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뭐가 그리 급해. 장씨 가문의 그깟 돈도 돈이라고. 알려줄게. 널 건드린 사람은 이도현 그 짐승 같은 녀석이야. 한씨 가문의 계집애가 말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도 바로 이도현 그 녀석이야.”“그 녀석을 해치우기만 하면 다른 일도 모두 해결될 수 있어. 알겠어? 이 쓸모없는 놈아.”권영이는 장국진을 덥석 들어 올리면서 거칠게 말했다.장국진은 그들의 이런 거친 손길에 익숙하여 별로 겁먹지 않았고 그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형님 말이 맞습니다. 이제 형님들만 믿고 따르겠습니다.”“둘째야. 너무 거칠게 굴지 마. 동생이 놀라겠다.”권영일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국진의 옷깃을 정리해주고는 그를 소파에 눌러 앉혔다.“동생. 너무 걱정하지 마. 먼저 이도현을 해결한 뒤 단김에 양씨 가문까지 처리해 줄게. 그러고 나서 한씨 가문과 오씨 가문도 해결해줄 테니 결국 그들의 산업은 모두 네 것이 될 거야.”“그때가 되면 네 산업뿐만 아니라 이 몇 개 가문의 산업도 다 네 것이 되는 거야. 어때?”“정말... 정말인가요? 권일 형님, 방금 하신 말씀이 다 정말인가요?”장국진은 그들의 큰 그림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네가 우리 말을 잘 듣기만 한다면 이런 세속적인 물건은 다 네 것이 될 거야. 우린 이도현 그놈의 머리를 땋으면 바로 떠날 거니까 나머지 물건은 너에게 물려줄 수밖에 없어. 그때 가서 잘 해봐. 그리고 잊지 말고 우리 삼 형제를 잘 받들기만 하면 돼.”권영이가 음탕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저는 반드시 형님들을 공손하게 받들 겁니다. 형님들은 저의 친아버지나 다름없으니 조상을 받드는 것보다 더 공손하게 받들겠습니다.”“만약 제가 정말로 한씨 가문과 오씨 가문의 산업을 얻게 된다면 저를 마음껏 부려먹어도 됩니다. 열일곱 열여덟 되는 이쁜 아가씨들. 매일 매일 다른 얼굴로 형님 세 분께 받치겠습니다. 형님들이 하늘에 있는 선녀를 원한다고 해도 꼭 준비해 드리겠습니다.”장국진은 격동한 나머지 횡설수설하며 자신의 고마운 심정을 애써
“너... 너 뭐 하는 놈이야?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쳐들어와.”장국진은 어리둥절한 채 창문으로 뛰어 들어온 사람을 보고 화를 냈다. 무려 36층을 아무런 보조 장치도 없이 뛰어 들어왔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방금까지 내 머리를 잘라서 이 사람들에게 주겠다고 하지 않았어? 내가 제 발로 이렇게 찾아왔는데 어디 한번 잘라 봐.”이도현은 경멸의 말투로 말했다.“너... 너... 너가 바로 우리 형님들이 찾던 그 이도현이야?”장국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도현을 보며 물었다.“그래. 내가 바로 이도현이다.”이도현은 장국진의 말에 대답했지만, 그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이도현의 눈에 장국진은 작은 개미에 불과했다. 그는 식은 죽 먹기로 장국진을 죽일 수 있었다.이 방에 발을 들여서부터 이도현은 시종 권씨 삼 형제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세 사람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주현진을 때린 사람의 기운과 같았다. 게다가 양택균의 체내에 있던 기운과도 같았다.“너희 세 명이 바로 그 여자를 때린 놈들이로구나. 성급 강자나 되는 사람이 어떻게 일반인에게 무력을 쓸 수가 있어? 너무 비겁하다는 생각이 안 들던가?”“세 사람같이 강한 존재가 연약한 여자에게 죽을힘을 쓰다니. 그러고도 사람이야? 짐승 같은 놈들, 너희 세 사람에게 인간성이 조금이라고 남아있기는 해?”이도현은 쌀쌀한 눈빛으로 삼 형제를 바라보며 차가운 말투로 욕설을 퍼부었다.“어디 감히. 이 녀석, 어디서 죽으려고 감히 우리 세 형님에게 망언을 내뱉어? 죽으려고 작정했나? 딱 기다려. 내가 네 놈을 죽여줄 테니까.”장국진은 세 형님에게 잘 보일 기회를 잡기라고 한 듯 용감하게 앞으로 나서더니 이도현을 향해 삿대질하며 욕했다.“무식한 놈. 죽어라...”이도현은 당연히 죽으려고 덤벼드는 사람을 봐주지 않았다. 그는 다리를 들어 장국진을 향해 한발 걷어차자 멀리 날아갔다.쿵.커다란 소리와 함께 장국진은 벽에 박혔고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그는 죽기
말이 끝나자마자 이도현은 이미 권영이의 앞에 나타났다.아무런 예고도 없이 주먹을 휘둘러 권영이의 가슴을 후려쳤다. 거대한 힘은 권영이를 저 멀리 날려 보냈다.“뭐야?”권영일과 권영삼 두 사람은 이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들은 눈앞의 현실을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이럴 수가. 둘째가...”형제들은 놀라움을 뒤로하고 재빨리 권영이의 곁으로 다가갔다. 두 사람은 권영이가 끊임없이 피를 토하는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들은 모두 성급 강자였고 무도계에서 최정상에 달하는 무사였는데 이도현의 주먹 한 방에 이 지경이 되다니.그들은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자식. 너 도대체 경지가 뭐야? 네가 어떻게...”권영일은 권영이에게 진기를 넣어 그의 상처를 억제해주면서 놀란 말투로 이도현에게 물었다.“목숨이 위태로운 이 와중에 뭘 꼬치꼬치 캐물어?”이도현은 장난을 치며 대꾸하고는 급히 공격을 날리지 않았다.“짐승 같은 자식. 너무 건방지게 굴지 마. 곧 너에게 성급 강자를 화나게 하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주지.”권영삼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고 이도현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말했다.“그래? 기다리고 있을게. 그런데 네 형제는 아마도 그걸 영원히 보지 못할 것 같구나. 그놈이 너희에게 서프라이즈를 줄 거야.”이도현은 말하면서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손으로 확대하는 포즈를 취했다.손짓을 멈추자, 피를 토하던 권영이는 갑자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권영이의 몸이 터져버렸다.새빨간 피와 살 조각들은 순식간에 권영일과 권영삼을 피투성이로 만들었다.두 사람의 몸은 권영이의 피로 붉게 물들었다. 그 장면은 정말 역겹고 무서웠다.“둘째야...”“둘째 형...”“아... 어떻게 이럴 수가...”권영일과 권영삼은 바닥에 널브러진 살 조각을 보고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막심한 슬픔이 용솟음치자 그들도 피를 토했다. 자신의 형제가 살 조각이 되는 전반 과정을 지켜본 두 사람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
권영삼이 자신의 이 한 방으로 이도현의 머리를 깨뜨릴 수 있을 거로 생각하던 그때, 그는 주먹이 상대방의 머리에서 몇 센티 떨어진 곳에서 멈춘 채 더 내려가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다.마치 이도현의 머리 위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처럼, 아무리 애를 써도 그의 주먹은 이도현의 머리에 닿지 않았다.“너... 보호 정기를 쓰고 있는 거야?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 있어?”권영삼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눈앞의 현실을 부정했다.보호 정기! 그것은 전설 같은 물건이었고 기회와 인연이 딱 들어맞아야 수련해 낼 수 있는 것이었다. 수만 명의 무사 중에 기껏해야 1명이 보호 정기를 수련해낼 수 있었다.여기서 말한 보호 정기는 무사가 내력을 사용하여 체외에 보호막을 형성하는 정기가 아니었다.비록 두 정기는 같은 이름이지만, 양자 간의 차이는 정말 천지 차였다. 무사라면 다 내력으로 보호 정기를 형성할 수 있었다. 내공이 높고 낮음에 따라 형성하는 보호 정기의 강도도 달랐다.천급 무사와 성급 강자의 보호 정기만 해도 큰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내공이 같은 경지에서 형성한 보호 정기는 아무런 보호 작용이 없었다.그렇기에 내력으로 형성한 보호 정기는 자기보다 내공이 낮은 사람에게만 소용이 있지, 자기보다 내공이 강한 사람 앞에서는 고무풍선처럼 쉽게 터졌다.하지만 이도현이 지금 내뿜고 있는 정기는 내력으로 형성한 정기와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건 무도를 접한 뒤 스스로 깨닫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일종의 심오하고 오묘한 것이었다.이런 정기를 깨우칠 수 있는 건 오로지 본인의 깨달음과 운에 맡겨야 했다. 다시 말해서 이런 보호 정기를 깨우치려면 타고난 재능과 기회, 이 두 개 중 어느 한 개가 부족해도 안 되었다.“안 될 것도 없지. 죽어.”이도현은 비아냥거리며 냉소를 짓더니 권영삼의 가슴을 향해 세게 주먹을 날렸다.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권영삼의 등 뒤에 갑자기 한 줄기 피안개가 터져 나왔다.이도현의 이 주먹은 권영
이도현의 강대함을 인지한 후 권영일은 또 많은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이도현이 왜 구황자를 죽일 수 있는지 이해했다.구황자의 곁에 분명 강대한 고수 2명이 호위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다 죽었다.권영일은 그제야 모든 것을 깨닫고 후회막심했다. 형제들이 욕심을 부리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었다.욕심이 없었더라면 이 임무를 받지도, 그리고 자신의 두 동생이 비참하게 죽는 일도 없었다.그러나 지금 후회한다고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동생을 죽인 이 원수는 꼭 갚아야 했다.“죽일 놈아. 네 경지가 무엇이든 간에 나의 두 동생을 죽인 이상 넌 오늘 반드시 내 손안에 죽어야 해.”권영일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독기 품은 눈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면서 한 글자씩 내뱉었다.“너한테 그런 재주가 있기는 하고?”이도현은 경멸에 찬 말투로 말했다.“내 동생을 죽인 대가가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주마.”권영일은 새빨개진 눈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몸에서 살벌한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이 기운이 계속 커지면서 권영일의 몸은 은은하게 피안개가 타오르는 것 같았는데 사람에게 아주 이상한 느낌을 주었다.이도현은 그것이 정혈을 불태우는 듯한 공법이라는 것을 제대로 보아냈다. 권영일은 지금 목숨을 걸고 이도현에게 달려들 작정이었다.하지만 이도현은 전혀 두렵지 않았고 급히 공격할 생각도 없었다. 그는 제자리에 선 채 권영일의 동작을 지켜보았다. 이도현은 권영일이 자신의 정혈과 목숨을 태워 가는 이 공법으로 얼마나 많은 힘을 끌어모을 수 있는지 두고 볼 생각이었다.짧디짧은 몇 초 사이에 권영일은 혈마처럼 온몸에 혈기가 흘러넘쳤고 기운도 점점 강해졌다. 무서운 힘이 그의 몸에서 들끓고 있었다.곧이어 권영일은 갑자기 소리를 한번 지르더니 이도현을 향해 탄알처럼 달려들었다.“짐승 같은 놈. 목숨 내놔라.”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권영일을 보며 이도현은 시사한 웃음을 지었다.“이게 끝이야? 난 또 얼마나 굉장한 기술을 쓰나 했네. 고작 이 정도야?”“그냥 쓰레기잖아.”말
막냇동생과 이도현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이도현은 경황 실색한 수백 명의 미녀에게 둘러싸인 것도 모자라 앞다퉈 몸을 비벼대는 미녀들 때문에 거의 온몸이 미녀들의 손발로 뒤덮였다.이는 과연 혈기왕성한 남성에게 얼마나 큰 시련이란 말인가!이도현은 귀신들에게 둘러싸인 것처럼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것 같았고 덜컥 겁이 났다.“여러분! 어서 애 좀 살려주세요, 애가 너무 무서워해요!”“이러지 말아요! 아가씨! 진정해요, 진정! 우리 이러지 맙시다! 저 이래 봐도 정직한 사람이에요?”이도현은 자신의 품에 안긴 미녀를 필사적으로 밀어내고 얼른 두 손으로 자신의 중요 부위를 보호하였다.“오빠! 살려주세요! 사람이 죽었어요! 우릴 구해줘요!”이도현에게 내쳐졌던 여자는 굴하지 않고 다시 달려들어 다급하게 소리를 질러댔다.그녀들은 지금 자신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오빠라는 사람이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모른다.“알고 있다고! 좋은 말로 할 때 이 손 놔. 사람들은 내가 죽인 거야! 더 매달리면 너희들까지 죽여버리는 수가 있어!”이도현은 잔뜩 초조해하는 미녀를 향해 차디찬 목소리로 말했다.“아... 당신... 당신... 이었어...”뒤늦게 알아챈 여자는 순식간에 이도현에게서 멀어졌다. 방금까지 이도현에게 도움을 요청하던 미녀들도 겁에 질려 도망쳤다.다들 구석에 숨어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지도 못한 채로 이도현을 바라보았다. 겁에 질려 덜덜 떠는 가냘픈 몸과 이따금 보이는 야릇한 표정이 그녀들의 가련한 모습을 더 극대화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는 이도현에게 그 순간만큼은 자신이 색마 같아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하지만 이도현은 그 여자들을 무시했다. 그는 막 산에서 내려온 미소년도 아니고 알만한 것들은 다 알고 있었다.이도현은 사실 이 여자들이 이런 옷차림으로 이곳에서 무엇을 하는지 다 알고 있었다.그뿐만 아니라 돈 많은 사장이라면 모두 좋지 않은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돈이 있다면 누려야 하지 않겠는가!
“왜, 돌아가서 어머니한테 다시 낳아달라고 하게? 젖도 못 뗀 아기 같은 소리 좋아하네!”“늘그막에 자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놀라운데 지금 당신 나이에 아이를 또 나았다가 벼락 맞을까 봐 두렵지도 않은가 보지? 변명하려면 좀 그럴싸하게 하는 노력이라도 해 봐. 이딴 도적놈이나 쓸 법한 수법을 나한테 쓰다니! 이건 내 지능에 대한 모욕이야.”“도... 도련님... 부디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이렇게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제 말은 모두 사실입니다. 작은 아이는...”권영일은 여전히 뻔뻔하게 계속 설명하려고 했다. 이 사람은 정말이지 살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권영일은 말하는 도중에도 계속 이도현에게 머리를 조아렸다.권영일은 정말로 땅에 머리를 박았다. 얼마나 힘을 써서 머리를 박아대는지 쾅쾅쾅 소리도 멈추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이마도 다 까졌다. 살려달라는 그 간절함만은 진심임을 알 수 있었다.이도현은 그런 권영일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전혀 쉽지 않은 상대였기 때문이다.만약 권영일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도현도 진작에 놔줬을 것이다. 이런 나약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니 말이다.하지만 권영일은 반드시 죽어야 했다. 그들이 형수에게 손을 대는 순간부터 어쩌면 이미 정해진 결말이었다.이도현은 자신이 권영일을 살려준다면 형수의 포근한 우유 냄새가 나던 꽃이불에 미안해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죽어라! 다음 생엔 꼭 좋은 사람이 돼라!”말을 끝낸 이도현은 손을 들어 천천히 권영일의 머리를 내리눌렀다.“안돼...”권영일의 겁에 질린 비명과 함께 그의 머리통은 이도현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다. 뇌에서 터져 나온 새빨간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내가 널 죽이고 싶어서 죽인 게 아니야! 네가 죽어 마땅한 인간이었을 뿐이지!”이도현은 시신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을 내뱉은 후에야 뒤돌아 그 자리를 떠났다.이도현은 전에 들어갔던 방으로 돌아갔다. 잔뜩 겁에 질린 아가씨들은 여전히 아까의 그 자리에서
이도현이 마을에 돌아왔을 땐 날이 완전히 밝지 않았기에 마을 주민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멀리서 바라보니 한의원 밖에는 이미 줄을 서서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시골 사람들은 마을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일찍 집에서 나온다. 그들은 차를 탈 돈이 없어 집에서부터 걸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병을 보이고 나면 다시 걸어서 집으로 가야 했다.그래서 먼 곳에서 오는 사람들은 한밤중에 집에서 나와 걸어오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일찍 줄을 서서 조금이라도 일찍 병을 보이고 빨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길 원했다.이도현은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이런 일들을 많이 봐왔다. 그래서 한의원에서 잘 때 밖에서 환자의 소리가 들리면 미리 한의원 문을 열어준 적도 많다. 먼 길 걸어온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병을 보이고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랐기 때문이다.시골 사람들의 고생은 시골 사람들만 안다. 그들은 도시 사람들과 달리 아프면 바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되지 못한다.시골 사람들은 종래로 작은 병 때문에 병원에 가지 않는다. 그들은 작은 병은 미루고 큰 병은 참는다. 그리고 더는 참을 수 없을 때야 병원에 가는데 그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경우가 허다하다.어떤 때인지를 막론하고 시골 사람들이 의사에게 가장 많이 묻는 말은 딱 하나이다. 바로 돈이 얼마나 필요하냐는 것이다.만약 돈이 적게 들면 치료를 선택하고, 돈이 많이 들면 주저 없이 돌아가 죽기만을 기다린다.하지만 이건 결코 그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들도 사람이고 죽음이 두려운 건 매한가지다. 다만 돈과 가난 앞에서는 죽음마저 별것 아닌 게 되는 것일 뿐이다.그들은 결코 사람도 돈도 모두 날려버리는 비극을 맞고 싶지 않아 한다. 그들은 항상 남은 돈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어 자식들이 자신들과 같은 초라한 삶을 살지 않길 바란다.이것이 바로 시골의 가난한 사람들의 비애이고 시골 평민들의 가장 진실한 모습이다.누군가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세상
그 정은 마치 깊이를 알 수 없는 블랙홀처럼 많은 불을 삼켜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열기를 뿜어내던 불은 점점 작아졌다. 육각형 건물에서 쏘아져 나오던 불빛도 모두 정 안으로 흡수되었다.이도현을 밀어붙이던 그 태양 그림도 점점 작아지더니 점점 정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태양대전 밖의 태양신전 사람들은 멍해서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태양왕과 에릭도 마찬가지였다.그들은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다.그렇게 크지도 않은 정이 태양대전의 커다란 불을 다 흡수해 버렸다니. 게다가 진법의 위력까지 줄어들게 만들다니.“오마이갓... 저건 뭐야! 정이 어떻게 불을 흡수할 수가... 이럴 수가! 이게 설마 동양 전설 속의 그 성물이야?”“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오마이갓... 정말 너무 무서운 녀석이야! 정말 무서워... 도대체 뭐 하는 놈인 거야.”“동양은 대체 뭐 하는 곳이지? 염국은 참 신비로운 나라야... 이런 신비한 힘을 눈앞에서 직접 보다니...”“전하, 이제 어떡하죠? 이러다가는 태양대전이 무너질 겁니다. 태양대전이 무너지면 끝장입니다. 얼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엥겔스 마법사가 근심 가득한 목소리로 얘기했다.“어떡해! 이제 어떡해! 누가 좀 얘기해 봐. 저 동양인 손에 든 물건이 대체 뭔지! 왜 태양대전의 불을 흡수할 수 있는 건지! 이게 대체 무슨 일인 거야! 설마... 정말 이 세상에 신이 존재하는 거야? 염국의 그 신화들이 정말 실제 이야기인 거야? 말도 안 돼... 이게 어떻게...”태양왕은 정을 들고 있는 이도현의 행동에 겁을 먹고 말았다. 태양왕은 세상에 이렇게 무서운 물건이 존재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자그마한 정이 모든 것을 삼킬 수 있다니. 정말 두렵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 정은 결국 블랙홀처럼 태양대전의 모든 불을 다 삼켜버렸다. 그러니 놀랍지 않을 수가 없었다.“전하, 지금은 놀랄 때가 아닙니다. 얼른 수단을 취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태양대전이 파괴되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넌 내가 이 태양대전 안에서 죽을 거라고 생각해? 왜 그렇게 자신만만해? 이 태양대전에 아무 문제도 없다고 생각해?”이도현이 차갑게 웃으면서 물었다.“오마이갓. 지금 이 멍청한 원숭이가 뭐라는 거야.”태양왕이 과장한 액션으로 웃으면서 말했다.“벌레만도 못한 주제에 우리 태양신전의 태양대전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려는 거야? 오마이갓. 농담도 참. 엥겔스 마법사, 들었어? 이건 내가 올해 들은 가장 웃긴 농담이야. 하하하.”태양왕은 웃으면서 고꾸라질 것만 같았다. 그 표정과 동작은 절대 연기가 아니었다.“전하의 말씀이 맞습니다. 이건 제가 들은 가장 웃긴 농담입니다.”엥겔스 마법사가 옆에서 거들었다. 다만 말투는 약간 어쩔 수 없이 대답하듯 가식적이었다.왜냐하면 엥겔스는 진법에 대해서는 염국인들이 더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진법은 애초에 염국에서 시작되기도 했고 실력과 이해 또한 염국이 가장 뛰어나니까 말이다.그리고 이 태양대전도 사실은 아주 오래전 염국인이 만든 진법이었다.엥겔스 마법사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염국인인 이도현이 그들보다 진법에 능통하여 태양대전을 풀어버릴까 봐서였다. 태양대전이 무너지면 태양신전은 꼼짝없이 죽을 것이다.하지만 이내 엥겔스 마법사가 가장 걱정하는 일이 일어났다.태양대전 속의 이도현이 차갑게 웃으며 얘기했다.“그러면 두 눈 똑바로 뜨고 잘 봐. 내가 너희들이 아끼는 태양대전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말을 마친 이도현은 정을 하나 꺼내 들었다. 정은 염국인들의 성물이었다. 왜냐하면 염국인들의 이해에 따르면, 정에는 자연의 섭리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염국에는 정과 얽힌 신화들도 많았다.이도현은 음양탑에서 이 정을 얻은 후 딱 한 번 사용했다. 그것도 연단을 하기 위해서 쓴 것이었다. 그리고 이 정을 받을 때, 이도현은 이 정의 특점을 기억했었다. 이것은 전 세계의 어떠한 불도 집어삼키는 정이라고 말이다. 그러니 지금 이 태양대전의 불을 삼키는 것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이... 이
손가람은 진법에 갇힌 이도현을 보면서 속이 풀리는 것 같았다.밖에 앉은 손가람은 큰 소리로 웃으면서 아까 쌓인 울분을 토해냈다.“어때? 그 자식이 진법에 갇혔나?”손가람이 화를 풀고 있을 때 태양왕이 태양신전의 장로들을 데리고 도착했다.“태양왕 전하를 뵙습니다. 이도현은 이미 진법에 갇혀서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손가람이 공경하게 얘기했다.“하하하, 잘됐네. 수고했어, 손 장로. 이 공은 내가 잊지 않으리. 누구든지 이 태양진법 안에 갇히게 되면 저절로 고분고분해질 거야. 하하하.”태양왕이 흥분해서 얘기했다.“존경하는 태양왕 전하. 축하드립니다!”에릭이 얼른 아부하면서 입을 열었다.“하하하, 좋아. 얼른 가서 다른 장로와 마법사들에게 알려라. 진법을 잘 제어하라고. 이 동양인에게 살 희망조차 주지 말라고 말이야!”태양왕이 으스대면서 얘기했다.“알겠습니다, 존경하는 태양왕 전하. 충신인 이 에릭이 지금 당장 명령을 전하겠습니다.”에릭은 태양왕의 개처럼 바로 시키는 일을 하러 갔다.개노릇도 오래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숙련된다. 에릭은 태양왕의 개로 오랜 시간 일하며 이미 이 모든 것에 익숙해졌다.태양왕은 불에 휩싸인 이도현을 보면서 웃음을 지었다.“이도현, 나는 태양신전의 왕이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유감이군. 너를 이곳에 가둔 것은 어쩔 수 없었던 일이다. 널 해치고 싶은 건 아니야. 그저 너한테 얘기할 게 있어서 그래. 만약 네가 가만히 있어 준다면 너를 꺼내주지.”진법 안의 이도현은 날아오는 공격들을 피하면서 물었다.“무슨 얘기지? 한 번 들어나 보자.”“그래, 역시 시원시원해서 좋아. 나는 너처럼 단도직입적인 사람이 좋아. 그러니 나도 솔직하게 얘기하겠어. 칠색 동백꽃을 내놔. 그리고 곤륜옥에서 얻은 모든 물건을 다 나한테 내놔! 네가 모든 비책과 보물들을 꺼내놓는다면, 그리고 곤윤옥의 신비한 힘도 꺼내놓는다면 널 살려주도록 하지. 어때?”태양왕이 큰 소리로 물었다.진법 안의 이도현은 불빛을 상대하면서 소리쳤다.“
손가람은 미간을 찌푸리고 진중한 시선으로 이도현을 쳐다보았다. 그는 눈앞의 이도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이도현은 모든 것을 다 알면서 자진하여 태양대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걸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이도현은 개의치 않고 태양대전 중의 선학신침으로 걸어갔다. 태양대전이 무슨 진법인지 알아볼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절대적인 실력 앞에서 다른 술수들은 소용없으니까 말이다.테이블 앞에 온 이도현이 바로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붉은색의 선학신침이 놓여있었다. 태양의 빛을 받은 선학신침은 익숙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이도현이 손을 휘저어 선학신침을 손에 넣었다.그리고 그가 선학신침을 갖게 된 그 순간, 육각형 건물의 각 위에서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이윽고 그곳에서 불같은 빛이 하늘로 치솟더니 공중에서 커다란 구 모양의 불을 만들어냈다.그 불은 마치 태양처럼 이글거리며 뜨거웠다.불은 그치지 않고 점점 커갔고 너무 뜨겁고 밝아서 눈이 부실 정도였다. 그리고 어느새 육각형의 건물은 이 불로 뒤덮여버렸다. 이도현도 그 안에 들어가게 되었다.하지만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용암 같은 비가 하늘에서 내려와 태양 그림 위에 쏟아졌다. 이도현은 빠르게 그 용암들을 다 피해버렸다.용암을 맞은 태양 그림은 갑자기 각성한 것처럼 점점 더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의 힘까지 흡수해 더욱 많은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어느덧 건물뿐만이 아니라 건물 주변의 바닥도 불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태양대전은 이 불로 완벽히 감싸져 있었다.쿵.태양 그림에서 불빛이 쏘아 나오더니 이도현을 공격했다.이도현은 또 빠르게 몸을 놀려 피했다. 발밑은 이미 불바다가 되어 이도현은 공중에 떠 있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태양대전은 이도현에게 쉴 틈도 주지 않았다. 제단에서 또 불빛이 쏘아져 나와 이도현을 공격했다.“젠장...”이도현은 놀라서 욕설을 뱉으며 또 공격을 피했다.하
그리고 태양 그림 중앙에는 테이블이 놓여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상자 하나가 있었다.그 상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에 이도현은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이도현은 바로 알게 되었다. 이건 선학신침의 기운이라고 말이다. 이도현은 선학신침의 기운을 잘 알고 있었다.드디어 찾았구나!이도현은 속으로 기뻐했다.손가람이 이도현에게 태양신전에 선학신침이 있다고 했을 때, 이도현은 믿지 않았다. 그저 본인을 유인해 가려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태양신전에 진짜 선학신침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태양신전에서 이도현에게 던진 미끼가 진짜 미끼여서 다행이었다.함정을 만드는 데 있어서 동양인은, 그중에서도 특히 염국인들은 세상의 인정을 받을 정도로 강했다. 염국인이 만든 함정 앞에서 다른 사람들은 그저 아무것도 모르고 헤실헤실 웃으면서 덫에 걸려들 것이다.하지만 그것도 예전의 일이 되었다.이제는 서양인들이 기술 면에서 발달하여 염국인들을 넘어서게 되었다.그 당시의 염국에는 부패한 관료들이 많았다. 그리고 국왕이 백성을 통치하기 위해 폐관 쇄국을 실행하며 사람들의 사상을 통제했고 발전을 싫어했다. 그래서 어느덧 이런 것들은 미신이라고 믿게 되었다. 이도현은 그런 사람들이 웃겼다. 폐관을 실행하여 외부의 것은 배우지 않으려 하지만 또 선조들이 남겨준 지혜는 미신이라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서양인들의 과학기술이 얼마나 발달했던지, 함정과 책략 면에서는 동양인을, 특히 염국인을 이길 수 없었다. 그리고 역사를 되짚어 올라가 보면 서양에서 쓰는 무기들도 원래는 다 동양에서 만든 것이었다.물론 서양인들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은 아니지만, 책략과 함정 면에서는 동양인을 따라올 수 없었다.“이도현 씨, 아마 이도현 씨도 뭔가를 느꼈을 겁니다. 제가 이도현 씨를 속인 게 아니에요!”이도현의 표정을 본 손가람이 웃으면서 얘기했다.“속인 게 아닌지 맞는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 거예요. 원래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정말 못 참겠네요. 이런 비열한 수는 세
“도착입니다. 이도현 씨, 이 앞이 바로 태양신전의 대문입니다.”손가람은 자만하는 이도현을 못 봐줄 정도였다. 다행인 것은 이제 태양신전에 거의 도착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손가람은 인내심이 다 해 이도현에게 주먹을 날렸을지도 모른다.“벌써 도착이라니. 그러면 길을 안내해요. 나를 상대하기 위해 준비한 것도 다 꺼내고 덤비세요. 굳이 숨기면서 연기할 필요 없어요.”이도현이 직설적으로 얘기했다.“이도현 씨의 말이 무슨 뜻인지 전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 태양신전은 그저 이도현 씨와 친구가 되고 싶은 거랍니다. 그래서 이번에 발견한 선학신침을 이도현 씨에게 드리려는 것이고요. 그러니 이렇게 자꾸만 태양신전을 모독하거나 깔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손가람이 약간 화가 난 것처럼 얘기했다.“하하하, 그래요? 연기 좀 그만해요. 힘들지도 않아요? 여기까지 오는 동안 당신은 나한테 화를 7번 냈고 15번이나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그 감정들을 다 억눌렀죠. 불편하지도 않아요? 참을 인 자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는데. 당신은 도합 21번이나 참았어요. 정말 대단하네요. 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작 나한테 손을 댔거나 화병으로 죽었을 겁니다.”이도현은 손가람의 연기에 같이 놀아나 줄 생각이 없는 듯 바로 얘기했다.손가람은 그 말을 듣고 놀라서 그대로 굳어버린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도현을 쳐다보았다.손가람은 이도현이 이렇게 무서운 사람인 줄 몰랐다. 여기까지 오면서 이도현은 손가람의 호흡, 느껴지는 기운을 다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 소름이 돋아서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였다.손가람은 본인이 오는 길에 화를 몇 번 냈는지, 몇 번이나 살기를 품었는지 몰랐다. 하지만 이도현은 그걸 모두 알아차리고 기억했다.“하하하, 이도현 씨, 오해입니다. 저는 이도현 씨에게 그런 감정을 가진 적이 없습니다. 농담도 참. 제가 만약 분노하거나 살기를 가졌다면 그건 이도현 씨를 향한 감정이 아니라 이도현 씨를 위협하는 사람들을 향한 감정일 겁니다.
“설마 태양신전에 잡혀가는 사람인가?”“그럴 리가! 저 이도현이라는 사람, 꽤 대단한 사람 같던데. 손가람 혼자서 이도현을 이길 순 없을 거야!”“그건 모르는 일이지. 손가람도 쉬운 사람은 아니야.”한 사람이 얘기했다.“얼른 소문을 내. 그 동양인이 태양신전의 사람과 같이 태양신전으로 가고 있다고.”“어서... 가서...”...어느새 수많은 사람들이 이도현을 먹잇감 보듯이 지켜보았다. 하지만 손가람의 뒤를 따르는 이도현을 보면서, 아무도 이도현을 건드리지 못했다.태양신전과 척을 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지금 이도현을 건드리는 것은 태양신전의 지위에 도전하는 것과 같았다.태양신전과 사탄 지옥 조직은 성지의 양대세력이다. 두 조직이 양대세력으로 불리는 것은 다른 세력들에 비해 압도적인 힘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래서 태양신전의 사람들이 이도현을 데리고 가니 다른 사람들은 뭐라 할 수 없이 그저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태양신전으로 향하는 길, 이도현은 수많은 사람들이 이도현을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탐욕스러운 시선으로 이도현을 훑어보고 있었다.이도현은 손가람이 속한 조직이 성지에서 영향력이 있는 조직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그렇지 않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이도현을 가만히 두지 않았을 것이다.이도현은 지금 이 상황이 나름 만족스러웠다. 손가람 덕분에 불필요한 걱정을 덜었기 때문이다.“이도현 씨! 바로 앞이 태양신전입니다. 곧 도착할 수 있어요.”손가람이 뒤를 돌아 이도현을 보면서 얘기했다.손가람의 말투에는 오만함과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래서 이도현은 손가람이 쓸데없이 나댄다고 생각했다.“왜 그렇게 자신만만해하는 거죠?”이도현이 싸늘한 말투로 물으면서 불만을 드러냈다.손가람은 이도현이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을 줄 몰라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대답을 이어 나갔다.“이도현 씨, 오해입니다. 우리 태양신전은 성지에서 가히 1등이라고 할 수 있는 실력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목소리에 힘이 들
“선학신침?”이도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손가람이 선학신침을 알고 있을 줄 몰랐다.“그렇습니다! 바로 선학신침입니다!”손가람은 이도현의 표정이 변한 것을 보고 환한 웃음을 드러냈다.“저는 이도현 씨가 태허산의 제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태허산은 의술에 능하여 죽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죠. 태허산은 또 아주 대단한 침술을 갖고 있는데, 그게 바로 대대로 내려오는 선학신침입니다! 선학신침은 몇 년 동안 보이지 않아 사라진 줄로만 알았지만 마침 태양신전에서 우연히 선학신침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이도현 씨가 성지에 왔다는 것을 알고 찾아온 겁니다. 이도현 씨와 함께 태양신전에 가서 이 신침이 정말 선학신침인지 알아보려고 말입니다.”손가람은 아주 조리 정연하게 얘기했다.사실 손가람도, 이도현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선학신침을 이용해 이도현을 유인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하지만 그런 더러운 본질을 그럴싸한 말로 감싸니 꽤 듣기 좋았다.“그러면 앞장서요.”이도현은 더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길을 떠났다.이도현이 성지에 온 원인이 바로 선학신침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었던가. 이제 선학신침이 어디 있는지 알았으니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상대방이 이도현을 위해 함정을 짜놓았다고 해도 두렵지 않았다.“하하하, 역시 이도현 씨는 말이 잘 통하는군요. 태허산의 제자라서 그런 모양입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걱정하지 마십쇼. 전 그저 이도현 씨와 친구가 되고 싶은 생각뿐입니다. 다른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손가람은 반복해서 얘기하며 강조했다.“말 다 했습니까? 얼른 앞장서요!”이도현이 귀찮다는 듯 얘기했다.손가람은 그저 입술을 비죽 내밀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동양인, 특히 염국인들은 예의를 아주 중요하게 여겼다. 그래서 손가람은 예의가 없는 이도현이 불쾌하게 느껴졌다.억지로 가식적인 미소를 짓느라 어느새 얼굴 근육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할 줄 아는 아부란 아부는 다 했지만 이도현은 여전히 그대로였다.그런 이도현을 보면서 손
손 장로는 꽤 오래전에 이곳에 왔었다. 지금은 6, 70대로 보이지만 실제 나이는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 살았다.“당신은 누굽니까.”이도현이 차갑게 물었다.“저는 손가람이라고 합니다. 이도현 씨를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이네요.”손 장로가 대답했다.“손가락?”이도현이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뭔 이런 이상한 이름이 다 있지?’“하하하, 역시 농담도 재밌군요. 제 이름은 손가람입니다. 손 씨에 가자, 람자를 쓰고 있죠.”손가람이 해명했다.하지만 속으로는 예의 없는 이도현을 욕하고 있었다.‘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노인을 상대로 이름으로 놀리는 게 재미있나? 누가 미쳤다고 이름을 손가락이라고 지어! 정말 어이없군.’“당신도 동양인이네요?”이도현이 물었다.“네. 맞습니다. 전 연경시 출신입니다. 하지만 이곳에 온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죠. 지금 그곳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오늘 이도현 씨 같은 훌륭한 고수를 만나서 영광입니다. 젊은 나이에 이런 기능을 익혔으니 정말 자랑스럽네요. 동방에서는 천년에 한 번씩 천재가 나온다고 하더니, 그게 바로 이도현 씨인 것 같습니다!”손가람은 이도현을 칭찬하면서 얘기했다. 원래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손가람은 온화한 얼굴로 웃으면서 이도현과 얘기했다.하지만 이도현한테는 먹히지 않는 것 같았다. 이도현은 그저 차갑게 손가람에게 대답했다.“쓸데없는 말이 많네.”“하하하, 이도현 씨는 말이 적은 편인가 봅니다. 다 같은 출신 사람으로서 타지에서 만난 것도 인연이 아니겠습니까? 저를 그리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손가람은 가볍게 웃으면서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했다.“난 당신이랑 친하지 않은데 왜 굳이 그래야 하죠? 이곳에 온 목적을 얘기해 봐요!”이도현은 체면을 봐주지 않고 밀어붙였다.왜냐하면 이 시점에 나타난 낯선 사람은 의심스러웠으니까 말이다. 이도현은 손가람에게 불순한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곳은 성지다. 사람 사이의 불신이 가득한 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