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그때 하마터면 놀라 죽을 뻔했어!"왕사모는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듯이 말했다. "앞으로 우리 신씨 가문에 돈이 많으면 경호원을 더 많이 뽑아야겠어. 돈 절약하려고 몇 명만 두면 안 되겠어!"신민석도 그 말에 찬성했다. "맞아요. 지금 이 추세로 나아가면 2년이 안 지나서 2류 명문가의 대렬에 오를 수 있어요. 그때 가면 정말 고수들 몇 명이 자리를 지켜야 해요. 지금 우리 집에 고수들이 별로 없잖아요!""맞아, 하도 태호가 솜씨가 좋아서 말이지, 아니면 오늘에 큰 코 다칠 뻔했어!"왕사모는 감개무량해 하며 술잔을 들었다. "자, 여러분 술잔을 듭시다. 어찌됐던 앞으로 우리 신씨 가문의 앞날이 기대되네!""건배!"다를 일어나서 술잔을 들고 건배했다.곁에 있던 신은재도 잔에 채워진 과일즙을 들더니 어른들을 따라서 건배를 외쳤다."너 이 녀석!"이태호는 자신의 귀여운 딸의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딸의 포동포동한 얼굴에 뽀뽀했다.하지만 신은재는 싫은 티를 내면서 이태호를 밀어냈다. "아빠 수염이 은재를 찔러, 수염 깎아야 해!""하하, 그래, 그래, 아빠 좀 있다 돌아가서 수염 깎을 게!"이태호는 입이 삐죽하게 나온 신은재의 얼굴을 보고 되게 기뻐했다. 이 녀석이 정말 갈수록 귀여워진다 생각했다.다들 술잔을 비우고 착석하자 왕사모는 다시 이태호를 향해 말했다. "태호야, 너 어차피 지금 할 일이 없으니 그 성주부의 백지연 있잖아, 비록 천진난만해도 네가 그녀하고 친구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구나. 뭐 네가 기회를 잡아 그녀하고 결혼까지 한다면 우리는 두 손들어 찬성이야!"왕사모는 여기까지 말하고 잠시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 "그리고 그 제갈집의 제갈용녀 있잖아, 너보고 시간 나면 가서 할머니 병을 봐달라고 했지. 그 댁의 할머니가 약간 편두통이 있으신 거 같은데 이런 병은 웬만한 병원도 치료하지. 그런데 굳이 너를 부르는 이유는 너랑 잘 지내고 싶어서야. 아마도 네 능력을 인정해서 그런 거니 시간 될 때, 아니다, 좋기는
이태호으 속은 또다시 철렁했다. 약 상자? 자신의 손마디에 끼워진 드래곤 링이 사물함에 해당해서 많은 물건을 저장할 수 있는데 뭔 약 상자가 필요한가?드래곤 링은 진정한 강자, 진정한 수련자만이 알아볼 뿐, 신민석 같은 매일 놀고먹기만 하는 금수저는 이런 보물을 본적이나 있겠는가?하지만 이내 이 자식을 골탕 먹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그건 별문제 없어요. 하지만 내 약 상자가 조금 무거운데 들 수 있겠는지 모르겠네요!""웃기지 마, 나 그래봐도 남자인데 그걸 하나 못 들겠어?"신민석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넌 정말 내가 닭 잡을 힘도 없는 부잣집 자제로만 생각해? 나 그래봐도 남자야, 비록 힘쓰는 일은 별로 안 해봐도 약상자 같은 걸 들 수 있거든!""정 그러하시다면 내일에 데리고 갈게요. 굳이 절 도와 힘쓰시겠다는데 데려가야죠."이태호는 웃으며 바로 동의했다."하하, 그럼 내일 아침 일찍 자네를 찾아갈게. 갔던 김에 아우디 A8에 앉아보는 것도 좋지!"신민석은 신나서 웃으며 말했다.이태호는 낯색이 어두워지며 말했다. "형부 차는요?""난 택시 잡으면 돼, 직접 운전하는 게 얼마나 귀찮다고!"신민석은 비위 좋게 웃으며 말했다.신씨 집안사람들은 파티에서 먹고 마시고 하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신민석은 이태호의 연줄을 타서 제갈용녀랑 친해지려고 내숭을 떨면서 이태호에게 몇 잔 권했다. 그리고 자신의 계획대로 제갈용녀의 연락처도 얻어냈다.한편 청운당의 당주 보청운은 성주부를 찾았다.백진수와 백씨네 몇몇 강자들은 면전에 있는 몇몇 사람들을 바라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허허, 보 당주, 어찌 되어 여기를 찾아왔는가? 이 인삼은 가져가시오. 나 백진수가 한 것도 없이 함부로 그대의 물건을 받는 게 아니지 않소?"보청운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백진수는 성주부에서도 청렴결백하기로 소문난 사람이라는걸. 하여 상대방이 거절한대도 예상한 바였다.보청운은 겸연쩍게 웃으며 말했다. "백성주, 이건 그래봐도 500
보청운은 본인 머릿속의 생각이 처음 접해보는 백진수가 낱낱이 꿰뚫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 놀라웠다.역시 현재의 권력을 지닌 성주부의 백진수가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건 틀림 없다.보청운은 미소를 짓고는 솔직한 마음을 내보였다. "하하, 그쪽이나 저나 뭐 두려운 건 당연한 일 아닌가요? 까놓고 말할게요, 용의당이 성주부든 우리한테든 어느 쪽에 먼저 손을 쓰게 되면 서로 도와주는 걸로 합의보는 게 어때요?"백진수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그렇게 막무가내로 나오진 않을 겁니다, 용의당이 향무당을 덥친 것도 어쩔수 없는 하책이었으니까요, 저희는 그쪽 같은 어둠의 세력과 동맹을 맺고 싶지 않거든요.""진심인가요? 비록 다른 도시에서 성주부가 최고의 권력으로 통치하고 있겠지만 강성에서는 용의당이 성주부를 간발의 차이로 따라잡고 있는 것도 잘 알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 청운당이 어느 날 사라지게 된다면 용의당 세력도 커질거고 그 다음으로 공략할 대상은 무조건 성주부 당신들일건데 괜찮겠어요?"보청운은 호탕하게 웃으며 일어나 명함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 놓았다. "백성주님, 제 명함이에요, 위에 전화번호도 쓰여 있으니 언제든 필요하시면 연락해 주세요, 너무 깊게 고민하시진 마시고 그저 연락이나 주고 받으며 지내 보자는 거예요."말을 마친 보청운은 고개를 돌려 자리를 떠났다.밖을 나서자 보청운 뒤를 따르던 한 노인이 물었다. "당주님, 백진수는 성주부보다 용의당의 세력이 커지는 게 전혀 긴장되지도 않은 가봐요? 이러다 저희하고 동맹을 안 맺으려고 하면 어떡하죠?"보청운은 씩 웃으며 답했다. "그럴리가, 저자도 당연히 두렵지만 체면이 있으니 내색을 안 하는 것 뿐이야, 명함을 꺼내서 놓는데 제지하지도 않은 걸 보면 모르겠어, 아직 기회는 있다는 말이지, 근데 저자들이 먼저 용의당을 덮치려고 할 수도 있어."얘기를 듣던 노인은 곰곰이 생각해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당주님 말씀이 일리가 있네요, 제 생각엔 용의당이 야심만만해서 성주부를 덮치려는 낌새만 보이면
그들이 떠나자 백씨 집안의 몇몇 고수들과 백진수는 침묵했다.그런 분위기가 지속되다 어느 한 중년 여성이 백진수에게 입을 열었다. "성주님, 아까 보청운이 한 얘기도 틀린 말은 아니에요, 용의당의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어요."백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용의당은 호락호락하진 않은 상대인 건 맞는데 성주부가 어둠의 세력인 청운당이랑 동맹을 맺어서 용의당을 상대한다는건 우리 체면을 깎는 일이기도 해, 알려 지면 너무 쪽팔리잖아, 게다가 용의당이 향무당을 꿀꺽하고도 전혀 다른 움직임도 없고."그 중년 여성은 잠시 고민하다 말을 덧붙였다. "성주님, 지금 수많은 명문 집안에서 우리한테 매년 수익의 백분의 십을 납부하고 있잖아요, 다른 도시의 성주부들은 백분의 이십을 공양으로 받아 들인다는데, 우리는 너무 관대한 거 아니에요? 우리도 백분의 이십으로 올리는 게 어때요?""성주님,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지금은 우리가 용의당을 짓누를 만한 능력이 되지만 용의당이 청운당을 삼키기라도 하면 우리가 컨트롤 할 수가 없어져요, 공양금으로 백분의 이십을 받으라는 백우장로님의 의견을 들어보는 게 어떨 까요, 비록 성주부가 부유하긴 하지만 돈을 더 많이 받으면 실력이 그만큼 더 강한 고수들을 모셔 올 수도 있잖아요, 그래야만 우리 성주부의 세력을 유지할 수도 있는 거고요."생각에 잠겨 있던 한 노인이 말했다."아휴, 명문 집안들이 돈 버는 게 쉬운 것도 아니고, 요즘은 불경긴데 너무 몰아세우는 것도 상책은 아니잖소."그들의 토론을 듣고 있다 백진수가 답했다. "이번에 용씨 집안에서 우리 소요 지역에 위치도 좋은 3개의 입점을 줘서 이윤이 두둑할 거니까 일단 기다려 보죠, 제 생각엔 용의당 태도와 어느 정도의 야심을 지니고 있는지 한 번 초대해서 접대해 보는 것 또한 좋을 것 같아요.""아, 범용과 몇몇 고위층 간부들을 요청해 반응을 살펴 보는 게 좋긴 하겠네요."그 중년 여성 백우도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표했다.바로 그때 밖에서 쇼핑을
"당연히 괜찮은 놈이죠, 아빠, 그 놈 스카웃하는 건 저한테 맡기세요, 제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태호를 경호원 팀장으로든 다른 직위로든 우리 집안에 들여 볼게요, 월급을 높게 부르면 될 거예요."백지연은 아주 단순한 표정으로 히죽히죽 웃으며 답했다.그러자 백진수는 시원스레 웃으며 되물었다. "어머, 우리 딸 그 놈한테 관심 있는 거 아니야?"부끄러워진 백지연은 얼굴이 빨개졌다. "아빠, 무슨 헛소리야, 날 구해 줘서 친구라도 되고 싶어서 그러는데, 문제는 사례금도 마다하는 게 너무 귀엽지 않아요?"곧이어 눈살을 찌푸린 백지연은 몸을 돌려 두 손을 뒤로 짊어지고 자신만만하게 말을 덧붙였다. "그것도 그런데 나처럼 이렇게 예쁜 여인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는 놈은 처음이란 말이에요."한 사람에게 관심이 생겼다는건 사랑의 입싹이 피어나고 있다는 걸 백진수는 잘 알고 있었다.그는 이마를 찌푸리며 진심 어린 표정을 하고 백지연에게 말했다. "조금이라도 관심이 생겨나고 있다면 얼른 접어, 알았어? 너가 잠깐 본 걸로 실력이 뛰어나다고 판단하는 것도 너무 이르니까."그녀는 황급히 몸을 돌려 백진수에게 물었다. "왜요? 정말로 실력이 특출나다고 해도 좋아하면 안 되는 거예요?"백진수는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너보다 나이가 많잖니, 서로 가치관과 세계관도 다르고 더 중요한 건 와이프도 있는 신씨네 사위잖아, 너는 백진수의 딸이고, 아빠의 소중한 하나뿐인 딸인데 더 좋은 남잘 만나야 되지 않겠어?"그의 말에 기분이 꿀꿀해진 백지연이 물었다. "아빠, 만약 아빠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실력이 강한 사람이라면요?"백진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의술이 조금 뛰어나고 싸움 좀 잘하는 녀석이 나 백진수 딸 사위로 너무 부족해, 박식하고 경영에 재능이 있는 그런 사람, 일류 명문의 후계자면 더 좋고, 그래야 우리 딸에게 어울리는 사람이지, 그리고 아빠는 내 딸이 첩으로 사는 건 용납 못 해."백진수는 잠시 멈칫하다 말을 이었다. "그렇게 살기라도 하면 아빠 얼굴에 먹칠
게다가 몸 상태로 인해 더 이상 출산이 불가능한 아버지는 딸을 더 극진히 사랑했던 것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홍성으로 시집을 보낼 생각을 한다는 게 백지연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러자 백진수가 입을 열었다. "홍성은 여기 강성보다 면적이 두세배는 훨씬 넓은 대도시야. 전체적인 실력은 물론이고 일류 명문의 자녀까지 우리 성주부보다 더욱 강대하단 말이야, 너가 그쪽으로 시집만 가면 인생에 꽃길이 피는 건데 왜 마다하려고 해."머뭇거리다 이내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너가 말하는 외딴 곳이 아니잖아, 차로 한 두시간 거리밖에 안 되고 우리도 거기에 사업이 있는데다 아빠가 보고싶으면 그쪽에 있는 별장으로 우리가 이사가면 되잖니, 더 나아가서 너가 시집을 가면 우리의 사업 또한 번창해질 거고."백지연은 썩소를 지었다. "아빠, 그게 무슨 말이야? 설마 내 결혼으로 아빠 사업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거야? 나 백지연의 결혼은 거래가 아니라고."백진수는 반응이 점점 격렬해지는 백지연을 보고 다소 누그러진 말투로 답했다. "으이고, 바보야, 누가 거래라고 했나, 아빠는 너가 실력, 인격, 세력을 모두 한 몸에 지닌 그런 놈을 선택해야 너와 어울리는 사람이니까 그러지.""그만 좀 해, 이젠 잘 거야, 아직 나이도 어린데 자꾸 결혼 얘기를 왜 하는 거야, 나중에 다시 얘기해."그 말만 남기고 백지연은 위층으로 올라갔다.같은 시각, 홍성의 혈인당 당주 피도둑은 몇몇의 장로와 부사장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였다.중심 위치에 자리 잡은 피도둑은 안색이 몹시 어두워졌다."당주님, 이 밤중에 우리를 여기로 부르시고, 무슨 급한 일이라도 생긴거예요."피도둑의 엄숙한 표정에 불안해진 한 여성이 이마를 찌푸렸다.홍성에서 어둠의 세력들 중 가장 높은 권력을 가지고 있는 혈인당은 고수들도 많이 소유하고 있으니 혈인당의 사람을 부딪치기라도 하면 다들 고개를 숙이고 피해 다녀야만 했다.그러니 피도둑이 이토록 머리 아파 하는 모습은 극히 드문 일이다.피도둑은 그들에게 알려 주었다.
그 중년 여성도 같은 뜻이었다. "맞아요, 번번이 우리 일을 망치고 있으니 없애버리는 게 옳아요, 근데 오장로도 그 놈한테 실력으로 안 되니 어떡하면 좋아요.""당주님, 그 놈 제가 가서 죽여 버릴게요."교룡처럼 불룩하게 부풀어오른 팔뚝 근육과 키는 무려 이미터나 되는 대머리 남자가 일어서며 투박하게 말했다."칠급 종사인 사장로가 나서면 그 놈 해결할 수 있을거예요.'피도둑은 일어선 대머리 남자를 훑어보니 확실히 믿음이 가는 인물이었다.그러나 대머리 남자의 말에 재빨리 답하진 않고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허나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종사 실력이 되는 몇몇 고수들과 같이 가는 게 좋을 듯하네."대머리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싸움이 붙으면 사람이 많은게 좀 유리하긴 하죠, 여러 사람들의 공격도 신경 써야 하고 주의력이 분산될테니까요, 그럼 다섯명의 고수들을 데리고 강성으로 가도록 할게요, 저 용전은 이태호의 머리, 꼭 따올 테니 제 소식 기다리세요."그래, 이태호 그 자식은 너한테 맡길게, 모든 비용은 당파에서 부담할 거고 성공하게 되면 보상도 두둑할 걸세."마지막으로 피도둑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용전을 향해 말했다. "용전아, 우리는 홍성에서 너가 돌아오길 기다릴게."그 시각 저녁을 마친 이태호와 신수민은 용안의 별장으로 돌아왔다.샤워를 하고 나온 이태호는 생각을 하다 신수민의 방문으로 향했다.신수민을 문을 열자 앞에 서 있는 이태호를 보고 순간 심장이 떨렸다."뭐, 뭐야? 이 밤에 나한테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얼굴이 확 빨개진 신수민은 자리를 비켜 이태호를 방으로 안내했다.방에 들어선 이태호는 침대에 앉아 신수민에게 물었다. "자기야, 백지연의 행동에 질투하는 건 아니지?"그의 말에 마음이 따뜻해진 신수민은 돌아서서 방문을 닫고 이태호를 향해 걸어왔다. "아니야~ 당신의 와이프가 그리 속 좁은 여자인 줄 아나봐? 전에는 당신이 감옥에서 나와 빈둥빈둥 살 까 엄청 불안했었는데 쭉 지켜 보니까 아버지의 역할로 묵묵히 잘 해
"자기야, 그날은 내 잘못이 커, 다시 한 번 사과할게, 하현동을 쥐어 박고 다음 날 무사히 넘어가지 못할 거라는 걸 분명 알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랑 그렇게 되었으니 말이야, 당신이 임신할 줄은 더더욱 예상밖의 일이었고, 힘들게 해서 내가 너무 너무 미안해."이태호는 신수민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내가 천천히 보상해 나갈게, 나만 믿어."신수민은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감옥에서 나오고 얼마 안 됐을 때는 여전히 미웠었어, 근데 오래 같이 지내다 보니까 당신이 생각보다 너무 괜찮은 사람인 거 같아, 정희주랑 하현우도 별 좋은 사람들은 아니니까, 모든 게 다 하늘이 맺어준 인연인 듯 싶어."생각에 잠겨 있던 이태호는 신수민에게 물었다. "그럼 아직도 내가 미워?"신수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당신은 좋은 아빠에 좋은 남편인데 미울리가, 게다가 능력도 특출나고, 요즘 당신이 내가 전에 생각했던 그런 나쁜 놈이 아니라는 것도 내 두 눈으로 확인했으니 이젠 많이 안심돼."그러곤 곧장 말을 이었다. "다만 한 가지 의문은 있어, 날 사랑하긴 하는 거야? 혹시 죄책감으로 나한테 잘해주는 건 아니고? 그냥 미안해서 보상하려고 잘해 주는 건 바라지 않거든."그의 말을 듣고 이태호는 신수민의 콧등을 손가락으로 터치하며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 보았다. "우리 마누라도 참,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데, 얼굴도 예쁘지 마음씨도 착하지, 거기다 상냥하기까지 한 데, 그런 여자한테 안 홀릴 남자가 있으려나? 감옥에 있는 동안 우리 부모님들도 잘 챙겨 주고 이렇게 예쁜 딸도 낳아 줬으니 이젠 당신이 곁에 없으면 안 될 정도로 너무 사랑하고도 남지.""아니, 내 말은 나를 바라볼때 심장이 두근두근하냔 말이야?"눈썹을 찡그리던 신수민은 약간 애교섞인 어조로 말하며 몸을 비틀고 있었다.이태호는 그녀의 손을 꽉 쥐었다. "그럼, 지금도 두근두근대서 미칠 것 같은데, 만약 이렇게 예쁜 미녀를 품에 안고 잠 들면 심장이 터질 수도 있지 않을 까?""너
제1봉의 종문 대전 내에서 선우정혁이 공법 전적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주변에서 울려 퍼진 살기등등한 노호가 들려왔다.그는 의식적으로 종문에 무슨 일이 일어난 줄 알고 다급히 신식을 방출하였다.결국 누군가 종문의 절반 넘은 천지의 영기를 강제적으로 빨아간 것을 알아챘다.멀찌감치 떨어진 요광섬의 상공에 나타난 거대한 소용돌이를 보자 분명 또 이태호가 한 짓이었다.이 광경을 본 선우정혁은 저도 모르게 웃으면서 한마디 하였다.“이 녀석도 참, 수련할 때도 요란하게 하네.”이 사실을 알았으니 그냥 모른 척하고 지나칠 수 없었다. 그는 하늘을 향해 손을 내밀자 수많은 천지의 영기가 만 리 떨어진 먼 곳에서 태일종으로 몰려와서 이태호에게 빨려간 부분을 채우기 시작했다.순식간에 온 태일종에서 영기로 된 비가 보슬보슬 내리기 시작했다.잠시 후에 선우정혁은 빨려간 부분을 다시 채워놓았다.그러고 나서 그는 다시 고개를 들어 멀리 떨어진 요광섬을 바라보았다. 그의 예리한 눈빛은 허공을 꿰뚫는 듯 영기의 소용돌이 아래에 있는 이태호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선우정혁은 이내 대견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턱수염을 어루만지며 웃었다.“역시 신체야. 지난번에 돌파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돌파하다니.”여기까지 말한 선우정혁은 자기가 한 가장 정확한 일이 바로 성호에서 이태호를 태일종의 제자로 받아들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이태호가 보잘것없는 존황 경지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았다.선우정혁이 성왕급 대능력자라고 할지라도 이태호에 대해 탄복하였다.그가 성왕급 수사로 될 수 있는 건 천부적 자질이 훌륭하고 신체에 견줄만한 재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존황 경지에서 성자 경지로 돌파하는 데 10여 년의 시간이 걸렸다. 절대로 이태호처럼 식은 죽 먹기로 경지를 돌파하지 못했다.선우정혁은 힐끔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고 중얼거렸다.“3급 성자 경지라면 태일종 내에서 내문 장로로 될 수 있고 천남의 젊은 세대에서 일인자야. 중주에서도 명성이 자자
이태호는 원신이 천지와 연결되어 있을 때 머릿속에 나타난 세밀한 도운과 규칙을 느끼면서 다시 계산해 보니 성공 전장이 열릴 날이 5~6일밖에 안 남았다.지금 그는 내공을 완성한 2급 성자 경지이고 3급의 문턱에 이르렀다.아직 3급 경지로 돌파하는 계기를 느끼지 못했지만 며칠 동안 청련 신통을 수련하면서 체내의 영화는 끊임없이 육신과 법력을 제련하였다.짧은 20~30일의 기간에 쌓은 내공은 이태호가 예전에 두세 달 동안 수련한 것과 맞먹었다. 체내의 영화는 끊임없이 영력을 연마해서 기초가 든든하게 하였고 원기가 충만하게 하였으며 계기를 기다릴 필요 없이 단약만 복용해도 돌파를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이태호는 지금 2급 성자 경지의 내공이 조금 약하다고 생각했다. 성공 전장의 위험 수준이 너무 높으므로 실력을 조금이라도 늘리면 자기가 살아남을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바로 사물 반지에서 지난번에 정제한 태을영단을 꺼냈다.이 단약은 성자급 수사를 도와서 천지의 힘을 제련할 수 있는데 약효가 아주 좋아서 전에 이태호가 두 알을 먹은 후 바로 2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그가 7급 연단사로 진급한 후 정제한 단약은 모두 자기가 먹었다. 신수민과 대장로 등은 아직 5~6급 존황 경지에 불과했기 때문에 먹을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아직 적지 않은 태을영단이 남아있었다.이태호는 정신을 가다듬고 잡다한 생각을 버리고 공법을 묵묵히 운행하기 시작하면서 태을영단을 입에 넣었다.단약이 입에 들어가자마자 순수한 약력이 그의 사지와 혈자리로 퍼졌다.태일보서 공법을 운행하면서 수많은 천지의 영기가 태일종의 사면팔방에서 요광섬으로 밀려들어 왔으며 순식간에 큰 산만한 소용돌이를 형성하였다.수많은 천지의 영기가 이태호의 몸에 들어간 후 순수한 천지의 힘으로 단련되었고 원신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그러나 이태호는 짧은 시간 내에 단약의 약효를 모두 흡수하였고 내공이 조금 높아졌지만 아직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하기에 부족하였다.수련 상태에서 깨어난
연공방에서 이태호는 단전 속의 삼색 연꽃을 바라보면서 거기서 발산한 파멸의 기운을 느꼈고 마음은 기쁨과 흥분으로 가득 찼다.청련 신통을 소성의 경지로 수련함으로써 위력도 한 단계 더 높아졌다.지금 비장의 무기가 하나 더 추가되어 이태호는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곧 열릴 성공 전장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예전에 종문의 전적이나 몇몇 장로를 통해 성공 전장의 잔혹함에 대해 들었다.창란 13주에서 천남, 서역, 동황 등은 인간들의 집거지이고 만리빙원 등 극한 지대에도 생명체가 존재하였다.그러나 유독 성공 전장은 천하의 금지 구역이라고 불리며 살아있는 인간은 없고 생명체는 모두 멸종되었다.이곳은 옛날 상고 시대의 진선이 대전을 진행하고 나서 형성된 폐허 유적지로 수많은 깨진 규칙 조각과 허공 난류가 들어있다.성자급 수사라도 자칫하면 끝없는 허공에 빨려 들어갈 수 있었다.물론 위험은 흔히 기연과 병존한다. 성공 전장은 생명의 금지 구역으로 지정되었지만 안에는 상상할 수 없는 절세의 보물들도 있다.게다가 신선으로 되는 비밀이 들어있다는 소문도 있다.수만 년 전부터 신선으로 되는 길이 점점 모호해졌고 신선으로 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졌으며 수많은 성황급 수사는 필사적으로 족쇄를 끊고 비승하려고 하였다.그래서 각 세력은 각자의 제자들을 파견해서 성공 전장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서 신선으로 되는 비밀을 찾도록 하였다. 적어도 일부 절세의 보물을 찾아서 수명을 연장하려고 하였다.그래서 최근 몇 년 동안 성공 전장에서 싸움이 더욱 치열해졌고 잔인해졌다.전에 이태호는 2급 성자 경지의 내공을 가지고 있어서 천남 지역의 젊은 세대들을 제압할 수 있지만 진정한 성지의 천교들에 비하면 여전히 뒤떨어져 있었다.중주 성지의 성자, 동황 상고 세가의 신자, 북해 만족 황금혈맥(黃金血脈)의 소주, 대리황조의 황자, 서역 뇌음사(雷音寺)의 불자, 뇌택의 땅의 요족(妖族) 소주 등은 모두 천교 중의 천교라고 할 수 있다. 절대로 천남과 같은 작은 곳의 천재가 비교할 수 있
선우정혁이 손을 들고 금제 진법을 향해 한 줄기의 현광을 내뿜었다. 금제가 풀리자 그는 극빙염을 꺼내서 이태호의 앞에 내밀었다.물빛 화염이 허공에서 일렁이는 물결과 같은 파동을 일으킨 것을 보고 선우정혁은 이영화의 유래를 천천히 설명하였다.“이 극빙염은 2천여 년 전에 우리 태일종의 한 장로가 북해에서 유력할 때 우연히 얻은 것인데 종문 내에 불속성의 공법과 신통을 수련한 자가 없어서 계속 보물 창고에 보관되었어.”태일종의 제자들은 주로 수련한 태일보서는 가장 중정평화(中正平和)한 특성이 있으며 천품 무기 신통들도 위력이 대단한 대현황경금 검기와 같은 것들이었다.그래서 불속성 공법을 수련한 제자가 없는 상황에 이 극빙염은 계속 보물 창고에 둘 수밖에 없었다.이번에 선우정혁이 이태호가 천지의 영화를 찾고 이화 성왕의 불속성 신통을 수련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이 극빙염은 아마 계속 보물 창고에 있을 것이다.눈앞에 있는 극빙염을 보자 이태호는 사양하지 않고 손을 휘젓자 수많은 천지의 영기를 뿜어내면서 지극히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영화를 손에 넣었다.극빙염이 손에 들어오자마자 이태호는 주변의 영기가 타오르는 것을 느꼈고 이윽고 극한의 추위가 덮쳐오면서 그가 영화를 들고 있는 손이 순식간에 시퍼렇게 얼어버렸고 체내의 영기마저 약간 정체된 것 같았다.그래서 이태호는 두말없이 몸에서 2급 성자 경지의 기운을 발산해서 단번에 극빙염을 진압하였다.그는 주변의 영력이 모조리 태워버릴까 봐 재빨리 천지의 힘으로 극빙염을 감싸서 단전 내에 집어넣었다.이태호가 극빙염을 제압한 것을 본 선우정혁은 여유롭게 턱밑에 자란 희끗희끗한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됐네. 물건을 모두 너에게 줬으니 빨리 돌아가서 흡수해서 단련해. 네가 극빙염과 융합한 후 성공 전장에서 빛을 발하고 우리 태일종의 이름을 날렸으면 좋겠어.”그는 이태호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이에 이태호는 곧바로 포권을 취하고 공손히 말하였다.“종주님, 감사합니다. 지금 당장 돌아가서 극빙염
이태호가 넋을 놓고 보고 있을 때 옆에 있는 선우정혁이 움직였다.그는 손을 내밀고 푸른색 방패를 향해 손가락을 오므리자 방패가 날아왔다.방패를 잡은 선우정혁은 이태호에게 소개하기 시작했다.“이 청광순(靑光盾)은 유성선금(流星仙金)에 후토정기(厚土精氣), 그리고 여러 가지 정금(精金)을 혼합해서 만들었어. 상급 영보에 속하고 방어력이 좋은 편이야.”이에 이태호는 손을 내밀어서 청광순을 받고 신식으로 천천히 훑어보니 확실히 선우정혁의 말대로 뛰어난 품질을 갖고 있었다.실제로 방어형 영보는 공격형 영보처럼 보편적이지 않았다.일반적으로 방어형 영보를 정제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공격형 영보에 비해 훨씬 비싸고 수량도 매우 적었다.“좋네요.”청광순을 자세히 살펴본 후 이태호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이를 본 선우정혁은 웃으면서 말했다.“이건 상급 영보에 불과하지만 천지의 힘을 주입한 후 형성한 후토 방어막은 9급 성자 경지의 수사라도 당장 뚫기 어려울 거야.”“종주님의 깊은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보답할 길은 없지만 이번 성공 전장에서 꼭 태일종의 체면을 세워주겠습니다!”이태호는 기쁜 마음으로 청광순을 사물 반지에 넣자 선우정혁은 눈을 부라리면서 호통을 쳤다.“이 영보를 가져가려면 7급 파경단을 두 번 정제해야 할 것이야.”“...”이에 이태호는 기가 막혀서 할 말을 잃었다.선우정혁이 눈을 부릅뜨고 말하는 것을 보자 이태호는 어이없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종주님이 생각보다 쪼잔하시네요. 저는 공짜로 주신 줄 알았어요.”이 말을 들은 선우정혁은 얼굴을 실룩거리다가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는 이태호를 노려보고 말했다.“상급 영보가 흔한 줄 알아? 네가 종문의 천교 제자이고 방어 영보가 박살 나지 않았다면 네 요구를 들어줄 것 같아?”종문은 자선당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 제자의 영보가 망가졌더라도 새것으로 바꾸려면 동등한 가치의 영석(靈石)이나 보물을 내놓아야 했다.이번에 이태호가 곧 성공 전장에 들어간다길래 할 수 없이
반대로 이태호가 말썽을 잘 일으켜서 골치가 아팠다.이제 입문한 지 1년밖에 안 되었는데 그는 동문의 기성우를 비롯한 여러 명의 천교를 격살했다. 선우정혁이 강력하게 지지하지 않았다면 이태호는 벌써 몇 번이나 죽었을 것이다.화를 잠시 멈추고 선우정혁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종문의 보물 창고에 확실히 상급 방어 영보가 하나 있어. 하지만 종문에서 공짜로 못 주지.”그는 말을 잠시 멈추고 잠깐 망설인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넌 단당 장로로서 강의를 한 번만 했고 연단 임무를 한 건도 완성하지 않았어. 이번에 반드시 7급 파경단을 많이 만들어서 교환해야 할 것이야.”이에 이태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7급 파경단을 정제하는 것이 조금 어렵지만 지금의 그에게는 까다로운 요구가 아니었다. 방어 영보와 교환할 수만 있다면 된다.그래서 이태호는 흔쾌히 받아들였다.“좋아요. 저에게 이틀만 주시면 7급 파경단을 정제해 드리겠습니다.”중급 7급 연단사로 진급한 후 그의 단도 경지가 많이 높아져서 중급 7급 단약의 성공률이 7할 이상으로 되었다.7급 파경단은 중급 7급 단약이지만 얼마 전에 이태호가 한번 정제한 경험이 있었다.이태호가 두말없이 받아들이자 선우정혁은 찻잔을 천천히 내려놓고 일어섰다.“그럼 날 따라서 종문의 보물 창고에 가자.”말을 마친 선우정혁은 이태호를 휙 훑어보고 말했다.“마침 종문의 보물 창고에 한 송이의 극빙염(極氷焰)이 있어.”극빙염?이태호는 한순간에 멍해졌다.극빙염은 영화 랭킹에서도 18위를 차지한 천지 영화로서 북해(北海)의 깊숙한 곳에서 자라며 지극히 차가우면서도 지극히 뜨거운 특성을 갖고 있다.지극히 차가울 때는 원신을 동결할 수 있고 내공을 녹아버릴 수 있으며 수명의 유실을 멈추고 시간의 흐름을 피할 수 있었다.그러나 지극히 뜨거울 때는 원신을 불태울 수 있다. 용천혈 아래서 타오르기 시작해서 니환궁까지 침투하여 오장육부가 재로 되고 사지가 모두 부패하게 할 수 있었다. 극빙염은 서열이 구유이화보다 높은
이태호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맞아요!”그는 태일종의 종주 선우정혁에게 숨기지 않고 스스럼없이 말했다.아니나 다를까 선우정혁은 이태호가 신통을 수련해서 이상 현상을 일으킨 것을 알게 된 후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넌 정말 운이 좋군. 이화 성왕의 무기(武技)를 성공적으로 수련했다니.”감개무량한 선우정혁은 이제야 비로소 눈앞의 이태호가 얼마나 대단한 괴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이화 성왕의 청련 신통은 하늘을 가득 채울 수 있는 불길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것은 과거에 천남을 뒤흔든 무기로서 천품 무기 중에서도 최상급 존재였다.만 년 전에 이화 성왕이 성황 경지로 돌파할 때 실패하고 좌화한 후로부터 수많은 수사가 기대를 가득 품고 이 공법을 찾으려고 애썼다.당시 성왕급 수사도 청련 신통이 탐내서 찾아다녔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무도 이화 성왕이 좌화한 동부의 입구를 찾지 못했다.얼마 전에 창망산맥에서 이상 현상이 나타나면서 성왕의 유적지가 마침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났다.이 유적지에서 이태호가 공법을 전승받은 후 지금까지 몇 달밖에 안 되었다.며칠 전에 이태호가 종문의 미션궁에서 천지의 영화를 찾는다는 소식을 발표한 사실도 선우정혁은 알고 있었다. 지금 보니 그때가 바로 이태호가 청련 신통을 수련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선우정혁의 칭찬을 들은 이태호는 수줍게 웃으면서 대전에 안내하였고 시녀에게 따뜻한 차를 올리라고 하였다.반듯하게 의자에 앉은 이태호는 따뜻한 차 한 모금을 마신 후 말했다.“종주님께서 무슨 일로 요광섬에 오셨나요?”이에 선우정혁은 수염을 어루만지면서 말했다.“우리 이태호 천교가 하루가 멀다 하고 이상 현상을 일으켜서 어떻게 된 일인지 보러 왔지.”선우정혁의 말에 이태호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선우정혁이 무슨 요건이 있어서 찾아온 줄 알았는데 이상 현상 때문에 올 줄이야.그는 웃으면서 말머리를 돌려서 10일 후에 열릴 성공 전장을 언급했다.“종주님, 성공 전장이 곧 시작하는데 제가 조씨 가문과 깊은
“후~ 이것이 바로 청련 신통인가?”이태호는 채색 청련을 바라보면서 탁한 기운을 길게 내뱉었다.그는 4급 성자 경지의 수사일지라도 청련 신통의 일격을 맞으면 중상을 입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지금 다시 조광학, 조해룡 등과 마주하게 된다면 혼돈 검영을 사용할 필요 없이 청련 한 송이만 던지면 그들을 재로 태워버릴 수 있다.이태호는 흥분한 심정을 가라앉히고 나서 입을 벌리자 채색 청련이 순식간에 작아져서 그의 입으로 날아들어 단전 내로 돌아왔다.그러고 나서 이태호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두 가지 영화만 융합했는데 4급 성자 경지의 수사를 다칠 수 있는 수준이니 세 번째 영화와 융합하면 위력이 더 대단하겠지? 그때 가서 5급 성자 경지의 수사라도 무서워할 필요가 없을 거야!’그는 벌떡 방석에서 일어나서 손가락을 짚으면서 성공 전장이 열릴 시간을 계산하였다.“아쉽지만 성공 전장이 열릴 시간이 며칠밖에 안 남아서 세 번째 영화를 찾을 겨를이 없네.”며칠의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갈 수 있기에 새로운 영화를 찾기엔 부족했다.게다가 천지의 영화는 수량이 적고 형성한 조건도 까다로워서 창란 세계에서 보기 드문 영물이었다.과거에 천남을 주름잡던 이화 성왕 같은 성왕급 대능력자도 겨우 네다섯 가지 영화만 융합하였고 청련 신통을 대성의 경지까지 수련하지 못했다.그러나 이태호는 자기에게 충분한 시간을 준다면 청련 신통을 천지를 파멸시킬 수 있는 대성 경지까지 수련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그는 이미 두 가지 영화를 융합하였기에 이제부터 다른 영화를 천천히 찾으면 된다.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이태호는 문을 열고 정원으로 나왔다.그가 나오자마자 신수민, 대장로 등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요광섬에 있는 이들은 당연히 방금 나타난 이상 현상을 보았다.이태호가 폐관해서 청련 신통을 수련하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었다. 이상 현상이 나타난 것은 그가 성공적으로 청련 신통을 수련했고 실력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대장로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말했다.“태호
이와 동시에 제1봉, 제2봉, 제3봉에서...지금 아홉 봉우리의 대전 내에서 9대 봉주들은 연달아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고 하늘에 나타난 이상 현상을 바라보았다.제7봉의 맹동석은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경탄을 금치 못했다.“설마 이 도우가 또 돌파한 건가?”지난번에 요광섬에서 천지의 이상 현상이 나타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지금 또 나타나서 맹동석은 이태호가 천도(天道)의 아들이 아닌가는 의심까지 들었다.제6봉의 윤하영은 눈이 휘둥그레졌고 아름다운 얼굴에 놀라운 기색이 역력했다.“정말 괴물 같은 녀석이야. 어떻게 하루가 멀다 하고 이상 현상을 일으킬 수 있지?”사실 윤하영은 이태호가 상고 시대의 진선(眞仙)이 인간계로 내려와서 환생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이태호가 입문한 지 1년밖에 안 되었는데 이미 네다섯 번의 이상 현상을 불러일으켰으니까.이태호가 신체(神體)를 각성했지만 신체가 돌파했다고 하더라도 지금 눈앞에 펼쳐진 천리까지 뒤덮을 수 있는 이상 현상을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역시 잘난 사람과 비교하면 화가 날 수밖에 없다.윤하영은 과거에 자기가 돌파할 때 나타난 상황을 돌이켜 보니, 성자 경지로 돌파할 때 천둥번개를 일으킨 것 외에 모두 정상이었다.이태호처럼 자주 하늘을 가득 찬 이상 현상을 일으킨 적이 없었다.충격을 받은 9대 봉주들은 정신을 차린 후 모두 씁쓸한 웃음을 지으면서 부러운 눈빛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한편으로 제1봉의 대전 내에서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는 선우정혁은 눈을 꼭 감고 있었고 그의 주변에 있는 공간이 어렴풋이 뒤틀어져 있었으며 그의 청색 장포는 광풍에 휩쓸 듯 팽팽하게 펄럭거렸다.두 갈래의 하얀 안개가 선우정혁의 앞에서 소용돌이치면서 허공의 틈새에서 드러난 지수풍화(地水風火) 등 원소를 삼키고 토해내면서 신기한 광경을 이루었다.그는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고개를 들었다. 그의 칠흑 같은 눈동자는 허공을 꿰뚫어 볼 수 있듯이 만리나 높은 고공에서 발생한 자주색 기운의 이상 현상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