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년 여성도 같은 뜻이었다. "맞아요, 번번이 우리 일을 망치고 있으니 없애버리는 게 옳아요, 근데 오장로도 그 놈한테 실력으로 안 되니 어떡하면 좋아요.""당주님, 그 놈 제가 가서 죽여 버릴게요."교룡처럼 불룩하게 부풀어오른 팔뚝 근육과 키는 무려 이미터나 되는 대머리 남자가 일어서며 투박하게 말했다."칠급 종사인 사장로가 나서면 그 놈 해결할 수 있을거예요.'피도둑은 일어선 대머리 남자를 훑어보니 확실히 믿음이 가는 인물이었다.그러나 대머리 남자의 말에 재빨리 답하진 않고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허나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종사 실력이 되는 몇몇 고수들과 같이 가는 게 좋을 듯하네."대머리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싸움이 붙으면 사람이 많은게 좀 유리하긴 하죠, 여러 사람들의 공격도 신경 써야 하고 주의력이 분산될테니까요, 그럼 다섯명의 고수들을 데리고 강성으로 가도록 할게요, 저 용전은 이태호의 머리, 꼭 따올 테니 제 소식 기다리세요."그래, 이태호 그 자식은 너한테 맡길게, 모든 비용은 당파에서 부담할 거고 성공하게 되면 보상도 두둑할 걸세."마지막으로 피도둑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용전을 향해 말했다. "용전아, 우리는 홍성에서 너가 돌아오길 기다릴게."그 시각 저녁을 마친 이태호와 신수민은 용안의 별장으로 돌아왔다.샤워를 하고 나온 이태호는 생각을 하다 신수민의 방문으로 향했다.신수민을 문을 열자 앞에 서 있는 이태호를 보고 순간 심장이 떨렸다."뭐, 뭐야? 이 밤에 나한테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얼굴이 확 빨개진 신수민은 자리를 비켜 이태호를 방으로 안내했다.방에 들어선 이태호는 침대에 앉아 신수민에게 물었다. "자기야, 백지연의 행동에 질투하는 건 아니지?"그의 말에 마음이 따뜻해진 신수민은 돌아서서 방문을 닫고 이태호를 향해 걸어왔다. "아니야~ 당신의 와이프가 그리 속 좁은 여자인 줄 아나봐? 전에는 당신이 감옥에서 나와 빈둥빈둥 살 까 엄청 불안했었는데 쭉 지켜 보니까 아버지의 역할로 묵묵히 잘 해
"자기야, 그날은 내 잘못이 커, 다시 한 번 사과할게, 하현동을 쥐어 박고 다음 날 무사히 넘어가지 못할 거라는 걸 분명 알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랑 그렇게 되었으니 말이야, 당신이 임신할 줄은 더더욱 예상밖의 일이었고, 힘들게 해서 내가 너무 너무 미안해."이태호는 신수민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내가 천천히 보상해 나갈게, 나만 믿어."신수민은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감옥에서 나오고 얼마 안 됐을 때는 여전히 미웠었어, 근데 오래 같이 지내다 보니까 당신이 생각보다 너무 괜찮은 사람인 거 같아, 정희주랑 하현우도 별 좋은 사람들은 아니니까, 모든 게 다 하늘이 맺어준 인연인 듯 싶어."생각에 잠겨 있던 이태호는 신수민에게 물었다. "그럼 아직도 내가 미워?"신수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당신은 좋은 아빠에 좋은 남편인데 미울리가, 게다가 능력도 특출나고, 요즘 당신이 내가 전에 생각했던 그런 나쁜 놈이 아니라는 것도 내 두 눈으로 확인했으니 이젠 많이 안심돼."그러곤 곧장 말을 이었다. "다만 한 가지 의문은 있어, 날 사랑하긴 하는 거야? 혹시 죄책감으로 나한테 잘해주는 건 아니고? 그냥 미안해서 보상하려고 잘해 주는 건 바라지 않거든."그의 말을 듣고 이태호는 신수민의 콧등을 손가락으로 터치하며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 보았다. "우리 마누라도 참,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데, 얼굴도 예쁘지 마음씨도 착하지, 거기다 상냥하기까지 한 데, 그런 여자한테 안 홀릴 남자가 있으려나? 감옥에 있는 동안 우리 부모님들도 잘 챙겨 주고 이렇게 예쁜 딸도 낳아 줬으니 이젠 당신이 곁에 없으면 안 될 정도로 너무 사랑하고도 남지.""아니, 내 말은 나를 바라볼때 심장이 두근두근하냔 말이야?"눈썹을 찡그리던 신수민은 약간 애교섞인 어조로 말하며 몸을 비틀고 있었다.이태호는 그녀의 손을 꽉 쥐었다. "그럼, 지금도 두근두근대서 미칠 것 같은데, 만약 이렇게 예쁜 미녀를 품에 안고 잠 들면 심장이 터질 수도 있지 않을 까?""너
"으이구, 너무 늦었어, 얼른 가서 자기나 하셔."신수민은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이태호에게 말했다. "지금은 너가 정말 정말 좋아, 오늘 그 킬러들이 너를 죽이려고 덥칠 때 혹여 잘못되기라도 해서 영원히 널 잃을까 봐 마음을 조이고 있었단 말이야."그녀의 말에 더욱 흐뭇해진 이태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물었다. "그럼 오늘 내 방말고 그냥 여기에서 같이 자도 돼?"신수민은 이태호를 흘기며 답했다. "쳇, 설마 내가 좋아한다고 하니까 벌써 나랑 잘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이태호는 곧바로 쑥스럽다는 듯이 답했다. "아니야~ 그런 거, 내가 늑대도 아니고 그런 생각을 할 리가 없잖아~""흥, 늑댄지 아닌지 내가 어떻게 알아? 남자의 내뱉는 말은 믿으면 안 된다고 했거든,"신수민은 콧방귀를 뀌고 이태호가 잡고 있던 손을 빼냈다.이태호는 그녀가 틈을 주지 않자 실망이 역력한 표정을 하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 "아휴, 이렇게 아름다운 와이프를 품에 안고 잠에 들지도 못하니 인생의 실패일세, 오늘도 혼자 독방을 써야 하는 구만,"그런 이태호를 보며 신수민은 득의양양해졌다. "그러니까 앞으로 잘 해, 언젠가 기분이 좋아지면 너를 이 방에 남게 할 수도 있으니까."이태호는 몸을 돌려 말했다. "자기야, 신씨네 집안에 입정도 두 개나 얻어 주구, 차도 사고 집도 마련했는데 어떻게 더 잘해야 허락해 줄 거야? 이만하면 괜찮은 거 아닌가?"신수민은 고의가 섞인 어조로 말을 덧붙였다. "강성에서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 할 만한 성대한 결혼식을 해 주겠다고 약속했었잖아, 일단 그것부터 실현하고 나서 다음을 얘기해야지!"입으로는 별 거 아니라고 괜찮다더니 속으론 엄청 기대하고 있는 신수민을 보며 이태호는 머리를 한 방 맞은 것만 같았다. 결혼식도 안 한 그녀를 임산부로 만들고 많은 사람들의 멸시까지 받게 했으니 말이다.잠시 고민하다 이태호는 입을 열었다. "자기야, 딱 보름만 시간을 좀 줄래? 그 뒤에 내가 당신이랑 한 약속 무조건 지킬게, 요며칠 내가 급히 처리해
한 번 허락하면 다음에도 기회가 있으니 이태호는 마음속으로 기뻤다. 이 정도면 신수민이 자신을 받아 들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 말이다.게다가 이태호는 워낙 조신하고 좀 도도한 여신의 마음을 얻으려면 급하지 말고 천천히 다가가야 한 다는것도 잘 알고 있다.둘은 곧장 침대에 누웠다.몹시 긴장한 신수민은 일부러 몸을 돌려 이태호를 등지고 누웠다.그런 그녀를 보며 이태호가 입을 열었다. "자기야, 뒤에서 자기를 끌어 안아도 돼?""응."가볍게 응답을 한 신수민은 심장이 빨리 뛰고 있었다.곧이어 이태호는 손을 뻗치고 웅장한 가슴팍이 그녀의 등에 달라붙으며 허리를 꽉 끌어 안았다. 순간 머릿속에 온갖 상상을 하던 신수민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그렇게 시간이 흘러 둘은 꿈나라로 향했다.다음 날, 해가 밝고 세수와 양치질을 마친 은재는 신수민의 방문을 열었다."어? 아빠도 침대에 같이 누워 있네, 히히."반듯하게 누워 있는 이태호와 침대에 엎드려 한 손은 이태호의 가슴팍에, 한 다리는 이태호의 몸에 올려 있는 신수민을 바라 보며 신은재는 낄낄 웃고 있엇다.신은재의 목소리를 들은 후에야 잠에서 깬 신수민은 쑥스러워하며 물었다. "은재, 너 언제 일어난 거야? 양치는 했어?'"엄마도 참, 당연히 양치도 하고 세수도 다 했으니까 엄마 깨우러 온 거지."신은재는 히죽히죽 웃으며 답했다.대화 소리에 잠에서 깬 이태호도 은재를 확인하고 못내 부끄러워하며 미소를 지었다. "은재야, 다 씻었으면 얼른 내려가서 아침밥 먹어야지?""호호, 엄마가 아빠를 끌어 안고 잤대요, 엄마가 아빠를 끌어 안고 잤대요..."신은재 이 계집애고 소리를 지르며 아래층으로 신나게 뛰어 내려갔다."은재, 너 함부로 말하지마."딸아이를 귀띔해 주려고 했으나 벌써 깡충깡충 아랫층으로 내려간 딸아이에 신수민은 말문이 막혀 버렸다."아휴, 애가 아침에 방에 들어올줄 모르고 어제 문을 잠근 다는 걸 깜빡해 버렸어."신수민은 기지개를 펴며 한 숨을 내쉬었다.신수민이 입고 있는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이태호가 아랫층으로 내려오자 아침 식사를 마친 신은재는 정원에서 뛰어 놀고 있었다.은재의 함성소리에 아들이 내려 오는 걸 확인한 연초월과 이태식은 눈을 맞추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이천식이 이태호를 향해 입을 열었다. "태호야, 아빠가 과목 1을 통과 했어, 내일부터는 운전 학원에 가서 과목 2를 연습하면 돼, 다들 자동 변속으로 운전 면허를 따기 쉽다고 해서 아빠도 자동 변속으로 지원했거든, 면허증을 획득하고 나면 아빠가 집에 두고 있는 길리차를 운전해서 우리 가족 나들이나 하러 가자.""그럼 열심히 하셔야 겠네요, 자가운전으로 여행하려면 몸이 많이 지치거든요, 면허증 따고 어머니랑 바꿔 운전하면서 여행하는 것도 괜찮은 나들이겠네요."이태호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연초월도 흐뭇하게 웃으며 말햇다. "태호야, 너가 전에 얻어준 처방전 정말 효과가 있더라, 지금은 머리 뿌리부터 하얀 머리가 아닌 검은 머리로 나오고 있더라고, 이거 봐봐."이태호도 웃으며 답했다. "그럼요, 안심하고 처방전 몇 번 더 받아서 약재들을 뜨거운 물에 푹 담아서 머리를 감으면 머리 전체가 금방 검애질 거예요. 그때면 엄마 머리카락도 까맣고 숱도 맣고 게다가 부드럽게 흘러 내리기까지 하면 스무 살 젊은이이라고 해도 믿을 거예요."연초월은 눈으로 아들을 흘겼다. "마흔도 넘는 엄마한테 스무 살 여자애라니? 머릿결이 검정으로 변해 지는 것만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데, 그렇게 많은 건 바라지 않거든."이태호는 거실에서 걸어나오자 밖에 정원에서 대기중인 신민석을 보곤 심이 놀라웠다.아침 일곱시밖에 안 된 시각에 이렇게 찾아온 신민석이 아마도 본인을 따로 버려 두고 이태호가 몰래 제갈집에 갈 까 불안한 모양이다."미녀 아가씨, 나 신씨네 집안 도련님인데 우리 연락처 교환할까? 앞으로 여러 도시로 드라이브도 시켜 주고 재미 있는 데도 내가 많이 아는데."정원에서 가만히 기다릴 줄 알았던 신민석은 서소운과 이소아 등 미녀 경호원들에게 찝쩍거리며 바쁘게 움직이고
이태호는 그 녀석을 신경 쓰지 않고 담담하게 웃으면서 "생각지도 못했는데 신씨 도련님 일찍 일어나셨네요. 이렇게 적극적으로 약상자를 들어주나요?""물론이지. 나는 일을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야. 항상 미리 도착해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지 않게 하지."신민석은 자신만만해서 말했다."오, 그래요. 내가 방에 들어가서 약상자를 가져올게요!"이태호는 웃으면서 다시 걸어가는 척했다.집에 들어가자마자 그는 교활하게 웃었다. 그는 사물함에서 철로 만든 상자를 찾은 다음 크지 않아 보이는 철덩어리를 상자 안에 넣고 거기에다 약초 몇 개를 아무렇게나 넣었다.그 철덩어리는 커 보이지 않았지만 매우 무거웠다. 약상자를 통째로 들어 올리면 40~50근이나 됐다.이태호는 담담하게 웃었다. 상자의 무게가 그에게는 무겁지 않지만 신민석에게는 무겁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무심코 철제 상자를 들고 나온 뒤 신민석에게 건넸다. "자, 신씨 도련님, 약 상자를 들어주신다고 하셨으니 후회하지 마세요.""허허, 후회할 게 뭐 있나. 자네를 따라 제갈의 집에 가서 제갈 집안의 아가씨를 만날 수만 있다면야."신민석은 껄껄 웃으며 "어젯밤에도 네가 준 번호로 위챗을 추가했어. 헤헤!"라고 말했다."그리고요?"이태호는 웃으면서 물었다."그리고......아이고!"신민석이 상자를 들었는데 이렇게 무거울 줄 몰랐다. 그는 상자를 제대로 들지 못해 땅에 떨어뜨렸다."왜 그래요? 상자를 들 수도 없습니까? 그 안에는 귀한 약재들이 다 들어 있으니 조심해 주세요!"이태호는 냉담한 얼굴로 신민석을 꾸짖었다."아니, 이 상자는 크지 않은데 왜 그렇게 무거워?"신민석은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한번 상자를 들었으나 전혀 움직이지 않는 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큰 힘을 써서야 비로소 약상자를 조금 들어 올렸다. 그것도 힘을 너무 많이 써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무거워요? 하나도 안 무거운데요!"이태호는 일부러 담담한 표정으로 "허허, 평소에 운동을 안 하시는가 보군요.
"헤헤, 얘가 먼저 얘기했어!"신민석은 숨을 헐떡였지만 여전히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제갈 집안은 딸이 한 명 밖에 없으니 제갈용녀가 시집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그는 제갈 집안의 데릴사위가 되어도 좋으니, 앞으로 제갈 집안의 돈이 자기 꺼 가 되지 않겠냐? 라는 생각이 들었다.만약 자신이 제갈용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신씨 집안의 이런 산업은 들여다 보지도 않을 것이다. 제갈 집안과 비교하면 신씨 집안의 재산은 아무것도 아니다.만약 그가 제갈 집안의 데릴사위가 된다면, 왕사모님도 그의 비위를 맞춰줄 것이다. 그때가 되면 그는 고귀한 신분을 가진 사람이 되며 신수민은 그를 상대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신민석은 기분이 좋았다.이태호는 이 말을 듣고 "설마? 그녀가 먼저 말을 걸까요?"라고 말했다.신민석은 웃으면서 "그러게. 그녀는 내가 누구냐고 물었고 어떻게 자기 위챗을 알게 됐냐고?물었어."라고 말했다.이태호는 어이가 없었다. 이런 것 가지고 먼저 말을 걸었다고 하다니.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해서 물어보는 질문이었다."그리고요? 제가 드렸다고 했어요?"이태호는 잠깐 생각하고 나서 다시 물었다.신민석은 "그래 네가 줬다고 말했지. 그런데 그녀는 샤워하러 가겠다고 하더니 얘기를 그만하자고 했어."라고 말했다.이쯤 되자 신민석은 흥분된 태도로 이태호에게 물었다. "이태호, 그녀가 샤워하러 갔는데도 나에게 말을 해야 하다니, 이것은 뭘 암시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이태호는 어이가 없었다. 이 인간은 왜 이렇게 나르시시시즘에 빠졌을까. 이건 분명 제갈용녀가 그와 계속 얘기하고 싶지 않아서 예의상 아무 이유나 찾아서 대화를 끝낸 것일 뿐인데."왜 그렇게 생각하죠?"이태호는 의아한 표정으로 신민석을 바라보며 물었다.신민석은 "너 바보 아니냐? 딱 봐도 넌 여자의 마음을 모르는 거구나. 보통 여자들은 널 유혹하려고 할 때 일부러 샤워하러 간다고 해. 여자가 샤워하러 간다고 해야 너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차가 멈추자 신민석은 갑자기 수심에 찬 얼굴로 물었다."당연히 들고 들어가야죠. 이 경호원들이 우리를 알지도 못하는데, 우리를 그냥 들여보내 줄 것 같습니까?"이태호는 속으로 기뻤다. "서둘러요. 조수 노릇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죠. 상자를 들고 있을 때 너무 힘들어 보이지 마세요. 알겠어요?그렇지 않으면 제갈 집안의 아가씨가 당신을 보자마자 몸이 허약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그러면 당신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을 것입니다."이태호는 상대방이 물건을 들고 힘겹게 따라오는 것을 보고 재촉했다."너, 너 상자 안에 뭐 넣은 거야? 이건 너무 무거워. 약 상자 하나인데 왜 이렇게 무거워?"신민석은 뒤를 따라가며 원망하기 시작했다."허허, 별거 아니에요. 난 전혀 무겁지 않던데요!"이태호는 돌아서더니 어깨를 으쓱하고 신민석에게 이렇게 말했다.신민석의 입꼬리는 몇 번 경련을 일으켰다. 이건 너무 충격적이야."너희들은 뭐 하는 거야?"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문을 지키는 경호원 몇 명이 두 사람을 막았다.이태호는 웃으며 "이태호라고 합니다. 제갈 집안의 아가씨가 저를 불러서 제갈 집안의 할머니 병을 봐달라고 해서요. 아마 편두통일 거예요."이라고 말했다.그 중에 한 놈은 앞장서서 이태호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당신이 의사입니까? 내가 보기엔 왜 의사 같지 않지?"라고 물었다.이태호는 싱글벙글 웃으며 "당연히 안 닮았지요. 난 의사가 아니라 신의(神醫)니까요!"라고 말했다.그러자 남자는 "허허, 신의? 감히 자신을 이렇게 부르는 사람은 많지 않지요!당신은 의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습니까? 있으면 일단 꺼내봐요. 그렇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당신을 믿을 수 있겠어요!"이태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상대방을 향해 "자격증 없어요!"라고 말했다.말을 마친 그는 약상자를 바닥에 내려놓은 신민석을 돌아보고는 "봐 봐요. 이 분이 제 조수에요. 약상자를 들어주는 조수가 있는데 내가 신의가 아니면 뭐예요?"라고 말했다."의사 자격증도 없는데 신의라고요?"앞장 선 남자는 갑
이태호는 선우정혁의 말을 듣고 얼굴에 희색이 넘쳐흘렀다.옥부는 7급 성자급 수사의 전력 공격을 방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공 전장의 지도가 들어있다니!이는 그가 성공 전장을 탐색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종주님의 깊은 사랑에 감사드립니다!]이태호는 선우정혁에게 신식으로 전음한 후 사양하지 않고 옥부를 잘 보관하였다.그러고 나서 그는 허공을 딛고 성공 전장의 통로 안으로 날아갔다.그가 방금 통로에 들어가자 주변에 팽배한 힘이 넘쳐흐르는 것을 느꼈는데 천지의 규칙처럼 저항하기 어려웠다.이런 힘에 이끌어 그는 끊임없이 위로 날아올랐다. 위로 올라갈수록 그는 발밑에 있는 산맥이 점점 작아졌고 마지막에 까만 점으로 작아진 것을 느꼈다.까만 점의 주변에 용이 엎드리고 있는 듯한 산맥을 보면서 이태호는 이 산맥들이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다음 순간, 그는 알아챘다.“이것은 창망산맥이고 그것은 백수산맥이야!”이태호는 올라갈수록 발밑의 산맥이 점점 작아진 것을 보았고 그의 시야에 물빛 바다의 연선이 나타났다.이 광경을 본 이태호는 놀라워했다.“이... 이것이 바로 천남의 전경인가?”그는 지금 올라온 높이에 따라 천남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느꼈다.찬란한 별빛과 달빛에 이끌어 이태호는 광활한 성공 전장을 향해 날아갔다. 그는 드디어 천남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을 보게 되었다.“그쪽이 대리(大離)인가?”이태호는 눈썹을 찌푸렸다. 백수산맥의 왼쪽 하단에 있고 천남과 인접한 곳에서 천남 지역과 면적이 비슷한 지역을 발견했다.그곳에는 짙은 황도(皇道)의 기가 있고 구름 사이로 금룡이 날아오르고 있었다.창란 세계에서 대리는 인족 황조(皇朝)가 있고 경내의 대리 황실의 실력은 성지 못지않으며 수만 년 동안 전승되었다고 한다. 이태호는 계속해서 천남에서 백수산맥의 밖으로 가로지르는 지역을 바라보았다. 그곳의 중앙에 거대한 영토가 있는데 천남보다 몇 배나 컸다.‘여기가 중주일 거야...’이태호는 묵묵히 생각하면서 마음이 설렜다.그는 만
소기철은 방금 1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풍민국 보다는 이태호와 육성훈 두 사람이 더 신경이 쓰였다.묘음문의 채유정과 남궁월은 풍민국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오히려 3급 성자 경지의 육성훈이 아주 열정적으로 방금 도착한 풍민국을 맞이했다.그는 허허 웃으면서 말했다.“풍 도우, 어서 이쪽으로 오게.”풍민국은 현장에 있는 다른 천교들은 자기를 안중에 두지 않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아첨하는 얼굴로 육성훈에게 말했다.“성훈 형님, 성공 전장에서 잘 부탁드릴게요.” 이에 육성훈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허허. 걱정하지 말게. 다만 중요한 일을 잊지 않으면 되네.”육성훈은 이렇게 말하면서 저도 모르게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은 이태호를 힐끔 바라보았다.그의 눈에 은근히 차가운 살기가 숨어있었다.풍민국은 육성훈의 말을 듣자 정신이 번쩍 들었고 숨을 들이마시면서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이번에 신소문 덕분에 자기가 일찍이 성자 경지로 돌파할 수 있었고 성공 전장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신소문이 그를 도와주는 조건은 아주 간단했다. 성공 전장에서 육성훈을 도와 이태호를 제거하면 되었다.창망산맥의 이화 성왕 유적지에서 이태호의 기세등등한 모습을 떠올리자 풍민국은 몸이 움찔했다.그는 이번 이태호와의 대결은 목숨이 달려 있고 자기는 이미 신소문와 같은 배에 올라탔고 배에서 내려올 수 없었다.일단 신소문에게 해를 끼치면 가장 먼저 죽은 자가 바로 자신일 수 있었다.여기까지 생각한 풍민국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초조하고 불안했지만 묵묵히 육성훈의 옆에 서서 성공 전장의 통로가 완전히 안정적으로 열릴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잠시 후, 높은 하늘에서 허공 통로가 갑자기 눈부신 별빛을 발산하였다.허공에 생긴 소용돌이가 점점 커지면서 일장이나 높은 허공 통로가 완전히 안정적으로 열리게 되었다.통로에서 발산한 밝은 빛을 통해 이태호는 옛날의 별하늘을 보는 것 같았다.별하늘의 별들이 반짝이면서 찬
이윽고 하늘에서 갑자기 산산조각으로 깨진 허공 통로가 나타났다.곧이어 청색 장포를 입고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풍민국을 데리고 나타났다.허공의 틈새 내에서 이 노인은 주변에 있는 각 대종문의 성왕들을 눈여겨본 후 웃으면서 말했다.“여러분, 우리 풍씨 가문이 늦었소?”이 노인이 바로 풍씨 가문의 가주 풍석천이었다. 그는 말하면서 풍민국을 데리고 허공 통로를 나와서 현장에 이르렀다.풍석천은 눈앞에 있는 4대 종문의 성왕급 수사를 보자 조금 두려워했다. 이번에 풍씨 가문은 육무겸의 도움을 받고 성공 전장에 올 수 있었다.지난번에 육무겸이 조정운과 논의한 후 이번 성공 전장에서 이태호를 제거하기로 결정했다.하지만 조씨 가문은 조광학이 죽어서 성공 전장으로 보낼 수 있는 적합한 제자가 없었다.그래서 육무겸은 어쩔 수 없이 천교 풍민국을 가진 풍씨 가문을 끌어들이기로 하였다.풍민국의 내공이 높지 않지만 그래도 성공 전장에 들어가면 육성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논의한 결과, 육무겸은 7급 파경단 두 알을 풍씨 가문에게 주고 풍민국이 성자 경지로 돌파할 수 있게 하였다.풍석천을 보자 육무겸은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허허, 풍 가주, 마침 잘 왔네.”육무겸의 기쁜 표정을 보자 풍석천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풍민국은 원래 성자 경지를 돌파하지 못해서 성공 전장에 들어가기 어려웠다. 육무겸이 7급 파경단을 주지 않았더라면 풍민국은 언제 성자 경지로 돌파할 수 있을지도 몰랐을 것이다.바로 이러한 이유로 풍씨 가문은 육무겸 편에 서기로 결심한 것이었다.육무겸이 먼저 인사를 건네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청허파의 문주 맹호식도 풍석천에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인사하였다.맹호식은 싱긋 웃으며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풍 가주, 마침 잘 왔소. 성공 전장의 통로가 아직 열리지 않았소.”맹호식과 풍석천은 천남의 몇 명밖에 안 된 성왕급 수사로서 서로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었다. 비록 풍씨 가문이 이번에 성공 전장에 참가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고준서는 멍하니 허공에 우뚝 서 있는 이태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충격, 부러움, 질투, 심지어 살의가 들어 있었다.옆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여경구는 육성훈이 밀린 것을 보자 예전에 이태호와 원한을 맺지 않는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와... 이 사형의 실력이 이미 육성훈을 뛰어넘었다니!’몇 달 전에 진행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이태호가 방금 성자의 경지로 돌파했는데 불과 두 달 만에 이미 육성훈을 격패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그러니 여경구가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이 순간, 현장의 분위기가 갑자기 이상해졌다. 모든 사람은 말없이 묵묵히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기세 싸움에서 져서 체면이 구겨진 육성훈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는 잠시 숨을 돌린 뒤 온몸의 기운을 폭발적으로 내뿜었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이렇게 큰 망신을 당한 적이 없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불길이 불같이 타올랐고 체내의 영기를 바로 발동시켜서 넘쳐흐르는 살기를 주체할 수 없었다.“네놈을 죽여버릴 거야!”말을 마친 뒤, 육성훈의 주변에서 신성한 빛을 발하였고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이태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이때 신소문의 문주 육무겸은 미간을 찌푸리고 대갈일성 하였다.“그만해!”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서 이성을 잃은 육성훈은 자기 아버지의 호통소리에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그는 달가워하지 않는 눈빛으로 이태호를 힐끔 쳐다보고는 발산한 신성한 빛을 수렴하였다.육무겸은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은 후 선우정혁을 바라보면서 말했다.“선우 도우, 축하하오. 태일종에 이런 대단한 천교가 있으니 앞으로 꼭 성황 경지로 돌파해서 천남에서 이름을 떨칠 것이오.”이에 선우정혁은 담담하게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훗날의 일은 누가 알겠소?”성황 경지의 장벽이 너무 높아서 선우정혁은 8급 성왕 경지라도 자기가 죽기 전에 성황 경지로 돌파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육무겸이 이태호를 너무 높이 치켜세운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허공에서 육성훈의 기선 제압에 이태호는 한쪽 팔을 흔들면서 온몸의 기혈을 거세게 발산하였다. 그러자 주변의 공간이 뒤틀어지고 부서지면서 고대 신산(神山)과 같은 웅장한 기운이 곧바로 육성훈을 향해 덮쳤다.이런 거세게 덮친 기운에 육성훈은 아연실색하면서 반응할 겨를도 없이 큰 타격을 받았다.육성훈의 입가에서 빨간 피가 흘러내렸고 그는 뒷걸음질을 치면서 몸에 들끓은 기운이 한순간에 떨어졌다.현장에 있는 모든 천교는 어안이 벙벙해졌다.잠시 후, 정신을 차린 몇몇 천교들은 육성훈이 이번 기세 싸움에서 패배한 것을 눈치채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청허파의 안재남은 얼굴에 놀라운 기색이 역력했다.“쟤... 쟤가 이겼다고?”안재남이 보기엔 이태호가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기간이 너무 짧고 저력이 부족해서 육성훈과의 기세 싸움에서 이기기 어려웠다.그러나 결과는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고 육성훈의 부상으로 끝났다.그러니 안재남이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안재남의 옆에 있는 검은 장포를 입고 장검을 멘 소기철의 동공이 축소되었고 얼굴에 경악의 기색이 역력했다.충격에서 제정신으로 돌아온 소기철은 이태호를 경계하기 시작했다.‘이태호가 육성훈을 이겼다니. 성공 전장에서 절대로 이태호와 다투면 안 돼!’육성훈은 지금 천남 천교 중의 일인자로 기세 싸움에서 이태호에게 밀리고 아무런 이득을 보지 못했다. 이에 소기철은 이태호의 실력에 놀라워하면서도 경계를 갖게 되었다.같은 시각에 묘음문의 일행에서 남궁월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에 박힌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불시에 동그랗게 되었고 작은 입이 살짝 벌어졌다.“육성훈이 밀렸다니!”놀란 남궁월은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허공에 있는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녀의 가을 호수와 같은 눈망울에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옆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우아한 긴 치마를 입고 벽옥 비녀를 꽂고 연꽃처럼 아름다운 그림 속의 선녀와 같은 채유정은 안색이 어두워졌고 놀라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전에 남궁월이 몰래 그녀에게 신식
육성훈은 신소문의 천교로서 실력은 천남 3대 천교 중에서 1위를 차지해서 천남의 수많은 천교가 우러러보는 존재였다.전투력을 비교하면, 이태호가 8급 존황 경지의 내공으로 9급 존황 경지의 심운을 죽인 적이 있지만 육성훈도 과거에 9급 존황 경지 때 성자급 수사를 참살했던 화려한 전적을 가지고 있었다.천부적 재능을 비교하면, 이태호는 신체를 각성했지만 육성훈도 마찬가지로 신체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덟 살 때 이미 신소문의 진파 무기인 자소신뢰를 수련했다.영보를 비교하면, 이태호가 최상급 영보를 가졌지만 신소문의 문주 육무겸의 아들인 육성훈이 없을 리가 있겠는가?어떤 면을 보든 육성훈은 이태호에 비해 뒤처지지 않았고 심지어 더욱 강했다.물론 이태호가 태일종의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고준서를 격패했고 백수산맥에서 조씨 가문의 성자급 장로를 격살할 수 있는 것은 약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하지만 안재남이 보기엔 이태호의 수련 시간이 너무 짧았고, 육성훈과 같은 오래된 천교에 비하면 아직 조금 부족했다.이태호와 육성훈이 같은 경지에 있다고 해도 이번 기세 싸움에서 안재남은 여전히 육성훈이 이길 것이라고 믿었다.한편으로 소기철은 담담한 태도로 현장의 기세 싸움을 구경하였다.소기철의 내공이 그다지 높지 않고 이태호와 접촉한 적이 없지만 종문 장로에게서 이태호에 대한 칭찬과 감탄을 자주 들었다.청허파의 제일 천재로서 소기철의 실력이 약하지 않았다. 그는 2급 성자 경지의 내공을 가졌고 검도에서 깊은 조예가 있었다.그는 육성훈의 몸에서 내뿜은 공포스러운 기운을 분명히 느낄 수 있어서 약간 숨이 막힌 느낌이 들었다. 육성훈과 기세 싸움을 하는 이태호를 보면서 소기철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가로저었다.‘이 자가 너무 현명하지 못하네.’멀지 않은 곳에 있는 묘음문의 채유정과 남궁월은 이태호 쪽을 바라보았다.특히 채유정은 호기심으로 가득 찬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이태호를 쳐다보았다.최근 몇 달 동안 그녀는 이태호의 이름을 들은 바가 있었다.얼마 전에
이태호는 적의를 드러낸 육성훈을 보면서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쪽도 만만치 않네. 역시 명성이 자자한 천교답네.”육성훈의 내공은 성자 3급 중기 경지에 이르러서 현장에 있는 모든 천교 중에서 일인자라고 할 수 있었다.명실상부 신소문의 보배 제자이고 천남 3대 천교 중의 하나였다.그러나 이태호의 눈에는 그저 그랬다.육성훈의 내공은 현장에 있는 젊은 세대 중에서 가장 높지만 내공이 높다고 해서 전투력이 높은 것이 아니었다.모두 최상급 보체나 신체를 가진 천교로서 같은 경지에서 적수가 없으며 자기보다 경지가 높은 상대와 싸울 수도 있었다.육성훈은 이태호의 무심한 태도를 보자 마음속으로 분노가 치밀어 올라오면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이태호가 그의 사제인 신소문의 천재 제자 심운을 죽여서 신소문의 장로들은 이 원한을 늘 마음에 두었다.선우정혁이 없었다면 육무겸은 진작에 태일종에 쳐들어가서 이태호의 죄를 추궁했을 것이다.천남 4대 종문에 윗세대는 젊은 제자 간의 싸움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었다. 그러나 육성훈은 신소문의 소주이고 육무겸의 아들로서 태어날 때보다 신체 자질을 가졌고 타고난 기운(氣運)을 지녔으며 여덟 살에 이미 신소문의 지보(至寶) 뇌못에서 자소신뢰를 수련해서 같은 세대의 수사들을 뛰어넘었다.이번에 그의 목적은 성공 전장에서 자신의 기연을 찾는 것 외에도 심운을 위해 이태호를 죽여서 복수를 하는 것이었다.여기까지 생각한 육성훈은 물끄러미 이태호를 쳐다보았다. 그의 몸에서 내뿜은 2급 성자 경지의 기운은 지면의 황사를 휘날리고 칼날처럼 예리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자네가 성공 전장에 들어가서도 이렇게 태연자약할 수 있는지 볼 거야.”육성훈의 기선 제압에 이태호는 냉소를 흘렸다.그가 손을 휘젓자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매우 공포스러운 칼날과 같은 바람이 그의 앞에서 산들바람으로 되어 얼굴을 스쳐 지났다.이태호가 자기의 기세를 쉽게 막아낸 것을 보자 육성훈의 눈에서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그는 싸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이 자가 바로 이태호가 몇 달 전에 창망산맥에서 만난 적이 있는 안재남이었다.안내남은 몇 달 만에 1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것을 보자 이태호가 다소 의아해했다.역시 청허파의 천교는 약자일 리가 없었다.그리고 안재남의 옆에 서 있는 긴 얼굴의 청년은 검은색 장포를 입었고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으며 몸에서 내뿜은 팽배한 기운은 3급 성자 경지에 이르렀다.멀찌감치 떨어져 있어도 이태호는 그 검은 장포를 입은 청년에게서 날카로운 검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그가 호기심으로 세 사람을 훑어보고 있을 때 귓가에 선우정혁의 목소리가 들렸다.“청허파 문주 맹호식과 안재남은 알고 있겠지? 뒤에 있는 아이는 청허파의 진정한 천교 소기철이야. 소문에 따르면 천생 검골(劍骨)을 가졌다고 하더군.”천생 검골?이 말을 들은 이태호는 갑자기 흥미가 생겼다. 천생 검골은 신체(神體)에 비해 약하지 않는 자질이었다. 그리고 천부적 재능이 검도와 관련이 있기에 천생 검골을 가진 자는 검도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고 검의를 쉽게 깨달을 수 있다.이런 사람은 일반인보다 더 빨리 검도를 수련할 수 있지만 이런 자질은 검도에만 국한되어 있었다.이태호가 소기철을 몇 번 훑어본 후 이내 흥미를 잃고 눈길을 돌렸다.이 자는 가까스로 자기의 상대라고 할 수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했다. 왜냐하면 천남의 진정한 천교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잠시 후에 동남쪽과 서북쪽의 하늘에서 갑자기 허공 틈새가 생기면서 여러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신소문의 사람들이 가장 먼저 나왔다. 이번에 신소문에서 앞장선 자는 육무겸이었다.육무겸의 뒤를 따라서 나온 자는 스무 살 남짓한 소년인데 청색 장삼을 걸쳤고 부잣집 공자처럼 차려입었지만 웅장한 기운을 내뿜었다.이 기운을 느낀 이태호는 이 소년이 3급 성자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아챘다.이와 동시에 다른 공간 틈새에서 나온 것은 묘음문의 수사들인데 이들도 일행이 세 명이었다.묘음문의 문주 송현아가 앞장을 섰고 뒤에는 두 소녀가 뒤따라 나왔
귓가에 울려 퍼진 소리와 함께 이태호는 주변에 공포스러운 공간 난류(亂流)가 일어나는 것을 발견했다.수많은 지수풍화(地水風火)는 혼돈으로 변했고 또 공간 난류에 의해 가루로 변했다.다행히 성왕급 대능력자 선우정혁의 보호가 있어서 주변의 공간 난류는 이태호 등의 몸속에 침입하지 못했다.허공의 난류에서 잠깐 비행하고 나서 드디어 앞에 밝은 빛이 나타났다.선우정혁이 비검을 거느리고 공간 통로에서 나오자 주변의 환경이 순식간에 크게 변하였고 낯선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이들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은 산봉우리에 이르렀는데 날카로운 검처럼 대지에서 솟아올라서 높이를 가늠할 수 없지만 산중턱부터 짙은 흰 안개로 덮여 있었다.산봉우리가 험준하고 절벽이 가파로우며 만장 높은 산꼭대기에 공간 소용돌이가 나타났는데 곧 열릴 것처럼 보였다.이태호의 눈에서 드러낸 호기심을 눈치챈 듯 선우정혁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담담하게 설명하였다.“이곳이 바로 천남에서 성공 전장에 들어가는 입구야.”성공 전장은 어떻게 보면 창란 세계 13주의 한 지역이지만 실제로 황폐한 금지 구역에 가까웠다.이 금지 구역은 상고 시대의 진선(眞仙)으로 인해 생긴 것으로 사방은 공간 난류로 가득 차서 성공 전장의 위치가 허공의 깊숙한 곳에 빠져들게 하였고 위치도 늘 바꾸었다.성공 전장이 열릴 때, 전체 창란 세계의 기타 주요 주들에도 상응한 공간 입구가 열릴 것이다.이 입구는 성공 전장이 닫힐 때 같이 사라지게 된다.성공 전장에 대해 설명한 후 선우정혁은 웃음을 머금었다.“기타 문파의 사람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니 눈을 감고 정신을 다듬고 있어.”이태호는 미리 정제한 7급 파경단 두 병을 꺼내서 선우정혁에게 건넸다.선우정혁이 신식으로 쭉 훑어본 후 파경단이 들어있는 것을 확인하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어? 7급 파경단을 이렇게 빨리 정제해 냈어?”며칠 전에 그는 상급 영보인 청광순과 극빙염으로 이태호와 파경단과 교환하였는데 이틀만에 두 병을 만들어냈으니 효율이 정말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