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생각을 하며 유강후는 인내심 있게 말했다.“가구는 고르기 싫으면 그만둬. 커튼과 침구는 밝은색으로 하는 게 어때?”온다연은 여전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더욱 눈빛이 어두워진 유강후는 거의 빌붙는 말투로 말했다.“그럼, 아기방은 어떤 색으로 페인팅하고 싶어? 노란색으로 할까?”온다연이 마침내 손을 움직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마세요. 아기를 아저씨에게 맡기지 않을 거예요.”유강후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손등에 핏줄이 선명한 것으로 볼 때, 애써 참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그는 온다연의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말을 이어갔다.“정원에 화단을 설계하고 있는데, 이곳에 어울리는 해바라기 모종을 보내오라고 했어. 잘 관리하면 겨울에도 꽃이 필 거야.”온다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나지막이 말했다.“해바라기를 낭비하지 마세요, 아저씨.”말하고 나서 그녀는 눈을 감고 유강후의 어떤 말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유강후는 모노드라마 주인공처럼 계속 말했지만 끝까지 대답을 듣지 못했다.온다연이 계속 그를 무시할 줄 알았는데, 이튿날 그에게 컴퓨터를 가져다 달라고 했다.요즘 그녀는 휴대폰을 쓰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항상 플랫폼에서 스타들의 콘서트를 관람했다.특히 주혜성이라는 신인 톱스타에게 푹 빠진 것 같다.그녀는 하루 중 태반을 그 스타의 동영상을 보는 데 썼다.그의 콘서트는 물론 최근에 찍은 드라마, 예능, 심지어 광고까지 몇 번씩 반복해서 봤다. 보면서 가끔 웃기도 했다.유강후는 지금까지 그런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다. 진짜 큰일 났다.그는 겉으로는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처럼 평온하고 차분해 보였다. 심지어 그녀가 콘서트를 볼 때 옆에서 노래를 잘 부른다고 칭찬하기도 했다.하지만 뒤에서는 질투심이 폭발해 주혜성의 배경을 낱낱이 캤다.알고 보니, 그는 남씨 가문 아가씨 남하윤의 남자친구였다.나이가 18-19세에 불과하지만 범접할 수 없는 고결한 분위기와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여린 느낌이 있어 처
이번에 입원한 후, 유강후는 그녀를 유난히 감시했고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불안한 듯 대부분 자기가 직접 지켰다.그래서 온다연은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간만에 기회를 얻은 그녀는 자신의 메일 계정에 로그인했다.요 며칠 전화를 할 수 없는 까닭에 그녀는 임정아와 메일로 연락했다.임정아가 보낸 메일이 몇 통 있었다. 별일은 없고, 그냥 그녀를 도와 매입한 주식과 펀드가 꽤 수익을 냈다는 것과 유하령이 최근 악평이 자자하다는 소식이었다.온다연은 간단히 몇 마디 답장한 후 로그아웃하려다가 이전에 사용한 적이 있는 계정을 발견했다.그녀가 이전에 주한과 연락할 때 사용했던 계정인데, 주한이 죽은 후 그 계정을 한 번도 열지 않았다.잠시 넋 놓고 있던 그녀는 5년 만에 처음 그 메일에 로그인했다.메일함을 열자마자 600-700통의 읽지 않은 메일이 떴다. 광고 메일을 제외한 나머지는 놀랍게도 모두 주희가 보낸 것이었고, 가장 최근에 보낸 건 오늘 아침이었다.클릭해서 열어보니 전부 ‘왜 연락이 없냐’, ‘나를 잊은 것이 아니냐’, ‘주한을 잊은 것이 아니냐’, ‘유강후를 멀리하라’라는 내용이었다.온다연은 몇 통만 보고 메일을 닫은 후 답장을 보냈다.[나는 잘 지내고 있어. 걱정하지 마.]그녀는 ‘자신을 잘 돌보라’고 쓰려 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주희는 지금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남하윤이라는 아가씨가 주희를 무척 좋아하는 듯하다.남하윤이 챙겨주고 있으니 그는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 있을 것이다.그의 병도 당연히 최선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주희는 더 이상 그녀의 보살핌이 필요하지 않을 듯하다.그녀는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주희가 다 커서 기뻤고,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 같아 슬펐다.잠깐 망설이다가 온다연은 잠겨 있는 폴더를 열었다.그 안에는 그녀와 주한이 주고받은 1,000여 통의 메일과 1,000여 장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이는 그 시절의 사소한 일상에 관한 기록이다.이전에 여러 번 봤던 그
식은땀이 이내 캐미솔과 이마를 적셨고 복부에서 간헐적으로 경련이 일었다.마치 뭔가를 알려주려는 듯 며칠 동안 없었던 태동이 갑자기 나타났다.배 속의 태아가 초조한 듯 심하게 움직였다.통증은 온다연을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끌어냈다. 그녀는 한 손으로 아랫배를 누른 채 한 손으로 메일과 컴퓨터를 닫았다.허둥지둥하다 컴퓨터가 바닥에 떨어지며 밖에 있던 사람의 주의를 끌었다.문 앞에서 지키고 있던 간호사가 뛰어 들어왔다. 그녀는 온다연이 흥건히 식은땀을 흘린 것을 보고 즉시 이상함을 감지했다.“온다연 씨, 어디 불편하세요?”온다연은 아픔을 가까스로 참으며 나지막이 말했다.“배가 너무 아파요. 빨리 의사를 불러주세요.”말하는 사이에 그녀는 끈적끈적한 것이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다.간호사는 깜짝 놀라 황급히 뛰쳐나갔고, 잠시 후 온다연은 응급실로 옮겨졌다.유강후는 응급실 문이 닫힌 후에야 도착했다.그는 안에서 나오는 간호사를 붙잡고 화를 냈다.“어떻게 된 거예요?”그는 겨우 30분 정도 자리를 비웠을 뿐이고 온다연도 계속 침대에 가만히 있었는데 왜 갑자기 유산한다는 거지?그 간호사는 마침 온다연을 지키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녀는 유강후가 화를 내자, 해고되는 줄 알고 놀라서 벌벌 떨며 말했다.“저, 저도 몰라요. 제가 문 앞에서 지키고 있을 때, 온다연 씨는 줄곧 안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컴퓨터가 바닥에 떨어져서 제가 들어가니 배가 아프다고 했어요...”이때 또 다른 의사 두 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황급히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지켜보던 유강후는 갑자기 숨이 잘 안 쉬어지고 머릿속이 하얘졌다.몸도 조금씩 차가워지면서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천천히 확산해 하나하나의 뼈마디 사이로 파고들었다.그는 전에 없던 무력감을 느꼈다.그는 태산이 눈앞에서 무너져도 냉정하게 대처할 수 있을 만큼 천성적으로 침착한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연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유강후는 어쩔 수 없이 병실 문밖에 서 있었다. 그는 마치 조각상처럼 응급실 문 앞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고 문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권은 그의 옆에서 계속 지켜보았지만 감히 위로의 말을 건넬 용기가 없었다. 이때 유강후의 비서가 다가와서 다급하게 말했다. “지금 유 대표님이 사인해야 할 아주 중요한 서류가 있습니다!” 이권은 고개를 저으며 막아섰다. “지금은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도 잠시 기다려야 해요!” 이권은 유강후의 신임을 받는 측근이었기에 그의 말은 상당한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비록 그 서류가 매우 중요한 것이었고 상대방이 계속 재촉했지만 비서는 이권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비서는 평소에 당당한 모습으로 회사에서 모두의 존경을 받던 유강후가 지금은 응급실 문 앞에 서서 쓸쓸하고 외로워 보이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그는 유강후의 표정을 보지는 못했지만 평소 모든 이들이 의지하던 그가 지금은 심한 고통에 빠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지금 아파하고 있었고 가슴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그를 도와줄 수 없었다. 비서는 잠시 지켜보다가 마음이 무거워져 고개를 저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럼 대표님을 계속 지켜봐 주세요. 저는 다시 회의로 돌아가겠습니다. 나중에 유대표 님께 급히 서명이 필요한 중요한 서류가 있다고 알려 주세요.” 시간이 일분일초 지나갈수록 마치 시간이 끝없이 길게 늘어나는 듯했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를 때, 마침내 응급실의 문이 열렸다. 온다연이 침대에 실려 나왔다. 유강후의 마음이 순식간에 위로 치솟았다. 그는 말을 꺼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의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태아는 일단 무사해요. 잘 돌보셔야 해요. 더 이상 자극을 받으면 안 됩니다. 온 아가씨가 너무 큰 감정적 충격을 받아 갑작스러운 심장 리듬 이상이 생겨 태아에게 영향을 미친 겁니다...” 유강후의 마음은 다시 제자리로 내려왔다. 마치 물 밖으로 튕겨 나갔던 물고기가 다시 물속으로 돌아온 듯 그는 정상적으로 숨
유강후의 손이 잠시 멈추며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이미 구월이가 있잖아. 왜 아직도 그 고양이를 생각하고 있는 거야?” 그때, 온다연의 손이 갑자기 이리저리 움직이며 그의 옷을 꽉 잡았다. 마치 악몽에 갇힌 사람처럼 몸이 경직된 채로 하니만 애타게 불렀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불안과 무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그녀의 꿈속에서 하니는 단순한 고양이가 아니라 애틋하게 헤어진 누군가인 것처럼 느껴졌다. 유강후는 미간을 더욱 찡그리며 그녀의 손을 잡고 떨리는 그녀의 속눈썹에 입 맞추며 낮게 말했다. “다연아, 그 고양이가 그렇게 중요해? 네 꿈속에 나도 있어?” 하니가 그냥 고양이여서 다행이었지 만약 그게 사람이었다면 온다연이 이렇게 애타게 부르는 모습을 보고 그는 미쳐버렸을 것이다. 유강후는 몰랐다. 온다연은 그 순간 악몽에 갇혀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꿈속에서 주한이 죽을 때의 모습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검 붉은색의 피가 그녀의 꿈속 하늘을 뒤덮었고 온다연은 붉은 하늘 아래서 그의 부서진 몸이 서서히 사라지며 작은 거품으로 변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달려가 그 사라지는 거품을 잡으려 했지만 아무리 달려도 닿을 수 없었고 잡을 수도 없었다. 그녀는 이게 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반복되는 악몽은 그녀를 점점 더 지치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누군가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낮은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다연아.”낮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그녀를 그 꿈에서 천천히 끌어냈다. 그 목소리는 매우 익숙했고 그녀에게 안전한 느낌을 주었지만 누구의 목소리인지 도무지 떠올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악몽에서 벗어나고 나서도 그녀는 여전히 고통 속에 있었다. 진정제가 그녀를 깊이 잠들게 했고 그녀는 또 다른 꿈을 꾸었다. 꿈속에는 거대한 눈송이가 하늘에서 내리고 있었고 그녀는 낯선 복도의 앞에 서 있었다. 복도의 끝에는 조그마한 아이가
말을 마친 아이는 온다연의 손을 뿌리치고 뒤로 물러나서 온다연을 바라보았다. “저 이제 학교로 돌아가야 해요. 엄마, 아빠랑 꼭 빨리 저를 데리러 오셔야 해요.” 온다연은 다급하게 말했다. “무슨 학교? 가지 마!” “그냥 유치원이요. 엄마를 떠난 아이들은 모두 그곳에서 학교를 다녀요. 엄마, 아빠가 다시 데리러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아이는 울먹이며 말했다. “엄마는 꼭 저를 일찍 데리러 오셔야 해요. 거긴 너무 춥고 전혀 좋지 않아요. 어떤 친구는 엄마가 그곳에 두고 5년이 지나도 데리러 오지 않았어요. 엄마도 저를 5년 동안 거기 두면 저 엄마 안 좋아할 거예요!” 그 말을 마치고 아이는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온다연은 아이의 작아지는 뒷모습을 보며 갑자기 깨달았다. 자신에게 정말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급하게 그 아이를 쫓아가려 했지만 아이는 금방 멀리 달려가더니 작은 별빛이 되어 사라졌다. 온다연은 그 자리에 서서 울며 외쳤다. “아가야, 돌아와!” “아가야!” “다연아!” “온다연!”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온다연을 현실로 돌아오게 했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 눈앞에 보인 것은 확대된 유강후의 얼굴이었다. 그의 뚜렷한 이목구비는 꿈속의 아이와 놀랍게도 닮아 있었다. 온다연은 여전히 꿈속에서의 깊은 슬픔에 빠져 있었고 손을 들어 유강후의 얼굴을 만졌다. 그녀의 얼굴에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기가 없어졌어...” 유강후는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잡고 입술에 가볍게 키스한 후 그녀의 손을 그녀의 배 위에 얹었다. “만져봐, 여전히 있어.” 불룩하게 나온 배가 온다연에게 잠깐의 안도감을 주었다. 그녀는 너무 기쁜 나머지 갑자기 유강후를 꽉 껴안았다. “꿈을 꿨어요. 아기가 사라지는 꿈을.” “너무 불쌍했어요. 신발도 안 신었고 너무 추웠어요...” 꿈속 장면을 떠올리자 그녀는 다시 슬퍼지기 시작했다. “만약 그게 진짜면 어떡해요...” 유강후는 그녀를 안고 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말했다
그의 말투에는 뭔가 아부하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한 번 열어봐.” 온다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보석은 필요 없어요. 가져가서 다른 사람에게 줘요.” 유강후는 부드럽게 그녀를 달래며 말했다. “보석이 아니야. 열어보면 알아. 네가 좋아할 거야.” 온다연은 더 이상 그에게 대답하지 않고 시선을 돌려 컴퓨터 화면에서 보고 있던 드라마를 계속 봤다. 그 드라마는 주혜성이 출연한 새로운 캠퍼스 아이돌 드라마였는데 서브 남주로 등장한 주혜성의 분량이 남자 주인공보다도 많았다. 주혜성의 청초한 얼굴이 화면을 채우자마자 댓글 창에는 팬들의 주접이 폭주했다. 유강후는 온다연이 자신을 무시하고 주혜성의 영상을 보고만 있는 것을 보자 눈 속에 순간적으로 살기가 번뜩였다. 분노가 가득한 감정이 잠시 그의 표정에 드러났지만 곧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를 깊은 어둠과 달콤한 애정이 채웠다. 그는 상자를 열며 말했다. “이거 봐, 네가 좋아할 거야.” 상자 안에는 유명한 중화TV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 초대장이 두 장 들어 있었다. 시간은 바로 오늘 저녁이었다. 온다연은 그를 바라봤고 그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녀가 아는 바로는 일반 방송국이 유강후를 섭외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고 이런 예능 프로그램에 그를 초대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유강후는 초대장을 그녀의 손에 쥐여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늘 저녁 하는 이 예능은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야. 많은 인기 스타들이 초대되었고 네가 좋아하는 주혜성도 나와.” 온다연은 그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그가 자신이 주희를 좋아한다고 생각한 걸까? 하지만 그런 걸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주희의 커리어에 관심이 있었고 실제로도 그의 활동을 꽤 지켜보는 편이었다. 더구나 그녀는 그를 오랫동안 보지 못했었다. 마지막으로 본 건 그 작은 음식점에서였으니까. 온다연은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그녀는 초대장을 집어 들고 살펴보며 조용히 말했다. “가면 오래 있어야 해요
온다연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그는 마음이 좀 놓인 듯 계속 말했다. “남 씨 가문이랑 나 친해. 남하윤 그 아이도 너 본 적 있잖아. 네가 정말로 그 주혜성을 좋아하면 남하윤에게 부탁해서 너랑 친구 되게 해줄 수 있어. 어때?” 온다연은 마침내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리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저씨, 지금 무슨 말 하려는 거예요?” 유강후의 눈빛에 그녀를 향한 애정이 한순간 스쳐 지나갔다. 그는 온다연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작은 연예인일 뿐이야. 네가 좋아하면 친구로 만들어줄 수 있다는 거지. 다른 뜻은 없어.” 온다연은 더 이상 이 주제를 깊게 파고들고 싶지 않아 바로 대꾸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주희를 한 번 보고 싶었다. 멀리서 한 번 보기만 하면 충분했다. 아마도 이것이 주희와의 마지막 만남이 될 것이다. 저녁에 유강후는 온다연을 데리고 약속대로 방송 녹화 현장에 도착했다. 그들이 앉은 자리는 시야가 탁월한 VIP 구역이었다. 그곳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거의 TV에서나 볼 수 있는 유명 인사들이었다. 유강후의 등장은 작은 소동을 일으켰다. 평소 지나치게 조용히 행동하던 유 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이 이런 예능 프로그램을 보러 올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와 인사를 나누고 싶어 몸을 들썩였다. 하지만 이 황태자의 태도는 매우 냉정했다. 인사를 건넨 사람들은 고작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의 반응만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옆에 앉은 작은 여인에게는 다정하게 신경을 썼다. 사람을 불러 그녀에게 따뜻한 물을 쥐여주어 손을 녹이고 담요를 가져와 그녀의 무릎에 덮어주기도 했다. 그 모습은 마치 그녀를 보석처럼 다루는 것 같았다. 혹시라도 잘못될 가봐 노심초사했다. 누군가 눈치 없이 그 여자아이를 몇 번이라도 더 쳐다보면 그의 시선이 바로 쏘아지곤 했다. 그 시선에 담긴 차가운 기운은 사람의 머리카락을 곤두서게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