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지관은 또 능청맞게 공사장을 한 바퀴 둘러보더니 무거운 안색의 고운란과 함께 공사장의 입구로 돌아왔다. 이강현은 고운란이 아무 일 없는 것을 보고 그제야 안심했다. 고민국 등은 얼른 장 지관을 에워싸고 풍수의 상황을 묻기 시작했다. “장 지관님, 이 공사장의 풍수는 어떻습니까? 뭘 변경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장 지관은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은 음산한 땅입니다. 만일 이곳에서 공장을 세운다면 앞으로 해마다 사람이 죽을 것입니다.” 고민국과 고건강의 안색이 급변했다. 만약 해마다 사람이 죽는다면 배상 문제를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머리가 아플 노릇이었다. “이, 이럴 수가, 이곳이 음산한 땅이라니. 장 지관님, 반드시 우리를 도와 이 문제를 해결해 주셔야 합니다.” 고건강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왕 사장 등도 모두 눈살을 찌푸렸다. 만약 그들이 공사 중에 사람이 죽는다면 그것은 정말 큰 일이었기에 장 지관이 나서서 해결해 주지 않는다면 왕 사장은 심지어 이 일을 받지 않으려 했다. 이강현은 고운란을 끌고 사람들 속에서 빠져나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저 사기꾼이 방금 당신은 안 속였어?” “사기꾼? 왜 장 지관이 사기꾼이라고 그렇게 단정 짓는 건데?” 고운란이 이강현이 왜 장 지관을 사기꾼이라고 단정 짓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두 공손하게 장 지관을 둘러싸고 있는데, 만약 장 지관이 사기꾼이라면 그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속였단 말인가?’ 이강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 미신은 그 자체로 이미 속임수야. 그가 정말 그렇게 대단한 지관이라면 고민국이 초대할 수 있지도 않았을 거야. 간단히 말해 고민국이 접할 수 있는 건 사기꾼뿐이란 말이야.” 고운란은 한동안 말없이 생각했는데 방금 장 지관이 자신을 속인 것은 딱히 없다고 느꼈다. 기껏해야 노화를 늦출 수 있는 공법이 있다는 것뿐이었으니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생술과 같은 공법이
장 지관은 의미심장하게 오른손을 내밀어 계산하는 척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30억.” 고민국은 오히려 한숨을 쉬었는데 30억은 비록 너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정말 조금도 적지 않은 액수였다. 게다가 이 가격은 마침 고민국이 마음을 모질게 먹으면 내놓을 수 있는 그런 액수였다. 그러나 고민국은 아직은 마음을 다잡지 못했했다. 비록 장 지관의 말을 믿기는 하지만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에 설마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까 하는 마음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30억은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닙니다. 그러니 저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니고 가족과 함께 상의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고민국은 핑계를 대며 잠시 미루려 했다. 장 지관은 이런 상황을 많이 겪은 듯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시죠. 사흘의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 지관님. 그럼 먼저 호텔로 데려다 드리지요. 이따가 성대한 만찬을 마련한 후 다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장 지관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물었다. “그럼 저와 제자들은 먼저 가보겠습니다. 잘 상의해 보시길 바랍니다. 참, 방금 저를 사기꾼이고 하던 분은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이강현에게로 향했고 쌤통이라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는데 장 지관이 이강현을 어떻게 처리할지 기대하고 있었다. 이강현은 장 지관을 바라보았고 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다. “장 지관께서 무슨 일이신가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를 사기꾼이라 말한 사람은 당신이 처음입니다. 전 단지 높은 사람에게 불복하고 함부로 말하면 그 업보를 치를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리려는 겁니다. 앞으로 조심하세요.” “지금 저를 협박하는 겁니까?” 이강현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너 죽음을 자처하는 거냐? 감히 사부님께 그런 말을 하다니!” “사부님, 저 미친놈에게는 이 자리에서 당장 본때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우리가 나설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명덕 등은 모두 소리치며 이강현을 상대하려고 했다. 장 지관은 이강현을 빤히 쳐다보
시스틴 호텔은 장 지관이 묵는 호텔이었다. 그리고 장 지관을 위한 만찬도 이곳 시스틴 호텔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고민국과 고건강은 일찍 호텔로 달려가 준비했다. 모든 준비를 마친 후, 고민국은 명덕에게 메시지를 보내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고민국은 장 지관의 취향을 물어보고 저녁에 그를 즐겁게 하려는 생각이었다. 명덕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고민국이 있는 룸으로 들어갔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두 분께서 저를 보자고 하시다니, 무슨 일이신지요?” “명덕 사부님, 얼른 앉으세요. 저희는 방금 그 땅에 대해 묻고 싶은데 정말 그렇게 심각한가요?” “그렇습니다. 만일 작은 음살이었다면 장 지관님께서는 진작에 손을 써서 해결했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들의 그 공장을 세울 곳은 아주 큰 음살이 있어 완전히 제거하지 않으면 매년 7~8명의 사람이 죽어나갈 것입니다.” 명덕의 말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일 년에 7~8명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공장을 여는 것은 고사하고 가지고 있는 돈도 전부 피해자들의 보상금으로 나갈 것이 분명했다. “30억은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전 도대체 당신들이 무엇을 고민하는지 모르겠군요. 혹시라도 장 지관님의 말씀이 정확하지 않으면 30억은 팔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참 멍청하시네요.” “이렇게 말씀드리지요. 장 지관님께서 여기에 3일 동안 머물러 있는 이유는 이 3일 안에 반드시 사람이 죽을 것이라고 추측했기 때문입니다. 전 이미 다 말씀드렸으니 앞으로 3일 동안 지켜보시지요.” 고민국과 고건강은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렇게 허황한 일이 남에게 일어난다면 아무 상관도 없겠지만, 자신에게 일어난다면 그건 너무도 공포스러운 것이었다. “정말, 정말 사흘 안에 사람이 죽을까요?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설마 사람이 죽기야 하겠습니까?” 고건강이 입을 벌벌 떨며 말했다. “허허, 아직도 믿기지 않나 보군요. 그럼 오늘 밤
장 지관은 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었다. 그리고 이때 명덕이 기쁜 얼굴로 다가왔다. “장 지관님, 이미 그들에게 겁을 주었습니다. 그들은 저녁에 이강현을 공사장에 보낼 겁니다. 마침 그때 그 자식을 죽이면 될 것 같습니다.” “잘했어. 솜씨 좋은 사람 몇 명 골라서 저녁에 그를 죽여라. 현장은 보기 좋게 꾸미고.” 장 지관은 눈도 뜨지 않고 말했다. “걱정 마세요. 한두 번도 아니고, 경험은 이미 충분히 많으니 제가 잘 준비해 두겠습니다.” 장 지관이 고개를 끄덕이자 명덕은 몸을 돌려 떠났고 일손을 찾아 준비하기 시작했다. ……고운란은 책상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온통 이강현이 장 지관의 미움을 산 일만 떠올랐다. ‘장 지관이 마지막에 이강현에게 큰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했으니 만일 정말 사고라도 나면 어쩌지?” 생각하면 할수록 고운란은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리하여 저녁에 이강현을 장 지관에게 사과시켜 그에게 닥칠 재앙을 풀어주길 청하려고 했다. 이강현은 고운란이 초조한 모습을 보고 곁으로 가 그녀의 머리를 문질러 주었다. “그런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다 미신일 뿐이야. 지금은 디지털 시대인데, 왜 그런 늙은 사기꾼의 말을 믿는 거야?” “하지만 걱정이 되는 걸 어떡해. 혹시라도 그가 한 말이 모두 맞을 수도 있잖아. 이런 현학적인 것들은 설명하기 어렵다고.”고운란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더 신중해지려 했다. 이강현은 고운란이 자신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 당신이 말한 대로 할게.” “정말? 그럼 만찬 때 장 지관한테 가서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술이라도 권하는 건 어때?” 고운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이강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흔쾌히 승낙했다. 고운란이 쓸데없는 생각으로 머리 아파하지 않는다면 이강현에게 있어 장 지관에게 사과하는 것쯤은 큰 일도 아니었다. 이강현이 승낙하자 고운란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기 시작했
저녁 만찬은 8시 정각에 시작되었다. 고운란과 이강현이 연회장에 들어가려 할 때 고건강이 두 사람을 막아섰다. “운란아, 아까 장 지관께서 분부하신 일이 있는데 저녁에 음기가 짙어진 후 음살이 토양에 대한 침식 상황을 봐야 한다고 해. 그래서 사람을 공사장 중심구역에 보내 흙을 한 웅큼 가져오라고 하던데 이강현을 보내는 게 어때?” 고운란은 고건강의 말에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했고 차키를 꺼내 이강현에게 건넸다. “당신이 얼른 다녀오는 거 어때?” “알겠어. 후딱 다녀올게.” 이강현이 차키를 들고 떠나자 고건강의 입가에는 음흉한 미소가 떠올랐다. “운란, 우리는 들어가자고. 내가 보기에 장 지관이 널 아주 좋게 본 것 같아. 그러니 오늘 저녁 장 지관님을 잘 모셔야 해.”고운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건강을 따라 연화장으로 들어갔다.장 지관은 정중앙에 앉아 있었고 고민국은 장 지관의 오른쪽에 앉아있었는데 왼쪽 자리는 비어 있었다. 고민국은 고운란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운란아, 얼른 장 지관님 곁에 앉아.” 고운란은 잠깐 머뭇거리더니 할 수 없이 장 지관의 왼쪽 빈자리에 앉았다. 장 지관은 빙그레 웃으며 고운란을 바라보았다. “고운란 씨 오셨군요. 방금 당신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고운란 씨가 여장부의 기질을 가지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요. 정말 대단합니다.” “장 지관님, 과찬이십니다. 제가 무슨 여장부씩이나 되겠습니까? 다 큰아버지께서 절 너무 과대 평가한 것일 뿐입니다.” 고운란이 겸손하게 말했다. 이때 고민국은 술잔을 들고 장 지관에게 술을 권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고 씨 가문을 대표하여 저희를 도와주러 먼 길 와주신 장 지관님께 한 잔 올리겠습니다.” 말이 끝나자 고민국은 술잔을 바로 비워냈다. 하지만 장 지관은 다만 술잔에 입만 살짝 댈 뿐이었다. 장 지관은 자신이 마시는 척하는 것만으로도 고민국의 체면은 충분히 세워주었다고 생각했다. 고민국도 화를 내지 않고 웃으며 고운란을 바라보고
이강현은 남아있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공사장 중심구역으로 걸어갔다. 어두운 곳에 잠복해 있던 명덕은 이강현이 공사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핸드폰을 꺼내 중심구역에 매복해 있던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명덕은 이강현을 상대하기 위해 6명의 고수들을 매복시켰다. 그리고 자신은 입구 밖에 남아있다가 귀신인 척하며 나타나 남아있던 사람들을 겁을 주려고 했다. 이강현은 느릿느릿 공사장의 중심구역에 도착했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 “다 나와라. 너희들의 수작은 나에게 하나도 안 먹힌다. 장 지관이 너희들을 보낸 것이냐? 정말 너무 유치하군.” 이강현은 말하면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멀지 않은 곳에 매복해 있던 고수들은 이강현의 말을 듣고 모두 어리둥절해졌다. ‘어떻게 들킨 거지? 저 자는 무슨 수를 쓴 거야?’ 여섯 사람들은 눈을 마주쳤지만 경거망동하지 않고 이강현이 다른 움직임을 취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이강현은 여섯 사람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하얀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발끝으로 발밑의 돌멩이를 걷어찼다. 그리고 돌멩이는 씽씽 날아올라 풀숲으로 들어가 한 고수의 머리에 부딪혔다. 퍽- 돌은 총알처럼 날아와 그 고수의 두개골을 뚫고 그대로 뇌에 박혔다. 돌을 맞은 고수는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를 뿐이었다. 몸은 두어 번 경련을 일으키더니 바로 숨이 멎어버렸다.다른 다섯 명의 고수는 동료가 잔혹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순간 간담이 서늘해졌다. 오직 돌멩이로만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니, 이는 남아있던 다섯 명 고수들의 상상을 초월했다. “당신! 감히 사람을 이렇게 죽이다니! 너무 한 거 아니야!” 한 고수가 참지 못하고 튀어나와 이강현에게 삿대질하며 말했다. 그러자 다른 네 명의 고수들도 몸을 일으켜 이강현을 에워쌌다. 이강현은 주위의 고수들을 힐끗 쳐다보더니 시큰둥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너무하다고 말할 자격이나 있어? 만약 내가 손을 대지 않았다면 너희들이 먼저 나를 죽여버렸을 거 아니야?
다섯 명의 고수들 중에는 이강현의 상대가 하나도 없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섯 구의 시체가 되어 땅에 누워 있었다.게다가 방금 이강현이 찬 돌에 맞아 죽은 사람까지 합치면 명덕이 배치한 6명은 전부 죽어버렸다. 명덕은 이미 슬그머니 공사장으로 들어가 작업장 밖에서 농간을 부리며 인부들에게 겁을 주고 있었다. 놀란 인부들은 벌벌 떨며 한데 웅크리고 있었다. 대충 겁을 줄 만큼 줬다고 생각한 명덕은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고, 이강현이 공사장에 들어간 지 15분이 지났다. 명덕은 배치한 고수들이 이미 이강현을 죽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하던 일을 멈추고 재빨리 공사장 중심구역으로 달려가 이강현이 죽은 현장을 꾸미려고 했다.그러나 명덕이 이곳에 도착했을 때, 그의 눈앞에는 여섯 구의 시체만 보였고 명덕은 혼비백산하고 말았다. 명덕은 거친 말을 퍼부으며 놀라 힘 빠진 두 다리로 얼른 도망치려 했다. 그리고 이때 마침 이강현이 뒤에서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명덕은 등골이 서늘해져 얼른 뒤로 물러나려고 했다. 하지만 뒤로 한 걸음 물러나는 찰나 명덕은 시체에 걸려 순식간에 시체 더미 속에 넘어지고 말았다. 명덕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온통 창백한 시체인 주위를 보고 너무 놀라 비명을 질렀다. “악!” 이강현은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걸어가 명덕의 가슴을 밟았다. “이것들은 네가 안배한 사람들이냐?” “저, 네, 아니, 제가 아닙니다. 전 정말 아닙니다. 전부 장 지관님께서 시킨 일입니다. 전 단지 그의 지시에 따라 행동할 뿐입니다.” 명덕은 당황해하며 말했는데 낮에 그 득의양양하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명덕은 지금에야 낮에 자신이 오만했던 것을 생각하면서 마음속은 후회로 가득 찼고 왜 이강현 같은 고수를 알아보지 못했는지 정말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장 지관? 그 늙은 사기꾼이 또 뭘 꾸미고 있느냐?”“그, 그는 당신의 아내를 손에 넣으려고 약물을 준비하게 했습니다. 당신 아내를 속여 자
이강현이 돌아간 후, 남아있던 인부들은 당황하여 전화를 걸어 방금 전 있었던 기이한 사건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전화는 층층이 전달되었고 결국 왕 사장은 고민국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말했다. 고민국은 그 말을 듣고 안색이 굳어졌다. 장 지관은 고민국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고 은근히 기뻐했다. 그리고 명덕 쪽에서 일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고민국 씨, 무슨 일입니까? 전화를 받더니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요.” 장 지관은 굳은 얼굴로 물었다. 고민국은 순간 얼굴에 바로 웃음을 짓더니 술잔을 들고 말했다. “한 잔 올리겠습니다. 장 지관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방금 공사장 쪽에 사고가 났다고 합니다.” “네? 무슨 일입니까? 말해보세요.” 장 지관이 연신 물었다. “방금 공사장에 남아 있던 인부들이 그곳에서 귀신을 봤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들은 작업장 쪽에 숨어 나갈 엄두도 못 내고 있는데 밖에서 귀신이 우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네요. 귀신이 목숨을 앗아갈 것 같다고 하는데 듣기만 해도 아주 끔찍합니다.” 고운란은 고민국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철렁하여 이강현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강현이 방금 공사장에 갔는데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죠? 저, 저도 공사장에 가봐야겠습니다.” 고운란이 당황하여 일어나 떠나려고 했다. 장 지관은 실눈을 뜨고 고운란을 가로막고 말했다. “긴장할 필요 없습니다. 제가 제자들을 보낼 테니 고운란 씨는 그 위험한 곳에 가지 마세요. 한 밤중에는 음살의 기운은 더욱 무거워지니 한 여인이 어찌 그런 곳에 가겠습니까?” “운란아, 장 지관님의 말씀 듣거라. 이강현 쪽은 걱정하지 말고, 혈기왕성한 젊은이니 괜찮을 것이다.” 고건강이 따라서 말리기 시작했다. 고운란은 잠시 망설이다가 기도하는 눈빛으로 장 지관을 바라보았다. “얼른 제자를 보내주십시오.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지 않겠습니까?” “당황하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장 지관은 오른손을 내밀고 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