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준은 계속해 웃으며 이태호의 비위를 맞추려고 그를 칭찬했다.“그렇죠. 우리 군주님은 젊은 나이에 군주가 되셨어요. 무려 4대 군주 중 한 명이죠. 그런데 굉장히 겸손한 편이세요. 이번에 처음 천홍성에 온 것이기도 하고 또 평소에 겸손하셔서 여러분들이 모르는 것도 당연하죠.”“나이가 젊은 것 맞는데 겸손하다는 점은 잘 모르겠네요.”차진석은 잠시 뒤 두 무황 선배가 이태호를 죽일 거라고 생각하자 이태호가 남군 군주든 아니든 그의 체면을 신경 쓰지 않고 냉소를 흘리며 경멸에 찬 눈길로 그를 바라봤다.“아버지, 젊고 또 능력이 좋은, 그런 사람들이 애석하게 일찍 죽었을 때 그들을 가리키는 말이 있는데 그게 뭐였더라? 갑자기 기억이 안 나네요.”옆에 있던 차주원은 잠깐 고민하는 듯하다가 일부러 차진석에게 물었다.차진석은 당황하더니 이내 생각하는 척하다가 말했다.“한창나이에 죽었다고 하지? 그런 사람들은 참 안타까워. 그런 사람이야말로 진짜 인재인데 말이야. 그들이 살아있었다면 분명 큰 성과를 이뤘을 거야. 그런 사람들이 죽는 게 가장 안타깝지.”윤석준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두 부자는 서로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설마 그들이 이태호를 가리켜서 말하는 걸까? 이태호는 무려 군주이고 그들보다 신분도, 지위도 한 등급 더 높았다. 비록 천홍성이 이태호의 관할 구역은 아니고 주주가 단독으로 관리하는 곳이라지만 군주에게 밉보이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당신들이야말로 한창나이에 죽겠어요!”신수민도 상대방이 비꼬는 걸 눈치챘다. 결국 그녀는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서며 노기등등하게 상대방을 쏘아봤다.“그러니까요, 헛소리하지 말아요. 군주님이 얼마나 용맹한 분이신데, 한창나이에 죽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네요.”예전에 이태호와 적대적인 관계였던 윤석준의 둘째 부인 염설희도 이태호의 편을 들었다. 그녀는 이태호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그런데 차주원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하하, 다들 오해하신 것 같네요. 제 아들이 요
윤석준은 히죽 웃으며 앞에서 길을 안내했고 그들은 성큼성큼 대문 쪽으로 향했다.“빌어먹을 놈, 화가 나 죽겠어! 감히 날 보고 소인배라고 해?”안으로 들어가는 이태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차주원은 그 자리에 서서 주먹을 꽉 움켜쥐면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흥, 신경 쓰지 마. 곧 죽을 사람이니까.”차진석은 차갑게 코웃음 치더니 밖을 바라보며 말했다.“상황을 보니 성주부 사람들은 아직 오지 않은 것 같네. 우리는 밖에서 기다리다가 잠시 뒤에 그들에게 상황을 전할까?”“그래요, 좋아요. 어차피 성주부에 가야 했으니 우리에게 나쁠 건 없어요.”차주원은 고개를 끄덕인 뒤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게다가 그들에게는 분명 뒷배가 있을 거예요. 그리고 종문이잖아요. 그들은 풍월종이라고 불리죠. 그건 다른 일류 세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점이에요. 주주도 감히 풍월종에 밉보이지 못할 거예요.”“스승님!”이태호가 안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상대는 다름 아닌 이태호를 스승으로 모신 남운시 성주부의 아들 남시후였다.“하하, 군주님. 우리는 군주님과 함께 출발해서 같이 올 생각이었는데 군주님 댁에 찾아가 보니 먼저 떠나셨더라고요. 게다가 직접 운전해서 오셨다고요.”남인우는 호탕하게 웃으며 이태호를 향해 예를 갖췄다.이태호는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어쩔 수 없었어요. 제 아내와 장모님이 오는 길에 풍경을 보고 싶다고 해서 먼저 출발해 차를 타고 왔어요.”“저희는 비행기를 타고 왔어요. 그러면 같이 돌아가기는 어렵겠네요.”남인우는 웃으며 말했다.“남 성주님, 오랜만입니다!”윤석준은 남인우를 보더니 곧바로 예를 갖추며 미소 지었다.말을 마친 뒤 그는 남시후를 바라보며 부러운 듯 말했다.“시후야, 이런 분을 스승으로 모시는 건 정말 큰 행운이야. 군주님을 따라다닌다면 앞으로 넌 분명 큰일을 해낼 거야.”“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꼭 노력할 겁니다. 스승님의 10분의 1이라도 따라잡을 수 있다면 전 만족해요. 다른 건
“참, 강 성주님. 두 선배님은 왜 보이지 않죠?”차주원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강정수에게 물었다.강정수는 그제야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잠시 뒤에 올 거야. 아직 시간이 일러. 식사가 끝난다면 그들은 맞은편에 있는 카페 혹은 레스토랑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야.”“좋네요, 좋아요!”차주원은 고개를 끄덕인 뒤 대문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강 성주님, 이태호 일행은 대문 쪽에 있어요. 아직 들어가지 않았어요.”“응, 알고 있어! 저 젊은이 그러는 거지? 흥, 9급 무왕이면 재능이 뛰어나네.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에게 밉보였을 뿐만 아니라 풍월종 같은 거물에게 밉보였으니 이젠 명이 다한 거지.”강정수는 고개를 끄덕인 뒤 먼 곳에 있는 이태호를 힐끗 보더니 감개했다.“저렇게 젊은 나이에 9급 무왕이 되었다니, 대단해. 아쉽네. 저 재능이라면 앞으로 무황도 될 수 있을 텐데 말이야.”양무진도 따라와서 한숨을 쉬며 말했다.“확실히 아쉽네요. 저놈은 아마 연단사일 거예요. 정신력이 무척 강하고 내공도 높은 데다가 연단사이기도 하죠. 조금 겸손했다면 몰라도,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죠. 이렇게 죽을 거라고 생각하니 좀 애석하네요.”“참, 저놈 신분이 예사롭지 않아요. 군주부의 군주라던데요.”차주원은 잠깐 생각한 뒤 말했다.“풍월종에게 밉보이지 않았다면 아마 아무도 그의 심기를 건드리지 못했을 거예요. 소문에 의하면 남군의 새로운 군주는 운백호 군신이 적극적으로 밀어줘서 군주가 되었대요. 그렇지 않았으면 군주의 자리는 윤석준 씨나 연세준 씨 손에 들어갔을 거예요.”“정말 생각지도 못했네요. 저 녀석이 군신과 가까운 사이일 줄은.”양무진은 다시 한번 감개했다.“안타깝게도 그는 풍월종을 건드렸어요. 풍월종에는 무황 내공의 강자가 적지 않다고 해요. 특히 장로 같은 사람들은 급이 아주 높은 무황 강자라고 해요. 그냥 재수가 없는 거죠.”강정수가 말했다.“그렇죠. 만약 저놈이 풍월종의 네명의 제자를 죽이지 않았더라면 죽지는 않겠죠. 심지어 제멋대
“참, 이태호. 자네는 무려 군주니까 이번에 당연히 주주님의 생신 선물을 마련했을 거야. 아마 엄청난 선물이겠지?”강정수는 잠깐 생각한 뒤 일부러 차갑게 웃으며 시비를 걸었다.그는 이태호가 이제 막 부임하여 돈이 얼마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비록 군주부의 잠재력이 크긴 하지만 그건 앞으로의 일이었다. 그는 이태호가 부임 기간이 제일 짧은 군주가 될 거라고 믿었다.이태호는 그가 일부러 시비를 건다는 걸 알고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괜찮을 거예요. 처음 왔으니 너무 초라하면 안 되잖아요?”“하하, 그러면 안으로 들어가죠. 문 앞에 서서 길을 막는 건 좋지 않으니 말이에요. 우리는 일단 대기실로 들어가서 기다리자고요.”윤석준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걸 보고 곧바로 멋쩍게 웃으며 분위기를 풀려 했다.“대기실? 그게 무슨 말이죠?”이태호는 눈살을 찌푸리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물었다.윤석준은 그제야 웃으며 말했다.“군주님은 처음 온 것이라 잘 알지 못할 거예요. 주주님은 신분이 존귀해서 이곳 대문을 지날 때 초대장이 있는지 확인해 봐요. 초대장이 있는 사람들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죠.”거기까지 말한 뒤 윤석준은 잠깐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어갔다.“안으로 들어갈 자격이 있는 사람은 안으로 들어간 뒤 대기실에서 잠깐 쉬어요. 소파가 있고 먹을 것도 있고 와인도 있어요. 사람들이 거의 다 도착하면 대기실 뒤쪽 문가에 선물을 기록하는 사람이 있어요.”“그렇군요. 주주님의 생신 잔치가 이렇게 복잡할 줄은 몰랐네요.”신수연은 그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참석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래요. 통합적으로 관리하면 조금 낫죠.”윤석준은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다들 주주가 너무 무게를 잡아서 그런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이내 그들은 주주부의 대문 앞에 도착했고 초대장을 보여준 뒤 안으로 들어갔다.직원이 그들을 홀로 안내했고 이태호는 그제야 대기실 안에 사람이 꽤 많다는 걸 발견했다. 다들 그곳에서 대화를 나누며 기다리고 있었다.이때 마침 두
그 몇 사람은 목소리가 크지 않았지만, 마침 막 문을 열고 들어온 이태호에게 들렸다.그는 자신도 모르게 싱긋 웃으며 신수민 등을 데리고 옆으로 가서 앉을 곳을 찾으려고 했다.그런데 뜻밖에도 방금 그 사람들의 대화를 강정수라는 노인도 듣게 되었다.그러자 강정수는 허허 웃으며 말했다.“여러분, 제가 한 사람을 소개해 드릴 테니 여길 보세요. 얼마 전에 부임한 남군 군주님이 궁금하시지 않아요?”그는 말을 마치고 나서 이태호를 보고 빙긋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여기 있는 이태호 씨가 바로 남군 군주님이십니다. 젊고 유망한 20대 중반인 이태호 군주님은 오늘 처음으로 주주 어르신의 생신 잔치에 참석한다며 주주부에 있는 모두의 눈을 번쩍 뜨일 만한 축하 선물을 드리려고 한대요.”“당신...”소지민은 그 말을 듣자, 갑자기 입꼬리를 씰룩이더니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그녀는 이 강정수가 앙심을 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가 이태호를 끌어내어 화로에 얹어 구울 작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소지민도 바보가 아니었다. 이럴 때 나서서 반박하면 이번 생신 잔치를 소홀히 대한다는 얘기이니 한동안은 반박할 수 없었다.“그래요? 그럼 우리 남군 군주님, 이번엔 어떤 보물을 선물하실지 궁금하네요!”그러자 50대 남자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옆에 있던 윤석준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낮은 소리로 이태호에게 소개했다.“이태호 군주님, 이분이 바로 북군의 군주, 용창수 씨입니다.”“북군의 용 군주님이시군요. 반갑습니다.”이태호가 덤덤한 표정으로 상대방에게 웃으며 인사했다.“강 성주님께서 방금 장난을 치신 거예요. 다들 아시다시피 저는 무명인이에요. 군주가 된 지 얼마 안 됐는데, 보물이 어디 있겠어요? 이번에 주주 어른의 환갑잔치에 참석하게 된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강정수의 입꼬리가 몇 번 움찔했다. 그는 이 이태호가 정말 지혜롭긴 하다고 생각했다. 이태호는 간단한 몇 마디 말로 난감한 상황을 해결했다.“허허, 이 군주님 너무 겸손하십니다.
옆에 있던 강정수는 안색이 흐려졌다. 이태호를 도마에 올릴 생각이었는데, 뜻밖에도 이 녀석은 언변이 좋아 이 상황을 몇 번이고 해결했고, 심지어 상대방과 가까워졌다. 이때 노인 한 명이 나타나 웃으며 말했다.“두 군주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우리는 모두 천홍주의 군주이니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서로 도와야 합니다. 누구처럼 몰래 나쁜 짓을 하면 안 돼요.”이태호도 상대방의 말속에 다른 뜻이 숨어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예의를 갖춰 공손하게 말했다.“선배님은 누구신지?”윤석준이 황급히 말했다.“이분은 서군 군주부의 군주 어르신인 신명식 씨입니다.”그러자 이태호가 곧 입을 열었다.“신 군주님이시군요.”말을 마친 이태호는 상대방의 다리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신 군주님의 다리가...”신 군주는 지금 지팡이를 짚고 있는데, 한쪽 다리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했다. 그가 가장 신경 쓰는 일도 이 다리였다. 걸을 때 항상 절뚝거릴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이태호가 하필 많은 사람 앞에서 다리 질환을 언급했다. 그의 얼굴에 떠올랐던 미소가 사라졌고, 표정도 순간적으로 어두워졌다.“허허, 이 군주님, 정말 해서는 안 될 말만 골라 하네요. 일부러 신 군주님을 난감하게 하려는 거 아니에요?”강선욱은 꼬투리를 잡을 기회가 있자 곧바로 나서서 이태호를 꾸짖었다.신명식은 입꼬리를 씰룩였지만 체면 때문에 일부러 웃으며 말했다.“허허, 괜찮아요, 어차피 오래된 일이에요. 그렇게 여러 해 동안 모두가 봐왔던 일이니 괜찮아요.”이태호는 그제야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신 군주님, 다른 뜻은 없습니다. 군주님의 다리가 왜 이런지 묻고 싶었을 뿐이에요. 소인은 의술에 관해서도 조금 알고 있는데 제가 치료해 드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그 말을 듣자 신명식의 두 눈에 한 줄기 빛이 스쳤으나, 그 한 줄기 빛은 곧 사라지고 말았다.그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이 군주님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이 다리는 한두 해가 아니라 이미 10년이 지났어요. 전에도 수많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신수희는 이태호의 모습이 거짓말처럼 보이지 않자 그제야 이태호를 떠보며 물었다.“이 군주님, 농담 아니죠? 정말 완쾌될 수 있다고요?”이태호가 웃으며 대답했다.“제가 농담하는 사람처럼 보이나요? 더구나 여기 이렇게 많은 성주, 군주, 그리고 세가의 가주들이 다 보고 있는데 제가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 망신당할 필요가 있겠어요?”이태호의 말에 신명식은 더는 참지 못하고 흥분한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이군주님, 정말이에요? 정말 할 수 있겠어요?”이태호가 웃으며 말했다.“물론 정말이죠. 제가 지금 침을 놓아 드리고, 제가 말한 단약 두 알을 만들어 드릴 수 있어요. 어차피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아빠, 제 생각엔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희망이 커질수록 실망이 커질 거예요!”신수희는 생각 끝에 쓴웃음을 지으며 주의를 시키었고 신명식도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그 말이 맞다. 전에 만났던 의사들도 처음에는 치료해 준다고 했는데 결국 돈만 많이 들고 아무 소용이 없었잖아.”차주원은 그 말을 들은 후 옆에서 한마디 했다.“신 군주님, 이런 일은 믿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가 치료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릅니다.”하지만 신명식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 나도 이젠 포기했어요. 그래도 시도는 해보고 싶어요.”이태호는 싱긋 웃고 나서 말했다.“신 군주님, 충분히 희망을 품어도 돼요. 왜냐하면, 제가 침을 놓은 후에, 제가 준 단약을 복용하면, 10분도 안 되어 당신의 다리는 완치 정도는 아니지만, 분명히 감각이 있을 거예요. 이 효과는 분명해요, 다만 앞으로 네 번 더 침을 맞아야 완치될 수 있어요.”이태호의 확신에 찬 말을 들은 신수희 역시 흥분하며 말했다.“이 군주님, 그렇게 자신 있으세요? 정말 고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완쾌될 수 있을까요?”이태호가 웃으며 대답했다.“물론이죠. 참, 제 아내도 신씨입니다. 당신들은 저의 아
이태호의 확고한 말에도 불구하고 신명식은 자신이 실망할까 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별말씀을요, 갑시다, 저쪽에 가서 앉아요. 제가 먼저 은침으로 치료해 드릴게요!”이태호는 싱긋 웃으며 함께 한쪽 소파로 가서 상대방에게 앉으라고 했다.그가 자리에 앉자 이태호는 그제야 손바닥을 뒤집어 작은 박스를 꺼냈다. 상자를 연 뒤 은침을 꺼내고 상대방의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린 뒤 검사를 하고 나서야 이태호는 비로소 진지하게 침을 놓기 시작했다.많은 사람도 이 상황에 매료되었다. 어쨌든 지금은 한가하고 별다른 일이 없어서 아예 와서 구경하기 시작했다. 다들 이태호가 정말 신명식의 10년 가까이 무감각했던 다리를 치료할 수 있는지 보려 했다.한편 차진석과 강정수 두 사람은 눈길이 마주쳤는데 얼굴빛이 여간 난감한 게 아니었다.그들은 원래 이태호를 난처하게 만들려 했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이 이태호를 깔보게 하려고 이태호에게 망신을 주려 했다.하지만 이태호가 북군 군주, 서군 군주와 인맥을 맺을 줄은 몰랐다.차진석은 생각 끝에 강정수를 한쪽 구석으로 불러서 말했다.“강 성주님, 이거 어떡하죠? 이 이태호가 며칠 더 신 군주를 치료한다는데, 만약 이따가 그 두 선배에게 그를 죽이게 한다면, 이 신 군주의 다리는 완전히 치료할 수 없을 것 아닌가요?”강정수는 생각 끝에 얼굴을 찡그리며 대답했다.“그때가 되면 신 군주가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언짢아하실 것 같다는 말인가요?”차진석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놈이 정말 신 군주의 다리를 치료할 수 있다면, 우리 좀 더 늦게 죽여도 괜찮지 않을까요?”강정수는 잠시 생각하더니 곧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차 가주님, 너무 생각이 많으십니다. 이건 우리가 그를 죽이려는 것이 아니라 풍월종의 선배님이 죽이려고 하는 거예요, 아시죠? 비록 우리와 이태호 사이에 원한이 있지만, 우리는 복수를 생각하지 않아요. 그가 풍월종의 제자를 죽여서 풍월종의 뛰어난 엘리트 제자 두 명이 그를 죽이려고 하는 거예요. 알겠어
대허공전송부의 가격은 외부 시장에서 천정부지로 솟아올랐다.지금 이태호가 들고 있는 옥부를 밖에서 판다면 필연코 수많은 사람이 앞다투어 뺏으려고 할 것이다.완전한 대허공전송부를 깨뜨리면 순식간에 천리 밖으로 보낼 수 있는 목숨을 부지하는 신기(神器)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이 물건을 만들기가 까다로웠다. 구천의 청기(淸氣)를 채집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성왕급 수사가 자신의 도운을 융합해서 공간계의 전송 부문(符文)을 새겨야 한다. 전후로 수년의 시간이 소요되어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지금 창란 세계에서 여러 성지와 상고 세가(世家) 외에 다른 곳에서 이런 전송부를 보기가 어려웠다.태일종은 천남 지역의 우두머리라 할 수 있고 선우정혁 같은 7급 성왕 경지의 강자가 있더라도 이런 전송부가 없었다.대허공전송부에서 시선을 거둔 후 이태호는 옆에 있는 약간 마르고 짙은 살기와 검은 기운을 내뿜은 혼돈 마수를 바라보았다.그가 신식으로 자세히 살펴본 후, 눈앞의 혼돈 마수에 팽배한 생명력이 내포되어 있으며 부패하고 피비린내 나는 날카로운 살기도 느낄 수 있었다.이태호는 만여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이 혼돈 마수에 아직 이렇게 강한 위력이 있는 사실에 놀랐다.어떻게 이런 일이!“아쉽지만 난 마공을 수련하지 않아. 나에게 쓸모가 없는 물건이야!”마도 수사가 이 혼돈 마수를 가지게 된다면 그의 자질을 순식간에 향상시킬 수 있고 앞으로 각종 마구를 수련해도 수련 속도를 빠르게 높일 수 있다.심지어 각종 사악한 공법을 수련할 때도 혼돈 마수의 도움을 받으면 위력을 많이 높일 수 있다.그러나 이태호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는 할 수 없이 혼돈 마수를 사물 반지에 넣고 이후에 판매하기로 결정했다.대전을 둘러본 후 다른 물건을 발견하지 못하자 이태호는 궁전 밖으로 나가서 기타 미지의 곳을 탐색하였다.반나절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이 폐허가 된 동부, 그리고 주변의 궁전을 모두 자세히 탐색한 이태호는 만면에 희색을 띠고 다시 제단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그
진법은 이태호의 주먹 한 방을 먹었지만 끄덕하지도 않았다.표정이 어두워진 그는 바로 단전에서 적소검을 꺼냈다.장검이 칼집에서 나오자 어두운 공간에서 검빛이 번쩍 빛났고 날카로운 검빛이 공간을 갈기갈기 찢었다.검빛이 번쩍이면서 싸늘한 기운을 발산했고 마치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검기가 적소검에서 뿜어져 나오면서 광막에 매섭게 내리쳤다.“콰르릉!”격렬한 폭발음이 천둥처럼 울렸고 거친 충격파는 땅에 있는 황사와 먼지를 일으켜서 사방으로 날렸다.불빛이 사라지자 이태호는 그 광막 위에 드디어 구멍이 뚫린 것을 보았다.이에 이태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손을 빠르게 놀렸다.“촤악! 최악! 촤악!...”여러 가닥의 검기가 날아와서 광막을 산산조각으로 깨뜨렸다. 결국 대전 밖의 진법은 이태호의 공격을 감당할 수 없어서 붕괴하였고 폭파하였다.진법을 해결한 후 이태호는 다급히 신식을 방출해서 대전 내부의 상황을 살펴보았다.그의 신식이 대전에 들어간 후 대전의 중앙에 높은 단상 두 개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단상 위에는 금제가 있는데 연한 푸른색의 광막은 그 위에 놓인 물품이 세월의 침식을 받지 않도록 잘 보관하고 있었다.이태호는 첫 번째 단상 위에 놓인 먹물처럼 새까만 팔뚝을 보았다. 팔뚝에서 주변의 공간마저 뒤틀어지게 만들 수 있는 짙은 살기(煞氣)를 내뿜었다.혼돈 마수가 정말 존재한 것을 보자 이태호는 무척 기뻐했다.그러고 나서 그는 신식으로 다른 단상에 놓인 물건을 살펴보았다.다른 단상에는 손바닥만 한 청록색 옥부(玉符)가 놓여 있었다.옥부 위에 고대 전서(篆文)이 새겨져 있다. 마치 상고 시대에 있는 천지의 이치처럼 짙은 도운을 발산하였고 범상치 않아 보였다.이태호는 신식으로 한바퀴 둘러보고 나서 대전에서 아무런 위험도 발견하지 않자 성큼성큼 대전 내로 들어갔다.그는 두 단상 앞에 다가가서 손바닥에 많은 영기를 내뿜고 허공에서 큰 손을 형성하였다. 그러고 나서 보물을 보호한 방어 금제를 부수고 두 물건을 꺼냈다.손바닥만 한 옥부를
이태호가 구유이화를 정복한 후 제자리에서 잠시 쉬었다.정력을 회복하고 정신을 가다듬은 후, 그는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동부의 다른 곳을 계속 살펴보았다.조광학의 설명에 따르면 이 동부에 이태호가 알고 있는 구유이화 외에 혼돈 마수도 있다.이태호에게 이 혼돈 마수는 소용이 없지만 가치가 높은 물건이었다. 유명과 황천 두 성지의 천교 제자들이 마구(魔軀)를 수련해 내야만 혼돈 마수를 형성할 수 있었다.이것을 가질 수 있다면 나중에 팔아도 일부 7급 영약, 심지어 8급 영약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이태호는 당연히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그가 하늘로 올라간 후 신식을 방출해서 주변을 샅샅이 살펴보았다.동시에 그는 손바닥을 뒤집고 다섯 손가락을 오므리자 크기가 머리만 한 불덩어리가 손바닥에 나타났다.밝은 불빛을 빌어서 주변의 어두움을 천천히 몰아냈고 이태호는 동부를 점점 똑똑하게 볼 수 있었다.이 동부는 웅장하고 거대하며 약 수 리나 되는 공간을 차지했다.그의 발밑에 있는 검은 제단 외에 주변에 10여 개의 대전이 있는데 ‘품(品)’ 자 모양으로 제단을 겹겹이 감싸고 있었다.이태호는 신식으로 이 대전들을 차례대로 탐색하였다.이윽고 그의 신식은 수 리 밖에 떨어진 한 대전 앞에서 방해를 받았다.금제 진법의 존재를 느낀 이태호는 속으로 기뻐했다.대전에 진법의 방어가 있다는 것은 필연코 무슨 보물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여기에 매장한 마수 구상수는 나주 마문 성지인 유명 성지의 천교 성자(聖子)로서 죽을 때 7급이나 8급의 성자 경지에 이르는 내공을 갖고 있었다.이런 성자급 천교가 죽은 후에 사물 반지에 보관한 보물들은 일반 수사들이 눈독을 들이기에 충분했다.방금 이태호가 구상수의 유골 옆에서 살펴보았을 때 사물 반지와 같은 공간 영보를 발견하지 못했다.다시 말하면, 구상수가 죽기 전에 가치 있는 보물과 영물들을 다른 곳에 보관했다는 것이다.이태호는 정신을 가다듬고 그 대전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그 대전의 문 앞에 이르자 문득 연한 파
진선(眞仙)이 인간계에 내려와서 천마 해체를 직접 시전해서 몸이 10억의 혈자(血子)로 변하면 환생해서 다시 수련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이태호가 수련한 태허진해보전이나 태일보서는 이 유명마경에 비하면 크게 뒤떨어졌다.그리고 유명마경의 기록에 따르면 자질이 없는 일반인이라도 소성에 이르면 영체 등급에 도달할 수 있고, 대성에 이르면 신체(神體) 체질을 가진 천교에 필적할 수 있다.이태호는 유명마경의 내용을 다 읽은 후 다급히 옥간을 사물 반지에 넣었다.너무나 기괴하고 사악한 공법이었다.입문이 간단하고 수련 속도가 빠르며 목숨을 구할 방법도 많으며 적을 상대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사악한 신통들도 많이 있다.이태호는 읽다가 저도 모르게 수련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다행히 그의 신혼이 강대해서 이 충동적인 느낌을 가까스로 억제할 수 있었다.마공이 좋지만 이태호는 그 속에 빠지면 필연코 주화입마(走火入魔)하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정신을 차리고 나서 그는 황급히 검은 대전에서 물러 나왔고 멀리 있는 제단 쪽으로 걸어갔다.미션궁에서 그 제자가 보고한 정보에 따르면 구유이화가 바로 제단의 중심부에 있었다.아니나 다를까.그가 제단에 올라간 후 엄지손가락만 하고 연한 파란색의 불꽃이 반짝이면서 타오르고 있었다. 구유이화가 바로 코앞에 있는 것을 본 이태호는 만면에 희색을 띠었다.불꽃이 엄지손가락만 하지만 오직 천지 유명의 기운이 그윽한 곳에서만 탄생할 수 있고 신혼에 대해 강력한 억제 효과가 있다.일반 수사의 신혼, 특히 아직 성자 경지에 이르지 못한 수사들의 원신은 아직 양신으로 탈바꿈하지 못했기에 신혼은 공격받기 매우 쉬웠다.구유이화가 신혼에 대한 억제 효과는 풍씨 가문의 천교 풍민국의 서혼정보다 더욱 뛰어났다.이태호는 천천히 제단에 올라갔고 손을 살며시 휘젓자 온몸에서 천지의 힘을 뿜어냈다.그의 온몸에 있는 세포들은 순식간에 모두 성스러운 빛을 내뿜었고 천지의 힘을 삼키고 내쉬었다.그가 손을 들자 수많은 영기는 손바닥 형태를
검은 대전 문 앞.이태호는 발걸음을 멈추고 신식을 방출해서 조심스레 탐색하였다.그는 대전 안에 해골 한 구만 있고 다른 위험한 요소를 발견하지 못하였다.아무런 잠재적 위험이 없음을 발견한 이태호는 바로 문을 밀고 들어갔다.대전 안에 자금색 줄이 있는 검은 장포를 입은 해골이 가부좌 자세로 방석에 앉아 있었다.오랜 시간이 흘러서 그런지 황금색 해골은 이미 부패되어 있었다.“성자, 성왕 경지 등 강대한 수사의 죽은 육신일지라도 세월의 침식을 이길 수 없군.”이태호는 탄식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그는 신식으로 해골의 구석구석을 훑어보았다. 드디어 그의 허리춤에서 현금색의 영패를 발견했다.영패는 손바닥만 하고 정면에는 해골 머리가 새겨져 있으며 뒷면에는 웅건한 필체로 ‘유명(幽冥)’이라는 두 글자가 쓰여 있다.이에 이태호는 속으로 매우 놀랐다.‘아... 유명 성지의 사람이었군!’유명 성지는 나주의 마도 성지로써 삼만 가지의 술법이 있다고 한다.유명 성지는 나주의 황천과 함께 마도의 양대 성지로 불렸다.이 성지의 제자들은 모두 마수(魔修)이다. 천지의 영기를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요상한 사술들을 수련하였다.일반 수사들이 연시(煉尸), 연혼(煉魂) 등 사술들을 연마한 마수들을 만나면 거의 막을 수 없다고 할 수 있다.마수의 수행은 자질을 안 본다. 자질이 가장 낮은 수사라도 수천수만 명의 제자 중에서 두각을 드러내기만 하면 천교 성자로 될 수 있다.이 두 성지는 주로 이단적인 공법을 수련하고 또 제자들에 대해 방목식 관리를 진행해서 기타 지역의 수사들은 이 두 성지 출신 수사들을 배척하였다.만 년 전에 천남에서 정도 수사와 마수 간에 대전이 일어났는데 태일종은 바로 이 대전을 통해 천남 지역에 우뚝 설 수 있게 되었다.이태호는 이 해골에서 시선을 거둔 후 그 검은 그림자의 괴물이 무엇인지 뒤늦게 알았다.동부 밖에 있는 수사들의 해골을 떠올리며 그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마도 수사들은 정말 악독하군. 수사의 신
이 해골들의 입에서 귀에 거슬리고 등골이 오싹오싹할 만 기괴망측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낄낄낄...”적소검의 검기는 곧바로 괴물의 몸을 꿰뚫고 뒤에 있는 벽에 부딪혔다.적소검의 공격이 소용이 없는 것을 본 이태호의 안색이 굳어졌다.‘역시 수상한 곳이야!’이렇게 생각한 그는 영보 현황종을 꺼내고 머리 위로 띄우면서 방어를 진행했다.괴물들은 이태호를 본 순간 입에서 듣기 싫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면서 이태호를 향해 몰려왔다.부패한 시신이 썩은 냄새는 공기를 따라서 이태호의 콧속으로 파고들어 그는 토할 뻔했다.기괴한 괴물들이 모여오자 이태호는 성자급 기운을 뿜어냈고 주먹을 날렸다.그의 주먹은 한순간에 태양처럼 눈부신 금빛을 발산하였다.그가 사용한 무기(武技)가 바로 대일진권(大日眞拳)이었다. 이태호가 매섭게 주먹을 날리자 공간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졌고 음폭을 터뜨리면서 엄청나게 강한 힘을 지니고 날아갔다.“우르릉!”대지가 뒤흔들면서 대일진권에 맞은 기괴한 괴물들은 갑자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면서 녹아버렸다.대일진권이 효과가 있는 것을 보자 이태호는 속으로 무척 기뻤다.그는 눈앞에 있는 이 무리의 괴물들이 햇빛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추측했다.자신의 대일진권은 마침 아침노을의 자주색 기운을 흡수하였고 대일진화(大日眞火)를 삼켜서 수련한 것이었다.여기까지 생각한 이태호는 다시 주먹을 던졌다. 대일진권은 햇빛처럼 눈부시게 빛났고 온 동부의 공간을 밝게 비추었다.“으아악...”대일진권에 맞은 괴물의 검은 그림자는 극히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면서 마지막에 녹아서 사라졌다.기타 괴물의 검은 그림자도 겁에 질려 바로 옆에 있는 해골 속으로 들어갔다.순식간에 거대한 해골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태호를 향해 덤볐다.“어? 영지(靈智)가 생긴 건가?”검은 그림자가 피할 줄 아는 것을 보자 이태호는 깜짝 놀랐다.그러나 그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천지의 힘을 손에 들고 있는 적소검에 주입한 다음 해골들을 향해 달려들었다.날카로운 검빛이 번쩍이더니 예
산골짜기로 돌아온 이태호는 조광학 등의 죽음으로 조씨 가문이 아수라장이 될 줄은 몰랐다.그는 푸른색과 파란색이 섞인 독장을 지나서 조심스레 산골짜기의 깊숙한 곳으로 날아갔다.산골짜기는 아주 광활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주변의 독장도 점점 많아졌다.산골짜기의 밑에 내려온 후 이태호는 절벽에서 1장 높은 입구를 발견했다.입구는 누가 뚫어놓은 것처럼 생겼고, 겉에는 풍화된 후 생긴 울퉁불퉁한 흔적으로 가득 찼다.이를 본 이태호는 바로 신식을 방출해서 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서 살펴보았다.그의 신식이 수십 장 거리까지 간 후 뜻밖에 금제 진법에 가로막혔다.이태호는 눈썹을 찌푸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안에 뭔가 있는 것 같군.’그는 팔을 들고 영기를 운행하자 손바닥에서 주먹만 한 불덩어리가 나타났다.그러고 나서 그는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가니 통로 양쪽에 여러 구의 인간 해골이 놓여 있었고 불빛 아래서 반짝 빛나고 있었다.여러 구의 해골은 산화되어 수정처럼 투명해졌다.심지어 이태호는 그중에서 온통 황금빛을 발산한 해골 두 구를 발견했다.이것은 틀림없이 성자급 수사의 해골이었다. 성자급 수사는 육신을 단련할 때 온몸의 혈액을 수은처럼 제련했고 육신을 금신무구(金身無垢)로 전환한다. 온몸의 뼈와 혈액이 범인의 영역을 벗어나 성인의 경지로 들어간 후에야 이런 특별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었다. 이태호는 뼈의 풍화 흔적을 통해 이 해골들은 적어도 수천 년 전에 생긴 것으로 추정했다.그는 감히 소홀히 하지 않고 다급히 경계 자세를 취하고 신식을 방출해서 주변을 살펴보았다.수십 걸음을 걸은 후 이태호는 한 금제 진법 앞에 도착했다. 그가 자세히 관찰하니 해제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이 금제는 이미 만년 이상 운행했기에 위력이 많이 약해졌다.순식간에 이태호는 몸에서 성자급의 내공을 뿜어내면서 손을 들고 금제를 향해 내리쳤다.“쾅!”금제가 흔들리면서 얼마 후에 영광의 조각으로 되어 흩어졌으며 어두컴컴한 동부를 드러냈다.눈앞의 동부를
“우리 조씨 가문의 가주가 고적을 찾아보다가 이 백수산맥에 상고 마수의 유적이 있고 혼돈 마수가 있다는 기록을 봤어.”조광학은 마음이 칼로 도려내듯이 아팠지만 혼돈 마수에 대해 말할 수밖에 없었다.“날 살려준다면 혼돈 마수는 바로 네 것이야!”이에 이태호는 미간을 찌푸렸다.백수산맥에 상고 마수의 유적이 있다는 사실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구유영화가 바로 그 유적에서 탄생했으니까.그러나 혼돈 마수도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가 알고 있는 바에 의하면 혼돈 마수는 마문 성지에 있는 최고의 공법이다. 혼돈 마수를 수련해 내면 타인의 자질과 근골을 뺏을 수 있어서 지극히 난폭하고 사악한 공법이라 할 수 있다.‘보아하니 이 산골짜기의 마수 유적은 범상치 않은 것 같군...’이태호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영력을 운행하였고 적소검은 검의를 내뿜으면서 검빛으로 변해서 날아갔다.“이태호, 내가 비밀을 알려줬는데 어찌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있어?!”검빛이 덮쳐온 것을 본 조광학은 소스라쳐 놀랐다. 그는 다급히 방어 영보를 꺼내서 검빛의 공격을 피하면서 이태호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이태호는 귀를 후벼 파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살려준다고 약속한 적이 없는데?”이태호의 말에 조광학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방금 자신이 너무 황급히 말해서 이태호가 약속했는지 안 했는지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을 인지했다.“네놈...”그는 계속 이태호와 거래하려고 했는데 곧 안색이 변했다.적소검이 어느새 그의 등 뒤로 날아왔고 날카로운 검빛은 무시무시한 위세를 지니고 등 뒤에서 그의 몸을 꿰뚫었다.그의 오장육부와 원신은 모두 공포스러운 검빛에 의해 파멸되었다.숨이 끊어진 조광학을 보고 이태호는 그제야 가볍게 손을 휘젓고 적소검을 소환했다.동시에 그는 잊지 않고 조광학의 사물 반지를 챙겼다.그가 신식으로 주변 수십 리를 훑어본 후 조씨 가문의 제자들이 누구도 탈출하지 못한 것을 확인한 후 바로 왔던 길로 돌아갔다....이와 동시에.백수산맥
“안 돼!!!”조명곤의 한이 맺힌 노성이 한순간에 딱 멈추었다.그의 몸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졌고 피안개로 되어 허공에서 사라졌다.이화 현황봉이 멈추지 않고 계속 떨어지면서 대지에 세게 내리쳤다.순식간에 발밑에 있는 대지는 대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쉴 새 없이 흔들렸고 갈라졌으며 수많은 골짜기를 형성하였고 갈라진 틈새로 용암과 검은 연기가 나왔다.마지막으로 조명곤이 원래 있었던 자리에 깊이를 알 수 없고 지름이 10리나 되는 큰 구덩이가 생겼다.큰 구덩이의 위에는 웅장한 불후의 신산과 같은 이화 현황봉이 우뚝 서 있다.이태호는 신식으로 조명곤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감지한 후 냉소를 머금고 이화 현황봉을 거두었다.그가 방금 조명곤과 잔소리를 많이 한 것은 조명곤과 무슨 옛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몰래 최상급 영보 이화 현황봉을 발동하기 위해서였다.조명곤 등을 모두 떠나지 못하게 하려면 이태호는 일격에 격살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했다.이제 가장 강한 조명곤이 죽었고 나머지 조씨 가문의 제자들도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이미 수십 리 밖으로 도망친 조광학 등을 보자 이태호는 두 손으로 결인을 하면서 곧바로 추격하였다.그의 비행 속도가 지극히 빨라서 눈 깜짝할 사이에 조광학 등을 따라잡았다.점점 가까이 다가온 이태호를 보자 미친 듯이 도망치고 있는 조광학의 공포심이 극에 달하였다. 그는 체내의 정혈을 불태워서 비행 속도를 순식간에 높였다. 그는 마치 화살처럼 날아갔고 지나가는 곳마다 공기에서 음폭이 터졌다.이를 본 이태호는 코웃음을 쳤다.“정녕 도망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9급 존황 경지에 불과한 조광학이 온몸의 정혈을 다 불태워도 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조광학과의 거리가 충분히 가까워진 것을 보자 이태호의 앞에서 맴돌던 적소검이 번쩍이더니 수십 가닥의 검빛이 허공을 가르면서 날아가서 조광학 양측에 있는 조씨 가문의 제자들을 모두 격살했다.조광학은 옆에 있는 동문 제자들이 하나둘씩 날개가 부러진 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