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건우는 기회가 온 것을 알아채고 바로 술잔을 들고 정희주 곁에 앉으며 말했다."희주야, 너무 상심해 하지 말아. 이태호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걔가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너도 집착할 이유가 없지 않냐?"여기까지 말한 서건우는 잠깐 멈췄다가 계속하여 말했다."그리고 걔랑 같이 있을 바에는 나랑 같이 있는 게 더 낫지. 나랑 같이 있으면 확연컨대 너한테 잘해줄 자신이 있어. 앞으로 네가 먹고 싶고 사고 싶은 거 다 문제가 아니야!"정희주는 서건우를 물끄러미 보더니 표정이 약간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서건우가 약간 뚱뚱한 데다 잘생긴 면을 놓고 봐도 이태호보다 못했다.가장 관건적인 것은 설령 서건우가 외국에 나가 돈을 좀 벌어 페라리 같은 호화 차량을 몰고 다닌다 해도 현재 이태호보다는 부유하지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필경 지금의 이태호는 태성시에서 내로라하는 인맥을 가져 앞으로 혹시 몰라 백지연과 결혼까지 하게 된다면 성주부도 이태호의 것이 되니 말이다.하여 서건우 같은 돈깨나 있다는 사람도 이태호와 비교하면 거리가 멀었다.그녀는 겸연쩍게 웃으며 상대방과 잔을 마주쳤다."휴. 태호는 왜 나를 진정으로 용서하지 않고 나를 받아주지 않지? 왜 내가 이쁘지 않아?"서건우는 한 손을 정희주의 다리에 슬며시 올려놓더니 웃으며 말했다."이뻐, 얼마나 이쁘고 얼마나 섹시 한데 못생길 리가 있어? 내 마음속에서 너는 내 여자야, 네가 가지고 싶은 걸 다 줄 수 있어!"그 말을 들은 정희주는 비웃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큰소리치지 마, 내가 별장 갖고 싶다 해도 줄 수 있어?""하하!"하지만 서건우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희주야, 네가 내 여자친구가 되어준다면 별장 한 채 뿐이겠어, 열 채라도 줄 수 있어!"그 말을 들은 정희주의 속이 뜨끔했다. 설마 서건우가 그녀가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돈이 많다는 말인가?한편 이태호는 신수민과 몰래 카톡 답장을 나누고 있었다.그리고 한참 지나서야 이문선을 보고 말했다."문선아, 내 안
그 말을 듣고 이태호도 저쪽 편을 힐끔 보더니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이럴수록 이런 여자는 내가 사랑할 가치가 없다는 걸 더한층 증명하는 셈이 되지. 네가 믿건 안 믿건 돈 만 있으면 희주 같은 여자 다리에 손을 올려놓는 건 식은 죽 먹기야!"이하연은 그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정희주가 왜 이렇게 변했지? 너무 현실적이지 않아? 아유, 그래도 학교 다닐 때가 좋았지, 다들 현실적이지도 않고!"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쟤가 조금 현실적이래도 괜찮고 내 등에 칼을 꽂아도 다 넘어갈 수 있어. 하지만 그때 하현우와 손잡아 내 부모님을 욕 보인 건 도무지 참을 수가 없어."이하연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아이고, 너희 둘이 이 지경이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어. 자, 술이나 마시자!"이태호는 담담히 웃으며 계속 말했다."다들 학우 지간이니 앞으로 내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말해. 내가 도울 수 있는 거면 자연히 도와줄 거야!"이태호는 학우들과 함께 술을 좀 더 마셨다. 하지만 계속 남아봤자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그는 비록 더 이상 정희주를 사랑하지 않았지만 저쪽 편에서 둘이 애정이 담긴 눈빛을 교환하는 것을 보고 구역질이 나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하여 이태호는 화장실 가는 김에 그대로 자리를 떳다.그리고 카운에 와서 사장을 불러 오라 했다."누가 나를 찾아?"이곳의 사장이 사람 몇을 거느리고 왔다.그리고 이태호인 걸 알아채고 이내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이 선생님, 어쩐 일로 오셨어요?"이 술집은 용의당에서 운영하는 사업 중 하나인지라 범용과 태수는 이미 전부터 사장한테 귀띔해 주었다. 이태호는 그들의 보스이니 놀러 오게 되면 일률로 공짜로 해주라고 말이다.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아까 몇몇 친구랑 같이 술을 마시러 왔는데 좀 있다 저기 666 룸의 돈은 계산하지 마, 아래 사람들한테도 알려주고. 그럼 이만...""알겠어요, 이 선생님. 살펴 가십시오. 진작에 말씀하시지 그랬어요. 술을 더 올리는 건
서건우는 좀 있다가 이태호의 불쾌한 얼굴을 떠올리니 벌써부터 속이 통쾌해나기 시작했다.필경 몇 년 전 그렇게 힘들게 쫓아다녔던 여자가 이태호한테 빼앗겼으니 그에 대한 원한이 계속 남았으니 말이다.하지만 지금의 그는 돈도 많고 세력도 있으니 잃었던 것을 찾을 때가 된 것이다.두 사람이 끌어안고 있는 걸 눈꼴사납게 보던 백무빈은 아예 노래하던 것도 멈추고 그 둘을 보고 말했다."건우, 주희야. 너희들 너무 하는 거 아니냐? 비록 넌 이태호랑 헤어졌다지만 너희들이 여기서 물고 빨고 하는 걸 태호가 보면 어쩌려고 그래?"이문선도 곁들어 말했다."맞아. 너희들이 이러는 걸 보고 걔 마음이 얼마나 불쾌했으면 나가서 담배를 피우겠어. 너희들이 이러는 거 눈꼴 시려서겠지!"하지만 정희주는 이내 그 말에 반박했다."허허, 아까 너희들도 봤잖아. 내가 자존심도 버리고 태호와 다시 시작하려 했는데 걔는 아예 기회를 주지 않잖아. 이젠 나도 몰라, 누가 나한테 잘해주면 누구하고 사귈 거야! 서건우가 계속 나를 좋아해 왔으니 건우만이 나를 제일 사랑해주는 사람이야. 그러니 지금부터 서건우를 받아들이고 우린 연인 사이가 됐어!"이하연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보아하니 이태호가 말한 것이 틀림이 없었다. 이태호랑 다시 잘 되고 싶다는 것은 다만 그가 돈이 있는 것을 발견하였기 때문에 찾아왔다는 것을.그리고 아까 이태호한테 거절당한 후 또 서건우가 돈이 많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내 상대방의 마음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대신 아까 거절당할 때의 가련한 모습과 후회막심해하는 표정은 온 데 간 데 사라지고 없었다.이문선과 백무빈도 사실의 전후를 똑똑히 보고는 마음속으로 정희주에 대해 경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정희주가 정말 개과천선하여 이태호랑 다시 결합하려는 줄 알았는데 그가 나간 지 얼마 안 돼 대뜸 상대를 바꾸다니? 그러니 이태호가 이런 여자를 아예 거들떠보지 않는 데에 공감이 갔다.정재원은 즉시 겸연쩍게 웃으며 말했다."허허, 너희들 진도가 참 빠르구나!"서건
이 광경을 본 서건우는 낯색이 어두워졌다."혹시 룸에 잘못 보낸 건 아닌가요?""맞아요. 여기 룸이 맞네요!"그중 여자 웨이터 한 명이 손에 있는 쪽지를 보며 말했다."이태호 이 자식이 틀림없이 몰래 주문해놓고 내뺀 것 같아!"정희주는 이내 뭔가를 생각해 냈는지 순간 포악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태호가 정말 너무 하네, 건우야, 이태호가 몇천만 원 되는 술을 주문해서 일부러 너를 골탕 먹이려는 게 분명해!"그 말을 들은 서건우는 낯색이 어두워지며 말했다."나한테 놓고 말하면 몇천만 원은 다 작은 돈이야, 별게 아니지. 다만 학우 지간에 이렇게 골탕 먹이는 게 좀 과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이문선은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 태호의 됨됨이를 보면 이런 유치한 짓을 할 사람 같지 않아!""허허!"정희주는 즉시 냉랭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걔가 그런 짓 못할 게 뭐 있어? 이전에 나랑 하현우가 결혼까지 거의 다 할 뻔했는데 이 자식이 혼례식에 와서 난리 치는 바람에 결혼도 못 했잖아!"서건우는 정희주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그래? 허허, 이러고 보니 되레 태호한테 감사해야겠네. 아니면 내가 재혼녀랑 결혼하는 격이 되네?""말하고 보니 그러네. 태호가 그러지 않았더라면 너랑 어떻게 만났겠어!"서건우도 웃으며 얘기했다."이태호 이 자식이 앞으로 다시 마주치기 만 해, 오늘 밤 날 골탕 먹여 더 계산하게 한 비용을 열배 백배 갚게 만들겠어!"바로 이때 술집의 미녀 홀 매니저가 걸어와서 말했다."술을 다 여기 테이블 위에 올려놔!""저기요 아가씨, 이 술은 우리가 주문한 게 아니고 아마 이태호가 주문한 것 같은데요?"정희주가 이내 질문을 던졌다.그러자 미녀 홀 매니저가 웃으며 말했다."여러분, 이 술은 우리 보스가 주문해서 가져오라 한 것이 맞아요. 사실 이태호 선생님은 여기 술집의 보스이기도 해요. 보스가 나가기 전에 이 룸에 친구와 형제들이 있다면서 이 술을 드리라고, 또 오늘 밤에 소비
이태호는 주차를 해놓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곳으로 걸어가더니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숨지 말고 나와, 아까 바로 아래 도로에서 당신들을 다 봤어!"서의당의 전다민과 나씨 아줌마 둘은 그제야 나무 뒤에서 걸어나왔다.전다민은 이태호를 보더니 순간 냉랭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하하,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이리 늦게 돌아오다니, 이 별장인지 긴가민가 했는데 운 좋게 바로 여기서 당신을 만났으니."이태호는 두 사람을 보며 중얼거렸다."오전에 어떤 늙은이를 죽였는데 저녁에 또 둘이나 왔네. 무슨 킬러가 왜 이리도 많지? 누가 허구한 날 킬러를 죽음으로 몰지?""킬러?"그 말에 전다민은 미간을 찌푸렸다."우린 킬러가 아니야, 흠, 정확하게 말하면 확실히 누가 보내서 당신을 죽이러 온 건 맞아. 딱히 죽이고 싶은 건 아닌데 죽여야만 하니 어쩔 수가 없어!"말을 마친 전다민은 곁에 있는 나씨 아줌마를 보며 말했다."아줌마, 내가 먼저 이 자식 실력이 어떤지 한 번 손봐야겠어!"나씨 아줌마는 머리를 끄덕이며 귀띔해 주는 걸 잊지 않았다."조심하세요!""응!"그 말에 전다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주먹을 불끈 쥐고 발에 힘을 가하더니 순간 어두운 그림자 되어 이태호한테 덮쳐왔다.이태호는 담담히 웃으며 주먹을 불끈 쥐고 맞받아치더니 곧바로 상대방의 주먹과 정면으로 부딪쳤다."펑!"이태호의 주먹에 실린 힘은 상대방을 뒤로 튕겨나가게 하였다. 이태호도 반작용에 의해 뒤로 몇 미터쯤 날아가서야 비로소 몸의 균형을 잡았다."풉!"전다민은 입에서 선혈을 토해내더니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큰 아씨 괜찮아요? 보아하니 이 자식이 종사 수련이 아니고 9급 종사도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1급 기사 수련인 것 같은데 제가 상대해 볼게요!"나씨 아줌마는 은은한 영기가 번뜩이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3급 기사?"그 모습을 본 이태호는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아줌마, 그만해요!"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상황을 알아차린 전다민이 대뜸 나
"서의당?"이태호는 두 사람의 성의가 넘치는 모습을 보고 거짓말하는 것 같지 않았다.하여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어서 일어나세요!"전다민과 중년 미녀는 그제야 일어섰다. 그리고 이태호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흥분으로 가득 찼다."내가 여기 태성시에 머문지도 한참 됐는데 왜 서의당에 대해서는 들어보지 못했지? 게다가 서의당에서는 왜 나를 죽이려고 들죠?"이태호는 잠시 생각하더니 의혹을 제기했다."내 기억으로는 너희 서의당의 노여움을 산 적이 없는데."전다민은 이실직고했다."주인님, 우리 서의당은 태성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본부는 홍성시에 있어요. 홍성시에는 파벌도 많은데 이전에 서의당도 꽤나 잘 나갔어요. 그런데 전임 당주가 죽은 후에 서의당에는 고수들이 적어졌어요. 하여 지금은 눈치 살피며 조심스럽게 생존하는 수밖에 없어요!"여기까지 말한 전다민은 한 숨을 돌리더니 계속하여 말했다."그러다 후에 서의당이 작은 일 때문에 혈인당의 노여움을 산 적이 있었죠. 혈인당 무리들은 그걸 트집 잡아 자기들한테 귀순하여 수하의 세력이 돼라 했어요. 가부는 서의당을 지키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매달 일정한 양의 조공을 바치고 그들의 뜻에 따라 일을 처리하겠다고 승낙했어요!"나씨 아줌마도 곁들어 말했다."이번에도 혈인당에서 저희들을 시켜 주인님을 살해하라고 협박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온 게에요!"그 말을 듣고 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또 혈인당이네, 허허, 저번에 혈인당에서 향무당을 도와 용의당을 소멸하려는 걸 내가 그들의 고수들을 죽였다고 그걸로 나한테 원한을 품은 것이군"여기까지 말한 이태호는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본래는 그놈들 몇몇을 죽이면 내가 함부로 상대해서는 안 될 존재로 인식되어 더 이상 나를 건드리지 못할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밑도 끝도 없이 달라붙을 줄이야. 보아하니 아예 완전히 뿌리를 뽑아 놓아야겠어!"그 말을 들은 전다민은 속으로 기뻐하며 말했다."주인님을 끝내 찾았네요. 가부께서도 말씀하셨어
"나희라고 해요. 다들 나씨 아줌마라 하죠!"그 둘은 자신을 소개했다.전다민도 잇달아 말했다."신전 주인님, 저의 아빠는 전창민이라고 해요.""전창민?"이태호는 어리둥절해서 자신도 모르게 쓴 웃음을 지었다."왜 다들 창민이란 이름을 짓기 좋아하죠?""창민이란 이름에 문제가 있어요?"그 말을 들은 나씨 아줌마는 약간 의혹스러워했다."아, 별문제는 없어요!"이태호는 겸연쩍게 웃으며 하현우의 아버지의 이름이 하창민이고 전다민의 아버지 이름이 전창민이라고 하니 속으로 약간 이상함을 느꼈다.전다민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태호를 향해 말했다."신전 주인님의 뜻은 주인님을 찾았다는 사실을 아직 아버지한테 알리지 말라는 거예요? 만약 전화가 와서 묻는다면 어쩌죠?"나씨 아줌마도 곁들어 말했다."맞아요. 아까 오후에 이미 주인님의 거처를 알아냈다고 말했으니 아마 내일쯤이면 전화로 상황을 물어볼 거예요!"이태호는 잠시 생각하더니 그제야 입을 열었다."이렇게 해요. 당신들은 일단 하룻밤 머물 곳을 찾아요. 그리고 내일에 아줌마는 먼저 전화를 걸어 당신들이 나의 상대가 안 되어 아줌마는 큰 상처를 입고 전다민은 나한테 잡혔다고 해요. 그리고 내일 저녁에 시외 숲속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전창민보고 사람을 데리고 전다민을 구하러 오라고 해요. 만약 오지 않으면 다 죽여버린다고 전해요!""아, 그러면 아빠가 놀라지 않을까요?"그 말을 들은 전다민은 순간 놀라서 이 신전 주인이 자신의 신분이 폭로하지 못하게 하려고 이런 거짓말도 스스럼없이 지어낸다고 생각했다.나씨 아줌마도 곰곰이 생각하더니 걱정된다는 듯이 말했다."전 당주가 서의당 사람을 이끌고 올 가능성은 있어요. 다만 걱정되는 건 만약 전다민이 납치됐다는 걸 알면 혈인당 사람들을 찾아가지 않을까요? 그러면 혈인당에서도 사람을 보낼 수 있잖아요?"전다민은 직설적으로 말했다."그럴 리 없어요. 혈인당 사람들이 원래 저희들을 이용하여 일을 처리하려 했어요. 그러니 저의 아빠가 찾아간대도 아빠의 수련이
"다민아, 무슨 말을 하는 거야?"하 이모는 깜짝 놀랐다. 이분은 신전 주인이시다. 계집애가 위아래 없이 감히 희롱하는 어조로 말을 하다니.만약 신전 주인이 화를 내시면 어떡하지?이태호는 담담하게 웃었다."상관없어. 맞다. 돈 있어요? 없으면 송금해 줄게요. 오늘은 늦어서 호텔에서 숙박할 수밖에 없네요."하 이모는 바로 대답했다."아닙니다. 있습니다!"하지만 전다민은 눈앞의 큰 별장을 보더니 물었다."별장이 이렇게나 큰데 빈방이 없나요? 며칠만 묵을 건데 안 되나요?"하 이모는 전다민을 째려보았다."전다민 신전 주인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신전 주인의 말에 따르면 되는 거야. 물어보면 안 되는 말들은 꺼내지도 마, 알겠지?"전다민은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미안해요. 신전 주인, 저는 집에서 오냐오냐하게 키워서 버릇이 조금 없어요. 마음에 두지 마세요. 시간이 너무 늦어서 그만...."이태호는 웃으며 대답했다."내 아내와 어머니 아버지는 모두 내가 용 신전 주인인 걸 몰라요. 태성시의 용의당도 내 세력인 걸 모르고요. 그래서 두 분이 여기에서 살게 되면 가족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그래요!""맞는 말이에요. 신전 주인께서 아내한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난감하겠네요. 밤중에 여자 두 명을 집으로 데리고 들어오는 것인데, 일찍 쉬세요. 그럼 우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하 이모는 말을 마치고 이태호와 인사를 했다."그래, 일찍 들어가서 쉬어요!"이태호는 손을 흔들어 작별했다.하 이모는 전다민을 데리고 떠났다."혈인당이 우리더러 죽이라고 한 이태호가 용신전의 신전 주인이라니!"산길을 따라 내려가고 있는 하 이모는 감탄했다.전다민이 말했다."방금 전 나와 맞붙은 그 펀치는 힘을 쓰지 않은 것이 분명해. 아니면 난 이미 죽었을지도 몰라."하 이모는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젊으신 줄은 몰랐어!""맞아, 젊고 잘생겼어!"전다민은 말을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아깝다. 이렇게 젊고 잘생겼고 신전 주인 이 신데 이미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마어마한 기운이 밀물처럼 주변 수십 리의 구역을 뒤덮었다.이어서 얼어붙은 공간 내에 갑자기 높이가 수 장(丈)이나 되는 공간 틈새가 나타났다.은백색의 보선(寶船)이 공간 틈새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그다지 크지 않은 보선의 앞머리에는 해, 달, 별, 구름 등 문양이 수놓인 흰 장포를 입은 노인이 서 있었다. 나이는 예순 정도로 보이고 백발이지만 혈기왕성해 보였다.이 노인이 바로 태일성지의 대장로 연장생이었다.그가 성지 종문의 대전 내에서 이태호가 선연을 얻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곧바로 자음진인에게 천남에 와서 이태호를 보호하겠다고 청했다.태일성지에서 출발한 후 그는 수십 만리나 넘을 수 있는 전송진을 거쳐서 천남 지역에 도착했다.천남에 이른 후 연장생은 신식을 방출해서 성공 전장에서 천남에 내려오는 착륙지를 수색하다가 마침 육무겸과 풍석천이 이태호를 협공한 장면을 포착해서 주저하지 않고 공간을 찢고 나타난 것이었다.다행히 그는 이태호가 다치기 전에 도착했다.다채로운 보선을 조종해서 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은 살기등등한 풍석천이 이태호의 코앞까지 접근한 것을 보자 안색이 음침하기 그지없었다.다음 순간, 그의 몸에서 천지를 압도하는 공포스러운 위압을 발산했고 하늘이 무너지고 대지를 붕괴하게 할 수 있는 기운이 퍼져 나왔다.이 기운을 가장 먼저 느낀 풍석천은 대경실색했고 목소리는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떨렸다.“성...성황?!”성왕급 수사인 자신으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낄 수 있고 공간을 봉쇄할 수 있는 것은 성황급 대능력자가 틀림이 없었다.지금 천남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선우정혁도 7급 성자급 수사에 불과했다.그리고 상대방의 말에서 눈앞의 은발 노인은 태일성지의 사람이 분명했다.순식간에 풍석천의 등골에 식은땀이 났고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그가 육무겸과 손잡아서 이태호를 공격하는 것은 태일성지가 움직이기 전에 이태호가 대능력자로 성장하지 못하게 죽이려는 것이었다.그러나 태일성지의 움직임이 이렇게 빠를
선우정혁은 이제야 비로소 육무겸과 풍석천의 속셈을 꿰뚫어보았다.그는 충혈된 눈으로 그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감히 우리 태일종의 제자에게 손을 대다니. 죽을 작정이로군! 지금 이태호는 태일성지의 제자인데 네놈들이 그의 털끝이라도 다치게 한다면 신소문과 풍씨 가문은 멸문지화를 면치 못할 거야!”선우정혁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갑작스레 공격을 진행한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일반적으로 말하면 이런 상황에 먼저 친분을 쌓기 위해 너도나도 친한 척하지 않은가.진선 정혈을 얻은 이태호는 백년도 안 된 사이에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 두 사람은 친분을 쌓기는커녕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주변에 있는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어리석다는 듯 흘겨보았다.육무겸은 선우정혁의 말을 듣고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우리 신소문만 이태호를 죽이려는 게 아니다. 이놈은 하늘이 높은 줄도 모르고 여러 성지에 미운털이 박혀서 내가 대신해서 처리해 주는 거야.”이에 선우정혁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붉은 빛이 번쩍이는 최상급 영보를 손에 쥐었다.한편으로, 허공 통로에서 막 걸어 나온 이태호는 선우정혁에게 인사하기도 전에 강렬한 살기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을 느꼈다.이어서 무서운 성왕급 기운이 밀물처럼 자신을 향해 엄습해 오면서 마치 큰 산의 제압을 받은 것 같았다.그가 반응했을 때 풍씨 가문의 가주 풍석천은 싸늘하게 웃으면서 덮쳐왔다.‘위험해!’위험을 느낀 이태호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현황봉과 청광순, 그리고 성왕 호신부를 꺼냈다.이미 눈앞에 다가온 풍석천은 이를 보고 하찮게 여기는 표정으로 말했다.“고작 방어 영보로 성왕급 수사의 공격을 막겠단 거냐?”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주먹은 이미 현황봉을 향해 날아갔다.펑. 풍석천이 날린 주먹 한 방에 현황봉이 바로 날아갔다. 예전부터 줄곧 철벽 같은 방어장벽을 만들던 현황봉에 주먹 자국이 생겼고 빽빽한 균열이 나타났으며 원래 넘쳐흘렀던 영광은 순식간
성공 전장의 끝없이 펼쳐진 허공에서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는 이태호의 몸에서는 팽배한 도운과 성스러운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그는 마치 혼돈의 허공에서 걸어 나온 진선과 같은 기품을 내뿜었다.진선 정혈을 완전히 수복한 후 그는 이 선인의 핏방울에 담긴 도운의 규칙에 대해 초보적인 깨달음을 얻었다.그는 천천히 두 눈을 떴고 칠흑 같은 눈동자에서 발산한 눈부신 빛은 바로 주변의 허공을 꿰뚫었다.깨달음을 마치고 눈을 뜬 이태호는 자기의 몸을 살펴보았다. 기혈이 용암처럼 들끓었고 육신은 홍황(洪荒) 시대의 흉수에 못지않게 단단해졌다.지금의 그는 아직 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이고 5급 경지로 돌파하지 못했지만 진선 정혈을 단련해서 천지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고 육신이 더욱 단단해졌고 강력해졌으며 경지의 장벽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천남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이태호는 7~8일도 걸리기 전에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이렇게 생각한 그는 저도 모르게 감탄을 터뜨렸다.“역시 진선의 정혈이군. 이것을 단련해서 연결을 맺으면 천지의 규칙을 바꿀 수 있고 수천만개의 질서신련(秩序神鏈)이 나타나게 할 수 있군...” 진선 정혈을 모두 단련하였기에 앞으로 그 속에 담긴 규칙의 힘을 깨닫기만 하면 되었다. 그것을 흡수하든 대도를 인증하든 더 이상 성공 전장에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수많은 성공의 힘이 주변에 있는 허공의 힘과 어우러지며 이태호의 앞에서 순식간에 높이가 일장(一丈)이나 되는 허공 통로를 만들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주저 없이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곧이어 무한한 별빛이 그의 몸을 휘감더니 그를 창란 세계의 천남으로 전송했다.그가 허공에서 내려갈 때 다시 창란 세계의 전모를 보았다.그는 발 밑에 있는 대지가 이렇게 작고 하늘이 이렇게 광활한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이에 그는 오직 진정한 선인만이 수시로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확고한 눈빛을 번쩍이었다.“신선이 되어야 해. 신선으로 되
“다른 성지에서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우리 태일성지에서 가능한 빨리 이태호를 보호해야 합니다.”“...”주변에 있는 장로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면서 논의하였다.이태호는 태일성지의 부속 세력인 태일종의 제자일 뿐이지만 이미 예비 제자로 될 자격을 얻었다.게다가 지금 신선으로 비승할 기연까지 얻었으니 장로들이 그를 더욱 중시하는 것은 당연했다.의자에 앉아 있는 자음진인은 그들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특히 그는 전성민을 통해 혼원성지의 성자 예진기는 요지 성녀 변청하 등과 선연을 두고 혈투를 벌이다가 결국 혼원성지의 호도신병까지 꺼냈음에도 이태호에게 선연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누구라도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었다.목숨을 걸고 싸워 거의 손에 넣을 뻔한 선연을 결국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니.지금 창란 세계로 돌아온 다른 천교들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수시로 이태호를 격살할 준비를 했을 것이었다.자음진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어느 장로가 천남에 가서 이태호를 직접 성지로 데려오겠는가?”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대답했다.“성주님, 제가 가겠습니다.”“저는 5급 성황 경지라 그 녀석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습니다.”“성주님, 저와 선우정혁은 예전부터 아는 사이라 이번에 천남에 가면 오랜만에 회포를 풀 수 있으니 이 일을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몇몇 장로들이 모두 가고 싶다고 말하자, 자음진인은 벙글벙글 웃었다.예전에 진선 정혈을 얻은 천교들을 보면, 선연을 얻은 이태호는 백 년 안에 신선으로 비승할 가능성이 높았다.장로들이 앞다투어 천남으로 가겠다는 것은 당연히 이태호에게 잘 보이고 자기의 파벌로 끌어들이려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나중에 이태호가 신선으로 된다면 그들에게 가르침이라도 줄 수 있으니까.자음진인은 어찌 장로들의 생각을 모를 수 있겠는가?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여러분이 모두 가고 싶다면...”그의 말이 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