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현의 강대함을 인지한 후 권영일은 또 많은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이도현이 왜 구황자를 죽일 수 있는지 이해했다.구황자의 곁에 분명 강대한 고수 2명이 호위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다 죽었다.권영일은 그제야 모든 것을 깨닫고 후회막심했다. 형제들이 욕심을 부리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었다.욕심이 없었더라면 이 임무를 받지도, 그리고 자신의 두 동생이 비참하게 죽는 일도 없었다.그러나 지금 후회한다고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동생을 죽인 이 원수는 꼭 갚아야 했다.“죽일 놈아. 네 경지가 무엇이든 간에 나의 두 동생을 죽인 이상 넌 오늘 반드시 내 손안에 죽어야 해.”권영일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독기 품은 눈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면서 한 글자씩 내뱉었다.“너한테 그런 재주가 있기는 하고?”이도현은 경멸에 찬 말투로 말했다.“내 동생을 죽인 대가가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주마.”권영일은 새빨개진 눈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몸에서 살벌한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이 기운이 계속 커지면서 권영일의 몸은 은은하게 피안개가 타오르는 것 같았는데 사람에게 아주 이상한 느낌을 주었다.이도현은 그것이 정혈을 불태우는 듯한 공법이라는 것을 제대로 보아냈다. 권영일은 지금 목숨을 걸고 이도현에게 달려들 작정이었다.하지만 이도현은 전혀 두렵지 않았고 급히 공격할 생각도 없었다. 그는 제자리에 선 채 권영일의 동작을 지켜보았다. 이도현은 권영일이 자신의 정혈과 목숨을 태워 가는 이 공법으로 얼마나 많은 힘을 끌어모을 수 있는지 두고 볼 생각이었다.짧디짧은 몇 초 사이에 권영일은 혈마처럼 온몸에 혈기가 흘러넘쳤고 기운도 점점 강해졌다. 무서운 힘이 그의 몸에서 들끓고 있었다.곧이어 권영일은 갑자기 소리를 한번 지르더니 이도현을 향해 탄알처럼 달려들었다.“짐승 같은 놈. 목숨 내놔라.”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권영일을 보며 이도현은 시사한 웃음을 지었다.“이게 끝이야? 난 또 얼마나 굉장한 기술을 쓰나 했네. 고작 이 정도야?”“그냥 쓰레기잖아.”말
막냇동생과 이도현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이도현은 경황 실색한 수백 명의 미녀에게 둘러싸인 것도 모자라 앞다퉈 몸을 비벼대는 미녀들 때문에 거의 온몸이 미녀들의 손발로 뒤덮였다.이는 과연 혈기왕성한 남성에게 얼마나 큰 시련이란 말인가!이도현은 귀신들에게 둘러싸인 것처럼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것 같았고 덜컥 겁이 났다.“여러분! 어서 애 좀 살려주세요, 애가 너무 무서워해요!”“이러지 말아요! 아가씨! 진정해요, 진정! 우리 이러지 맙시다! 저 이래 봐도 정직한 사람이에요?”이도현은 자신의 품에 안긴 미녀를 필사적으로 밀어내고 얼른 두 손으로 자신의 중요 부위를 보호하였다.“오빠! 살려주세요! 사람이 죽었어요! 우릴 구해줘요!”이도현에게 내쳐졌던 여자는 굴하지 않고 다시 달려들어 다급하게 소리를 질러댔다.그녀들은 지금 자신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오빠라는 사람이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모른다.“알고 있다고! 좋은 말로 할 때 이 손 놔. 사람들은 내가 죽인 거야! 더 매달리면 너희들까지 죽여버리는 수가 있어!”이도현은 잔뜩 초조해하는 미녀를 향해 차디찬 목소리로 말했다.“아... 당신... 당신... 이었어...”뒤늦게 알아챈 여자는 순식간에 이도현에게서 멀어졌다. 방금까지 이도현에게 도움을 요청하던 미녀들도 겁에 질려 도망쳤다.다들 구석에 숨어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지도 못한 채로 이도현을 바라보았다. 겁에 질려 덜덜 떠는 가냘픈 몸과 이따금 보이는 야릇한 표정이 그녀들의 가련한 모습을 더 극대화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는 이도현에게 그 순간만큼은 자신이 색마 같아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하지만 이도현은 그 여자들을 무시했다. 그는 막 산에서 내려온 미소년도 아니고 알만한 것들은 다 알고 있었다.이도현은 사실 이 여자들이 이런 옷차림으로 이곳에서 무엇을 하는지 다 알고 있었다.그뿐만 아니라 돈 많은 사장이라면 모두 좋지 않은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돈이 있다면 누려야 하지 않겠는가!
“왜, 돌아가서 어머니한테 다시 낳아달라고 하게? 젖도 못 뗀 아기 같은 소리 좋아하네!”“늘그막에 자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놀라운데 지금 당신 나이에 아이를 또 나았다가 벼락 맞을까 봐 두렵지도 않은가 보지? 변명하려면 좀 그럴싸하게 하는 노력이라도 해 봐. 이딴 도적놈이나 쓸 법한 수법을 나한테 쓰다니! 이건 내 지능에 대한 모욕이야.”“도... 도련님... 부디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이렇게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제 말은 모두 사실입니다. 작은 아이는...”권영일은 여전히 뻔뻔하게 계속 설명하려고 했다. 이 사람은 정말이지 살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권영일은 말하는 도중에도 계속 이도현에게 머리를 조아렸다.권영일은 정말로 땅에 머리를 박았다. 얼마나 힘을 써서 머리를 박아대는지 쾅쾅쾅 소리도 멈추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이마도 다 까졌다. 살려달라는 그 간절함만은 진심임을 알 수 있었다.이도현은 그런 권영일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전혀 쉽지 않은 상대였기 때문이다.만약 권영일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도현도 진작에 놔줬을 것이다. 이런 나약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니 말이다.하지만 권영일은 반드시 죽어야 했다. 그들이 형수에게 손을 대는 순간부터 어쩌면 이미 정해진 결말이었다.이도현은 자신이 권영일을 살려준다면 형수의 포근한 우유 냄새가 나던 꽃이불에 미안해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죽어라! 다음 생엔 꼭 좋은 사람이 돼라!”말을 끝낸 이도현은 손을 들어 천천히 권영일의 머리를 내리눌렀다.“안돼...”권영일의 겁에 질린 비명과 함께 그의 머리통은 이도현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다. 뇌에서 터져 나온 새빨간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내가 널 죽이고 싶어서 죽인 게 아니야! 네가 죽어 마땅한 인간이었을 뿐이지!”이도현은 시신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을 내뱉은 후에야 뒤돌아 그 자리를 떠났다.이도현은 전에 들어갔던 방으로 돌아갔다. 잔뜩 겁에 질린 아가씨들은 여전히 아까의 그 자리에서
이도현이 마을에 돌아왔을 땐 날이 완전히 밝지 않았기에 마을 주민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멀리서 바라보니 한의원 밖에는 이미 줄을 서서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시골 사람들은 마을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일찍 집에서 나온다. 그들은 차를 탈 돈이 없어 집에서부터 걸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병을 보이고 나면 다시 걸어서 집으로 가야 했다.그래서 먼 곳에서 오는 사람들은 한밤중에 집에서 나와 걸어오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일찍 줄을 서서 조금이라도 일찍 병을 보이고 빨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길 원했다.이도현은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이런 일들을 많이 봐왔다. 그래서 한의원에서 잘 때 밖에서 환자의 소리가 들리면 미리 한의원 문을 열어준 적도 많다. 먼 길 걸어온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병을 보이고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랐기 때문이다.시골 사람들의 고생은 시골 사람들만 안다. 그들은 도시 사람들과 달리 아프면 바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되지 못한다.시골 사람들은 종래로 작은 병 때문에 병원에 가지 않는다. 그들은 작은 병은 미루고 큰 병은 참는다. 그리고 더는 참을 수 없을 때야 병원에 가는데 그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경우가 허다하다.어떤 때인지를 막론하고 시골 사람들이 의사에게 가장 많이 묻는 말은 딱 하나이다. 바로 돈이 얼마나 필요하냐는 것이다.만약 돈이 적게 들면 치료를 선택하고, 돈이 많이 들면 주저 없이 돌아가 죽기만을 기다린다.하지만 이건 결코 그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들도 사람이고 죽음이 두려운 건 매한가지다. 다만 돈과 가난 앞에서는 죽음마저 별것 아닌 게 되는 것일 뿐이다.그들은 결코 사람도 돈도 모두 날려버리는 비극을 맞고 싶지 않아 한다. 그들은 항상 남은 돈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어 자식들이 자신들과 같은 초라한 삶을 살지 않길 바란다.이것이 바로 시골의 가난한 사람들의 비애이고 시골 평민들의 가장 진실한 모습이다.누군가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세상
이불속에는 누군가가 있었다. 게다가 여자였다.“젠장... 이게 무슨 상황이지? 형수가 왜 여기에...”이도현은 완전히 멍해졌다.이도현은 멍해지는 것도 모자라 머리가 지끈거렸고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것 같은 느낌에 소름이 끼쳤다.그 짧은 찰나에 이도현의 머릿속은 무수한 가능성으로 꽉 차버렸다.“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설마 불륜? 형수가 한밤중에 내 이불 안으로 들어왔다니, 지금 날 골탕 먹이려고 이러는 건가? 하느님이시여! 제발 이러지 마, 난 서씨 경국 사달이 나긴 싫단 말이야! 제기랄! 지금 이 상황이 형한테 발각이라도 되면 난 끝장난다고. 젠장... 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야!”이도현은 죽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어떻게 생각해보아도 형수의 이런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설령 정말 형수가 자신에게 다른 마음이 있다고 해도 자신의 집에서 이런 짓을 저지를 수는 없을 텐데 말이다.만약 진짜 일을 저지른다고 해도 사람이 없을 때를 노리는 게 정상 아니던가. 그런데 지금은 형수의 시부모님과 남편 모두 같은 집에서 자고 있는데 무작정 이렇게 나오니 어지간히 간이 크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짓이었다.“심호흡! 심호흡! 가슴 펴고 고개 들어, 정신 차리자! 이건 다 오해일 거야. 내가 너무 많이 생각한 것일 뿐이야!”이도현은 일련의 동작을 하고 나니 아까처럼 마음이 복잡하진 않았다. 그는 천천히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형수를 깨우러 다가갔다.“형수! 형수! 눈 좀 떠봐요!”이도현은 이불 넘어 작은 소리로 주현진을 깨웠다.“응...”주현진은 잠에서 깨 몽롱한 눈으로 기지개를 켜면서 아찔한 신음을 내뱉었다. 이도현은 주현진의 소리에 혹여나 오해를 살까 꼼짝하지 못했다.“양아버지! 돌아왔네요!”주현진은 눈을 뜨고는 창밖의 희미한 빛을 빌려 이도현임을 확인하고는 다급하게 몸을 일으켰다.“잠시 외출을 하고 돌아왔어요! 형수는 왜 여기 있는 거죠?”이도현은 말을 뱉기 바쁘게 자신의 입을 꿰매버리고 싶었다. 눈치도 없이 하필이면 딱 꼬집어 말한 자
그렇게 뒤척거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날이 밝았고 이도현은 형수가 갑자기 들어오기라도 할까 봐 일찌감치 일어나 옷을 입었다.이도현은 어젯밤 얼떨결에 이불 속으로 들어간 순간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곳에 닿고 말았다. 그 느낌이 워낙 생경했던지라 이도현은 아직도 닿았던 부위가 이따금 떨려왔다.다 탄성이 커서 진동이 느껴진 탓이라고 여겼다.물론 이도현은 양심을 다 걸고 정말 부주의로 일어난 일이라고 맹세할 수 있었다. 이도현은 그런 염치없는 짓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렴 다섯 식구는 정직한 사람들이니 말이다.이도현은 형수가 준 우유 냄새가 나는 꽃이불을 반듯하게 개고 침대를 정리하면서 생각했다. 이곳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거라면, 좋은 인상을 남겨야겠다고 말이다.이도현이 몇 번이나 형수네 집에서 지냈을 때 형수는 그가 일어나기도 전에 방에 들어왔기에 이불을 정리하는 일은 죄다 형수의 몫이었다.오늘은 이도현이 일찍 기상하였기에 본인이 직접 할 수 있었다.이것도 모처럼 얻기 힘든 기회였다. 훌륭한 남자가 집안일을 거들 수 있기란 그리 쉬운 게 아니었다.이도현이 마침 방 정리를 마쳤을 때 형수가 예상한 대로 방에 들어왔다.“이런! 애 아빠, 벌써 일어났네요! 왜 더 자지 않고 이렇게나 빨리 일어났어요!”“침대도 정리했어요? 이런 일은 여자한테 맡겨요. 남자가 이런 일을 하면 쓰나요. 자고로 남자는 큰일을 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여자들이 할 수 있는 이런 사소한 일들에 시간 낭비하지 말아요!”형수는 여전히 열정적이었지만 어젯밤 애 아빠라고 부르고 난 뒤로 더는 양아버지라 부르지 않았다. 이도현은 성공적으로 양아버지에서 아버지로 승급한 격이었다.하지만 형수의 말에서 이도현은 이 마을 사람들에게 가부장주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렇지 않고서야 형수도 남자들은 큰일을 해야 한다느니, 침대 정리와 같은 사소한 일들은 여자가 해야 한다느니와 같은 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빨래하고 밥을 짓고 침대를 정리하는 것과 같은 일들은 여자의
“그 사람들이 저와 영식 씨에 대해서는 불만을 가질 수도 있지만 도현 씨 같은 신의에 대해서 어찌 감히 불만을 가질 수 있겠어요!”“아무튼 우리 가족이 지금처럼 편안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건 모두 애 아빠 도현 씨 덕분이에요! 가끔은 정말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도현 씨가 원한다면 저는 정말 무엇이든 해줄 수 있어요!”주현진은 울먹거리는 눈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진심 어린 말을 전했다.‘진짜 돌아버리겠네! 암시를 이렇게 대놓고 한다고? 무엇이든 해주겠단 말이 대체 무슨 뜻이냐고! 그게 진짜 가능하긴 해?’이도현은 또다시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것 같았다.“그건 선생이 외부인에게 말한 거잖아요! 한의원은 선생의 것이니 형수와 영식이 형더러 한의원에서 일할 수 있게 해준 것은 전적으로 두 분의 능력 덕분이죠. 그 어떤 사람과도 관계가 없어요!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보세요! 반드시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을 거예요!”이도현은 웃으며 대답했다.“네! 애 아빠 말이 맞아요. 사람 됨됨이에 있어 제일 중요한 건 은혜를 아는 거죠. 삼촌과 도현 씨가 우리 가족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셔서 정말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보답 같은 소리 하지 마세요. 함께 모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인연인데요!”“맞아요! 이게 바로 인연인 것 같아요! 저도 인연을 믿어요. 애 아빠 말이 맞고 말고요!”이도현은 주현진의 말에 더 대답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도현은 본인이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여겼다.때마침 노영식이 방으로 들어왔다.“도현 씨! 어젯밤엔 뭘 하러 나간 거예요! 한밤중에 사람이 사라져서 저랑 현진이가 얼마나 놀랐는데요! 현진이가 기어코 도현 씨가 돌아오는 걸 확인하고 자겠다고 하더라고요.”“앞으로는 나가기 전에 저한테 한마디라고 해줘요, 부탁이에요! 안 그러면 너무 걱정돼서 그래요. 게다가 어젯밤 직접 겪고 나니 더 그런 것 같아요. 만약 도현 씨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저랑 현진이는 엄청 죄책감이 들 거예요!”노영식은 이도현
이도현이라는 세글자에 한의원 안에서 바삐 돌아치던 몇몇 사람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들은 하고 있던 일도 손에서 놓은 채 시선은 저절로 이도현에게로 향했다.하지만 이도현은 그 말을 못 들은 것 같았다. 이도현은 여전히 환자들의 병을 봐주고 환자의 상태를 물어보며 환자에게 약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복용 기간에 어떤 것을 주의해야 하는지와 같은 것들에 열중하고 있었다.외부에서 일어난 일들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노영식과 주현진 그리고 노강인의 시선은 결국엔 노문호에게로 이르렀다.노문호는 잠깐 멈칫하더니 기침을 몇 번 하고는 계속해서 환자를 진료하는 데에 집중했다.노문호의 주의를 받은 세 사람도 다시 정신을 차렸다. 사람들의 말에 신경을 쓰지 않기로 하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사람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격앙됐지만 모든 이들의 의견은 하나로 통일되는 것 같았다. 그것은 대체로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이었다.사람들은 장씨 가문이 응당 받아 마땅한 벌이니 죽어도 싸다는 식의 말들을 했다.이렇게 작은 마을의 사람들도 장씨 가문 사람들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을 보면 장씨 가문의 명성이 얼마나 최악이었는지는 더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잘 알 수 있었다.오늘 이도현의 진료 속도는 아주 빨랐다. 점심에도 쉬지 않고 같은 자리에 앉아 계속 환자들의 병을 봐주었다. 평소대로라면 저녁까지 해야 해낼 수 있는 일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오후에 모든 환자의 진료를 마쳤다.“오늘은 환자도 많았는데 엄청나게 빨리 끝냈네요. 도현 씨 오늘 좀 워커홀릭이네요! 환자를 진료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너무 본인을 힘들게 몰아붙이지 않는 것도 중요해요.”노문호가 짐을 싸면서 말했다.“별말씀을요. 전 단지 곧 이곳을 떠날 것 같아서 떠나기 전에 조금이라도 환자들을 더 많이 봐주려고 하는 것뿐이에요!”이도현이 말했다.이도현의 말을 들은 주현진은 잠깐 몸을 흠칫 떨었다. 주현진의 눈빛에 조급한 기색이 스쳤다가 계속 하던 일을 했다.“뭐라고요? 도현 씨 방금 말은 곧 떠난다는 뜻인가요? 왜
원래 이도현을 처단하려고 전장을 나가면 공을 세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도현은 진짜 미친 짐승처럼 강력해서 전혀 싸울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전장에서 도망쳤다. 황궁에 더 강한 고수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그와 이도현이 싸우는 동안 뒤에서 기회를 잡고 제3자로서 몰래 공격하는 거였다. 이기든 지든 일단 전투에 참여하기만 하면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간에 공은 세운 셈이니까 공작상제는 그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다. 운이 좀 좋다면 몰래 공격해서 이도현의 허리를 찔러버린다면 그는 첫 공을 세운 거니까 상이 분명히 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전왕과 무왕이 등장하고 자신이 계획을 실행하려 할 때 전왕이 너무도 치사하게 무덕을 지키지 않았다. 그는 아부를 해도 듣지 않았고 바로 와서 그의 머리를 한 대 때려버렸다. 그는 그 한 대에 대비할 수 없었고 바로 그 자리에서 끝났다. 그는 인정한다. 방금 자신이 너무 방심했었다. 전왕이 무덕을 지키지 않고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의 손바닥이 날아올 줄은 몰랐다. 아무 준비도 할 시간 없이 그를 처단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는 비참한 결과를 맞게 되었다. 이도현은 쓰러진 장교 이준을 보며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젠장, 정말 잔인하네. 내가 죽이지 않았는데 결국은 자기들끼리 죽였네!’ “이 자식! 지금이라도 항복하면 괴로움 없이 끝낼 수 있다! 이 왕이 너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줄 테니 더는 고집부리지 말고 항복해라. 그렇지 않으면 네 결말은 저놈보다 더 비참할 것이다!” 전왕 송천훈이 분노하며 말했다. 이도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바로 행동으로 답했다. 그는 이런 얼간이들을 상대할 때는 그들에게 상처를 입혀서 그들이 두려움을 느끼게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이 자신이 제일 강하다고 생각할 때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하는 것보다 주먹으로 말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고 직설적인 방법이었다. 검붉은 색의 검망이 폭발적으로
그때, 이도현은 백호문에 들어섰고 공작제국의 황궁에 발을 들였다. 이곳은 오직 황제와 그의 아내, 자녀만이 입주할 수 있는 장소였다. 황제의 명령 없이는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궁전이었지만 이도현은 마치 아무런 제약도 없는 듯 아무 거리낌 없이 들어섰다. 가는 길마다 그를 막으려는 금위군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도현은 그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검을 휘두르며 모두 처리했다. 그가 죽음을 몰고 오며 궁전 안으로 진입할 때까지 아무도 그의 발걸음을 멈추지 못했다. 철벽같은 경비가 존재하는 황궁이지만 마치 그는 무방비 상태인 곳에 들어온 것처럼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았다. 갑자기 두 강력하고 무시무시한 기운이 하늘과 땅을 흔들며 이도현에게 다가왔다. 이도현은 몸을 날려 공중으로 솟구쳤다. ‘쿵!’ 커다란 폭음이 울리며 이도현이 있던 땅과 대청석으로 포장된 도로가 터지며 큰 구덩이가 생겼다. 그리고 바로 그다음 순간, 망포를 입은 두 명의 중년 남자가 이도현의 앞에 나타나서 그의 길을 막았다. 두 사람은 강력한 기운을 발산하며 왕의 기백이 섞인 위압적인 기운을 뿜어냈다. 그들은 마치 제국의 왕처럼 이도현을 내려다보며 그의 존재를 하찮게 여기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이 개자식! 공작제국의 황궁에 네가 감히 들어오다니!” “지금 당장 스스로 목숨을 끊고 사죄해라! 그럼 네 가족까지 엮지 않겠다! 그렇지 않으면 너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멸하겠다!” “천제의 위엄을 범할 수 없다! 이를 건드리면 그 누구도 살려두지 않는다!” 두 남자가 차갑게 말했다. 그들의 눈빛은 이도현을 개미처럼 내려다보며 그가 그들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 존재처럼 여겼다. “오만하구나!” “오늘 내가 온 이유는 그저 그 개황제에게 묻고 싶어서다. 왜 몇 번이나 나를 괴롭히는지! 나는 사람을 더 죽이고 싶지 않다! 너희는 빨리 꺼져!” 이도현은 두 사람을 냉정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무엄하다! 고집불통이네, 바로 처단
이도현은 보검을 들고 한 걸음 한 걸음 백호문으로 향했다.공작제국 건국 천년 만에 처음으로 한사람에 의해 백호문이 뚫려버렸다.이 오래된 성문은 수많은 전쟁의 불길이 치솟았던 곳이다. 더불어 온갖 풍파를 이겨낸 땅은 수많은 사람의 피로 물들여졌을 것이다.셀 수 없는 목숨이 죽어 나간 이 성문은 한 번도 누군가에 의해 뚫려본 적이 없다. 하지만 한때 천군만마를 막아낸 성문도 이도현이라는 사람만큼은 막아내지 못했다.백호문은 그렇게 허무하게 뚫려버렸다. 이도현은 아무렇지 않게 금위군들의 시체를 밟고 지나가서는 공작제국의 황궁에 발을 들였다.금란전에서는 공작상제가 용좌에 앉아 문무백관과 함께 장교가 이도현의 머리통을 들고 돌아올 것을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그들 앞에 나타난 건 이도현의 머리통이 아닌 근위군이었다.“폐하! 큰일 났습니다. 이도현이 이미 백호문을 뚫고 들어왔습니다!”“뭐?”공작상제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두 눈을 부릅뜨고 근위군에게 물었다.“지금 뭐라고 하였느냐? 다시 한번 말해 보아라!”공작상제는 백호문이 뚫렸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었다. 백호문이 뚫린 적은 자그마치 몇백 년 전의 일인데 같은 일이 또다시 반복되었다.당시 번왕이 반란을 일으켜 군대를 거느리고 백호문을 부수고 쳐들어왔었다.그러고 나서 황궁의 네 개 문은 한 번도 뚫린 적이 없었다.“폐하! 이도현은 수천 명의 금위군을 죽이고 이미 백호문으로 들어왔습니다!”근위군은 다시 한번 말했다.“그놈은 몇 명을 데리고 왔느냐?”“한 명... 오직 이도현 한 명입니다!”대답하는 근위군의 목소리는 덜덜 떨리고 있었다.공작상제가 묻는 말에 대답해야 하는 근위군도 죽을 맛이었다. 이도현 한 사람도 막아내지 못했는데 몇 명이냐고 묻는 것도 꽤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다.이도현 한 사람만으로도 충분히 심장이 떨어질 것 같은데 그가 몇 명을 더 데리고 오기라도 했다면 틀림없이 송씨 황실에 줄초상이 날 것 같았다.“한 사람이라니! 그게 어떻게 가능하단 말이
소리와 함께 갑옷을 입고 장총을 손에 든 장교가 하늘에서 내려와 이도현의 앞에 섰다.“이도현, 이 망나니 같은 놈! 뚫린 입이라고 아무 말이나 내뱉은 것도 모자라 감히 공작제국의 권위를 건드린 죄를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이도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를 한번 흘기고는 말했다.“그다음엔?”“겁도 없지! 감히 공작제국의 백호문 앞에서 아무 말이나 지껄이고 폐하를 모욕하다니! 여긴 너 같은 놈이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꼼짝 말고 달게 벌이나 받아라. 그렇지 않으면 너의 후대들도 모조리 싹을 잘라버릴 것이다!”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이도현을 노려보는 장교의 몸에서는 강렬한 전의가 뿜어져 나왔다.“말이 참 많구나! 죽고 싶으면 빨리 덤비고 그게 아니라면 썩 꺼져라!”이도현은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완전히 겁을 상실했구나! 우둔하기 짝이 없어서 용서해줄 수가 없구나. 금위군은 저놈을 총살해도 좋다!”아까까지만 해도 이도현 때문에 넋이 나간 금위군들은 장교의 명령하에 하나둘 정신을 차렸다. 순식간에 무기를 든 금위군들이 사방에서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 성문을 지키던 금위군이든 백호문 성루에 있던 금위군이든지를 막론하고 전부 뛰쳐나왔다. 백호문 입구에는 삽시에 수천 명의 금위군으로 꽉 찼다.눈 깜짝할 새에 이도현은 수천 명의 금위군에게 제대로 포위당했다.이 금위군들은 모두 천급 경지에 오른 무사들이었다.천급의 실력자로 말할 것 같으면, 외부 세계에서는 일부 가문에서 높이 모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고무계에서는 한낱 병사에 불과할 뿐이다.수천 명의 천급 경지에 오른 금위군들은 강렬한 기운을 뿜어냈다. 그들은 엄청난 힘이 실린 무기를 손에 쥔 채 중간에 포위당한 이도현에게 돌격했다.이도현은 그들에게 기회를 주었으나 무지한 그들이 먼저 그 기회를 날려버렸으니 이도현도 더는 봐줄 필요가 없었다.이도현이 손에 든 음양검을 휘두르자 공포의 검의 기운이 나타났다.쿵...공포의 힘은 천지를 흔들어놓았고 하늘에서 떨어진 신
그들이 평소에 황제에 대해 얼마나 불만을 품고 있는지, 서로 간에 어떤 속고 속이는 암투를 벌였는지를 막론하고 지금 같은 때에는 한마음 한뜻으로 맞서 싸울 수밖에 없었다.이는 송씨 로열 패밀리의 존엄과 관련되는 문제였기에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을 따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반드시 합심하여 감히 송씨 로열 패밀리의 권위를 건드리는 망나니를 처리해야만 했다.“여러분, 보잘것없는 망나니 따위에 존귀하신 우리 왕들의 손이 더럽혀져서야 어찌 되겠습니까! 저 혼자 나서도 충분합니다. 폐하, 부디 제가 저 망나니의 숨통을 끊을 수 있게 허락해주신다면 반드시 저희 송씨 가문의 위엄을 지켜내겠습니다!”한 장교가 나서서 큰 소리로 말했다.“좋다! 이애경을 필두로 저 개자식을 처리하거라!”분노에 차 얼굴이 시퍼렇게 질린 공작상제가 말했다.“알겠습니다! 존귀하신 왕들은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제가 갔다 오겠습니다!”젊은 장군은 그렇게 말하고는 의기양양한 기세로 나갔다.이렇게나 젊은 장군이 벌써 조정에 발을 들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실력을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그는 공작제국의 8대 장교 중의 한 명이기도 했다.8대 장교 중의 한 명이었던 동문 수비 장수를 죽인 이도현을 8대 장교 중의 또 다른 한 명인 그가 죽이는 것보다 더 기강을 확실하게 잡을 방법도 없었다.그 시각 공작제국 황궁 밖에는 손에 음양검을 든 이도현이 궁문 정중앙에 서 있다.황궁으로 통하는 백호문을 지키는 금위군은 여전히 혼란 속에 있었다.수백 명의 사람은 모두 돌처럼 굳은 채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이도현을 바라보고 있었다.상식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일에 다들 믿기 힘든 눈치였다.그들은 직접 두 눈으로 본 일이지만 여전히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죽었다가 깨나도 믿기지 않았다.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공작제국이 건국된 지는 어언 천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렇게나 황당무계한 일은 천년 만에 처음이었다.혼자 오직 검 한 자루와 함께 기세등등하게 황궁으로 쳐
그 순간 모두가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밖을 바라보았다.조정의 모든 문무의 얼굴에 충격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감히 황궁 밖에서 이토록 건방지게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염치없는 놈! 누가 감히 이딴 건방을 떤단 말이냐? 당장 저놈의 목을 베어라!”공작상제는 대노하여 얼굴이 시뻘게져서 소리를 질렀다.감히 그의 영역, 그의 황궁에서 개보다도 못한 황제라고 소리를 질러대는 것도 모자라 목은 깨끗하게 닦았냐고 묻다니! 반란을 일으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이는 명백한 공작상제의 권위에 대한 도발이었다.황제의 권위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 공작상제가 버젓이 살아있는 한 이 오만방자한 놈을 멀쩡히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상제! 이도현입니다. 진짜 이도현이 왔습니다!”현연진이 놀라 다급히 설명했다.이도현과 약속을 했을 당시, 그는 이도현이 올 거라고 믿긴 했지만 이런 방식으로 나타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성문에서부터 그 소란을 피운 것도 모자라 황궁까지 쳐들어와서도 이렇게 거만하게 고함이나 지르다니!솔직히 말하자면, 그 순간 현연왕은 이도현의 겁을 상실한 오만한 태도에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기분이었다.아무리 대단한 실력을 갖췄다고 한들, 이곳은 엄연히 제국인데 그러거나 말거나 제국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미쳐 날뛰는 이도현이 현연왕에게는 충격적인 게 당연했다.이도현이 암살을 하러 왔대도, 사람을 데리고 왔대도 현연왕은 적어도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도현의 등장은 정말이지 하수가 할 법한 밑도 끝도 없는 짓이었다. 현영왕은 그런 이도현을 주제도 모르고 나대는 미친놈이라고 생각했다.“빌어먹을 놈, 이런 짐승보다 못한 놈을 봤나! 감히 짐의 권위를 도발하다니. 짐이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네 놈의 숨통을 끊어주마!”공작상제는 분노에 치를 떨었다.만약 고무계의 강자가 이런 도발을 했다면 공작상제는 이렇게까지 분노하진 않았을 것이다.왜냐하면 고무계의 강자들은 감히 셀
“세상에, 이렇게 대담할 수가!”“감히 저딴 망언을 뱉다니! 어떻게 감히 죽이겠다는...”“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 저렇게나 방자하다니, 살 만큼 살았단 말인가?”“이도현이라는 사람은 대체 얼마나 대단하단 말이지? 세속계의 평범한 사람이 어찌 저렇게 주제를 모르고 나댄단 말인가!”“아니야! 만약 그 사람이 평범한 세속계의 사람이라면 어떻게 동문의 수비 장수를 죽일 수 있겠는가! 그 사람이 어떻게 그런 실력을 갖추고 있을 수 있지?”“말도 안 되는 소리! 절대 불가능해!”“폐하! 소신이 생각건대 이 일은 어딘가 수상쩍습니다만. 동문의 수비 장수는 공작제국의 8대 장교 중의 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그렇게 쉽게 살해당할 일은 절대 불가능합니다!”“맞습니다! 이자가 헛소리하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어쩌면 숨은 목적이 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여봐라, 이자를 당장 끌어내 목을 쳐라!”한 대신이 외쳤다.공작상제의 얼굴은 더할 나위 없이 일그러졌고 눈빛은 분노로 이글거렸다. 그의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은 아래에 있던 사람들이 겁에 질려 벌벌 떨게 했다.“그 입 다물 거라! 짐이 아직 죽지 않았는데 감히 너희들이 뭐라고 언성을 높이느냐!”아래의 문무백관은 공작상제의 한마디에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며 감히 더 말을 얹을 엄두를 못 내었다.공작상제는 다시 대전 중앙에서 겁에 질려 죽기 직전인 그 병사에게로 눈길을 돌려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성문에서 일어난 일을 한 글자도 빠짐없이 다 말해 보아라!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폐하... 다름이 아니오라 제가 말한 그대로입니다. 이도현 그 사람이...”병사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한번 사건의 경과를 서술했다.사실 사건의 경과라고 해봤자 3분 남짓한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기에 딱히 말할 것도 없었다. 병사가 검문하자 이도현이 병사들을 죽였고 수비 장수가 나서서 일을 처리하려고 했지만 이도현의 주먹 한 방에 날아간 뒤 그의 손에 의해 머리통이 박살 났다.그러고 나서 병사는 바로 소식을
이도현은 성문 안으로 들어섰다. 그가 성큼성큼 걸어서 도착한 곳은 바로 도성 한가운데 있는 가장 높고 큰 궁전이었다.그곳은 다름 아닌 공작제국의 황궁이었다.그 시각, 황성의 동문을 지키던 수비 장수는 머리 없는 시체가 되어 땅에서 뒹굴었다.성문 밖에서 관전하던 사람들은 믿기 힘든 눈앞의 광경에 넋이 나갔다. 그들은 눈이 휘둥그레서 새빨간 피로 물든 성문과 아직 미세한 움직임이 남아 있는 머리 없는 시체를 번갈아 가며 보았다. 그들은 언제 흘렸는지 모를 식은땀에 등이 흠뻑 젖었다. 사람들은 소름 돋는 광경에 형언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사람들은 감히 공작제국의 도성에서 간 크게 살인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죽인 사람이 무려 성문을 지키던 수비 장수라는 사실에 전쟁이 일어나진 않을까 걱정하였다.믿기 힘든 광경에 이도현을 안내했던 여인의 그 아름다운 눈동자는 당장이라도 빠져나올 것 같았다.그녀의 몸은 덜덜 떨리다 못해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어 보였다.여인은 이도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충격에 휩싸여 중얼거렸다.“저 남자의 말이 다 사실이었어... 저 남자는... 정말... 정말 황제를 죽이러 온 거였어. 이게...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저 남자는 혼자인데...”...이곳에서 일어난 일은 입소문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고 커다란 혼란을 일으켰다.그 시각, 황궁으로 통하는 대로에 길든 사나운 맹수가 나타났다. 얼핏 말로 추정되는 그 짐승은 등에 창백하게 질린 얼굴을 한 병사를 앉히고 국도를 질주했다. 병사는 미친 듯이 짐승을 후려치며 다급하게 소리 질렀다.“비켜! 긴급 군사 상황이니 다 비키란 말이야! 어서들 피해! 피하라고...”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병사는 단숨에 황궁의 대문 앞에 도착해서 몸을 돌려 말에서 내려온 뒤 궁 안으로 재빨리 달려들어 갔다.“긴급 군사 상황! 긴급 군사 상황! 다 비켜...”병사는 소리를 지르며 빠르게 달려갔다. 그는 가장 빠른 속도로 공작제국의 금란전에 도착해 마침내 긴급 군사 상황을 알렸다.“폐하! 긴
“이도현, 공작상제에게 목숨을 바치러 온 멍청한 놈! 제멋대로 이곳에 발을 들인 것도 모자라 말하는 꼬락서니마저 건방지다니. 죽어도 싸다!”수비 장수의 분노로 뒤덮인 얼굴은 더할 나위 없이 흉측해졌다. 그는 핏발이 잔뜩 서 빨갛게 된 눈동자로 이도현을 노려보며 맹수를 방불케 하는 기세로 포효하면서 이도현의 가슴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다른 한 손에 쥐어진 환도에도 살기를 가득 실어 이도현의 머리를 조준했다.“어디 개보다도 못한 실력으로 내 앞에서 나대는 거야! 꺼져!”이도현은 윽박지르며 수비 장수의 어깨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음양신공에 힘이 가해져 주먹 한 방에 뼈가 부서지면서 난 뿌득 소리는 머리카락이 쭈뼛 설 만큼 소름 돋았다.수비 장수의 어깨는 이도현의 한방에 산산조각이 났고 아예 팔 전체가 떨어져 나갔다.이도현의 그 한방으로 말할 것 같으면 원래의 강력한 힘에 음양신공까지 더해진 것이었다. 그러니 아무리 성급 정상에 도달한 실력자라고 해도 그토록 폭발적인 공격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수비 장수는 이도현의 주먹을 맞고 날아가 성벽에 부딪힌 뒤 맥없이 땅에 떨어졌다. 처참하게 땅에 널브러진 수비 장수는 쉴 새 없이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손에 쥐고 있던 환도도 바닥을 나뒹굴었다. 수비 장수는 악을 쓰고 일어나보려고 했지만 몸에 조금의 힘도 남아 있지 않았음을 깨달았다.수비 장수는 계속해서 발버둥 쳐 보았지만 하면 할수록 몸은 점점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마치 뼈가 부러진 개처럼 그저 바닥에서 꿈지럭댈 수밖에 없었다. 수비 장수는 그 사실이 내키지 않았고 믿고 싶지도 않았다.그는 자그마치 공작제국의 8대 장교 중의 한 명이었다. 그는 공작제국 안에서도 내공이 제일 강한 사람 중 한 명이었는데 고작 주먹 한 방에 이 지경이 됐다는 게 자기 절로도 믿기지 않았다.정말 단 한방이었다. 그 한방에 성급 정상에 오른 실력자가 이처럼 처참하게 당한 것이다.차마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수비 장수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겨우 땅에서 일어나 성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