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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배건후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가방 매장에서 도아린의 모습을 찾았다.

그녀가 자신에게 선물을 사준다고 해서 아까 거리낌 없이 말했던 것을 용서해 줄 생각은 없었다.

그가 매장으로 들어서자 점원이 맞이했다. 그는 도아린을 가리키며 일행이라고 했다.

도아린이 지갑을 고르는 모습을 보자 배건후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고 답답했던 마음도 조금씩 풀리는 것 같았다.

도아린은 머리를 긁적이며 한참 고민하다가 그에게 물었다.

“어떤 게 좋아요?”

배건후는 태연한 척하며 담담하게 말했다.

“장지갑이 나아.”

도아린은 장지갑을 꺼내 살펴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이건 너무 고급스러워서 당신이 쓰면 괜찮겠지만, 그 사람이 쓰기에는 너무 눈에 띄어요.”

배건후는 움찔하더니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 사람이 누군데?”

도아린은 다시 반지갑을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느라 남자의 차가운 표정을 눈치채지 못했다.

“하경 씨요. 오늘 우릴 많이 도와줬으니 고맙다는 뜻으로 지갑을 선물하려고요.”

그는 보육원의 비밀을 밝혀냈을 뿐만 아니라 소유정을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기까지 했다.

도아린은 인과응보를 믿는 편이었다. 일단 원인에 개입했으니, 마땅한 결과로 균형을 맞춰야 했다.

그녀는 한참 동안 지갑들을 꼼꼼하게 살펴보다가 좋은 생각이 났는지 눈을 반짝였다.

“건후 씨는 하경 씨랑 친하니까 그 사람이 전에 어떤 지갑을 썼는지 알죠?”

배건후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몰라.”

“그럼 지갑이 필요할까요, 벨트가 필요할까요, 아니면...”

“내가 걔 속을 어떻게 알아.”

도아린은 고개를 갸웃하며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남자는 다 비슷하지 않아요? 당신이라면 뭘 받고 싶어요?”

“사람마다 다 달라.”

배건후는 비꼬듯 말했다.

“진짜 나한테 선물할 때 물어봐. 괜히 나 머리 쓰게 하지 말고.”

그는 홱 돌아서서 매장을 나가버렸다. 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래로 내려갔다.

잠시라도 더 그 자리에 있었다간 도아린에게 폭발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배지유가 보여준 영상은 흔들려서 그들이 다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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