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이 자식. 넌 누구야? 너희 당주도 이렇게 나대지는 못하는데 감히 이렇게 시건방을 떨어?”용호당의 대장로가 크게 웃었다. 4급 무황 내공인 그가 손을 휘두르자 거대한 영기가 이태호를 향해 날아갔다.“허허!”상대방의 공격에도 이태호는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그는 상대방이 안중에도 없었다. 이태호도 그와 똑같이 손을 휘둘렀고 그의 것보다도 더 크고 긴 영기가 나타나서 상대방의 영기와 맞부딪혔다.쿵!엄청난 굉음과 함께 다음 순간 모든 이들의 예상을 벗어난 일이 벌어졌다. 용호당의 대장로가 시전한 영기는 손쉽게 파괴됐고, 이태호의 영기는 남은 에너지를 품고 대장로를 향해 날아들었다.“뭐야?”“이럴 리가 없는데?”용호당의 호신과 용신은 그 공격을 본 순간 겁을 먹었다. 이태호의 공격은 6급 무황과 견줄 정도였다.쿵!대장로의 앞으로 날아간 호신이 영기로 이루어진 거대한 벽을 만들어 앞을 막아서야 겨우 이태호의 영기를 막아냈다.비록 호신이 막아낸 건 남은 에너지를 품은 영기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압력이 상당하여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흥, 이제 알겠네. 네놈들이 이렇게 건방졌던 건 고수를 불러와서였어.”호신은 안색이 어두워지며 주먹을 꽉 쥐었다.용호당의 대장로는 앞으로 한 걸음 나서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저놈 얼굴이 낯선 걸 보니 우리 섬의 사람이 아닌 듯합니다. 어쩌면 다른 섬에서 온 놈일지도 모릅니다.”호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6급 무황의 강자는 물론이고 4급 무황이라고 해도 이 섬의 사람이었다면 다들 알고 있었을 것이다.“흥, 우리 쪽수가 더 많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두 명의 6급 무황이 있는데 두려울 게 뭐가 있어요? 한 번 붙어보자고요.”용신은 주먹을 꽉 쥐면서 분노에 찬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았다.이태호는 느긋하게 손바닥을 뒤집어 보검 하나를 꺼내 그 안에 영기를 주입했다.“우리 저의당 제자의 사상자 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내가 그쪽에 있는 강자들을 단번에 죽여야겠어.”이태호의 입가에 호선이 그려졌다. 그의
장미꽃비를 바라보던 임씨 가문 가주 역시 감탄을 금치 못했다.“무슨 무기지? 이 파동, 아주 막강해.”호신은 미간을 구기고 손을 휘적였다. 그러자 거대한 호랑이가 울부짖으면서 앞으로 튀어 나갔다.“가!”이태호가 손을 휘두르자 장미꽃잎들은 기괴한 궤적을 그리며 앞으로 날아갔다. 속도가 아주 느려 보였지만 사실 아주 빨랐다. 그것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호랑이의 앞에 나타났다.“죽여!”김석현이 손을 휘두르며 공격 명령을 내리자 양측의 사람들이 팽팽히 대립하여 싸우기 시작했다.쿵쿵쿵!굉음들이 연이어 울려 퍼졌고, 이태호가 시전한 장미꽃비들도 이때 폭발하기 시작했다.거대한 호랑이와 거대한 용은 겨우 4, 5개 정도 되는 장미꽃잎들의 공격을 받고 가루가 되어버렸다.“말도 안 돼. 저 자식 내공이 대체 뭐야? 왜 우리의 공격이 먹혀들지 않는 거지?”호신은 순간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가 시전한 무기는 그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무기 중 하나였고 본인도 수준이 낮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태호가 시전한, 영기가 응집되어 만들어진 장미꽃잎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저 자식의 무기를 보니 만만치 않은 것 같은데. 혹시 지품 무기인가?”용신의 안색도 좋지 않았다.이때 4, 50여 개 돼 보이는 장미꽃잎들이 다시 날아와서 그들의 앞에 서 있던 강자들을 전부 포위했다. 장미꽃잎들로 뒤덮인 공간은 아주 컸다.“빌어먹을, 우리 포위당했어.”용호당 대장로의 공격 또한 장미꽃잎들에 의해 와해하였다. 그는 원래 도망갈 생각이었지만 그가 반응했을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어떡하죠? 어떻게 해야 합니까?”나장로는 겁을 먹어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고 목소리가 떨렸다. 목숨을 위협당하는 느낌이었다.“너무 강해요. 저희 신전 주인님 정말 너무 강해요.”저의당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에 다들 자극을 받고 무척 흥분했다. 그들은 자기들이 이길 거라고 확신했다.쿵쿵쿵!굉음 속에서 여러 장로들과 용호당의 호신, 용신 두 사람은 허공에서 뚝 떨어졌고, 그대로 피투성
“아니, 난 죽고 싶지 않아!”용호당의 제자들은 조무래기들이라 다들 무기와 갑옷들을 버리기 시작했다. 일부 사람들의 눈동자에는 절망이 가득했다.“죽여, 빌어먹을. 예전에 네놈들이 우리를 어떻게 괴롭혔는데?”이때 김석현은 무자비한 전쟁의 신이 되어 상대측 진영으로 뛰어 들어가서 사람들을 마구 죽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동안 용호당에게 시달리며 오랫동안 참아왔었다.쿵쿵쿵!전투는 시작도 빠르고 끝도 빨랐다. 겨우 20분도 되지 않아 전투가 끝났다.전투는 완전히 일방적이었다. 저의당 사람들은 전례 없는 승리를 거두었고 용호당의 사람들은 전멸했다. 저의당 쪽은 2, 300명 정도 상처를 입었지만 죽은 사람은 없었다.“세상에, 우리가 이겼어요!”“아, 우리가 이겼어요!”저의당 제자들은 하나같이 소리를 지르면서 흥분한 기색을 보였다.“자, 자. 다들 전장을 정리해. 이렇게 급히 축하할 필요는 없어.”저의당의 대장로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어제까지 그들은 용호당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고뇌했었고,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언젠가는 용호당에게 먹힐 거라는 생각에 두려웠었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그들은 오늘 승리를 거머쥐었고 용호당은 이렇게 사라졌다.“이렇게 빨리 끝나다니, 참 강한 사람들이네요.”임씨 가문 사람들은 저쪽 상황을 보면서 마침내 미소를 드러냈다.성 밖의 많은 수사들이 싸우는 소리를 듣고 날아와서 구경했다. 그들도 감탄했다.특히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은 용호당과 저의당이 결전을 치를 거란 걸 알았을 때, 저의당이 질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모든 건 그들의 예상을 크게 벗어났고 저의당은 거의 절대적인 승리를 얻었다고 할 수 있었다. 저의당 사람들은 이내 전리품을 챙기고 전장을 치웠다.그날 밤, 영천시의 함씨 가문. 함씨 가문 가주는 드디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그는 예전에 자주 함운성의 곁에 있었던 경호원들을 마당으로 불렀다.“우리 아들 어디로 간 거야? 왜 어제 낮부터 보이지 않는 거야?”함씨 가문
사실 그들도 조금 걱정되었다. 도련님이 외출해서 나쁜 짓을 저질렀다면 어젯밤에 돌아왔어야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은 걸 보면 이상했다.함태영은 멍청하지 않았다. 경호원들의 표정을 살피던 그는 이내 수상한 낌새를 눈치챘다.“라서훈, 나와...”그가 한 경호원을 불렀다.라서훈이라고 불린 경호원은 그 말을 듣더니 화들짝 놀라면서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그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말했다.“가, 가주님. 도, 도련님은 여행 가셨습니다.”함태영은 차갑게 웃었다.“라서훈, 솔직히 말할 기회를 한 번 더 줄게. 그렇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거기까지 말한 뒤 함태영은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어갔다.“내 아들이 어떤 놈인지 내가 모를 것 같아? 걔가 여행을 좋아하는 애였던가? 얼른 솔직히 얘기해.”라서훈은 겁을 먹고 바닥에 털썩 꿇어앉았다.“가주님, 살려주십시오. 도련님, 도련님께서는 방 장로와 함께 외출하셨습니다. 그날 한 산수가 세 명의 미녀를 데리고 영천시를 지나던 길이었는데 도련님은 그들이 보기 드문 엄청난 미녀라면서 마음에 들어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저희에게 그들의 뒤를 밟으라고 했고 그들의 거처를 알게 되자 어제 아침 고수들과 방 장로를 데리고 떠났습니다.”함태영은 화가 나서 주먹을 꽉 쥐었다. 얼마나 세게 주먹을 쥐었는지 뼈 소리가 들렸다.“이 빌어먹을 자식, 그 고약한 버릇을 아직도 고치지 못하고 또 나갔다고? 이 자식, 언젠가는 여자 때문에 죽고 말 거야.”비록 자기 아들이 또 나쁜 짓을 저지르러 나갔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함태영은 아들이 이미 죽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라서훈의 말대로라면 상대방은 산수일 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함태영은 그 일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 옆에 있던 중년 여성은 함운성의 엄마였는데 그녀가 함태영에게 말했다.“운성이는 아직 어려서 그래요. 노는 걸 좋아하는 것뿐이니까 너무 화내지 말아요. 언젠가 놀다가 힘이 들면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그만하지 않겠어요?”함태영은 그녀를
그 말을 들은 중년 여성은 안색이 흐려진 채로 함태영에게 말했다.“무슨 그런 재수 없는 소리를 해요? 좋은 얘기도 아니고 말이에요. 방 장로가 같이 있다잖아요? 그런데 뭐가 두려운 거예요? 걱정하지 말아요. 내일은 분명 돌아올 거예요.”저녁이 되자 김석현은 이태호 등 사람들을 불러와서 오늘 얻은 전리품을 그에게 건넸다.이태호는 공법과 무기 같은 것들에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김석현에게 그것들을 제자들에게 나눠주라고 했다. 대신에 그는 연단에 적합한 영초들을 골라서 단약을 만들 생각이었다.전리품을 나눈 후, 저녁이 되자 사람들은 다들 기뻐서 축하 파티를 했다.다음 날 아침, 이태호는 그제야 김석현과 장로들을 불렀다.“3품 저급 단약들인데 내공을 쌓는 데 도움이 될 거야. 가져가서 내공을 쌓아.”이태호는 김석현 등 사람들에게 단약을 건넸다.“3급 단약이라뇨. 신전 주인님, 이렇게 귀중한 단약들을 한꺼번에 꺼내시다니, 너무 대단한 거 아니세요?”대장로는 손에 들린 단약을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이런 단약은 예전에 꿈도 못 꿨다.5급 무황 경지에 오래 머물렀던 그로서는 이 단약으로 6급 무황이 되는 건 문제 없었다.옆에 있던 백지연이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태호 오빠는 3품 중급 연단사예요.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이런 단약을 꺼내놓거나 얻기가 아주 어려웠겠지만 태호 오빠는 연단 재료만 충분하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요.”그 말에 저의당 사람들은 더욱 흥분했다. 3품 중급 연단사라니. 이런 연단사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존재인데, 그들의 신전 주인이 바로 그런 존재였다.이때 이태호는 잠깐 고민하다가 그들에게 말했다.“김 당주, 앞으로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김석현은 그제야 말했다.“저희는 우선 시내로 갈 생각입니다. 그곳에서 나오긴 했지만 아직 여러 사업이 정리가 안 됐거든요. 그리고 지금 우리가 용호당을 이긴 건 맞지만 아직 그들의 사업을 이어받지는 못했잖아요. 그래서 시내로 가서 그 사업들을 전부 처리할 생각입니다.”
함씨 가문 대장로는 잠깐 생각한 뒤 함태영에게 말했다.함태영은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요즘 자꾸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요. 한 번 가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시간을 보면 어제 이미 돌아왔어야 했잖아요. 그런데 어제도 돌아오지 않았고 오늘 오전에도 돌아오지 않았어요. 이젠 오후 한 시가 되었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걸 보면 틀림없이 무슨 일이 생긴 걸 거예요.”“나도 가볼래요!”이때 함태영의 아내가 밖에서 들어오며 덤덤히 웃었다.“난 내 아들이 무사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으니 한번 가보고 싶네요. 그 세 여자가 얼마나 예쁘길래 내 아들이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는지 궁금하네요.”“그래. 그러면 잠시 뒤에 우리 함씨 가문의 무황급 내공의 강자들을 전부 데리고 같이 가는 거야. 최고 실력자들이 함께 간다면 임씨 가문도 겁을 먹겠지.”함태영은 잠깐 고민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이내 함태영은 아내 장경순과 십여 명의 무황급 강자들을 데리고 천란시로 향했다.30분도 되지 않아 함태영 등 사람들은 임씨 가문 별장 밖의 허공에 나타났다.눈앞의 별장을 바라보던 함태영은 차갑게 웃더니 아래를 바라보며 말했다.“임씨 가문 가주, 여기 나와보시죠.”함태영은 임씨 가문 사람들이 안중에도 없었다. 8급 무황인 그는 혼자서도 임씨 가문을 이 천란시에서 사라지게 만들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는 함씨 가문의 모든 강자를 다 데리고 왔다.이태호 등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 임건웅은 예의 없는 상대의 태도에 화가 났다.그는 이태호를 포함해 임씨 가문의 강자들과 함께 날아서 밖으로 나가 상대방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가주님, 저 남자와 미녀 세 명입니다. 저 사람들이 다 임씨 집안에 있었다는 건...”상대방을 알아보기 위해 라서훈도 동원되었다. 함태영이 묻기도 전에 라서훈은 이태호 등 사람들을 알아보고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이때 이태호와 세 명의 여자가 다 임씨 집안에 있다는 건, 그들의 도련님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 의미했다
함태영이 강하게 나오자 임건웅은 비록 마음속으로 무척 분노했지만 반박할 수는 없었다.옆에 있던 장경순이 참지 못하고 임건웅에게 따져 물었다.“임건웅 씨, 우리 아들은 어디 있죠? 그리고 방 장로와 다른 사람들은요?”임건웅은 어깨를 으쓱이면서 손바닥을 뒤집어 보였다.“장경순 씨, 당신 아들이 어디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아들이 안 보인다고 날 찾아온 건가요? 하하, 여기가 유치원도 아니고 말이에요.”임건웅은 일부러 목청을 높여서 말했다. 적지 않은 천란시 사람들이 먼 곳에서 구경하고 있었다. 그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했다.장경순은 화가 나서 이를 악물며 말했다.“임건웅 씨, 시치미 떼지 말아요. 내 아들은, 내 아들은...”장경순은 자기 아들이 그런 짓을 하려고 외출했다는 걸 말하기가 껄끄러웠다. 게다가 지금 적지 않은 천란시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어떻게 입을 열겠는가?이태호는 싱긋 웃으며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여사님, 아드님이 뭘 어쨌다는 거죠? 아들이 보이지 않는데 왜 임씨 집안을 찾아와서 사람을 찾는 거죠? 우리는 아드님을 본 적이 없는데 말이죠.”“말도 안 돼!”함태영은 주먹을 쥐면서 이태호를 노려보았다.“이 자식, 네가 내 아들을 죽였지? 솔직히 얘기하는 게 좋을 거야. 내 아들은 너와 네 곁의 세 미녀를 찾으러 왔다가 소식이 끊겼어. 솔직히 얘기하지 않는다면 아주 비참하게 죽게 될 거야.”“아, 드디어 말했네요. 당신 아들이 제 곁에 있는 미녀들을 넘봤군요.”이태호는 시치미 떼기가 귀찮아서 직설적으로 말했다.“안타깝게도 그에게는 그럴만한 능력이 없었어요. 그와 함께 온 다른 사람들도 전부 내 손에 죽었죠.”“정, 정말 운성이를 죽였다고?”함태영은 안색이 파랗게 되어 분노엔 찬 얼굴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설마요. 저 자식이 누군데요?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요. 함운성을 죽였다고요?”“세상에, 저 사람 곁에 있는 세 미녀 확실히 아름답네요. 함운성이 눈독을 들인 이유가 있어요. 하지만 간도 참 크죠.
뒤에 있던 임건웅은 상대방의 공격을 보자 겁을 먹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다소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태호에게 귀띔해 줬다.“하하, 걱정하지 마세요!”이태호는 웃으면서 상대방의 공격을 마주했다. 그는 전혀 대수롭지 않게 주먹을 쥐고 내뻗었다.“파석권!”이태호가 고함을 지르자 그의 앞에 거대한 주먹이 하나 나타났다. 그 주먹이 나타나자 안에서 무시무시한 파동이 일면서 쉭쉭 바람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곧 앞으로 움직였다.“세상에, 이렇게 어마어마한 기세라니. 설마 가장 기본적인 황품 저급 무기인 파석권인 건가?”이태호가 파석권 세 글자를 외쳤을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놀라워했다. 그것은 가장 별 볼 일 없는 무기였으니 말이다. 많은 사람이 내공이 낮을 때 파석권을 연습한다. 그러다가 내공이 높아지고 더 높은 수준의 무기가 생긴다면 당연히 이런 저급 무기는 거의 쓰지 않게 된다.그러나 이태호가 시전한 파석권은 파동이나 기세 모두 이것이 정말 파석권인지 의심하게 했다.“정말 파석권이야. 하지만 파석권으로 이런 에너지를 내뿜을 수 있다니, 저 사람 내공은 아마 함씨 집안 사모님의 내공보다 훨씬 더 뛰어날 거야.”백발의 노인이 수염을 매만지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퍽퍽!두 마리의 기러기는 거대한 영기 주먹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쉽게 파괴되었다.“말도 안 돼. 내 무기는 현품 고급 무기인데, 파석권에게 질 리가 없어.”눈앞의 광경에 장경순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 그녀는 자신의 무기가 파석권에 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조심하세요, 사모님!”그녀가 넋을 놓고 있을 때 이태호의 파석권이 남은 에너지를 품은 채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것은 이내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안 돼!”장경순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것은 조금 어두워진 것 같은 파석권일 뿐이었는데 장경순의 몸을 강타했고 장경순은 그대로 날아갔다.퍽!묵직한 소리와 함께 장경순은 마치 줄 끊어진 연처럼 수천 미터 날아가서 바닥에 세게 부딪혔다.“컥!”장경순은 믿기지
현장의 사람들이 백 장이나 된 흑룡이 허공을 뚫고 사라진 모습을 보고 나서 모두 오수혁을 바라보았다.이때 누군가 물었다.“태자 전하, 오현 혼자 가도 괜찮을까요?”이에 오수혁은 이태호가 3급 성자 경지의 내공으로 5급 성자 경지인 명씨 가문의 소주 명해성과 황천성지의 주용수를 죽인 것을 떠올리면서 이태호는 어느 정도 실력이 가졌기에 자기보다 경지가 높은 수사들을 죽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비록 그는 6급 성자 경지의 내공을 가진 오현의 실력에 자신이 있지만 그래도 무슨 일을 하든 충분한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우리 요족의 물건을 쉽사리 가져가게 할 수 없지. 그렇다면 자네들은 제자 몇 명을 더 보내서 오현을 도와주고 동시에 3대 성역에 수배령을 내려.”3대 성역에 수배령을 내리면 성공 전장에 들어온 각 성지, 동황 세가 등 대세력은 요족과 이태호가 원수를 지은 것을 알고 이태호가 도망갈 길을 막을 수 있다.“네!”주변의 요족 수사들은 오수혁의 말을 듣고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이번에 호족이 빼앗긴 지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은 최근 수백 년 동안 유일하게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는 기연을 얻은 신비로운 산수가 남긴 전승과 관련된 단서이기 때문이었다.오수혁은 현재 요족의 천교로서 3급 성자급 수사 따위가 이 기연을 가져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그것은 신선으로 될 수 있는 기연이니까.오수혁이 용족에서 가장 고귀한 금룡 혈맥을 가지고 있더라도 신선으로 되려면 수많은 시련을 겪어야 했다. 지금 지름길이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그는 오현이 사라진 방향에서 시선을 돌린 후 무릎을 꿇고 있는 우여진을 내려다보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잠시 후에 그는 눈을 꼭 감고 중얼거렸다.“수백 년 전에 명성이 자자한 산수가 남긴 것이 성공 고전의 영패인지 모르겠네.”성공 고전은 바로 성공 전장의 가장 큰 기연이었다.3대 성역 내부의 환경이 열악하고 공간 난류
요족에서 지위의 격차가 바로 이렇게 분명하게 나타났다.강대한 실력이 있으면 모든 요족을 통치하는 요황으로 될 수 있다.하지만 실력이 없다면 요황의 발밑에 엎드려야 하고 고개를 들 자격조차 없을 수 있다.우여진이 놀란 토끼처럼 벌벌 떨고 있는 것을 보자 오수혁은 입꼬리를 올리면서 상대방의 매끈한 턱을 가볍게 어루만지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응? 이태호?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름이네.”그의 말이 끝나자 옆에서 우람한 체구에 산처럼 건장한 남자가 나서서 말했다.“이태자, 얼마전에 황천성지의 주용수와 명씨 가문의 소주 명해성을 죽인 수사입니다. 이 인간이 3급 성자 경지의 내공으로 5급 성자급 수사를 죽여서 성공 전장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고 합니다.”이 말을 듣자 오수혁은 그제야 생각났다는 표정을 지었다.“그 사람이었어?”그래서 다시 고개를 돌려 우여진을 바라보면서 싱긋 웃으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그렇다면 오늘 네 요골을 뽑지는 않을게.”요골을 뽑는 것은 요족 수사에 대한 가장 가혹한 형벌과 다름없었다. 이런 혹형을 감당할 수 있는 요족 수사가 없을 것이다. 요골을 뽑은 요족 수사는 내공이 정체되고 영원히 정진할 수 없게 된다.참혹한 형벌을 피한 우여진은 드디어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작은 입을 벌리면서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셨다.그러나 오수혁의 목소리가 우여진의 귓가에 울려 퍼졌을 때 그녀는 상고 시대의 빙원에 있는 것처럼 아름다운 얼굴이 순식간에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고 이마에서 콩알만 한 식은땀이 맺혔다.“그러나 호족은 성공 고전에 관한 단서가 있으면서 보고하지 않았어. 청구 호족이 딴마음을 품고 있으니, 내가 어찌 안심할 수 있겠는가?”오수혁은 담담한 말투로 말하면서 우여진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황금색 눈동자는 뱀처럼 지극히 차가운 빛을 발산했고 7급 성자 경지의 기운은 난폭한 태풍처럼 무자비하게 우여진을 향해 덮쳤고 짓눌렀다.아연실색한 우여진은 공포에 질려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면서 빌었다.“이, 이
북두 성역. 어느 캄캄한 허공의 틈새 앞에서 무수한 구천강풍과 공간 난류가 부서진 공간에서 쏟아져 나왔고 주변에 무시무시한 지수풍화(地水風火)로 구성된 장막을 형성하였다.지금 허공의 틈새 앞에서 우여진이 땅에 엎드려 있었다. 그녀는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었고 지극히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주변에 10여 명의 짙은 요기를 내뿜은 요족 수사들이 태연스러운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있는 우여진을 훑어보았다.이 중에 무표정으로 바라보는 자가 있고 조소와 멸시로 찬 눈빛으로 바라보는 자도 있었다.하지만 예외 없이 나서서 그녀를 도와주는 자가 없었다.일시에 현장의 분위기기가 아주 기괴하였다.우여진이 무릎을 꿇은 지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고 있을 때 매력적이면서도 굵은 목소리가 허공 틈새에서 전해왔다.“실패했어?”이어서 준수한 외모에 이마에 뿔이 달린 남성이 허공 틈새에서 난폭하게 휘몰아친 구천강풍과 공간 난류를 무시하고 느긋느긋하게 걸어 나왔다.이자는 키가 8척이고 체구가 건장하며 얼굴의 윤곽이 뚜렷하고 날카로운 눈썹과 별처럼 밝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마치 사람의 마음을 꿰뚫을 수 있는 것처럼 예리했다.그는 황금빛 장포를 휘둘렀고 구름이 수놓은 장화를 신었으며 금발은 비취 비녀로 가볍게 올렸고 몇 오리의 머리카락은 이마 앞에 드리워졌는데 바람에 가볍게 흩날렸다. 진중하고 의젓한 걸음걸이에서 지위가 높은 권력자의 기세를 느낄 수 있었다.우여진의 앞에 도착한 후, 오수혁은 앉아서 그녀의 턱을 살짝 잡으면서 실망스러운 듯한 말투로 말했다.“정말 실망이군. 고작 2급 성자 경지의 수사도 잡아 올 수 없다니. 네가 정말 청구 호족의 천교라는 것이 믿기 어렵군.”“이태자, 저의 잘못이 아닙니다. 중간에 이태호가 갑자기 나타나서 간섭을 한 바람에 저희 청구 호족의 두 자제도 죽었습니다...”우여진은 얼굴에 공포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눈앞의 오수혁이 얼마나 냉혹한지 알고 있었다.지금 뇌택의 땅에서 젊은 세대, 심지어 윗세대도 오수혁을 따랐다.
호족은 이번에 성공 전장에 들어온 후 몰래 그 지도를 통해 기연을 찾으려고 했는데 성공 전장에 들어서자마자 여경구를 만났고 그에게 빼앗겼다.여경구는 지도를 얻은 후 3대 성역에 들어가서 찾으려고 했지만 청구 호족의 추격을 받게 되었다.여경구의 말을 들은 후 이태호는 여경구의 폭발적으로 좋은 운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아무나 만난 요족 수사에게서 이런 기연을 얻을 수 있으니.그를 더욱 흥분하게 만든 것은 여경구의 말에 따르면, 이 기연은 수백 년 전에 창란 세계를 뒤흔든 신비로운 산수가 남긴 것이라는 것이었다.그는 태일종에서 나봉과 얘기할 때 수백 년 전에 창란 세계를 뒤흔든 신비로운 산수가 바로 그의 스승인 미친 어르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리고 그는 자신과 대장로 등을 데리고 창란 세계에 온 소흑초도 아마 이 성공 전장에서 나온 것이고 심지어 선계와 관련이 있을 것이고 의심했다.이런 생각에 이태호는 지체할세라 이 자주색 옥간을 이마에 바짝 대고 지도에 있는 정보를 확인하였다.잠시 후에 이태호의 입술을 타고 짙은 숨결이 흘러나왔다.옥간 위에 새겨진 글씨체를 보자, 그는 단번에 이 옥간은 확실히 어르신이 남긴 필기라는 것을 알아챘다.옥간의 기록에 따르면 어르신은 북두 고성(北斗古星)에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는 기연을 찾을 수 있는 물건을 두었다고 한다. 당시에 그는 바로 이 물건을 빌어 기연을 얻고 신선으로 비승했다는 것이다.“북두 고성, 성공 고전... 보아하니 성공 전장에 많은 비밀이 숨어 있군.”이태호는 머리를 흔들고 사색을 멈춘 후 정중하게 옥간을 사물 반지에 넣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상처를 치료 중인 여경구를 보면서 차분하게 말했다.“확실히 큰 기연이네요. 여 사제, 빨리 상처를 치료하고 같이 북두 고성으로 갑시다. 보물을 발견하면 한몫 챙겨줄게요.”이태호는 절대로 탐욕스러운 사람이 아니었다. 천재지보를 발견하면 자기는 큰 몫을 챙기고 채유정과 여경구에게는 작은 몫이라도 챙겨줄 것이다.이 기연은 여경구가 발견한 것이고 자
이태호도 고개를 끄덕이며 채유정의 말에 동의하였다. 그는 미소를 지으면서 담담하게 말하였다.“채 도우의 말에 일리가 있어요. 지금은 요족 수사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방금 여경구가 신선으로 비승하는 기연이 있다는 말에 이태호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물었다.“참,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는 기연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요족 수사의 추격까지 받았어요?”옆에 있는 채유정도 고개를 들고 바라보았다.그녀는 전에도 명씨 가문의 추격을 받았는데 이태호의 도움으로 살아났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은 이미 죽었을지 모른다.그녀가 명씨 가문의 추격을 받은 이유는 성공 전장에 들어온 후 우연히 지난번에 성공 전장이 열릴 때 들어온 명씨 가문 제자가 남긴 사물 반지를 발견했고 그중에서 유리선금과 관련된 단서를 얻었기 때문이다.성왕급 대능력자도 눈독을 들이는 유리선금이기에 채유정은 명씨 가문의 추격을 받게 된 것이다. 지금 눈앞의 여경구도 분명히 그때의 자기와 비슷한 상황이었다.그녀는 속으로 여경구가 발견한 기연이 자기가 당시에 얻은 유리선금과 관련된 기연과 크게 뒤지지 않으리라고 추측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요족이 끈질기게 추격하지 않았을 것이니까.더더욱 살신 이태호을 알아보고도 이태호에게 여경구를 내놓으라는 압력을 넣지 않았을 것이다.여경구는 자신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선을 느끼자 바로 사물 반지에서 옥간 하나를 꺼냈다.그는 공손히 이 자주색 옥간을 이태호에게 주면서 말했다.“태호 사형, 제가 성공 전장에 들어올 때 우연히 뇌택의 땅에서 온 요족 수사를 만났어요. 그 수사는 내공이 높지 않지만 많은 보물을 가지고 있어서...”이태호는 여경구의 이야기를 통해 이 옥간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여경구의 운도 정말 폭발적으로 좋았다.그가 성공 전장에 들어온 후 우연히 우시월이란 요족 수사를 만났는데 뇌택의 땅에 있는 청구 구미호 일족의 소주였다.뇌택의 땅에서 사는 요족은 인간 세계와 완전히 다른 질서를 갖고 있다.그쪽은 혈맥의 힘을 가장 중요시했
이태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우여진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그녀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고 벌레를 먹는 것처럼 괴로워했다.“좋아요. 이 도우가 저런 사람을 위해 우리 요족과 척지겠다고 하니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요.”그녀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면서 쏘아붙였다. 가슴이 오르내리는 것이 분명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분노를 꾹 참고 있는 것이었다. 다만 이태호의 무서운 전투력 때문에 덤비지 못하고 으름장만 놓을 수밖에 없었다.“우리 요족과 원수가 되면 제명에 죽지 못할 거예요.”말을 마친 우여진은 결인을 하자 크기가 산만 한 성공 거수는 곧바로 멀리 날아갔다.잠시 후에 그녀와 성공 거수는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우여진이 떠난 것을 보자 얼굴이 백지장처럼 새하얗고 입가에 피를 흐르며 생명이 위태로워진 여경구는 탁한 기운을 내뱉은 후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원래 이태호가 자기를 구하기 위해 요족과 같은 대세력과 척지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었다.그와 이태호는 친분이 별로 없는 일반 사형제의 관계였으니까.허무맹랑한 신선으로 될 수 있는 기연이라도 자신이라면 심사숙고했을 것이다.정신을 차린 여경구는 이태호를 향해 공손하게 포권을 취하면서 허리를 굽혔다.“목숨을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형이 나서지 않았다면 지금 저는 백골로 되었을 겁니다.”여경구는 거짓이 아닌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우여진의 내공이 자기보다 두 경지나 높은 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이고 또 두 부하와 성공 거수가 옆에 있어서 이제 내공을 완성한 2급 경지인 그로서는 절대로 반항할 수 없었다.여경구의 감사에 이태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상대방을 향해 손을 휘젓자 보이지 않는 힘이 허리를 굽힌 여경구를 부축해서 일으켰다.“괜찮소. 같은 동문 사형제 사이에 상부상조해야죠.”이태호는 미소를 머금고 사물 반지에서 상처 치료용 단약 두 알을 꺼내고 여경구에게 던졌다.이태호의 단약을 받은 여경구는 바로 입에 넣었다.순식간에, 순수한 약효가 팽배한 영력으
이태호에게 아무 수단도 방법도 통하지 않는 것을 보자 우여진의 마음이 무거워졌다.그녀는 종래로 실패한 적이 없는 매혹술이 효과가 없는 걸 알아채자 가련한 척한 표정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고 냉혹한 모습으로 돌아왔다.그녀는 어두운 안색으로 이태호를 바라보면서 다시 성공 거수의 등 위에 서서 말했다.“이 도우, 정말 저런 2급 성자급 때문에 우리 요족과 적이 될 생각이에요? 이 도우가 명해성을 죽인 후 지금 명씨 가문에서 이미 추살령을 내렸어요. 심씨 가문도 마찬가지예요. 그리고 황천성지에서 이 도우가 그들의 진전 제자 주용수를 죽인 것을 알고 엄청나게 진노했다는 말도 있다고요.”우여진은 여경구를 내놓으라고 이태호를 설득하려고 애썼다.여경구가 가진 그 지도는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가 남긴 전승과 관련이 있을 뿐만 아니라 성공 고전(古殿)을 여는 단서와도 관련이 있으며 신선을 비승하는 기연과도 관련이 있다.이 지도를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요족 성녀의 자리를 넘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반대로 이 지도를 가지지 못하고 요족으로 돌아가면 벌을 받을 수 있다.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발밑에 있는 성공 거수는 갑자기 난폭하게 포효를 하였고 천둥과 같은 포효소리가 별하늘에 울려 퍼졌다.멀지 않은 곳에 있는 여경구는 우여진의 말을 듣고 온몸이 경직해졌다.‘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이태호가 명씨 가문의 소주 명해성과 황천성지의 진전 제자 주용수를 죽였다고? 이 두 사람은 모두 5급 성자급 천교가 아닌가? 이태호가 언제 이런 강자들을 죽일 수 있는 실력을 가지게 되었지? 성공 전장에 들어올 때 기껏해야 3급 성자 경지 초기가 아니었나?’속으로 이렇게 구시렁대는 여경구는 매우 곤혹스러웠다. 그러나 우여진의 표정을 보면 거짓은 아닌 것 같아서 그는 7~8할 정도는 믿게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이 이태호를 본 순간 그렇게 당황하고 대경실색하지 않았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여경구의 마음에 거센 파도가 일어났고 호흡도 멈춘 듯하였다. 그는 눈을
여경구라도 친분이 별로 없는 동문 제자를 위해 선뜻 나서서 남과 싸우지 않을 것이다.이런 생각에 여경구는 가슴이 무거워졌다.‘이 지도를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것 같군. 신선으로 되는 기연은 역시 2급 성자급 수사인 나에게 너무 과분해...’지금 목숨을 부지하려면 오직 이 물건을 이태호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어쩌면 동문의 정을 봐서 조금이라도 챙겨주겠지.그는 속으로 결정을 내린 후 고개를 들고 이태호에게 말했다.“태호 사형, 절대로 저 요녀의 말을 믿지 마세요.이 기연을 사형에게 드리겠어요.”우여진은 여경구의 말을 듣자 눈살을 찌푸렸고 눈에서 날카로운 살기를 내뿜었다.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지금 여경구는 이미 우여진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 죽었을 것이다. 우여진은 속으로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라서 바로 여경구를 찢어버리고 상대방의 정신기를 깡그리 빨아먹고 고통스럽게 죽이고 싶었다.하지만 지금 이태호가 바로 앞에 있어서 그런 용기가 없었다.여경구의 말을 들은 이태호의 마음이 흔들렸다.‘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는 기연? 요족이 이렇게 중요시하고 기어코 뺏겠다는 물건이니 정말 비승하는 것과 관련된 기연이 아니더라도 높은 가치가 있겠지.’우여진은 이태호의 약간 관심이 생기는 듯한 표정을 보자 불시에 조급해졌고 아련하고 불쌍한 목소리로 말했다.“이 도우, 소주와 성녀는 제가 임무를 완성하지 못하면 요골을 뽑아버리고 만 개의 화살로 가슴을 뚫는 가혹한 벌을 주겠다고 하셨어요... 이자를 저에게 넘기면 여진이는 이 도우의 어떤 부탁이라도 들어줄 수 있어요...”마지막에 우여진은 유혹적인 말을 하면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이태호를 향해 쑥스러운 듯한 미소를 날렸다.안타깝게도 이태호는 오랫동안 신수민, 백지연과 같은 절세의 미인과 같이 지내서 이미 미색에 대해 면역력을 갖고 있었다.우여진의 가식적인 모습은 그의 눈에는 방탕한 여우에 불과했다.이태호는 추호의 흔들림도 없는 표정으로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내 앞에서 불쌍한 척하지 마오.
우여진은 그냥 한 인간을 추격해서 죽이려고 했는데 이태호란 살신(殺神)을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명해성이 죽었다는 소식이 온 성공 전장에 퍼진 후 모두 이태호가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3급 성자 경지의 내공으로 5급 성자 경지의 명해성을 격살해서 명씨 가문에서 추살령까지 내렸다고 한다.그래서 수많은 내공이 5급 성자 경지의 천교들은 모두 암암리에 옆에 있는 호위나 부하들에게 절대로 이유 없이 이태호와 맞서 싸우지 말라고 분부했다.5급 성자 경지였던 명씨 가문의 소주 명해성도 단숨에 이태호에게 격살당했으니 자기와 같은 보잘것없는 실력으로 더더욱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차분한 표정으로 허공에 서 있는 이태호가 여경구를 도와주려고 작심을 한 듯 여경구의 앞에 막아섰다. 이를 본 우여진의 아름다운 얼굴에 처음으로 험상궂은 표정을 지었다.뇌택의 땅에 있는 요족 수사로서 그녀는 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이지만 성공 거수를 조종하는 능력 덕분에 5급 성자 경지 수준의 전투력을 가졌다. 일반 적수라면 그녀는 절대로 안중에도 두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하필이면 눈앞의 상대가 이태호였다.최근 이태호의 명성에 대해 이미 족인들을 통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우여진은 떨리는 가슴을 추스리고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고 나서 고개를 들고 이태호를 바라보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도우, 저는 뇌택 구미호 일족의 성녀예요. 도우의 사제는 저희 호족의 중요한 보물을 빼앗아 갔으니 돌려주셨으면 좋겠어요.”그녀는 명성이 자자한 살신 이태호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거세게 몰아붙이지 못했다.게다가 방금 이태호가 눈앞의 여경구가 그의 동문 사제라고 하였다.이태호는 미간을 찌푸리고 표정이 약간 어색한 우여진을 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음, 내 사제가 요족의 무슨 보물을 빼앗아 갔단 말이오?”이에 우여진은 그대로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한 지도 때문에 여경구를 쫓아다닌 것이었다.그 지도는 200년 전에 그 신비로운 산수(散修)가 신선으로 비승한 후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