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욱은 연세준을 바라봤다. 그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신수민을 마음에 들어 했을 때는 이태호에게 혼쭐이 났고 지금 결혼 얘기를 꺼내려고 찾아오기까지 했는데 백지연마저 이태호가 빼앗아 갔다.연세준은 사물 반지를 거두어들이고 진지한 얼굴로 백진수를 바라봤다. 그는 백진수의 생각을 꿰뚫어 보려는 듯이 백진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백진수 씨, 당신 딸이 이태호와 연인일 뿐만 아니라 혼담까지 오가는 사이라면, 저희는 더 이상 결혼 얘기를 꺼내지 않겠어요. 저희는 군주님과 경쟁할 생각이 없거든요!”연세준은 잠깐 뜸을 들이더니 차갑게 입꼬리를 당겼다.“하지만 거짓말이어서는 안 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 봐주지 않겠어요!”“제, 제가 왜 당신들을 두려워하겠습니까? 그럴 리가 없어요!”백진수는 즉시 대답했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두려웠다. 연세준은 그냥 해본 말이 아닌 듯했다.“가자!”연세준은 의미심장한 눈길로 백진수를 바라보다가 손을 내저으며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후!”상대방이 떠난 뒤 백진수와 백진운 두 사람은 시름을 놓은 표정이었다.“형님, 저 연세준이라는 사람 우리 말을 의심하는 것 같던데 설마 진짜 가서 물어보지는 않겠죠?”백진운은 잠깐 생각한 뒤 물었다.백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이태호를 무서워할 뿐, 우리는 무서워하지 않아. 안 되겠어. 안전을 위해서라도 지연이에게 연락해서 이곳 상황을 알려야겠어!”백지연은 별장 화원에서 산책하다가 백진수의 연락을 받았다.“뭐라고요? 연세준 그 사람들이 결혼 얘기를 꺼냈다고요? 심지어...”백지연은 그의 얘기를 듣고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알겠어요. 아빠. 알겠어요!”“지연아, 왜 그래? 연세준 그 사람들이 너희 집에 찾아가서 결혼 얘기를 꺼냈대? 무슨 상황인 거야?”백지연과 함께 산책하던 신수민은 백지연이 전화를 끊자 곧바로 물었다.백지연은 신수민에게 상황을 알린 뒤 미간을 구기고 말했다.“아빠는 상대방이 위협해서 어쩔 수 없이
“그, 그러면 오빠가 억울하잖아요.”백지연은 내심 기뻤다. 그녀는 연씨 집안 사람들이 지금 당장 그들을 찾아와 두 사람의 관계를 묻길 바랐다.비록 이태호가 연기라고는 했지만, 연기라고 해도 기대가 됐다.“하하, 내가 뭐 억울할 게 있어? 넌 여자니까 네가 내 여자친구인 척하는 게 정말 억울한 거지!”이태호는 크게 웃으며 별 뜻 없이 대꾸했다.“아뇨, 아뇨. 매일 연기해도 억울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백지연은 황급히 대답했다. 하지만 너무 숙녀답지 못한 것 같아 그녀는 이내 고개를 숙이며 얼굴을 붉혔다.“오빠의 여자친구인 척할 수 있다니, 제 영광인걸요!”이태호는 당황했다. 백지연은 정말로 얼굴이 두꺼웠고 이제 그는 탄복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게다가 이런 미녀가 매일 그의 앞에서 알랑거리고 있으니 이태호도 가끔은 저도 모르게 헛된 망상을 할 때가 있다.가장 중요한 건 신수민이 같이 수련하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면서 먼저 백지연을 붙잡아 둔 것이라 그녀를 쫓아낼 수도 없다는 점이었다.“하하, 백 성주님께서 그러셨어. 혼담이 오가는 사이라고. 불타는 연애 중인 연인인 거지. 연기를 하면 다정하게 굴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람들이 의심할지도 모르니까 말이야!”신수민은 멋쩍어하는 이태호의 모습을 보고 재밌다는 듯이 말했다.“수민아,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이태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난 그저 만일을 얘기한 거야. 어쩌면 그냥 홧김에 한 얘기일지도 모르잖아? 난 군주고 그들은 분명 날 두려워할 테니 여기까지 찾아와서 묻지는 않을 거야! 내가 조금 전에 그렇게 얘기한 건 혹시나 하는 상황에 대비해서 그런 거야. 알겠지?”“이태호 씨!”바로 그때, 범용과 전창민, 류서영, 연희 네 사람이 함께 밖에서 안으로 들어왔다.“왔어?”이태호는 웃으며 그들에게 말했다.“신씨 집안 사람들에게 너희가 드래곤 신전의 파벌이라는 걸 얘기 했으니까 앞으로 숨기지 않아도 돼.”“하하, 좋네요!”범용은 호탕하게 웃으며 이태호에게 말했다.
“저희는 돌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며칠 동안 이 경지를 안정시킬 거예요. 안정되면 그때 다시 이 단약을 써서 돌파할게요. 아직 1품 무왕 초급인 제가 이 단약을 쓰면 어떤 경지에 다다를지 궁금하네요!”범용은 잠깐 생각한 뒤 웃으며 말했다.류서영이 말했다.“여러분들은 1급 무왕이니까 이런 단약은 여러분들의 내공에 효과가 최고일 거예요. 어쩌면 범 당주와 전 당주가 3급 무왕이 될 수도 있겠어요. 연희 씨는 이미 2급 무왕이지만 4급 무왕이 되려면 좀 힘들 거예요. 하지만 3급 무왕 절정은 분명 문제없을 거예요.”류서영은 거기까지 말한 뒤 잠깐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물론 이건 제 추측일 뿐이에요. 여러분들의 내공이 얼마나 성장할지는 저도 몰라요.”“그만 얘기하고 얼른 받아. 손에 힘 빠져!”이태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단약 4알은 여전히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하하, 신전 주인님, 감사합니다!”전창민은 히죽거리면서 한 알을 가져갔다.“그래요. 신전 주인님, 감사합니다. 앞으로 주인님을 따르면 강해지지 않으려야 강해지지 않을 수 없겠어요!”범용도 웃었다. 그는 자신이 이렇게 빨리 1급 무왕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은 2품 저급 단약처럼 귀중한 단약도 누릴 수 있었다.두 미녀 역시 무척이나 감격하면서 각자 한 알씩 챙기며 감사 인사를 했다.이태호는 덤덤히 웃었다.“모두 같은 편인데 괜찮아. 나한테 고마워하고 싶다면 하루빨리 9급 무왕이 되도록 해. 그러면 나도 안심할 수 있으니까.”말을 마친 뒤 이태호는 한숨을 쉬었다.“남은 여덟 개 파벌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 하루빨리 소식이 있으면 좋을 텐데.”바로 그때 류서영의 휴대폰이 울렸다.“죄송해요, 가서 전화 좀 받을게요!”류서영은 멋쩍게 웃으며 다른 곳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돌아올 때 류서영은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채 이태호에게 말했다.“신전 주인님, 하하. 정말 타이밍 좋네요. 좋은 소식을 알려드릴게요. 저희가 호의당의 소재지를 알아냈어요.”“그래?
“그래요, 그러면 저희는 가지 않을게요!”류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휴대폰을 확인한 그녀는 곧 눈살을 찌푸리고 이태호에게 말했다.“신전 주인님, 저희 형제가 그러는데 그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호의당은 현재 상황이 복잡하다고 해요. 거기에 가면 일단 상황부터 알아보세요.”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형제한테 고맙네. 그 사람이 돌아오면 상 주는 걸 잊지 마. 파벌을 찾는 데 도움을 준 사람이라면 상을 줘야지.”류서영은 웃으며 말했다.“신전 주인님, 걱정하지 마세요. 그건 당연하죠.”“그래. 다른 일은 없으니까 다들 돌아가서 수련이나 해.”이태호는 돌아가라고 손짓했다.네 사람은 단약을 얻은 뒤 곧 기쁘게 돌아갔다.이태호는 시간이 이른 걸 보고 단약을 더 만들어 이소아 등 사람들에게 줄 생각이었다.이소아 등 사람들은 경지가 아주 안정되었고 김다홍과 이호호, 김이슬 등 사람들은 이미 3급 무왕 절정이었기 때문에 2품 저급 단약 하나만 있으면 그들이 4급 무왕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었다.비록 호의당의 소재지를 알게 되었지만 이태호는 우선 단약을 만들어 이호호와 서소운 등 미녀들에게 줘서 내공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생각이었다.여기는 태성시 같은 작은 곳이 아니었다. 서소운 등 사람들은 비록 내공이 낮은 편이 아니지만 조금 더 실력이 향상한다면 더 좋았다.위층으로 올라간 뒤 이태호는 오후 내내 단약을 만들었다. 그가 단약을 만들면서 2품 저급 단약의 성공률도 조금씩 향상되었다.저녁을 다 먹은 뒤 그는 쉬지 않고 계속해 단약을 만들었다.다음 날 아침이 되니 그에게 단약 15개가 생겼다.“총 6명이니까 한 사람당 두 알씩 챙겨주면 되겠네. 어쨌든 내공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 말이야. 그러고 나면 세 알 정도 남겠지.”이태호는 손안에 든 단약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단약을 다 나눠준 뒤 이태호는 그제야 아래층을 향해 이호호 등 여섯 미녀 경호원을 불렀다.“주인님, 무슨 일로 저희를 부르셨어요?”장민영은 이태호가 여섯
이태호는 웃으면서 여섯 개의 병을 꺼냈다.“걱정하지 마. 처음으로 상을 주는 거니까 당연히 돈 같은 속된 건 아니야!”“한 사람당 한 병이야.”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난 내일 여기를 떠나 방주시로 향할 거야. 집안의 안전 문제는 너희들에게 맡길게.”“주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최선을 다할게요.”이소아는 웃으면서 병을 열었고 궁금한 듯 안을 바라봤다.“세상에! 2품 저급 단약이에요? 주인님, 제가 잘못 본 건 아니죠? 2품 저급 단약이 두 알이라니, 이건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거잖아요.”이소아는 흥분한 듯 침을 삼켰다.멋쩍어서 바로 병을 열어 보지 못했던 장민영 등 사람들도 곧바로 들고 있던 병을 열어 보았다. 병 안에 2품 저급 단약 두 알이 있는 걸 확인한 그들은 순간 얼굴에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주인님, 정말 대단한 거 아니에요? 2품 저급 연단사가 되셨네요. 주인님이 연단사가 아니라면 이렇게 많은 단약을 꺼내지 못했겠죠.”서소운은 뭔가를 떠올리고는 곧바로 놀란 듯 입을 틀어막았다.“그러네요. 너, 너무 재능 있는 거 아니에요? 2품 연단사라니. 어떤 이들은 1년을 쏟아도 안 된다던데 주인님은...”이소아 등 사람들 역시 이태호의 재능에 깜짝 놀랐다.“하하, 그래? 난 다른 연단사는 만난 적이 없어서 모르겠네. 그게 그렇게 어려워?”이태호가 너털웃음을 치며 덤덤히 말하자 눈앞의 여섯 미녀는 잠깐 눈앞이 아찔했다.“됐어. 물건도 줬으니 난 오늘 하루 쉴 거야. 내일 티켓도 사뒀어. 내일 출발할 거야.”이태호는 웃으면서 떠났다. 여섯 미녀는 그 자리에 남아서 존경심 가득한 표정으로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뭐라고? 방주시에 가겠다고?”신수민과 백지연은 이태호가 내일 방주시로 떠난다는 말에 이구동성으로 말했다.“그래. 호의당이 방주시에 있다고 해서 반드시 가봐야 해.”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대에 찬 얼굴로 말했다.“호의당 당주는 내공이 어느 정도일까 모르겠어. 부디 무왕이길 바라야지. 기사는
백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렇게 말해주니까 충분해요.”신수민은 웃으며 말했다.“태호야, 나랑 지연이 같이 쇼핑할 생각인데 오늘 할 일 없으면 우리랑 같이 쇼핑가자. 어차피 내일 떠날 거잖아. 어때?”이태호는 곧바로 대답했다.“그래. 안 그래도 오늘 때마침 할 일이 없었어. 해야 할 일도 다 했고. 그러면 오후에 같이 쇼핑하러 가자. 나도 좀 쉬어야겠어.”“잘 됐어요!”백지연은 이태호가 함께 쇼핑하러 가겠다고 하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폴짝폴짝 뛰면서 손뼉까지 쳤다.하지만 그녀는 이내 적합하지 않다고 느낀 건지 순간 쑥스러워하면서 고개를 숙였다.신수민은 백지연의 모습을 보고 이태호를 흘겨봤다.“지연이가 널 얼마나 신경 쓰는지 이제 알겠지? 네가 같이 쇼핑하러 간다니까 얼마나 기뻐해.”이태호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졌다. 누군가 마음속 깊은 곳을 살짝 건드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백지연은 얼굴도 무척 예뻤고, 신수민은 이태호를 향한 백지연의 사랑을 확실히 보았다.백지연의 끈기와 집착, 그리고 사랑할 때는 사랑하고 미워할 때는 미워하는 성격이 신수민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래서 신수민은 백지연을 받아줬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녀의 편을 들었다.그런 생각이 들자 이태호는 감개무량했다. 동시에 두 여자의 진실한 사랑을 얻을 수 있다니, 얼마나 운이 좋은가!“알겠어. 가자. 뭘 넋 놓고 있어? 너희 사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오늘은 내가 다 살게!”이태호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밖으로 향했다.“지연아, 가자!”신수민은 백지연을 잡아당겼다. 두 사람은 마치 자매가 된 것처럼 화기애애하게 이태호를 뒤따랐다.“오빠가 약속한 거예요. 우리 조금 뒤에 많이 먹을 거예요.”백지연은 그를 따라잡으며 웃었다.그렇게 세 사람은 외출했다.그곳은 원래 남운시의 중심부에 있었기 때문에 세 사람은 쇼핑하러 갈 때 차를 끌고 나가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근처에서 돌아볼 생각이었다.잠깐 걸은 뒤 신수민이 몰래 백지연과 귓속말을 주고받았다.“그, 그
신수민은 웃으면서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잠시 뒤에 이태호가 머쓱해할지 안 할지 보는 거야.”“알겠어요. 언니 말대로 할게요.”백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각각 이태호의 왼팔과 오른팔에 팔짱을 꼈다.“아, 지연아, 이, 이건 좀 그렇지 않아?”신수민이 팔짱을 꼈을 때는 괜찮았지만 두 미녀 모두 팔짱을 끼니 이태호는 순식간에 무척 뻘쭘해졌다. 특히 주변에서 부러운 듯 시선을 보내오니 더 무안했다.사실 이런 일은 내공이 높고 4대 군신의 스승인 그도 처음 겪는 것이었다.백지연이 입을 열기 전에 옆에 있던 신수민이 말했다.“당신 말이야, 미녀 둘이 팔짱을 끼면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워하는데 뭘 부끄러워하는 거야? 하하, 인제 보니 4대 군신의 스승인 당신도 간이 별로 크지 않은 것 같네.”신수민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그리고 우리 셋이 쇼핑하는데, 나만 당신 팔짱을 끼고 지연이는 팔짱을 안 낀다면 옆에서 얼마나 무안하겠어? 남 연애하는데 방해꾼이 된 것 같을 거 아냐?”백지연은 심장이 쿵쿵 뛰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이렇게 이태호의 팔짱을 끼고 쇼핑하는 것이었다. 주위 사람들은 두 여자가 이태호의 아내인 줄 알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백지연은 즐거우면서도 긴장됐다.“난...”이태호는 신수민의 궤변에 순간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신수민이 한 말이 은근히 일리가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됐어. 당신 얼굴 좀 봐. 안 놀릴게!”다행히도 신수민과 백지연은 몇 분간 팔짱을 끼고 있다가 얼마 안 가 그를 놓아줬다. 이태호는 그제야 마음이 한결 놓였다.주변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에 그는 조금 쑥스러웠다. 그는 신민석처럼 바람둥이 기질을 타고난 부잣집 도련님이 아니었다. 신민석은 외출할 때마다 여자들을 두세 명씩 끌어안고 다녔지만 이태호는 그런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아버지, 저희 남운시까지 왔는데 다음에는 뭘 해야 해요?”한편, 길가 차 안에서 연지욱이 연세준에게 물었다.저번
차를 운전하던 남자는 이태호를 보고 놀란 듯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광장을 가리켰다.“정말 그 녀석이네. 아내도 같이 있고. 다른 한 명은 백지연인 것 같은데 저 녀석 미녀 둘이랑 쇼핑하러 온 건가?”연지욱은 그 모습을 보자 안색이 삽시에 흐려졌다.“저 빌어먹을 놈, 내가 좋아하는 여자들은 왜 다 저놈을 좋아하는 거야?”연지욱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연세준에게 말했다.“아버지, 지금 보니까 이태호와 백지연이 정말 연인인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왜 여자 둘이 남자 한 명이랑 쇼핑하러 왔겠어요? 백지연은 무안하지도 않나 봐요. 게다가 백진수 등 사람들은 이미 태성시로 돌아갔는데 혼자 남았잖아요.”운전하던 남자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 보면 백진수가 저희를 속이지는 않은 것 같아요. 시험해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그들의 관계는 혼담이 오가는 관계인 것 같아요. 저 이태호라는 놈은 정말 운이 좋네요. 두 아내 모두 저렇게 아름답고 출중하잖아요.”연지욱은 주먹을 움켜쥐며 악랄하게 말했다.“아버지, 저 지금 당장 이태호를 죽이고 싶어요. 너무 괘씸해요.”연세준은 고개를 저었다.“지금은 손을 쓰기에 적합하지 않아. 손을 쓴다고 해도 지금은 안 돼. 만약 네가 지금 이태호를 죽인다면 신수민과 백지연도 모조리 죽여야 해. 그들이 누가 한 짓인 줄 알고 군신님에게 일러바치면 어떡할 거야? 게다가 우리 두 장로는 아직 준비가 안 됐어. 손을 쓴다고 해도 어두운 밤에 가면을 쓰고 해야 해. 이태호를 죽이는 동시에 두 장로의 얼굴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것이 좋아. 그래야 빈틈없이 할 수 있어.”연지욱은 비록 내키지는 않았지만 연세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이를 악물고 말했다.“알겠어요. 그러면 며칠 더 살려둬야겠어요.”“하지만 지욱아, 가서 떠보는 건 괜찮아. 백진수가 우리를 속였다면 곧바로 딸에게 얘기했을 수도 있으니까. 백지연은 지금 이태호랑 같이 쇼핑하고 있어. 하지만 그냥 단순히 쇼핑하는 것뿐일 수도 있잖아? 어쩌면 우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