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했어. 다 망했어. 우리 장씨 가문은 이제 완전히 망했어. 도대체 왜? 왜 이렇게 된 거야? 내가 누구를 건드렸는데? 도대체 누구를?”장국진은 절망한 얼굴로 핸드폰을 내팽개치고는 땅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혼이 나간 사람 같았다.“아버지, 우리 이제 어떡해요? 되돌릴 방법이 없을까요? 이렇게 손 놓고 있다가는 정말 끝장이에요.”장국진의 아들이 큰 소리로 말했다.“방법? 우리가 무슨 방법이 있어. 한씨 가문과 오씨 가문에서 작정하고 우리를 겨냥한 이상, 살아남을 방법이 없어. 우리 장씨 가문뿐만 아니라, 염국의 임의의 가문에서 한씨 가문과 오씨 가문에게 쌍으로 당한다면 다 감당해내지 못할 거야. 그냥 죽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어.”장국진은 죽음을 앞둔 사람처럼 핏기 하나 없는 창백한 얼굴로 장병철을 멍하니 바라보며 말했다.장씨 가문의 세세 대대가 수십 년간 분투해온 노력이 불과 몇 시간 만에 수포가 되었다. 그는 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비록 부자의 수중에 아직 20%의 주식이 있지만, 별소용이 없었다. 한씨 가문과 오씨 가문은 이미 각각 40%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었다.둘 중 어느 가문이 나서든 다 장씨 가문을 철저히 짓밟아 버릴 수 있었다.“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한씨 가문과 오씨 가문에서 손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의 주가는 이미 마이너스로 떨어졌습니다. 이러다가 저희 정말 망합니다.”한 팀장이 말했다.“아버지, 어서... 어서 그 사람들을 부르세요. 그들은 자신이 신선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어쩌면 우리에게 도움 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 사람들 가진 거 많잖아요. 우리를 돕는다면 장씨 가문이 망하지 않을 수 있을 거예요. 아버지, 빨리 전화해 보세요.”아들의 말을 듣고 장국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눈빛이 확 살아나더니 급히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주워 전화 한 통을 걸었다.“형님. 살려주십시오, 형님. 제발 이번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누군가가 우리 장씨 가문을 망가뜨리려고 합니다. 제발
“하하하. 우리가 바라던 바잖아. 이날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드디어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갈 수 있겠구나. 이 짐승 같은 놈을 찾기 이렇게 힘들 줄 누가 알았겠어. 이놈이 양택균을 구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도저히 그가 이딴 외진 곳에 와서 한의사 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을 거야.”“고수라는 놈이 이렇게 잠자코 있을 줄이야. 심성이 참 좋아. 근데 안타깝게도 폐하를 건드린 이상 지옥에 갈 수밖에 없어.”“가자. 지금 가서 그놈을 처리하면 우리는 돌아갈 수 있어.”“셋째야, 그렇게 빨리 돌아가고 싶냐? 난 오히려 이 세속 세계가 좋은데. 여기에선 우리가 왕이잖아. 여자가 매일 바뀌지, 놀고 싶은 대로 놀 수 있지. 그리고 커다란 집, 푹신한 침대, 얼마나 편안해. 특히 저 크고 푹신한 침대에서 여자와 뒹구는 게 너무 좋은 거 있지. 아마 우리 폐하도 이런 것을 즐기지 못했을 거야. 난 정말 돌아가고 싶지 않아.”“둘째야. 세속 세계에 있는 동안 너의 도심이 많이 망가졌구나. 다 부질없는 것들이야. 우리는 일반인의 것을 재미만 보고 결국에는 무도를 높여야 해.”“우리가 이번에 이도현의 머리를 꺾어서 가져가기만 하면 폐하께서 반드시 큰 보상을 내려주실 거야. 그러면 공법과 물자를 수련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거야. 만약 폐하께서 기분이 좋아 우리 삼 형제에게 벼슬을 주신다면 우리는 자기 관할지가 생기고 더는 물자 수련을 걱정하지 않아도 돼.”“그때가 되면, 우리에게는 자원도 있고 공법도 있어. 열심히 수련하기만 하면 공력을 한 단계 더 돌파해서 성급 중기까지 도달할 수 있을 거야. 그러면 갖고 싶은 걸 다 가질 수 있는데, 그깟 미녀가 없을 것 같아? 마음대로 놀아도 돼. 미녀 무사는 일반인 여자들보다 수백 배는 좋을 거야. 여기서는 그냥 재미만 봐.”“맞아. 큰형 말이 맞아. 우리 형제의 목표는 고무계에서 자기 땅을 갖고 그곳을 제패한 후 인생을 즐기면서 무도를 깨닫는 거야. 이 세속 세계에 오래 머무르면 안 돼. 절대로 미련을 두지 마.”셋째가
이때 헬기 한 대가 금성의 상공을 선회하고 있었다. 헬기는 장씨 가문의 회사 본부에 이르러 건물 꼭대기에 천천히 착륙했다.소형 헬기였고 위에는 신영 전투 부대의 표시가 있었다. 이런 표시가 있는 비행기는 염경을 제외한 염국의 모든 도시를 비행할 수 있었다.“각하, 여기가 바로 금성 장씨 가문의 회사 본부입니다.”비행기 조종사가 이도현에게 공손히 말했다.“그래요. 수고했어요. 이제 들어가 보세요. 그리고 돌아가서 성존을 찾아 보상을 받으세요. 제가 시켰다고 하면 돼요.”이도현은 조종사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감사합니다, 각하. 각하를 복무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큰 영광입니다. 보상은 바라지 않습니다.”조종사는 한껏 놀란 얼굴로 말했다.방금 조종사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는 이도현을 위해 헬기를 조종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이도현이 어떤 인물인가, 그는 신영 전투 부대에서 신과 같은 존재이고 모든 병사의 우상이었다.특히 이도현의 싸움을 지켜본 적이 있는 병사들은 그를 맹목적으로 숭배할 정도였다.게다가 이도현의 행적이 추가되면서 그들은 그를 더욱 숭배하게 되었다.이도현이 헬기를 신청할 때마다 온 신영 전투 부대의 조종사들이 발을 벗고 나섰다. 이도현을 위해 헬기를 조종하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무척 영예로운 일이었다.“잘할 수 있을 거니까 열심히 해봐요. 조심해서 들어가요.”이도현이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헬기는 이도현의 주시하에 천천히 이륙해서 떠나갔다.바로 그때 장씨 가문 회사 본부의 36층에서 장국진은 조상을 맞이하듯 고무계의 삼 형제를 맞아들였다.장씨 가문의 회사 건물은 총 36층이었는데 맨 위의 2층은 외부인이 절대 드나들 수 없는 곳이었다. 장국진의 허락이 없이는 누구도 들어올 수 없었다. 그의 두 아들도 예외가 없었다.이 맨 위의 두 층에는 수백 명의 미녀가 살고 있었다. 모두 전국 각지에서 선발한 노래, 춤, 악기, 서예 등 방방 면면에서 뛰어난 미녀들이었다.이 여자들의 나이는 18세에서 23
“흥. 뭐가 그리 급해. 장씨 가문의 그깟 돈도 돈이라고. 알려줄게. 널 건드린 사람은 이도현 그 짐승 같은 녀석이야. 한씨 가문의 계집애가 말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도 바로 이도현 그 녀석이야.”“그 녀석을 해치우기만 하면 다른 일도 모두 해결될 수 있어. 알겠어? 이 쓸모없는 놈아.”권영이는 장국진을 덥석 들어 올리면서 거칠게 말했다.장국진은 그들의 이런 거친 손길에 익숙하여 별로 겁먹지 않았고 그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형님 말이 맞습니다. 이제 형님들만 믿고 따르겠습니다.”“둘째야. 너무 거칠게 굴지 마. 동생이 놀라겠다.”권영일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국진의 옷깃을 정리해주고는 그를 소파에 눌러 앉혔다.“동생. 너무 걱정하지 마. 먼저 이도현을 해결한 뒤 단김에 양씨 가문까지 처리해 줄게. 그러고 나서 한씨 가문과 오씨 가문도 해결해줄 테니 결국 그들의 산업은 모두 네 것이 될 거야.”“그때가 되면 네 산업뿐만 아니라 이 몇 개 가문의 산업도 다 네 것이 되는 거야. 어때?”“정말... 정말인가요? 권일 형님, 방금 하신 말씀이 다 정말인가요?”장국진은 그들의 큰 그림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네가 우리 말을 잘 듣기만 한다면 이런 세속적인 물건은 다 네 것이 될 거야. 우린 이도현 그놈의 머리를 땋으면 바로 떠날 거니까 나머지 물건은 너에게 물려줄 수밖에 없어. 그때 가서 잘 해봐. 그리고 잊지 말고 우리 삼 형제를 잘 받들기만 하면 돼.”권영이가 음탕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저는 반드시 형님들을 공손하게 받들 겁니다. 형님들은 저의 친아버지나 다름없으니 조상을 받드는 것보다 더 공손하게 받들겠습니다.”“만약 제가 정말로 한씨 가문과 오씨 가문의 산업을 얻게 된다면 저를 마음껏 부려먹어도 됩니다. 열일곱 열여덟 되는 이쁜 아가씨들. 매일 매일 다른 얼굴로 형님 세 분께 받치겠습니다. 형님들이 하늘에 있는 선녀를 원한다고 해도 꼭 준비해 드리겠습니다.”장국진은 격동한 나머지 횡설수설하며 자신의 고마운 심정을 애써
“너... 너 뭐 하는 놈이야?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쳐들어와.”장국진은 어리둥절한 채 창문으로 뛰어 들어온 사람을 보고 화를 냈다. 무려 36층을 아무런 보조 장치도 없이 뛰어 들어왔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방금까지 내 머리를 잘라서 이 사람들에게 주겠다고 하지 않았어? 내가 제 발로 이렇게 찾아왔는데 어디 한번 잘라 봐.”이도현은 경멸의 말투로 말했다.“너... 너... 너가 바로 우리 형님들이 찾던 그 이도현이야?”장국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도현을 보며 물었다.“그래. 내가 바로 이도현이다.”이도현은 장국진의 말에 대답했지만, 그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이도현의 눈에 장국진은 작은 개미에 불과했다. 그는 식은 죽 먹기로 장국진을 죽일 수 있었다.이 방에 발을 들여서부터 이도현은 시종 권씨 삼 형제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세 사람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주현진을 때린 사람의 기운과 같았다. 게다가 양택균의 체내에 있던 기운과도 같았다.“너희 세 명이 바로 그 여자를 때린 놈들이로구나. 성급 강자나 되는 사람이 어떻게 일반인에게 무력을 쓸 수가 있어? 너무 비겁하다는 생각이 안 들던가?”“세 사람같이 강한 존재가 연약한 여자에게 죽을힘을 쓰다니. 그러고도 사람이야? 짐승 같은 놈들, 너희 세 사람에게 인간성이 조금이라고 남아있기는 해?”이도현은 쌀쌀한 눈빛으로 삼 형제를 바라보며 차가운 말투로 욕설을 퍼부었다.“어디 감히. 이 녀석, 어디서 죽으려고 감히 우리 세 형님에게 망언을 내뱉어? 죽으려고 작정했나? 딱 기다려. 내가 네 놈을 죽여줄 테니까.”장국진은 세 형님에게 잘 보일 기회를 잡기라고 한 듯 용감하게 앞으로 나서더니 이도현을 향해 삿대질하며 욕했다.“무식한 놈. 죽어라...”이도현은 당연히 죽으려고 덤벼드는 사람을 봐주지 않았다. 그는 다리를 들어 장국진을 향해 한발 걷어차자 멀리 날아갔다.쿵.커다란 소리와 함께 장국진은 벽에 박혔고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그는 죽기
말이 끝나자마자 이도현은 이미 권영이의 앞에 나타났다.아무런 예고도 없이 주먹을 휘둘러 권영이의 가슴을 후려쳤다. 거대한 힘은 권영이를 저 멀리 날려 보냈다.“뭐야?”권영일과 권영삼 두 사람은 이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들은 눈앞의 현실을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이럴 수가. 둘째가...”형제들은 놀라움을 뒤로하고 재빨리 권영이의 곁으로 다가갔다. 두 사람은 권영이가 끊임없이 피를 토하는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들은 모두 성급 강자였고 무도계에서 최정상에 달하는 무사였는데 이도현의 주먹 한 방에 이 지경이 되다니.그들은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자식. 너 도대체 경지가 뭐야? 네가 어떻게...”권영일은 권영이에게 진기를 넣어 그의 상처를 억제해주면서 놀란 말투로 이도현에게 물었다.“목숨이 위태로운 이 와중에 뭘 꼬치꼬치 캐물어?”이도현은 장난을 치며 대꾸하고는 급히 공격을 날리지 않았다.“짐승 같은 자식. 너무 건방지게 굴지 마. 곧 너에게 성급 강자를 화나게 하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주지.”권영삼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고 이도현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말했다.“그래? 기다리고 있을게. 그런데 네 형제는 아마도 그걸 영원히 보지 못할 것 같구나. 그놈이 너희에게 서프라이즈를 줄 거야.”이도현은 말하면서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손으로 확대하는 포즈를 취했다.손짓을 멈추자, 피를 토하던 권영이는 갑자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권영이의 몸이 터져버렸다.새빨간 피와 살 조각들은 순식간에 권영일과 권영삼을 피투성이로 만들었다.두 사람의 몸은 권영이의 피로 붉게 물들었다. 그 장면은 정말 역겹고 무서웠다.“둘째야...”“둘째 형...”“아... 어떻게 이럴 수가...”권영일과 권영삼은 바닥에 널브러진 살 조각을 보고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막심한 슬픔이 용솟음치자 그들도 피를 토했다. 자신의 형제가 살 조각이 되는 전반 과정을 지켜본 두 사람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
권영삼이 자신의 이 한 방으로 이도현의 머리를 깨뜨릴 수 있을 거로 생각하던 그때, 그는 주먹이 상대방의 머리에서 몇 센티 떨어진 곳에서 멈춘 채 더 내려가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다.마치 이도현의 머리 위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처럼, 아무리 애를 써도 그의 주먹은 이도현의 머리에 닿지 않았다.“너... 보호 정기를 쓰고 있는 거야?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 있어?”권영삼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눈앞의 현실을 부정했다.보호 정기! 그것은 전설 같은 물건이었고 기회와 인연이 딱 들어맞아야 수련해 낼 수 있는 것이었다. 수만 명의 무사 중에 기껏해야 1명이 보호 정기를 수련해낼 수 있었다.여기서 말한 보호 정기는 무사가 내력을 사용하여 체외에 보호막을 형성하는 정기가 아니었다.비록 두 정기는 같은 이름이지만, 양자 간의 차이는 정말 천지 차였다. 무사라면 다 내력으로 보호 정기를 형성할 수 있었다. 내공이 높고 낮음에 따라 형성하는 보호 정기의 강도도 달랐다.천급 무사와 성급 강자의 보호 정기만 해도 큰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내공이 같은 경지에서 형성한 보호 정기는 아무런 보호 작용이 없었다.그렇기에 내력으로 형성한 보호 정기는 자기보다 내공이 낮은 사람에게만 소용이 있지, 자기보다 내공이 강한 사람 앞에서는 고무풍선처럼 쉽게 터졌다.하지만 이도현이 지금 내뿜고 있는 정기는 내력으로 형성한 정기와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건 무도를 접한 뒤 스스로 깨닫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일종의 심오하고 오묘한 것이었다.이런 정기를 깨우칠 수 있는 건 오로지 본인의 깨달음과 운에 맡겨야 했다. 다시 말해서 이런 보호 정기를 깨우치려면 타고난 재능과 기회, 이 두 개 중 어느 한 개가 부족해도 안 되었다.“안 될 것도 없지. 죽어.”이도현은 비아냥거리며 냉소를 짓더니 권영삼의 가슴을 향해 세게 주먹을 날렸다.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권영삼의 등 뒤에 갑자기 한 줄기 피안개가 터져 나왔다.이도현의 이 주먹은 권영
이도현의 강대함을 인지한 후 권영일은 또 많은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이도현이 왜 구황자를 죽일 수 있는지 이해했다.구황자의 곁에 분명 강대한 고수 2명이 호위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다 죽었다.권영일은 그제야 모든 것을 깨닫고 후회막심했다. 형제들이 욕심을 부리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었다.욕심이 없었더라면 이 임무를 받지도, 그리고 자신의 두 동생이 비참하게 죽는 일도 없었다.그러나 지금 후회한다고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동생을 죽인 이 원수는 꼭 갚아야 했다.“죽일 놈아. 네 경지가 무엇이든 간에 나의 두 동생을 죽인 이상 넌 오늘 반드시 내 손안에 죽어야 해.”권영일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독기 품은 눈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면서 한 글자씩 내뱉었다.“너한테 그런 재주가 있기는 하고?”이도현은 경멸에 찬 말투로 말했다.“내 동생을 죽인 대가가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주마.”권영일은 새빨개진 눈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몸에서 살벌한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이 기운이 계속 커지면서 권영일의 몸은 은은하게 피안개가 타오르는 것 같았는데 사람에게 아주 이상한 느낌을 주었다.이도현은 그것이 정혈을 불태우는 듯한 공법이라는 것을 제대로 보아냈다. 권영일은 지금 목숨을 걸고 이도현에게 달려들 작정이었다.하지만 이도현은 전혀 두렵지 않았고 급히 공격할 생각도 없었다. 그는 제자리에 선 채 권영일의 동작을 지켜보았다. 이도현은 권영일이 자신의 정혈과 목숨을 태워 가는 이 공법으로 얼마나 많은 힘을 끌어모을 수 있는지 두고 볼 생각이었다.짧디짧은 몇 초 사이에 권영일은 혈마처럼 온몸에 혈기가 흘러넘쳤고 기운도 점점 강해졌다. 무서운 힘이 그의 몸에서 들끓고 있었다.곧이어 권영일은 갑자기 소리를 한번 지르더니 이도현을 향해 탄알처럼 달려들었다.“짐승 같은 놈. 목숨 내놔라.”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권영일을 보며 이도현은 시사한 웃음을 지었다.“이게 끝이야? 난 또 얼마나 굉장한 기술을 쓰나 했네. 고작 이 정도야?”“그냥 쓰레기잖아.”말
무왕 송천석의 부서진 시체를 안고 있는 전왕 송천훈은 잠시 깊은 슬픔에 잠겼다가 갑자기 하늘을 향해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 “아... 천석아! 형제여, 너무 고통스럽구나!” “이도현! 이 자식! 네 목숨을 내가 거두겠다! 이 왕은 네 피로 피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죽어라...” 전왕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치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두 손을 가슴 앞에 휘저은 후 손가락 열 개가 이도현을 향해 날아갔다. 그의 손끝에서 여덟 개의 검기가 발사되었고 각기 다른 색깔의 여덟 개의 빛이 이도현을 향해 날아가며 그 위력은 하늘과 땅의 색을 바꿀 만큼 강력했다. 이도현은 전왕의 공격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경멸하면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말만 화려하고 보기에는 그럴싸하지만 사실은 허황된 장식일 뿐이다! 오색신광도 그저 이런 수준에 불과하다!” “오늘 내가 진정한 오행의 검을 보여주겠다! 무엇이 천적인지 보여주지!” 말이 끝나자 이도현의 몸에서 강력한 기운이 폭발했다. 손에 쥔 음양검에서 검 붉은색의 빛이 오행검술의 영향을 받으며 금색,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노란색의 다섯 가지 색으로 변했다. 이 다섯 가지 색깔은 금속, 불, 나무, 물, 흙의 오행을 의미했다. 오행검술의 궁극적인 비밀은 이 오행의 힘을 검술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했다. 이도현의 몸에서 강력한 기운이 증폭되었고 음양검 위에서 오행의 색이 확장되면서 오행 지물들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빛 속의 허상에서는 금이 울리고 푸른 물이 춤추며 굳은 땅이 흔들리고 불꽃이 타오르며 초록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자라는 모습이 보였다. 오행의 현상이 이도현이 오행검술을 극한까지 끌어낼 때 그의 몸에서 나타났다. 그 순간, 이도현을 중심으로 이 세상의 기운이 움직이며 마치 오행의 기운이 그의 몸으로 모여드는 것 같았다. 이도현은 신성한 존재처럼 몸에서 신성한 빛을 뿜어내며 그의 강력한 위엄은 이미 두려워 떨고 있던 병사들마저 극도로 공포에 몰아넣었다. 전왕
“저 자식을 처단하라!” 전왕이 한마디 외쳤다. 무왕은 바로 세 손가락을 펴서 세 개의 검기를 그의 손끝에서 발산했다. 세 개의 검기는 각각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이었다. 세 개의 검기는 각기 다른 기운을 발산하며 동일한 강력한 위력을 지니고 이도현을 향해 날아왔다. 이도현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맞서 싸우며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똑같은 빛을 지닌 세 개의 검기를 발산했다. 오행검술은 마치 공작제국의 오색신광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검술인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가 발산한 빛은 전부 똑같았다. “같은 원력이야! 빛이 같다니, 이 자식도 오색신광 신공을 사용할 줄 아는 건가?” “아니! 불가능하다! 오색신광은 손가락을 사용해야만 발동할 수 있다. 절대로 검을 이용해 오색신광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색신광은 선조들이 창조한 신공으로 천 년 동안 전해져왔다. 수많은 선배들이 오색신광을 검으로 사용하려 했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 자식이 어떻게 그걸 해낼 수 있겠느냐? 절대로 불가능하다!” 전왕 송천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이도현이 사용하는 모든 검술을 신중히 살펴보았다. 그 순간, 이도현은 검을 휘둘렀다. 무왕 송천석의 오색신광을 깨뜨리며 다음 순간 무왕의 앞에 나타났다. ‘슉!’ 반응할 새도 없이 무왕 송천석은 갑자기 그의 몸에서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여 보니 그의 어깨가 이도현의 검에 관통되어 있었다. 이도현이 검을 빼자 상처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쳐 나왔다. “아... 이 자식! 네가 감히...” 무왕 송천석의 비명과 함께 이도현에게 찔린 팔에서 갑자기 폭발음이 나며 팔 전체에서 수많은 검기가 퍼져 나왔다. 검기들이 그의 뼈와 살을 갈라 놓으며 그의 팔은 순식간에 네 조각으로 찢어졌다. 이도현은 차가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오색신광은 그저 이 정도에 불과하다! 내 오행검술 앞에서는 쓰레기일 뿐이야!” “이 자식! 너...” 무왕 송천석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분노와 두
“오색신광! 바로 진국 신공 오색신광이다!” 병사들은 그 푸른빛을 보고 흥분하여 외쳤다. 오색신광은 그들의 마음속에서 불사의 공법이자 신선의 공법으로 여겨졌다. 푸른 검기와 이도현의 붉은 검기가 공중에서 충돌했다. 이어 두 개의 검기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도현은 살짝 놀랐다. ‘이 공작제국의 오색신광, 정말로 독특한 점이 있군! 다른 것은 몰라도 방금 그 한 번의 검지! 그 위력은 정말 강력하다!’ 그의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나쁘지 않네! 하지만 별거 아니네! 받아라!” 이도현은 비웃으며 손쉽게 또 한 번의 검을 휘둘렀다! 오행검술의 비법이 음양검 위에서 발동되었다. 검 위의 검 붉은색 빛이 오행검술의 자극을 받아 초록색으로 변했다. 초록색의 검기는 마치 생명을 가진 듯 생동감이 넘치는 느낌을 주었다. 무왕 송천석은 크게 놀라며 또다시 검지를 날렸다. ‘퍽!’ 두 검기가 가까스로 충돌했지만 이번에는 무왕 송천석의 검기가 이도현의 초록색 검기에게 베여서 찢어지고 무왕 송천석의 앞에까지 닿았다. “뭐?” 무왕 송천석의 얼굴이 크게 변했다. 그리고 급히 몸을 피했다. ‘쾅!’ 굉음이 울리며 방금 무왕이 서 있었던 땅이 이도현의 초록색 검기에게 맞아 큰 구덩이가 생겼다. 주변의 청석은 순식간에 부서졌다. 무왕은 공중에 떠서 이도현을 바라봤고 놀라며 표정이 심각해졌다. “너 도대체 누구냐! 어디서 왔느냐? 너는 절대 평범한 세속계에서 온 자가 아닐 것이다! 세속계에 너 같은 강자가 있을 리가 없다!” 이도현의 강력함에 무왕 송천석은 더 이상 얕보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기에 이도현과 같은 강자는 절대 평범한 세속계에서 나올 수 없다고 확신했다. 이도현과 두 번 싸워본 그는 그가 얼마나 강력한지 깨닫게 되었다. 처음에는 얕보았고 그를 무시했지만 이제는 두 번의 공격만으로도 그의 위력을 확실히 인식한 상태였다. 전왕과 무왕은 시선을 교차했고 서로의 눈빛에서 놀라움을 보아냈다.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이도현을 반드시
원래 이도현을 처단하려고 전장을 나가면 공을 세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도현은 진짜 미친 짐승처럼 강력해서 전혀 싸울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전장에서 도망쳤다. 황궁에 더 강한 고수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그와 이도현이 싸우는 동안 뒤에서 기회를 잡고 제3자로서 몰래 공격하는 거였다. 이기든 지든 일단 전투에 참여하기만 하면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간에 공은 세운 셈이니까 공작상제는 그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다. 운이 좀 좋다면 몰래 공격해서 이도현의 허리를 찔러버린다면 그는 첫 공을 세운 거니까 상이 분명히 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전왕과 무왕이 등장하고 자신이 계획을 실행하려 할 때 전왕이 너무도 치사하게 무덕을 지키지 않았다. 그는 아부를 해도 듣지 않았고 바로 와서 그의 머리를 한 대 때려버렸다. 그는 그 한 대에 대비할 수 없었고 바로 그 자리에서 끝났다. 그는 인정한다. 방금 자신이 너무 방심했었다. 전왕이 무덕을 지키지 않고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의 손바닥이 날아올 줄은 몰랐다. 아무 준비도 할 시간 없이 그를 처단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는 비참한 결과를 맞게 되었다. 이도현은 쓰러진 장교 이준을 보며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젠장, 정말 잔인하네. 내가 죽이지 않았는데 결국은 자기들끼리 죽였네!’ “이 자식! 지금이라도 항복하면 괴로움 없이 끝낼 수 있다! 이 왕이 너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줄 테니 더는 고집부리지 말고 항복해라. 그렇지 않으면 네 결말은 저놈보다 더 비참할 것이다!” 전왕 송천훈이 분노하며 말했다. 이도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바로 행동으로 답했다. 그는 이런 얼간이들을 상대할 때는 그들에게 상처를 입혀서 그들이 두려움을 느끼게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이 자신이 제일 강하다고 생각할 때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하는 것보다 주먹으로 말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고 직설적인 방법이었다. 검붉은 색의 검망이 폭발적으로
그때, 이도현은 백호문에 들어섰고 공작제국의 황궁에 발을 들였다. 이곳은 오직 황제와 그의 아내, 자녀만이 입주할 수 있는 장소였다. 황제의 명령 없이는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궁전이었지만 이도현은 마치 아무런 제약도 없는 듯 아무 거리낌 없이 들어섰다. 가는 길마다 그를 막으려는 금위군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도현은 그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검을 휘두르며 모두 처리했다. 그가 죽음을 몰고 오며 궁전 안으로 진입할 때까지 아무도 그의 발걸음을 멈추지 못했다. 철벽같은 경비가 존재하는 황궁이지만 마치 그는 무방비 상태인 곳에 들어온 것처럼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았다. 갑자기 두 강력하고 무시무시한 기운이 하늘과 땅을 흔들며 이도현에게 다가왔다. 이도현은 몸을 날려 공중으로 솟구쳤다. ‘쿵!’ 커다란 폭음이 울리며 이도현이 있던 땅과 대청석으로 포장된 도로가 터지며 큰 구덩이가 생겼다. 그리고 바로 그다음 순간, 망포를 입은 두 명의 중년 남자가 이도현의 앞에 나타나서 그의 길을 막았다. 두 사람은 강력한 기운을 발산하며 왕의 기백이 섞인 위압적인 기운을 뿜어냈다. 그들은 마치 제국의 왕처럼 이도현을 내려다보며 그의 존재를 하찮게 여기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이 개자식! 공작제국의 황궁에 네가 감히 들어오다니!” “지금 당장 스스로 목숨을 끊고 사죄해라! 그럼 네 가족까지 엮지 않겠다! 그렇지 않으면 너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멸하겠다!” “천제의 위엄을 범할 수 없다! 이를 건드리면 그 누구도 살려두지 않는다!” 두 남자가 차갑게 말했다. 그들의 눈빛은 이도현을 개미처럼 내려다보며 그가 그들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 존재처럼 여겼다. “오만하구나!” “오늘 내가 온 이유는 그저 그 개황제에게 묻고 싶어서다. 왜 몇 번이나 나를 괴롭히는지! 나는 사람을 더 죽이고 싶지 않다! 너희는 빨리 꺼져!” 이도현은 두 사람을 냉정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무엄하다! 고집불통이네, 바로 처단
이도현은 보검을 들고 한 걸음 한 걸음 백호문으로 향했다.공작제국 건국 천년 만에 처음으로 한사람에 의해 백호문이 뚫려버렸다.이 오래된 성문은 수많은 전쟁의 불길이 치솟았던 곳이다. 더불어 온갖 풍파를 이겨낸 땅은 수많은 사람의 피로 물들여졌을 것이다.셀 수 없는 목숨이 죽어 나간 이 성문은 한 번도 누군가에 의해 뚫려본 적이 없다. 하지만 한때 천군만마를 막아낸 성문도 이도현이라는 사람만큼은 막아내지 못했다.백호문은 그렇게 허무하게 뚫려버렸다. 이도현은 아무렇지 않게 금위군들의 시체를 밟고 지나가서는 공작제국의 황궁에 발을 들였다.금란전에서는 공작상제가 용좌에 앉아 문무백관과 함께 장교가 이도현의 머리통을 들고 돌아올 것을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그들 앞에 나타난 건 이도현의 머리통이 아닌 근위군이었다.“폐하! 큰일 났습니다. 이도현이 이미 백호문을 뚫고 들어왔습니다!”“뭐?”공작상제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두 눈을 부릅뜨고 근위군에게 물었다.“지금 뭐라고 하였느냐? 다시 한번 말해 보아라!”공작상제는 백호문이 뚫렸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었다. 백호문이 뚫린 적은 자그마치 몇백 년 전의 일인데 같은 일이 또다시 반복되었다.당시 번왕이 반란을 일으켜 군대를 거느리고 백호문을 부수고 쳐들어왔었다.그러고 나서 황궁의 네 개 문은 한 번도 뚫린 적이 없었다.“폐하! 이도현은 수천 명의 금위군을 죽이고 이미 백호문으로 들어왔습니다!”근위군은 다시 한번 말했다.“그놈은 몇 명을 데리고 왔느냐?”“한 명... 오직 이도현 한 명입니다!”대답하는 근위군의 목소리는 덜덜 떨리고 있었다.공작상제가 묻는 말에 대답해야 하는 근위군도 죽을 맛이었다. 이도현 한 사람도 막아내지 못했는데 몇 명이냐고 묻는 것도 꽤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다.이도현 한 사람만으로도 충분히 심장이 떨어질 것 같은데 그가 몇 명을 더 데리고 오기라도 했다면 틀림없이 송씨 황실에 줄초상이 날 것 같았다.“한 사람이라니! 그게 어떻게 가능하단 말이
소리와 함께 갑옷을 입고 장총을 손에 든 장교가 하늘에서 내려와 이도현의 앞에 섰다.“이도현, 이 망나니 같은 놈! 뚫린 입이라고 아무 말이나 내뱉은 것도 모자라 감히 공작제국의 권위를 건드린 죄를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이도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를 한번 흘기고는 말했다.“그다음엔?”“겁도 없지! 감히 공작제국의 백호문 앞에서 아무 말이나 지껄이고 폐하를 모욕하다니! 여긴 너 같은 놈이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꼼짝 말고 달게 벌이나 받아라. 그렇지 않으면 너의 후대들도 모조리 싹을 잘라버릴 것이다!”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이도현을 노려보는 장교의 몸에서는 강렬한 전의가 뿜어져 나왔다.“말이 참 많구나! 죽고 싶으면 빨리 덤비고 그게 아니라면 썩 꺼져라!”이도현은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완전히 겁을 상실했구나! 우둔하기 짝이 없어서 용서해줄 수가 없구나. 금위군은 저놈을 총살해도 좋다!”아까까지만 해도 이도현 때문에 넋이 나간 금위군들은 장교의 명령하에 하나둘 정신을 차렸다. 순식간에 무기를 든 금위군들이 사방에서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 성문을 지키던 금위군이든 백호문 성루에 있던 금위군이든지를 막론하고 전부 뛰쳐나왔다. 백호문 입구에는 삽시에 수천 명의 금위군으로 꽉 찼다.눈 깜짝할 새에 이도현은 수천 명의 금위군에게 제대로 포위당했다.이 금위군들은 모두 천급 경지에 오른 무사들이었다.천급의 실력자로 말할 것 같으면, 외부 세계에서는 일부 가문에서 높이 모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고무계에서는 한낱 병사에 불과할 뿐이다.수천 명의 천급 경지에 오른 금위군들은 강렬한 기운을 뿜어냈다. 그들은 엄청난 힘이 실린 무기를 손에 쥔 채 중간에 포위당한 이도현에게 돌격했다.이도현은 그들에게 기회를 주었으나 무지한 그들이 먼저 그 기회를 날려버렸으니 이도현도 더는 봐줄 필요가 없었다.이도현이 손에 든 음양검을 휘두르자 공포의 검의 기운이 나타났다.쿵...공포의 힘은 천지를 흔들어놓았고 하늘에서 떨어진 신
그들이 평소에 황제에 대해 얼마나 불만을 품고 있는지, 서로 간에 어떤 속고 속이는 암투를 벌였는지를 막론하고 지금 같은 때에는 한마음 한뜻으로 맞서 싸울 수밖에 없었다.이는 송씨 로열 패밀리의 존엄과 관련되는 문제였기에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을 따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반드시 합심하여 감히 송씨 로열 패밀리의 권위를 건드리는 망나니를 처리해야만 했다.“여러분, 보잘것없는 망나니 따위에 존귀하신 우리 왕들의 손이 더럽혀져서야 어찌 되겠습니까! 저 혼자 나서도 충분합니다. 폐하, 부디 제가 저 망나니의 숨통을 끊을 수 있게 허락해주신다면 반드시 저희 송씨 가문의 위엄을 지켜내겠습니다!”한 장교가 나서서 큰 소리로 말했다.“좋다! 이애경을 필두로 저 개자식을 처리하거라!”분노에 차 얼굴이 시퍼렇게 질린 공작상제가 말했다.“알겠습니다! 존귀하신 왕들은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제가 갔다 오겠습니다!”젊은 장군은 그렇게 말하고는 의기양양한 기세로 나갔다.이렇게나 젊은 장군이 벌써 조정에 발을 들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실력을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그는 공작제국의 8대 장교 중의 한 명이기도 했다.8대 장교 중의 한 명이었던 동문 수비 장수를 죽인 이도현을 8대 장교 중의 또 다른 한 명인 그가 죽이는 것보다 더 기강을 확실하게 잡을 방법도 없었다.그 시각 공작제국 황궁 밖에는 손에 음양검을 든 이도현이 궁문 정중앙에 서 있다.황궁으로 통하는 백호문을 지키는 금위군은 여전히 혼란 속에 있었다.수백 명의 사람은 모두 돌처럼 굳은 채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이도현을 바라보고 있었다.상식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일에 다들 믿기 힘든 눈치였다.그들은 직접 두 눈으로 본 일이지만 여전히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죽었다가 깨나도 믿기지 않았다.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공작제국이 건국된 지는 어언 천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렇게나 황당무계한 일은 천년 만에 처음이었다.혼자 오직 검 한 자루와 함께 기세등등하게 황궁으로 쳐
그 순간 모두가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밖을 바라보았다.조정의 모든 문무의 얼굴에 충격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감히 황궁 밖에서 이토록 건방지게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염치없는 놈! 누가 감히 이딴 건방을 떤단 말이냐? 당장 저놈의 목을 베어라!”공작상제는 대노하여 얼굴이 시뻘게져서 소리를 질렀다.감히 그의 영역, 그의 황궁에서 개보다도 못한 황제라고 소리를 질러대는 것도 모자라 목은 깨끗하게 닦았냐고 묻다니! 반란을 일으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이는 명백한 공작상제의 권위에 대한 도발이었다.황제의 권위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 공작상제가 버젓이 살아있는 한 이 오만방자한 놈을 멀쩡히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상제! 이도현입니다. 진짜 이도현이 왔습니다!”현연진이 놀라 다급히 설명했다.이도현과 약속을 했을 당시, 그는 이도현이 올 거라고 믿긴 했지만 이런 방식으로 나타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성문에서부터 그 소란을 피운 것도 모자라 황궁까지 쳐들어와서도 이렇게 거만하게 고함이나 지르다니!솔직히 말하자면, 그 순간 현연왕은 이도현의 겁을 상실한 오만한 태도에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기분이었다.아무리 대단한 실력을 갖췄다고 한들, 이곳은 엄연히 제국인데 그러거나 말거나 제국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미쳐 날뛰는 이도현이 현연왕에게는 충격적인 게 당연했다.이도현이 암살을 하러 왔대도, 사람을 데리고 왔대도 현연왕은 적어도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도현의 등장은 정말이지 하수가 할 법한 밑도 끝도 없는 짓이었다. 현영왕은 그런 이도현을 주제도 모르고 나대는 미친놈이라고 생각했다.“빌어먹을 놈, 이런 짐승보다 못한 놈을 봤나! 감히 짐의 권위를 도발하다니. 짐이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네 놈의 숨통을 끊어주마!”공작상제는 분노에 치를 떨었다.만약 고무계의 강자가 이런 도발을 했다면 공작상제는 이렇게까지 분노하진 않았을 것이다.왜냐하면 고무계의 강자들은 감히 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