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내 시녀이야.”이태호는 숨김없이 솔직하게 말했다.이 말을 들은 남유하 등 여인들은 조금 의아해했다. 그녀들도 방금 허지아가 한 말을 들었지만 허지아가 정말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녀로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태호 씨, 허 사저를 시녀로 하는 건 좋지 않을 텐데.”평소에 마음이 가장 섬세한 남유하가 나서서 말했다.당당한 제7봉의 단도 천재가 남의 시녀로 되었다는 소문이 흘러 나가면 제6봉은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될 것이다.눈에서 걱정스러운 기색이 역력한 남유하를 보자 이태호는 괜찮다는 듯이 싱긋 웃었다.이와 동시에 허지아는 남유하의 말을 듣고 바로 말했다.“저는 대결에서 태호 사제에게 졌으니 당연히 약속을 지켜야죠.”남유하 등은 허지아의 말투가 확고하고 이태호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닌 것 같아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그래서 연달아 흔들의자에서 일어나서 허지아 곁으로 다가갔다.여인들 중의 맏언니인 신수민은 모의천하의 기질을 갖고 있는데 특별히 강한 감화력을 지니고 있다.그녀는 허지아의 앞에 다가와서 웃으면서 말하였다.“시녀라뇨. 태호의 말을 무시하세요. 그냥 저희 자매들의 곁에 있으면 돼요.”신수민의 옆에 있는 남유하,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제각기 말하였다.“태호 씨, 지아 사저는 제6봉의 천재인데 시녀처럼 대한다는 소문이 나면 안 좋잖아요?”“...”이태호의 아내들이 자신을 시녀나 하인처럼 대하지 않는 것을 보자 허지아는 눈에 감격스러운 정서를 드러냈다.그녀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약속을 실행하러 왔지만 실은 마음속에는 늘 수치스럽고 두려웠다.그러나 신수민 등의 위로가 그녀에게 도움이 되었다.이 광경을 본 이태호는 말없이 웃기만 하다가 벽천단을 열 번 정제할 수 있는 재료들을 꺼내서 허지아에게 건넸다.“이들이 널 위해 사정을 했으니 시녀가 해야 할 일은 할 필요가 없네. 오로지 이들을 위해 단약을 정제하면 된다.”허지아는 묵묵히 연단 재료들을 받은 뒤 단호하게 말했다.“알겠어요.”신수민 등은 이를 보고 모
지극히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은 허지아를 보자 옆에 있는 신수민 등 여인들은 모두 입을 막고 웃었다.이때, 맏언니 신수민는 나서서 설명하였다.“이건 모두 태호 덕분이에요. 태호가 연단사가 아니었다면 우리도 이렇게 빨리 돌파하지 못했을 거예요.”남유하 등은 모두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들은 요광섬에 살고 있지만 종문에서 준 수행 자원은 보통 제자들처럼 매달 초급 6급 단약 2개, 그리고 약간의 영석일 뿐이다.이렇게 적은 자원으로 4급 존황으로 돌파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헛소리였다.이 말을 듣자 이미 이해한 허지아는 부러움이 가득 찬 눈빛으로 신수민 등을 바라보았다.6급 단약을 사탕처럼 먹는다는 사실이 요광섬 밖으로 흘러 나가면 다른 제자들은 아마 놀라서 턱이 빠질 것이다.다행히 허지아는 세상 물정을 겪지 못한 사람이 아니라 곧 마음을 진정시켰다.이때 허지아는 신수민 등 여인들은 모두 4급 존황의 내공을 가지고 있고 온몸의 기혈이 넘치며 기초가 안정적으로 된 것을 느꼈다. 과거를 돌이켜 보니 자신이 당시 입문해서 반년이 지날 때 겨우 2급 존황의 경지였다.그런데 신수민 등은 4급 존황의 경지이고 온몸에서 영광을 발산하고 있으며 숨경이 원만한 경지에 이르렀다.허지아는 제6봉의 봉주 윤하영의 친전 제자일지라도 이 순간에 신수민 등이 부러웠다.이태호가 건넨 벽천단을 정제할 영약들을 잘 챙기고 나서 허지아는 신수민 등을 바라보면서 말했다.“사매들은 이제 입문한 지 반년 넘었죠?”영문을 모르는 신수민 등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허지아는 그윽한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면서 감탄하였다.“반년 만에 4급 존황으로 돌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만 많은 동문 제자가 부러워할 거예요.”이에 신수민 등은 개의치 않는 듯이 손사래를 쳤다.“과찬입니다. 종문 내에 저희의 보잘것없는 내공보다 높은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반년 동안 4급 존황으로 돌파했는데 보잘것없다고?허지아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그녀가 계속 말을 이어가려고 할 때
그녀는 심마 때문에 벽천단의 성공률이 3할을 유지하기는커녕 초급 6급 단약일지라도 여러 번 실패했다.‘이런 추세라면 얼마 지나지 않고 곧 예전의 상태로 회복할 것이야.’이런 생각을 한 허지아는 여태까지 이태호에 대해 남아 있던 분노는 모두 사라졌다.기지개를 켠 후 그녀는 열 몇 개의 벽천단을 옥함에 넣고 보관하였다.이 모든 것을 마친 후 그녀는 문을 열고 화원에 갔다.비단처럼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한 화원 내에 들어서자, 이태호 등이 한가롭게 의자에 누워서 흥미진진하게 서적을 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허지아는 옥함을 꺼내서 말했다.“태호 사제, 임무를 모두 완수했어요.”천남의 바깥세상을 서술한 전기를 읽고 있는 이태호는 이를 듣고 서적을 내려놓고 옥함을 손안으로 끌어당겼다.옥함을 열자 열다섯 개의 벽천단이 보였다.이태호는 담담하게 훑어본 후 눈살을 찌푸리면서 다시 옥함을 덮었다.그는 벽천단을 옆에 있는 신수민 등에게 던져준 후 고개를 들고 허지아를 바라보았다.“품질이 너무 낮고 성공률도 낮아. 허 사저는 단도의 천재라 하는데 어찌 벽천단도 제대로 만들 수 없지?”며칠 전에 허지아에게 수십 개의 벽천단을 만들 수 있는 약재를 주었는데, 겨우 열다섯 개를 만들어 내서 이태호는 아주 못마땅하게 여겼다.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벽천단은 대부분 보통 품질이고 단독을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오직 두 개만 상급 품질이다.이태호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을 보자 허지아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특히 이태호는 신수민 등 여인들의 앞에서 그녀의 단점을 지적하여 그녀는 수치심을 느끼고 얼굴이 빨개졌으며 화가 나기도 했고 달가워하지도 않았다.허지아는 이태호가 일부러 자신을 모욕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허지아가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이태호의 말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렸다.“됐어. 내가 가르쳐주마.”골치가 아픈 듯한 말투로 말하고 나서 이태호는 본인이 벽천단을 정제하는 경험, 깨달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그는 이제 고급 6급 연단사이다. 게다가
허지아는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서 이태호를 향해 인사를 하였다.“지금 사제는 단도에서 어느 경지에 이르렀나요? 사저가 몇 마디 가르쳐줬을 뿐인데, 문득 깨닫게 되었네요.”허지아의 작은 얼굴에 분발과 흥분의 기색이 역력한 것을 보고 이태호는 담담하게 웃으면서 답했다.“지금 7급 연단사로 진급할 준비를 하고 있어.” 그는 고급 6급 연단사로 된 지 거의 두 달 되었다.단탑의 전승을 물려받은 후, 지금 이태호는 7급 연단사로 진급하는 것에 대해 이미 약간의 갈피를 잡아서 얼마 지나지 않아 진급하게 될 것이다.상대방이 지금 7급 연단사로 진급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자 허지아는 놀라서 계란을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로 입이 떡 벌어졌다.지난번에 이태호에게 졌을 때 그는 막 중급 6급 연단사로 되었는데 지금은 7급 연단사로 진급할 준비를 하고 있다니!어찌 이태호에게 있어서 단도의 진급이 물을 마시는 것처럼 쉽게 느껴질까?그녀의 단도 천부는 제6봉에서도 훌륭한 수준이라 ‘단도 천재’라는 별명이 생긴 것이다.그래도 그녀는 고급 5급 연단사에서 6급 연단사로 진급하기까지 거의 2년이나 걸렸다.지금 중급 6급 연단사인데, 7급 연단사로 되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할지 모른다.‘아마 요광섬에 오는 것이 내가 한 가장 정확한 결정일 지도 몰라!’허지아는 속으로 묵묵히 감탄하였다.이태호는 그녀가 아무 말 없이 입을 다물고 잠자코 있는 모습을 보자 아직 문제가 있는 줄 알고 물었다.“또 무슨 궁금증이 있는가?”“없어요.”제정신으로 돌아온 허지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래.”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또 여러 번 만들 수 있는 재료들을 허지아에게 건넸다.“보름에 한 번씩 벽천단을 만들어서 바치거라.”이태호는 허지아에게 벽천단을 더 많이 만들게 한 다음에 그는 며칠 후에 폐관 수련할 계획이었다.재료를 받은 허지아는 바로 대답하였다.“네.”그녀가 막 자신의 거소에 돌아가려고 할 때 갑자기 요광섬의 상공에서 미풍이 불기 시작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후 몇몇 여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소리를 지르고 연달아 일어났다.특히 신은재의 어머니인 신수민은 하늘을 가리는 먹장구름과 그 안에 품은 천둥의 기운을 바라보니 4급 존황인 그녀마저도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신수민은 초조한 기색을 드러냈다.“태호야, 은재는 그냥 존왕에서 존황으로 돌파하는 것인데 어찌 천둥이 나타났지?”신수민뿐만 아니라 이태호도 의아해했다.당시 그가 9급 존왕에서 존황의 경지로 돌파할 때 일으킨 천지의 이상 현상도 영기의 소용돌이 같은 것이었는데 천둥은 떨어지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딸이 돌파하는 모습을 보니, 그 하늘과 태양을 가린 천둥은 천벌과도 같았다.원래 떠나려던 허지아도 이때 발걸음을 멈췄다.신수민이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자 허지아는 위로해 주었다.“사저, 걱정하지 마요. 이건 좋은 일이에요!”허지아는 바로 설명해 주었다.“지금 상황을 보면 돌파하고 있는 자는 어마어마한 자질을 각성한 것 같아요. 천지가 용납할 수 없어서 천둥을 내리는 거예요.”솔직히 말하면 허지아는 무척 부러워했다.천지가 내린 벌이 클수록 돌파한 자의 자질이 더 무섭다는 것을 증명한다.태일종이 창건한 후부터 천벌을 내리게 한 수사들은 전설 속의 종문 창시자밖에 없었다.동시에, 신수민은 허지아의 설명을 들은 후 기뻐하기는커녕 더욱 초조해 보였다.“태호야, 어서 방법을 생각해 봐. 은재가 너무 어리잖아. 고작 여덟 살인데 어찌 이렇게 무시무시한 천벌을 감당할 수 있겠어?” 신수민은 하늘의 천벌이 너무 무서워서 아직 어린 신은재가 안전하게 넘어갈 수 있는지 더욱 걱정되었다.이때 신수민뿐만 아니라 남유하,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 등도 모두 당황했다.아내들의 당황한 모습을 보자 이태호는 침착하게 말했다.“일단 조급하지 마. 은재는 내 딸이라 꼭 무사할 것이야!”그녀들을 위로한 후, 이태호는 한 치의 소홀함도 없이 강력한 신식을 발동하여 신은재의 거소를 뒤덮었으며 신은재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했다.이와 동시에.원래 이태호 등에게 입에
요광섬 상공의 이상 현상이 갈수록 섬뜩해졌고 점차 섬의 하늘 전체를 뒤덮였으며 그 무서운 천둥은 보이지 않는 예리한 칼날처럼 허지아의 심장에 꽂혔다.그녀의 머릿속에 아직도 이태호가 말한 ‘지금 여덟 살’이라는 말이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맴돌고 있어서 제자리에 멍을 때리고 서 있었다.여덟 살의 존황!이 사실이 흘러 나가면 전반적인 천남 지역은 벌컥 뒤집어질 것이다.허지아가 여덟 살 때는 막 입문해서 수련하고 있었다.다른 건 몰라도 이런 하늘을 거스를 정도로 대단한 천부는 온 태일종에서도 절대적으로 최상급에 속한다.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아마 중주에 있는 최고의 천교만이 여덟 살에 존황으로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이태호는 허지아가 마음속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는 것을 자연히 모른다.그는 깜짝 놀란 시녀를 보면서 어리둥절했다.하지만 이태호는 이내 딸의 돌파에 온 정신을 기울였다.요광섬 상공에 점점 많은 천둥이 몰려오자 마치 세상을 멸망할 듯한 광경이었다.아무리 침착했던 이태호도 저도 모르게 신은재가 걱정되었다.그의 신식은 이미 신은재가 있는 연공방의 상공을 뒤덮었고 돌파에 실패하지 않도록 주변의 작은 상황이라도 세심하게 살펴보았다.이런 무시무시한 이상 현상이 더욱 거세지면서 태일종 내의 모든 제자와 장로는 모두 놀랐다.요광섬에서 가장 가까운 제6봉에서 가부좌 자세로 단로 앞에 한 청색 옷을 입고 머리에 백옥 비녀를 꽂고 있으며 마치 그림에서 나온 아름다운 미녀가 앉아 있다.단약을 정제하고 있는 권민정은 요광섬 상공에 나타난 하늘을 가리는 먹장구름을 보자,그녀의 안색이 변했고 단약이 타버린 것도 몰랐다.“이것은 천지 뇌겁인가? 전설에 따르면 오직 최고의 천교가 돌파할 때만 천지는 이런 뇌겁을 내린다고 하는데.”요광섬의 방향에서 이런 이상 현상이 나타난 것을 보고 권민정은 놀라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설마 그 요광섬의 이태호가 또 무슨 대단한 천부를 각성한 거야?”권민정은 완전히 타버린 단약에 신경 쓰지 않고 벌떡 일어나서 곧
윤하영이 뇌겁을 일으킨 원천이 요광섬에 있는 것을 보자 멍해졌다.“요광섬 쪽이잖아. 설마 뇌겁을 일으킨 자가 이태호란 말인가?”윤하영은 이미 이태호를 신선으로 비승할 자질을 갖춘 자로 간주하였다.혼돈 신체!단도 천교!검도 천교!한 몸에 여러 가지 천부를 지닌 것은 전체 천남 지역에서도 보기 드문 일이라 종문 내에서는 아마 진전 제자 중 서열 1위인 고준서만이 그와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이 자가 또 다른 천부를 각성하면 천남의 젊은 세대들은 모두 그를 따를 것이야.’윤하영은 눈을 반짝거리면서 생각했다.그녀는 속으로 감탄하고 나서 바로 하늘로 솟아오르고 요광섬을 향해 날아갔다.윤하영처럼 깜짝 놀란 종문 장로들도 많았다.제7봉의 광장에서 제자들에게 검술을 가르치고 있는 봉주 맹동석은 요광섬의 상공에 겁운이 나타난 것을 보고 동공이 격렬하게 수축하면서 어안이 벙벙했다.그도 윤하영처럼 한눈에 이 하늘과 태양을 가리는 먹장구름이 천지의 뇌겁이라는 것을 알아챘다.그래서 그가 받은 충격은 윤하영 못지않았다.잠깐 멍을 때리고 제정신으로 돌아온 맹동석은 허공으로 날아갔다.“자네들은 열심히 수련하고 있거라. 잠시 갔다 오마.”맹동석은 광장에서 뇌겁을 보고 떠들썩한 제자들에게 한 마디 남긴 후 무지갯빛으로 변해서 멀리 사라졌다.하늘에 이상 현상인 뇌겁이 나타나자 태일종에서 파문을 일으켰다.제8봉에서 연기(煉器)를 하는 진남구 봉주는 황급히 덜 완성한 영배 재료를 내려놓고 두말없이 일어나서 요광섬을 향해 날아갔다.제9봉의 봉주는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하늘로 날아올랐다.제5봉의 봉주는 겁운을 보자마자 온몸에 영기를 내뿜으면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제5봉을 떠났다.제4봉...제3봉...태일종의 아홉 개 산봉우리의 봉주들은 모두 똑같은 움직임을 선보였다. 그들은 충격에서 정신을 차린 후 모두 요광섬을 향해 날아갔다.각 봉주뿐만 아니라 제1봉의 종문 대전 내에서 폐관 수련 중인 종주 선우정혁은 태일종 부근의 천지의 힘을 깨닫고 있었다.성왕
지금의 선우정혁은 윤하영 등처럼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태호 군이 또 무슨 대단한 천부를 각성했단 말인가?’선우정혁은 이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지난번에 이태호는 제7봉의 검총 내에서 뜻밖에 검의를 각성했다. 그날 무서운 검의가 하늘로 치솟았고 드넓은 창공을 갈랐으며 종문의 장로들은 아직 흥미진진하게 얘기하고 있다.물론 선우정혁도 이 일을 들은 바가 있다.어쨌든 태일종 내의 모든 일은 그의 감지를 속일 수 없다.번쩍거리는 뇌겁에서 시선을 거둔 후, 선우정혁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혼잣말을 하였다.“관두자. 이렇게 무서운 뇌겁을 일으킨 걸 보면 아마 이번에 각성한 것이 도기 선체나 중주의 선인 혈맥의 후대와 비견할 수 있는 자질일 거야. 내가 직접 나서서 이 뇌겁을 해결해 주마.”이렇게 중얼거린 후 선우정혁은 휙 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그는 태일종의 종주로서 종문에 이런 천교가 나타난 것은 자연스레 큰 경사이다.그러나 이 뇌겁을 일으킨 자는 그가 생각했던 이태호가 아니라 겨우 여덟 살짜리인 신은재란 아이였다.그가 이 일을 알게 된다면 아마 지금처럼 침착함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이와 동시에.요광섬 내의 정원에서.이태호는 고개를 들고 엄숙한 표정으로 하늘의 먹장구름을 바라보았다.그의 옆에 있는 신수민 등은 완전히 초조해서 안절부절못했다.먹장구름에서 발산한 기운은 수많은 천지의 힘을 지니고 있다. 이 천둥이 그녀들을 향한 것이 아니지만 약간의 기운일지라도 방금 4급 존황의 경지로 돌파한 수사들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이제 여덟 살이 된 딸이 이렇게 무서운 뇌겁을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신수민은 어찌 초조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태호! 은재가 아직 안 나왔는데, 혹시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이 아니야?”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른 신수민을 보자 이태호는 그녀를 끌어안으면서 다독였다.“걱정 마. 은재는 혈자리를 거의 다 뚫었어. 이제 곧 나올 거야.”이태호도 딸이 겁운을 이겨내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의 신식은
이태호는 북두 성역에 대해 들어본 적 있었다. 그곳이 성공 전장의 진정한 핵심 지역이라고 한다.성공 전장에 북두, 자미, 영항 등 3대 성역이 있다.이 3대 성역은 오랫동안 성공 전장을 탐색했던 선배들이 나눈 것이라 안에 수많은 기연과 보물이 들어 있다.물론 진정한 실력이 없으면 이 3대 성역에 발을 내딛기도 어려울 것이다.왜냐하면 3대 성역 내의 환경이 지극히 열악하고 곳곳에 구천강풍과 공간 난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외곽도 위험하지만 대체로 성공 거수가 사람을 잡아먹는 정도에 불과했다.그러나 3대 성역이야말로 진정한 악몽 수준이었고 수시로 일어난 공간 난류는 성자급 수사로 하여금 끝없는 공간에서 길을 잃게 만들 수 있다.다시 말하면, 한 발짝도 움직이기가 어려운 곳이라 할 수 있다.그러나 절세 천교는 이런 환경에서 천지의 이치, 시공의 도리를 깨달으면 앞으로 성왕 경지로 돌파하는 기반과 기초를 마련할 수 있다.성왕급 수사가 대능력자라고 불릴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수사가 시공의 도리를 깨달았고 신혼이 천지와 연결을 맺었기에 쉽게 허공을 찢고 순식간에 천리 밖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시공의 힘을 신통과 무기와 융합하면 일격에 천 리 밖에 있는 물건도 부술 수 있었다.운이 정말 좋아서 이곳에서 대단한 기연을 발견했다면 성황급 수사로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전설 속의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는 기연에 대해 이태호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그렇게 귀한 기연은 성황급 강자들도 다투어 쟁탈하고자 할 것이다. 이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보잘것없는 수사는 그런 자격도 없을 것이다.3대 성역에 들어갈 수 있는 천교는 각 성지의 최정상 대세력의 성자, 신자들이었다.신선으로 비승할 기연이 있다는 소문이 늘 있지만, 그가 아는 바로 최근 신선으로 비승한 자는 그의 사부인 미친 어르신 한 명뿐이었다.상고시대에 성공 전장이 생성된 후부터 지금까지 벌써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렀는가?수십만 년, 수백만 년이 지났지만 미친 어르신 한 명만 신선으로 비
이태호는 수련을 마친 후 신식으로 단전을 살펴보니 황금빛의 성스러운 빛을 발산한 단전 내에서 팽배한 힘이 밀려온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주먹을 꽉 쥐자 체내에서 산과 바다를 뒤엎을 것 같은 힘이 솟아올랐고 수시로 천지를 파멸시킬 수 있는 듯하였다.이에 이태호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지금 내 실력으로 6급 성자 경지의 수사도 격살할 수 있을 것 같아!”이번에 성공 전장에 들어온 수사들 중 6급 성자 경지의 수사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대부분은 최정상 세력의 진전 제자들이고 그들보다 강한 자들은 성자, 신자급 천교들이었다.명해성과 같은 자를 만나면 이제 한 초식으로 순식간에 격살할 수 있는 자신이 생겼다.무슨 검도 신통을 시전할 필요도 없고 대현황경금 검기도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이번에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 이태호는 자신의 내공이 바로 4급 성자 경지의 중기로 돌파했고 육신도 예전보다 강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 그는 육신으로 상급 영보와 맞설 수 있다고 하면, 지금은 최상급 영보도 맞설 수 있는 자신이 생겼다.그의 육신은 채유정이 가진 상급 영보와 최상급 영보 사이에 있는 장궁과 비슷했다.육신의 방어력을 최대치로 높이면 적이 최상급 영보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그의 방어를 뚫지 못할 것이다.체내의 팽배한 힘을 느낀 후, 이태호는 손을 들어 앞으로 일격을 날리자 허공에서 바로 틈새가 나타났다.오로지 육신의 힘만으로 허공을 부술 수 있는 것을 보자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지금 그는 드디어 주먹으로 허공을 부수고 발로 대지를 뒤흔들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흥분한 심정을 가라앉히고 그는 거만하지 말자고 자신에게 경고했다.‘아직 거드름을 피울 때가 아니야. 성공 전장에 온 최정상 세력의 성자, 신자들도 모두 천교들인데 지금 그들과 비교하면 아직 상당한 차이가 있어.’생각을 접은 후 이태호는 천천히 일어서서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채유정에게 말했다.“채 도우, 호법해 주셔서
천리 밖에서 자미 성역 쪽으로 날아가고 있는 육성훈 등 세 사람은 별하늘에 나타난 이상 현상을 보자 무척 부러워했다.육성훈은 하늘에 나타난 화려한 정경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부러운 말투로 말했다.“어느 천교가 돌파했는지 이렇게 많은 이상 현상을 일으켰다니!”천 리 떨어져 있어도 희미한 대도의 신음(神音)이 들렸고 원래 이태호 때문에 초조했던 마음을 순식간에 진정시켰다.옆에 있는 고준서는 이를 보고 저도 모르게 감탄을 금치 못했다.“전생에 내가 살던 시대에 이렇게 많은 이상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자는 천부적 재능이 가장 높은 괴물과 같은 천교였어!”성왕급 대능력자의 환생으로서 고준서의 견문이 비교적 넓었다.전생에 그가 있었던 상고 시대에 천교의 실력은 지금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때는 황금 시대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천교가 있었다.그중 한 천교가 선왕임구천(仙王臨九天)의 이상 현상을 일으켜서 마지막에 유명한 성황급 대능력자로 되어 한 지역을 통치하였다.누구나 두 가지 이상의 이상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없었다.이런 진선(眞仙) 예비역은 만년에 한 번 나타날까 말까 하였다.그러니 두 사람이 어찌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얼굴에 잔뜩 부러운 기색을 띤 고준서와 육성훈은 절대로 이런 이상 현상들은 이태호가 수련할 때 일으킨 것일 거라고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만약 알았다면 아마 더 질투했을지도 모른다....같은 시각에 멀지 않은 곳에서 이태호를 위해 호법 중인 채유정은 하늘에 나타난 여러 가지 이상 현상을 보면서 눈에 경악의 빛이 서렸다. “해상생명월, 혼돈종청련... 이태호, 이것이 바로 너의 타고난 자질인가?”그녀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이번에 그녀는 깊은 충격과 놀라움을 받았다.묘음문의 성녀로서, 상월신체(霜月神體)를 각성한 그녀도 천남 지역의 3대 천교 중의 하나였다.그러나 그녀가 돌파할 때 나타난 이상 현상은 ‘명월낙성하(明月落星河)’밖에 없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10살 때부터 수련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겨우
경지 돌파를 마친 후에도 이태호의 기운은 계속 상승하였고 멈추지 않았다.그는 태을영단의 약효를 점점 더 많이 흡수하고 있었고 천지 만물이 자신에 대한 친근감을 갈수록 느낄 수 있었다.자신이 지금 오도(悟道)의 경지에 들어갔고 신혼이 천지와 연결을 맺어서 천지 도운과 법칙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지금 이 순간, 그는 천지에 대한 깨달음이 유례없이 명확해졌고 신혼의 시각에서 보면 대도의 최고 이치는 수많은 실선처럼 얽혀 있는 것 같았다.“쿵!”잠시 후에 이태호의 기운은 빠르게 4급 성자 경지 중기에 이르렀다.이때, 그의 단전 내에 있는 대량의 영액이 성스럽고 찬란한 빛을 발산하였고 줄곧 변두리를 향해 뻗어 나갔다.이태호는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 단전이 예전보다 더 커졌고 마치 작은 세계와 같다는 것을 발견했다.동시에 그의 신혼도 예전보다 더욱 튼튼해졌고 천지의 규칙에 대한 깨달음도 더욱 깊어졌다.한순간에 한 줄기의 눈부신 성스러운 빛이 이태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면서 줄곧 하늘로 치솟아 올라갔다.순식간에 하늘에 모인 먹장구름이 흩어졌고 황량한 별이 대낮처럼 환하게 빛났다.이어서 이상 현상들이 이태호의 주변에 나타났다.그의 주변에 짙은 다채로운 구름이 맴돌고 있으며 파도처럼 끊임없이 넘실거렸다.“콰르릉!”구천(九天) 위에 바람과 구름이 일어났다.수많은 노을빛과 상스러운 기운이 눈부신 성스러운 빛과 교차하였고 대도의 신음(神音)이 울려 퍼졌다.밝은 달이 바다에서 천천히 떠올라서 눈부신 태양이 만고를 비추는 것 같았다.혼돈에서 청련이 피어났고 상큼한 꽃향기가 풍겨왔다.그리고 황금빛 꽃이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허공을 뒤덮었다.대도의 신음, 성스러운 미묘한 음악이 울려 퍼졌고 사람의 마음도 정화된 것 같았다.여러 가지 지극히 오묘하고 경이로운 이상 현상은 순식간에 채유정이 배치한 진법을 꿰뚫고 별하늘에 나타났다.지금 이 순간, 별하늘에서 천 리 떨어진 수사들은 모두 이런 천지의 이상 현상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의 얼굴에 모두 놀라운
이태호는 사물 반지에서 태을영단을 꺼낸 후 가부좌 자세로 앉아서 빠르게 수련 상태로 들어갔다.단약을 복용하고 공법을 운행하자, 대량의 순수한 약효가 팽배한 천지의 영기로 변해서 이태호의 온몸으로 퍼졌다.전에 태음월화로를 흡수할 때 그는 이미 내공을 완성한 3급 성자 경지에 이르렀다.태음월화로와 같은 천재지보의 효능은 7급 영약에 해당하며 육신을 다듬고 근육과 기혈을 증강할 수 있다.그리고 남은 태음월화로는 시시각각 이태호의 육신을 단련시켜 그의 모든 세포가 주변 별하늘에 있는 천지의 영기를 탐욕스럽게 흡수하게 하였다.게다가 이태호가 청련 신통을 수련한 후, 줄곧 단전 내에 있는 청련 영화를 단련해서 영적 기초를 든든하게 하여, 그의 실력은 똑같은 경지의 3급 성자급 수사보다 훨씬 강하였다.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이태호는 이미 4급 성자 경지의 문턱에 이르렀다.“쿵!”태을영단을 삼킨 순간, 이태호는 수많은 뜨거운 기류가 미친 듯이 복부에서 온몸으로 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의 모든 세포는 유례없이 활발해졌고 미친 듯이 물을 들이킨 고래처럼 태을영단의 약효를 흡수하였다.수많은 성스러운 빛이 이태호의 피부에서 뿜어져 나와서 그의 몸을 감쌌다. 그는 선계에서 인간 세상으로 내려온 진선을 방불케 하였다. 웅장하고 팽배한 기운이 그의 몸에서 천천히 나오면서 그가 있는 큰 별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방어 진법 내에서 가부좌 자세로 앉아 상처를 치료하고 있는 채유정은 지령단을 복용한 후 창백했던 안색이 점차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원래 기진맥진했던 모습도 사라졌고 정상으로 회복하였다.그녀는 갑자기 옆에 있는 이태호의 몸에서 발산한 파동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상처의 치료를 중단하고 눈을 떴다.성스러운 빛에 휩싸인 이태호의 몸에서 발산한 점점 강렬해진 기운을 느끼자 그녀는 깜짝 놀라서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와... 곧 돌파하는 건가?”그녀는 이태호가 태일종의 종문 겨루기 대회 직전에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것을
태일종은 태일성지의 부속 세력이기 때문이다.성공 전장에 들어오기 전에 성지의 장로도 그들에게 성공 전장에서 상대방을 만나면 주의 깊게 지켜보라고 당부하였다.어쨌든 이태호가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한 후 태일성지의 예비 ‘진전’ 제자로 된 셈이었다.흔히 작은 지역에서 나온 자는 모두 출중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어 어쩌면 성자의 자리를 다툴 수 있을지도 모른다.전성민은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3급 성자 경지의 내공으로 5급 성자급 수사를 격살할 수 있는 걸 봐서 이태호 사제는 뛰어난 실력을 갖춘 모양이군.”그의 옆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현재 태일성지의 5대 서열에 오른 제자들이었다.그 중에서 체구가 우람하고 내공이 6급 성자 경지인 청년 남자는 냉소를 흘리면서 말했다.“허허, 너무 일찍 기뻐하지 마오. 이자는 분수를 모르고 연달아 심씨 가문과 명씨 가문과 원수를 맺어서 조만간 큰 화를 일으킬 것이오.”이에 전성민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찬성하지 않았다.“이태호 사제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간단한 자가 아닐 거야.”전성민의 말을 들은 기타 서열 제자들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아무도 말하지 않자, 전성민은 피식 웃으면서 허리에 찬 술호로를 들고 시원하게 두 모금을 마셨다.그는 기타 서열 제자들이 곧 태일성지에 들어올 이태호를 성자의 자리를 쟁탈하는 경쟁자로 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다들 이태호가 명씨 가문의 복수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었다....이와 동시에, 명해성이 죽었다는 소식이 빠르게 온 성공 전장에 퍼졌다.이 순간, 9대 성지이든 동황 8대 세가이든 북해 만족이든 뇌택의 땅에 있는 요왕의 아들이든, 대리황조의 황자이든 모두 이태호를 주목하게 되었다.이태호가 혼자의 힘으로 온 성공 전장을 뒤흔들었다고 할 수 있다.심지어 내공이 낮은 수사들은 이태호를 숭배의 대상으로 삼았다.“제길! 3급 성자 경지로 5급 성자 경지의 명씨 가문 소주 명성해를 죽였다니! 대체 정체
자미 성역의 황사가 마구 휘날리는 한 별에서 곳곳에 빽빽한 공간 틈새가 있다.이 공간 틈새로 구천강풍이 휘몰아쳤고 황사를 만 장이나 높은 고공으로 날렸으며 지극히 빠른 풍속의 도움으로 모래알 하나하나는 하늘을 찌르는 화살처럼 모든 것을 부숴버렸다.이런 공포스러운 환경에서 상급 영보일지라도 오랫동안 버티기 힘들 것이고 난폭한 황사와 구천강풍으로 인해 영성(靈性)이 손상되어 결국 평범한 무기로 될 수 있다.이때, 금실로 구름을 수놓은 붉은색 가사를 입은 한 스님이 천천히 사막에서 걸어가고 있었다. 주변의 열악한 환경은 전혀 그에게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한 것 같았다.이자의 몸에서 부처의 허영이 드러났고 구릿빛 육신은 건장하고 튼튼하여 마치 단단한 영보와 같았다. 온몸에서 뿜어 나오는 7급 성자 경지의 웅장한 기세는 스님의 주변에 수 장이나 되는 보이지 않는 공간을 이루어 거세게 휘몰아친 강풍을 차단하였다.이자가 바로 서역 대뇌음사의 불자 혜해(慧海) 스님이었다.얼마나 걸었는지 모르지만 혜해는 발걸음을 멈추고 허리에서 옥패 하나를 꺼냈다.잠시 후,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서 새까만 동공에서 황금빛 불광(佛光)을 내뿜었다.“흥미롭군. 3급 성자 경지의 내공으로 5급 성자 경지의 수사를 순식간에 격살했다니. 이번 3대 성역의 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지겠어...”이렇게 중얼거린 후 그는 다시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마치 고행승처럼 이 사막에서 걸어갔다....같은 시각에, 영항 성역의 한 공간 틈새에서 화려한 복장을 입은 심씨 가문의 신자는 동문 제자의 정보를 받은 후 천천히 눈을 떴다.“앞서 황천성지의 주용수를 죽인 뒤에 이제 또 명씨 가문의 소주를 죽였다니. 정말 대단한 천부적 재능을 지녔군.”그는 이태호가 단번에 3대 세력과 원수를 지은 용기에 탄복하였고 동시에 상대방의 전투력에 대해 경탄을 금치 못했다.그가 3급 성자 경지일 때, 5급 성자급 수사를 단번에 격살하기는커녕 겨우 몇 초식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물론 수많은 천교도 그곳에서 진선이 남긴 법칙과 도운을 깨닫고 실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이 순간, 북두 성역의 외곽에 있는 한 큰 별의 허공에 대형 은색 비행선 한 척이 떠 있었다.이 은색 비행선 모양의 영보 위에 걸린 돛에는 크나큰 ‘명’자가 씌어 있다.이것은 동황 8대 세가 중 하나인 명씨 가문의 비행선임이 틀림없었다.이때, 비행선의 배머리에 키가 7척이고 체형이 마른 남자가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었다.그는 녹색 무늬가 있는 자주색 장포를 입었고 장포의 끝자락이 위로 뒤집어 졌으며 허리에 청색 옥띠를 둘렀고 술이 바람에 따라 흔들거렸다.또한, 흰 사슴 가죽 부츠를 신었는데 영광으로 반짝인 걸 보면 평범한 신발은 아닌 것 같았다.단정하게 올린 상투에 정교한 백옥관을 씌웠고 자금색의 비녀가 옥관 내의 머리카락에 꽂았다.가까이서 보면 피부는 하얀 눈처럼 희고 반짝이는 것이 완벽하고 무결점의 보물과 같으며 심지어 여자의 피부보다 더 희고 은은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는 남자는 눈을 감고 정신을 수양하면서 은근히 7급 성자 경지의 기운을 드러냈으며 도운도 흐르고 있어서 허공에 있는 지수풍화(地水風火)가 머리 위에서 맴돌게 하였다.바로 이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한 제자가 달려왔다.“신자님, 오소주가 돌아가셨어요! 유리선금도 빼앗겼습니다!”수련 중인 명운택은 눈을 번쩍 떴다. 초승달과 같은 눈썹 아래의 번쩍이는 눈동자에서 갑자기 두 가닥의 성스러운 빛을 발산하였는데 허공을 향해 날아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큰 별을 산산조각으로 부숴버렸고 천지가 변색하였으며 천둥번개를 불러일으켰다.신통을 시전한 후 명운택은 고개를 돌려 얼음장처럼 차가운 시선으로 보고하는 제자를 바라보면서 냉랭한 말투로 물었다.“어느 놈이 한 짓이야?”차가운 시선을 받은 그 제자는 온몸이 얼음장에 있는 것처럼 얼어붙었고 소름이 끼쳤고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그는 머리털이 곤두설 정도로 대경실색했다.그는 사시나무처럼 바들
전장의 외곽에서 심무영의 노기 어린 포효소리를 듣자, 어둠속에 숨어있던 육성훈은 가슴에 돌이 얹힌 듯 답답했고 얼굴이 달아올랐다.방금 누군가 명씨 가문의 천교의 손에서 보물을 뺏어갔고 자기보다 경지 높은 명씨 가문 소주 명해성을 죽였다는 소식을 들을 때, 그는 마음속으로 부러워했고 심지어 친분을 쌓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그리고 이태호의 실력을 얕잡아 봤고, 심지어 이 명해성을 죽인 ‘절세 고수’와 이태호가 싸우면 이태호는 반항하지 못하고 죽을 것이라는 상상까지 했었다.그러나 지금 명씨 가문 제자들의 손에서 보물을 뺏어갔고 명해성을 죽인 사람이 이태호라니!순간, 육성훈은 뺨을 얻어맞은 것처럼 얼얼했고 시뻘겋게 달아올랐다.그의 안색이 어두워졌고 마음속으로 원한에 찬 포효를 하였다.‘왜 또 이태호 저놈이냐고!’그의 옆에 있는 고준서는 상대적으로 인내심이 있었다. 그는 육성훈처럼 그렇게 화내지 않았고 오히려 냉소를 머금었다.“흥, 먼저 심씨 가문과 척지었고 또 황천성지의 미움을 샀으며 지금은 명씨 가문의 보물을 빼앗아 갔으니. 이번에 네놈이 어떻게 성공 전장에서 살아서 나갈 수 있는지 보자고!”고준서가 보기엔 지금의 이태호는 죽은 사람과 마찬가지였다.심씨 가문이든 명씨 가문이든 황천성지이든, 모두 창란 세계의 최정상급 세력이었다.이 세 곳의 성자, 신자는 모두 7급 성자 경지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이태호가 아무리 강해도 짧은 시간에 전투력을 7급 성자 경지로 끌어올릴 수 없을 것이다.더구나 그의 판단에 따르면 이태호가 명씨 가문의 아주 중요한 보물을 빼앗아 간 것 같았다.명해성까지 죽었으니 명씨 가문은 절대로 이태호를 가만둘 리가 만무했다.이태호는 강하지만 이 3대 세력의 공격에서 절대로 무사할 수 없다는 것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고준서는 냉소를 머금고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육성훈에게 말했다.“가자. 우리도 일찍 성공 전장의 깊숙한 곳으로 가는 것이 좋을 거야. 이태호는 오래 날뛰지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