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열은 주먹을 꽉 쥐고 뒤돌아서서 살기 어린 눈빛으로 이태호를 노려보았다."그래. 주제를 모르고 나대는데, 나를 원망하지 말라고!"말을 마친 후 날아오르더니 이태호의 눈앞에서 나타나 주먹으로 공격했다.그는 이 자식이 자기가 무슨 내공인지 몰라서 거만하게 군 것으로 생각했다. 그들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은 어느 은세 종문의 제자였다. 세속에서 살고 있는 일개 개인 수련자가 비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그는 입가를 끌어올려 이태호를 조소했다. 이태호가 가만히 있자, 자기의 속도가 너무 빨라 미처 반응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했다."이 자식아, 화끈하게 보내주지!"차갑게 조소하는 그의 주먹 위로 영기가 일렁거렸다."콰르릉!"이태호의 꼭 쥔 주먹 위로 영기가 넘실거렸다. 그는 한 방에 상대방을 날려 보냈다."쿨럭!"김비열은 즉시 피를 토했고 날아가면서 나무 몇 그루를 부러뜨린 후에 멈춰졌다."캑캑!"김비열은 무릎을 꿇은 자세로 계속 피를 토했고 얼굴을 들었을 때는 경황 어린 눈빛이 역력했다."너, 너는 무슨 내공이야? 설마, 너 이미 무왕을 초월한 거야?"김비열의 마음속에는 거센 파도가 일었다. 상대방이 9급 무왕이더라도 그를 이 정도로 만들 수 없었다."슉!"이태호는 차갑게 웃으며 갑자기 그의 눈앞에 나타나더니 입을 열었다."너 같은 쓰레기는 알 필요가 없어!"말을 마친 이태호는 발을 그의 머리에 내렸고 김비열은 그대로 날아가 죽어버렸다."무황, 세상에, 이렇게 젊은데 벌써 무황이라고?"힘겹게 팔로 몸을 지탱하며 자리에 앉은 백화연은 눈앞의 광경을 보고 경악했다.하지만 이태호가 자기를 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두려움이 온몸을 번졌다.여기에는 그들 둘만 있었다. 그녀는 종문에서 소문난 미녀였고 지금은 반항할 능력이 전혀 없었다. 만약 이 사람이 자기를 더럽힌 후 죽여서 수납 반지를 가져가도 아무도 모를 것이다."선배님, 목숨을 구해줘서 감사합니다. 영약초를 드릴 수 있습니다!"사실 백화연은 무서웠다. 그녀는 그저
"그런 약?"이태호는 눈썹을 찌푸리며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이태호가 어리둥절해하는 것을 보고 살짝 떠보았다."여자가 먹으면 몸이 뜨거워지는 그런 약이 아니야?"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그대로 바닥에 던졌다."무슨 생각하는 거야? 그렇다면 너의 그 사형과 뭐가 다른데? 치료용 약이야, 내 비법이고!"백화연은 이태호가 화나는 것을 보고 자기가 그를 오해했다는 것을 알았다."미안해요. 내가 맞춰주길 바라서 그러는 줄 알았어요. 강박하는 것을 안 좋아하는 타입인 줄 알았어요!"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쓴웃음을 지었다."그 정도는 아니야. 넌 이쁜 것 맞지만. 너한테 별생각이 없거든!"백화연은 당황했다. 별생각이 없다니. 그녀가 별로 안 이쁘다는 뜻이야? 이렇게나 예쁘고 또 당하기 쉬운 상황에서 별생각이 없다니!"하지만 그녀는 조금만 망설인 후 바닥에서 환약을 주워서 삼켰다.만약 상대방이 정말로 자기를 해칠 마음을 먹었더라면 도망갈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그를 믿어보는 수밖에 없었다."몇 분만 기다려 줄게 네 상처가 다 나으면 갈게!"이때 이태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이 말을 들은 백화연의 입가가 작게 경련했다."무슨 장난 같은 말을 하는 거야? 몇 분이라니? 몇 분이면 내 상처가 치유되기라도 한단 말이야?"그녀는 이태호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간 후에도 내 상처는 낫지 못할 거야. 나 이쁘지? 네가 간 후에 다른 사람이 나를 죽여버리면 어떡해? 여기까지 올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그래도 아예 없진 않잖아. 그리고 보통 능력의 반 마수가 오더라도 난 당해낼 수 없을 거야. 마수가 오게 된다면 난 그냥 죽는 거야!"이태호는 죽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몇 분만 준다고 말했다. 난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맞다, 너 은세 종문의 사람이라면서? 나도 이 세상에 은세 종문들이 세속을 떠나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하지만 왜 여기로 온 거지?"백화연은 이제야 말을 했다
이태호는 고민하더니 담담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물었다."2품 상급은 필요 없고 1품이 필요하다고? 1품 하급도 된다고?"백화연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자기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눈앞의 천재는 머리가 안 좋아 보였다. 2품 상급 영약초 한 포기는 1품 상급 열 포기보다 더 귀했다. 하지만 이 사람은 1품 영약초가 필요하다고 말한다."농담 아니야!"이태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이런 영약초가 필요했다. 나중에 신수민이 기사로 돌파한 후 영약초로 수련하면 더 빨리 위로 돌파할 수 있었다."그래, 보아하니 다른 사람을 위한 것 같은데 아마도 제자겠지?"백화연도 바보가 아니어서 그의 의도를 알아냈다. 그녀는 2품 영약초를 거두고 1품 영약초 9포기를 꺼냈다." 1품 영약초는 9포기밖에 없어. 다 줄게. 이러면 되는 거야? 그리고 사형의 수납 반지에도 있을 거야.""그렇게나 많이? 하하 그러면 잘 받을게!"이태호는 눈을 빛내며 영약초를 받았다."제자분이 운이 좋네요. 영약초까지 챙겨주는 좋은 스승님을 만나게 돼서 말이죠!"백화연은 자기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이태호는 담담하게 웃으며 많은 것을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이미 6분이 지난 것 같은데 나 먼저 갈게, 조심해라!"3분 더 기다려 준 후 이태호는 그녀의 상처가 거의 다 나은 것 같아서 백화연과 이별을 고했다."가지 마, 몇 분밖에 안 됐는데, 내 상처가 다 나으려면 적어도 몇 시간이나 걸릴 거야. 부탁할게, 이렇게 예쁜 여자가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둔단 말이야?"백화연은 놀라서 이태호를 향해 애원했다.그녀는 입술을 짓씹으며 말했다. "그러면 여기서 내가 다 나을 때까지 몇 시간 더 지켜주면 키스하게 해줄게. 됐지?"날아오른 이태호는 이 말을 듣고 입가가 작게 경련했다.하지만 꽤 재미있는 계집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그녀의 곁으로 날아오더니 입을 열었다."나중에 번복하면 어떡해? 먼저 키스한 후에 보자고."백화연은 어이가 없었다. 역시 남자란 다 똑같았
아까부터 아픔을 참고 일어선 백화연은 비릿하게 웃는 이태호를 보며 이를 악물고 눈을 감았다."나, 나 첫 키스란 말이야. 1분만 줄게. 그 이상은 안 돼!"이태호는 난감해하며 눈을 꼭 감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계집애 자기가 이미 나은 것을 모르나? 아직 몸 상태를 확인해 보지 않고 몇 시간이 지나서야 나을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1분이라고? 첫 키스라고 하는데 1분이면 너무 짧은 거 아니야? 하하! 나 먼저 갈게. 몸 상태부터 확인하라고, 이 바보 같은 계집애야!"이태호는 크게 웃으며 몸을 움직이더니 앞으로 날아갔다."간 거야?"백화연은 갑자기 눈을 떴지만, 이태호가 미련 없이 떠나는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몸 상태를 확인하라니. 이 나쁜 놈. 설마..."백화연은 화가 나서 욕설을 퍼부었다. 많이 포기하고 첫 키스까지 포기했는데도 몇 시간 남아주지 못하냐고?그녀는 씩씩거리며 몸 상태를 확인했다. 계속 원망하던 그녀의 말이 갑자기 뚝 끊겼다. 그녀가 그 자리에서 굳어지고 만 것이었다."벌, 벌써 나은 거야?"잠시 후 백화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미 다 나은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그녀는 몸 안의 영기를 끌어내 손바닥에 모았다. 영기가 일렁이고 있었다."세상에, 그게 무슨 약이야? 너무 효과가 좋은 거 아니야? 우리 종문의 장로의 단약보다 효과가 더 좋아!"백화연은 이태호가 떠나는 방향을 보며 감탄했다.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그 사람이 그냥 아무렇게나 만든 단약이라고 칭할 수도 없는 볼품없는 환약이 이런 효력을 가지고 있다니. 종문의 연단사 장로가 알게 되었더라면 피를 토하게 될 것이다."이 자식, 재밌는데!"조금 지나자, 백화연이 날아올랐다. 그녀의 입가에는 달콤한 미소가 걸려있었다."이 자식, 일부러 날 놀렸다 이거지? 흥, 나 백화연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단단히 골려줄 거야, 흥!"이태호는 조금 후 김비열의 수납 반지를 확인했다. 수납 반지 안에 여벌의 옷이 있는 것을 보고 꺼내서
이태호는 연단로를 처음 보게 돼서 몹시 흥분되었다.그는 연단로를 찬찬하게 감상한 후 다시 보관했다.이어서 작고 얇은 책 한 권을 꺼냈다."연단 하는 교과서 같은 것이잖아."이태호는 한 페이지를 펼쳐 본 후 평정심을 잃었다. 김비열이 종문에서 꽤 잘나가는 것 같았다. 적어도 장로한테 직접 연단 수업을 받는 제자였다.하지만 여기에는 1품 하급, 1품 중급, 1품 상급의 처방전밖에 없었다. 그것도 제일 기본적인 단약의 처방전뿐이었다."보아하니 이 자식이 초보자였다. 최고 1품 고급 연단사 수준이었다. 아니라면 장로가 이런 수준 낮은 단약만 가르쳐 주지 않을 것이야."이태호는 생각을 마친 후 손에 있는 물건을 다시 넣고는 입가에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기본이 제일 좋긴 했다. 단약 처방전이 있으면 재료를 수집해서 순서대로 실험해 볼 수 있었다. 실험이 성공된다면 단약사의 길을 걸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하. 미녀를 구해주다가 이런 수확을 얻게 될 줄이야."이태호는 만족스러웠다. 예상 밖의 수확이었다. 김비열이 백화연에게 나쁜 짓을 하려고 할 때 도와줄까 말까 고민했었다. 인제 보니 자기의 선택이 맞았다.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어디서 이런 것들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백화연의 말을 들어보니 자기 아버지가 종문에서 꽤 높은 위치에 있는 것 같은데. 그래서 김비열의 스승이 나를 찾아오지 않겠지? 백화연은 자기가 죽였다고 할 수도 있잖아!"이태호는 생각을 마친 후 김비열의 수납 반지 안에 있는 물건을 모조리 자기의 수납 반지 안으로 옮기고는 그의 수납 반지를 버렸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야 했다.몇 시간 더 날아서야 숲에서 빠져나왔다. 그는 도중에서 2품 영약초 3포기와 1품 영약초 8포기를 얻었다. 풍년이었다.무왕에 상당하는 마수를 몇 마리 만났다. 보통 개인 수련자가 감히 건드리지도 못하는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이태호한테는 한주먹거리밖에 안 됐다.이태호는 쉬면서 지도를 확인한 후 바다가 있는 방향으로 계속 날아갔다.같은 시간 어느 신비
같은 시간 태성시."엄마! 아빠는 어디에 갔어? 왜 아직도 안 와?"추석 오전, 신은재는 신수민 앞으로 쪼르르 달려와 고개를 들고 신수민을 바라보았다.신수민은 담담하게 웃으며 신은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은재야, 아빠는 일이 있어서 어디 갔어. 며칠이면 돌아올 거야! 아빠가 말했잖아, 돌아올 때 장난감 선물 많이 사 온다고!""맞아! 아빠가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 장난감이 많이 생길 거야!"신은재가 기분 좋게 말했다.신수민은 은재에게 웃어 보였다. 그녀는 이태호의 스승님이 말한 기우가 무엇인지 너무나 궁금했다. 이태호는 그저 가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것만 말했고 구체적인 것은 그도 몰랐다!"가자, 준비가 다 됐어. 이제 출발하자!"이태식은 선물을 한가득 들고 연초월과 함께 별장에서 나왔다."응, 엄마 아빠가 전화해서 빨리 오라고 하셨어요."신수민이 웃으며 말했다.돈도 많고 인맥도 넓은 이태호가 신씨 집안을 일으키는 것을 도와준 후부터 신영식과 소지민은 이태호와 이태식 가족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운전하며 출발했다.한편, 정희주는 서건우가 앉아있는 휠체어를 밀고 병원에서 나왔다."아이고, 우리 사위. 고생 많았어. 가자, 같이 집에 가서 추석을 잘 보내자!"정희주의 어머니 장다은이 만면에 웃음을 짓고 반갑게 마중 나갔다.이번의 이 사위는 비록 좀 뚱뚱하고, 다리가 다 낫지 못했지만, 하현우보다 더 부자였다. 이런 점이 그녀의 마음에 쏙 들었다."아버님, 어머님!"서건우는 웃으며 인사했다."아이고 아버님, 어머님. 오늘 처음 뵙는데 미처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한 분에게 15억씩 드릴게요. 처음 뵙는 선물로 치고요. 어떠세요?""이, 이건 받기가 좀 그런데?"옆에 있던 정준호가 사양했다."그래, 받기가 좀 그러네. 우리 이제부터 한 가족인데 이런 것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우리가 호텔레스토랑에 예약을 해놨으니까 어서 가서 밥이나 먹자!"정준호가 사람 좋게 웃었다.서건우
장다은이 웃으며 말했다."마음에 들고말고. 어떻게 마음에 안 들 수가 있니?"하지만 이때 열몇 명이 되는 사람 한 무리가 걸어오더니 그들을 에워쌌다."이, 이건..."장다은과 정준호는 놀라서 안색이 변했다.서건우는 오는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웃으며 장다은과 정준호에게 말했다."아버님, 어머님. 같은 편이에요! 복수하려고 벚꽃 나라에서 온 강자들이에요.""서건우 군, 그 자식 지금 어디에 있어? 우리 그를 꼭 죽여서 후지와라의 복수를 해야 해!"콧수염을 기른 중년 남자가 화가 난 얼굴로 다가와서 물었다."하하, 이노우에 군, 너무 서두르지 마. 우리 먼저 밥 먹으러 가자! 복수하는 일은 내일모레 해도 문제가 안 돼!"서건우가 웃음을 지었다. 그는 후지와라 일행이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을 한칼당에 보고했다. 형님은 이 일을 듣고 이를 갈며 고수들을 보내왔다. 이 사람들은 한칼당의 정예들이었다. 이번에 그는 복수에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좋아, 그 자식 아직 태성시에 있는 거지? 도망가지는 않았고?"이노우에가 서건우에게 물었다."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봤는데 그 자식이 어디 간 것 같아. 하지만 괜찮아, 아내와 가족이 있거든. 우리는 그 자식이 돌아올 때 서프라이즈로 그의 가족을 죽여버리자!"서건우가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그 자식 아내가 미녀인데 살려둬서 농락하자. 이태호가 돌아올 때 고문을 받은 아내를 볼 수 있게 말이다. 그러면 그 자식이 고통 속에서 허덕이겠지, 하하!""하하, 좋아, 대단히 좋은 생각이야!"이노우에가 웃으며 서건우에게 엄지척해 주었다."맞아, 복수는 이렇게 하는 거야. 고통스럽게 해야 해. 죽이는 것은 너무 약해, 내키지 않아. 우리의 고수들을 그렇게나 많이 죽였는데 말이지. 그래서 이번에 내가 왔어."이노우에가 말을 계속했다."서건우군, 내가 소개해 줄게. 이쪽은 유미, 2급 무왕이야!"짧은 머리를 한 미녀가 앞으로 나서며 인사했다.서건우는 그의 말을 듣고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홍성시. 서문옥은 물건을 꽤 많이 사 들고 서지강의 집으로 향했다.두 사람이 마당을 거닐 때 서문옥은 서지강에게 물었다.“지강 씨, 어때요? 요즘 기분은 좀 나아졌어요? 당신 태성시에서 힘든 일 많이 겪었잖아요. 하지만 여기 홍성시에는 그 일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그러니까 우리 그만하는 게 어떨까요?”그 말을 들은 서지강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고 그의 얼굴에 걸려있던 미소는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그만하자고? 하, 그만하는 건 불가능해. 난 살면서 이렇게 분통한 적이 없어. 이태호 그 자식은 우리 가문의 많은 강자를 죽였고 날 몇 번이나 무릎 꿇렸어. 우리 부모님은 그 일을 알고 화가 나서 이를 바득바득 갈며 당장 사람을 시켜 이태호를 죽여버리고 싶어 하셨지. 그 자식이 강하단 걸 몰랐다면 우리는 아마 일찍 목숨 걸고 그 자식이랑 싸웠을 거야.”서지강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어갔다.“네 말이 맞아. 아무도 내가 태성시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지 못해. 하지만 난 어젯밤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악몽을 꿨어. 꿈에서 이태호는 날 죽이려 했고 난 깜짝 놀라 악몽에서 깨어났어. 당신은 그런 기분을 모르겠지. 난 반드시 그 자식을 죽여야 해. 그렇지 않으면 매일 밤 편히 잠들지 못할 거야.”서문옥이 말했다.“난 그저 걱정돼서 그래요. 서전왕 그 사람은 저번에 신씨 집안을 방문했잖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이상한 것 같아요. 만약 서전왕이 이태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라도 한다면, 혹시라도 두 사람 사이가 아주 가까우면 어떡해요? 비록 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하지만요!”서지강은 서문옥의 손을 잡고 말했다.“넌 생각이 너무 많아. 그럴 일은 없을 거야. 그리고 이틀 뒤면 우리 사촌 형이 올 거야. 우리 부모님이 내 일을 사촌 형에게 얘기했어. 사촌 형은 살인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대신 날 위해 이태호를 반쯤 죽이고 이태호가 무릎 꿇고 나한테 사과하게 할 거라고 했어. 사촌 형은 그럴 수 있는 사람이야.”“그래요? 당신 사촌 형이 도와주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마어마한 기운이 밀물처럼 주변 수십 리의 구역을 뒤덮었다.이어서 얼어붙은 공간 내에 갑자기 높이가 수 장(丈)이나 되는 공간 틈새가 나타났다.은백색의 보선(寶船)이 공간 틈새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그다지 크지 않은 보선의 앞머리에는 해, 달, 별, 구름 등 문양이 수놓인 흰 장포를 입은 노인이 서 있었다. 나이는 예순 정도로 보이고 백발이지만 혈기왕성해 보였다.이 노인이 바로 태일성지의 대장로 연장생이었다.그가 성지 종문의 대전 내에서 이태호가 선연을 얻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곧바로 자음진인에게 천남에 와서 이태호를 보호하겠다고 청했다.태일성지에서 출발한 후 그는 수십 만리나 넘을 수 있는 전송진을 거쳐서 천남 지역에 도착했다.천남에 이른 후 연장생은 신식을 방출해서 성공 전장에서 천남에 내려오는 착륙지를 수색하다가 마침 육무겸과 풍석천이 이태호를 협공한 장면을 포착해서 주저하지 않고 공간을 찢고 나타난 것이었다.다행히 그는 이태호가 다치기 전에 도착했다.다채로운 보선을 조종해서 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은 살기등등한 풍석천이 이태호의 코앞까지 접근한 것을 보자 안색이 음침하기 그지없었다.다음 순간, 그의 몸에서 천지를 압도하는 공포스러운 위압을 발산했고 하늘이 무너지고 대지를 붕괴하게 할 수 있는 기운이 퍼져 나왔다.이 기운을 가장 먼저 느낀 풍석천은 대경실색했고 목소리는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떨렸다.“성...성황?!”성왕급 수사인 자신으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낄 수 있고 공간을 봉쇄할 수 있는 것은 성황급 대능력자가 틀림이 없었다.지금 천남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선우정혁도 7급 성자급 수사에 불과했다.그리고 상대방의 말에서 눈앞의 은발 노인은 태일성지의 사람이 분명했다.순식간에 풍석천의 등골에 식은땀이 났고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그가 육무겸과 손잡아서 이태호를 공격하는 것은 태일성지가 움직이기 전에 이태호가 대능력자로 성장하지 못하게 죽이려는 것이었다.그러나 태일성지의 움직임이 이렇게 빠를
선우정혁은 이제야 비로소 육무겸과 풍석천의 속셈을 꿰뚫어보았다.그는 충혈된 눈으로 그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감히 우리 태일종의 제자에게 손을 대다니. 죽을 작정이로군! 지금 이태호는 태일성지의 제자인데 네놈들이 그의 털끝이라도 다치게 한다면 신소문과 풍씨 가문은 멸문지화를 면치 못할 거야!”선우정혁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갑작스레 공격을 진행한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일반적으로 말하면 이런 상황에 먼저 친분을 쌓기 위해 너도나도 친한 척하지 않은가.진선 정혈을 얻은 이태호는 백년도 안 된 사이에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 두 사람은 친분을 쌓기는커녕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주변에 있는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어리석다는 듯 흘겨보았다.육무겸은 선우정혁의 말을 듣고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우리 신소문만 이태호를 죽이려는 게 아니다. 이놈은 하늘이 높은 줄도 모르고 여러 성지에 미운털이 박혀서 내가 대신해서 처리해 주는 거야.”이에 선우정혁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붉은 빛이 번쩍이는 최상급 영보를 손에 쥐었다.한편으로, 허공 통로에서 막 걸어 나온 이태호는 선우정혁에게 인사하기도 전에 강렬한 살기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을 느꼈다.이어서 무서운 성왕급 기운이 밀물처럼 자신을 향해 엄습해 오면서 마치 큰 산의 제압을 받은 것 같았다.그가 반응했을 때 풍씨 가문의 가주 풍석천은 싸늘하게 웃으면서 덮쳐왔다.‘위험해!’위험을 느낀 이태호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현황봉과 청광순, 그리고 성왕 호신부를 꺼냈다.이미 눈앞에 다가온 풍석천은 이를 보고 하찮게 여기는 표정으로 말했다.“고작 방어 영보로 성왕급 수사의 공격을 막겠단 거냐?”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주먹은 이미 현황봉을 향해 날아갔다.펑. 풍석천이 날린 주먹 한 방에 현황봉이 바로 날아갔다. 예전부터 줄곧 철벽 같은 방어장벽을 만들던 현황봉에 주먹 자국이 생겼고 빽빽한 균열이 나타났으며 원래 넘쳐흘렀던 영광은 순식간
성공 전장의 끝없이 펼쳐진 허공에서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는 이태호의 몸에서는 팽배한 도운과 성스러운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그는 마치 혼돈의 허공에서 걸어 나온 진선과 같은 기품을 내뿜었다.진선 정혈을 완전히 수복한 후 그는 이 선인의 핏방울에 담긴 도운의 규칙에 대해 초보적인 깨달음을 얻었다.그는 천천히 두 눈을 떴고 칠흑 같은 눈동자에서 발산한 눈부신 빛은 바로 주변의 허공을 꿰뚫었다.깨달음을 마치고 눈을 뜬 이태호는 자기의 몸을 살펴보았다. 기혈이 용암처럼 들끓었고 육신은 홍황(洪荒) 시대의 흉수에 못지않게 단단해졌다.지금의 그는 아직 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이고 5급 경지로 돌파하지 못했지만 진선 정혈을 단련해서 천지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고 육신이 더욱 단단해졌고 강력해졌으며 경지의 장벽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천남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이태호는 7~8일도 걸리기 전에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이렇게 생각한 그는 저도 모르게 감탄을 터뜨렸다.“역시 진선의 정혈이군. 이것을 단련해서 연결을 맺으면 천지의 규칙을 바꿀 수 있고 수천만개의 질서신련(秩序神鏈)이 나타나게 할 수 있군...” 진선 정혈을 모두 단련하였기에 앞으로 그 속에 담긴 규칙의 힘을 깨닫기만 하면 되었다. 그것을 흡수하든 대도를 인증하든 더 이상 성공 전장에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수많은 성공의 힘이 주변에 있는 허공의 힘과 어우러지며 이태호의 앞에서 순식간에 높이가 일장(一丈)이나 되는 허공 통로를 만들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주저 없이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곧이어 무한한 별빛이 그의 몸을 휘감더니 그를 창란 세계의 천남으로 전송했다.그가 허공에서 내려갈 때 다시 창란 세계의 전모를 보았다.그는 발 밑에 있는 대지가 이렇게 작고 하늘이 이렇게 광활한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이에 그는 오직 진정한 선인만이 수시로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확고한 눈빛을 번쩍이었다.“신선이 되어야 해. 신선으로 되
“다른 성지에서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우리 태일성지에서 가능한 빨리 이태호를 보호해야 합니다.”“...”주변에 있는 장로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면서 논의하였다.이태호는 태일성지의 부속 세력인 태일종의 제자일 뿐이지만 이미 예비 제자로 될 자격을 얻었다.게다가 지금 신선으로 비승할 기연까지 얻었으니 장로들이 그를 더욱 중시하는 것은 당연했다.의자에 앉아 있는 자음진인은 그들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특히 그는 전성민을 통해 혼원성지의 성자 예진기는 요지 성녀 변청하 등과 선연을 두고 혈투를 벌이다가 결국 혼원성지의 호도신병까지 꺼냈음에도 이태호에게 선연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누구라도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었다.목숨을 걸고 싸워 거의 손에 넣을 뻔한 선연을 결국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니.지금 창란 세계로 돌아온 다른 천교들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수시로 이태호를 격살할 준비를 했을 것이었다.자음진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어느 장로가 천남에 가서 이태호를 직접 성지로 데려오겠는가?”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대답했다.“성주님, 제가 가겠습니다.”“저는 5급 성황 경지라 그 녀석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습니다.”“성주님, 저와 선우정혁은 예전부터 아는 사이라 이번에 천남에 가면 오랜만에 회포를 풀 수 있으니 이 일을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몇몇 장로들이 모두 가고 싶다고 말하자, 자음진인은 벙글벙글 웃었다.예전에 진선 정혈을 얻은 천교들을 보면, 선연을 얻은 이태호는 백 년 안에 신선으로 비승할 가능성이 높았다.장로들이 앞다투어 천남으로 가겠다는 것은 당연히 이태호에게 잘 보이고 자기의 파벌로 끌어들이려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나중에 이태호가 신선으로 된다면 그들에게 가르침이라도 줄 수 있으니까.자음진인은 어찌 장로들의 생각을 모를 수 있겠는가?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여러분이 모두 가고 싶다면...”그의 말이 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