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삼이 자신의 이 한 방으로 이도현의 머리를 깨뜨릴 수 있을 거로 생각하던 그때, 그는 주먹이 상대방의 머리에서 몇 센티 떨어진 곳에서 멈춘 채 더 내려가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다.마치 이도현의 머리 위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처럼, 아무리 애를 써도 그의 주먹은 이도현의 머리에 닿지 않았다.“너... 보호 정기를 쓰고 있는 거야?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 있어?”권영삼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눈앞의 현실을 부정했다.보호 정기! 그것은 전설 같은 물건이었고 기회와 인연이 딱 들어맞아야 수련해 낼 수 있는 것이었다. 수만 명의 무사 중에 기껏해야 1명이 보호 정기를 수련해낼 수 있었다.여기서 말한 보호 정기는 무사가 내력을 사용하여 체외에 보호막을 형성하는 정기가 아니었다.비록 두 정기는 같은 이름이지만, 양자 간의 차이는 정말 천지 차였다. 무사라면 다 내력으로 보호 정기를 형성할 수 있었다. 내공이 높고 낮음에 따라 형성하는 보호 정기의 강도도 달랐다.천급 무사와 성급 강자의 보호 정기만 해도 큰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내공이 같은 경지에서 형성한 보호 정기는 아무런 보호 작용이 없었다.그렇기에 내력으로 형성한 보호 정기는 자기보다 내공이 낮은 사람에게만 소용이 있지, 자기보다 내공이 강한 사람 앞에서는 고무풍선처럼 쉽게 터졌다.하지만 이도현이 지금 내뿜고 있는 정기는 내력으로 형성한 정기와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건 무도를 접한 뒤 스스로 깨닫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일종의 심오하고 오묘한 것이었다.이런 정기를 깨우칠 수 있는 건 오로지 본인의 깨달음과 운에 맡겨야 했다. 다시 말해서 이런 보호 정기를 깨우치려면 타고난 재능과 기회, 이 두 개 중 어느 한 개가 부족해도 안 되었다.“안 될 것도 없지. 죽어.”이도현은 비아냥거리며 냉소를 짓더니 권영삼의 가슴을 향해 세게 주먹을 날렸다.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권영삼의 등 뒤에 갑자기 한 줄기 피안개가 터져 나왔다.이도현의 이 주먹은 권영
이도현의 강대함을 인지한 후 권영일은 또 많은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이도현이 왜 구황자를 죽일 수 있는지 이해했다.구황자의 곁에 분명 강대한 고수 2명이 호위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다 죽었다.권영일은 그제야 모든 것을 깨닫고 후회막심했다. 형제들이 욕심을 부리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었다.욕심이 없었더라면 이 임무를 받지도, 그리고 자신의 두 동생이 비참하게 죽는 일도 없었다.그러나 지금 후회한다고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동생을 죽인 이 원수는 꼭 갚아야 했다.“죽일 놈아. 네 경지가 무엇이든 간에 나의 두 동생을 죽인 이상 넌 오늘 반드시 내 손안에 죽어야 해.”권영일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독기 품은 눈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면서 한 글자씩 내뱉었다.“너한테 그런 재주가 있기는 하고?”이도현은 경멸에 찬 말투로 말했다.“내 동생을 죽인 대가가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주마.”권영일은 새빨개진 눈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몸에서 살벌한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이 기운이 계속 커지면서 권영일의 몸은 은은하게 피안개가 타오르는 것 같았는데 사람에게 아주 이상한 느낌을 주었다.이도현은 그것이 정혈을 불태우는 듯한 공법이라는 것을 제대로 보아냈다. 권영일은 지금 목숨을 걸고 이도현에게 달려들 작정이었다.하지만 이도현은 전혀 두렵지 않았고 급히 공격할 생각도 없었다. 그는 제자리에 선 채 권영일의 동작을 지켜보았다. 이도현은 권영일이 자신의 정혈과 목숨을 태워 가는 이 공법으로 얼마나 많은 힘을 끌어모을 수 있는지 두고 볼 생각이었다.짧디짧은 몇 초 사이에 권영일은 혈마처럼 온몸에 혈기가 흘러넘쳤고 기운도 점점 강해졌다. 무서운 힘이 그의 몸에서 들끓고 있었다.곧이어 권영일은 갑자기 소리를 한번 지르더니 이도현을 향해 탄알처럼 달려들었다.“짐승 같은 놈. 목숨 내놔라.”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권영일을 보며 이도현은 시사한 웃음을 지었다.“이게 끝이야? 난 또 얼마나 굉장한 기술을 쓰나 했네. 고작 이 정도야?”“그냥 쓰레기잖아.”말
막냇동생과 이도현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이도현은 경황 실색한 수백 명의 미녀에게 둘러싸인 것도 모자라 앞다퉈 몸을 비벼대는 미녀들 때문에 거의 온몸이 미녀들의 손발로 뒤덮였다.이는 과연 혈기왕성한 남성에게 얼마나 큰 시련이란 말인가!이도현은 귀신들에게 둘러싸인 것처럼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것 같았고 덜컥 겁이 났다.“여러분! 어서 애 좀 살려주세요, 애가 너무 무서워해요!”“이러지 말아요! 아가씨! 진정해요, 진정! 우리 이러지 맙시다! 저 이래 봐도 정직한 사람이에요?”이도현은 자신의 품에 안긴 미녀를 필사적으로 밀어내고 얼른 두 손으로 자신의 중요 부위를 보호하였다.“오빠! 살려주세요! 사람이 죽었어요! 우릴 구해줘요!”이도현에게 내쳐졌던 여자는 굴하지 않고 다시 달려들어 다급하게 소리를 질러댔다.그녀들은 지금 자신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오빠라는 사람이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모른다.“알고 있다고! 좋은 말로 할 때 이 손 놔. 사람들은 내가 죽인 거야! 더 매달리면 너희들까지 죽여버리는 수가 있어!”이도현은 잔뜩 초조해하는 미녀를 향해 차디찬 목소리로 말했다.“아... 당신... 당신... 이었어...”뒤늦게 알아챈 여자는 순식간에 이도현에게서 멀어졌다. 방금까지 이도현에게 도움을 요청하던 미녀들도 겁에 질려 도망쳤다.다들 구석에 숨어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지도 못한 채로 이도현을 바라보았다. 겁에 질려 덜덜 떠는 가냘픈 몸과 이따금 보이는 야릇한 표정이 그녀들의 가련한 모습을 더 극대화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는 이도현에게 그 순간만큼은 자신이 색마 같아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하지만 이도현은 그 여자들을 무시했다. 그는 막 산에서 내려온 미소년도 아니고 알만한 것들은 다 알고 있었다.이도현은 사실 이 여자들이 이런 옷차림으로 이곳에서 무엇을 하는지 다 알고 있었다.그뿐만 아니라 돈 많은 사장이라면 모두 좋지 않은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돈이 있다면 누려야 하지 않겠는가!
“왜, 돌아가서 어머니한테 다시 낳아달라고 하게? 젖도 못 뗀 아기 같은 소리 좋아하네!”“늘그막에 자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놀라운데 지금 당신 나이에 아이를 또 나았다가 벼락 맞을까 봐 두렵지도 않은가 보지? 변명하려면 좀 그럴싸하게 하는 노력이라도 해 봐. 이딴 도적놈이나 쓸 법한 수법을 나한테 쓰다니! 이건 내 지능에 대한 모욕이야.”“도... 도련님... 부디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이렇게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제 말은 모두 사실입니다. 작은 아이는...”권영일은 여전히 뻔뻔하게 계속 설명하려고 했다. 이 사람은 정말이지 살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권영일은 말하는 도중에도 계속 이도현에게 머리를 조아렸다.권영일은 정말로 땅에 머리를 박았다. 얼마나 힘을 써서 머리를 박아대는지 쾅쾅쾅 소리도 멈추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이마도 다 까졌다. 살려달라는 그 간절함만은 진심임을 알 수 있었다.이도현은 그런 권영일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전혀 쉽지 않은 상대였기 때문이다.만약 권영일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도현도 진작에 놔줬을 것이다. 이런 나약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니 말이다.하지만 권영일은 반드시 죽어야 했다. 그들이 형수에게 손을 대는 순간부터 어쩌면 이미 정해진 결말이었다.이도현은 자신이 권영일을 살려준다면 형수의 포근한 우유 냄새가 나던 꽃이불에 미안해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죽어라! 다음 생엔 꼭 좋은 사람이 돼라!”말을 끝낸 이도현은 손을 들어 천천히 권영일의 머리를 내리눌렀다.“안돼...”권영일의 겁에 질린 비명과 함께 그의 머리통은 이도현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다. 뇌에서 터져 나온 새빨간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내가 널 죽이고 싶어서 죽인 게 아니야! 네가 죽어 마땅한 인간이었을 뿐이지!”이도현은 시신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을 내뱉은 후에야 뒤돌아 그 자리를 떠났다.이도현은 전에 들어갔던 방으로 돌아갔다. 잔뜩 겁에 질린 아가씨들은 여전히 아까의 그 자리에서
이도현이 마을에 돌아왔을 땐 날이 완전히 밝지 않았기에 마을 주민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멀리서 바라보니 한의원 밖에는 이미 줄을 서서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시골 사람들은 마을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일찍 집에서 나온다. 그들은 차를 탈 돈이 없어 집에서부터 걸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병을 보이고 나면 다시 걸어서 집으로 가야 했다.그래서 먼 곳에서 오는 사람들은 한밤중에 집에서 나와 걸어오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일찍 줄을 서서 조금이라도 일찍 병을 보이고 빨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길 원했다.이도현은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이런 일들을 많이 봐왔다. 그래서 한의원에서 잘 때 밖에서 환자의 소리가 들리면 미리 한의원 문을 열어준 적도 많다. 먼 길 걸어온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병을 보이고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랐기 때문이다.시골 사람들의 고생은 시골 사람들만 안다. 그들은 도시 사람들과 달리 아프면 바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되지 못한다.시골 사람들은 종래로 작은 병 때문에 병원에 가지 않는다. 그들은 작은 병은 미루고 큰 병은 참는다. 그리고 더는 참을 수 없을 때야 병원에 가는데 그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경우가 허다하다.어떤 때인지를 막론하고 시골 사람들이 의사에게 가장 많이 묻는 말은 딱 하나이다. 바로 돈이 얼마나 필요하냐는 것이다.만약 돈이 적게 들면 치료를 선택하고, 돈이 많이 들면 주저 없이 돌아가 죽기만을 기다린다.하지만 이건 결코 그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들도 사람이고 죽음이 두려운 건 매한가지다. 다만 돈과 가난 앞에서는 죽음마저 별것 아닌 게 되는 것일 뿐이다.그들은 결코 사람도 돈도 모두 날려버리는 비극을 맞고 싶지 않아 한다. 그들은 항상 남은 돈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어 자식들이 자신들과 같은 초라한 삶을 살지 않길 바란다.이것이 바로 시골의 가난한 사람들의 비애이고 시골 평민들의 가장 진실한 모습이다.누군가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세상
이불속에는 누군가가 있었다. 게다가 여자였다.“젠장... 이게 무슨 상황이지? 형수가 왜 여기에...”이도현은 완전히 멍해졌다.이도현은 멍해지는 것도 모자라 머리가 지끈거렸고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것 같은 느낌에 소름이 끼쳤다.그 짧은 찰나에 이도현의 머릿속은 무수한 가능성으로 꽉 차버렸다.“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설마 불륜? 형수가 한밤중에 내 이불 안으로 들어왔다니, 지금 날 골탕 먹이려고 이러는 건가? 하느님이시여! 제발 이러지 마, 난 서씨 경국 사달이 나긴 싫단 말이야! 제기랄! 지금 이 상황이 형한테 발각이라도 되면 난 끝장난다고. 젠장... 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야!”이도현은 죽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어떻게 생각해보아도 형수의 이런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설령 정말 형수가 자신에게 다른 마음이 있다고 해도 자신의 집에서 이런 짓을 저지를 수는 없을 텐데 말이다.만약 진짜 일을 저지른다고 해도 사람이 없을 때를 노리는 게 정상 아니던가. 그런데 지금은 형수의 시부모님과 남편 모두 같은 집에서 자고 있는데 무작정 이렇게 나오니 어지간히 간이 크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짓이었다.“심호흡! 심호흡! 가슴 펴고 고개 들어, 정신 차리자! 이건 다 오해일 거야. 내가 너무 많이 생각한 것일 뿐이야!”이도현은 일련의 동작을 하고 나니 아까처럼 마음이 복잡하진 않았다. 그는 천천히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형수를 깨우러 다가갔다.“형수! 형수! 눈 좀 떠봐요!”이도현은 이불 넘어 작은 소리로 주현진을 깨웠다.“응...”주현진은 잠에서 깨 몽롱한 눈으로 기지개를 켜면서 아찔한 신음을 내뱉었다. 이도현은 주현진의 소리에 혹여나 오해를 살까 꼼짝하지 못했다.“양아버지! 돌아왔네요!”주현진은 눈을 뜨고는 창밖의 희미한 빛을 빌려 이도현임을 확인하고는 다급하게 몸을 일으켰다.“잠시 외출을 하고 돌아왔어요! 형수는 왜 여기 있는 거죠?”이도현은 말을 뱉기 바쁘게 자신의 입을 꿰매버리고 싶었다. 눈치도 없이 하필이면 딱 꼬집어 말한 자
그렇게 뒤척거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날이 밝았고 이도현은 형수가 갑자기 들어오기라도 할까 봐 일찌감치 일어나 옷을 입었다.이도현은 어젯밤 얼떨결에 이불 속으로 들어간 순간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곳에 닿고 말았다. 그 느낌이 워낙 생경했던지라 이도현은 아직도 닿았던 부위가 이따금 떨려왔다.다 탄성이 커서 진동이 느껴진 탓이라고 여겼다.물론 이도현은 양심을 다 걸고 정말 부주의로 일어난 일이라고 맹세할 수 있었다. 이도현은 그런 염치없는 짓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렴 다섯 식구는 정직한 사람들이니 말이다.이도현은 형수가 준 우유 냄새가 나는 꽃이불을 반듯하게 개고 침대를 정리하면서 생각했다. 이곳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거라면, 좋은 인상을 남겨야겠다고 말이다.이도현이 몇 번이나 형수네 집에서 지냈을 때 형수는 그가 일어나기도 전에 방에 들어왔기에 이불을 정리하는 일은 죄다 형수의 몫이었다.오늘은 이도현이 일찍 기상하였기에 본인이 직접 할 수 있었다.이것도 모처럼 얻기 힘든 기회였다. 훌륭한 남자가 집안일을 거들 수 있기란 그리 쉬운 게 아니었다.이도현이 마침 방 정리를 마쳤을 때 형수가 예상한 대로 방에 들어왔다.“이런! 애 아빠, 벌써 일어났네요! 왜 더 자지 않고 이렇게나 빨리 일어났어요!”“침대도 정리했어요? 이런 일은 여자한테 맡겨요. 남자가 이런 일을 하면 쓰나요. 자고로 남자는 큰일을 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여자들이 할 수 있는 이런 사소한 일들에 시간 낭비하지 말아요!”형수는 여전히 열정적이었지만 어젯밤 애 아빠라고 부르고 난 뒤로 더는 양아버지라 부르지 않았다. 이도현은 성공적으로 양아버지에서 아버지로 승급한 격이었다.하지만 형수의 말에서 이도현은 이 마을 사람들에게 가부장주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렇지 않고서야 형수도 남자들은 큰일을 해야 한다느니, 침대 정리와 같은 사소한 일들은 여자가 해야 한다느니와 같은 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빨래하고 밥을 짓고 침대를 정리하는 것과 같은 일들은 여자의
“그 사람들이 저와 영식 씨에 대해서는 불만을 가질 수도 있지만 도현 씨 같은 신의에 대해서 어찌 감히 불만을 가질 수 있겠어요!”“아무튼 우리 가족이 지금처럼 편안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건 모두 애 아빠 도현 씨 덕분이에요! 가끔은 정말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도현 씨가 원한다면 저는 정말 무엇이든 해줄 수 있어요!”주현진은 울먹거리는 눈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진심 어린 말을 전했다.‘진짜 돌아버리겠네! 암시를 이렇게 대놓고 한다고? 무엇이든 해주겠단 말이 대체 무슨 뜻이냐고! 그게 진짜 가능하긴 해?’이도현은 또다시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것 같았다.“그건 선생이 외부인에게 말한 거잖아요! 한의원은 선생의 것이니 형수와 영식이 형더러 한의원에서 일할 수 있게 해준 것은 전적으로 두 분의 능력 덕분이죠. 그 어떤 사람과도 관계가 없어요!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보세요! 반드시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을 거예요!”이도현은 웃으며 대답했다.“네! 애 아빠 말이 맞아요. 사람 됨됨이에 있어 제일 중요한 건 은혜를 아는 거죠. 삼촌과 도현 씨가 우리 가족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셔서 정말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보답 같은 소리 하지 마세요. 함께 모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인연인데요!”“맞아요! 이게 바로 인연인 것 같아요! 저도 인연을 믿어요. 애 아빠 말이 맞고 말고요!”이도현은 주현진의 말에 더 대답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도현은 본인이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여겼다.때마침 노영식이 방으로 들어왔다.“도현 씨! 어젯밤엔 뭘 하러 나간 거예요! 한밤중에 사람이 사라져서 저랑 현진이가 얼마나 놀랐는데요! 현진이가 기어코 도현 씨가 돌아오는 걸 확인하고 자겠다고 하더라고요.”“앞으로는 나가기 전에 저한테 한마디라고 해줘요, 부탁이에요! 안 그러면 너무 걱정돼서 그래요. 게다가 어젯밤 직접 겪고 나니 더 그런 것 같아요. 만약 도현 씨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저랑 현진이는 엄청 죄책감이 들 거예요!”노영식은 이도현
어전 호위무사는 이도현을 데리고 돌문을 통과한 후 계속 앞으로 나아가 산 끝자락까지 갔다.멀리서부터 산 중턱에 칠색 소용돌이가 보였다. 소용돌이는 시공간의 문처럼 끊임없이 칠색 빛을 반짝이며 신비로운 기운을 풍겼다.“형님, 앞에 보이는 것이 바로 우리가 지키고 있는 성역의 결계입니다. 이 결계를 통과하면 성역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호위무사는 관광 가이드처럼 친절하고 책임감 있게 설명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그가 자연스럽게 형님이라고 말을 바꾼 것이 은근 귀에 거슬렸다.‘지금 호칭을 몇 번이나 바꾼 거야. 참.’처음에는 ‘이 녀석’이라고 부르다가 나중에는 어르신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형님이라고 불렀다. 자꾸 변하는 호칭에 이도현은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심지어 이도현은 고무계와 성역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사랑이 부족했거나, 아니면 예의범절을 잘 배워서 이렇게 행동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물론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고 이도현도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 그는 늘 이래왔다.“가자.”“예. 형님, 저랑 같이 결계에 들어갈 건데 저를 잘 따라오셔야 합니다. 처음 결계를 통과할 때는 조금 적응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눈을 감고 있다가 다시 뜨면 눈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겁니다. 아주 신기하죠.”“형님, 그런데 저 결계는 대체 누가 만들었을까요? 정말 신기하지 않아요? 우리 성역에서 가장 강한 사람도 이 성역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너무 신기합니다.”“그래서 사람들은 이 세상에 원래 신선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무계, 성역 그리고 서방의 천사국도 모두 신선이 만든 게 아닐까요? 형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저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됐든 이런 신비한 현상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무사들도 그 이유를 모르고. 그럼 신선이 만들어 낸 것일 수밖에 없죠.”“형님, 이 세상에 만약 신선이 존재한다면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설마 전설에 나오는
“형님... 안됩니다. 제발 저를 그냥 보내주십시오... 저 죽기 싫습니다... 형님... 부탁드립니다.”어전 호위무사가 당황한 얼굴로 애원했다.“갈 거야, 안 갈 거야?”이도현은 이 상황에 어이가 없었다.“형님...”“가? 안 가?”이도현이 버럭 소리치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의 주먹에서 빛이 번쩍였다.“가겠습니다. 갑시다. 형님, 제가 모시겠습니다.”어전 호위무사는 이도현의 주먹에 단단히 겁을 먹었고 하마터면 바지에 오줌을 지릴 뻔했다.“진작에 이렇게 나오면 얼마나 좋아? 반나절 동안 징징대서 뭐해. 어서 앞장서.”이도현은 말이 안 통하는 놈들만 만나니 성격이 또 거칠어진 것 같았다.그는 이미 심경의 문제를 해결해서 성격이 많이 좋아졌다. 더 이상 예전처럼 작은 일에도 화를 내지 않았다.하지만 밖에 나갈 때마다 이런 답답한 놈들을 만나니 속에서 천불이 났다. 그렇다고 사람을 함부로 죽이고 싶지는 않고, 그래서 참으면서 지금처럼 화만 쌓여갔다.“네. 네. 형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는 황궁까지 안 가고 형님을 대진제국까지 모시겠습니다. 남아일언 중천금. 이 약속을 꼭 지키셔야 합니다. 제가 데려다주기 싫은 것이 아니라, 정말 가족의 목숨이 달린 문제라서 안 됩니다. 형님... 이점만 꼭 지켜주십시오. 저에게 진짜 가족이 있습니다.”어전 호위무사는 눈치 없이 이도현의 약속을 받아내려고 했다.“왜 이렇게 말이 많아. 가기나 해...”이도현은 분노를 가까스로 참으며 말했다.“형님, 이것만은 분명히 해주십시오. 제발 약속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래야 제가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제발 좀... 부탁드립니다.”어전 호위무사는 아주 우스운 요구를 제기했다.그는 이도현에게 잡혀 있는 상태인데 상대방에게 요구를 제기하고 있었다.“가자...”이도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주먹을 다시 꽉 쥐었다.“알겠습니다. 형님, 화내지 마십시오... 가겠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하지만 형님, 제 가족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 절대 약속을 어기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어전 호위무사는 죽은 것처럼 아무 반응이 없었다.“안 일어나? 죽는 척하겠다는 거냐? 그럼 정말 죽여주지. 다시 한번 묻겠다. 만약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영원히 잠들게 하지.”이도현의 차가운 말이 끝나자마자, 땅에 쓰러져 있던 어전 호위무사는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땅에서 벌떡 일어났다.“제... 제발 저를 죽이지 마십시오... 제...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를 죽이지 마세요...”어전 호위무사가 공포에 질려 말했다.그는 조금 전 이도현이 여섯 명의 동료를 죽이는 과정을 똑똑히 지켜보았다.정말 몸서리칠 정도로 끔찍하고 무서웠다.그는 어전 호위무사로서 큰 장면도 많이 겪어봤고, 죽은 사람도 많이 봤다. 하지만 영급 경지의 고수 여러 명이 힘을 합쳐 한 사람을 공격했는데 상대방의 단 한 방에 전부 목숨을 잃는 장면은 정말 본 적이 없었다.주먹 한 방으로 영급 경지의 강자를 피안개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더더욱 본 적이 없었다.검을 한 번 휘두르는데 마치 세상이 멸망하는 듯한 두려움을 느꼈다.그는 그런 두려움을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심지어 바로 직전 그는 차라리 이도현이 한주먹으로 그를 죽이길 바랐다.“널 죽이지 않을 테니까 나를 성역으로 데려다줘.”이도현은 여전히 차갑게 말했다.“그... 안 가면 안 될까요? 저... 저는 대진제국 황제의 호위무사이고 이 결계의 수호자입니다. 만약 제가 길을 안내한다면 황제께서 저를 반드시 죽이실 겁니다.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까지 죽이실 겁니다. 저에게 여든 되는 어머니가 계시고 갓 태어난 아이가 있습니다. 저는 죽어도 상관이 없지만, 우리 가족은...”“어르신, 제발 저를 살려주십시오. 좋은 일 한답시고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다시는 이러지 않겠습니다. 제발 제 가족을 살려주십시오. 제발...”어전 호위무사는 애걸복걸하며 이도현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구나. 영급 경지의 고수가 겨우 이런 핑계로 용서받으려고 하다니. 위로는 여든
그러나 오늘 이렇게 까다로운 상대를 만나 큰 망신을 당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 녀석... 우리가 누구인지 알기나 하고 까부는 거냐?”“이놈, 너 죽었어. 네가 오늘 우리를 건드린 것은 성역 전체를 건드린 것이나 다름없다. 넌 앞으로 평생 추격당할 것이다.”“이 빌어먹을 자식, 너 오늘 죽었어. 감히 우리를 건드려? 딱 기다리고 있어.”“우리는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에서 결계의 문을 지키라고 파견된 자들이다. 방금 네가 죽인 사람은 주작제국의 수호자이고, 대진제국의 어전 호위무사는 생사를 알 수 없어. 우리 또한 모두 네 손에 다쳤고. 네놈은 이제 끝이다.”노자들은 분노에 찬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그들은 이도현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살기 위해 자신의 뒤에 있는 세력을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마치 어린아이들이 싸움에서 지면 부모를 거들먹거리며 으름장을 놓는 모습 같았다.“지금 나를 협박하겠다는 것이냐?”이도현이 냉랭하게 말했다.“이건 협박이 아니라 사실이다. 이 결계는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에서 함께 지키고 있는 곳이다. 우리 일곱 명이 각자 한 세력을 대표한다.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은 4대 제국과 3대 종파로 이루어졌다.”“네가 지금 하는 행동은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을 도발한 것과 다름없다. 그러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이놈, 우리는 네가 강하고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를 건드리면 하나님이 와도 널 구해줄 수 없다.”“이놈아, 너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하라. 마음 깊이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무공을 폐하면 우리가 기분 좋게 너의 목숨을 살려둘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성역의 7대 최강 세력에서 너에게 본때를 보여줄 것이다.”“그때가 되면 너 혼자 죽는 것이 아니라 너와 관련된 모든 사람이 죽는다.”“이 녀석아, 넌 우리를 때렸지만, 성역의 7대 세력을 때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된 이상 너와
“아...”누군가 비명을 질렀다.“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이 녀석 왜 이리 강해...”“이 녀석 도대체 무슨 경지이길래 이렇게 무서운 거야...”“어쩌죠? 우리가 힘을 합쳐도 저놈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아요...”“설마 어느 강대한 종파에서 매장당했던 제자인 걸까요...”“하지만 분명 서른 살도 채 안 되어 보여요. 저렇게 젊은 녀석이 강한 종파의 제자일 리가 없어요...”“혹시 빙의 당한 거 아니겠죠...”다섯 명은 고통을 참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도현에게 발로 차이거나 주먹으로 맞은 노자들은 오장육부가 욱신거렸고, 뼈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이도현의 강대한 실력에 경악하며 통증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들도 강자들을 많이 봐왔다. 회도경지, 도급경지, 심지어 큰 종파의 고인물도 본 적이 있다. 무릎 꿇고 인사해야 하는 그런 인물들 말이다.그들은 이런 사람들이 왜 강대한지 이해할 수 있었다. 어쨌든 수많은 세월을 살아왔으니 강대할 법도 했다.그러나 이도현처럼 서른 살도 채 안 되는 나이에 이런 무서운 경지에 도달한 고수는 정말 본 적이 없었다.“이건 경고에 불과하다. 죽고 싶지 않다면 당장 비켜라. 난 너희를 죽이고 싶지 않다.”노자들이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할 때 이도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너...”그들은 마음속에 분노가 가득 찼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들은 이곳을 지키기 위해 파견된 자들로써 여기에서 황제처럼 군림하며 살았고 아주 긴 세월 동안 아무도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과거 그들에게 시비를 걸었던 자들은 하나같이 불행을 당했다.이곳에서 그들은 문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들 뒤에 있는 문으로 들어가 결계를 통과해 성역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그들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수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각종 방법을 써가며 그 문을 넘으려고 했다. 미녀로 유혹하거나 수련 자원으로 매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관계를 써서 들어가려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막무가내로
그들은 이도현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이도현이 처음 나타났을 때, 그들은 이도현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끼지 못했고 진원의 파동도 감지하지 못했다.따라서 그들은 이도현을 수련한 적이 없는 일반인이라 여겼다. 그저 조금 전의 사내에게 속아 이곳까지 왔고, 그를 이용해 성역으로 통하는 결계를 넘어가려고 하는 줄 알았다.이도현이 단 한 방으로 대진제국의 어전 호위무사를 쓰러뜨렸을 때, 그들은 비로소 이도현이 무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자신이 헛것을 본 줄 알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찌 됐든 이도현은 겨우 삼십 살도 안 되는 청년이었기 때문이다.그들은 이 나이의 무사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같은 세대의 사람보다 강할 뿐 자신들의 상대가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수백 년 동안 수련해온 그들은 자신의 강력한 내공이 시간을 들여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라고 믿었다. ‘천재라 해도 내공이 하루아침에 폭증할 리가 없어. 천재는 일반인보다 수련 속도가 빠를 뿐, 무제한으로 강해지는 것도 아니잖아.’그들은 이렇게 생각했기에 이도현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조금 전, 이도현이 단 한 방으로 자신의 동료를 죽인 것을 본 후에야 그들은 비로소 눈앞의 상대가 만만찮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같이... 저놈을 죽입시다...”한 노자가 큰소리로 외치며 가장 먼저 달려들었다. 그도 주먹을 사용했다. 순간, 검은빛이 주먹을 감쌌고 거대한 늑대 머리가 그의 주먹에서 튀어나와 사납게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한 명이 나서자 나머지 네 명도 즉시 공격에 가담했다. 맨손으로 달려드는 자도 있었고, 무기를 사용하는 자도 있었다. 어쨌든 이 시각, 그들은 각자의 필살기를 모두 꺼내 이도현을 죽이려 했다.하지만 이도현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이곳에 도착한 순간 이미 모든 사람의 실력을 보아냈다.성역의 결계를 지키는 일곱 명의 무사는 모두 영급 경지밖에 안 되었다.조금 전 이도현이 한 방으로 죽인 노자와 바닥에 쓰러져 죽은 척하고 있는 어전 호위
이도현은 냉랭하게 이 모든 광경을 바라보았다. 여섯 명의 노자는 이도현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가 보는 앞에서 대놓고 논의했다.하여 이도현은 결국 화가 치밀어 올랐다. 노자들은 그를 무시하다 못해 하나의 장난감으로 여기며 심지어 돌아가면서 가지고 놀겠다고 했다.한 사람이 다 놀면 다음 사람에게 넘기겠다는 식으로 말이다.이도현은 그들의 대화에서 큰 모욕감을 느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함께 덤벼라.”이도현이 차갑게 말했다.하지만 이 말을 꺼내자마자 이도현은 어딘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노자들이 자신을 어떻게 가지고 놀지에 대한 의논에 응답해버린 것이었다.참으로 멍청한 짓이었다.“이 늙은이들,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도현은 고함을 지르며 곧바로 달려들었다.참 기막힌 하루였다. 조금 전에는 여자처럼 칭얼대는 사내를 만났고 이제는 이렇게 오만하고 멍청한 노자들을 만났으니 말이다.안 그래도 그 사내 때문에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는데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노자 여섯 명까지 만나니 이도현은 더 이상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이도현이 가까스로 억누르던 분노가 결국 폭발했다.이도현은 으르렁거리며 제자리에서 사라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여섯 노자 앞에 나타났다.“이 녀석, 죽으려고...”노자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크게 소리쳤다.그들은 이도현이 어떻게 눈앞에 나타났는지조차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도현의 속도에 깜짝 놀랐다.하지만 노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도현은 주먹을 날려 노자의 가슴을 쳤다.쾅.굉음과 함께 거대한 주먹이 노자의 가슴에 정확히 맞았고, 이도현의 주먹에서 푸른 용의 허영이 튀어나와 노자의 가슴을 관통했다.펑.둔탁한 소리가 들리더니 노자의 몸이 피안개로 되어 사람들 무리에서 퍼져 없어졌다.한 방. 겨우 한 방으로 조금 전까지 누가 먼저 이도현을 상대할 것인지 논의하던 노자가 시체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다.이도현의 이 한 방에 오만하던 다른 노인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들은 그제야 이
연기 속에서 이도현의 조롱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전까지 잘난 체하던 어전 호위무사는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앞을 바라보며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어전 호위무사는 두려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았고, 앞쪽의 먼지가 서서히 걷히더니 이도현의 모습이 점차 드러났다.이도현은 한 올의 상처도 없이 제자리에 멀쩡히 서 있었다. 그리고 그가 밟고 있던 땅도 무사했다. 마치 어전 호위무사의 방금 한 방이 이도현이 서 있던 곳만 교묘하게 피해간 것처럼 보였다.“너... 왜... 멀쩡해? 말도 안 돼...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방금 그 검기는 회도경지에 이른 고수도 감히 버티지 못하는데 네가 어떻게...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어...”어전 호위무사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눈앞에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었다.“실력도 없으면서 말이 참 많아. 넌 이미 날 두 번이나 공격했으니 이제 내 차례다.”이도현은 차갑게 말하며 순식간에 어전 호위무사 앞에 나타나 상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주먹을 날렸다.쿵.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어전 호위무사는 비명을 지르며 날려 나가더니 그들이 지키던 커다란 돌문에 부딪혀 땅에 떨어졌다.펑.튼튼한 몸이 땅에 거세게 떨어져 먼지를 일으켰다. 어전 호위무사는 죽은 것처럼 땅에 쓰러져 오랫동안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대단한 녀석이네. 역시 제법 실력이 있군. 하지만 이렇게 쉽게 저 친구를 쓰러뜨리다니, 우리를 너무 얕잡아본 게 아니냐?”목소리와 함께 양쪽의 방에서 대여섯 명의 노자가 나타나 이도현의 앞을 가로막았다.“이 녀석, 정말 오만하구나. 이곳에 함부로 쳐들어온 것도 모자라 대진제국의 수호자까지 다치게 하다니. 너 때문에 우리가 너무 우스워졌잖아. 그러니 널 죽여야겠다. 알겠냐?”한 노자가 거만하게 말했다.“뭔 말이 그렇게 많아요. 그냥 죽이고 얼른 저 녀석을 구합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무사하지 못할 수 있어요.”“맞아요. 윗사람들이
어전 호위무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이도현이 그의 직업을 무시한 것은 그에게 있어 가장 큰 모욕이었다.그는 어전 호위무사 중에서도 대진제국 황제 앞에서 검을 차고 서 있는 호위무사였다.그런데 그의 그 검, 40미터 길이의 거대한 검이 이도현에 의해 맨손으로 부수어졌으니 호위무사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맨손이 아니라 주먹으로 부수었더라도 호위무사가 이렇게까지 화내지 않았을 것이다.이는 그를 존중하지 않을뿐더러 그의 직업까지 모욕한 것이나 다름없다.잔뜩 화가 난 어전 호위무사는 몸에서 강력한 기운을 내뿜으며 전신의 힘을 검에 주입하고는 다시 이도현을 향해 내리쳤다.“죽어라...”거대한 검기는 이전보다 몇 배나 더 강력했고 수십 미터 길이의 검기는 하늘과 땅을 갈라버릴 듯한 기세로 떨어졌다.그러나 이처럼 강력한 공격에도 이도현은 여전히 꿈쩍하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검기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의 실력 차이는 천지 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컸다.영급 경지의 어전 호위무사는 현재의 이도현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했다.이도현은 나중에 찾은 두 개의 선학신침을 제련하기 전에도 이미 음양탑의 힘으로 회도경지에 이른 고수를 거뜬히 죽일 수 있었다.그리고 두 개의 선학신침을 제련하고, 담약의 효과에 이어 용주과의 500년 원력까지 얻었으니, 지금의 이도현은 전에 천사국에서 만났던 고수 족제비마저 가볍게 죽일 수 있었다.영급 경지의 무사 따위, 지금의 이도현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보잘것없었다.이도현은 전보다 더욱 지나치게 행동했다. 전에는 적어도 손을 들어 검을 막았지만, 이번에는 어전 호위무사가 내려친 거대한 검을 보고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마치 겁에 질려 멍하니 서서 검기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꽝.굉음이 들리더니 이도현이 서 있던 곳은 거대한 검기에 의해 사방으로 갈라졌고, 지면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깊고 긴 구멍이 생겼다. 그 구멍은 이도현의 뒤로 수백 미터 밖까지 이어졌다.삽시에 현장은 모래바람이 날려 아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