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뒤척거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날이 밝았고 이도현은 형수가 갑자기 들어오기라도 할까 봐 일찌감치 일어나 옷을 입었다.이도현은 어젯밤 얼떨결에 이불 속으로 들어간 순간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곳에 닿고 말았다. 그 느낌이 워낙 생경했던지라 이도현은 아직도 닿았던 부위가 이따금 떨려왔다.다 탄성이 커서 진동이 느껴진 탓이라고 여겼다.물론 이도현은 양심을 다 걸고 정말 부주의로 일어난 일이라고 맹세할 수 있었다. 이도현은 그런 염치없는 짓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렴 다섯 식구는 정직한 사람들이니 말이다.이도현은 형수가 준 우유 냄새가 나는 꽃이불을 반듯하게 개고 침대를 정리하면서 생각했다. 이곳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거라면, 좋은 인상을 남겨야겠다고 말이다.이도현이 몇 번이나 형수네 집에서 지냈을 때 형수는 그가 일어나기도 전에 방에 들어왔기에 이불을 정리하는 일은 죄다 형수의 몫이었다.오늘은 이도현이 일찍 기상하였기에 본인이 직접 할 수 있었다.이것도 모처럼 얻기 힘든 기회였다. 훌륭한 남자가 집안일을 거들 수 있기란 그리 쉬운 게 아니었다.이도현이 마침 방 정리를 마쳤을 때 형수가 예상한 대로 방에 들어왔다.“이런! 애 아빠, 벌써 일어났네요! 왜 더 자지 않고 이렇게나 빨리 일어났어요!”“침대도 정리했어요? 이런 일은 여자한테 맡겨요. 남자가 이런 일을 하면 쓰나요. 자고로 남자는 큰일을 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여자들이 할 수 있는 이런 사소한 일들에 시간 낭비하지 말아요!”형수는 여전히 열정적이었지만 어젯밤 애 아빠라고 부르고 난 뒤로 더는 양아버지라 부르지 않았다. 이도현은 성공적으로 양아버지에서 아버지로 승급한 격이었다.하지만 형수의 말에서 이도현은 이 마을 사람들에게 가부장주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렇지 않고서야 형수도 남자들은 큰일을 해야 한다느니, 침대 정리와 같은 사소한 일들은 여자가 해야 한다느니와 같은 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빨래하고 밥을 짓고 침대를 정리하는 것과 같은 일들은 여자의
“그 사람들이 저와 영식 씨에 대해서는 불만을 가질 수도 있지만 도현 씨 같은 신의에 대해서 어찌 감히 불만을 가질 수 있겠어요!”“아무튼 우리 가족이 지금처럼 편안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건 모두 애 아빠 도현 씨 덕분이에요! 가끔은 정말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도현 씨가 원한다면 저는 정말 무엇이든 해줄 수 있어요!”주현진은 울먹거리는 눈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진심 어린 말을 전했다.‘진짜 돌아버리겠네! 암시를 이렇게 대놓고 한다고? 무엇이든 해주겠단 말이 대체 무슨 뜻이냐고! 그게 진짜 가능하긴 해?’이도현은 또다시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것 같았다.“그건 선생이 외부인에게 말한 거잖아요! 한의원은 선생의 것이니 형수와 영식이 형더러 한의원에서 일할 수 있게 해준 것은 전적으로 두 분의 능력 덕분이죠. 그 어떤 사람과도 관계가 없어요!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보세요! 반드시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을 거예요!”이도현은 웃으며 대답했다.“네! 애 아빠 말이 맞아요. 사람 됨됨이에 있어 제일 중요한 건 은혜를 아는 거죠. 삼촌과 도현 씨가 우리 가족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셔서 정말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보답 같은 소리 하지 마세요. 함께 모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인연인데요!”“맞아요! 이게 바로 인연인 것 같아요! 저도 인연을 믿어요. 애 아빠 말이 맞고 말고요!”이도현은 주현진의 말에 더 대답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도현은 본인이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여겼다.때마침 노영식이 방으로 들어왔다.“도현 씨! 어젯밤엔 뭘 하러 나간 거예요! 한밤중에 사람이 사라져서 저랑 현진이가 얼마나 놀랐는데요! 현진이가 기어코 도현 씨가 돌아오는 걸 확인하고 자겠다고 하더라고요.”“앞으로는 나가기 전에 저한테 한마디라고 해줘요, 부탁이에요! 안 그러면 너무 걱정돼서 그래요. 게다가 어젯밤 직접 겪고 나니 더 그런 것 같아요. 만약 도현 씨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저랑 현진이는 엄청 죄책감이 들 거예요!”노영식은 이도현
이도현이라는 세글자에 한의원 안에서 바삐 돌아치던 몇몇 사람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들은 하고 있던 일도 손에서 놓은 채 시선은 저절로 이도현에게로 향했다.하지만 이도현은 그 말을 못 들은 것 같았다. 이도현은 여전히 환자들의 병을 봐주고 환자의 상태를 물어보며 환자에게 약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복용 기간에 어떤 것을 주의해야 하는지와 같은 것들에 열중하고 있었다.외부에서 일어난 일들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노영식과 주현진 그리고 노강인의 시선은 결국엔 노문호에게로 이르렀다.노문호는 잠깐 멈칫하더니 기침을 몇 번 하고는 계속해서 환자를 진료하는 데에 집중했다.노문호의 주의를 받은 세 사람도 다시 정신을 차렸다. 사람들의 말에 신경을 쓰지 않기로 하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사람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격앙됐지만 모든 이들의 의견은 하나로 통일되는 것 같았다. 그것은 대체로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이었다.사람들은 장씨 가문이 응당 받아 마땅한 벌이니 죽어도 싸다는 식의 말들을 했다.이렇게 작은 마을의 사람들도 장씨 가문 사람들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을 보면 장씨 가문의 명성이 얼마나 최악이었는지는 더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잘 알 수 있었다.오늘 이도현의 진료 속도는 아주 빨랐다. 점심에도 쉬지 않고 같은 자리에 앉아 계속 환자들의 병을 봐주었다. 평소대로라면 저녁까지 해야 해낼 수 있는 일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오후에 모든 환자의 진료를 마쳤다.“오늘은 환자도 많았는데 엄청나게 빨리 끝냈네요. 도현 씨 오늘 좀 워커홀릭이네요! 환자를 진료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너무 본인을 힘들게 몰아붙이지 않는 것도 중요해요.”노문호가 짐을 싸면서 말했다.“별말씀을요. 전 단지 곧 이곳을 떠날 것 같아서 떠나기 전에 조금이라도 환자들을 더 많이 봐주려고 하는 것뿐이에요!”이도현이 말했다.이도현의 말을 들은 주현진은 잠깐 몸을 흠칫 떨었다. 주현진의 눈빛에 조급한 기색이 스쳤다가 계속 하던 일을 했다.“뭐라고요? 도현 씨 방금 말은 곧 떠난다는 뜻인가요? 왜
“도현 씨가 떠나고 싶지 않다면 저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희 자신을 보호할 수 있어요! 도현 씨는 의업에 종사한 사람이잖아요! 하느님이 계신다면 사람을 살리는 사람에게 그런 가혹한 시련을 주시진 않을 거예요!” 형수는 이도현을 보며 말했다. 이 시골에서 형수는 비록 부녀에 그치지 않지만 남자 몇 명과 함께 비교해도 손색없는 사람이었다.형수의 그 몇 마디에 이도현도 반박할 수 없었다.형수와 이도현의 세상에 대한 인지가 달랐다. 이도현은 세상의 암흑을 보는 데 습관이 된 사람이었다. 이 세상에서는 많은 경우에 주먹이 큰 사람의 도리가 곧 뜻이고 돈이 있는 사람의 도리가 곧 법이라는 것을 이도현은 잘 알고 있었다.같은 두 사람이 같은 범죄를 범한다고 해도 일반 평민들은 10년형을 선고받지만 돈이 있는 자들은 놀라우리만치 아무 일도 없다.보통 가정의 대학생이 보호 동물에 속하는 새의 알을 몇 개 훔쳤다고 10년형을 선고받지만, 돈이 있는 사람들은 야생동물을 잡아먹어도 그 누구도 뭐라고 하지 못한다.평민들은 한평생 고생하고 몇 세대가 열심히 돈을 모아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 나중에 집이 파손되어 사라져도 여전히 대출금을 갚아야 하고 그 돈을 갚지 않으면 형법에 걸린다.반면에 부동산 사장은 은행에 빚을 수억 원씩 지고도 한결같이 매일 아가씨들을 옆구리에 끼고 술이나 퍼마셔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돈 있는 사람이 주식을 하면 재테크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이 카드놀이를 하면 도박이 되고 발각당하는 순간 잡혀간다.직급 높은 부자들은 여대생 몇 명을 가지고 놀고 숨겨 놓은 여자가 몇십 명이나 된다. 그 사생활은 감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더럽고 문란하다. 그런데도 잡혔을 때는 한낱 생활작풍 따위의 자질구레한 일에 불과하고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평민이 돈을 써서 아가씨를 구한다 치자. 몇십 분만 자도 벌금을 내야 할 뿐만 아니라 구류도 당한다. 그뿐이겠는가, 그 즉시로 가족들과 직장에 알리고 이건 범죄라고 못을 박아놓는다.이 빌어먹을
“당신들?”이도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노인과 여자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은 다름 아닌 이도현이 조성지의 선인암에서 조혜영을 구할 때 마주친 두 무리 중의 한 무리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바로 현연왕과 그의 손녀였다.그때 선인암 고분에서 마주쳤을 때, 현연왕은 자신의 손녀가 하도 나와서 구경하고 싶다고 조르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그곳에 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그리고 지금 그들은 이곳까지 왔으니 이도현은 그들이 자신을 노리고 이곳으로 온 것이라고 의심을 안 할 수가 없었다.“이신의! 또 보게 됐구려, 오랜만일세! 이신의가 이런 곳에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네! 만약 두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다면 천하의 무사들이 간담이 서늘해지게 했던 마왕 이도현이 편벽한 작은 마을에서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됐으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나!”현연왕은 한의원으로 들어서며 작은 의자 하나를 끌어와 앉아 이도현을 보며 말했다.“당신들은 나를 노리고 온 건가?”이도현의 눈빛은 차갑기 그지없었고 말투에는 불친절이 잔뜩 드러났다.“그렇다고 할 수 있지! 나는 폐하로부터 공작제국의 3대 고수를 살해한 이도현 자네가 이곳에 있으니 반드시 데려오라는 명을 받았네!”“공작제국! 허허! 또 공작제국이구나!”이도현의 목소리는 더할 나위 없이 차가웠고 서릿발 같은 눈빛으로 한연진을 바라보았다.“자네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자네가 죽인 구황자 송천일은 폐하가 제일 아끼던 황자 중의 한 명이었단 말일세! 그뿐만 아니라 그의 모친도 폐하께서 제일 아끼던 첩, 서귀비란 말일세! 자네가 한 나라의 황자를 죽였는데 순순히 따라가지 않는다면 그 결과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나?”“나를 찾아온 이유가 고무계로 데려가려고 이러는 것인가? 아니면 나를 죽이라는 명을 받들어서?”이도현은 쓸데없는 말을 더 듣고 싶지 않았다.황자니 귀비니 따위를 이도현은 알고 싶지 않았다. 이도현이 알고 싶은 건 오직 이 노인네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였다.“하하하! 정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
“할아버지, 정말 저 사람의 말을 믿는 거예요? 저 녀석은 분명 도망갈 틈을 찾고 있는 거라고요!”“가자꾸나. 얘야! 넌 모른다! 이도현과 같은 고수들이 어찌 말에 신용이 없을 수 있겠느냐?! 가자! 우리 나온 지도 오래됐고 너도 놀 만큼 놀았으니 이젠 돌아가야지!”현연진은 손녀의 머리통을 쓰다듬으며 달랬다.그리고는 화가 나서 씩씩대며 뾰로통한 손녀를 데리고 한의원을 떠났다.노문호를 비롯한 사람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말도 없었다. 이도현과 현연진의 대화를 그들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공작제국이니 마왕이니 도통 알아들을 수 없었다. 게다가 무사는 또 무엇이고 고무계는 또 무엇인지 들어도 들은 것 같지 않았다. 마치 자신들과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 같았다.“선생! 전 정말 떠나야겠어요! 더는 지체하다간 정말 여러분께 크나큰 민폐를 끼칠 것 같아요! 그동안 저를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우리 인연이 되면 다시 만나요!”말을 마친 이도현은 내당을 한번 보고는 곧장 한의원을 나서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이도현이 막 골목 끝에 다다른 순간, 갑자기 뒤에서 형수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애 아빠!”이도현은 멈칫하고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주현진은 뛰어왔는지 숨을 헐떡이며 멀리 서서 이도현을 바라보고 있었다.“형수! 돌아가요! 저 진짜 가야 해요!”“애 아빠! 시간 되면 저... 저랑 저희 아이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보러 와요! 우린 가족이잖아요! 항상 그리워하고 있을게요!”“그래요! 가족들 보러 돌아올게요, 형수! 돌아가요, 다들 건강 잘 챙겨요! 전 갈게요...”말을 마친 이도현은 더는 그곳에 머무를 수 없어 신법을 써서 형수의 시야에서 사라졌다.숨을 헐떡거리면서도 기어코 저런 말을 한 형수이기에 그녀와 한두 마디 더 주고받다간 형수가 어떤 과분한 행동을 하고 과분한 말을 할지 예측할 수 없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도현의 명성에도 먹칠할 수 있었다.한참 가서 마을에서 충분히 멀어졌을 때야 이도현은 멈춰서 숨을 고를
이도현은 둘째 선배에게 전화하려다가 세번째 선배 인무쌍에게 전화를 걸었다. 둘째 선배는 워낙 사람이 신비스럽고 장악한 정보가 많아 고무계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 같았다.그러나 뻘쭘하게도 그에게 둘째 선배의 연락처가 없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세번째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나쁜 놈아, 또 사고 쳤어?”인무쌍은 전화를 받자마자 말했다.“아니에요. 세번째 선배.”이도현은 어이가 없어 대답했다. 선배들의 눈에 그는 사고만 치는 사고뭉치였다.“그럼 왜 심경을 다스리지 않고 선배에게 전화한 건데? 선배가 보고 싶어?”“그럼요. 보고 싶어요. 그리고 선배에게 여쭙고 싶은 것도 있어요.”이도현은 바른대로 말했다.“쳇. 그럴 줄 알았어. 네가 아무 이유 없이 날 보고 싶어 할 리가 없지. 말해봐. 무슨 일로 전화한 건데?”인무쌍은 웃으며 호통쳤다.“세번째 선배, 고무계는 어떤 곳에 있나요? 어떻게 해야 고무계로 갈 수 있죠?”“고무계? 너 고무계에 가려고?”인무쌍의 말투는 바로 엄숙해졌다.“네. 그곳에 가서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어요. 사람 몇 명을 죽여야 해요.”이도현은 숨기지 않고 평온하게 말했다.“안돼. 절대 안 돼. 너 아직 고무계에 발을 들여선 안 돼. 너무 위험해!”인무쌍이 다급하게 말했다.“별일 없을 거예요, 선배. 저 꼭 가야 해요. 지금 처리하지 않으면 일이 더 꼬일 거예요. 그러니까 꼭 가야겠어요.”“후배, 충동하면 안 돼. 고무계는 네가 생각한 만큼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야. 네가 심경을 좀 더 다스린 후에 선배랑 같이 가자.”인무쌍은 걱정이 앞섰다.“선배, 걱정하지 마세요. 저 혼자 가도 돼요. 사실 저도 찾으러 갈 생각이 없었는데 제가 찾으러 가지 않으니까 그쪽에서 계속 찾아오지 뭐에요. 심지어 저와 인연이 있는 일반인에게 손을 썼어요. 그러니까 제가 꼭 가야 해요.”“선배, 고무계가 어디에 있고 어떻게 들어가는지만 알려주세요. 다른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제가 조심할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이
용조산은 염국의 서쪽 끝에 있는 거대한 산맥이었다. 고금동서, 용조산은 늘 신비로운 느낌을 물씬 풍겼다.전하는데 의하면 온 천하의 용맥이 모두 용조산에서 내려온 것이라고 한다. 당시 용조산에서 총 7마리의 용이 내려왔는데 그중 5마리가 동방 대륙에 남았고 2마리가 서방 대륙으로 갔다고 한다.그 후로 천하에 왕이 생기고 통일된 왕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5마리의 용은 제각기 천하 오행의 금목화수토를 상징했고 왕조가 교체될 때마다 변경되었다.새로운 왕조가 일어설 때마다 상응한 신용이 나타나곤 했다. 예를 들어 지금의 염국은 화용의 용맥이고 염국 이전의 왕조는 목용의 용맥이었다. 상생 상극하는 오행이 있기에 왕조가 끊임없이 교체될 수 있고 인류가 지금까지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이외에도 용조산에 관한 전설이 많았다. 염국의 모든 신화와 전설은 거의 다 용조산과 연관이 있었다.아무쪼록 용조산은 아주 신비롭고 오묘한 곳이다. 과학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용조산은 여전히 신비롭기 그지없고, 개발되지 않은 곳이 많다.게다가 수많은 대군이 용조산을 지키고 있다. 일반인은 대군이 무엇을 지키는지 모르지만 함부로 용조산에 드나들 수 없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용조산은 신비로운 곳이다. 수천 년 동안 수백 가지 전설이 끊이지 않고 전해질 만큼 신비로운 곳이다. 서왕모의 땅이니, 외계인의 기지이니, 죽음의 계곡이니, 지옥의 입구니 등등 많은 얘기가 있었다.수많은 전설이 비롯된 이곳을 누군가가 파헤치고 신비로운 가면을 벗기길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나 일반인 또는 실력이 부족한 사람은 모른다. 이 신비한 용조산의 옥경 꼭대기에 바로 고무계의 입구가 있다는 것을.용조산의 전설에 신선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고무계의 사람과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무도를 수련한 고무계의 사람은 단거리 비행을 할 수 있으니까 일반인의 눈에는 신선과 다름이 없지 않은가?이도현을 놓고 보아도 일부 사람의 눈에는 신선이지 않은가?오만가지 생각을 하던 중 비행기는 어느덧 용조산에 도착했다. 신영성
어전 호위무사는 이도현을 데리고 돌문을 통과한 후 계속 앞으로 나아가 산 끝자락까지 갔다.멀리서부터 산 중턱에 칠색 소용돌이가 보였다. 소용돌이는 시공간의 문처럼 끊임없이 칠색 빛을 반짝이며 신비로운 기운을 풍겼다.“형님, 앞에 보이는 것이 바로 우리가 지키고 있는 성역의 결계입니다. 이 결계를 통과하면 성역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호위무사는 관광 가이드처럼 친절하고 책임감 있게 설명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그가 자연스럽게 형님이라고 말을 바꾼 것이 은근 귀에 거슬렸다.‘지금 호칭을 몇 번이나 바꾼 거야. 참.’처음에는 ‘이 녀석’이라고 부르다가 나중에는 어르신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형님이라고 불렀다. 자꾸 변하는 호칭에 이도현은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심지어 이도현은 고무계와 성역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사랑이 부족했거나, 아니면 예의범절을 잘 배워서 이렇게 행동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물론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고 이도현도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 그는 늘 이래왔다.“가자.”“예. 형님, 저랑 같이 결계에 들어갈 건데 저를 잘 따라오셔야 합니다. 처음 결계를 통과할 때는 조금 적응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눈을 감고 있다가 다시 뜨면 눈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겁니다. 아주 신기하죠.”“형님, 그런데 저 결계는 대체 누가 만들었을까요? 정말 신기하지 않아요? 우리 성역에서 가장 강한 사람도 이 성역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너무 신기합니다.”“그래서 사람들은 이 세상에 원래 신선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무계, 성역 그리고 서방의 천사국도 모두 신선이 만든 게 아닐까요? 형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저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됐든 이런 신비한 현상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무사들도 그 이유를 모르고. 그럼 신선이 만들어 낸 것일 수밖에 없죠.”“형님, 이 세상에 만약 신선이 존재한다면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설마 전설에 나오는
“형님... 안됩니다. 제발 저를 그냥 보내주십시오... 저 죽기 싫습니다... 형님... 부탁드립니다.”어전 호위무사가 당황한 얼굴로 애원했다.“갈 거야, 안 갈 거야?”이도현은 이 상황에 어이가 없었다.“형님...”“가? 안 가?”이도현이 버럭 소리치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의 주먹에서 빛이 번쩍였다.“가겠습니다. 갑시다. 형님, 제가 모시겠습니다.”어전 호위무사는 이도현의 주먹에 단단히 겁을 먹었고 하마터면 바지에 오줌을 지릴 뻔했다.“진작에 이렇게 나오면 얼마나 좋아? 반나절 동안 징징대서 뭐해. 어서 앞장서.”이도현은 말이 안 통하는 놈들만 만나니 성격이 또 거칠어진 것 같았다.그는 이미 심경의 문제를 해결해서 성격이 많이 좋아졌다. 더 이상 예전처럼 작은 일에도 화를 내지 않았다.하지만 밖에 나갈 때마다 이런 답답한 놈들을 만나니 속에서 천불이 났다. 그렇다고 사람을 함부로 죽이고 싶지는 않고, 그래서 참으면서 지금처럼 화만 쌓여갔다.“네. 네. 형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는 황궁까지 안 가고 형님을 대진제국까지 모시겠습니다. 남아일언 중천금. 이 약속을 꼭 지키셔야 합니다. 제가 데려다주기 싫은 것이 아니라, 정말 가족의 목숨이 달린 문제라서 안 됩니다. 형님... 이점만 꼭 지켜주십시오. 저에게 진짜 가족이 있습니다.”어전 호위무사는 눈치 없이 이도현의 약속을 받아내려고 했다.“왜 이렇게 말이 많아. 가기나 해...”이도현은 분노를 가까스로 참으며 말했다.“형님, 이것만은 분명히 해주십시오. 제발 약속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래야 제가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제발 좀... 부탁드립니다.”어전 호위무사는 아주 우스운 요구를 제기했다.그는 이도현에게 잡혀 있는 상태인데 상대방에게 요구를 제기하고 있었다.“가자...”이도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주먹을 다시 꽉 쥐었다.“알겠습니다. 형님, 화내지 마십시오... 가겠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하지만 형님, 제 가족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 절대 약속을 어기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어전 호위무사는 죽은 것처럼 아무 반응이 없었다.“안 일어나? 죽는 척하겠다는 거냐? 그럼 정말 죽여주지. 다시 한번 묻겠다. 만약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영원히 잠들게 하지.”이도현의 차가운 말이 끝나자마자, 땅에 쓰러져 있던 어전 호위무사는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땅에서 벌떡 일어났다.“제... 제발 저를 죽이지 마십시오... 제...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를 죽이지 마세요...”어전 호위무사가 공포에 질려 말했다.그는 조금 전 이도현이 여섯 명의 동료를 죽이는 과정을 똑똑히 지켜보았다.정말 몸서리칠 정도로 끔찍하고 무서웠다.그는 어전 호위무사로서 큰 장면도 많이 겪어봤고, 죽은 사람도 많이 봤다. 하지만 영급 경지의 고수 여러 명이 힘을 합쳐 한 사람을 공격했는데 상대방의 단 한 방에 전부 목숨을 잃는 장면은 정말 본 적이 없었다.주먹 한 방으로 영급 경지의 강자를 피안개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더더욱 본 적이 없었다.검을 한 번 휘두르는데 마치 세상이 멸망하는 듯한 두려움을 느꼈다.그는 그런 두려움을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심지어 바로 직전 그는 차라리 이도현이 한주먹으로 그를 죽이길 바랐다.“널 죽이지 않을 테니까 나를 성역으로 데려다줘.”이도현은 여전히 차갑게 말했다.“그... 안 가면 안 될까요? 저... 저는 대진제국 황제의 호위무사이고 이 결계의 수호자입니다. 만약 제가 길을 안내한다면 황제께서 저를 반드시 죽이실 겁니다.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까지 죽이실 겁니다. 저에게 여든 되는 어머니가 계시고 갓 태어난 아이가 있습니다. 저는 죽어도 상관이 없지만, 우리 가족은...”“어르신, 제발 저를 살려주십시오. 좋은 일 한답시고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다시는 이러지 않겠습니다. 제발 제 가족을 살려주십시오. 제발...”어전 호위무사는 애걸복걸하며 이도현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구나. 영급 경지의 고수가 겨우 이런 핑계로 용서받으려고 하다니. 위로는 여든
그러나 오늘 이렇게 까다로운 상대를 만나 큰 망신을 당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 녀석... 우리가 누구인지 알기나 하고 까부는 거냐?”“이놈, 너 죽었어. 네가 오늘 우리를 건드린 것은 성역 전체를 건드린 것이나 다름없다. 넌 앞으로 평생 추격당할 것이다.”“이 빌어먹을 자식, 너 오늘 죽었어. 감히 우리를 건드려? 딱 기다리고 있어.”“우리는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에서 결계의 문을 지키라고 파견된 자들이다. 방금 네가 죽인 사람은 주작제국의 수호자이고, 대진제국의 어전 호위무사는 생사를 알 수 없어. 우리 또한 모두 네 손에 다쳤고. 네놈은 이제 끝이다.”노자들은 분노에 찬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그들은 이도현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살기 위해 자신의 뒤에 있는 세력을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마치 어린아이들이 싸움에서 지면 부모를 거들먹거리며 으름장을 놓는 모습 같았다.“지금 나를 협박하겠다는 것이냐?”이도현이 냉랭하게 말했다.“이건 협박이 아니라 사실이다. 이 결계는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에서 함께 지키고 있는 곳이다. 우리 일곱 명이 각자 한 세력을 대표한다.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은 4대 제국과 3대 종파로 이루어졌다.”“네가 지금 하는 행동은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을 도발한 것과 다름없다. 그러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이놈, 우리는 네가 강하고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를 건드리면 하나님이 와도 널 구해줄 수 없다.”“이놈아, 너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하라. 마음 깊이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무공을 폐하면 우리가 기분 좋게 너의 목숨을 살려둘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성역의 7대 최강 세력에서 너에게 본때를 보여줄 것이다.”“그때가 되면 너 혼자 죽는 것이 아니라 너와 관련된 모든 사람이 죽는다.”“이 녀석아, 넌 우리를 때렸지만, 성역의 7대 세력을 때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된 이상 너와
“아...”누군가 비명을 질렀다.“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이 녀석 왜 이리 강해...”“이 녀석 도대체 무슨 경지이길래 이렇게 무서운 거야...”“어쩌죠? 우리가 힘을 합쳐도 저놈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아요...”“설마 어느 강대한 종파에서 매장당했던 제자인 걸까요...”“하지만 분명 서른 살도 채 안 되어 보여요. 저렇게 젊은 녀석이 강한 종파의 제자일 리가 없어요...”“혹시 빙의 당한 거 아니겠죠...”다섯 명은 고통을 참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도현에게 발로 차이거나 주먹으로 맞은 노자들은 오장육부가 욱신거렸고, 뼈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이도현의 강대한 실력에 경악하며 통증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들도 강자들을 많이 봐왔다. 회도경지, 도급경지, 심지어 큰 종파의 고인물도 본 적이 있다. 무릎 꿇고 인사해야 하는 그런 인물들 말이다.그들은 이런 사람들이 왜 강대한지 이해할 수 있었다. 어쨌든 수많은 세월을 살아왔으니 강대할 법도 했다.그러나 이도현처럼 서른 살도 채 안 되는 나이에 이런 무서운 경지에 도달한 고수는 정말 본 적이 없었다.“이건 경고에 불과하다. 죽고 싶지 않다면 당장 비켜라. 난 너희를 죽이고 싶지 않다.”노자들이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할 때 이도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너...”그들은 마음속에 분노가 가득 찼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들은 이곳을 지키기 위해 파견된 자들로써 여기에서 황제처럼 군림하며 살았고 아주 긴 세월 동안 아무도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과거 그들에게 시비를 걸었던 자들은 하나같이 불행을 당했다.이곳에서 그들은 문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들 뒤에 있는 문으로 들어가 결계를 통과해 성역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그들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수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각종 방법을 써가며 그 문을 넘으려고 했다. 미녀로 유혹하거나 수련 자원으로 매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관계를 써서 들어가려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막무가내로
그들은 이도현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이도현이 처음 나타났을 때, 그들은 이도현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끼지 못했고 진원의 파동도 감지하지 못했다.따라서 그들은 이도현을 수련한 적이 없는 일반인이라 여겼다. 그저 조금 전의 사내에게 속아 이곳까지 왔고, 그를 이용해 성역으로 통하는 결계를 넘어가려고 하는 줄 알았다.이도현이 단 한 방으로 대진제국의 어전 호위무사를 쓰러뜨렸을 때, 그들은 비로소 이도현이 무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자신이 헛것을 본 줄 알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찌 됐든 이도현은 겨우 삼십 살도 안 되는 청년이었기 때문이다.그들은 이 나이의 무사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같은 세대의 사람보다 강할 뿐 자신들의 상대가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수백 년 동안 수련해온 그들은 자신의 강력한 내공이 시간을 들여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라고 믿었다. ‘천재라 해도 내공이 하루아침에 폭증할 리가 없어. 천재는 일반인보다 수련 속도가 빠를 뿐, 무제한으로 강해지는 것도 아니잖아.’그들은 이렇게 생각했기에 이도현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조금 전, 이도현이 단 한 방으로 자신의 동료를 죽인 것을 본 후에야 그들은 비로소 눈앞의 상대가 만만찮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같이... 저놈을 죽입시다...”한 노자가 큰소리로 외치며 가장 먼저 달려들었다. 그도 주먹을 사용했다. 순간, 검은빛이 주먹을 감쌌고 거대한 늑대 머리가 그의 주먹에서 튀어나와 사납게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한 명이 나서자 나머지 네 명도 즉시 공격에 가담했다. 맨손으로 달려드는 자도 있었고, 무기를 사용하는 자도 있었다. 어쨌든 이 시각, 그들은 각자의 필살기를 모두 꺼내 이도현을 죽이려 했다.하지만 이도현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이곳에 도착한 순간 이미 모든 사람의 실력을 보아냈다.성역의 결계를 지키는 일곱 명의 무사는 모두 영급 경지밖에 안 되었다.조금 전 이도현이 한 방으로 죽인 노자와 바닥에 쓰러져 죽은 척하고 있는 어전 호위
이도현은 냉랭하게 이 모든 광경을 바라보았다. 여섯 명의 노자는 이도현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가 보는 앞에서 대놓고 논의했다.하여 이도현은 결국 화가 치밀어 올랐다. 노자들은 그를 무시하다 못해 하나의 장난감으로 여기며 심지어 돌아가면서 가지고 놀겠다고 했다.한 사람이 다 놀면 다음 사람에게 넘기겠다는 식으로 말이다.이도현은 그들의 대화에서 큰 모욕감을 느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함께 덤벼라.”이도현이 차갑게 말했다.하지만 이 말을 꺼내자마자 이도현은 어딘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노자들이 자신을 어떻게 가지고 놀지에 대한 의논에 응답해버린 것이었다.참으로 멍청한 짓이었다.“이 늙은이들,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도현은 고함을 지르며 곧바로 달려들었다.참 기막힌 하루였다. 조금 전에는 여자처럼 칭얼대는 사내를 만났고 이제는 이렇게 오만하고 멍청한 노자들을 만났으니 말이다.안 그래도 그 사내 때문에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는데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노자 여섯 명까지 만나니 이도현은 더 이상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이도현이 가까스로 억누르던 분노가 결국 폭발했다.이도현은 으르렁거리며 제자리에서 사라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여섯 노자 앞에 나타났다.“이 녀석, 죽으려고...”노자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크게 소리쳤다.그들은 이도현이 어떻게 눈앞에 나타났는지조차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도현의 속도에 깜짝 놀랐다.하지만 노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도현은 주먹을 날려 노자의 가슴을 쳤다.쾅.굉음과 함께 거대한 주먹이 노자의 가슴에 정확히 맞았고, 이도현의 주먹에서 푸른 용의 허영이 튀어나와 노자의 가슴을 관통했다.펑.둔탁한 소리가 들리더니 노자의 몸이 피안개로 되어 사람들 무리에서 퍼져 없어졌다.한 방. 겨우 한 방으로 조금 전까지 누가 먼저 이도현을 상대할 것인지 논의하던 노자가 시체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다.이도현의 이 한 방에 오만하던 다른 노인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들은 그제야 이
연기 속에서 이도현의 조롱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전까지 잘난 체하던 어전 호위무사는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앞을 바라보며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어전 호위무사는 두려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았고, 앞쪽의 먼지가 서서히 걷히더니 이도현의 모습이 점차 드러났다.이도현은 한 올의 상처도 없이 제자리에 멀쩡히 서 있었다. 그리고 그가 밟고 있던 땅도 무사했다. 마치 어전 호위무사의 방금 한 방이 이도현이 서 있던 곳만 교묘하게 피해간 것처럼 보였다.“너... 왜... 멀쩡해? 말도 안 돼...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방금 그 검기는 회도경지에 이른 고수도 감히 버티지 못하는데 네가 어떻게...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어...”어전 호위무사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눈앞에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었다.“실력도 없으면서 말이 참 많아. 넌 이미 날 두 번이나 공격했으니 이제 내 차례다.”이도현은 차갑게 말하며 순식간에 어전 호위무사 앞에 나타나 상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주먹을 날렸다.쿵.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어전 호위무사는 비명을 지르며 날려 나가더니 그들이 지키던 커다란 돌문에 부딪혀 땅에 떨어졌다.펑.튼튼한 몸이 땅에 거세게 떨어져 먼지를 일으켰다. 어전 호위무사는 죽은 것처럼 땅에 쓰러져 오랫동안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대단한 녀석이네. 역시 제법 실력이 있군. 하지만 이렇게 쉽게 저 친구를 쓰러뜨리다니, 우리를 너무 얕잡아본 게 아니냐?”목소리와 함께 양쪽의 방에서 대여섯 명의 노자가 나타나 이도현의 앞을 가로막았다.“이 녀석, 정말 오만하구나. 이곳에 함부로 쳐들어온 것도 모자라 대진제국의 수호자까지 다치게 하다니. 너 때문에 우리가 너무 우스워졌잖아. 그러니 널 죽여야겠다. 알겠냐?”한 노자가 거만하게 말했다.“뭔 말이 그렇게 많아요. 그냥 죽이고 얼른 저 녀석을 구합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무사하지 못할 수 있어요.”“맞아요. 윗사람들이
어전 호위무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이도현이 그의 직업을 무시한 것은 그에게 있어 가장 큰 모욕이었다.그는 어전 호위무사 중에서도 대진제국 황제 앞에서 검을 차고 서 있는 호위무사였다.그런데 그의 그 검, 40미터 길이의 거대한 검이 이도현에 의해 맨손으로 부수어졌으니 호위무사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맨손이 아니라 주먹으로 부수었더라도 호위무사가 이렇게까지 화내지 않았을 것이다.이는 그를 존중하지 않을뿐더러 그의 직업까지 모욕한 것이나 다름없다.잔뜩 화가 난 어전 호위무사는 몸에서 강력한 기운을 내뿜으며 전신의 힘을 검에 주입하고는 다시 이도현을 향해 내리쳤다.“죽어라...”거대한 검기는 이전보다 몇 배나 더 강력했고 수십 미터 길이의 검기는 하늘과 땅을 갈라버릴 듯한 기세로 떨어졌다.그러나 이처럼 강력한 공격에도 이도현은 여전히 꿈쩍하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검기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의 실력 차이는 천지 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컸다.영급 경지의 어전 호위무사는 현재의 이도현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했다.이도현은 나중에 찾은 두 개의 선학신침을 제련하기 전에도 이미 음양탑의 힘으로 회도경지에 이른 고수를 거뜬히 죽일 수 있었다.그리고 두 개의 선학신침을 제련하고, 담약의 효과에 이어 용주과의 500년 원력까지 얻었으니, 지금의 이도현은 전에 천사국에서 만났던 고수 족제비마저 가볍게 죽일 수 있었다.영급 경지의 무사 따위, 지금의 이도현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보잘것없었다.이도현은 전보다 더욱 지나치게 행동했다. 전에는 적어도 손을 들어 검을 막았지만, 이번에는 어전 호위무사가 내려친 거대한 검을 보고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마치 겁에 질려 멍하니 서서 검기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꽝.굉음이 들리더니 이도현이 서 있던 곳은 거대한 검기에 의해 사방으로 갈라졌고, 지면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깊고 긴 구멍이 생겼다. 그 구멍은 이도현의 뒤로 수백 미터 밖까지 이어졌다.삽시에 현장은 모래바람이 날려 아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