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돌아가서 어머니한테 다시 낳아달라고 하게? 젖도 못 뗀 아기 같은 소리 좋아하네!”“늘그막에 자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놀라운데 지금 당신 나이에 아이를 또 나았다가 벼락 맞을까 봐 두렵지도 않은가 보지? 변명하려면 좀 그럴싸하게 하는 노력이라도 해 봐. 이딴 도적놈이나 쓸 법한 수법을 나한테 쓰다니! 이건 내 지능에 대한 모욕이야.”“도... 도련님... 부디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이렇게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제 말은 모두 사실입니다. 작은 아이는...”권영일은 여전히 뻔뻔하게 계속 설명하려고 했다. 이 사람은 정말이지 살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권영일은 말하는 도중에도 계속 이도현에게 머리를 조아렸다.권영일은 정말로 땅에 머리를 박았다. 얼마나 힘을 써서 머리를 박아대는지 쾅쾅쾅 소리도 멈추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이마도 다 까졌다. 살려달라는 그 간절함만은 진심임을 알 수 있었다.이도현은 그런 권영일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전혀 쉽지 않은 상대였기 때문이다.만약 권영일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도현도 진작에 놔줬을 것이다. 이런 나약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니 말이다.하지만 권영일은 반드시 죽어야 했다. 그들이 형수에게 손을 대는 순간부터 어쩌면 이미 정해진 결말이었다.이도현은 자신이 권영일을 살려준다면 형수의 포근한 우유 냄새가 나던 꽃이불에 미안해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죽어라! 다음 생엔 꼭 좋은 사람이 돼라!”말을 끝낸 이도현은 손을 들어 천천히 권영일의 머리를 내리눌렀다.“안돼...”권영일의 겁에 질린 비명과 함께 그의 머리통은 이도현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다. 뇌에서 터져 나온 새빨간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내가 널 죽이고 싶어서 죽인 게 아니야! 네가 죽어 마땅한 인간이었을 뿐이지!”이도현은 시신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을 내뱉은 후에야 뒤돌아 그 자리를 떠났다.이도현은 전에 들어갔던 방으로 돌아갔다. 잔뜩 겁에 질린 아가씨들은 여전히 아까의 그 자리에서
이도현이 마을에 돌아왔을 땐 날이 완전히 밝지 않았기에 마을 주민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멀리서 바라보니 한의원 밖에는 이미 줄을 서서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시골 사람들은 마을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일찍 집에서 나온다. 그들은 차를 탈 돈이 없어 집에서부터 걸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병을 보이고 나면 다시 걸어서 집으로 가야 했다.그래서 먼 곳에서 오는 사람들은 한밤중에 집에서 나와 걸어오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일찍 줄을 서서 조금이라도 일찍 병을 보이고 빨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길 원했다.이도현은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이런 일들을 많이 봐왔다. 그래서 한의원에서 잘 때 밖에서 환자의 소리가 들리면 미리 한의원 문을 열어준 적도 많다. 먼 길 걸어온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병을 보이고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랐기 때문이다.시골 사람들의 고생은 시골 사람들만 안다. 그들은 도시 사람들과 달리 아프면 바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되지 못한다.시골 사람들은 종래로 작은 병 때문에 병원에 가지 않는다. 그들은 작은 병은 미루고 큰 병은 참는다. 그리고 더는 참을 수 없을 때야 병원에 가는데 그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경우가 허다하다.어떤 때인지를 막론하고 시골 사람들이 의사에게 가장 많이 묻는 말은 딱 하나이다. 바로 돈이 얼마나 필요하냐는 것이다.만약 돈이 적게 들면 치료를 선택하고, 돈이 많이 들면 주저 없이 돌아가 죽기만을 기다린다.하지만 이건 결코 그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들도 사람이고 죽음이 두려운 건 매한가지다. 다만 돈과 가난 앞에서는 죽음마저 별것 아닌 게 되는 것일 뿐이다.그들은 결코 사람도 돈도 모두 날려버리는 비극을 맞고 싶지 않아 한다. 그들은 항상 남은 돈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어 자식들이 자신들과 같은 초라한 삶을 살지 않길 바란다.이것이 바로 시골의 가난한 사람들의 비애이고 시골 평민들의 가장 진실한 모습이다.누군가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세상
이불속에는 누군가가 있었다. 게다가 여자였다.“젠장... 이게 무슨 상황이지? 형수가 왜 여기에...”이도현은 완전히 멍해졌다.이도현은 멍해지는 것도 모자라 머리가 지끈거렸고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것 같은 느낌에 소름이 끼쳤다.그 짧은 찰나에 이도현의 머릿속은 무수한 가능성으로 꽉 차버렸다.“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설마 불륜? 형수가 한밤중에 내 이불 안으로 들어왔다니, 지금 날 골탕 먹이려고 이러는 건가? 하느님이시여! 제발 이러지 마, 난 서씨 경국 사달이 나긴 싫단 말이야! 제기랄! 지금 이 상황이 형한테 발각이라도 되면 난 끝장난다고. 젠장... 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야!”이도현은 죽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어떻게 생각해보아도 형수의 이런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설령 정말 형수가 자신에게 다른 마음이 있다고 해도 자신의 집에서 이런 짓을 저지를 수는 없을 텐데 말이다.만약 진짜 일을 저지른다고 해도 사람이 없을 때를 노리는 게 정상 아니던가. 그런데 지금은 형수의 시부모님과 남편 모두 같은 집에서 자고 있는데 무작정 이렇게 나오니 어지간히 간이 크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짓이었다.“심호흡! 심호흡! 가슴 펴고 고개 들어, 정신 차리자! 이건 다 오해일 거야. 내가 너무 많이 생각한 것일 뿐이야!”이도현은 일련의 동작을 하고 나니 아까처럼 마음이 복잡하진 않았다. 그는 천천히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형수를 깨우러 다가갔다.“형수! 형수! 눈 좀 떠봐요!”이도현은 이불 넘어 작은 소리로 주현진을 깨웠다.“응...”주현진은 잠에서 깨 몽롱한 눈으로 기지개를 켜면서 아찔한 신음을 내뱉었다. 이도현은 주현진의 소리에 혹여나 오해를 살까 꼼짝하지 못했다.“양아버지! 돌아왔네요!”주현진은 눈을 뜨고는 창밖의 희미한 빛을 빌려 이도현임을 확인하고는 다급하게 몸을 일으켰다.“잠시 외출을 하고 돌아왔어요! 형수는 왜 여기 있는 거죠?”이도현은 말을 뱉기 바쁘게 자신의 입을 꿰매버리고 싶었다. 눈치도 없이 하필이면 딱 꼬집어 말한 자
그렇게 뒤척거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날이 밝았고 이도현은 형수가 갑자기 들어오기라도 할까 봐 일찌감치 일어나 옷을 입었다.이도현은 어젯밤 얼떨결에 이불 속으로 들어간 순간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곳에 닿고 말았다. 그 느낌이 워낙 생경했던지라 이도현은 아직도 닿았던 부위가 이따금 떨려왔다.다 탄성이 커서 진동이 느껴진 탓이라고 여겼다.물론 이도현은 양심을 다 걸고 정말 부주의로 일어난 일이라고 맹세할 수 있었다. 이도현은 그런 염치없는 짓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렴 다섯 식구는 정직한 사람들이니 말이다.이도현은 형수가 준 우유 냄새가 나는 꽃이불을 반듯하게 개고 침대를 정리하면서 생각했다. 이곳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거라면, 좋은 인상을 남겨야겠다고 말이다.이도현이 몇 번이나 형수네 집에서 지냈을 때 형수는 그가 일어나기도 전에 방에 들어왔기에 이불을 정리하는 일은 죄다 형수의 몫이었다.오늘은 이도현이 일찍 기상하였기에 본인이 직접 할 수 있었다.이것도 모처럼 얻기 힘든 기회였다. 훌륭한 남자가 집안일을 거들 수 있기란 그리 쉬운 게 아니었다.이도현이 마침 방 정리를 마쳤을 때 형수가 예상한 대로 방에 들어왔다.“이런! 애 아빠, 벌써 일어났네요! 왜 더 자지 않고 이렇게나 빨리 일어났어요!”“침대도 정리했어요? 이런 일은 여자한테 맡겨요. 남자가 이런 일을 하면 쓰나요. 자고로 남자는 큰일을 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여자들이 할 수 있는 이런 사소한 일들에 시간 낭비하지 말아요!”형수는 여전히 열정적이었지만 어젯밤 애 아빠라고 부르고 난 뒤로 더는 양아버지라 부르지 않았다. 이도현은 성공적으로 양아버지에서 아버지로 승급한 격이었다.하지만 형수의 말에서 이도현은 이 마을 사람들에게 가부장주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렇지 않고서야 형수도 남자들은 큰일을 해야 한다느니, 침대 정리와 같은 사소한 일들은 여자가 해야 한다느니와 같은 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빨래하고 밥을 짓고 침대를 정리하는 것과 같은 일들은 여자의
“그 사람들이 저와 영식 씨에 대해서는 불만을 가질 수도 있지만 도현 씨 같은 신의에 대해서 어찌 감히 불만을 가질 수 있겠어요!”“아무튼 우리 가족이 지금처럼 편안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건 모두 애 아빠 도현 씨 덕분이에요! 가끔은 정말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도현 씨가 원한다면 저는 정말 무엇이든 해줄 수 있어요!”주현진은 울먹거리는 눈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진심 어린 말을 전했다.‘진짜 돌아버리겠네! 암시를 이렇게 대놓고 한다고? 무엇이든 해주겠단 말이 대체 무슨 뜻이냐고! 그게 진짜 가능하긴 해?’이도현은 또다시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것 같았다.“그건 선생이 외부인에게 말한 거잖아요! 한의원은 선생의 것이니 형수와 영식이 형더러 한의원에서 일할 수 있게 해준 것은 전적으로 두 분의 능력 덕분이죠. 그 어떤 사람과도 관계가 없어요!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보세요! 반드시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을 거예요!”이도현은 웃으며 대답했다.“네! 애 아빠 말이 맞아요. 사람 됨됨이에 있어 제일 중요한 건 은혜를 아는 거죠. 삼촌과 도현 씨가 우리 가족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셔서 정말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보답 같은 소리 하지 마세요. 함께 모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인연인데요!”“맞아요! 이게 바로 인연인 것 같아요! 저도 인연을 믿어요. 애 아빠 말이 맞고 말고요!”이도현은 주현진의 말에 더 대답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도현은 본인이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여겼다.때마침 노영식이 방으로 들어왔다.“도현 씨! 어젯밤엔 뭘 하러 나간 거예요! 한밤중에 사람이 사라져서 저랑 현진이가 얼마나 놀랐는데요! 현진이가 기어코 도현 씨가 돌아오는 걸 확인하고 자겠다고 하더라고요.”“앞으로는 나가기 전에 저한테 한마디라고 해줘요, 부탁이에요! 안 그러면 너무 걱정돼서 그래요. 게다가 어젯밤 직접 겪고 나니 더 그런 것 같아요. 만약 도현 씨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저랑 현진이는 엄청 죄책감이 들 거예요!”노영식은 이도현
이도현이라는 세글자에 한의원 안에서 바삐 돌아치던 몇몇 사람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들은 하고 있던 일도 손에서 놓은 채 시선은 저절로 이도현에게로 향했다.하지만 이도현은 그 말을 못 들은 것 같았다. 이도현은 여전히 환자들의 병을 봐주고 환자의 상태를 물어보며 환자에게 약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복용 기간에 어떤 것을 주의해야 하는지와 같은 것들에 열중하고 있었다.외부에서 일어난 일들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노영식과 주현진 그리고 노강인의 시선은 결국엔 노문호에게로 이르렀다.노문호는 잠깐 멈칫하더니 기침을 몇 번 하고는 계속해서 환자를 진료하는 데에 집중했다.노문호의 주의를 받은 세 사람도 다시 정신을 차렸다. 사람들의 말에 신경을 쓰지 않기로 하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사람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격앙됐지만 모든 이들의 의견은 하나로 통일되는 것 같았다. 그것은 대체로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이었다.사람들은 장씨 가문이 응당 받아 마땅한 벌이니 죽어도 싸다는 식의 말들을 했다.이렇게 작은 마을의 사람들도 장씨 가문 사람들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을 보면 장씨 가문의 명성이 얼마나 최악이었는지는 더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잘 알 수 있었다.오늘 이도현의 진료 속도는 아주 빨랐다. 점심에도 쉬지 않고 같은 자리에 앉아 계속 환자들의 병을 봐주었다. 평소대로라면 저녁까지 해야 해낼 수 있는 일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오후에 모든 환자의 진료를 마쳤다.“오늘은 환자도 많았는데 엄청나게 빨리 끝냈네요. 도현 씨 오늘 좀 워커홀릭이네요! 환자를 진료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너무 본인을 힘들게 몰아붙이지 않는 것도 중요해요.”노문호가 짐을 싸면서 말했다.“별말씀을요. 전 단지 곧 이곳을 떠날 것 같아서 떠나기 전에 조금이라도 환자들을 더 많이 봐주려고 하는 것뿐이에요!”이도현이 말했다.이도현의 말을 들은 주현진은 잠깐 몸을 흠칫 떨었다. 주현진의 눈빛에 조급한 기색이 스쳤다가 계속 하던 일을 했다.“뭐라고요? 도현 씨 방금 말은 곧 떠난다는 뜻인가요? 왜
“도현 씨가 떠나고 싶지 않다면 저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희 자신을 보호할 수 있어요! 도현 씨는 의업에 종사한 사람이잖아요! 하느님이 계신다면 사람을 살리는 사람에게 그런 가혹한 시련을 주시진 않을 거예요!” 형수는 이도현을 보며 말했다. 이 시골에서 형수는 비록 부녀에 그치지 않지만 남자 몇 명과 함께 비교해도 손색없는 사람이었다.형수의 그 몇 마디에 이도현도 반박할 수 없었다.형수와 이도현의 세상에 대한 인지가 달랐다. 이도현은 세상의 암흑을 보는 데 습관이 된 사람이었다. 이 세상에서는 많은 경우에 주먹이 큰 사람의 도리가 곧 뜻이고 돈이 있는 사람의 도리가 곧 법이라는 것을 이도현은 잘 알고 있었다.같은 두 사람이 같은 범죄를 범한다고 해도 일반 평민들은 10년형을 선고받지만 돈이 있는 자들은 놀라우리만치 아무 일도 없다.보통 가정의 대학생이 보호 동물에 속하는 새의 알을 몇 개 훔쳤다고 10년형을 선고받지만, 돈이 있는 사람들은 야생동물을 잡아먹어도 그 누구도 뭐라고 하지 못한다.평민들은 한평생 고생하고 몇 세대가 열심히 돈을 모아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 나중에 집이 파손되어 사라져도 여전히 대출금을 갚아야 하고 그 돈을 갚지 않으면 형법에 걸린다.반면에 부동산 사장은 은행에 빚을 수억 원씩 지고도 한결같이 매일 아가씨들을 옆구리에 끼고 술이나 퍼마셔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돈 있는 사람이 주식을 하면 재테크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이 카드놀이를 하면 도박이 되고 발각당하는 순간 잡혀간다.직급 높은 부자들은 여대생 몇 명을 가지고 놀고 숨겨 놓은 여자가 몇십 명이나 된다. 그 사생활은 감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더럽고 문란하다. 그런데도 잡혔을 때는 한낱 생활작풍 따위의 자질구레한 일에 불과하고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평민이 돈을 써서 아가씨를 구한다 치자. 몇십 분만 자도 벌금을 내야 할 뿐만 아니라 구류도 당한다. 그뿐이겠는가, 그 즉시로 가족들과 직장에 알리고 이건 범죄라고 못을 박아놓는다.이 빌어먹을
“당신들?”이도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노인과 여자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은 다름 아닌 이도현이 조성지의 선인암에서 조혜영을 구할 때 마주친 두 무리 중의 한 무리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바로 현연왕과 그의 손녀였다.그때 선인암 고분에서 마주쳤을 때, 현연왕은 자신의 손녀가 하도 나와서 구경하고 싶다고 조르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그곳에 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그리고 지금 그들은 이곳까지 왔으니 이도현은 그들이 자신을 노리고 이곳으로 온 것이라고 의심을 안 할 수가 없었다.“이신의! 또 보게 됐구려, 오랜만일세! 이신의가 이런 곳에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네! 만약 두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다면 천하의 무사들이 간담이 서늘해지게 했던 마왕 이도현이 편벽한 작은 마을에서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됐으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나!”현연왕은 한의원으로 들어서며 작은 의자 하나를 끌어와 앉아 이도현을 보며 말했다.“당신들은 나를 노리고 온 건가?”이도현의 눈빛은 차갑기 그지없었고 말투에는 불친절이 잔뜩 드러났다.“그렇다고 할 수 있지! 나는 폐하로부터 공작제국의 3대 고수를 살해한 이도현 자네가 이곳에 있으니 반드시 데려오라는 명을 받았네!”“공작제국! 허허! 또 공작제국이구나!”이도현의 목소리는 더할 나위 없이 차가웠고 서릿발 같은 눈빛으로 한연진을 바라보았다.“자네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자네가 죽인 구황자 송천일은 폐하가 제일 아끼던 황자 중의 한 명이었단 말일세! 그뿐만 아니라 그의 모친도 폐하께서 제일 아끼던 첩, 서귀비란 말일세! 자네가 한 나라의 황자를 죽였는데 순순히 따라가지 않는다면 그 결과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나?”“나를 찾아온 이유가 고무계로 데려가려고 이러는 것인가? 아니면 나를 죽이라는 명을 받들어서?”이도현은 쓸데없는 말을 더 듣고 싶지 않았다.황자니 귀비니 따위를 이도현은 알고 싶지 않았다. 이도현이 알고 싶은 건 오직 이 노인네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였다.“하하하! 정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
이도현이 차갑게 웃었다.“놀랍지? 너희가 이런 허접한 수로 나를 붙잡아둘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 생각은 접어두는 게 좋을 거야. 아까는 그저 이 태양대전의 불을 흡수하려고 가만히 있은 거니까. 그렇지 않았으면 진작에 이곳을 엎어버렸을 거야. 하하. 다들 겁을 먹었네? 왜 그래? 아까까지만 해도 아주 자신만만하지 않았어? 내가 멀쩡하게 나왔으니... 이제는 너희들 차례야.”말을 마친 이도현이 음양검을 꺼내 들었다.음양검의 강렬한 기운이 하늘을 뒤덮듯 다가왔다. 이윽고 이도현이 태양신전의 사람들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죽어.”차가운 목소리는 마치 지옥에서 온 악마의 목소리 같았다.음양검에서도 흉흉한 기운이 나오고 있었다.강렬한 기운에 하늘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이도현이 바로 검을 휘둘렀다.“이런 위력을 갖고 있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저게 진짜 사람 맞아?”“사람이 어떻게 이런 검술을... 너무 무서워!”“오마이갓, 얼른 피해야 해.”“오마이갓, 이런 괴물이 존재한다니... 이렇게 강한 사람이...”태양신전의 사람들은 얼른 음양검을 피하려고 도망치려고 했다.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응이 느려서 이미 검기에 짓눌려 핏덩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이도현은 한방에 태양신전의 몇십 명 장로의 목숨을 앗아갔다. 바닥에도 깊은 검자국이 생겼다. 그 한방에 태양신전 사람들은 놀라서 굳어버렸다.“얼른 막아!”“달려들어 죽여라! 얼른 저자를 죽여!”태양왕이 놀라서 도망치면서 소리를 질렀다.이도현이 검을 휘둘렀을 때, 태양왕은 바로 알 수 있었다. 본인이 이도현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걸 말이다.만약 이도현과 싸운다면 검 한 방에 죽을지도 모른다.“이 자식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은 태양신전의 대호법으로 명하겠다. 바로 태양신전의 2인자가 되는 거다! 그러니 얼른 죽여라!”태양왕은 겁을 잔뜩 먹은 채 소리를 질렀다.대호법이라니.그건 태양신전의 2인자 자리였다. 바로 태양왕 이외의 모든 사람보다 권력이 많다는 뜻이다.오래전 태양신전에
모두 조급해할 때 커다란 소리가 또 이어져 왔다.태양신전의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확인하자 태양대전의 또 다른 한쪽 제단이 폭파했다.제단이 터지자 하늘에 떠 있던 불도 사라졌다. 태양 그림도 순식간에 정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아까까지만 해도 흉흉한 불을 뿜어내던 진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늘을 치솟을 듯한 불기둥도 모두 사라졌다.바닥에 그려진 태양 그림도 산산조각이 났다. 허공에 떠 있는 이도현은 정을 천천히 내려놓고 자세히 관찰했다.강렬한 영의 의식이 이도현의 머릿속에서 느껴졌다. 정이 이도현에게 말하고 있었다.이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더 먹고 싶다고 말이다.이도현은 입을 비죽 내밀고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흘겼다.이 정은 끊임없이 흡수할 수 있는 것만 같았다. 태양신전의 태양대전을 모두 흡수해 버리고 제단까지 폭파했으면서도 아직 배고프다니.하지만 불을 많이 흡수할 탓인지 확실히 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정의 색깔도 더욱 밝아졌고 딱 보았을 때에도 더욱 신성해 보였다.이도현은 괜히 기분이 이상했다. 마치 어린아이가 순식간에 어른이 된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이윽고 이도현은 그 정을 음양탑 속으로 넣고 빠르게 날아올라 태양신전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그 순간 태양신전의 사람들은 놀라서 마른침을 삼켰다. 정색한 표정의 그들은 이도현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다들 이도현의 기운에 겁을 먹은 것이었다.손가람은 그대로 돌처럼 굳어버린 채 몸을 바르르 떨었다.같은 동양인, 염국인으로서 손가람은 진법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손가람은 태양대전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영급 고수가 들어가도 살아나오지 못할 곳에서, 이도현은 멀쩡하게 돌아왔다. 그것도 태양대전을 부수고 말이다. 게다가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이도현을 붙잡아두려고 애썼는데 이도현은 힘을 얼마 쓰지 않은 듯 여전히 강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그렇다면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첫 번째는 이도현의 정이 조건 없이 발동되어 자동으로 눈앞의
만약 정말 그렇게 된다면 태양왕은 지금처럼 편하고 호화로운 삶을 누리지 못할 것이다.태양왕은 사치스럽고 아부를 좋아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머리는 총명했다. 그는 본인이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권력에서 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니 태양신전이 짓밟히게 되면 태양왕 또한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태양대전이 파괴되었습니다. 큰일입니다!”엥겔스 마법사가 놀란 눈으로 부서진 제단을 보면서 소리 질렀다.엥겔스 마법사는 태양대전을 만들어준 그 염국인이 한 말을 떠올렸다.태양대전의 제단이 무너지면 태양대전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말이다.그러니 제단이 무너지면 똑같은 재료로 똑같게 복구해야 한다고 했다.하지만 이도현이 만약 이 태양대전을 파괴한다면 그다음으로는 태양신전을 난장판으로 만들 텐데. 제단의 원재료가 무엇인지 알아보기도 전에 이곳은 다 먼지로 변해버릴 것이다.그리고 찾는다고 해도 지금 당장 제단을 복구시켜 이도현을 계속 잡아둘 수 없는 법이다.게다가 태양대전을 만든 사람이 이곳에 없었다.태양신전의 보물인 태양대전을 만든 사람이 태양신전의 사람이 아니라니.얼핏 들으면 웃긴 얘기였다.“얼른, 얼른 방법을 대서 이 동양인을 죽여버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 다 죽은 목숨이야. 얼른...”정신을 차린 엥겔스 마법사가 소리를 질렀다.“맞아! 이 동양인이 아직 제단에 묶여있을 때 죽여야 해. 모든 사람들은 힘을 다해서 저 구멍을 막아. 그리고 동양인에게 우리의 실력을 보여줘! 버러지 같은 놈. 저놈 때문에 우리 태양신전의 태양대전이 무너졌어. 그러니 무조건 본때를 보여줘야 해! 죽여라!”분노한 태양왕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이도현을 향해 외쳤다.“네, 전하!”태양왕의 명령을 받은 태양신전의 장로들과 마법사들은 얼른 날아가서 무너진 구멍 앞에서 서서 이도현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어느새 이도현의 머리 위는 오색찬란한 빛이 가득했다. 그건 장로들과 마법사들의 손끝에서 나오는 공격들이었다.하지만 그들은 본인의 공격이 진법에 닿는 순간 그 속의
태양왕이 에릭의 아부에 기뻐하며 미소를 짓던 찰나,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태양대전에서 들려왔다.쿵.커다란 소리에 모든 사람들이 놀라서 몸을 움찔거렸다. 태양대전을 쳐다본 순간 태양신전의 모든 사람들은 놀라서 턱이 빠질 뻔했다.태양왕도, 에릭도, 엥겔스 마법사도 똑같이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딱 벌렸다.아까까지만 해도 활활 잘 타오르던 건물에 갑자기 구멍이 생긴 것이었다.제단도 그와 함께 폭파되어 원모양을 알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제단이 무너지자 태양대전의 힘도 순식간에 줄어들어 불이 점차 작아졌다.이도현은 여전히 허공 속에 서서 두 손으로 정을 들고 태양대전의 불을 흡수하고 있었다.정이 불을 흡수할수록 정에서 보내오는 영의 의식이 점점 더 강해졌다. 그 뜻인즉슨 이 진법의 불이 정에게는 그저 식사일 뿐이라는 것이다.이도현은 그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렇지만 또 기대되기도 했다. 이 정의 영의 의식이 각성하면 어떻게 될지 말이다.정말 신화 속에서 듣던 것처럼 될까?솔직히 궁금했다.그래서 제단이 무너졌지만 이도현은 도망치지 않고 계속 정을 들고 서 있었다. 이도현은 이 태양대전의 불을 이용해 정을 각성시키고 싶었다. 만약 정말 각성한 보물을 갖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니까 말이다. 이건 의례없는 성물이다. 만약 이 정이 영의 의식을 갖게 된다면 앞으로 전투력이 상승하게 될 것이다.싸울 때마다 정 하나만 있으면 모든 것을 삼켜버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크게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이도현은 이 정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만약에 이 정이 각성하여 소설 속의 여의봉처럼 크기도 조절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된다면 이 정은 세계 최고의 무기가 되는 것이다.작게 만들어서 상대에게 넣어버린 후 갑자기 크게 만들면 상대는 정에 깔려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어버릴 것이다.정 하나로 움직이지도 않고 사람을 죽일 수 있다니. 너무 기분이 묘했다.게다가 크기 조절도 가능하다면 더욱 금상천화다. 손오공의
“우리 태양신전에 이렇게 위대한 진법이 있는데, 누가 감히 우리와 싸우려고 들겠나! 하하하. 이 불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야.”태양왕이 으스대면서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는 자만과 자부심이 가득 묻어났다.“위대한 태양신전, 영원하리라! 위대한 태양왕 전하 또한 영원하리라!”에릭이 아부를 하면서 얘기했다.“전하, 아직 방심하긴 이릅니다. 저 동양인은 괴이한 점이 많으니 좀 유의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저 동양인이 들고 있는 정은 더욱 괴이합니다. 그러니 조심해야 합니다.”엥겔스 마법사가 진중한 눈빛으로 태양대전을 지켜보면서 얘기했다.태양대전의 출력을 최대로 올렸기에 큰불이 건물을 모조리 감싸버렸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몰랐다.“엥겔스 마법사님, 억측입니다. 아직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동양인이 무슨 재주가 있다고 태양대전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 위대한 태양왕 전하 앞에서 저 동양인은 그저 쓰레기만도 못한 먼지입니다. 위대한 태양왕 전하께서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죽일 수 있는 존재라고요. 최대 출력인 태양대전 안에서 저 애송이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웃기지 마세요. 저 애송이가 정말 살아서 나온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어요. 태양대전이 아니더라도 태양왕 전하가 나서기만 하면 저 애송이는 바로 오줌을 지리고 도망갈 거라고요. 엥겔스 마법사님, 조심하는 건 좋지만 그래도 상대를 봐가면서 얘기해야죠. 조그마한 동양인 주제에 뭘... 엥겔스 마법사님, 너무 신중한 것도 좋지 않아요.”에릭이 나서서 얘기하면서 또 태양왕의 위대함을 늘어놓았다.“엥겔스 마법사, 에릭의 말이 맞아. 상대를 너무 신격화시키지 마. 조그마한 동양인일 뿐이야. 그저 태양대전 속에서 얼마 정도 버티다가 죽을 목숨이야. 저 정만 없었다면 진작에 죽었을 거야. 우리도 최대 출력으로 올릴 필요 없었고.”태양왕은 엥겔스 마법사의 말에 흥이 식었다. 그래서 속으로 엥겔스를 고집 센 늙은이라고 욕했다.다른 장
이도현은 정에서 익숙하고도 수상한 기운의 파동을 느꼈다. 이런 파동은 느껴본 적이 있었다. 바로 음양부채가 부정적인 기운을 많이 흡수했을 때 주던 파동과 비슷했다.그때 이도현은 알 수 있었다. 그건 음양부채의 영의 의식이라고 말이다. 아마 음양부채 속 영의 의식이 깨어나서 기운을 내뿜으며 그러한 파동을 일으킨 것 같았다.지금 음양부채의 영의 의식은 다시 잠들었다. 아마 다시 음양부채의 영의 의식을 깨우면 전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는 힘이 나올 것이라고 이도현은 믿고 있었다.“설마 이 정에도 영의 의식이 있는 건가? 에이, 설마. 음양검에도 없는걸...”이도현은 못 믿겠다는 듯 중얼거렸다.그리고 그 말을 이해한 것인지, 정은 불을 흡수하더니 이내 또 파동을 내보냈다. 마치 이도현이 아까 중얼거린 말이 불만스럽다는 듯 말이다.“어...”이도현은 약간 놀랐다.이 정에 이런 반응이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화까지 내다니.“흠, 미안해. 난 그저 이 상황이 놀라워서 그래. 역시 음양검과 음양부채보다 네가 더욱 대단한 것 같아.”이도현이 얘기했다.그러자 그 말에 정에서 또 새로운 기운이 느껴졌다. 아까의 기운과는 다른 기운이었다. 이도현은 그 기운이 용서를 뜻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이런... 대체 이게 뭐야.”이도현은 이 일이 끝난 후 이 정에 대해서 잘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진정한 성물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태양왕의 명령에 진법을 제어하던 장로와 마법사들은 금세 태양대전의 위력을 최대로 올렸다. 뿜어져 나오는 불기둥은 아까보다 더욱 굵고 강력했다. 그리고 그 불기둥은 마치 살아있는 용처럼 포효하면서 허공에서 불을 키워갔다.그러자 작아졌던 불구덩이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로 치솟으며 커다랗게 번졌다.그 불은 더욱 뜨겁고 더욱 밝게 빛나더니 작아진 태양 그림 위에 닿았다.쿵.태양 그림에서 갑자기 눈 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정말 살아있는 태양처럼 빛과 열을 뿜어내고 있었다.그러
그 정은 마치 깊이를 알 수 없는 블랙홀처럼 많은 불을 삼켜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열기를 뿜어내던 불은 점점 작아졌다. 육각형 건물에서 쏘아져 나오던 불빛도 모두 정 안으로 흡수되었다.이도현을 밀어붙이던 그 태양 그림도 점점 작아지더니 점점 정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태양대전 밖의 태양신전 사람들은 멍해서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태양왕과 에릭도 마찬가지였다.그들은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다.그렇게 크지도 않은 정이 태양대전의 커다란 불을 다 흡수해 버렸다니. 게다가 진법의 위력까지 줄어들게 만들다니.“오마이갓... 저건 뭐야! 정이 어떻게 불을 흡수할 수가... 이럴 수가! 이게 설마 동양 전설 속의 그 성물이야?”“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오마이갓... 정말 너무 무서운 녀석이야! 정말 무서워... 도대체 뭐 하는 놈인 거야.”“동양은 대체 뭐 하는 곳이지? 염국은 참 신비로운 나라야... 이런 신비한 힘을 눈앞에서 직접 보다니...”“전하, 이제 어떡하죠? 이러다가는 태양대전이 무너질 겁니다. 태양대전이 무너지면 끝장입니다. 얼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엥겔스 마법사가 근심 가득한 목소리로 얘기했다.“어떡해! 이제 어떡해! 누가 좀 얘기해 봐. 저 동양인 손에 든 물건이 대체 뭔지! 왜 태양대전의 불을 흡수할 수 있는 건지! 이게 대체 무슨 일인 거야! 설마... 정말 이 세상에 신이 존재하는 거야? 염국의 그 신화들이 정말 실제 이야기인 거야? 말도 안 돼... 이게 어떻게...”태양왕은 정을 들고 있는 이도현의 행동에 겁을 먹고 말았다. 태양왕은 세상에 이렇게 무서운 물건이 존재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자그마한 정이 모든 것을 삼킬 수 있다니. 정말 두렵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 정은 결국 블랙홀처럼 태양대전의 모든 불을 다 삼켜버렸다. 그러니 놀랍지 않을 수가 없었다.“전하, 지금은 놀랄 때가 아닙니다. 얼른 수단을 취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태양대전이 파괴되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넌 내가 이 태양대전 안에서 죽을 거라고 생각해? 왜 그렇게 자신만만해? 이 태양대전에 아무 문제도 없다고 생각해?”이도현이 차갑게 웃으면서 물었다.“오마이갓. 지금 이 멍청한 원숭이가 뭐라는 거야.”태양왕이 과장한 액션으로 웃으면서 말했다.“벌레만도 못한 주제에 우리 태양신전의 태양대전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려는 거야? 오마이갓. 농담도 참. 엥겔스 마법사, 들었어? 이건 내가 올해 들은 가장 웃긴 농담이야. 하하하.”태양왕은 웃으면서 고꾸라질 것만 같았다. 그 표정과 동작은 절대 연기가 아니었다.“전하의 말씀이 맞습니다. 이건 제가 들은 가장 웃긴 농담입니다.”엥겔스 마법사가 옆에서 거들었다. 다만 말투는 약간 어쩔 수 없이 대답하듯 가식적이었다.왜냐하면 엥겔스는 진법에 대해서는 염국인들이 더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진법은 애초에 염국에서 시작되기도 했고 실력과 이해 또한 염국이 가장 뛰어나니까 말이다.그리고 이 태양대전도 사실은 아주 오래전 염국인이 만든 진법이었다.엥겔스 마법사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염국인인 이도현이 그들보다 진법에 능통하여 태양대전을 풀어버릴까 봐서였다. 태양대전이 무너지면 태양신전은 꼼짝없이 죽을 것이다.하지만 이내 엥겔스 마법사가 가장 걱정하는 일이 일어났다.태양대전 속의 이도현이 차갑게 웃으며 얘기했다.“그러면 두 눈 똑바로 뜨고 잘 봐. 내가 너희들이 아끼는 태양대전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말을 마친 이도현은 정을 하나 꺼내 들었다. 정은 염국인들의 성물이었다. 왜냐하면 염국인들의 이해에 따르면, 정에는 자연의 섭리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염국에는 정과 얽힌 신화들도 많았다.이도현은 음양탑에서 이 정을 얻은 후 딱 한 번 사용했다. 그것도 연단을 하기 위해서 쓴 것이었다. 그리고 이 정을 받을 때, 이도현은 이 정의 특점을 기억했었다. 이것은 전 세계의 어떠한 불도 집어삼키는 정이라고 말이다. 그러니 지금 이 태양대전의 불을 삼키는 것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이... 이
손가람은 진법에 갇힌 이도현을 보면서 속이 풀리는 것 같았다.밖에 앉은 손가람은 큰 소리로 웃으면서 아까 쌓인 울분을 토해냈다.“어때? 그 자식이 진법에 갇혔나?”손가람이 화를 풀고 있을 때 태양왕이 태양신전의 장로들을 데리고 도착했다.“태양왕 전하를 뵙습니다. 이도현은 이미 진법에 갇혀서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손가람이 공경하게 얘기했다.“하하하, 잘됐네. 수고했어, 손 장로. 이 공은 내가 잊지 않으리. 누구든지 이 태양진법 안에 갇히게 되면 저절로 고분고분해질 거야. 하하하.”태양왕이 흥분해서 얘기했다.“존경하는 태양왕 전하. 축하드립니다!”에릭이 얼른 아부하면서 입을 열었다.“하하하, 좋아. 얼른 가서 다른 장로와 마법사들에게 알려라. 진법을 잘 제어하라고. 이 동양인에게 살 희망조차 주지 말라고 말이야!”태양왕이 으스대면서 얘기했다.“알겠습니다, 존경하는 태양왕 전하. 충신인 이 에릭이 지금 당장 명령을 전하겠습니다.”에릭은 태양왕의 개처럼 바로 시키는 일을 하러 갔다.개노릇도 오래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숙련된다. 에릭은 태양왕의 개로 오랜 시간 일하며 이미 이 모든 것에 익숙해졌다.태양왕은 불에 휩싸인 이도현을 보면서 웃음을 지었다.“이도현, 나는 태양신전의 왕이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유감이군. 너를 이곳에 가둔 것은 어쩔 수 없었던 일이다. 널 해치고 싶은 건 아니야. 그저 너한테 얘기할 게 있어서 그래. 만약 네가 가만히 있어 준다면 너를 꺼내주지.”진법 안의 이도현은 날아오는 공격들을 피하면서 물었다.“무슨 얘기지? 한 번 들어나 보자.”“그래, 역시 시원시원해서 좋아. 나는 너처럼 단도직입적인 사람이 좋아. 그러니 나도 솔직하게 얘기하겠어. 칠색 동백꽃을 내놔. 그리고 곤륜옥에서 얻은 모든 물건을 다 나한테 내놔! 네가 모든 비책과 보물들을 꺼내놓는다면, 그리고 곤윤옥의 신비한 힘도 꺼내놓는다면 널 살려주도록 하지. 어때?”태양왕이 큰 소리로 물었다.진법 안의 이도현은 불빛을 상대하면서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