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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1화

이강현은 일어서서 톰슨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내가 지금 저 사람을 죽이면, 와일드카드 경기에서 내가 승격을 한 셈이고 더 이상 싸울 필요가 없는 거죠?”

“재밌는 생각이네요, 제가 조직위원회를 대표하여 동의하겠습니다. 당신의 경기는 이제 공식적으로 시작되고, 당신이든 캐빔이든 이긴 사람이든 바로 본선에 진출합니다.”

“좋아요.”

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링으로 향했다.

캐빔은 웃으며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땅바닥에서 바로 링 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링 위에서 팔목을 움직이며 마치 워밍업이라도 하듯 몸을 풀기 시작했다.

이강현은 계단을 따라 한 계단씩 느릿느릿 올라갔다. 마치 평안한 늙은 선생 같았다.

선수들은 이강현이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다들 이강현은 웃기기 위해 온 것이라고, 링에 오를 힘조차 없다고 떠들어댔다.

“이놈이 정말 선수 맞아? 몸이 여위고 근육이 없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계단을 오르는 것조차 늙은이 같아.”

“웃겨 죽겠어, 이런 놈이 감히 캐빔의 도전에 응해? 캐빔이 한 주먹이면 죽을 것 같은데.”

“바보는 많이 봤지만 이런 바보는 처음이야, 설마 눈이 먼 건 아니겠지? 아까 캐빔이가 여러 명을 죽인 걸 보고 올라올 용기가 있다니.”

선수들 중 이강현을 좋게 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이강현의 절제된 플레이가 고수다운 면모를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중천은 얼굴을 가리고 감히 다음 경기를 보지 못했다.

요 며칠 동안의 캐빔의 흉포함이 정중천에게 커다란 트라우마를 남겼다. 지금 정중천의 머릿속에는 모두 이강현이 캐빔에게 폭행을 당하는 장면이고, 이강현이 캐빔을 이길 가망이 희박하다고 느꼈다.

경기장 맨 끝 좌석에 우지민과 진효영은 나란히 앉아 링 위의 이강현을 지켜보고 있었다.

우지민은 이미 얼굴이 창백해지고 옷이 땀에 흠뻑 젖었다.

방금 캐빔이 사람을 죽이는 장면을 보고 우지민은 하마터면 놀라 죽을 뻔했다.

평화로운 시대에 자랐고, 행복한 재벌 2세였으니 이런 피비린 장면은 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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