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두 사람 먼저 돌아가요. 난 그런 거에 관심 없으니까.”이규석과 홍석훈은 사실 알고 있었다. 2품 저급 연단사를 얻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라는 걸 말이다. 그런데도 한 번 시도해 보려는 태도로 이태호를 설득하러 온 것이었다.이태호의 확고한 의지에 두 사람은 아쉬운 듯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들은 이태호에게 한 번 고려해달라고 말한 뒤 떠났다.그런데 두 사람이 떠나자마자 이민수가 다가와 말했다.“이태호 씨,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요. 이태호 씨가 2품 저급 연단사라니, 제가 보는 눈이 없었어요. 조금 전에 경매장에서는 제가 실례를 범했습니다. 부디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 주세요.”이태호는 그가 먼저 자신을 찾을 줄은 몰랐다. 심지어 태도도 아주 좋았다.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사실 크게 싸운 것도 아니라서 마음에 두지 않았거든요.”홍진연도 다가와서 말했다.“이태호 씨, 정말 생각지도 못했네요. 인물도 훤칠한 데다가 2품 저급 연단사라니.”이태호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 그는 표정이 살짝 이상해지더니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에둘러 말할 필요 없습니다. 할 말이 있으신 거라면 그냥 말하세요. 저를 찾으러 이곳까지 온 걸 보면 절 칭찬하기 위해 온 건 아니겠죠.”이민수는 홍진연과 시선을 주고받았다. 사실 두 사람 모두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단지 입을 떼기가 마땅치 않았을 뿐이다.“홍진연 씨가 말할래요?”이민수는 머쓱하게 웃으며 홍진연에게 말했다.홍진연은 입을 달싹이다가 결국 멋쩍은 표정으로 이민수에게 말했다.“이민수 씨가 말씀하시죠. 나이도 많으신데 제가 양보해 드려야죠.”이태호는 두 사람 모두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자 곧바로 말했다.“두 분, 계속 이렇게 시간을 끌 생각이라면 전 가보겠습니다.”“아뇨, 아뇨. 말하겠습니다. 제가 말하겠습니다!”이태호가 떠나려고 하자 이민수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그, 이태호 씨. 홍진연 씨도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일 겁니다. 우리
“문제없습니다. 전혀 문제없어요!”이민수는 이태호가 승낙하자 희색을 드러냈다. 2품 저급 연단사가 단약을 만드는 과정을 열 번이나 볼 수 있다면 분명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돌아가서 자신도 단약을 만들어 본다면 더 쉽게 실력을 향상할 수 있을 것이다.홍진연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가능하죠. 이민수 씨, 저랑 민수 씨가 각자 다섯 뿌리씩 재료를 제공하는 건 어떻습니까?”이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가능하죠.”비록 이 재료들은 아주 값비쌌지만 이태호가 단약을 만드는 걸 현장에서 지켜보며 배울 수 있다면 당연히 기꺼웠다.이민수는 잠깐 생각한 뒤 말했다.“하지만 이태호 씨가 2품 저급 단약 몇 가지를 만들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우리가 준 재료가 때마침 이태호 씨가 만들 수 있는 유형이 아닐 수도 있으니 말이에요.”이태호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흔히 볼 수 있는 거면 돼요. 2품 저급 단약은 사실 다 비슷비슷하거든요. 일단 카페에 들어가서 얘기 나눠요. 두 분이 재료를 주면 방을 찾아 단약을 만드는 모습을 두 분께만 보여드릴게요.”그들은 말을 마친 뒤 이내 카페를 하나 찾았고 위층에 있는 룸으로 들어갔다.다행히 두 사람이 준비한 재료가 꽤 많았다. 이태호는 그들에게서 각각 재료를 다섯가지씩 골랐고 그들에게 과정을 보여주기 시작했다.한편, 이태호와 서청운은 사마정호가 고수 여럿을 데리고 홍준영과 함께 호의당에 도착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이제 막 밖에서 돌아온 서중산은 홍준영이 사마 집안 가주를 데리고 왔다는 걸 알고 곧바로 그들을 맞이했다.“맙소사, 사마 집안 가주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 정말 보기 드문 손님이군요...”서중산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그들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는 곧 홍준영의 팔이 석고붕대로 고정된 걸 발견하고는 미간을 확 구겼다.“준영아, 이게 뭔 상황이야? 누구한테 맞았어?”홍준영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흥, 무슨 상황이냐고요? 서청운이 아직 얘기 안 했나 보네요?”“청운이가?”
홍준영이 곧바로 말했다.“오늘 난 그 사람을 혼쭐내줄 거예요.”사마정호도 덤덤히 말했다.“제가 듣기론 그 자식이 나도 얕본다던데, 하하, 배짱이 좋네요!”서중산은 말문이 막혔다. 이태호는 드래곤 신전의 주인이고 군신마저도 그를 스승님이라고 부르는데 사마 집안이 안중에도 없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하지만 이태호는 그들에게 그와 군신의 일을 소문내지 말라고 분부했었다. 그러니 서중산은 지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그는 미소 띤 얼굴로 사마정호에게 말했다.“사마 집안 가주님, 이태호 씨는 가주님이 건드릴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그러니 사람들을 데리고 이만 돌아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이태호 씨에게 밉보이게 된다면 후회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하하, 서중산 씨, 제가 그 말에 겁을 먹을 것 같나요?”상대방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그들이 외출했다고 하니 우리는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이곳에 서 있어야 합니다. 몰래 전화해서 이 소식을 알릴 생각은 마세요.”“휴, 기다리고 싶으면 기다리세요!”서중산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어떻게 상대를 설득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시간은 조금씩 흘렀고 날이 저물기 시작하자 이태호는 그제야 자신의 연단로를 거두어들였다.그는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이 온청로 정말 좋군요. 확실히 성공률이 올라간 것 같아요. 10가지 재료로 8알의 단약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냈고 딱 두 번만 실패했으니 좋아요. 하하!”“이태호 씨, 정말 대단해요. 훌륭하시네요. 이태호 씨는 솜씨가 정말 숙련됐어요. 우리는 아마 평생 이태호 씨의 발뒤꿈치도 따라가지 못할 거예요.”이민수는 이태호를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조금 전 이태호가 단약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목격했기에 그는 자신의 실력이 이태호와 크게 차이 난다는 걸 알고 있었다.“맞아요. 이태호 씨처럼 능숙하다면 2품 중급 단약도 시험 삼아 만들어도 될 것 같아요. 정말 대단해요!”홍진연 역시 감개무량하게 말
“감사합니다, 이태호 씨!”두 사람은 이태호가 준 최상품 단약을 떨리는 손으로 건네받았다. 그것은 최상품 단약이니 돌아가서 잘 감상할 생각이었다. 그냥 삼켜서 단약을 만드는 데 쓴기엔 좀 아까웠다.옆에 있던 서청운은 이태호의 재능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그녀는 사람이 이렇게 훌륭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훌륭하다 못해 무시무시해서 믿기 어려웠다.2품 저급 단약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이태호는 성공률도 높았다. 그리고 성공률이 높기만 할 뿐만 아니라 단약의 품질 또한 아주 좋았다. 상품 아니면 최상품이니 완전히 천재 중의 천재라 할 수 있었다.“하하, 과찬입니다. 시간이 늦었으니 전 먼저 가볼게요. 기회가 되면 또 만나죠!”이태호는 크게 웃으며 자리를 떴다.이민수는 잠깐 생각한 뒤 이태호에게 말했다.“이태호 씨, 시간이 늦었으니 제가 밥을 사드릴까요?”하지만 이태호는 웃으며 대꾸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전 돌아가서 먹을게요. 하루 종일 밖에 있어서 서 당주가 집에서 저와 청운 씨가 돌아가기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네, 그러면 조심히 들어가세요!”두 사람은 정중하게 이태호를 배웅했다.이태호와 서청운이 떠난 뒤 홍진연은 그제야 감탄하며 말했다.“정말 대단하네요. 전 이런 연단 천재가 있을 줄은 몰랐어요. 상황을 보아하니 이제 곧 2품 중급 연단사가 되겠어요. 앞으로 3품 연단사가 되는 것도 어렵지 않겠어요.”홍진연의 칭찬을 듣고 이민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게요. 이태호 씨는 앞으로 분명 3급 연단사가 되어 엄청난 강자가 될 거예요.”말을 마친 뒤 그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조금 전에 몇 번이나 연락처를 물어보고 싶었는데 쑥스러워서 입을 열지 못했어요.”홍진연 역시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맞아요. 저도 그랬어요. 계속 참고 있었는데 결국 입을 열지 못했어요. 이태호 씨는 저희 앞에서 단약을 만들면서 설명까지 해줬고, 심지어 우리에게 최상품 단약을 한 알씩 주었으니 미안해서 어떻게 연락처를 물어보겠어요? 물어본다
사마정호는 홍준영이 이렇게 가차 없을 줄은 몰랐다.“준영아, 그건 좀 아니지 않니? 네 심기를 거스른 사람은 서청운을 좋아하는 그놈이야. 호의당의 다른 사람들과는 별로 상관없는 일이지. 그러니 호의당의 사람들을 모조리 죽이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인 것 같구나.”홍준영은 서청운이 정말 이태호와 도망쳤다면 이미 그와 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홍준영이 이렇게까지 하려고 하는 이유는 서청운이 후회하길 바라서였다.하지만 이런 얘기를 대놓고 할 수는 없었기에 홍준영은 덤덤히 웃으며 사마정호에게 몰래 말했다.“전 그냥 서청운에게 겁을 줘서 그가 그 남자와 함께 돌아오게 하려는 것뿐이에요. 진짜 호의당의 사람들을 죽이겠다는 건 아니에요.”“그렇구나!”사마정호는 웃으며 말했다.“사마정호 씨, 여긴 웬일이에요?”그런데 바로 그때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밖의 대문에서 걸어들어왔다. 남자는 그곳 상황을 본 뒤 저도 모르게 그를 불렀다.“이, 이태호 씨? 이태호 씨인가요?”사마정호는 돌아서서 이태호를 본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날 운 좋게 이태호의 결혼식에 참석한 덕에 4대 군신과 함께 술도 한잔 할 수 있었던 사마정호는 그날 자신의 인생이 달라진 것 같다는 기분을 느꼈었다. 그건 충분히 자랑할 만한 일이었으니 말이다.하지만 이태호는 그 일이 소문 나기를 바라지 않았고 그래서 사마정호는 그날 일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았다.그런데 이곳에서 이태호를 만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하하, 당연히 저죠!”이태호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홍준영이 그곳에 있는 걸 보고 곧바로 눈살을 찌푸렸다.“사마정호 씨, 설마 당신이 바로 이 양아치 홍준영의 양아버지인가요?”사마정호는 순간 깜짝 놀랐다. 홍준영은 그에게 자신의 팔을 부러뜨린 사람이 이씨 성을 가진 남자라고 했을 뿐, 이태호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보니 홍준영의 팔을 부러뜨린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4대 군신조차 스승님이라고 부르는, 아무도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이태호였다!“
“이태호 씨, 제,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용서해 주세요. 절대 이태호 씨에게서 이 여자를 빼앗지 않겠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청운을 빼앗으려 하지 않겠습니다.”홍준영은 겁을 많이 먹은 건지 두 걸음 만에 이태호의 앞에 서서 그대로 무릎을 꿇고 끝없이 머리를 조아렸다.비록 이태호가 대체 누군지는 알지 못했으나 사마정호가 자신조차 그를 지킬 수 없다고 했을 때, 홍준영은 눈앞의 남자가 실로 무시무시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하하, 지금 이 모습을 보니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를 모르는 것 같은데.”이태호가 웃으며 얘기하자 홍준영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이, 이태호 씨, 제, 제가 대체 뭘 잘못했을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흑흑!”홍준영은 바닥에 완전히 널브러져 울기 시작했다.이태호는 쓴웃음을 짓더니 그제야 상대에게 설명했다.“네 잘못은 나와 청운이가 보통 친구 사이라는 걸 모른다는 거야. 내게서 여자를 빼앗지 않겠다고? 나와 청운이 사이에 뭔가 있는 것처럼 얘기하잖아. 내가 말하는데 나와 청운이는 결백해. 그리고 청운이가 얼마나 어린데, 내가 그런 사람처럼 보여?”“맞아요, 맞습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뭘 잘못했는지 알겠어요. 흑흑, 용서해 주세요!”홍준영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이태호와 서청운이 무슨 사이든 상관없었다. 그냥 당장 이곳을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옆에 있던 사마정호는 이 일 때문에 자신의 앞날을 망칠까 봐 곧바로 홍준영에게 말했다.“홍준영, 지금부터 넌 나 사마정호의 양아들이 아니야. 난 너 같은 양아들을 두지 않았어. 너 같은 아들이 있다니, 참으로 창피하구나.”홍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했습니다!”지금 홍준영은 죽도록 후회됐다. 이태호가 사마정호마저 건드리지 못하는 존재라는 걸 알고 있었다면 사마정호를 데리고 이태호에게 복수하려고 이곳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꺼져, 다음번에는 내 눈에 띄지 마. 그렇지 않으면 그 하찮은 목숨을
서청운도 웃었다. 하지만 이태호가 조금 전 둘의 관계를 확실하게 설명하고 나자 서청운은 왠지 조금 실망스러웠다.이태호는 덤덤히 웃더니 손바닥을 뒤집어 오후에 얻었던 단약 여섯 개를 꺼내어 서중산에게 건넸다.“서 당주, 여기 단약이 몇 개 있는데 일단 받아. 경지가 안정된다면 계속해 내공을 향상해.”“2품 저급 단약이 이렇게나 많다고요? 심지어 품질도 아주 좋아요!”서중산은 또 한 번 이런 단약을 여섯 알이나 얻게 되니 너무 흥분되어 손이 바르르 떨렸다. 그는 속으로 이태호가 아주 통이 크다고 생각했다. 이런 단약을 전에도 한 번 주었는데 지금 또 줄 줄은 몰랐다.장로들은 그것을 보고 눈을 빛냈다. 신전 주인님의 도움이 있으니 미래가 걱정되지 않았다.“하하, 특히 서 당주는 얼른 내공을 높여야 해. 내 목표는 서 당주를 반년 안에 9급 무왕으로 만드는 거야, 알겠어? 그러니까 경지가 안정되고 손안에 단약이 없다면 나랑 얘기하도록 해!”이태호는 호탕하게 웃으며 서중산을 일깨웠다.“반년이요? 그러면 정말 노력해야겠네요.”서중산은 싱긋 웃은 뒤 말을 이어갔다.“제가 정말 9급 무왕이 될 수 있다면 이미 돌아가신 저희 부모님도 안심하고 눈을 감으시겠어요.”“그래, 이제 밥 먹어도 돼?”이태호가 웃으며 말했고 서중산은 곧바로 대답했다.“신전 주인님, 오늘 저녁은 집에서 먹지 말고 호텔에 가서 먹어요. 오후에 이미 예약해 뒀어요.”말을 마친 뒤 그는 은행 카드 한 장을 꺼내 이태호에게 건넸다.“신전 주인님, 이 안에 6조 원이 있는데 가져가서 쓰세요. 그래도 돈이 많으면 뭘 하든 편하잖아요.”이태호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사양했다.“서 당주, 이건 정말 필요 없어. 내게도 돈이 있거든. 당신들이 혈기당을 팔고 얻은 재산들을 호의당을 위해 쓰도록 해.”“알겠습니다. 신전 주인님 말씀에 따를게요!”서중산은 이태호 같은 인물에게 돈은 중요치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더 설득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가요, 주인님. 우리 외식해요!”이태
서청운도 웃으며 말했다.“태호 오빠, 사실 저도 이런 곳은 처음이에요. 저희 아빠가 검소한 편이라서 중요한 분께 음식을 대접한다고 해도 기껏해야 5성급 호텔에 갔었거든요. 저희 아빠도 돈이 아까워서 이런 호텔에서 식사한 적은 없어요.”거기까지 말한 뒤 서청운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제가 오늘 이곳에 올 수 있었던 것도 전부 태호 오빠 덕분이에요!”“저희 모두 처음이에요!”서중산은 멋쩍게 웃었다.“어쩔 수 없는 일이죠. 저희는 작은 파벌이니 매일 힘겹게 살아남아야 했거든요. 돈도 정말 중요한 곳에만 써야 했죠.”“하하, 호의당처럼 보잘것없는 파벌도 오늘 이런 곳에 와서 밥을 먹는 거야?”그 얘기를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사람들이 들은 건지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곧바로 그들을 조롱하며 웃었다.“강 호법, 오랜만이군!”서중산은 머쓱하게 웃으며 상대방을 향해 예를 갖췄다. 비록 그에게 조롱당했지만 문제를 일으키는 걸 꺼리는 서중산은 멋쩍게 웃으며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강 호법이라고 불린 남자는 사람들을 데리고 멀지 않은 곳에 멈춰 섰다. 그는 팔짱을 끼고 고개는 살짝 쳐든 채로 거만하게 말했다.“서 당주, 조금 전에 내가 물었잖아. 귀가 먹은 건 아니지? 지금 내 말에 대답하지 않은 거야? 내가 물었지, 오늘 웬일로 이런 곳에 와서 밥을 먹냐고.”서중산은 체면을 구겼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이태호가 곁에 있자 그는 자신감이 생겨서 말했다.“강 호법, 난 귀가 먹지 않았어. 그냥 당신에게 설명해 줘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뿐이야. 우리 호의당은 비록 작은 파벌이긴 하지만 이런 곳에서 식사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거든, 그렇지? 몇억, 심지어 몇십억이 든다고 해도 그 정도는 지불할 수 있어.”“쯧쯧, 배짱이 두둑하네. 감히 나한테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한 거야? 하하, 날 안중에 두지 않는다, 이거야?”강 호법은 서중산을 괴롭히는 것이 처음은 아닌 듯했다. 그는 처음으로 서중산이 자신에게 말대꾸하자 사람들 앞에서 체면을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마어마한 기운이 밀물처럼 주변 수십 리의 구역을 뒤덮었다.이어서 얼어붙은 공간 내에 갑자기 높이가 수 장(丈)이나 되는 공간 틈새가 나타났다.은백색의 보선(寶船)이 공간 틈새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그다지 크지 않은 보선의 앞머리에는 해, 달, 별, 구름 등 문양이 수놓인 흰 장포를 입은 노인이 서 있었다. 나이는 예순 정도로 보이고 백발이지만 혈기왕성해 보였다.이 노인이 바로 태일성지의 대장로 연장생이었다.그가 성지 종문의 대전 내에서 이태호가 선연을 얻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곧바로 자음진인에게 천남에 와서 이태호를 보호하겠다고 청했다.태일성지에서 출발한 후 그는 수십 만리나 넘을 수 있는 전송진을 거쳐서 천남 지역에 도착했다.천남에 이른 후 연장생은 신식을 방출해서 성공 전장에서 천남에 내려오는 착륙지를 수색하다가 마침 육무겸과 풍석천이 이태호를 협공한 장면을 포착해서 주저하지 않고 공간을 찢고 나타난 것이었다.다행히 그는 이태호가 다치기 전에 도착했다.다채로운 보선을 조종해서 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은 살기등등한 풍석천이 이태호의 코앞까지 접근한 것을 보자 안색이 음침하기 그지없었다.다음 순간, 그의 몸에서 천지를 압도하는 공포스러운 위압을 발산했고 하늘이 무너지고 대지를 붕괴하게 할 수 있는 기운이 퍼져 나왔다.이 기운을 가장 먼저 느낀 풍석천은 대경실색했고 목소리는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떨렸다.“성...성황?!”성왕급 수사인 자신으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낄 수 있고 공간을 봉쇄할 수 있는 것은 성황급 대능력자가 틀림이 없었다.지금 천남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선우정혁도 7급 성자급 수사에 불과했다.그리고 상대방의 말에서 눈앞의 은발 노인은 태일성지의 사람이 분명했다.순식간에 풍석천의 등골에 식은땀이 났고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그가 육무겸과 손잡아서 이태호를 공격하는 것은 태일성지가 움직이기 전에 이태호가 대능력자로 성장하지 못하게 죽이려는 것이었다.그러나 태일성지의 움직임이 이렇게 빠를
선우정혁은 이제야 비로소 육무겸과 풍석천의 속셈을 꿰뚫어보았다.그는 충혈된 눈으로 그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감히 우리 태일종의 제자에게 손을 대다니. 죽을 작정이로군! 지금 이태호는 태일성지의 제자인데 네놈들이 그의 털끝이라도 다치게 한다면 신소문과 풍씨 가문은 멸문지화를 면치 못할 거야!”선우정혁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갑작스레 공격을 진행한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일반적으로 말하면 이런 상황에 먼저 친분을 쌓기 위해 너도나도 친한 척하지 않은가.진선 정혈을 얻은 이태호는 백년도 안 된 사이에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 두 사람은 친분을 쌓기는커녕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주변에 있는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어리석다는 듯 흘겨보았다.육무겸은 선우정혁의 말을 듣고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우리 신소문만 이태호를 죽이려는 게 아니다. 이놈은 하늘이 높은 줄도 모르고 여러 성지에 미운털이 박혀서 내가 대신해서 처리해 주는 거야.”이에 선우정혁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붉은 빛이 번쩍이는 최상급 영보를 손에 쥐었다.한편으로, 허공 통로에서 막 걸어 나온 이태호는 선우정혁에게 인사하기도 전에 강렬한 살기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을 느꼈다.이어서 무서운 성왕급 기운이 밀물처럼 자신을 향해 엄습해 오면서 마치 큰 산의 제압을 받은 것 같았다.그가 반응했을 때 풍씨 가문의 가주 풍석천은 싸늘하게 웃으면서 덮쳐왔다.‘위험해!’위험을 느낀 이태호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현황봉과 청광순, 그리고 성왕 호신부를 꺼냈다.이미 눈앞에 다가온 풍석천은 이를 보고 하찮게 여기는 표정으로 말했다.“고작 방어 영보로 성왕급 수사의 공격을 막겠단 거냐?”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주먹은 이미 현황봉을 향해 날아갔다.펑. 풍석천이 날린 주먹 한 방에 현황봉이 바로 날아갔다. 예전부터 줄곧 철벽 같은 방어장벽을 만들던 현황봉에 주먹 자국이 생겼고 빽빽한 균열이 나타났으며 원래 넘쳐흘렀던 영광은 순식간
성공 전장의 끝없이 펼쳐진 허공에서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는 이태호의 몸에서는 팽배한 도운과 성스러운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그는 마치 혼돈의 허공에서 걸어 나온 진선과 같은 기품을 내뿜었다.진선 정혈을 완전히 수복한 후 그는 이 선인의 핏방울에 담긴 도운의 규칙에 대해 초보적인 깨달음을 얻었다.그는 천천히 두 눈을 떴고 칠흑 같은 눈동자에서 발산한 눈부신 빛은 바로 주변의 허공을 꿰뚫었다.깨달음을 마치고 눈을 뜬 이태호는 자기의 몸을 살펴보았다. 기혈이 용암처럼 들끓었고 육신은 홍황(洪荒) 시대의 흉수에 못지않게 단단해졌다.지금의 그는 아직 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이고 5급 경지로 돌파하지 못했지만 진선 정혈을 단련해서 천지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고 육신이 더욱 단단해졌고 강력해졌으며 경지의 장벽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천남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이태호는 7~8일도 걸리기 전에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이렇게 생각한 그는 저도 모르게 감탄을 터뜨렸다.“역시 진선의 정혈이군. 이것을 단련해서 연결을 맺으면 천지의 규칙을 바꿀 수 있고 수천만개의 질서신련(秩序神鏈)이 나타나게 할 수 있군...” 진선 정혈을 모두 단련하였기에 앞으로 그 속에 담긴 규칙의 힘을 깨닫기만 하면 되었다. 그것을 흡수하든 대도를 인증하든 더 이상 성공 전장에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수많은 성공의 힘이 주변에 있는 허공의 힘과 어우러지며 이태호의 앞에서 순식간에 높이가 일장(一丈)이나 되는 허공 통로를 만들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주저 없이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곧이어 무한한 별빛이 그의 몸을 휘감더니 그를 창란 세계의 천남으로 전송했다.그가 허공에서 내려갈 때 다시 창란 세계의 전모를 보았다.그는 발 밑에 있는 대지가 이렇게 작고 하늘이 이렇게 광활한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이에 그는 오직 진정한 선인만이 수시로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확고한 눈빛을 번쩍이었다.“신선이 되어야 해. 신선으로 되
“다른 성지에서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우리 태일성지에서 가능한 빨리 이태호를 보호해야 합니다.”“...”주변에 있는 장로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면서 논의하였다.이태호는 태일성지의 부속 세력인 태일종의 제자일 뿐이지만 이미 예비 제자로 될 자격을 얻었다.게다가 지금 신선으로 비승할 기연까지 얻었으니 장로들이 그를 더욱 중시하는 것은 당연했다.의자에 앉아 있는 자음진인은 그들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특히 그는 전성민을 통해 혼원성지의 성자 예진기는 요지 성녀 변청하 등과 선연을 두고 혈투를 벌이다가 결국 혼원성지의 호도신병까지 꺼냈음에도 이태호에게 선연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누구라도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었다.목숨을 걸고 싸워 거의 손에 넣을 뻔한 선연을 결국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니.지금 창란 세계로 돌아온 다른 천교들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수시로 이태호를 격살할 준비를 했을 것이었다.자음진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어느 장로가 천남에 가서 이태호를 직접 성지로 데려오겠는가?”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대답했다.“성주님, 제가 가겠습니다.”“저는 5급 성황 경지라 그 녀석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습니다.”“성주님, 저와 선우정혁은 예전부터 아는 사이라 이번에 천남에 가면 오랜만에 회포를 풀 수 있으니 이 일을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몇몇 장로들이 모두 가고 싶다고 말하자, 자음진인은 벙글벙글 웃었다.예전에 진선 정혈을 얻은 천교들을 보면, 선연을 얻은 이태호는 백 년 안에 신선으로 비승할 가능성이 높았다.장로들이 앞다투어 천남으로 가겠다는 것은 당연히 이태호에게 잘 보이고 자기의 파벌로 끌어들이려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나중에 이태호가 신선으로 된다면 그들에게 가르침이라도 줄 수 있으니까.자음진인은 어찌 장로들의 생각을 모를 수 있겠는가?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여러분이 모두 가고 싶다면...”그의 말이 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