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신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가능성이 매우 크네요. 그들은 밖에 있으면 더 쉽게 우리에게 추월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거예요. 그래서 아예 쌍방의 차이가 크지 않을 때 우리와 싸우려는 거죠. 비록 우리 두 사람의 실력이 그 김석현이라는 자보다 높지만, 그들 저의당은 우리보다 더 오래 존재했어요. 그들에겐 무황의 내공을 지닌 강자가 우리보다 많아요.”“사람들에게 준비를 잘하라고 하고 대가를 좀 더 치르면 돼. 그들이 도전장을 냈으니, 우리는 이 기회에 아예 그들을 멸망시키자.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는 싸울 이유를 찾기 어려울 거야.”용신은 생각해 본 후 말했다.“그 김석현 등은 6품 무황에 도달했으니 우리의 실력으로 단번에 죽이지 못해.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해도 그들 역시 편치는 않을 거야. 우리 둘은 상황이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도망가도 되니 그가 우리를 쫓아올 수는 없을 거야.”용신은 저의당에 7급 무왕 수련의 강자가 있다고 해도 그들을 죽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스스로 도망갈 기회는 많을 것이라고 믿었다.게다가, 이제 용호당은 천란시에서 일류 가문이 되었으니 다른 일류 가문들도 스스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이전의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이 가문들은 파벌 간의 싸움에 전혀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이런 생각에 용호당의 두 강자는 더는 걱정이 없어졌고, 이 저의당이 도대체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 보고 싶어졌다.이튿날 아침, 저의당 사람들은 이미 산 중턱의 거대한 광장에 서서 하나같이 엄숙하고 살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들은 이미 드래곤 신전 주인의 일을 듣고 마음속으로 모두 이 신전 주인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당주님, 이 용호당 사람들이 아직 안 왔는데, 설마 우리가 속임수를 쓸까 봐 못 오는 건 아니겠죠?”대장로는 천란시 쪽을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김석현은 몇 초 동안 침묵을 지킨 후 대답했다.“천란시 안에는 그들보다 높은 내공을 지닌 사람이 별로 없으니 그들이 오만해진
“하하, 이 자식. 넌 누구야? 너희 당주도 이렇게 나대지는 못하는데 감히 이렇게 시건방을 떨어?”용호당의 대장로가 크게 웃었다. 4급 무황 내공인 그가 손을 휘두르자 거대한 영기가 이태호를 향해 날아갔다.“허허!”상대방의 공격에도 이태호는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그는 상대방이 안중에도 없었다. 이태호도 그와 똑같이 손을 휘둘렀고 그의 것보다도 더 크고 긴 영기가 나타나서 상대방의 영기와 맞부딪혔다.쿵!엄청난 굉음과 함께 다음 순간 모든 이들의 예상을 벗어난 일이 벌어졌다. 용호당의 대장로가 시전한 영기는 손쉽게 파괴됐고, 이태호의 영기는 남은 에너지를 품고 대장로를 향해 날아들었다.“뭐야?”“이럴 리가 없는데?”용호당의 호신과 용신은 그 공격을 본 순간 겁을 먹었다. 이태호의 공격은 6급 무황과 견줄 정도였다.쿵!대장로의 앞으로 날아간 호신이 영기로 이루어진 거대한 벽을 만들어 앞을 막아서야 겨우 이태호의 영기를 막아냈다.비록 호신이 막아낸 건 남은 에너지를 품은 영기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압력이 상당하여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흥, 이제 알겠네. 네놈들이 이렇게 건방졌던 건 고수를 불러와서였어.”호신은 안색이 어두워지며 주먹을 꽉 쥐었다.용호당의 대장로는 앞으로 한 걸음 나서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저놈 얼굴이 낯선 걸 보니 우리 섬의 사람이 아닌 듯합니다. 어쩌면 다른 섬에서 온 놈일지도 모릅니다.”호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6급 무황의 강자는 물론이고 4급 무황이라고 해도 이 섬의 사람이었다면 다들 알고 있었을 것이다.“흥, 우리 쪽수가 더 많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두 명의 6급 무황이 있는데 두려울 게 뭐가 있어요? 한 번 붙어보자고요.”용신은 주먹을 꽉 쥐면서 분노에 찬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았다.이태호는 느긋하게 손바닥을 뒤집어 보검 하나를 꺼내 그 안에 영기를 주입했다.“우리 저의당 제자의 사상자 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내가 그쪽에 있는 강자들을 단번에 죽여야겠어.”이태호의 입가에 호선이 그려졌다. 그의
장미꽃비를 바라보던 임씨 가문 가주 역시 감탄을 금치 못했다.“무슨 무기지? 이 파동, 아주 막강해.”호신은 미간을 구기고 손을 휘적였다. 그러자 거대한 호랑이가 울부짖으면서 앞으로 튀어 나갔다.“가!”이태호가 손을 휘두르자 장미꽃잎들은 기괴한 궤적을 그리며 앞으로 날아갔다. 속도가 아주 느려 보였지만 사실 아주 빨랐다. 그것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호랑이의 앞에 나타났다.“죽여!”김석현이 손을 휘두르며 공격 명령을 내리자 양측의 사람들이 팽팽히 대립하여 싸우기 시작했다.쿵쿵쿵!굉음들이 연이어 울려 퍼졌고, 이태호가 시전한 장미꽃비들도 이때 폭발하기 시작했다.거대한 호랑이와 거대한 용은 겨우 4, 5개 정도 되는 장미꽃잎들의 공격을 받고 가루가 되어버렸다.“말도 안 돼. 저 자식 내공이 대체 뭐야? 왜 우리의 공격이 먹혀들지 않는 거지?”호신은 순간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가 시전한 무기는 그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무기 중 하나였고 본인도 수준이 낮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태호가 시전한, 영기가 응집되어 만들어진 장미꽃잎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저 자식의 무기를 보니 만만치 않은 것 같은데. 혹시 지품 무기인가?”용신의 안색도 좋지 않았다.이때 4, 50여 개 돼 보이는 장미꽃잎들이 다시 날아와서 그들의 앞에 서 있던 강자들을 전부 포위했다. 장미꽃잎들로 뒤덮인 공간은 아주 컸다.“빌어먹을, 우리 포위당했어.”용호당 대장로의 공격 또한 장미꽃잎들에 의해 와해하였다. 그는 원래 도망갈 생각이었지만 그가 반응했을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어떡하죠? 어떻게 해야 합니까?”나장로는 겁을 먹어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고 목소리가 떨렸다. 목숨을 위협당하는 느낌이었다.“너무 강해요. 저희 신전 주인님 정말 너무 강해요.”저의당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에 다들 자극을 받고 무척 흥분했다. 그들은 자기들이 이길 거라고 확신했다.쿵쿵쿵!굉음 속에서 여러 장로들과 용호당의 호신, 용신 두 사람은 허공에서 뚝 떨어졌고, 그대로 피투성
“아니, 난 죽고 싶지 않아!”용호당의 제자들은 조무래기들이라 다들 무기와 갑옷들을 버리기 시작했다. 일부 사람들의 눈동자에는 절망이 가득했다.“죽여, 빌어먹을. 예전에 네놈들이 우리를 어떻게 괴롭혔는데?”이때 김석현은 무자비한 전쟁의 신이 되어 상대측 진영으로 뛰어 들어가서 사람들을 마구 죽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동안 용호당에게 시달리며 오랫동안 참아왔었다.쿵쿵쿵!전투는 시작도 빠르고 끝도 빨랐다. 겨우 20분도 되지 않아 전투가 끝났다.전투는 완전히 일방적이었다. 저의당 사람들은 전례 없는 승리를 거두었고 용호당의 사람들은 전멸했다. 저의당 쪽은 2, 300명 정도 상처를 입었지만 죽은 사람은 없었다.“세상에, 우리가 이겼어요!”“아, 우리가 이겼어요!”저의당 제자들은 하나같이 소리를 지르면서 흥분한 기색을 보였다.“자, 자. 다들 전장을 정리해. 이렇게 급히 축하할 필요는 없어.”저의당의 대장로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어제까지 그들은 용호당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고뇌했었고,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언젠가는 용호당에게 먹힐 거라는 생각에 두려웠었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그들은 오늘 승리를 거머쥐었고 용호당은 이렇게 사라졌다.“이렇게 빨리 끝나다니, 참 강한 사람들이네요.”임씨 가문 사람들은 저쪽 상황을 보면서 마침내 미소를 드러냈다.성 밖의 많은 수사들이 싸우는 소리를 듣고 날아와서 구경했다. 그들도 감탄했다.특히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은 용호당과 저의당이 결전을 치를 거란 걸 알았을 때, 저의당이 질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모든 건 그들의 예상을 크게 벗어났고 저의당은 거의 절대적인 승리를 얻었다고 할 수 있었다. 저의당 사람들은 이내 전리품을 챙기고 전장을 치웠다.그날 밤, 영천시의 함씨 가문. 함씨 가문 가주는 드디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그는 예전에 자주 함운성의 곁에 있었던 경호원들을 마당으로 불렀다.“우리 아들 어디로 간 거야? 왜 어제 낮부터 보이지 않는 거야?”함씨 가문
사실 그들도 조금 걱정되었다. 도련님이 외출해서 나쁜 짓을 저질렀다면 어젯밤에 돌아왔어야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은 걸 보면 이상했다.함태영은 멍청하지 않았다. 경호원들의 표정을 살피던 그는 이내 수상한 낌새를 눈치챘다.“라서훈, 나와...”그가 한 경호원을 불렀다.라서훈이라고 불린 경호원은 그 말을 듣더니 화들짝 놀라면서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그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말했다.“가, 가주님. 도, 도련님은 여행 가셨습니다.”함태영은 차갑게 웃었다.“라서훈, 솔직히 말할 기회를 한 번 더 줄게. 그렇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거기까지 말한 뒤 함태영은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어갔다.“내 아들이 어떤 놈인지 내가 모를 것 같아? 걔가 여행을 좋아하는 애였던가? 얼른 솔직히 얘기해.”라서훈은 겁을 먹고 바닥에 털썩 꿇어앉았다.“가주님, 살려주십시오. 도련님, 도련님께서는 방 장로와 함께 외출하셨습니다. 그날 한 산수가 세 명의 미녀를 데리고 영천시를 지나던 길이었는데 도련님은 그들이 보기 드문 엄청난 미녀라면서 마음에 들어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저희에게 그들의 뒤를 밟으라고 했고 그들의 거처를 알게 되자 어제 아침 고수들과 방 장로를 데리고 떠났습니다.”함태영은 화가 나서 주먹을 꽉 쥐었다. 얼마나 세게 주먹을 쥐었는지 뼈 소리가 들렸다.“이 빌어먹을 자식, 그 고약한 버릇을 아직도 고치지 못하고 또 나갔다고? 이 자식, 언젠가는 여자 때문에 죽고 말 거야.”비록 자기 아들이 또 나쁜 짓을 저지르러 나갔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함태영은 아들이 이미 죽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라서훈의 말대로라면 상대방은 산수일 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함태영은 그 일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 옆에 있던 중년 여성은 함운성의 엄마였는데 그녀가 함태영에게 말했다.“운성이는 아직 어려서 그래요. 노는 걸 좋아하는 것뿐이니까 너무 화내지 말아요. 언젠가 놀다가 힘이 들면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그만하지 않겠어요?”함태영은 그녀를
그 말을 들은 중년 여성은 안색이 흐려진 채로 함태영에게 말했다.“무슨 그런 재수 없는 소리를 해요? 좋은 얘기도 아니고 말이에요. 방 장로가 같이 있다잖아요? 그런데 뭐가 두려운 거예요? 걱정하지 말아요. 내일은 분명 돌아올 거예요.”저녁이 되자 김석현은 이태호 등 사람들을 불러와서 오늘 얻은 전리품을 그에게 건넸다.이태호는 공법과 무기 같은 것들에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김석현에게 그것들을 제자들에게 나눠주라고 했다. 대신에 그는 연단에 적합한 영초들을 골라서 단약을 만들 생각이었다.전리품을 나눈 후, 저녁이 되자 사람들은 다들 기뻐서 축하 파티를 했다.다음 날 아침, 이태호는 그제야 김석현과 장로들을 불렀다.“3품 저급 단약들인데 내공을 쌓는 데 도움이 될 거야. 가져가서 내공을 쌓아.”이태호는 김석현 등 사람들에게 단약을 건넸다.“3급 단약이라뇨. 신전 주인님, 이렇게 귀중한 단약들을 한꺼번에 꺼내시다니, 너무 대단한 거 아니세요?”대장로는 손에 들린 단약을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이런 단약은 예전에 꿈도 못 꿨다.5급 무황 경지에 오래 머물렀던 그로서는 이 단약으로 6급 무황이 되는 건 문제 없었다.옆에 있던 백지연이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태호 오빠는 3품 중급 연단사예요.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이런 단약을 꺼내놓거나 얻기가 아주 어려웠겠지만 태호 오빠는 연단 재료만 충분하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요.”그 말에 저의당 사람들은 더욱 흥분했다. 3품 중급 연단사라니. 이런 연단사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존재인데, 그들의 신전 주인이 바로 그런 존재였다.이때 이태호는 잠깐 고민하다가 그들에게 말했다.“김 당주, 앞으로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김석현은 그제야 말했다.“저희는 우선 시내로 갈 생각입니다. 그곳에서 나오긴 했지만 아직 여러 사업이 정리가 안 됐거든요. 그리고 지금 우리가 용호당을 이긴 건 맞지만 아직 그들의 사업을 이어받지는 못했잖아요. 그래서 시내로 가서 그 사업들을 전부 처리할 생각입니다.”
함씨 가문 대장로는 잠깐 생각한 뒤 함태영에게 말했다.함태영은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요즘 자꾸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요. 한 번 가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시간을 보면 어제 이미 돌아왔어야 했잖아요. 그런데 어제도 돌아오지 않았고 오늘 오전에도 돌아오지 않았어요. 이젠 오후 한 시가 되었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걸 보면 틀림없이 무슨 일이 생긴 걸 거예요.”“나도 가볼래요!”이때 함태영의 아내가 밖에서 들어오며 덤덤히 웃었다.“난 내 아들이 무사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으니 한번 가보고 싶네요. 그 세 여자가 얼마나 예쁘길래 내 아들이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는지 궁금하네요.”“그래. 그러면 잠시 뒤에 우리 함씨 가문의 무황급 내공의 강자들을 전부 데리고 같이 가는 거야. 최고 실력자들이 함께 간다면 임씨 가문도 겁을 먹겠지.”함태영은 잠깐 고민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이내 함태영은 아내 장경순과 십여 명의 무황급 강자들을 데리고 천란시로 향했다.30분도 되지 않아 함태영 등 사람들은 임씨 가문 별장 밖의 허공에 나타났다.눈앞의 별장을 바라보던 함태영은 차갑게 웃더니 아래를 바라보며 말했다.“임씨 가문 가주, 여기 나와보시죠.”함태영은 임씨 가문 사람들이 안중에도 없었다. 8급 무황인 그는 혼자서도 임씨 가문을 이 천란시에서 사라지게 만들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는 함씨 가문의 모든 강자를 다 데리고 왔다.이태호 등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 임건웅은 예의 없는 상대의 태도에 화가 났다.그는 이태호를 포함해 임씨 가문의 강자들과 함께 날아서 밖으로 나가 상대방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가주님, 저 남자와 미녀 세 명입니다. 저 사람들이 다 임씨 집안에 있었다는 건...”상대방을 알아보기 위해 라서훈도 동원되었다. 함태영이 묻기도 전에 라서훈은 이태호 등 사람들을 알아보고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이때 이태호와 세 명의 여자가 다 임씨 집안에 있다는 건, 그들의 도련님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 의미했다
함태영이 강하게 나오자 임건웅은 비록 마음속으로 무척 분노했지만 반박할 수는 없었다.옆에 있던 장경순이 참지 못하고 임건웅에게 따져 물었다.“임건웅 씨, 우리 아들은 어디 있죠? 그리고 방 장로와 다른 사람들은요?”임건웅은 어깨를 으쓱이면서 손바닥을 뒤집어 보였다.“장경순 씨, 당신 아들이 어디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아들이 안 보인다고 날 찾아온 건가요? 하하, 여기가 유치원도 아니고 말이에요.”임건웅은 일부러 목청을 높여서 말했다. 적지 않은 천란시 사람들이 먼 곳에서 구경하고 있었다. 그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했다.장경순은 화가 나서 이를 악물며 말했다.“임건웅 씨, 시치미 떼지 말아요. 내 아들은, 내 아들은...”장경순은 자기 아들이 그런 짓을 하려고 외출했다는 걸 말하기가 껄끄러웠다. 게다가 지금 적지 않은 천란시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어떻게 입을 열겠는가?이태호는 싱긋 웃으며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여사님, 아드님이 뭘 어쨌다는 거죠? 아들이 보이지 않는데 왜 임씨 집안을 찾아와서 사람을 찾는 거죠? 우리는 아드님을 본 적이 없는데 말이죠.”“말도 안 돼!”함태영은 주먹을 쥐면서 이태호를 노려보았다.“이 자식, 네가 내 아들을 죽였지? 솔직히 얘기하는 게 좋을 거야. 내 아들은 너와 네 곁의 세 미녀를 찾으러 왔다가 소식이 끊겼어. 솔직히 얘기하지 않는다면 아주 비참하게 죽게 될 거야.”“아, 드디어 말했네요. 당신 아들이 제 곁에 있는 미녀들을 넘봤군요.”이태호는 시치미 떼기가 귀찮아서 직설적으로 말했다.“안타깝게도 그에게는 그럴만한 능력이 없었어요. 그와 함께 온 다른 사람들도 전부 내 손에 죽었죠.”“정, 정말 운성이를 죽였다고?”함태영은 안색이 파랗게 되어 분노엔 찬 얼굴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설마요. 저 자식이 누군데요?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요. 함운성을 죽였다고요?”“세상에, 저 사람 곁에 있는 세 미녀 확실히 아름답네요. 함운성이 눈독을 들인 이유가 있어요. 하지만 간도 참 크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마어마한 기운이 밀물처럼 주변 수십 리의 구역을 뒤덮었다.이어서 얼어붙은 공간 내에 갑자기 높이가 수 장(丈)이나 되는 공간 틈새가 나타났다.은백색의 보선(寶船)이 공간 틈새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그다지 크지 않은 보선의 앞머리에는 해, 달, 별, 구름 등 문양이 수놓인 흰 장포를 입은 노인이 서 있었다. 나이는 예순 정도로 보이고 백발이지만 혈기왕성해 보였다.이 노인이 바로 태일성지의 대장로 연장생이었다.그가 성지 종문의 대전 내에서 이태호가 선연을 얻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곧바로 자음진인에게 천남에 와서 이태호를 보호하겠다고 청했다.태일성지에서 출발한 후 그는 수십 만리나 넘을 수 있는 전송진을 거쳐서 천남 지역에 도착했다.천남에 이른 후 연장생은 신식을 방출해서 성공 전장에서 천남에 내려오는 착륙지를 수색하다가 마침 육무겸과 풍석천이 이태호를 협공한 장면을 포착해서 주저하지 않고 공간을 찢고 나타난 것이었다.다행히 그는 이태호가 다치기 전에 도착했다.다채로운 보선을 조종해서 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은 살기등등한 풍석천이 이태호의 코앞까지 접근한 것을 보자 안색이 음침하기 그지없었다.다음 순간, 그의 몸에서 천지를 압도하는 공포스러운 위압을 발산했고 하늘이 무너지고 대지를 붕괴하게 할 수 있는 기운이 퍼져 나왔다.이 기운을 가장 먼저 느낀 풍석천은 대경실색했고 목소리는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떨렸다.“성...성황?!”성왕급 수사인 자신으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낄 수 있고 공간을 봉쇄할 수 있는 것은 성황급 대능력자가 틀림이 없었다.지금 천남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선우정혁도 7급 성자급 수사에 불과했다.그리고 상대방의 말에서 눈앞의 은발 노인은 태일성지의 사람이 분명했다.순식간에 풍석천의 등골에 식은땀이 났고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그가 육무겸과 손잡아서 이태호를 공격하는 것은 태일성지가 움직이기 전에 이태호가 대능력자로 성장하지 못하게 죽이려는 것이었다.그러나 태일성지의 움직임이 이렇게 빠를
선우정혁은 이제야 비로소 육무겸과 풍석천의 속셈을 꿰뚫어보았다.그는 충혈된 눈으로 그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감히 우리 태일종의 제자에게 손을 대다니. 죽을 작정이로군! 지금 이태호는 태일성지의 제자인데 네놈들이 그의 털끝이라도 다치게 한다면 신소문과 풍씨 가문은 멸문지화를 면치 못할 거야!”선우정혁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갑작스레 공격을 진행한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일반적으로 말하면 이런 상황에 먼저 친분을 쌓기 위해 너도나도 친한 척하지 않은가.진선 정혈을 얻은 이태호는 백년도 안 된 사이에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 두 사람은 친분을 쌓기는커녕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주변에 있는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어리석다는 듯 흘겨보았다.육무겸은 선우정혁의 말을 듣고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우리 신소문만 이태호를 죽이려는 게 아니다. 이놈은 하늘이 높은 줄도 모르고 여러 성지에 미운털이 박혀서 내가 대신해서 처리해 주는 거야.”이에 선우정혁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붉은 빛이 번쩍이는 최상급 영보를 손에 쥐었다.한편으로, 허공 통로에서 막 걸어 나온 이태호는 선우정혁에게 인사하기도 전에 강렬한 살기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을 느꼈다.이어서 무서운 성왕급 기운이 밀물처럼 자신을 향해 엄습해 오면서 마치 큰 산의 제압을 받은 것 같았다.그가 반응했을 때 풍씨 가문의 가주 풍석천은 싸늘하게 웃으면서 덮쳐왔다.‘위험해!’위험을 느낀 이태호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현황봉과 청광순, 그리고 성왕 호신부를 꺼냈다.이미 눈앞에 다가온 풍석천은 이를 보고 하찮게 여기는 표정으로 말했다.“고작 방어 영보로 성왕급 수사의 공격을 막겠단 거냐?”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주먹은 이미 현황봉을 향해 날아갔다.펑. 풍석천이 날린 주먹 한 방에 현황봉이 바로 날아갔다. 예전부터 줄곧 철벽 같은 방어장벽을 만들던 현황봉에 주먹 자국이 생겼고 빽빽한 균열이 나타났으며 원래 넘쳐흘렀던 영광은 순식간
성공 전장의 끝없이 펼쳐진 허공에서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는 이태호의 몸에서는 팽배한 도운과 성스러운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그는 마치 혼돈의 허공에서 걸어 나온 진선과 같은 기품을 내뿜었다.진선 정혈을 완전히 수복한 후 그는 이 선인의 핏방울에 담긴 도운의 규칙에 대해 초보적인 깨달음을 얻었다.그는 천천히 두 눈을 떴고 칠흑 같은 눈동자에서 발산한 눈부신 빛은 바로 주변의 허공을 꿰뚫었다.깨달음을 마치고 눈을 뜬 이태호는 자기의 몸을 살펴보았다. 기혈이 용암처럼 들끓었고 육신은 홍황(洪荒) 시대의 흉수에 못지않게 단단해졌다.지금의 그는 아직 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이고 5급 경지로 돌파하지 못했지만 진선 정혈을 단련해서 천지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고 육신이 더욱 단단해졌고 강력해졌으며 경지의 장벽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천남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이태호는 7~8일도 걸리기 전에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이렇게 생각한 그는 저도 모르게 감탄을 터뜨렸다.“역시 진선의 정혈이군. 이것을 단련해서 연결을 맺으면 천지의 규칙을 바꿀 수 있고 수천만개의 질서신련(秩序神鏈)이 나타나게 할 수 있군...” 진선 정혈을 모두 단련하였기에 앞으로 그 속에 담긴 규칙의 힘을 깨닫기만 하면 되었다. 그것을 흡수하든 대도를 인증하든 더 이상 성공 전장에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수많은 성공의 힘이 주변에 있는 허공의 힘과 어우러지며 이태호의 앞에서 순식간에 높이가 일장(一丈)이나 되는 허공 통로를 만들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주저 없이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곧이어 무한한 별빛이 그의 몸을 휘감더니 그를 창란 세계의 천남으로 전송했다.그가 허공에서 내려갈 때 다시 창란 세계의 전모를 보았다.그는 발 밑에 있는 대지가 이렇게 작고 하늘이 이렇게 광활한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이에 그는 오직 진정한 선인만이 수시로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확고한 눈빛을 번쩍이었다.“신선이 되어야 해. 신선으로 되
“다른 성지에서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우리 태일성지에서 가능한 빨리 이태호를 보호해야 합니다.”“...”주변에 있는 장로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면서 논의하였다.이태호는 태일성지의 부속 세력인 태일종의 제자일 뿐이지만 이미 예비 제자로 될 자격을 얻었다.게다가 지금 신선으로 비승할 기연까지 얻었으니 장로들이 그를 더욱 중시하는 것은 당연했다.의자에 앉아 있는 자음진인은 그들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특히 그는 전성민을 통해 혼원성지의 성자 예진기는 요지 성녀 변청하 등과 선연을 두고 혈투를 벌이다가 결국 혼원성지의 호도신병까지 꺼냈음에도 이태호에게 선연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누구라도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었다.목숨을 걸고 싸워 거의 손에 넣을 뻔한 선연을 결국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니.지금 창란 세계로 돌아온 다른 천교들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수시로 이태호를 격살할 준비를 했을 것이었다.자음진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어느 장로가 천남에 가서 이태호를 직접 성지로 데려오겠는가?”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대답했다.“성주님, 제가 가겠습니다.”“저는 5급 성황 경지라 그 녀석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습니다.”“성주님, 저와 선우정혁은 예전부터 아는 사이라 이번에 천남에 가면 오랜만에 회포를 풀 수 있으니 이 일을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몇몇 장로들이 모두 가고 싶다고 말하자, 자음진인은 벙글벙글 웃었다.예전에 진선 정혈을 얻은 천교들을 보면, 선연을 얻은 이태호는 백 년 안에 신선으로 비승할 가능성이 높았다.장로들이 앞다투어 천남으로 가겠다는 것은 당연히 이태호에게 잘 보이고 자기의 파벌로 끌어들이려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나중에 이태호가 신선으로 된다면 그들에게 가르침이라도 줄 수 있으니까.자음진인은 어찌 장로들의 생각을 모를 수 있겠는가?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여러분이 모두 가고 싶다면...”그의 말이 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