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중천, 이건 너무한 거 아니야? 실력이 있으면 우리 하병형이랑 일대일로 싸워, 무기로 사람 협박하지 말고.” “맞아, 능력이 있으면 일대일로 싸워. 네가 정말로 상남자인지 보여줘, 계집애같이 무기로 협박하지 말고.” 엽중천은 냉소하며 하빙 등인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 “내 직업이 단체로 움직이는 거야. 난 절대로 일대일로 붙는 그런 멍청한 짓을 안 해. 자신 있으면 우리 단체와 붙어보던가, 그럴 능력이 없으면 입 다물어.” 엽중천이 말한 건 부대의 명언이었는데, 부대에선 절대로 개인무력을 과시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부대에서 중요한 건 개인무력이 아니라 지휘능력이기 때문이었다. 역대 무력이 뛰어난 장령들이 기껏 해봐야 선봉이다. 무력치는 밥 위의 떡일 뿐 진정한 명장은 머리로 먹고산다. 명장의 무력에 대한 이야기도 대부분 견강부회였다. 위용 등인은 화가 났지만 감히 말은 못 하고 분노의 눈빛으로 엽중천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노발대발하지 못했다. 상대편에서 가틀린 기관총까지 꺼냈는데 정말로 엽중천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아무도 그 후과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강현은 말없이 눈앞의 모든 것을 보며 입가에 미세한 웃음을 지었다. 엽중천은 하병을 흘겨보며 웃으며 말했다. “아직도 승복 못하겠냐? 이번엔 암살이 아니라 특별한 전투라고. 지휘권을 너희에게 맡기면 너희들이 지휘할 줄은 알아? 너희들이 팔어르신이 수하가 몇 명이고, 화력은 얼마나 강한지, 감시망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알아?” “자료를 주지 않았으니 우리는 당연히 아무것도 모르지. 당신 설마 외운 자료로 우릴 위협하려는 건 아니지?” 이강현이 갑자기 말했다. 엽중천은 기세가 주춤했다. 그는 가장 위협적이지 않다고 여겼던 이강현이 갑자기 날카롭게 맞설 줄은 몰랐다. “허허, 자료를 보여줄 수 있어. 하지만 너희들은 자료를 봐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거야. 진 씨, 그들에게 자료 보여줘!”진광철은 얼굴을 찡그리고 부하 경호원에게 설비를 켜라고 했다. 노
하병은 위용 등인을 데리고 돌아가려고 했다. ‘이길 수 없다면 피해야지. 어차피 성공률이 없는 일이었어.’ 하병 쪽의 킬러는 10여 명이고, 엽중천이 데리고 있는 용병도 두 팀밖에 없어 총 30명일 뿐이다. 총 40여 명이서 지형이 어렵고 100여 명의 완전 무장하고 중화력을 장착한 사람들을 상대하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헛된 꿈처럼 느껴졌고, 참여해도 마지막에 단멸의 결과밖에는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영웅이 나타날 리가 없었다. 영화 속이라면 조연이라도 도시락은 받을 수 있지. 하병은 자신이 주인공의 후광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과감하게 떠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그러나 하병 등인이 한 걸음 걷자마자 가틀린 기관총을 들고 있던 용병들이 45도 각도로 봉쇄 자세를 취했고, 나머지 용병들의 손에 있던 총기의 적외선 조준기도 하병 등인을 겨누었다. 붉은 자외선 빛이 하병 등인의 몸에서 흔들렸다. 폐공장 안은 순식간에 살기로 가득 찼고 하병 등인의 얼굴은 보기 흉해졌다. 밖으로 돌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두 전투팀의 화력 봉쇄 앞에서 킬러들이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당신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 가지도 못하게 하는 거야?” 하병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가는 건 안 되지. 이왕 왔으니 나와 함께 신나게 놀자고. 이런 전투가 자극적이지 않아? 이 병왕이 너희들을 보호해 줄 테니 너희들을 총알받이로 삼는 일은 없을 거야.” 엽중천은 히죽거리며 말했다. “우리는 입을 다물 수 있어, 너희들에 관한 정보를 누설하지 않을게.” 하병은 엽중천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그들이 총알받이로 삼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너희들이 순순히 말을 듣지 않을 줄 알았어. 그래서 내가 너희들에게 작은 선물을 준비했는데 지금 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엽중천이 손을 내밀자 한쪽의 용병은 은색의 금속상자를 꺼내 가볍게 엽중천의 손에 놓았다. 엽중천이 스위치를 누르니 찰칵하는
위용 등인의 안색은 잿더미처럼 변했다. 마음속에 불쾌감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반항할 용기가 조금도 없었다. 지금의 형세가 형세인만큼 그들은 묵묵히 엽중천의 억압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엽중천이 정신을 팔 때 하병은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뒤에 놓인 오른손을 갑자기 휘두르며 다섯 손가락을 모아 예리한 검처럼 엽중천의 아랫배를 향해 찔렀다. 속도와 완력을 다한 하병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는 마음속으로 꼭 성공하기를 기도했다. 이 순간 하병은 자신의 힘과 속도가 돌파해서 예전보다 강해진 것 같았다. 손가락 끝이 곧 엽중천의 아랫배를 찌르려고 하자 하병의 얼굴에는 화색을 띠었다. 하병이 곧 성공할 거라고 생각할 때, 갑자기 눈앞이 어두워지더니 엽중천이 무릎으로 하병의 팔을 세게 걷어찼다. 하병의 오른팔은 부딪혀 위로 튕겨 올라갔다. ‘몇 밀리 메터만 더 가면 손끝의 가시가 엽중천의 복부를 찌를 수 있었는데, 아깝다.’ 하병은 마음속으로 안타깝게 여겼다. 엽중천은 콧방귀를 뀌더니 이미 들어 올린 무릎을 계속 올려 발등으로 하병의 바짓가랑이를 걷어찼다. “아!” 하병은 비명을 지르며 허리를 굽혀 두 손으로 바짓가랑이를 잡고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엽중천은 알약 같은 감응 폭탄을 들고 하병의 입에 쑤셔 넣은 뒤 하병의 턱을 잡아 위로 당겨 하병의 입을 닫았다. 하병은 신음소리를 몇 번 내더니 어쩔 수 없이 감응 폭탄을 뱃속으로 삼켰다. 하병의 참상을 본 위용 등인은 두피가 저려와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진광철은 놀라서 온몸이 나른해져 의자를 짚고 천천히 앉았다. 오직 이강현만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흥겨운 눈빛으로 엽중천을 바라보았다. 엽중천은 하병을 발로 걷어찬 후 위용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녀석이 너무 말을 안 들어서 시범을 보여준 거야. 다음엔 너다. 너도 이렇게 되고 싶은 건 아니겠지?” “아니요, 난 당신의 말을 다 들을게요. 당신이 하라는 대로 할게요.” 위용은 이마의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이강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엽중천은 이강현에게 다가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널 잘 모르겠어. 하지만 네가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아서 너에게도 작은 선물을 주려고. 네가 잘 협조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한 번 해봐. 내가 잘 협조하는지.” 이강현은 나른하게 앉아서 싸우려는 기색은 없었지만 그가 한 말은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순순히 말을 듣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게 했다. 이때 용병들이 총구를 돌려 붉은빛을 이강현의 윗 몸에 겨누었다. 그러자 이강현의 몸에 빽빽하게 20여 개의 빨간 자외선 빛이 나타났다. 보통 사람이 이런 상황에 처하면 놀라 오줌을 지렸겠지만, 이강현은 자기 몸의 자외선 빛이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자약하게 엽중천을 바라보았다. 옆에 있던 진광철은 자기에게 연루될까 봐 황급히 뒤로 돌아 경호원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경호원들은 분분히 뒤로 물러섰다. 그 모습을 본 진광철은 사람을 죽이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너희들이 뒤로 물러날 때 날 좀 생각하면 안 되겠니? 빨리 날 들고 안전한 곳으로 가. 내 다리에 쥐 났다 말이야.” 진광철은 다리에 쥐가 나 걷고 싶어도 걸을 수 없어 경호원들을 불러 자신을 들게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웃긴 장면에도 아무도 웃지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온몸이 한없이 추운 것 같았다. 경호원들은 당황하여 진광철을 들어 올려서 쏜살같이 달려가 정마기의 뒤로 가서야 멈추었다. 정마기의 두꺼운 강판이 총알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진광철은 두 손으로 가슴을 어루만지며 방금 긴장해서 튀어나올 뻔 한 심장을 달랬다. 그는 많은 총구가 자기를 겨눈다고 생각만 해도 혈압이 터질 것 같았다. “이강현이 간덩이가 부었나? 하병이 그렇게 쉽게 당한 꼴을 보고도 감히 엽병왕과 맞서다니. 정말 병신 아니야?” 진광철은 당황해서 낮은 소리로 욕하며 자신의 긴장된 정서를 완화시켰다. 이강현의 태연자약한 모습을 본 엽중천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용병들은 잇달아 움직여 엽중천을 구하려 하자 이강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움직이지 마. 너희들이 움직이면 이 사람은 죽게 될 거야.” “모두 움직이지 말고 얘 말 들어.” 엽중천은 조금 쉰 목소리로 말했다. 용병들은 잇달아 동작을 멈추고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진광철, 위용 등인은 눈도 깜빡하지 않고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방금 이강현이 어떻게 엽중천을 사로잡았는지 전혀 보지 못했다. 다만 이강현의 몸이 흔들리더니 엽중천이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세상에, 저 자식 방금 어떻게 한 거야? 쟤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위용은 입술을 부들부들 떨며 무서워서 물었다. 그러나 아무도 위용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 순간 이강현의 동작을 똑똑히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진광철은 뒤로 두 걸음 주춤하더니 당황한 말투로 속삭였다. “내가 아주 큰 인물을 건드렸구나. 그냥 싸움 좀 하는 녀석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대단하다니. 이제 나보고 어떻게 살라는 거야?” 막심한 후회가 진광철의 마음속에 가득 찼다. 그는 당황해서 나중에 이강현이 자신을 찾아 복수할까 봐 걱정했다. 진광철은 이미 알아챘다. 이강현이 이번 일에 참여한 것은 팔어르신을 암살하는데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의 목적은 마지막에 모든 사람들을 조종해 자신을 위해 목숨을 바치게 하기 위해서였다. ‘전에 이강현과 맺은 원한은 틀림없이 사라지지 않을 거야. 다만 이강현이 마음에 새겨두고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 일이 성공하면 그때 이강현이 나랑 따질지도 몰라.’ 진광철은 생각할수록 그럴 것 같아 부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순간 진광철은 솔이가 생각났다. ‘솔이만 잡으면 부적이 생기는 거잖아. 적어도 결정적인 순간에 목숨은 지킬 수는 있겠지.’ 진광철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 솔이를 미행하는 부하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솔이를 예정된 장소로 유인하게 했다. 만약 이강현이 정말 날 어떻게 하려고 한다면 솔이의
“밀림 속에서 일반보초랑 잠복보초를 만나면 어떻게 제거해야 하는지 알아? 중화력은 어떻게 평정할 수 있는지 알아? 저격수가 생기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 전투 방안에 얼마나 많은 세부 사항과 예비 방안을 제정해야 하는지 알긴 아냐고.” 엽중천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맹수 같은 눈빛으로 이강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넌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슨 지휘권을 달라는 거야?” 이강현은 평온하게 엽중천을 보면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엽중천의 얼굴을 후려쳤다. 쨕. 따귀 소리가 온 공장 건물 안에서 메아리쳤고, 모두들 묵묵히 마왕 같은 이강현을 바라보았다. 이미 손에 너무 많은 사람의 피를 묻혀 피를 보는 것에 익숙해진 킬러와 용병들도 이 순간 알 수 없는 공포가 치밀어 올랐다. 엽중천은 얼굴에 손자국이 생긴 채 고개를 돌려 피가 섞인 침을 뱉었다. “손이 꽤 매운데? 오늘 네가 날 죽인다고 해도 난 너에게 지휘권을 넘길 수 없어. 날 죽인데도 난 내 부하들이 죽어가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으니까.”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 이강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엽중천은 눈살을 찌푸리고 이강현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강현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복잡하게 생각한다고? 이게 원래 복잡한 일이잖아.’ 진광철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진광철은 문자메시지의 내용을 한 눈 보고 재빨리 부하들에게 솔이를 다치게 하지 말고 맛있는 걸로 준비해 주라고 답장했다. 진광철의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는 부하들에게 솔이를 납치하라고 한 것이 도대체 옳은 건지 몰랐다. 다만 먼저 솔이를 잘 대접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중에 이강현이 자기에게 손을 대려고 할 때 그 카드를 쓰겠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은 프로젝터를 한 눈 보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왜 팔어르신의 지역으로 들어가려고 해? 그냥 불러내면 될 것을.”엽중천은 바보를 보듯 이강현을 바라보았다. 팔어르신을 꼬셔낼 수 있었다면 진작에 방안을 마련해서 꼬셔냈을 것이었다. 그러나
“좋아.” 이강현은 핸드폰을 꺼내 진성택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진성택의 공손한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려왔다. “도련님, 무슨 분부를 하시렵니까?” “팔용을 만나야겠어.” 이강현은 무표정으로 말했다. 진성택은 마음속으로 크게 놀라 당황하여 말했다. “도련님, 그런 농담은 하지 마세요. 팔용은 용후의 사람입니다. 이번에 한성에 온 목적도 아직 확인 중이고요. 그의 곁에 사람이 적지 않아요.” “걱정 마, 나한테 계획이 다 있어. 넌 그냥 걔보고 날 만나러 오라고 하면 돼. 내가 위치 보내줄게.” 이강현의 태도가 단호한 것을 보고 진성택도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도련님께선 반드시 안전에 주의해야 해요. 저도 곧 일손을 배치하겠습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먼저 팔용부터 여기로 보내.” 이강현은 전화를 끊고 나서 위치를 진성택에게 보냈다. 엽중천 등인은 모두 어리둥절해졌다. ‘팔어르신이 이강현의 입에선 팔용이라니? 이강현이 대체 어떤 신분이길래 팔어르신을 팔용이라고 부르지? 그럼 팔어르신과 동년배 인물이라는 말이잖아?’ “허세 좀 그만 부리지? 팔어르신은 용문의 팔용왕 중 한 명이야. 그런데 팔용이라니? 네가 용문의 핵심인물이라도 된다는 말이야?” “허세를 부려도 정도가 있지. 이 자식은 정신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직접 정신병원으로 보내야 할 것 같은데?” “이런 허세를 부리는 사람은 또 처음 보는 것 같아. 감히 팔어르신보고 팔용이라니, 이 세상에서 팔어르신을 그렇게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이삼십 명 밖에 없을 걸.” 용병들은 모두 이강현이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강현이 팔어르신에 대한 호칭이 논리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위용 등 킬러들은 모두 한쪽에 웅크리고 작은 소리로 의논했다. 그들도 모두 이강현이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했다.‘이번에는 왜 이렇게 재수가 없냐? 만나는 사람마다 미친놈이라니. 그리고 이강현 이 자식 팔어르신보고 팔용이라니, 그분은 용문의 용왕이라고. 이 놈이
팔어르신은 별장 지하실에서 미녀 두 명을 양 쪽에 껴안고 있었다. 한성에 있는 동안 팔어르신은 안전을 위해 별장에서 나가지 않고 가장 안전한 지하실에만 머물러 있었다. 이강현이 한성에 있는 한 위험할 수 있으니까. 비록 팔어르신은 이강현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지만 용문호위대는 방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두 명의 미녀를 품에 안고 있는 팔어르신의 마음이 불안했다. 왠지 무슨 큰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팔어르신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한 미녀가 술잔을 들고 그의 입술에 갖다 댔다. “어르신, 술 한 모금 마셔요, 술을 마시면 즐거워질 거예요.” 팔어르신은 웃으며 미녀를 껴안고 말했다. “컵으로 마시는 건 재미없지. 너의 작은 입으로 나에게 먹여줘.” “어르신 정말 못됐어.” 미녀는 투정 부리더니 바로 술잔을 들어 술을 한 모금 마시고 요염한 붉은 입술을 팔어르신의 입술 쪽으로 갖다 댔다. 팔어르신이 미녀의 입에서 술을 받아 마시려고 할 때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난폭하게 미녀를 밀치며 말했다. “누구야? 눈치도 없이, 내 기분을 다 망쳤잖아.” 핸드폰을 들어 화면에서 진성복이란 세 글자를 본 팔어르신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 늙다리가 왜 나한테 전화한 거지?” 팔어르신은 중얼거리며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전화가 자동으로 끊어질 때쯤 수신 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 “이 늙다리가 네 앞잡이 노릇이나 제대로 할 것이지 나한테 전화는 왜 해?” 팔어르신이 거칠게 말했다. 진성택의 얼굴에 불만스러운 기색이 번졌지만 이강현의 명령 때문에 팔어르신께 욕은 하지 않았다. “단도직입 적으로 말할게. 도련님이 널 만나려고 해.” “도련님이? 날? 너희들 매복하려고 그러는 거지? 누굴 바보로 아나, 내가 속을 것 같아?” 팔어르신은 냉소하며 말했다. “널 매복해서 뭐 해? 곧 용후가 올 텐데 널 매복하느니 용후를 매복하는 게 낫지. 도련님이 널 안중에나 둘 것 같아? 도련님에겐 넌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