 많은 사람을 죽이지 않았는가? 그 정도면 아무리 큰 원한이라도 다 복수한 것 같은데, 이제 무고한 사람은 죽이지 말지?”“젊은 친구, 이제 그만하지. 우리 무도중인이 마음 비우는 것을 제일 중히 여기는데 이렇게까지 집착할 필요가 있나? 어린 나이에 이토록 훌륭한 내공을 쌓은 거 보면 훗날 무도계에서 길이 빛날 사람인데 왜 굳이 수련의 길을 걸으려는 건가?”“아직 돌이키기에 늦지 않았어. 젊은 친구가 자미각의 체면을 봐서 이 일은 여기서 끝내지.”자미각의 호법 장로는 사기단의 가짜 스님처럼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었는데 듣자 하니 정말 자비를 베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그의 태도에 이도현뿐만 아니라 공작상제 마저도 눈살을 찌푸렸다.‘이도현을 죽이라고 부른건데 여기서
옆에 서 있던 자미각의 호법 장로도 깜짝 놀랐다.그는 이도현의 놀라운 실력에 심장이 두근거렸다.귀령문 태상 장로의 내공과 도행이 얼마나 강대한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자신과 실력이 엇비슷하다는 것도.그러나 이도현은 식은 죽 먹기로 귀령문의 태상 장로를 죽였다. 이에 이도현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를 보아낼 수 있었다.스읍...자미각의 호법 장로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지만 멘탈이 이미 나갔다.이도현의 눈길이 느껴지자 귀령문의 태상 장로는 얼떨결에 몇 발짝 뒷걸음질 치며 이도현과 거리를 두었고 눈빛이 마주칠까 봐 눈길을 피했다.같은 시각의 공작상제는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두 눈으로 직접 이도현의 막강한 실력을 보고서야 그는 드디어 이전의 불신을 모두 믿었다.귀령문의 태상 장로는 귀령문에서 가장 강대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고무계라는 약육강식의 곳에서 생존해 나갈 수 있는 종파는 모두 강대한 고수 몇 명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그런데 바로 그런 고수가 지금 이도현의 한 방에 맞아 죽은 것이다.‘만약 그 한 방이 내 몸에 떨어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공작상제는 두피가 저렸고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그는 저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고 속 썩이는 자식놈 때문에 악마 같은 이도현을 건드린 것이 매우 후회스러웠다.공작상제는 궁성의 문에 튕긴 하얀색 뇌장과 피를 보고 안절부절못했다.그는 계속 고개를 뒤로 돌려 자신의 조상이 왔는지를 살폈다.싸움에서 밀릴 때 사람을 부르는 것이 인지상정이었다.자미각의 호법 장로는 침을 삼키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이도현을 보며 말했다.“젊은 친구, 우리 앉아서 천천히 얘기 나누면 안 될까? 치고받고 하는 것이 과연 상책일까? 우리끼리 말로 풀지 못하고 꼭 이렇게 목숨 걸고 싸워서 해결해야 할 일이 뭐가 있어?”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자미각 호법 장로의 말을 듣고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뭐라고 한 거야?”“헐! 내 귀에 문제가 생긴 건가? 내가 뭘 들은 거지?”“앉아서 얘기를
공작제국의 문무백관은 자미각과 귀령문의 고수가 온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공작상제도 환하게 웃으며 그들을 맞이했다.“선배님들 드디어 오셨군요. 먼 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폐하, 별말씀을요. 폐하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야죠.”두 사람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공작상제는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이도현을 처리하라는 눈치를 주었다.이도현이 아무리 강대하다고 해도 성급 경지를 뛰어넘은 강자 두 명이 있는 한 공작사의 조상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끌 수 있을 것이다.공작사의 조상이 올 때까지 끌 수만 있다면 아무리 날뛰는 이도현이라고 해도 살아서 돌아가기 힘들 것이다.‘이 짐승 같은 놈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아니다.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이도현을 가둬놓고 공작제국의 온갖 형벌을 맛보게 해주지. 살아 숨 쉬는 것이 죽는 것만 못하게 괴롭혀 주겠어.’“죽을 각오는 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나서는 건가?”이도현은 양옆의 사람을 힐끔 쳐다보고는 냉랭하게 말했다.이도현은 자미각에 대해 모르고 있었지만 귀령문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예전에 선임암에서 귀령문의 사람이 조혜영을 마구 괴롭혔는데 이도현이 제때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그녀를 괴롭혀 죽였을지도 모른다.이 원한은 그 당시의 가해자 몇 명만 죽이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그 당시 이도현은 언젠가 고무계에 가서 귀령문을 찾아 이 사악하고 더러운 곳을 멸망시킬 것이라 다짐했다.그런데 그가 찾아가기도 전에 귀령문의 사람이 제 발로 나타났다.뭇사람들은 이도현의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눈에 뵈는 게 없는 녀석인가? 간덩이가 부었나?’‘자미각과 귀령문의 어르신들에게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네. 아니면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건가?’귀령문 태상 장로의 음험하고 흉악한 눈빛에 살기가 번뜩였다.“건방진 놈 같으니라고!”“천한 자식. 세속계에서 우리 귀령문의 후손과 장로를 죽인 놈이 바로 너구나. 오늘 이
“바로 너구나! 자꾸 나에게 문제를 일으키는 자가!” “감히! 폐하께 불경을 범하고 천하의 위엄을 어기다니!” 공작상제의 곁에 있던 늙은 내시가 손끝으로 이도현을 가리키며 분노하며 외쳤다. 이 늙은 내시는 전혀 눈치가 없었다. 이런 때에도 아부를 하고 있었다. “입 닥쳐! 주인이 말하고 있지 않는데 개가 짖다니! 죽어라!” 이도현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며 손에서는 은바늘이 휙 날아갔다. 늙은 내시의 목소리가 끊어지며 땅에 쓰러졌고 아흔아홉 개의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몸이 두 번 경련을 일으킨 후 완전히 의식이 없었다. “이 자식! 감히...” 공작상제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려 분노가 가슴속에서 폭발할 듯했다. 이도현은 그의 눈앞에서 사람을 죽였다. 그의 가장 가까운 내시를 죽인 것이다. 이것은 그에게 큰 모욕을 주고 얼굴에 침을 뱉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내 질문에 답해라! 그렇지 않으면 네가 겪을 운명은 아까 내시와 같을 것이다! 내가 너를 죽여버릴 것이다! 개를 죽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 사람들 중 누가 널 구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이도현은 거만하게 말했다. 이 말 한마디에 공작상제는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 그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고 주먹을 꽉 쥐었지만 움직이지 못했다. 그의 마음은 극도의 두려움으로 차올랐다. 이도현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는 이 궁에 도착하기까지 무왕과 전왕을 모두 죽였다! 그가 정말 손을 대면 여기엔 그를 지킬 자가 없었다. 그는 참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공작사의 조상들이 도착할 때까지. 그때가 되면 이 자를 반드시 잡아 산산조각 낼 생각이었다. “이도현! 너는 정말 담도 큰 놈이구나! 그렇게 거만하게 행동하다니, 네가 후과를 생각해 본 적 있느냐?” 이 말을 한 사람은 바로 이도현을 이곳에 오게 한 현연왕이었다. “후과? 하하하! 후과는 내가 이미 모두 봤다! 나는 원래 너희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너희는 한 번 또 한 번 나를 괴롭히고 내 삶을
아홉 개의 궁문, 다섯 개의 관문, 수만 금위군이 이도현의 발걸음을 막지 못했다. 그는 그 길을 따라 금란전 아래까지 살육을 이어갔다. 아흔아홉 개의 계단 위에 화려하게 빛나는 궁전을 바라보며 이도현의 눈에는 온통 살기가 가득했다. 바로 그곳에 앉아 있는 자가 그동안 여러 번 그를 괴롭혀왔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그들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마치 피해자처럼 행동하며 계속해서 그에게 접근하고 그의 주변 사람들을 해쳤다. 만약 처음에 봉래도에서 구황자가 교만하게 그의 선배들을 잡아가서 자신의 시종으로 부리겠다고 했으면 아마 바로 죽였을 것이다. 처음부터 잘못된 것은 그들이었다. 그러나 자신들의 강함 때문에 그들은 이제 반역자로 보고 그를 처벌하려 했다. 세상에 힘이 곧 정의라면 이도현은 그들과 힘으로 맞설 것이다. 이성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면 싸워서 해결하자. 눈앞에 수만 명의 금위군이 아흔아홉 개의 계단을 가득 메우고 두려움에 찬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기를 잡고 있는 손마저 떨리고 있었다. 이도현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그들에게 이도현은 마치 사람을 죽이는 악마 같은 존재였다. 무왕이 죽었고 전왕도 죽었다. 아홉 개의 궁문, 다섯 개의 관문에서 수만 명의 금위군이 목숨을 잃었다. 이렇게 많은 병력과 강자들이 이도현을 막지 못했다. 그들이 앞으로 나가면 죽음과 다를 게 없었다. 이도현은 수많은 금위군들의 두려운 시선 속에서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올라갔다. 그들 중 누구도 나서서 그를 막으려 하지 않았다. 이도현이 발을 내디딜 때마다 금위군들은 본능적으로 물러서며 그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원래 그들은 이도현을 막고 금란전의 안전을 지키려 했으며 모든 적들을 이 계단 아래에서 처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강적을 만나자 자연스럽게 길을 양보하고 있었다. 그들의 경계는 마치 이도현을 맞이하는 듯했다. 이도현은 마치 왕처럼 수만 명의 금위군 속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고 있었다. 마치 그는 그 자리에 오를 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