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현은 캐빔을 향해 두 손바닥을 흔들었다. 이강현의 손놀림에 따라 캐빔의 비명이 들려오고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동반되었다. 경기장에서 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오싹할 정도였다.‘이게 거만하기 짝이 없는 그 캐빔이냐?’‘정말 개처럼 맞고 있어, 개도 이렇게는 비참하지 않을 거야!’“톰슨, 잘 보고 있어!”이강현의 마지막 손바닥이 캐빔의 등을 두드리자 캐빔은 줄이 끊어진 연처럼 링 아래로 떨어졌다.퐁당!톰슨 앞에 넘어진 캐빔은 입을 벌려 피를 뿜어냈고, 피가 톰슨의 바짓가랑이와 신발에 튀어 새빨갛게 물들였다.톰슨은 몸을 떨며 엉덩이를 움직이며 조심스럽게 옆자리로 몸을 옮겼다. 처참하기 그지없는 노여움으로부터 자신을 멀리하고 싶었다.“정말 대단해, 이런 무술이 있다니.”톰슨은 애써 웃음을 짜내면서 말했다.정중천은 한숨을 쉬었다. 일순간 기염을 토하며 그동안의 걱정을 싹 날려버린 기분이었다.“톰슨 씨, 그렇게 긴장하고 겁먹을 필요 없어요. 이 선생은 무고한 사람을 함부로 다치게 하지 않아요.”톰슨 얼굴이 굳어졌다. ‘무고하지 않다고? 여태까지 계속 이강현을 노리고 있었는데 만약 이강현이 진실을 알게 된다면 날 죽도록 패는 거 아니야?’“알, 알았어, 긴장해서 그러는 거야, 빨리 캐빔이를 의무실로 데려가 살릴 수 있는지 확인해 봐.”톰슨이 손을 흔들자 주위에서 지켜보던 선수들이 몰려와 함께 캐빔의 처참한 모습을 가까이서 보았다.이틀 동안 캐빔에게 당한 선수들은 지금 모두 기뻐서 계속 캐빔을 바라보고 있었다.“팔다리가 부러지고 척추도 부러진 것 같아, 앞으로 자유롭게 움직이기가 힘들 거야.”“캐빔은 너무 건방진 게 탓이야, 사람은 그래도 좀 조용히 하는 게 좋아, 저 이 선생님처럼, 링에 올라가본 적 없는 것 같은데 진작 시작하면 움직임이 맹렬해.”“맞아, 앞으로 이 선생 보면 비켜가는 게 상책이야.”선수들은 수군수군 한바탕 지껄였다. 캐빔의 숨은 점점 가팔라졌고 완전히 구제불능이 되었다.이강현이 이긴 것을 본 진효영은 흥분하며 의
진효영은 말을 마친 뒤 이강현이 팔을 내리자 이내 이강현의 품에 안겼다.“이잉이잉, 따뜻한 품이다.”진효영의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했다. 이강현에 품에 안긴 진효영은 참지 못하고 이강현의 가슴에 얼굴을 문질렀다.이강현은 고개를 숙이고 진효영을 바라보며 그냥 밀어내고 싶었지만 진효영의 행복한 얼굴을 보면서 차마 밀어낼 수 없었다.이때 밀어내면 아마 어린애 마음에 상처를 남겨줄까 봐 아버지 같은 배려라고 생각하고 참아주었다.이강현은 고개를 들어 진효영을 딸 솔이로 생각하려고 애썼다.“아이고 편해, 이강현 오빠 품에 계속 안기고 싶어요, 너무 너무 행복해요.”진효영은 아쉬운 듯 이강현을 놓아주었다. 그냥 이렇게 쭉 품에 안기고 싶었다.이강현은 진효영의 머리를 문질렀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은 뽀송뽀송해지면서 귀여움을 더했다.“됐어. 축하 포옹이 끝났으니 어떻게 찾아왔는지 말해 봐.”“운람 언니는 공장에 갔고, 나 혼자 사물실에서 심심해서 밖에 나가서 놀려고 했는데, 오빠 그 제자를 만나서 차로 이까지 데려다 주었어요. 근데 아까 겁먹어 운 거 있죠, 정말 못났어요.”이강현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눈물을 닦으며 다가오는 우지민을 바라보았다.‘이 녀석이 이렇게 담이 작아? 캐빔이 흉포함에 놀라 울 줄이야.’우지민은 울상된 얼굴로 이강현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아까 운 거 아니었어요, 그냥 모래가 눈에 들어가 비비셔 아팠을 뿐이예요.”“시치미 떼지 마, 내가 아까 네 모습 좀 따라해 볼까?”진효영은 고개를 쳐들고 말했다.“아닙니다, 사모님, 저도 체면이라는 게 있어요.”진효영은 우지민을 노려보았다. 작은 사모님이라는 세 글자를 말리려고 했지만 끝내 막지 못했다.이강현은 얼굴을 돌려 진효영을 바라보았고, 진효영은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쟤가 그렇게 부른 거예요, 저랑 상관없는 일입니다.”이강현이 진효영과 잘 얘기하려고 할 때 정중천이 성큼성큼 다가왔다.“이 선생, 오늘 경기 일찍 끝났으니 얼른 돌아가세요.”정중천은 말하면서 이강
톰슨은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눈이 약간 멍하니 초점거리가 없는 것이 마치 뇌 전체가 텅 빈 것 같았다.정중천은 톰슨에게 다가가 앉아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무술은 진짜 존재하는 거였어, 아까 이강현 실력 정말 대단하던데.”톰슨은 낮은 소리로 얘기하며 왼손을 휘둘렀다.약간 어이없는 정중천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계속 진행할지 고민했다.“아마도, 여기 숨은 고수들이 많아요, 남쪽 어느 곳에 8천이나 되는 사람들이 수련하고 있다고 합니다. 모두 대단한 존재이고, 하늘과 땅을 흔들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어요.”정중천도 제멋대로 굴며 이강현을 따라 톰슨에게 무협소설을 얘기하였다.“와우, 정말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있다고? 그럼 이강현은 뭐야? 걔는 신선이라고 불릴 수 있어?”“아니죠, 이 선생 실력은 대단하지만 수련은 한 적이 없어 신선이라고는 말할 수 없어요.”정중천은 말을 마친 뒤 영혼 깊숙이 참회하며 지나가는 만천신불에게 함부로 뱉은 말에 용서를 빌었다.톰슨은 한순간 말을 잃었다. 이강현의 실력으로 그 8천 수련자의 최고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들 중에 속하지도 않는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신비한 동방의 나라, 이렇게 강압적이었어?’이렇게 따지면 이강현의 실력을 능가하는 고수가 적어도 8천 명은 존재하는 것이다.톰슨은 처음으로 위험을 느끼고 바다 건너로 빨리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하지만 그 생각은 그저 스쳐 지나갔다. 톰슨은 자신이 임무에 실패한다면 결코 죽음보다 편안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정말 신기한 곳이네요, 링을 빨리 고치세요, 저도 가봐야겠어요.”톰슨은 정중천을 남겨두고 멀지 않은 사무실로 급히 걸어갔다.톰슨이 사무실로 들어온 것을 보고, 크레티는 재빨리 일어섰다.“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캐빔 일은 정말…….”“다 죽은 사람은 꺼내지 말고, 아까 그 시합 영상 준비해, 실력 좋은 두 선수한테 보여주고, 이강현의 실력 알아봐!”“이미 코칭스태프와 함께 이강현의 격투기 기술을 분석해 약점
“그건…… 저도 설명을 드릴 수 없어요, 정말 무술 실력이 좋은가 봐요.”크레티도 캐빔의 죽음을 설명하지 못해 아예 무술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정중천이 말한 걸 조사해야 한다는 거야, 생각해봐, 이강현보다 더 대단한 존재가 8천 명이 있어, 그들이 모이면 얼마나 큰 힘이 될지 우리 보스도 건드릴 수 없어!”톰슨이 화 내며 말하자 크레티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렀다.“알겠습니다, 사람을 보내서 조사하도록 하죠, 분명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크레티는 말을 마치자 전화를 들고 정중천이 말한 대로 사람을 시켜 알아보게 했다.톰슨은 눈을 내리깔고 물었다.“이민서는 어떻게 됐어? 우리의 임무는 이강현의 혈액 샘플을 얻는 거야, 내가 보기에 대회는 기대할 수 없는 것 같고, 다른 방법이 있는지 생각해 봐.”톰슨은 이강현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 이강현의 실력이 대단해 보낸 사람들 다 이강현의 손에 상처를 입었고, 톰슨도 더 이상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자신이 지시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톰슨은 이강현이 당장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이 되었다.“다른 방법이 있기는 한데, 여자로 유혹하는 건 어때요? 전문 훈련을 받은 특공 미녀를 찾아 이 일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크레티는 미녀로 이강현을 유혹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뽀얗고 아름다운 금발의 외국인 여인은 이강현의 욕망을 자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남성의 충동이 생기면 나머지는 미녀요원이 해결할 수 있다.“좋은 방법이긴 해, 방금 이강현과 포옹한 그 여자 와이프는 아닌 것 같아, 이강현도 바람둥이일 거야.”톰슨은 고개를 끄덕이며 분석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가능성이 커 보였다.미녀로 남자를 꼬시는 일, 피할 수 있는 남자가 거의 없다.“이강현 스타일에 맞춰 여자를 찾아, 네가 예쁘다고 생각하지 말고, 동서양 미모에 대한 이해 차이는 커.”“알겠습니다. 동양 미학에 따라 꼭 선택하겠습니다.”“가봐.”톰슨은 손을 내저었다. 마음이 너무 힘든 것 같았다. 쉽게 해결할 수 있
진효영은 눈물을 닦으며 가련하게 말했다.“알았어요, 다시는 안 그럴 거예요. 내가 얌전히 있을 테니까 쫓아내지 마세요.”“또 연기야? 그만해, 아니면 바로 버릴 거니까.”진효영은 입을 삐죽 내밀고 머리를 숙여 이를 악물었다.‘너무 했어, 나 그래도 미녀인데 이렇게 막 대해도 되는 거야?’“사부님, 회사로 모실까요?”우지민이 물었다.“아니, 병원으로 가.”이강현은 우지민에게 네비게이션에 따라 운전하도록 했다. 곧 이강현은 우지민과 진효영을 데리고 솔이의 병실로 갔다.솔이는 이강현의 품에 안기고 기뻐하며 이강현의 얼굴에 뽀뽀를 했다.“아빠, 날 보러 왔어요? 이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누구에요?”솔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강강신과 진효영을 바라보았다.그 말에 우지민은 속으로 어이없어 하였다. 보기에 솔이와 나이가 비슷한 것 같은데 오빠인지 동생인지는 구분할 수 없었다.“이 사람은 아빠 제자 우지민이야, 오빠라고 부르면 돼.”“네?”솔이는 우지민을 자세히 보았다. 우지민은 어색하지만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했다.“오빠라고요? 근데 아빠보다 더 늙어 보이는데요.”솔이는 거리낌없이 말했다. 우지민의 웃는 얼굴이 일시에 무너졌다.“그리고 여긴 네 효영이 언니.”이강현은 이어 진효영을 소개했다.진효영은 뺨을 불룩하게 하고 시무룩하게 말했다.“오빠, 그렇게 부르면 안 되죠, 솔이는 나를 이모라고 불러야 해요.”“언니 너무 예뻐요, 그러니까 아빠 말이 맞아요, 언니라고 불러야죠, 언니도 아빠를 아저씨라고 불러야 해요, 내가 이모라고 부르면 언니가 우리 엄마하고 아빠를 빼앗으면 어떻게 해요.”솔이의 말에 놀란 남은 세 사람 모두 제자리에서 굳어져버렸다. “솔이, 아까 그 말 누구한테 배운 거야?”이강현은 솔이의 뺨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옆집 아줌마가 보던 드라마 다 그래요, 항상 젊고 예쁜 언니가 다른 친구 아빠를 빼앗아 가요, 그리고 여기에서도 비슷한 얘기 많이 들어요, 병원에 와이프가 불륜녀을 때린 적도 있었어요
하늘을 뒤덮인 어둠 속에 외지 번호판을 단 고급차들이 잇달아 킥복싱 경기장으로 향했다. 수많은 재벌들이 세계 킥복싱 대회를 향해 달려왔다.특히 도박을 좋아하는 일부 부자들은 그 흥이 절정에 달았다.임정남은 벤틀리 차량에서 내려 집사의 부축과 경호원들에 보호 속에 횡포를 부리며 사람들 사이를 누볐다.많은 부자들은 임정남이 너무 횡포하다고 느끼고, 신분을 내세워 임정남을 혼내주려고 하였다. 그러나 임정남의 경호원들이 소지하고 있던 총기를 꺼내자 다들 입을 다물었다.다른 재벌도 경호원이 있고 총도 있지만 그들의 경호원은 총 하나만 소지하고 있었다.임정남의 경호원들은 기본적으로 사람당 기관총 하나에 허리에 권총 두 자루를 차고 있었다. 이건 그만큼 임정남의 신분이 남다르다는 증거이다.앞을 가로막는 부자들이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었고, 임정남은 끙끙대며 고개를 들고 계속 걸어갔다.“아이고, 누군가 했더니 정남 너 이 자식이구나.”용성호가 거들먹거리며 걸어왔다. 용성호 뒤에는 늘씬한 경호원들이 따랐다.용성호 목소리에 임정남 얼굴이 살짝 비뚤어졌지만 이내 미소를 지었다.“용성호 어르신이 오셨군요, 어르신도 복싱 경기를 좋아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미리 알았더라면 이 정남이가 분밖에서 마중했을 텐데요.”임정남이 웃음 가득히 비위를 맞춰주는 모습은 왠지 괴이했다.용성호는 꼴값하며 임정남에게 다가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누구 경기 보러 왔어? 네 아들 죽었다며, 집에서 가만히 아들이나 생각하지 왜 기어 나와서 말썽을 피워?”임정남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고, 웃음이 점점 굳어졌다.“어르신, 그만 하시죠, 어르신도 지금 용왕의 명분만 가지고 있지 아무런 권력도 없는 거 아닙니까, 조용히 있는 게 좋아요, 황후도 한성에 왔다고 하던데요.”“소식은 빠르네, 왜, 황후한테 가게? 그럴 명분 있어?”용정호는 임정남을 잡아먹으려는 것처럼 매섭게 임정남을 쳐다보았다.“저는 황후를 뵐 수 없죠, 근데 제 주인은 가능하잖아요, 제가 가서 울고 빌면 주인님이 제
잠시 후 황후의 방탄 롤스로이스가 다가왔다. 차가 멈추자 용성호는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재빨리 달려가 차 문을 열었다.권무영이 먼저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뒤돌아서서 팔을 걷어붙인 뒤 황후를 부축해 차에서 내리게 했다.베일을 쓰고 화려한 복장을 한 황후는 차에서 내려 임정남을 힐끗 쳐다보고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너 지금 개나 소나 다 데리고 다녀? 막 나가겠다 이거야?”“아니에요, 저 정말 억울합니다. 저도 방금 우연히 일곱째 형 부하를 만났어요, 이름은 임정남이라고 형 앞에 가서 제 험담을 하겠다고 하니까 속이 좀 불쾌한 거예요.”용성호는 약간 비통한 표정을 지었다.“보세요, 저는 지금 권세도 없고 힘도 없습니다, 아래 개들도 저를 무시해요, 앞으로 어떻게 황후를 위해 일하겠습니까.”임정남은 당황한 나머지 털썩 무릎을 꿇고 황송하게 말했다.“아닙니다, 용성호 어르신이 말한 말 진실이 아니에요. 죽은 제 아들을 갖고 말하길래 제가 화김에 몇 마디 했을 뿐이에요.”권무영은 황후의 귀에 다가가 임시현의 죽음과 이강현의 관계를 보고했다.일의 자초지종을 들은 황후가 차갑게 말했다.“정말 쪽팔려, 일단 룸에 들어가 얘기하자.”황후는 권무영과 시종들을 데리고 먼저 떠났다. 용성호와 임정남은 서로를 매섭게 쳐다보고 함께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경기장 2층에는 많은 VIP룸이 개조되었다. 한가운데 있는 룸은 황후가 예약한 자리이다.룸에 들어가 앉자 황후가 냉소하며 말했다.“아들이 죽으면 복수할 궁리를 해야지 경기는 왜 보러 온 거야? 너 지금 용성호도 건드리는데 앞으로 나도 건드릴 거야?”임정남은 놀란 얼굴에 황급히 무릎을 꿇고 계속 머리를 조아렸다.“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지금 바로 돌아가 사람 찾아 복수할 겁니다.”“이번 교훈 기억하고, 앞으로 또 이러면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 당장 꺼져.”“네, 황후님, 살려줘서 감사합니다.”임정남은 허둥지둥 방을 뛰쳐나왔다. 속으로 목숨을 건진 것에 크게 다행이라고 생가했다.용
권무영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숙인 정중천을 노려보며 외쳤다.“뭐? 진급했다고? 이강현의 경기를 보기 위해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 와서 나한테 자동 진급이라니, 일 똑바로 안 해?!”“정말 죄송합니다. 예상치 못한 일이라 저희들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정중천은 계속 허리를 굽혀 사과했다.정중천은 신분도 모르는 거물에게 미움을 사기 싫었다. 차라리 자세를 낮춰 사과하는 편이 더 편했다.권무영은 이강현이 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보고 싶었지만, 이강현의 진급 소식을 듣고 이를 악물었다.“너희들 혹시 뒤에서 몰래 수작부리는 건 아니겠지, 만약 우리한테 들키면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아닙니다. 어찌 그런 짓을 하겠습니다. 제작 수작부리고 싶어도 대회 위원님들이 허락하지 않을 텐데요, 그냥 어제 일어난 사고였습니다.”황후의 싸늘한 눈빛이 정중천을 흘끗 보았다.“그러면 따질 것도 없겠네요, 이강현 훈련 경기 동영상 볼 수 있나요?”황후가 알고 싶은 것은 이강현의 실력이다. 그 전에 수집한 자료들은 모두 캐빔의 실력을 크게 칭찬하여 황후도 그런 실력의 캐빔이가 왜 이강현한테 졌는지 알고 싶었다.정중천은 잠시 고민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건 제가 신청해야 하는데, 저도 협찬자일 뿐 CCTV를 가져올 권한이 없기 때문에 훈련 경기 내용을 보려면 주위원님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그럼 가서 신청하고, 가능한 한 빨리 설명해 주세요.”“네, 최대한 빨리 하겠습니다.”정중천은 허리를 굽힌 채 방 밖으로 나가 방 문 밖에 서서 이마의 땀을 힘껏 닦았다.룸 안의 권무영은 약간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대양 건너편에 있는 놈들은 정말 조잡해, 경기를 뭐 이딴 식으로 만들어.”“너, 나가서 기다려, 그들이 영상을 보내오면 다시 가지고 들어와.”황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권무영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 황후가 자기 투덜거림에 불만을 품은 것을 알고 황급히 룸에서 물러났다.용성호가 몸을 곧게 펴고 앉았다. 황후가 자신과 단둘이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