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뒤덮인 어둠 속에 외지 번호판을 단 고급차들이 잇달아 킥복싱 경기장으로 향했다. 수많은 재벌들이 세계 킥복싱 대회를 향해 달려왔다.특히 도박을 좋아하는 일부 부자들은 그 흥이 절정에 달았다.임정남은 벤틀리 차량에서 내려 집사의 부축과 경호원들에 보호 속에 횡포를 부리며 사람들 사이를 누볐다.많은 부자들은 임정남이 너무 횡포하다고 느끼고, 신분을 내세워 임정남을 혼내주려고 하였다. 그러나 임정남의 경호원들이 소지하고 있던 총기를 꺼내자 다들 입을 다물었다.다른 재벌도 경호원이 있고 총도 있지만 그들의 경호원은 총 하나만 소지하고 있었다.임정남의 경호원들은 기본적으로 사람당 기관총 하나에 허리에 권총 두 자루를 차고 있었다. 이건 그만큼 임정남의 신분이 남다르다는 증거이다.앞을 가로막는 부자들이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었고, 임정남은 끙끙대며 고개를 들고 계속 걸어갔다.“아이고, 누군가 했더니 정남 너 이 자식이구나.”용성호가 거들먹거리며 걸어왔다. 용성호 뒤에는 늘씬한 경호원들이 따랐다.용성호 목소리에 임정남 얼굴이 살짝 비뚤어졌지만 이내 미소를 지었다.“용성호 어르신이 오셨군요, 어르신도 복싱 경기를 좋아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미리 알았더라면 이 정남이가 분밖에서 마중했을 텐데요.”임정남이 웃음 가득히 비위를 맞춰주는 모습은 왠지 괴이했다.용성호는 꼴값하며 임정남에게 다가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누구 경기 보러 왔어? 네 아들 죽었다며, 집에서 가만히 아들이나 생각하지 왜 기어 나와서 말썽을 피워?”임정남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고, 웃음이 점점 굳어졌다.“어르신, 그만 하시죠, 어르신도 지금 용왕의 명분만 가지고 있지 아무런 권력도 없는 거 아닙니까, 조용히 있는 게 좋아요, 황후도 한성에 왔다고 하던데요.”“소식은 빠르네, 왜, 황후한테 가게? 그럴 명분 있어?”용정호는 임정남을 잡아먹으려는 것처럼 매섭게 임정남을 쳐다보았다.“저는 황후를 뵐 수 없죠, 근데 제 주인은 가능하잖아요, 제가 가서 울고 빌면 주인님이 제
잠시 후 황후의 방탄 롤스로이스가 다가왔다. 차가 멈추자 용성호는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재빨리 달려가 차 문을 열었다.권무영이 먼저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뒤돌아서서 팔을 걷어붙인 뒤 황후를 부축해 차에서 내리게 했다.베일을 쓰고 화려한 복장을 한 황후는 차에서 내려 임정남을 힐끗 쳐다보고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너 지금 개나 소나 다 데리고 다녀? 막 나가겠다 이거야?”“아니에요, 저 정말 억울합니다. 저도 방금 우연히 일곱째 형 부하를 만났어요, 이름은 임정남이라고 형 앞에 가서 제 험담을 하겠다고 하니까 속이 좀 불쾌한 거예요.”용성호는 약간 비통한 표정을 지었다.“보세요, 저는 지금 권세도 없고 힘도 없습니다, 아래 개들도 저를 무시해요, 앞으로 어떻게 황후를 위해 일하겠습니까.”임정남은 당황한 나머지 털썩 무릎을 꿇고 황송하게 말했다.“아닙니다, 용성호 어르신이 말한 말 진실이 아니에요. 죽은 제 아들을 갖고 말하길래 제가 화김에 몇 마디 했을 뿐이에요.”권무영은 황후의 귀에 다가가 임시현의 죽음과 이강현의 관계를 보고했다.일의 자초지종을 들은 황후가 차갑게 말했다.“정말 쪽팔려, 일단 룸에 들어가 얘기하자.”황후는 권무영과 시종들을 데리고 먼저 떠났다. 용성호와 임정남은 서로를 매섭게 쳐다보고 함께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경기장 2층에는 많은 VIP룸이 개조되었다. 한가운데 있는 룸은 황후가 예약한 자리이다.룸에 들어가 앉자 황후가 냉소하며 말했다.“아들이 죽으면 복수할 궁리를 해야지 경기는 왜 보러 온 거야? 너 지금 용성호도 건드리는데 앞으로 나도 건드릴 거야?”임정남은 놀란 얼굴에 황급히 무릎을 꿇고 계속 머리를 조아렸다.“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지금 바로 돌아가 사람 찾아 복수할 겁니다.”“이번 교훈 기억하고, 앞으로 또 이러면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 당장 꺼져.”“네, 황후님, 살려줘서 감사합니다.”임정남은 허둥지둥 방을 뛰쳐나왔다. 속으로 목숨을 건진 것에 크게 다행이라고 생가했다.용
권무영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숙인 정중천을 노려보며 외쳤다.“뭐? 진급했다고? 이강현의 경기를 보기 위해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 와서 나한테 자동 진급이라니, 일 똑바로 안 해?!”“정말 죄송합니다. 예상치 못한 일이라 저희들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정중천은 계속 허리를 굽혀 사과했다.정중천은 신분도 모르는 거물에게 미움을 사기 싫었다. 차라리 자세를 낮춰 사과하는 편이 더 편했다.권무영은 이강현이 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보고 싶었지만, 이강현의 진급 소식을 듣고 이를 악물었다.“너희들 혹시 뒤에서 몰래 수작부리는 건 아니겠지, 만약 우리한테 들키면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아닙니다. 어찌 그런 짓을 하겠습니다. 제작 수작부리고 싶어도 대회 위원님들이 허락하지 않을 텐데요, 그냥 어제 일어난 사고였습니다.”황후의 싸늘한 눈빛이 정중천을 흘끗 보았다.“그러면 따질 것도 없겠네요, 이강현 훈련 경기 동영상 볼 수 있나요?”황후가 알고 싶은 것은 이강현의 실력이다. 그 전에 수집한 자료들은 모두 캐빔의 실력을 크게 칭찬하여 황후도 그런 실력의 캐빔이가 왜 이강현한테 졌는지 알고 싶었다.정중천은 잠시 고민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건 제가 신청해야 하는데, 저도 협찬자일 뿐 CCTV를 가져올 권한이 없기 때문에 훈련 경기 내용을 보려면 주위원님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그럼 가서 신청하고, 가능한 한 빨리 설명해 주세요.”“네, 최대한 빨리 하겠습니다.”정중천은 허리를 굽힌 채 방 밖으로 나가 방 문 밖에 서서 이마의 땀을 힘껏 닦았다.룸 안의 권무영은 약간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대양 건너편에 있는 놈들은 정말 조잡해, 경기를 뭐 이딴 식으로 만들어.”“너, 나가서 기다려, 그들이 영상을 보내오면 다시 가지고 들어와.”황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권무영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 황후가 자기 투덜거림에 불만을 품은 것을 알고 황급히 룸에서 물러났다.용성호가 몸을 곧게 펴고 앉았다. 황후가 자신과 단둘이 얘기
눈 깜짝할 사이에 용성호의 마음속에는 이미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다.“대용왕의 자리는 감히 바라지 않습니다, 8용왕의 자리에 앉는 것만으로도 저가 복 받은 건데요, 오픈키는 제가 최선을 다해 찾아드리겠습니다.”용성호가 몸을 굽히며 말했다. 황후는 빙긋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래, 난 네가 자기 입장이 뭔지 모를 줄 알았어, 사람은 무엇보다 자신을 알고, 자기 위치를 똑바로 해야 오래 살 수 있는 거야, 난 오히려 널 좋게 봐, 네가 오래 살 수 있을 것 같아.”용성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황후가 자기를 일깨워주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걱정 마세요, 저는 사람이 경외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마음속에서 가장 경외하는 분은 황후세요, 주제 파악 잘 하고 충성한 부하가 되겠습니다.”“하하하.”황후는 흡족한 웃음을 터뜨렸다. 용성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또 한번 목숨을 건졌다고 생각했다. 황후를 만날 때마다 황후와 지혜와 용기를 겨루어야 하니 힘들기도 하였다.룸 문이 밀리고 권무영이 USB를 하나 들고 들어왔다.“이강현의 훈련 경기 영상입니다. 별탈없이 가져왔습니다.”“열어봐, 이강현이 어떻게 캐빔을 이겼는지 나도 봐야겠어.”황후는 재미를 가지며 말했다.권무영은 USB를 TV에 꽂았고, 곧 USB 안에 있는 동영상이 재생되었다.영상 내용은 캐빔과 10명 선수의 경기로 시작되었다. 황후는 캐빔의 압도적인 실력을 보고 간드러진 몸을 살랑살랑 흔들었다.“보아하니 용맹스럽고 기본적으로 상대를 짓누르는 존재인데 어떻게 이강현에게 죽임을 당할 수 있지? 누가 약을 먹였나?”황후는 의심스러운 듯이 중얼거렸다.“약은 아니고요, 아까 물어보니 캐빔은 맞아 죽은 거라고 합니다.”권무영은 고개를 갸웃하고 황후를 바라보며 물었다.“속도를 빨리할까요?”“아니야, 다른 경기 볼 것도 없고 온 김에 천천히 영상이나 보자.”황후는 영상에 집중하였다. 이강현이 링 위에 올라가 캐빔을 가볍게 쓰러뜨리자 황후의 얼굴빛이 약간 변했다.
용성호는 황후의 마음을 헤아려 천천히 말했다.“이강현은 그저 교묘한 솜씨일 뿐이고, 캐빔도 장법이 없는 선수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체력이 좋은 것에 의지하고 있어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은 다 캐빔을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정말 그렇게 생각해?”황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용성호는 가볍게 몸을 떨며 당황한 나머지 고개를 숙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생각나는 대로 하는 말이니 틀릴 수도 있습니다.”“흥, 내가 너무 깊은 건 몰라도 기본적인 건 알아. 캐빔은 최고의 고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류 고수 정도는 돼.”“용문호위에는 캐빔보다 실력이 좋은 놈이 많지만 이강현이만큼 쉽게 캐빔을 이길 수 있는 자는 별로 없어, 이강현은 그동안 참고 강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던 거야!”권무영은 얼른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이강현의 야심 만만치 않아요, 빨리 없애야 합니다.”용성호는 목을 움츠리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이럴 때 얌전한 척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황후는 손가락을 두 번 가볍게 두드리더니 눈을 감고 말했다.“영상을 가져가서 아랫사람들에게 이강현의 실력을 연구하라고 해, 무영아, 넌 몰래 임정남을 도와 아들의 복수를 잘 하도록 해.”“알겠습니다.”권무영은 눈썹을 치켜올리고 옆으로 물러서더니 핸드폰을 꺼내며 누구에게 연락했다.황후의 분부가 있었으니 권무영은 이강현에게 손을 쓸 수 있었다. 그리고 임정남의 도움으로 일을 은폐하기만 하면 된다.권무영이 연락을 다하고 황후는 하품을 하며 말했다.“피곤하니까 가서 쉬어야겠어.”“네.”권무영은 황후한테로 다가가 황후를 부축하고 몸을 일으킨 뒤 황후의 팔짱을 끼고 룸을 나섰다.경호원들이 황후와 권무영을 에워싸고 떠났다. 용성호는 룸에 앉아 잠시 기다렸다가 황후가 이미 멀리 가셨음을 짐작하고 나서야 몸을 일으켰다.경기장을 나와 용성호는 차에서 이강현한테 전화를 걸었다.“용성호입니다.”용성호가 아첨의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무슨 일이예요?”이강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방금
아첨을 하고 나서 용성호도 왠지 아까 한 말들이 너무 역겨운 것 같았다.이강현도 용성호의 말에 이상한 표정을 보였다.“농담은 정도껏 하세요, 끊습니다.”전화가 끊기고 용성호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인생이 정말 힘든 것 같았다.“별장으로 돌아가, 그리고 사람을 시켜 최근 임정남의 움직임을 주시하도록 해, 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테 보고하고.”용성호가 비서에게 지시했다.“알겠습니다.”비서는 핸드폰을 들고 빠르게 문자를 입력하며 명령을 보냈다.……임정남은 스위트룸 소파에 앉아 있었고, 부하들은 임정남 앞에 두 줄로 꼿꼿이 서 있었다.“이강현이 내 아들을 죽인 거 반드시 복수해야 해!”임정남의 원한이 가득한 소리가 들렸다.“명령을 내리세요, 물불을 가리지 않겠습니다.”“A팀 대기 중입니다. 임씨 가문의 최고 전사들로 모인 팀이고 모두 훌륭한 전사들입니다.”“명령을 내리신다면 한성을 뒤엎어서라도 도련님을 위해 복수하겠습니다.”부하들을 보며 임정남은 흐뭇한 미소를 짓었다. 믿을 수 있는 건 이들뿐이다.임정남이 명령을 내리려고 할 때 핸드폰 벨이 울렸다. 권무영 전화인 것을 보고 임정남은 부하들에게 입을 다물라고 손짓했다.임정남의 지시에 모두 입을 다물었다. 임정남은 허리를 30도 정도 굽혀 인사를 하고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전화를 받았다.“권무영 집사님, 안녕하세요.”“황후 명령이야, 네 복수 내가 도와주기로 했어, 그쪽 쓸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감안해 사람 몇 명 보냈으니 그렇게 알아.”임정남은 이 반가운 소식에 어쩔 줄 몰라하였다. 권무영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하느님의 복을 받은 셈이다.“정말 고맙습니다.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었는데 황후께서 이렇게 신경 써 주다니, 앞으로 임씨 가문 황후의 충성한 부하가 되겠습니다.”“허허.”권무영은 냉소하며 약간 짜증스럽게 말했다. “어떻게 할지는 내 사람이 알려줄 거야, 특근팀도 가서 도와줄 거고, 난 하나만 바래, 이강현의 시체를 보는 거.”“걱정 마
이강현과 진효영, 우지민은 송아를 보고 병원을 나와 차를 몰고 회사로 돌아왔다.문을 열고 들어가 업무를 보고 있는 고운란을 보며 이강현은 웃으며 말했다.“여보, 바빠?”고운란은 고개를 들어 이강현을 쳐다보고, 다시 이강현의 뒤를 따라오는 진효영과 우지민을 바라보며 속으로 약간 의심했다.‘방금 이강현이 먼저 갔었는데, 왜 지금 진효영과 함께 있는 거지? 우지민은 또 어떻게 된 거고?’‘우지민이 진효영과 이강현을 도와 몰래 연락해서 날 속이고 둘이 몰래 밀회하게 한 거 아니야?’고운란 마음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고, 마음도 점점 쓰라렸다.“너희들 뭐하러 간거야?”고운란이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일 끝나고 마침 진효영과 우지민이 심심해서 돌아다니길래 시시보러 갔어, 요즘 시시가 옆 병실이랑 이상한 걸 많이 배웠더라, 치료 끝나면 얼른 데려와.”“아, 그리고 우리 집 보러 가자, 요즘 진성택한테 큰 건 소개했는데 커미션 준다고 했어, 그래서 큰 집 하나 구하려고, 시시도 좋은 환경에서 커야 하잖아.”시시 얘기가 나오자 바로 고운란의 관심을 끌었다.“그렇기는 해, 집 바꿀 때가 되긴 됐어, 유치원 초등학교도 생각해봐야 돼, 근데 지금 좋은 집은 다 비쌀 텐데, 생각해 둔 거 있어?” 고운란이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집을 사는 것은 큰 일이고, 특히 요즘 집값이 비싸서 좋은 집 구하려면 적지 않은 돈이 들 것이다.그리고 지성택한테 소개했다는 말은 믿지 않았다. 그냥 손에 남은 돈이 얼마인지, 집 살 수 있는지만 궁리했다.진효영은 입을 삐죽 내밀고 묵묵히 옆에 앉아 이강현과 고운란이 다정한 모습을 보고 있었다.우지민은 머리를 긁적거리더니 바보같이 웃으며 말했다.“우리 집 한성에 고급단지 몇 개를 지었는데 괜찮으시다면 거기 어때요?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당연히 가격도 본전에 낮춰 드릴게요.”지금 사람 찾아 집을 사도 기껏해야 10% 할인이고, 본값에 사기는 힘들다. 그러나 우지민의 신분으로는 정말 말 한마디에 해결할 문제이다.
우지민은 더할 나위 없이 다정하게 말했다. 어쩌면 부동산보다 더 열정적인 것 같았고, 지금 당장이라도 이강현에게 집을 주려는 모양이다.이강현은 지도를 들여다보다가 인터넷에 올라 매물 정보와 평판을 검색한 뒤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고운란은 깜짝 놀라풀며 혀를 내둘렀다.“남산가든은 한성에서 제일로 비싼 동네인데, 말로는 산 꼭대기 그 별장이 엄청난 기운을 갖고 있다고 했어, 정말 그렇다면 거기서 조금이라도 서있어도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고운란도 듣고 꽤 설레었다. 하지만 남산가든의 가격을 생각하면 고운란의 설렘은 금방 사라졌다.“그쪽이 좋긴 좋은데 너무 비싸서 본값도 싸지 않을 것 같아.”이강현은 손가락을 튕기며 웃으면서 말했다. “가격은 다시 얘기하고, 일단 내일 가보는 게 어때? 정말 괜찮으면 그때 다시 돈 생각해도 되잖아.”돈 문제는 이강현에게 있어 큰 일이 아니다. 전화 한 통으로 해결할 수 있다. 아내와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좋아요, 그럼 내일 보러 가요, 그쪽 동네 정말 괜찮으니까 두 분도 마음에 드실 겁니다. 돈 문제는 걱정 마세요, 제 얼굴이 있잖아요.”우지민은 농담을 던지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가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 고운람도 고개를 끄덕였다. 진정 살 돈이 없다고 해도 드라이브 삼아 나가 돌아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다.똑똑똑.누군가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밀고 들어왔다.사무실로 들어간 고민국은 우지민과 진효영을 의아하게 바라보더니 얼굴색이 변했다.“근무시간인데, 일은 안 하고 뭐해?”“큰아버지, 일은 제대로 하고 있어요.”고운란은 낮은 목소리로 변명했다.“흥! 공사현장은 어떻게 된 거야? 누가 공사를 막고 있다고?”고민국은 못마땅한 얼굴로 호통치며 물었다.“네? 언제 일인가요? 저 방금 현장에서 돌아왔는데 일은 다 잘 마무리했어요.”“하긴 뭘 했어? 그쪽에서 나한테 전화 왔어, 10억을 줘야 공사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아니면 그대로 멈추게 할 거래! 일을 왜 그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