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란 온다연은 무의식적으로 그의 시선을 피했다.주희 얘가 정말 제대로 미친 걸까?만약 유강후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두 사람 모두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하지만 온다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남하윤이 낮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주희야, 함부로 말하지 좀 마. 내가 여기 있는데, 이런 말은 밖에서 하면 안 되지.”그 말에 주희도 낮게 웃음을 흘리며 비웃기라도 하듯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렸다.“그래, 누나.”그러면서도 주희의 눈빛은 온다연을 스치듯 훑었다.“하지만 누나가 너무 보고 싶은걸요.”남하윤은 주희의 옷을 잡아당기며 얼굴을 찌푸렸다.“너 오늘 왜 이래?”주희는 시선을 돌려 유강후를 바라보더니 도발적인 시선을 보냈다.“유 대표님께서 이런 시시한 곳에는 왜 오신 걸까요? 여긴 경제 프로그램도 아닌데.”유강후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서늘한 기운을 머금은 채 주희를 바라보았다.방금 주희가 한 말이 남하윤을 향한 것이 아니라 온다연을 향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유강후는 냉랭한 눈빛으로 주희를 노려보았다. 그 살벌하고도 차가운 기운에 주위 사람들 모두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다.남하윤도 주희가 갑자기 유강후를 이런 식으로 도발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남하윤은 서둘러 주희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더 이상 입을 열어선 안 된다는 신호를 보냈다.그러면서 유강후에게는 사과의 의미를 담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대표님, 정말로 오실 줄은 몰랐어요.”이윽고 그녀는 송지원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시장님께서도 오셨네요. 오늘 프로그램이 정말 대단하긴 한가 봐요. 이렇게 엄청난 분들까지 직접 오시다니.”송지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주희의 시선은 여전히 유강후에게 고정되어 있었다.송지원은 티 안 나게 표정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남하윤, 네 남자 친구 관리 똑바로 해. 말 함부로 하게 하지 말고, 시선 처리도 함부로 하지 못하게 철저히 하라고. 너희 같은 어린 애들이 함부로 건드려서
그래도 대인배였던 남하윤은 곧바로 미소를 되찾고 대답했다.“대표님의 충고, 감사히 받아들일게요. 저도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이윽고 그녀는 유강후의 곁에 있는 온다연에게 시선을 옮기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이분이 바로 다연 씨죠? 저희 만난 적 있잖아요.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웬만한 연예인보다 더 예쁘신 것 같은데요.”온다연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감사합니다, 하윤 씨.”온다연은 무의식적으로 주희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주희의 눈빛에는 분노와 증오만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온다연은 그 눈빛에 미세하게 표정을 찡그리며 유강후의 손을 살며시 잡고는 낮게 말했다.“아저씨, 우리 그냥 돌아갈까요? 저 조금 피곤해요.”하지만 유강후는 덤덤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더니 차가운 음성으로 대답했다.“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보고 가자. 결혼식에 쓸 피아노 연주곡이 있다고 하던데, 들어보고 괜찮으면 우리 결혼식에 쓰지, 뭐.”그 말에 주희가 고개를 들어 날카로운 눈빛으로 온다연을 바라보았다.그 시선에 온다연의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그녀는 다급히 유강후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기며 낮게 속삭였다.“이런 얘기는 밖에서 하지 말라고요, 제발.”남하윤은 유강후의 말을 듣고는 잠시 멍하니 있더니 이내 깊은 눈빛으로 온다연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다연 씨, 유 대표님이랑 결혼하시는군요. 정말 축하드려요. 제가 선물 엄청난 거 준비해드릴게요.”하지만 유강후는 계속해서 주희를 바라보았다.온다연이 주혜성과 아는 사이인지 아닌지 유강후는 몰랐다. 하지만 주혜성의 반응으로 미루어보면 그는 확실히 온다연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그러니 유강후는 자연스레 자신의 앞에 있는 이 주혜성을 온다연의 과거 동창으로, 온다연을 탐냈던 그 남자로 여겼다.잠시 후, 시선을 돌린 유강후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땐 네 남자 친구도 같이 데리고 와.”온다연을 이끌고 자리에 앉은 그는 더 이상 남하윤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남
싸늘한 시선으로 무대 위에서 공연 중인 주희를 한 번 쏘아본 유강후는 몸을 일으켜 온다연을 안고 밖으로 나갔다.그 순간,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는 더욱 애절해졌다. 그 음악은 마치 저주라도 된 듯 온다연을 감싸며 그녀의 마음을 서서히 터뜨릴 듯 조여왔다.온다연은 유강후의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파묻으며 말했다.“아저씨, 저 너무 피곤해서 그래요. 우리 이만 돌아가면 안 될까요.”유강후는 온다연을 더 꼭 끌어안으며 대답했다.“그래.”그는 온다연을 데리고 빠르게 공연장을 빠져나갔다.밖에서는 언제부터인지 눈이 소복소복 내리고 있었다. 공연장을 빠져나오자마자 몰아치는 차가운 공기에 온다연은 유강후의 옷을 더욱 꽉 움켜잡고 말했다.“저 좀 추워요.”유강후는 온다연을 자신의 코트 안으로 감싸 안으며 낮게 물었다.“이래도 추워?”온다연은 여전히 유강후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은 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마음속이 너무 추워요.”그 말에 가슴이 아려오기 시작한 유강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온다연이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이제 유강후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얼마 전, 그는 예전에 유씨 가문에서 해고된 하인들과 집사들을 모두 찾아내 숨겨진 진실을 파헤쳤다.처음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했던 때, 온다연은 반항도 해보고 경찰에 신고까지 해봤지만 그 뒤에 따르는 것은 더욱 심한 모욕과 보복이었다.해고된 하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온다연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끼니를 거르는 것 정도는 자연스럽고도 가벼운 일상이었다고 한다.겨울에는 온다연의 침대에 얼음을 쏟았고, 여름에는 그녀의 방에만 난방기를 틀어놓았다. 밥에는 작은 압정들을 뿌렸고, 죽은 쥐, 고양이나 강아지의 사체가 그녀의 침대 위에 놓여 있곤 했다.온다연이 전에 갇혔던 그 물탑 옆 방은 온다연이 한여름에 몇 번이고 갇혔다가 탈수 상태로 나왔던 방이었다. 심미진은 그런 온다연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고, 그 아무도 온다연이 이런 것들을 어떻게 견뎌냈는지 감히 상상도 못 했다.그 후부터 온다연이
그때의 사건과 사람들을 다시 조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이 생각이 들자 유강후의 마음속에서는 불길한 예감이 피어올랐다.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온다연을 품에 안고 차에 탔다.한밤중이 되자 온다연은 다시 열이 나기 시작했다. 그녀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고 의식 역시 온전치 못했다. 그런 온다연의 모습을 보던 유강후의 눈에는 깊은 어둠이 깃들었다.그는 밤새 한숨도 못 자고 온다연의 곁을 지키며 그녀를 간호했다.동이 틀 무렵, 장화연이 안으로 들어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직도 안 돌아갔습니다.”유강후는 아직 잠들어 있는 온다연을 한 번 쳐다보며 그녀의 이마를 어루만졌다.다행히 열은 내렸다.어젯밤, 온다연은 밤새 뒤척이며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고, 계속 땀을 흘린 탓에 옷도 몇 번이나 갈아입어야 했다.밤새 무슨 꿈을 꾸었던 것인지 자는 내내 고양이의 이름을 부르며 잠꼬대를 했다.고양이의 이름을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에 유강후는 질투마저 느꼈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온다연의 이불을 덮어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직접 만나러 가야겠어.”그 말을 남긴 유강후는 겉옷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밖에서는 거센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밤새 눈이 내린 탓에 병원 밖 거리에는 두터운 눈이 쌓여 있었다.온다연의 병실을 마주 보고 있는 오래된 거리에는 검은색 슈퍼카가 서 있었다.아마 밤새 그 자리에 서 있었던 모양이다. 나무에 가려지긴 했지만 그래도 차 지붕에는 눈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하지만 차 주위에는 눈 대신 담배꽁초만 수북이 쌓여 있었다.차 문 옆에는 창백하고도 단정한 모습의 청년이 서 있었다.밤새 잠을 못 잤거나, 담배를 너무 많이 피운 듯 청년의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눈에는 실핏줄이 서 있었다.어둡고도 집착 어린 눈빛은 평소 TV에서 보던 밝고 청량한 모습과 정반대였다.유강후가 다가오자 청년은 손에 들고 있던 담배꽁초를 버리고 두 손을 외투 주머니에 넣은 채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노려보았다.둘 다 검은 외투
유강후의 눈에서는 살기가 서서히 번져 나왔다. 그의 눈 안에 숨겨진 차가운 살의는 전혀 숨겨지지 않았다.그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주혜성, 당신이 예전에 온다연을 도와줬다는 걸 감안해서 이렇게 최대한 공손하게 얘기해주는 거야. 아무리 남씨 가문이 당신을 보호해준다고 해도, 내가 당신 하나 처리 못 할 것 같아? 내가 정말 당신 하나 처리하려고 나선다면, 남씨 가문에서 당신 하나 지키려고 감히 나랑 맞서려고 할까? 가 지금 인내심이 남아 있을 때 원하는 만큼 부르는 게 좋을 거야. 그럼 넌 더 이상 무대 위에서 굳이 춤추고 노래하지 않아도 돼. 그 돈 들고 경원을 떠나. 그리고 당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그 말에 주희의 입가에 비웃음이 어리더니 눈가에 미묘한 빛을 띠었다.“대표님은 제가 이런 것까지 신경 쓸 거라고 생각하시나요?”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한층 더 냉랭해진 목소리로 말했다.“그렇다면 당신 연예계 생활은 여기서 끝이야.”주희가 경멸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그딴 걸 신경 쓸 거라고 생각하세요? 대표님, 아무리 대표님 권력이 막강하다고 해도 온다연에게는 대표님이 절대 다가갈 수 없는 과거가 있어요. 그 과거를 만들어준 장본인들도 다름 아닌 유씨 가문이라는 건 아세요? 어제 보니까 온다연 참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물론 그렇게 예쁜 여자를 안 좋아하는 게 더 이상하겠지만 안타깝게도…”혀를 끌끌 차던 주희가 도발적인 말투로 말했다.“온다연은 절대 대표님을 좋아할 수 없을 거예요! 대표님이 유씨 성을 가지고 있는 한, 유씨 가문의 피를 이어받은 한, 온다연은 절대 대표님을 좋아하는 일이 없을 거예요!”그 말에 유강후의 심장이 심연 속으로 깊숙이 가라앉더니 이마에는 핏줄까지 불거졌다.그 순간, 유강후는 당장이라도 주혜성을 죽여버리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곧바로 다시 차분하고도 권위적인 모습을 되찾더니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상관없어, 온다연이 날 좋아하지 않아도 우린 결국 결혼할 사이니까. 여기 밤새 서 있어봤자 온다연은
유강후는 하던 일을 모두 멈춘 채 거의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온다연의 곁을 지켰다.그는 어젯밤의 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주혜성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온다연을 바라보며 유강후는 비서에게 창가에 의자를 갖다두게 했다. 그러고는 그녀를 끌어안아 창가에 갖다 놓은 의자 위에 앉혔다.온다연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유강후가 이끄는 대로 자신의 몸을 맡겼다.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대화도 오가지 않았고 그저 침묵을 지키며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바라보았다.둘 사이의 분위기는 마치 서로를 깊이 사랑하는 연인처럼 부드럽고도 애틋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다음 날 아침까지 쭉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잠에서 깬 온다연은 유강후에게 낮은 소리로 말하는 장화연의 목소리를 들었다.“모든 연락을 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다연 씨가 보기 전에 핫이슈들 새로 뜬 거 다 지워야죠.”유강후의 지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장 집사가 권이랑 같이 확실하게 처리해.”그 말에 온다연은 순간적으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녀는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뉴스를 찾아보았다. 어플 추천화면에는 벌써 수십 개의 뉴스가 떠 있었다.“라이징 스타 주혜성, 어젯밤 클럽에서 만취한 채…”“주혜성 음주운전, 교통사고”“톱스타 주혜성, 고속도로에서 추락, 생사는 불분명…”순간적으로 머릿속이 멍해진 온다연은 저도 모르게 휴대폰을 바닥에 떨어트렸다.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분노가 그녀를 순식간에 집어삼켜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온다연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유강후에게 다가갔다.“아저씨가 한 짓이죠?”그 말을 내뱉은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표정에는 분노와 놀라움이 섞여 있었다.유강후의 시선은 아무것도 신지 않은 그녀의 발로 옮겨지더니 무덤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왜 신발 안 신었어?”온다연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유강후를 노려보며 주먹을 꽉 쥔 채 언성을 높였다.“지금 묻잖아요, 아저씨가 한 짓이냐고요!”갑자기 커지는 목
깜짝 놀란 유강후는 몸을 일으켜 온다연을 부축하기 위해 다가갔다.“다연아!”온다연은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할 고통에 휩싸이면서도 유강후를 한 손으로 밀어내며 말했다.“가까이 오지 마요, 지금 아저씨가 끔찍이도 싫으니까!”극심한 고통을 느끼는 온다연을 보며 가슴 한쪽이 서늘해진 유강후는 다급하게 그녀를 안고 응급실로 달려갔다.당직의도 잔뜩 흥분한 듯한 온다연의 모습에 깜짝 놀라 다급하게 그녀에게 강제로 진정제를 투여했다.온다연은 빠르게 잠이 들었다.빠른 속도로 정밀검사를 마친 의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다행히 태아에게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그냥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져서 경련이 온 것 같아요.”의사가 유강후를 바라보며 말했다.“대표님, 이번엔 다행히 태아에게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산모가 몸이 너무 약하기도 하고 태아의 상태도 불안정합니다. 다른 산모들에 비해 태아의 발육 상태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고요. 이 이상의 자극은 최대한 피하셔야 할 겁니다.”더 말을 이으려던 의사는 유강후의 쓸쓸한 눈빛과 무거운 표정을 본 순간, 마음이 약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유강후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그는 소문으로만 듣던 피도 눈물도 없는 재벌 후계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되었다.유강후는 전혀 차가운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온다연이라는 여자를 극진히 아끼고 사랑하는 한 남자에 불과했다.게다가 간호사들은 종종 온다연이 잠든 틈을 타 그녀의 얼굴에 입 맞추는 유강후의 모습을 본 적도 있다며 수군댔다. 온다연의 모습을 보는 유강후의 눈빛에는 항상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다.또 어떤 날에는 온다연을 꼭 안고 다니며 땅에 발을 붙이지도 못하게 했었다. 그런 날에는 아예 온다연을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혀 밥까지 직접 떠먹여 주곤 했다.다만 유강후의 집착스럽고 강압적인 태도와 방식은 온다연의 숨통을 조여왔다.그리고 온다연을 대하는 그의 표정은 항상 차갑고도 단호했다. 주변 사람들도 온다연이 유강후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할 수 있었
온다연은 눈을 질끈 감고 얼굴을 서서히 들어 올렸다. 그녀는 긴장한 듯 길고 촘촘한 속눈썹을 파르르 떨었다.금방 잠에서 깬 그녀의 볼에는 잔머리가 붙어있었다. 그리고 유강후는 그것을 정리해주기 위해 온다연을 향해 손을 뻗었다.하지만 온다연은 유강후가 정말로 자신에게 손찌검하려는 줄로 오해하고 본능적으로 얼굴을 감싸며 몸을 뒤로 물렀다.“잠깐만요!”유강후의 손이 공중에서 멈췄다. 그의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온다연을 바라보며 물었다.“다연아, 내가 정말 널 때릴 거라고 생각해?”온다연이 작게 대답했다.“저번에, 저 때렸잖아요.”온다연이 임혜린의 일로 유강후에게 대들었던 그 날, 유강후는 온다연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엉덩이를 때렸다.지금 그 일을 떠올려보면 온다연은 여전히 부끄럽고 수치스러웠다. 크고 무거운 유강후의 손이 온다연의 엉덩이 위로 떨어질 때마다 그녀는 찌릿한 고통을 맛봐야 했다.유강후도 온다연의 말에 그녀의 새끼손가락이 부러졌던 그 날 일을 떠올렸다.그는 온다연의 손을 들어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보며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이번에 마지막이야. 다음에 또 그러면, 정말 혼날 줄 알아.”말을 마친 유강후는 온다연을 안아 식탁으로 데려갔다.식사하던 도중, 손님이 병실로 찾아왔다.임혜린이 커다란 해바라기 꽃다발을 품에 안고 병실로 찾아왔다. 크고 아름다운 꽃다발은 그녀의 작은 얼굴을 더욱 환하고 아름답게 만들었다.함께 온 한이준은 무슨 일인지 안경을 끼고 있었다.맞춤형 고급 정장에 안경을 매치한 그는 마치 패션 화보 속의 모델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지적인 안경은 한이준의 평소 방탕하던 이미지와 분위기를 눌러주는 대신 차분하고도 절제적인 분위기를 더해주었다.하지만 온다연은 그의 눈 아래에 들어있는 멍을 발견했다. 안경 때문에 눈에 잘 띄지는 않았지만 자세히 보면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그녀는 무심코 두 번씩이나 시선을 돌려 한이준을 바라보았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유강후는 기분이 상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