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명준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래도 희망이 그리 크지 않은 건 사실이야. 우리 종문에도 2급 존자 내공까지 이른 사람이 있으면 몰라도, 사실상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하지. 하지만 이 단약이 있으면 우리의 전투력을 높이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될 거야. 단풍종을 너무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고.”두 사람이 한참 얘기를 나누고는 단약을 받으러 대장로를 찾아갔다.단약을 받은 후 강선욱은 거처로 돌아가 내공을 올리기 위해 다시 수련을 시작했다.그와 달리 단약을 받고 마당으로 돌아온 육명준은 계속 술을 쭉쭉 들이켰다.취할 때까지 술을 마신 육명준은 수련할 마음도 없어 집 안으로 들어가고는 잠을 청했다.그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다음 날 아침이었다.그는 마당에서 한참 앉아있다가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참, 정연이가 시집을 간다면 종주님은 분명 아쉬워하실 거야. 단풍종 종주의 아들은 뚱뚱한 데다가 못생기기까지 했잖아.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것도 아니고.”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계속 혼자 중얼거렸다.“하지만 단풍종 종주가 정연이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걸 알게 되면 단풍종에서 그렇게 오래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 열불나서 당장 찾아오겠지. 그러면 종주님은 종문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이태호 그 자식을 단풍종에 넘길 거야. 종문을 위해서라면 별다른 방법이 없거든. 그래, 이렇게 하는 거야. 우리 종문이 이렇게 많은 단약을 받은 사실은 단풍종에서도 분명히 모르고 있을 거야. 그러면 약속한 날이 오면 우리 종문은 결국 단풍종에 밀리지 않는 전투력을 가지고 있겠지. 그러면 상대도 포기하고 되돌아갈 수 있단 말이야. 그래, 이 기회에 이태호를 먼저 없애버리는 거야.”생각을 정리한 육명준은 하늘을 날아오르더니 빠르게 단풍종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두 종문은 그렇게 먼 거리를 두고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2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육명준은 단풍종에 도착해 단풍종 종주와 장로를 만나게 되었다. 물론 그중에는 단풍종 종주인 김천수의 아들, 김대준도
육명준은 김천수와 김대준 두 사람을 보며 대답했다.“이번에 백정연이 돌아올 때 애인도 같이 데리고 왔습니다. 그 자식 이름이 이태호입니다.”그 말을 들은 김대준은 잔뜩 화가 나 눈을 부릅뜬 채 분노의 목소리로 말했다.“그게 무슨 뜻이지? 백서웅이 백정연에게 말하지 않았나? 여섯 날이 지난 후 백정연이 나에게 시집오지 않으면 분명 풍월종을 공격한다고 했는데.”사실 단풍종 사람들은 풍월종을 공격할 계획이 없었다. 그들은 풍월종을 조금만 협박해도 종문의 판국을 위해서 백서웅은 분명 딸을 넘길 거로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두 종문 사이의 관계는 진일보 가까워질 것이고 그들의 종문은 점점 더 강성해질 것이다.그들의 예상처럼 백정연이 돌아오긴 했으나 애인을 데리고 왔다니.김천수도 주먹을 꼭 쥐며 말했다.“젠장. 백서웅은 우리 단풍종을 정말 우습게 생각하나?”두 사람 모두 단단히 화가 났고, 옆에 있던 장로들도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분노의 얼굴을 보였다.그 광경을 지켜보던 육명준은 남모를 희열을 느꼈다.그는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가고는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그러게 말입니다. 저마저 종주님의 입장에 몰입하게 되어 화가 나네요. 이태호는 개인 수련을 하는 보잘것없는 놈입니다. 그런 놈이 어떻게 우리 아가씨에게 어울리겠습니까? 우리 아가씨는 반드시 도련님 같은 분에게 시집을 가야 하는데 말입니다.”김대준은 흠칫하더니 육명준을 보며 물었다.“정말?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정말 정연 씨와 내가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거예요?”육명준이 바로 대답했다.“당연하죠. 도련님 같은 신분을 지녀야 정연 아가씨에게 걸맞은 분이시죠. 저도 막 도련님 대신 화가 나네요. 우리 아가씨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저는 두 분께 이 얘기를 알려드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김천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육명준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구겼다.그는 분명 육명준의 말을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누가 위험을 무릅쓰고 얘기를 전하러 오겠는가?만약 풍월종에서 이 일을 알게 된다면 분
김천수가 또 말했다.“백서웅이 무슨 생각으로 개인 수련을 한 놈을 받아줬는지 몰라. 딸이 개인 수련을 한 놈에게 시집가는 걸 막지 않았다니, 설마 그놈의 내공이 훌륭한가?”육명준이 곧바로 대답했다.“그놈이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건 사실입니다. 내공도 저보다 높고요. 아마도 6급, 또는 7급 무황의 내공을 가지고 있을 듯합니다.”그 얘기를 들은 단풍종 사람들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개인 수련을 한 사람이 그 정도 내공을 가진 거면 확실히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다고 말할 수 있었다. 아니면 백서웅은 진작 반대했을 것이다.하지만 육명준이 곧이어 뱉어낸 말은 그들을 더 놀라게 했다.“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놈은 중급 연단사 3급입니다. 이번에 올 때 얼마나 많은 단약을 가지고 왔는지 백서웅에게 3급 중급 단약을 백 알이나 선물했지요. 그래서 백서웅에게도 일말의 희망이 생긴 거고요.”단풍종의 장로까지 된 마당에 육명준은 풍월종을 끝까지 배신하기로 했다.김대준은 백정연을 그렇게 마음에 들어 하니 만약 두 종문에서 전투가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단풍종 사람들은 절대 백정연을 죽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태호와 백서웅이 죽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자신이 백정연을 가질 수 없으니 이태호도 못 가지게 할 속셈이었다.만약 백정연이 나중에 김대준에게 시집온다면 단풍종 사람들은 백정연을 다스리기 위해 그녀의 내공을 모두 없애버릴 것이다. 그러면 그는 단풍종에서 충분히 백정연을 가질 기회를 엿볼 수 있었다.“뭐? 중급 연단사 3급?”김천수는 화들짝 놀랐다.“3급 중급 단약 백 알이면 풍월종 자제들의 내공을 충분히 많이 끌어올리겠는데?”김천수가 생각하고는 또 물었다.“그 단약을 언제 나눠줬는가?”단약 한 알이 몸에 스며드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건 아니었다. 내공이 대단한 사람들은 하룻밤이면 충분했다.육명준이 미간을 구기더니 대답했다.“어젯밤에 나눠줬어요.”“뭐?”김천수의 안색이 한껏 어두워졌다.“어젯밤에 단약을 받아놓고 왜 이제야 찾아
“엉엉, 아버지, 백정연에게 애인이 생겼다니요, 어떻게 하죠? 저는 정연 씨만 좋은데요.”김천수가 아들을 흘겨보고는 말했다.“못난 놈. 왜 그렇게 조급해해? 걱정하지 마. 백정연은 네 아내로 될 테니까.”말을 마친 후 그는 또 대장로에게 말했다.“대장로님, 모든 제자들을 집합시키세요. 우리는 풍월종으로 갑니다.”대장로가 미간을 구기더니 김천수에게 말했다.“종주님, 정말 지금 풍월종을 공격하실 생각입니까? 상대와는 일주일을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아직 닷새나 남았는데 이렇게 찾아가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봅니다. 약속 시간이 되지 않았을뿐더러 상대는 백정연을 내놓지 않겠다고 말한 적도 없었으니 말입니다.”김천수가 대답했다.“더 기다리면 안 됩니다. 언제까지 풍월종 제자들이 내공을 높이는 걸 지켜보고만 있겠습니까? 그때면 우리 단풍종만 더 큰 손해를 입을 겁니다. 게다가 이태호라는 자는 중급 연단사 3급입니다. 그런 연단사 사위가 있으니 백서웅이 쉽게 백정연을 내놓으실 거로 생각하십니까? 분명 백서웅은 한 번 겨뤄보려고 하겠죠. 시간을 질질 끌다가 백서웅까지 2급 존자의 내공에 도달하게 된다면 우리가 승리할 가능성은 더더욱 낮아지겠죠.”대장로는 김천수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네, 종주님 말씀 맞네요. 곧바로 제자들을 집합시키겠습니다.”나장로가 고민하고는 얘기했다.“종주님, 이태호라는 자가 중급 연단사 3급입니다. 젊은 나이에도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니 나중에 우리가 승리하더라도 그자는 죽이지 않고 살려두는 게 어떻습니까?”김천수는 곧바로 나장로의 뜻을 알아채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이태호라는 자가 우리를 위해 단약을 제련하게 하려는 말씀이십니까?”나장로가 고개를 끄덕였다.“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이태호의 내공만 없애버리면 되지요. 그놈의 영력은 대단할 겁니다. 그러니 내공이 없다고 해도 충분히 단약을 제련할 수 있어요. 만약 우리 종문에 이런 연단사가 생긴다면 앞으로 강성해질 일만 남았겠죠.”다장로도 말을 보탰다.
“그래요, 내공으로 봤을 때는 이태호 님은 우리에게 있어서 선배님과 마찬가지죠. 따라 배울 점이 많네요.”태상 장로 중 한 명인 변진원이 겸손하게 말했다.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백정연은 표정이 약간 이상해졌다.평소 이 두 분은 종문에서 고고하신 존재였다. 최고 권위자라고 할 수 있는 두 분은 그 누구도 안중에도 없는 것 같이 거만하게 굴었는데 이태호 앞에서 그들은 그렇게 겸손하고 유순할 수 없었다. 연단사에게 있어서 연단 수준을 높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는 듯싶었다.잔뜩 기대하는 두 사람의 눈빛을 받으며 이태호는 변진원과 구준성을 향해 말했다.“그럼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내일 찾아오시면 될 것 같아요. 제가 연단하는 과정을 직접 한 번 보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알려드릴게요.”“정말 감사합니다.”그 얘기를 들은 두 태상 장로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하하, 돌파했어! 나 드디어 1급 존자의 내공을 갖추게 되었어!”바로 이때, 멀지 않은 방 안에서 한 노인이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며 말했다.이태호가 그 광경을 보고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무래도 대장로님께서도 1급 존자의 내공을 가진 듯합니다.”“잘됐네요. 나장로와 다장로도 전에 돌파했다고 하는데, 하하, 그러면 우리 종문에서 존자 내공을 가진 사람은 단풍종보다 많게 되는데 그들을 더 두려워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백정연도 이 상황이 감격스러웠다.이태호가 어제 단약을 나눠줬는데 오늘 바로 그 효과가 나타나다니. 종문 전체의 실력이 제고되어 어제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실력을 가지게 된 풍월종이었다.“잠깐. 왜 우리뿐만 아니라 장로님들의 내공도 높아진 거지? 장로님들이 3급 중급의 단약만으로 존자 내공을 높이려고 하는 건 꽤 어려운 일일 텐데?”어떤 제자들은 장로들이 잇따라 내공이 높아진 것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바로 장로들이 어제 받은 단약은 3급 고급의 단약이었다.“큰일났습니다. 단풍종 사람들이 쳐들어왔습니다.”바로 이때, 순
“슉슉슉!”백서웅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림자가 잇따라 하늘로 치솟아 빠른 속도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풍월종 제자들은 3만 명 정도나 되었는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게다가 풍월종에 가입하려면 최소 1급 무왕의 내공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그러니 은세 종문 중에서도 풍월종은 상류 종문으로서 보통 은세 종문과 비하면 훨씬 높은 전투력을 자랑하고 있었다.이태호도 백지연 등 사람과 함께 하늘로 날아올라 백서웅 옆에 섰다.이태호가 풍월종의 제자들을 보고는 말했다.“내공이 5급 무왕 아래인 분들은 물러가세요. 전투에 참여할 필요가 없어요.”이태호는 내공이 낮은 제자들이 쉽게 죽임을 당할까 봐 그들더러 전투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렸다.내공이 낮은 제자들이 그 말을 듣고는 감동받았지만 물러선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이태호는 풍월종 아가씨의 남자라고 하지만 종주는 아니고, 태상 장로는 더더욱 아니었다.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누가 감히 그의 말을 따르겠는가?이태호의 말을 들은 백서웅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태호에게 물었다.“1급 무사부터 4급 무사의 내공을 가진 제자들은 결코 적지 않다네. 거의 전체의 50%를 차지했다고 해도 무방하지. 만약 저들이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인원이 반토막이 난다네, 나도 저들의 내공으로 전투에 참여하면 무고한 죽임을 당할 수도 있는 건 아는데 저들이 없다면 우리가 처음부터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게 아니겠는가?”이태호가 덤덤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저는 그냥 저들이 무고한 희생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 말입니다. 게다가 정말 단풍종과 전투를 벌이기 시작한다면 상대의 두 2급 존자를 빠르게 죽일 수 있는 자신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의 사기는 금세 꺾이겠죠. 그러면 그들은 패배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좋아. 자네가 3급 존자이니 믿어야지.”백서웅이 한참 생각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제자들에게 말했다.“외문 제자는 전투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전방에서 전투를 벌일 때 아래서 응원만 열심
풍월종 사람들은 이미 단약을 받았고 또 일부분 제자들의 내공이 높아졌지만 그래도 절대 그들의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들은 2급 존자를 두 명이나 보유하고 있었으니 말이다.“아이고, 김 종주님, 저는 정말 무슨 일인지 모릅니다. 명확하게 말씀해 주셨으면 하는데요.”백서웅이 한숨을 푹 쉬고는 말했다.인파 중에 서 있던 강선욱은 주위를 살펴봤는데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이제 곧 전투가 시작될 텐데 육명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니.“설마 어젯밤에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셨나? 그래서 수련하지 못하고 내공을 올리지도 못한 것이 아닐까? 그러면 아직도 수련하고 있겠지?”강선욱이 혼잣말하고는 더 의심하지 않았다.단풍종 사람들 사이에서 김대준이 걸어 나오더니 백정연을 보고는 백서웅에게 말했다.“백 종주님, 연기는 그만하시죠. 정연 씨가 돌아왔으니 내놓으시죠. 제가 데리고 가서 행복하게 살겠습니다.”“어림도 없는 소리 하지 마!”이태호가 앞으로 걸어가더니 차갑게 말 한마디 내뱉었다.그리고 그도 똑같이 경멸이 깃든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봤다.김대준은 입꼬리를 몇 번 씰룩거리더니 이태호를 노려보며 말했다.“네놈이 이태호야? 정연 씨 애인?”그의 말을 들은 이태호는 미간을 찌푸렸다.“의외네. 내 이름을 알고 있다니. 내가 많이 유명한가 봐?”김대준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잘난 척은. 네놈이 뭐가 유명하다고 그래? 육명준 장로님께서 얘기하지 않으셨으면 내가 왜 네놈의 이름을 알겠어?”“육명준? 장로?”이태호가 미간을 구겼다. 그는 영력으로 상대 전력을 살폈는데 곧바로 사람들 사이에 있던 육명준을 발견했다.“육명준 장로님, 왜 거기에 있는 거죠? 창피해할 것 없어요. 흐름을 잘 파악하는 것도 능력이니까요.”김대준이 돌아서고는 뒤에 서 있던 육명준을 향해 말했다.육명준은 이 상황이 너무 민망했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창피를 무릅쓰고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그 사이에 백서웅은 실력을 돌파하고 다시 위로 날아올라온 두 사람을 보고는 기
“하하, 그게 뭐 어때서요? 내가 뭘 잘못했나요? 아니, 난 잘못한 게 없어요.”육명준은 앞으로 한 걸음 걸어 나가더니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풍월종은 그저 저에게 호법의 자리를 준 것뿐이에요. 하지만 저는 단풍종에 와서 장로를 할 수 있어요. 완전히 다른 대우를 받고 있다고요. 더 좋은 자리가 있는데 내가 왜 풍월종에 있겠어요? 맞아요, 나 그런 뻔한 사람이에요.”백정연은 자기가 좋다며 구애하던 육명준이 한순간에 적으로 돌아설 줄은 몰랐다. 게다가 풍종문까지 배신하고 말이다.이태호가 백서웅에게 3급 고급 단약을 준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은 게 차라리 다행이었다. 아니면 또 얼마나 큰 화를 불렀을까.“육명준, 이 나쁜 놈아. 너 같은 사람은 호법 자리도 아까워.”백정연이 어금니를 깨물고는 그를 노려봤다.육명준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하하, 백정연. 사실 나도 너를 위하는 마음에서 따라다녔던 거야, 알아? 이태호처럼 개인 수련하는 놈한테 시집가길 바라지 않았어. 게다가 저놈은 아내가 둘이나 있잖아. 네가 시집을 가도 첩이 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저놈에게 시집갈 바에 매너 좋은 우리 도련님에게 시집오는 건 어때?”백정연은 어이가 없었다. 헛소리하는 능력은 아무도 육명준을 따라갈 수 없었다.단풍종의 장로와 제자들은 사실 육명준 같은 사람을 업신여겼다. 이미 종문을 배신한 전적이 있는 사람이 나중에 이익 때문에 또 단풍종을 배신할지 누가 알겠는가?다만 지금 육명준은 단풍종에게 이익을 가져다줬고, 또 지금이 워낙 중요한 시간이니 종주도 어쩔 수 없이 이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했다.이태호는 육명준을 보다가 김천수를 향해 말했다.“김 종주님, 이런 종문을 배신한 사람을 무슨 배짱으로 받아들이시는 겁니까? 나중에 단풍종도 배신할까 봐 두렵지 않으세요?”그 얘기를 들은 김천수의 얼굴색은 한껏 어두워졌다.하지만 김천수가 대답하기도 전에 육명준이 손을 들고는 다짐했다.“종주님,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단풍종
종문 앞.허공에 선 선우정혁은 온몸에서 기운이 들끓었고 그의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은 저절로 펄럭거리면서 휘날렸다. 그는 10리 밖에서 멈춰선 작은 산만한 은백색 비행선을 바라보았다.비행선에 있는 조정운은 선우정혁이 나타난 것을 보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포권을 취하고 나서 말했다.“선우 도우를 뵙습니다.”조정운은 성왕 경지의 대능력자이지만 4급 성왕 경지라 선우정혁보다 한참 뒤떨어져서 예를 갖추고 먼저 인사했다.비행선에 있는 수십 명의 살기등등한 조씨 가문의 장로들을 보자 선우정혁은 그들이 찾아온 이유를 모른 척하면서 물었다.“어쩐 일로 왔지? 우리 태일종과 싸우러 왔는가?”조정운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이태호가 자기 가문의 천교와 장로를 죽인 사실을 곧이곧대로 말했다. 그러고 나서 조정운은 당연하듯이 말했다.“선우 도우, 저는 그냥 이태호 저놈만 원합니다. 저놈을 죽이지 않으면 한을 풀 수가 없습니다!”그의 말은 곧바로 태일종 내에서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특히 종문 제자들이 이태호가 조씨 가문의 천교와 몇몇 성자급 장로를 죽였고 마지막에 9급 성자 경지인 조시환의 손아귀에서 도망쳤다는 소식을 듣자 태일종이 발칵 뒤집어졌다.“헐! 이 장로의 실력이 대체 얼마나 강하신 거야?”“성자급 장로를 세 명이나 격살한 후 마지막에 내공이 9급 성자인 조시환의 손에서 도망쳤다고?”“와, 이 사형은 정말 괴물 따로 없네. 이제 얼마 지났다고 조씨 가문의 성자급 장로마저 그의 적수가 되지 못한 거지?”“조씨 가문의 성왕급 수사까지 찾아와서 2급 성자 경지인 이 사형을 처치하려고 하다니. 이건 천남 수행계에서도 전혀 없었던 일 거야.”“...”경악을 금치 못한 제자들에 의해 종문이 떠들썩해졌다.요광섬에서.신수민 등 여인들은 연공방에서 폐관 수련 중인 이태호를 바라본 다음 종문의 고공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놀라움에 할 말을 잃었다.그녀들은 이태호가 며칠 전에 천지의 영화를 찾기 위해 백수산맥에 간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큰 사건이 있
4대 종문과 3대 가문은 천남 지역의 패주로서 그들의 제자를 감히 건드리는 자가 거의 없었다.실력이 동등한 세력이라도 상대방이 소속된 세력의 체면을 어느 정도 봐줄 것이다.이로써 조씨 가문의 가주 조정운이 자기 가문의 천교와 몇몇 장로들이 죽은 소식을 듣고 얼마나 화났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제7봉 봉주 맹동석은 깊은 숨을 들이쉬고 눈썹을 찌푸리면서 말했다.“종주님, 조씨 가문에게 이 일은 그냥 오해라고 설명하면 안 될까요?””그가 말하자마자 제6봉의 봉주 윤하영은 벌떡 일어나서 패기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종주님, 저희 태일종은 태일성지의 하급 세력이고 천남의 우두머리인데 조씨 가문을두려워할 필요가 있어요? 그냥 무시하세요.”옆에 있는 제5봉의 연태건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전에 창망산맥에 갔을 때 이태호는 신소문의 천교를 격살해서 우리 태일종은 신소문과 이미 원수를 맺었는데 이번에 또 조씨 가문을 건드렸습니다. 조씨 가문과 신소문의 성왕이 손을 잡으면 큰 문제가 될 겁니다.”연태건의 말을 들은 맹동석은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연 봉주, 무슨 말이야? 그럼 조씨 가문의 성왕이 찾아온다면 우린 제자를 순순히 내줘야 한단 말인가?”맹동석에게 꾸중을 들은 연태건도 난감한 기색을 띠면서 급히 손사래를 쳤다.“그런 뜻은 아니네. 다만 실사구시대로 얘기할 뿐이야. 만일 그 조씨 가문의 성왕이 정말 직접 나서서 신소문과 손을 잡으면 우리 태일종이 아마...”연태건은 뒷말을 잇지 않았지만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의 뜻을 알아챘을 리라고 생각했다. 또한, 그는 이태호가 상대방을 죽인 행위가 너무 무모했다고 여겼다. 그냥 상대방이 다치게 했으면 종문에게 이렇게 큰 폐를 끼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기는커녕, 이태호가 성공 전장에 들어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조씨 가문의 성왕이 그렇게 만만한가?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연태건의 말에 안색이 어두워졌다.특히 이태호와 같은 배
잠시 후, 조씨 가문의 상공에서 조정운은 음침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꼿꼿이 비행선 위에 서 있었다. 그는 출발 준비를 한 수십 명의 조씨 장로들을 바라보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나와 같이 태일종에 갑시다.”지금 조정운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조씨 가문의 체면은 이번에 백수산맥에서 발생한 일로 인해 완전히 구겨졌다.천교뿐만 아니라 장로 세 명이나 죽었다.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조씨 가문은 천남 4대 종문과 같은 최정상 세력이 아니지만 그래도 성왕급 수사가 있는 대가문이었다. 온 천남 지역에서 조씨 가문의 체면을 봐주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계속 이태호에게서 낭패를 보았다.지난 창망산맥에서 이태호는 조광학의 팔을 잘랐다. 이에 조씨 가문은 화났지만 동부 유적지에서 일어난 일은 젊은 세대들 간의 싸움이기에 성왕급 수사가 관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조씨 가문의 자존심을 크게 상하게 했다.이번에도 가만히 있으면 앞으로 개나 소나 조씨 가문의 머리 위에서 날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조정운은 태일종에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비행선을 몰고 별똥별처럼 하늘을 스쳐 지나가면서 그의 눈에 섬뜩한 살기를 띠었다....이와 동시에.태일종의 제1봉 대전에서 선우정혁은 상석에 앉았고 그의 좌우 양쪽에는 9대 봉주들이 모였다.제7봉 봉주 맹동석은 선우정혁의 정중한 표정과 동료들이 모두 모인 것을 보고 무슨 심각한 일이 일어났음을 눈치챘다.왜냐하면 대사건이 터졌을 때마다 종주는 9대 봉주를 이곳에 불러서 논의했기 때문이다.그래서 맹동석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종주님, 종문에 무슨 큰일이 생겨서 저희를 이곳이 부르신 겁니까?”맹동석의 말에 주변에 있는 다른 봉주들도 일제히 선우정혁을 바라보았다.그들도 속으로 똑같은 의문을 품었다.의자에 앉은 선우정혁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잔을 천천히 내려놓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이번에 확실히 큰일이 있어서 자네들을 부른 거네.”그러고 나서 그는 이태호가 백수산맥에서 천지의
조씨 가문의 산소에 사람들이 모였는데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조정운은 조시환의 보고를 들은 후 손을 세게 의자의 손잡이에 내리치자 손잡이는 순식간에 가루로 부서졌다.“간덩이가 부었군! 우리 조씨 가문의 천교를 죽였을 뿐만 아니라 성자급 장로 세 명이나 참살하고 도망쳤다니! 우리 조씨 가문은 안중에도 없군!”의자에 앉아 있는 조정운은 분통이 터져서 견딜 수가 없었다.자기의 아들이 격살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그는 가장 먼저 9급 성자 경지의 조시환, 그리고 10여 명의 장로를 파견했다. 이태호를 추격하고 포위했지만 이태호가 마지막에 도망쳤다.그야말로 조씨 가문에게 극심한 모욕감을 안겨 주었다.조정운이 어찌 화나서 펄펄 뛰지 않을 수 있겠는가?주변에 모인 장로들은 그의 말을 듣고 모두 이태호에 대한 적개심이 불타올랐다.“가주님, 우리 직접 태일종에 찾아가서 선우정혁보고 이태호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정운아, 소주와 몇몇 장로들이 이대로 헛되이 죽게 할 수 없네!”“가주님, 차라리 태일종과 싸웁시다! 전에 태일종이 신소문의 천교도 죽였으니 마침 우리는 이 기회에 신소문과 손을 잡을 수 있습니다!”“...”지지하는 자도 있고 반대하는 자도 있었다.바로 이때 7급 성자 경지의 기운을 발산한 노인이 일어서서 말했다.“가주님, 심사숙고하셔야 합니다. 대장로의 보고에 따르면 이태호는 대허공전송부로 도망쳤습니다. 천남의 각 종문에는 이런 보물이 없습니다. 게다가 이태호는 태일종에 입문한 지 1년 만에 존황 경지에서 성자 경지로 돌파했으니 중주 성지에 있는 천교라 할지라도 이자보다 더 뛰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대허공전송부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 중주의 성지, 아니면 동황의 세가들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조시환은 그의 말을 듣고 큰 소리로 꾸짖었다.“셋째야, 남의 사기를 부추기고 자신의 기세를 꺾지 마!”성격이 불같은 장로들도 맞장구를 쳤다.“맞소. 삼장로는 이태호에게 놀라서 정신이
천리 밖에 있는 한 고요한 평원의 상공에서 갑자기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번쩍거렸고 주변의 공간이 뒤틀어지면서 높이가 1장 되는 허공 통로가 나타났다. 이윽고 한 청년 남자가 그 통로에서 걸어 나왔다.이 청년 남자가 바로 이태호였다. 그는 나오자마자 바로 신식을 방출해서 주변의 지형을 관찰하였다.다행히 대허공전송부는 그를 낯선 곳으로 전송하지 않았다.눈앞에 있는 이 평원은 그가 알고 있는 곳으로 태일종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정신을 차린 후 이태호는 재빨리 사물 반지에서 영단 두 알을 꺼내서 입에 넣었다. 강력한 약효는 영기로 변해서 그의 육신에 퍼졌고 어긋난 오장육부와 파손된 경맥을 회복시켰다.“아까 정말 위험했어. 하마터면 조시환의 손에 죽을 뻔했네.”이태호는 신식을 체내에서 거둔 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9급 성자 경지의 실력이 정말 강대했다. 조시환의 일반 공격에 그는 비장의 무기를 꺼냈고 심지어 전송부를 부숴버리고 꽁무니를 뺄 수밖에 없었다.이런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보물을 아직 실컷 구경도 못했는데 바로 조시환의 앞에서 사용했다.“빌어먹을 조씨 가문!”여기까지 생각한 이태호는 마음이 아파서 욕설을 퍼부었다.“앞으로 조씨 가문보고 천배 갚게 할 거야.”대허공전송부는 성왕급 대능력자가 제련한 옥부였다. 천남 지역뿐만 아니라 중주의 많은 산수(散修)들도 얻기 힘든 보물이었다.그러니 이태호가 어찌 조씨 가문을 원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체내의 상처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 이태호는 잡생각을 그만두었다.‘조씨 가문의 사람들이 쫓아올 수 있으니 일단 종문으로 돌아가자.’그는 하늘로 솟아오르고 무지갯빛으로 변해서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두 시진 후, 이태호는 태일종의 산문 앞에 도착했다. 태일종은 구름을 꿰뚫고 우뚝 솟은 첩첩산중에 자리 잡고 있으며 웅장하고 험준하며 영기가 그윽했다.태일종의 구역에 들어선 이태호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곧바로 요광섬으로 돌아갔다.요광섬에
한편, 조시환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어? 아직 안 죽었네?”그는 9급 성자급 수사로서 지금은 성왕 경지의 문턱에 이르렀다.조시환의 육신은 이미 범인의 영역을 벗어나 성인의 경지로 들어갔다. 그의 혈액은 황금색으로 되었고 육신의 힘은 진룡과 견줄 수 있으며 태산을 무너뜨리고 바다를 안정시킬 수 있었다.그러나 이태호는 2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다. 조시환은 조씨 가문의 대장로로서 과거에 수많은 2급 성자급 수사를 참살하였다.이태호가 태일종의 진전 제자이고 천교일지라도 기껏해야 3급 성자급 수사와 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태호가 그의 공격을 막아냈으니 조시환이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조시환은 놀라움을 뒤로 하고 마음을 가다듬은 후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이태호를 비웃었다.“이제 또 무슨 수단이 있는지 보자!”이제 방어 영보의 도움이 없는 이태호는 조시환에게 있어서 덩치가 조금 큰 개미에 불과했다. 그가 힘을 쓰면 바로 짓밟아 죽일 수 있었다.이와 동시에.힘겹게 조시환의 치명적인 공격을 막아낸 이태호도 상황이 안 좋았다. 그의 몸은 큰 산에 부딪힌 것처럼 아팠고 오장육부의 위치가 어긋났으며 피를 토하였다. 그는 심각한 내상을 입어서 체내의 영기가 거의 정체되었다.이태호는 전송부를 사용하지 않으면 정말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그는 당장 전승부를 부숴버렸고 원신으로 주변에 있는 천지의 힘과 연결하였다.대허공전송부가 부서진 순간에 주변의 공간이 파멸되면서 공간 통로가 생겼다.주변의 공간이 불안정해졌고 이태호의 앞에 수상한 현상이 나타난 것을 본 조시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이태호가 방금 부숴버린 것이 무엇인지 알아챘다.그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면서 소리를 질렀다.“대… 대허공전송부?!”조시환은 깜짝 놀랐지만 이태호를 향해 주먹 공세를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그러나 이미 허공의 힘에 감싼 이태호는 곧장 주변의 공간을 찢어서 산골짜기의 상공에서 사라졌다.이태호가 눈앞에서 갑자기 사라진 것이 믿기지
순식간에 주변 10여 리에 있는 허공에서 우두둑거리는 소리가 났고 수많은 거미줄 같은 공간의 틈새가 나타났다.깨진 틈새에서 지수풍화(地水風火)가 쏟아져 나왔고 그중에서 어둡고 허무한 공간을 드러냈다.조시환의 눈에서 서늘한 빛이 번뜩거렸고 살기가 극에 이르렀다. 이태호의 종적을 알게 되고 나서 조시환은 곧바로 날아왔다. 그러나 그가 도착하자마자 조보성이 격살당하는 장면을 보게 될 줄이야.엄청난 충격을 받은 조시환의 분노가 최고조로 차올랐고 이태호에 대한 살기가 더욱 깊어졌다.조보성이 조씨 가문의 성자급 장로인데 또 이태호의 손에 죽다니!조시환의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그는 강렬한 살의를 품은 눈빛으로 이태호를 노려보았다.“네 이놈! 오늘 내가 꼭 네 놈을 죽일 거야!”조시환은 이를 갈면서 노기어린 목소리로 외쳤다. 그는 9급 성자 경지의 기운을 내뿜으면서 이태호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팽배한 영기가 빛기둥처럼 뿜어져 나왔고 허공에서 공포스러운 굉음을 냈다.격렬한 충격파는 주변의 모래와 자갈을 휩쓸고 화살처럼 사방으로 날아갔다.이태호가 반응하기도 전에 격렬한 음폭 소리가 들려왔다.위기가 다가온 것을 느낀 이태호는 주저 없이 단전 내의 수많은 천지의 영기를 바로 머리 위에 있는 현황종에 주입하였다.손바닥만 한 현황종이 ‘땡’ 소리를 내면서 고막을 찢을 것 같은 우렁찬 종소리를 냈고 사방에서 들끓은 지수화풍(地水火風)은 순식간에 진압되어 가루로 되었다.이어서 수많은 현황의 기운이 내려오면서 이태호의 주변에 보호캡을 형성했다.“펑!”조시환이 날린 주먹 공격들이 현황종의 보호캡에 부딪히면서 보호캡이 흔들렸고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어쨌든 9급 성자 경지의 내공은 이태호를 훨씬 능가했기 때문이다.보잘것없는 중급 영보는 그의 공격을 막을 수 없었다.현황종에서 도자기에 금이 가는 소리처럼 청아가 소리가 들려왔다.이윽고 이태호는 머리 위에 있는 현황종에 균열이 촘촘히 난 것을 발견했고 수시로 깨질 것처럼 보였다. 그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고
조보성은 용처럼 강한 기운을 발산한 긴 창을 휘두르고 이태호를 향해 덤볐다.그의 창법이 강력하고 화산을 꺾을 기세를 내뿜었으며 창살은 진룡처럼 스쳐 지나가는 모든 물건을 부숴버렸다.주변의 공간마저 불안정해지기 시작했고 찢어져서 수많은 거미줄 같은 틈새가 나타났다.눈 깜짝할 사이에 조보성은 이태호의 눈앞에 다가왔다. 이태호의 안색이 확 변했고 적소검을 들고 앞으로 내리찍자 천 장이나 높고 금선(金線)과 같은 검기가 생성되면서 허공을 가르며 덮쳐온 창끝을 내리쳤다.“챙! 챙!...”하늘에서 병기가 격돌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번 부딪힐 때마다 생성한 거대한 충격파는 마치 여름의 천둥소리와 같은 굉음을 냈다.주변 수 리 내에 있는 대지나 골짜기를 모두 초토화시켰다.조보성은 이태호와 싸울수록 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는 이미 전력을 다했으나 이태호는 표정조차 변하지 않았다.오히려 이태호가 날린 일격에 그가 창대를 쥐고 있는 손아귀가 아팠고 온몸의 기혈이 솟구쳐 올랐다.조보성은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이태호는 2급 성자 경지의 내공을 가지고 있고 또 같은 경지에서 적수가 없으며 자신보다 경지가 높은 수사와 싸울 수 있는 천교의 특성 때문에 일반 수사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이 점을 알아챈 조보성은 조시환이 올 때까지 이태호를 붙잡으려고 하였다.이태호도 조보성의 의도를 눈치챘다.그의 신식은 수십 리 밖에서 엄청난 기운을 내뿜으면서 빠르게 이쪽으로 날아온 10여 명의 수사가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그래서 이태호는 속으로 더욱 초조해졌다.‘젠장! 이대로 가다간 내 체내의 영기가 바닥이 날 거고 오래 버틸 수 없어! 일단 이 사람을 해결한 다음 대허공전송부로 도망치자!’이렇게 생각한 이태호는 마음이 아팠다. 대허공전송부를 가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바로 사용해야 한다니.그러나 지금 전투 중에 있어서 정신을 분산시켜서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그가 들고 있는 작은 산봉우리와 같은 현황봉이 점점 커지면서 웅장한 신산(神山)으로 되어
조부성은 허공에 서서 이태호가 자신의 기습 공격을 피하는 것을 보고 속으로 의아해했다.자신의 내공은 3급 성자 경지이고 또 몰래 습격한 것인데 같은 경지의 수사라도 한순간에 반응하기 힘들 것이다.이태호의 몸에서 발산한 기운을 느끼면서 조부성의 표정이 굳어졌고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창망산맥에서 돌아온 가문 장로들과 제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그때 이태호는 8급 존황 경지의 수사에 불과했다.그러나 그는 두 달 만에 2급 성자 경지의 수사로 되었다.조부성은 수련 속도가 이렇게 빠른 수사가 있다는 소문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이와 동시에.긴 창의 치명적인 공격을 피한 이태호도 지금 이 백수산맥의 곳곳에 조씨 가문의 수사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내가 소홀했군. 조씨 가문의 반응이 이렇게 빠른 줄은 몰랐어. 반나절 만에 2천 리 밖에서 여기로 찾아왔다니.’이태호는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감히 방심하지 못하고 적소검과 현황 이화봉 두 영보를 바로 꺼냈다.영보를 꺼내서 계속 싸우겠다는 자세를 취한 이태호를 보면서 조보성의 얼굴에 화난 기색이 역력했고 냉소를 흘리면서 말했다.“이태호, 순순히 항복하면 살려줄 수 있어!”조보성은 거만하고 경멸한 말투로 말했지만 실은 이태호를 감히 무시하지 못했다.어쨌든 2급 성자 경지의 조명곤과 조해룡이 모두 이태호의 손에 죽었으니까.그는 말하면서 몰래 영패로 수십 리 밖에 있는 조시환에게 연락하였다.수십 리 밖의 비행선에서 가부좌 자세로 앉아서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은 조시환은 갑자기 허리에 찬 영패의 진동을 느꼈다.그가 신식으로 영패를 한번 훑어보고 나서 눈을 번쩍 뜨고 갑판에서 벌떡 일어섰다.“드디어 찾았군!”조시환은 흥분한 표정을 지으면서 곧바로 무지갯빛으로 변해서 조보성이 있는 쪽으로 날아갔다.동시에 기타 조씨 가문의 장로들도 연달아 정보를 받고 급속히 날아왔다....산골짜기 상공에서. 영보를 꺼낸 이태호는 조보성의 말을 듣고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이태호는 헛소리하지 않고 온몸의 검의를 내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