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의 경악을 뒤로한 채 주계상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아버지께 전화를 걸어 도움을 구했다.“아버지한테 이를 거면 당당하게 전화해, 쥐새끼처럼 행동하지 말고!”“걱정하지 마, 조용히 있으면 가만둘 거니까, 동방명우 오기 전까지 난 여기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을 테니까.” 이도현은 지금 눈에 보이는 게 없다.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아 와인을 마시면서 고위 자들의 눈빛도, 신경도 쓰지 않았다.주계상은 더 이상 숨기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아버지, 여기로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호영이가 죽었어요...” 몇 마디 안 하고 주계상은 또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장인어른, 호영이가 살해당했어요. 네 맞아요, 경매 현장에서요. 그리고 그놈도 여기 있으니 애들 데리고 오셔야 할 것 같아요...”전화를 끊고 주계상은 계속 이도현을 째려봤지만, 아무런 말도 못 했다. 그 외 다른 중사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이도현 근처에서만 맴돌았다.농담이 아니라 배동민까지 죽인 자를 누가 쉽게 건드릴 수 있는가? 당사자인 이도현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혼자서 와인만 즐기고 있었다. 약 30분 뒤 입구 쪽 소란 소리가 들리더니 한 어르신이 위풍당당하게 걸어 들어왔다.“어느 새끼야! 내 손자를 죽인 놈이 누구야! 내가 네놈 조상까지 파헤쳐 다시 죽여버릴 테니까!”이 어르신은 자기가 황제인 줄 아는가 봐, 입만 열면 조상까지 파헤치다니.“아버지!” 어르신을 보자 주계상은 바로 달려갔다. 어르신도 무사이자 천급의 초반 단계지만 그 아우라는 마치 오랫동안 최상 단계에 있었던 것처럼 기가 너무 셌다.“어르신 오셨다.”“주씨 가문의 어르신이 오셨으니까 이도현 오늘 죽었어.”“이도현, 오늘 끝장이다.”주씨 가문의 어르신은 천급 강자지만 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그가 이도현을 강압할 수 있다는 걸 의심하지 않았다.오민아는 걱정한 눈빛으로 이도현을 쳐다봤다. 마음속으로는 그 누구보다 급했다.주씨네 어르신이 너무 강해 이도현을 상대로 맞선다면 이도현은 분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이도현의 말에 경악을 참지 못하고 경직해 있었다. 주씨 가문의 어르신인데 어디서 이런 대우를 받아본 적 있는가? 비록 이미 퇴직했지만 주씨 가문의 실세는 이 어르신이다. 그래서 대놓고 어르신을 상대로 맞서는 사람은 없었다. 염나라의 귀족은 많지만, 실세를 가진 사람은 별로 없다. 이도현이 무슨 수를 쓴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대놓고 주씨 어르신을 무시하고 심지어 저세상에 보낸다고 말한다는 사람은 생전 처음이다. “너...... 제정신이야?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주씨 할아버지한테 무슨 말이야? 너...... ”오민아는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어 이도현한테 귀띔했다.주씨 어르신도 화를 참고 이도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 너 참 잘났구나! 내가 이 나이에 뭔들 모르고 뭔들 못 봤겠어. 어디 한번 해봐! 나를 저세상으로 보낸다고? ”어르신은 이미 화에 벅찼고 주변 사람들도 다 이 싸한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다.“그래? 당신은 뭐 어디 대단한 줄 아는가 봐? 너무 나대지 마시지, 이러다 나중에 다쳐! ” 이도현은 무덤덤한 말투로 말했다.“어허허허, 그래 좋아, 내가 대체 누구고, 대체 어디가 대단한지 한번 보여줄게.” 주씨 어르신은 너무 어이없어 오히려 웃음만 나왔다. 이어서 급히 다운된 목소리로 말했다.“이 새끼야! 내가 뭐 어디 잘난 거는 없지만 말 한마디에 개미 밟듯이 너를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게 할 수 있어. 그뿐만 아니라 너랑 관계있는 모든 사람도 같이 사라지게 해주지. 너희 집 쥐새끼도 가만두지 않겠어.”“지금 내 말 한마디면 수십만 대군이 움직일 수 있고, 그들이 너를 이 세상에 살아온 흔적도 없게끔 만들 수 있어! 그리고 수많은 무사를 동원해 너를 죽일 때까지 괴롭힐 수 있어, 이래도 뭐가 어째? 너를 상대하기는 충분하지! ”주씨 어르신은 이도현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면서 말했다. 마치 그의 아우라로 이도현을 삼킬 거처럼 같았다.“다시 기회를 줄게, 이래도 나를 한 방에 보내겠다고? ” 주씨 어르신은
경매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도현이 이렇게 대놓고 주씨 어르신한테 맞선다는 걸 그 누구도 생각 못 했다. 대담하다는 걸 넘어 눈에 뵈는 게 없다고 말할 수 있다.주씨 어르신은 황성뿐만 아니라 염나라 통틀어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거물급이다. 피도 안 마른 젊은이한테 늙은이라고 불리고 저세상까지 보낸다는 말까지 듣고 삿대질까지 받으니 어디서 이런 대우를 받아 본 적 없을 것이다. 정말 간이 배 밖에 나왔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경악을 넘어서 이도현이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경매 현장에 있는 젊은이들도 어디서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도현 앞에서는 정말 별 볼 거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이도현은 그들이 감히 생각도 못 하는 일을 했다. 사실 평소에 여기저기 나대면서 다녔지만, 자신보다 약한 사람 위주로 괴롭혔을 뿐이다. 주씨 어르신처럼 거물급을 상대한다는 거는 상상도 못 하는 일이다. 웃으면서 매를 받아야 하는 처지인데 어디 감히 이도현처럼 삿대질하고 늙은이라고 부르면서 떳떳하게 맞댈 수 있을까. 그들한테는 악몽 같은 일이다.이런 상황에서 주계상도 아무 방법이 없다. 자기가 보는 앞에서 아버지가 모욕당하는데도 어쩔 수 없이 나설 수가 없어 얼굴 근육까지 움츠리면서 경직해 있었다. “제가... 제가... 미친건가? 아니면 제정신이 아닌 건가?”석이는 지금 눈앞에서 생긴 일이 진실인지 아니면 잘못 본 건지 확인하고 싶어 계속 눈을 비비고 있었다. 정말 믿기지 않았다. 온몸은 식은땀이 범벅이며 여태까지 살면서 이렇게 무서운 적은 없었다.이 와중에 제일 화나는 사람은 당연히 주씨 어르신이다. 자기가 누군지까지 말했는데도 아무렇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이도현을 보면서 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미친놈인지 아니면 생각이 없는 건지, 정말 간이 배 밖에 나와 눈에 보이는 게 없는 것 같았다. “그래, 너 정말 대단하구나! ” 주씨 어르신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이어서 그는 부하직원들한테
항우현은 이미 종사급 실력을 갖춘 능력자다. 이 자리까지 올 수 있는 거는 다 주씨 어르신 덕분이다. 주씨 어르신은 항우현의 스승님이자 은인이다. 자기를 여기까지 올 수 있게끔 업어 키운 거랑 마찬가지다. 이 은혜를 평생 잊지 않을 거라 맹세하며 주씨 어르신을 모시게 되었다. 항우현은 이도현 앞으로 다가가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이 자식이 어디서 행패야? 여기서 살인까지 저지르다니, 내가 장군의 명으로 너를 체포하겠다. 혹 반항한다면 이 자리에서 바로 처리하거라! ” 그의 말에 순식간에 수십 명이 바로 나섰다.그들은 검은색 평상복을 입었지만 포스를 보면 틀림없이 군인일 것이다. 그 살기는 감출 수 없으며 그들만이 갖고 있는 군인의 냄새라고 할 수 있다.그들을 보자 현장에 있던 귀족들도 그들의 포스에 눌려 숨었거나 더 심한 사람은 제자리에서 눌러앉았다. 여자애들은 귀신을 본 것처럼 얼굴이 하얘졌다.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황성에서 이들이 어떠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쉽게 알수 있었다. 이도현마저도 그들의 기를 느낄 수 있었으며 전부 다 종급일 뿐만 아니라 기타 종급과는 차원이 다른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기타 종급 고수들도 강하고 살기를 뿜었지만 이들은 달랐다. 단순한 살기가 아니라 악마처럼 뼈까지 씹어먹을 듯 죽음을 부르는 느낌이다. 이에 이도현은 불편한 느낌이지 무섭지는 않았다.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지만 이들을 상대하기에는 껌 씹듯 쉬운 거 같았다. “뭐해! 덤벼! ” “네! 장군님! ”항우현의 명을 받고 수십 명 부하들이 이도현을 향했다.하지만 이때 문밖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누구야! 그만하지 못해! ”이 목소리에 다들 문밖으로 쳐다보았다. 편안한 복장을 하였지만 살기가 가득했고 그 뒤에는 수백 명 병사들이 따라 들어왔다. “신영성조다! ” 누군가가 그를 알아보고 말했다.“신영성조? 여기 왜 온 거지? ”“신영성조는 완성으로 간거 아니었어? 웬일로 황성에 오신 거지? ”“왜 왔겠어? 복수하러 왔겠지!
주씨 어르신의 말에 많은 뜻이 담겼다. 애 엄마라는 표현은 다른 사람들이 오해하게끔 일부러 한 말이다.“흥! 내가 언제 이도현씨를 죽인다고 했는가! ” 신영성조는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이도현을 향해 쳐다보았고 주씨 어르신한테는 눈길 한번 안 줬다.그리고 바로 이도현 앞에 다가가 바로 무릎 꿇었다. 모든 사람이 또 한 번 놀라워했다.“도련님, 너무 걱정되어 따라왔습니다. 도련님 명을 어긴 점 양해 부탁드리며 그에 따른 벌을 받겠습니다.” 신영성조는 무릎을 꿇고 큰 소리로 말했다. “어머나......”모든 사람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 정말 대낮에 귀신을 본 듯 너무 충격이었다. 신영성조가 무릎을 꿇다니, 그 어떤 사람들은 경악을 참지 못해 입을 벌리고 멍하니 서 있었다. 아까 이도현의 행동에 비교하면 지금이 더 충격이다.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모든 사람은 행동을 멈추고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도... 도련님?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한 사람이 정신 차리고 말했다.“아닐 거야, 아닐 거야! 내가 잘못 들은 거 맞지? 내가 눈이 안 좋은 게 아니라 귀도 안 좋네, 시간 내서 병원에 가봐야겠어.” 또 한 사람이 자기가 본 것과 들은 거를 믿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신영성조님이 이도현을 도련님이라고 부른다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어머나, 너무 충격이다...”“백만대군의 리더이자 염나라의 성조님이신데 이도현을 도련님이라고 부르다니, 자기 제자를 죽인 사람인데, 그리고 또 아들... 아니, 이게 어떻게 된거지?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이 상황을 믿고 싶지 않았다. 심지어 이게 신영성조께서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일부러 놀라게 하게끔 만들려고 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다른 이유는 없다. 신영성조님 같은 절대적인 강자가 어떻게 누군가의 종으로 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엄마야......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대체 뭘 본거지? ”석이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아 이번에는 아예 쓰러졌다. 오민아는 조금 전
신영성조는 마치 큰 은혜를 받은 것처럼 공손하게 대답하고 일어섰다..“네, 알겠습니다.”“완성에 있으라고 했는데 왜 따라왔어?” 이도현은 신영성조를 보고 물어보았다.“도련님이 너무 걱정스러워서 따라왔습니다. 완성 쪽은 걱정 안 하셔도 좋습니다. 제가 다 처리 잘했으니까 별문제 없을 겁니다.”그의 말을 듣고 이도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알겠어.”신영성조가 여기까지 올 거라고 생각 못 했고 이 많은 사람 앞에서 무릎 꿇을거라곤 더더욱 생각 못 했다.신영성조의 대답을 못 듣자, 주씨 어르신은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너도 간이 배 밖에 나왔구먼, 염나라 백만대군의 리더로서 개인 사정으로 여기까지 오다니 염국 왕님께서 너를 처벌하지 않겠어? 너를 죽일 수도 있어! ”그의 말에 신영성조는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어떤 벌을 받던 그건 내 사정이고, 당신이 신경 쓸 일은 아닌 거 같은데! ”“너......” 주씨 어르신은 말문이 막히고 너무 황당해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나랑 상관없는 일이긴 하지, 그냥 네가 걱정돼서 한 말이야, 괜히 나섰다가 나중에 어떻게 죽을지도 모르는 처지가 될 수 있어! ”“넌 이 자식이랑 한패 먹고 나랑 맞설 거니? ”항우현은 주씨 어른신이 말하는 동안 몇십 명 종사급 고수와 같이 신영성조와 이도현을 둘러쌌다. 신영성조를 기로 누르고 싶고 어르신 명만 내리면 그 두 사람을 바로 체포하겠다는 것이다.“그건 당신이 그 제주 있는지 봐야지! ” 신영성조는 신경 쓰지 않은 듯 말했다.“이 두 사람을 체포해! 반항하면 바로 죽여버려!” 주씨 어르신은 화에 벅차 명을 내렸다.“네!” 항우현은 명을 받고 바로 손을 쓰려고 하자 밖에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누가 감히 내 동생을 건드려! 어디 한번 해봐! ”“또 누구야? 왜 이렇게 다들 이도현을 도와주는 거야? ”주씨 가문에서 이도현을 잡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왜 다들 이도현을 위하여 주씨 가문이랑 맞서려고 하지? 이 모든 의문을 품고 들어
“어르신, 이런 자리에서 또 보게 되네요. 꼭 이렇게 제 동생을 잡아야겠어요?”신연주는 주씨 어른신한테 말했다.“이 자식이 내 손자를 죽였는데 내가 가만둘 거 같아?” 주씨 어르신은 분노를 감출 수 없어 말했다.“신연주! 쓸데없이 끼어들지 마! 네가 봉황팀 팀장이라고 내가 봐줄거라고 생각하지마! 그러니까 그만 물러가! ”“나를 봐준다고? 정말 웃긴 말이네, 주씨 영감 참 위풍당당하네. 당신 손자가 무슨 짓을 했기에 내 동생 손에 죽었지? 당신 손자는 별 볼 거 없이 건달처럼 행패 부리면서 다니는데, 쓰레기 같은 인간이 내 동생한테 먼저 시비 걸었겠지! ” 신연주는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네년이 이게 무슨 말이야! 어떻게 내 아들한테 험담이야! 아무리 내 아들이 잘못 있다고 하더라도 네년이 뭐라고 할 게 아니야! ” 주계상은 신연주한테 쏟아부었다. 아무리 자기 아들이 쓰레기라고 하더라도 이런 말을 듣고 가만있을 부모가 없다. “넌 빠져! ” 주씨 어르신이 자기 아들한테 말하고 신연주를 향해 또 말했다.“신연주! 여기 염나라가 아니라 황성이야! ”“황성이면 어때? 황성이면 너희 주씨 집안 마음대로 행패 부릴 수 있는 거야? ”신연주의 말에 다들 너무 놀라 쥐 죽은 듯 조용했다.“이 여자 누구야? 봉황팀 팀장이 뭐 하는 건데? 이도현 선배라고 했지? ”“엄마야... 악녀라고 부르는 신연주 몰라? 넌 그냥 집에만 있어.”“그렇게 세?”“몰라, 뭐 이도현 선배라고하니 당연히 세겠지.”“이 몇이 힘 합치면 항우현 장군님 군단을 막을 수 있을까? ”“글쎄다... 힘들지 않을까? 항우현 장군님 군단이 어떤 존재인데, 절대 못 막을걸.”여기저기서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신연주! 말이 안 통하는구나! 그럼 내가 손봐줘야겠어!” 주씨 어르신은 차갑게 말했다.“항장군! 이놈들 잡아! 이도현은 그냥 죽여버려! ”“네! ”항우현은 명을 받고 그 뒤의 몇십 명 종사급 군인은 순식간에 이도현 일행을 향해 덤볐다.“누님들, 제가 해결할게요. ”
일이 너무 커진 거 같다. 다들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신연주 손에 쥐고 있는 날칼에서 뿜어 나온 살기는 그대로 전해졌다.“다들 물러가! 너희 군사인 거 알아, 근데 우리 봉황팀은 특혜받은 게 있거든. 선첨후주라고 너희들을 이 자리에서 죽여도 아무 일 없다는 거야. 그러니까 잘 생각해, 자기 목숨을 이렇게 쉽게 내놓을 거니? 내 손에 쥐고 있는 날칼은 쉽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신연주는 매서운 눈빛으로 이들을 한번 훑어보고 말했다.그녀의 말에 여러 무사는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사실 그들은 신연주보다 이도연이 더 신경 쓰였다.그들은 군인이기도 하지만 무사이기도 했다. 군인은 국가를 지키고 절대적으로 충성하고 명령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일반 군인과 또 다르다. 무사라는 세계가 또 있기에 생사 앞에서 그들은 머뭇거렸다.이 상황을 보게 된 항우현이가 화를 내려고 하자 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봉황팀 팀장이고 눈에 보이는 게 없는가 봐! 신연주! 봉황팀은 내부 갈등을 일으키는 게 아니야! 살해자를 보호시키는 것도 아니니까! 염나라 왕도 안중에 없지?” “이런 젠장! 또 누구야? 한꺼번에 오면 안 되나? 나 심장 벌렁거려서 죽겠어.”“내 말이, 약속이라도 한 것 같아. 한꺼번에 오지, 진짜 대박! ”“근데 이번에 오신 분 또 누구야? ”50대로 보이는 남자 한 분이 이 현장에 그 누두도 못지않은 포스를 지으며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포스가 너무 강해 경매 현장 전체가 그의 기에 눌려 숨쉬기도 힘들다.“웅사의 사왕님이시자나.” 그를 알아본 사람이 너무 놀라워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뭐라고? 저 사람이 사왕님이시라고?” “그래 맞아. 기황현이야.” 너무 놀라워 숨이 턱턱 막혔다.“웅사에 사왕님까지 오셨으니, 그 누구도 이도현을 못 구할 거다.”“이번에 또 여러 사람 목숨 잃겠구나.”사왕 기황현이 온 이유로 현장 분위기는 더 긴장됐다. 기황현이가 스쳐 지나가면 그 주변 공기가 다 뺏긴 것처럼 숨이 막혔다. 그의 기에 빠져 마음 약한
이도현은 형수가 차린 밥상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밥을 먹다가 문제라도 생길까 봐 다급하게 말했다.“형수, 저 먹고 왔어요! 번거롭게 차리지 않으셔도 돼요!”이도현은 말을 마치고 급히 노문호에게 눈길을 돌렸다.그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수유 중인 형수의 가슴이 너무도 풍만하여 이도현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 기세는 이도현이 침을 놓을 때보다 더 매서웠다.“노 선생, 그동안 잘 계셨나요? 집안에도 별일 없으시죠?”이도현은 급히 화제를 돌렸다.“그럼요, 무탈합니다! 그저 한의원이 너무 바쁠 따름이죠. 게다가 도현 씨의 명성이 자자하여 한동안 많은 사람이 도현 씨의 명성을 듣고 찾아왔다가 없다니까 그냥 돌아갔어요.”“그래도 우리 한의원이 이제 많이 유명해져서 예전보다 훨씬 바빠졌어요. 도현 씨가 오지 않았더라면 이 늙은 몸이 곧 쓰러졌을 거예요.”“좋은 소식이네요. 이건 노 선생의 의술이 뛰어나기에 백성들이 다 믿고 맡긴다는 거잖아요.”이도현이 웃으며 대답했다.“에잇! 놀리지 말아요! 저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도현 씨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가서 좀 쉬다가 일하러 와요! 저는 계속 일해야 하니까 이만 가볼게요. 도현 씨가 돌아온 걸 축하할 겸 우리 저녁에 영식이네 집에 모여서 밥 먹어요!”“그... 괜찮을까요? 또 형수를 귀찮게 해야 하는데.”솔직히 말해서, 이도현은 형수 집에 가서 밥 먹고 싶지 않았다. 형수의 요리가 맛없는 것도 아니고, 꽃무늬 이불이 푹신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그저 형수가 무서울 뿐이었다.“귀찮을 게 뭐 있어요. 도현 씨는 아이의 양아버지이고, 한집안 식구끼리 이런 말을 하면 섭섭하죠! 계속 그런 말을 하면 저희를 무시하는 거로 여길 거예요!”이도현이 거절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형수가 다급하게 말했다.이도현은 형수가 다급하게 그런 말까지 하는 것을 보고 더는 거절하지 못했다. 더 거절하면 그가 찔리는 것이 있어서 초대에 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도현 씨, 현진
“이것 봐! 내가 뭐라고 했어! 내가 방금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했지. 이 젊은이는 부귀의 상이고 걸음걸이도 씩씩한 데다가 온몸에서 은은한 보라색 빛을 반짝이고 있어. 딱 봐도 부귀영화를 누릴 상이지, 절대 그렇게 소질 없는 사람이 아니야! 이제야 믿겠어? 내 말이 맞는다는 거!”제일 먼저 반응한 할아버지께서 나서서 이도현을 가리키며 듣기 좋은 단어만 골라서 칭찬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계속 입을 삐죽거렸다. 바로 이 할아버지께서 조금 전까지 그를 파렴치한으로 몰았는데, 지금에 와서 말을 바꾸다니 참으로 낯가죽이 두꺼운 사람이었다.“그러니까! 나도 그랬지. 이 젊은이는 딱 봐도 복이 있고 부귀한 사람이라고. 근데 너희는 귓등으로 듣기만 했어!”다른 사람도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이신의, 만나서 반갑네. 난 이춘식이야. 우리 같은 이씨로서 오백 년 전에 한 가족이었을 거야. 넌 정말 우리 이씨 가문에 큰 체면을 세워줬어!”“이신의, 난 김두만이라 하고 나의 외할아버지도 성이 이씨야. 우리도 한 집안이라고 볼 수 있어!”“이신의, 나도 이씨 성을 가진 외할아버지가 있는데, 자네와 똑같이 생겼어!”수염이 새하얗고 이가 싹 빠진 한 할아버지가 말했다.이도현은 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몸을 파르르 떨었다.‘연세가 이렇게 많으신 분이라면 이분의 외할아버지는 진작에 돌아가셨을 건데, 이렇게 나와 친한 척한다고! 자기 외할아버지더러 날 저승으로 데려가라는 거야 뭐야!’ “퉤! 뻔뻔스럽기는! 고아 주제에 어디 감히 외할아버지가 있다고 이신의와 친한 척하려고 해! 우리 어머니의 외할아버지야말로 이씨야!”뻔뻔한 사람이 또 한 명 나타났다.이도현은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었다. 이 어르신들이 너무 무서웠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할뿐더러 그럴듯하게 말하여 진짜인 줄 알았다. 이것도 모종의 경지라고 볼 수 있는 정도였다.이도현은 황급히 한의원 안으로 도망쳤고 그제야 고요함을 되찾았다.“도현 씨, 돌아왔군요! 하하하... 이 자식, 왜 이제야 돌아왔
이도현은 더는 말을 하지 못하고 쭈뼛쭈뼛하게 내디딘 걸음을 도로 거두었다. 그는 성급 고수보다 눈앞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이도현이 자신이 이곳의 의사라고 설명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노영식이 한 할머니를 부축하면서 걸어 나왔다.“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만 떠드세요! 다 진료해드릴 테니까 새치기하지 말고 줄 서서 기다리세요.”“신의 양반, 우리가 진료 보는 데 방해하려고 떠들어댄 것이 아니라, 반반하게 생긴 도시 사람이 염치없이 새치기하려고 해! 규칙을 어기려고 해!”한 할아버지가 울분을 터뜨리며 말했다.이도현은 이 말을 듣고 얼굴색이 확 어두워졌다.‘이런! 내가 언제 염치없이 굴었어?’“새치기! 누가 새치기했어요?”노영식이 물었다.“이 사람이요!”“바로 저 젊은이예요. 도덕심이라고는 일도 없어요!”“맞아요! 염치가 전혀 없어요! 우리가 온 오전 줄을 서도 새치기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저 사람은 오자마자 새치기했어요. 그러고도 도시 사람이라고! 퉤!”또 한차례의 비난을 받은 이도현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그냥 들어가서 일하려는 것뿐인데,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잠깐 사이에 벌써 세 번이나 욕을 먹었어. 게다가 한의원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욕먹을 일인가? 설사 내가 진짜 진료받으러 왔다고 해도, 새치기하면 어때서? 한번 욕하면 그만이지, 끝없이 욕할 줄이야. 시골 사람이 제일 순박하다고 들었건만 왜 이 어르신들은 이렇게 다르지?’“이도현 씨... 돌아왔어요...”노영식은 이도현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기뻐하며 그에게 달려갔다.이도현은 손을 뻗으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는 오늘 운이 안 좋았다.“언제 돌아온 거예요? 미리 전화하지 그랬어요. 저희가 알았으면 마중하러 가는 건데! 어서... 안으로 들어가요... 삼촌이 이도현 씨를 오랫동안 그렸어요... 그리고 저의 아내도 거의 매일 밤 이도현 씨 얘기를 했어요. 도현 씨가 돌아오기만 하면 아이의 양아버지로 모시겠다고!”노영식은 감
조금 거친 섬섬옥수로 능수능란하게 계산기를 눌렀는데 그런 진지한 모습이 여자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듯했다.그 여자는 다름 아닌 노영식의 아내, 이도현의 형수였다.한의원이 확실히 아주 바빠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아이를 낳은 지 몇 달도 안 되는 형수가 이렇게 나와서 일을 도울 리 없었다.그러나 형수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한 것을 보아하니 그녀가 이 일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 수 있었다.하긴 한의원에서 일하면 한 달에 오십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고 게다가 지금 월급이 올랐을지도 모른다. 이건 농촌에 있어서 아주 훌륭한 일자리였다.그리고 지금 부부가 모두 한의원에서 일하기에 한 달에 최소 백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정도는 무조건 농촌에서 고소득이라고 볼 수 있었다.더군다나 부부가 다 저녁에 집에 돌아가서 가정을 돌볼 수 있었다. 일도 지체하지 않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이 일자리는 그야말로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것 못지않았다.이도현은 이 부부가 하는 일이 마을 사람들의 부러움을 잔뜩 받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미 질투에 눈이 멀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이 부부도 충분히 빡세게 살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형수는 아이를 낳은 지 겨우 몇 달밖에 안 되는데 벌써 일하러 나왔다.백성들은 역시나 응석받이로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1년은 쉬었을 것이었다.물론 도시 사람들의 생활 조건이 좋으니 휴식을 많이 취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거 아니겠어?이도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의원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겨우 두 발짝 걸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그를 불러 세웠다.“에잇! 거기! 앞에 총각! 너 뭐 하는 거야! 양심이 있다면 뒤에 가서 줄을 서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 서고 있는 게 안 보이냐? 빨리 가서 줄 서!”“맞아! 맞아! 뒤에 가서 줄 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을 서는 거 못 봤냐! 어디서 새치기야! 뒤에 가서 얌전히 줄 서! 참! 요
이도현은 이 가족의 감사 인사를 마다하고는 남자에게 앞으로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신앙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지나치지 않는 것이 좋다.어떤 일이든 도가 지나치면 본연의 가치를 잃기도 하는데 좋은 마음에서 출발한 일도 나쁜 일로 만들 수 있었다.특히 이번 일처럼, 만일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면 그것은 신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해치는 것이었다.이튿날 아침이 되자마자 남자는 사람을 불러 아내와 아이를 들것에 싣고 산에서 내려왔다. 떠날 때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절의 스님을 쳐다보았다.그 표정은 마치 앞으로는 이곳에 두 번 다시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고, 돈을 어디에 쓰든 절대 너희 같은 양심 없는 가짜 스님에게 바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이도현도 떠나갔다. 그는 재물을 탐내고 하마터면 사람까지 죽일 뻔한 이곳에 1분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머무르다가 사람을 죽이고 싶어질까 두려웠다.물론 그는 아무것도 폭로하지 않았다. 마치 하늘과 땅에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이 있는 것처럼, 이 세상에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기 마련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천지의 도리를 이루었다.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도 있는 법이었다. 만약 모두가 좋은 사람이라면 이 세상은 완전하지 못할 것이었다.만물이 존재하는 데는 그만한 도리가 있는 법이고, 하물며 나쁜 사람은 그들보다 한층 더 나쁜 사람에게 응징받을 것이기에 이도현은 쓸데없는 일에 참견할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이도현이 보기에는 이 스님들이 구제 불능한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어젯밤 이도현이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면 임산부는 결국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었다. 게다가 스님이 이 모든 것을 초래한 것도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결국은 여자의 남편이 너무 미신을 믿어서 출산을 앞둔 아내를 데리고 부처님께 예배드리러 왔다가 이런 일이 생겼던 것이었다.누가 옳은지 그른지, 또 누구의 책임인지 분명히 따질 수 없었다. 다행
이게 그들이 말한 보호란 말인가! 보호해 준다고 해놓고, 아내는 이 절에서 죽을 뻔했다니.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 남자는 정말 후회스러웠다. 과거의 자신이 그저 미련한 바보 같았다. 자신의 월급 절반을 절에 바치고 돈을 그렇게 냈는데, 결과가 이 모양이었다. 바로 그때, 막 정신을 차린 여자가 배를 움켜잡고 비명을 질렀다. “여보. 나 배가 너무 아파. 아마 곧 낳을 것 같아. 여보 나 좀 살려줘.” 이도현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휴. 하느님! 당신이 나를 이렇게 시험에 들게 하시나요!” 그는 미칠 것만 같았다. 의술은 자신 있지만, 출산 경험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그는 남자다. 그러나 여기에서 의사라곤 그 혼자뿐이었다.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이 일은 그의 몫이었다. “세상에 대체 어떻게 이 타이밍에 애를 낳겠다는 거야? 조금만 더 참아서 내일 병원에서 낳으면 안 되나? 이 시점에서 출산이라니, 너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거 아니야?” 이도현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건 단순한 치료가 아니다. 그는 해본 적도 없는 출산을 도와야 했다. “신의여! 제발 제 아내를 구해주세요! 그녀가 곧 아이를 낳아요!” 남자는 이도현 앞에 달려와 애원했다. “어서 뜨거운 물을 다시 준비해라. 정말 너희 집안에 큰 빚을 져서 갚는 것 같은 기분이다! 너는 남고 나머지는 다 나가라!” 이도현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네.”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말을 못 하고 급히 방을 나갔고, 겁먹은 동생만 남았다. “뭐 하려고 멀뚱히 서 있어! 얼른 산모의 바지를 내려! 안 내리면 입으로 애를 낳게 하려는 거야? 아이고! 너도 여자이면서 아무것도 모르냐?” 이도현은 짜증을 내며 그녀를 나무랐다. 당황한 여자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언니의 바지를 내렸다.그 후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침대 시트로 여인의 하체를 가렸다. 그는 여인에게 침을 놓으며 기를 돌게 했다. 정신없이 손을 움직인 지 약 30분
어떤 것들은 정말 믿을 수밖에 없다. 특히 여러 번 그런 경험을 한 이도현은 지금은 깊이 믿게 되었다. 이런 것들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행히 이도현은 얼마 전 주씨의 아내와 그의 장인과 관련된 일을 겪고 나서, 미리 대비해 몇 가지 부적을 더 준비해 두었다. 음양탑에 보관해 두면 급하게 필요할 때 주사와 황지를 찾아다녀야 했다. 주사는 약국이나 특수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이 집에 비축해 둘 법한 물건이다. 그러니 대비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지금처럼 바로 쓸 수 있게 말이다. 이도현은 임산부의 동생을 돌려세우고 그녀를 방에서 잠시 나가게 한 후, 황색 부적 한 장을 꺼내 임산부의 몸에 대고 몇 번 그리며 주문을 중얼거렸다. 임산부의 기운이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지자, 그는 비로소 멈췄다. 이 과정을 거친 그는 상당히 지쳤다. 몇십 분 동안 정신과 체력이 크게 소모되어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제 언니는 어떤가요? 왜 아직 깨어나지 않는 거죠?” 여동생은 이도현의 치료가 끝나자 조급히 물었다. “나는 의사이지, 신선이 아니야. 모든 일에는 과정이 있는 법이야. 가서 그녀의 남편을 불러 몸을 따뜻한 물로 닦아 주게 해.” 이도현은 피곤한 얼굴로 답했다. 그의 의술은 뛰어났지만, 이 여인의 상태는 이미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것은 억지로 생명을 구하는 것이었고, 마치 염라대왕과 생명을 놓고 다투는 것과 같았다. 만약 그렇게 빨리 효과가 난다면, 그는 진정 신선이 된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여동생은 무언가 할 말이 있었지만, 방금 이도현이 보인 위엄을 떠올리며 입을 다물고 언니의 남편을 불러왔다. 두 사람은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여인의 몸을 따뜻한 물로 닦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 덕분에 여인의 미약했던 숨소리가 점차 강해지더니, 마침내 여인이 신음하며 눈을 떴다. “살았다! 내 아내가 살아났어. 그녀가 죽지 않았어.” 남자의 격한 말에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
곧 이도현의 차가운 시선이 절 안의 스님들에게 향했다. 그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사람을 살리는 동안 방해라도 한다면, 즉시 지옥으로 보내주겠다!”“내가 할 말은 여기까지다. 너희들이 듣든 말든 상관없지만, 감히 방해하려 한다면, 그 순간 너희의 마지막이 될 거다!”이도현은 말을 마치며 손을 휘저어 은침 하나를 던졌다. 은침은 대전 앞에 서 있는 돌사자를 명중했다.쿵!큰 소리와 함께, 거대한 돌사자가 순식간에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이 광경을 본 절의 스님들은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서 있다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방금까지 하고 있던 생각들은 한순간에 머리 속에서 사라지고, 마치 귀신을 본 듯한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뒤로 물러섰다.이 정도로 강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작은 침 하나를 사용했을 뿐인데 돌사자가 산산이 부서져 버리다니, 이게 그들의 몸에 닿기라도 한다면 무사할 리 없었다.아무리 그들이 뚱뚱하다 해도 이런 강한 힘을 버틸 수는 없었다.“뭘 멍하니 서 있느냐! 빨리 방을 찾아서 이 사람을 안으로 옮겨!” 이도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이도현의 위압적인 분위기 아래, 스님 몇 명이 거의 숨이 끊어질 듯한 여인을 한 방으로 옮겨놓았다.“모두 나가라! 그리고 따뜻한 물을 준비해라. 내 허락 없이 누구도 들어오면 안 돼!”“너는 따라 들어와라!” 이도현은 사람들 가운데 있는 한 여인을 가리켰다. 아마도 이 부부의 친척일 터였다.“저요?” 여인은 자신을 가리키며 놀란 듯 물었다.“들어와! 내가 하는 말 잘 듣고 따라 해! 산모와 어떤 사이냐?” 이도현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그녀는 제 언니예요.” 여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방금 돌사자를 산산조각 내는 이도현의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몸을 떨고 있었다.대답을 들은 이도현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여인을 한 번 더 보고, 남편을 보며 더욱 할 말을 잃었다.아내가 이 지경인데,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아내와 처제를 데리고 산속으로 오다니, 대체
“스님. 제 아내는 아직 죽지 않았어요! 심장이 뛰고 있어요! 제발 그녀를 살려주세요...”남자는 거의 무너질 듯한 목소리로 떨며 외쳤다.보아하니, 아내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 같았다. 그런데 왜 이 사람은 이런 스님들을 믿는 걸까? 그리고 아내가 이렇게 배가 부른데, 병원이 아닌 이 산으로 온 이유는 뭘까?요즘 같은 시대에 아이를 낳으면서 병원에 안 가는 경우가 있을까? 산간 마을이라고 해도 최소한 마을 의사나 경험 많은 산파나 어르신을 부르기라도 할 것이다.이 남자는 참으로 용감한 건지 무모한 건지, 아내를 데리고 이 깊은 산속에 와서 아이를 낳으려 하다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걸까.“아미타불! 시주님, 이 여 시주는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음을 편히 하세요. 이번 생의 죄업은 이미 갚았고, 업보도 끝났으니, 다음 생엔 반드시 큰 부귀와 건강을 누릴 것입니다!”“시주님, 이제 길을 비켜주세요. 이 썩은 껍데기를 태워버리게 해주세요. 아미타불, 꽃이 피고 지고, 사람이 나고 죽고,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생로병사는 모두 정해진 법입니다. 이 모두가 전생의 업이고 현세의 결과입니다. 시주님, 왜 그리 집착하십니까?”스님은 두 손을 합장하고 눈을 감고선 진지한 표정으로 계속 중얼거렸다. 이를 본 이도현은 속이 끓어올랐다. 대체 이게 무슨 허튼소리인가.스님의 신호를 받고, 젊고 힘센 스님 몇 명이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남자를 억지로 끌어올렸다. 그리고는 여인을 다른 곳으로 옮겨 불태우려는 참이었다.이쯤 되자, 이도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이건 두 생명이 달린 일인데, 이렇게 두고 볼 수는 없었다.“멈춰!” 이도현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치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단번에 여인을 태우려는 스님들을 발로 차며 막아섰다.“뭐 하는 거에요!” 여인을 태우려던 스님이 분노하며 소리쳤다.“뭐 하는 거냐고? 사람을 구하려는 거지. 저 여인은 아직 죽지 않았는데도 네가 사람을 태우려 하니, 정말 출가한 사람 맞는 거냐? 출가한 자는 자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