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과장된 목소리가 회의실에서 울려퍼지자 사색에 잠겨있던 진건국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추가조항이라고? 적용 범위는 또 뭔데? 이게 대체 다 무슨 소리야?’진건국의 마음속에는 수만 가지 목소리들이 오갔다. 이강현의 말뜻을 알 수가 없었다.진건국의 부하들이 핸드폰으로 검색하더니 퍽 난감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진건국 앞으로 내밀었다.“어젯밤 발표된 최신 추가 조항에 대한 해석과 적용 표준입니다, 어젯밤 점검하는 걸 깜빡했어요.”진건국은 당황한 기색으로 핸드폰을 빼앗아 스크린에 비친 내용을 훑어보더니 청천벽력을 맞은 사람처럼 굳어있었다.“어젯밤 왜 눈여겨보지 않은 건데? 어젯밤 노력이 다 헛수고로 돌아갔잖아!”진건국이 분노에 겨워 외쳤다.이강현의 미소 짓는 모습에 진건국은 핸드폰을 던지며 말했다.“말해, 당신 어떻게 안건데? 설마 어제 밤 우리가 당신 몰래 토론하고 있는 걸 알고 있었던 거야?”“돌아가서 사장님한테 전해, 이런 역겨운 수단 말고 떳떳하게 붙어보자고.”이강현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진건국이 타협하며 말했다.“당신 말은 내가 전할게요, 하지만 빠른 시일내에 우리 사장님한테 사죄드리는 게 좋을 거에요, 안 그러면 당신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피곤해질 테니까요.”“가자.”말을 마친 진건국은 부하들을 데리고 회의실을 나섰다고민국을 비롯한 사람들은 이강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진건국의 말에서 알 수 있었다시피 이 모든 것은 이강현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비록 이강현 덕분에 진건국을 내쫓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이강현이 무슨 사고를 어떻게 쳤느냐 하는 것이었다.탕!고민국이 테이블을 치며 외쳤다.“이강현! 너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지르고 다니는데 변호사가 나서서 환자들 자료까지 수집하는 거야, 너 우리 고씨 집안 망하게 할 셈이니?”“내가 있는 한 고씨 집안은 앞으로 더 번창할 겁니다.”이강현은 마치 사실을 얘기하는 것처럼 담담하게 말했다.“퉤!”고흥윤이 침을 뱉으며 기시하는 눈으
“놀라긴 뭐, 우리가 겁만 먹고 살아온 줄 아나, 어서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고민국이 불평을 부리며 말했다.이강현이 힐끔 보자 크루프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 일의 시작은 저로 인해 일어난 거일 거예요.”고민국은 제 자리에 멍해 있었다. 이강현 때문에 일어난 일이 어떻게 크루프와 연관된 일이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크루프 선생님, 혹시 이강현 감싸주려고 이러시는 거예요? 이건 우리 고씨 집안 미래가 달린 심각한 문제예요, 우리가 이강현한테 자초지종 묻는 거 당연한 거 아닌가요?”크루프는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진짜 저로 인해 일어난 트러블이에요, 어제 이 선생님께서 나서지 않으셨더라면 우린 지금쯤 이 자리에 서 있지 못했을 거예요, 자세한 상황은 묻지 마시고 이 선생님이 시키시는 대로 하시면 돼요.”크루프의 말을 들은 고민국은 잠시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고민국은 크루프가 떠난 후에 다시 이강현에게 물어보리라 마음먹었다.“다들 별 문제 없으면 회의 계속합시다, 우리 쪽 전문가들이 화상회의로 건설 방안에서 주의해야 요점들을 설명할 겁니다.”크루프의 손짓에 비서는 재빨리 영상통화를 걸었다. 고씨 사람들도 모두 다시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그 시각 진건국은 차 안에서 마덕복한테 아까 있었던 일을 보고 올렸다.잠자코 듣고 있던 마덕복은 핸드폰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탑 클래스 변호사긴 무슨, 멍청이 한마디 말에 반박할 줄도 모르고, 젠장, 그놈이 진짜 뭐라도 돼? 왜 씨알도 안 먹히는 건데?”진건국의 실패는 마덕복의 상업 계획 책략이 완전히 실패를 선고했음을 의미한다. 열심히 준비한 모든 계획이 거품이 되고 말았다.집사는 깨진 핸드폰 액정을 주우며 말했다.“어르신, 어제 제가 듣기론 서울에 천남 도장이라는 곳이 새로 섰다고 합니다, 도장 관주 최일우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뛰어난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최일우한테 이강현을 부탁해 보는 건 어떨까요?”“최일우? 최일우에 관한 자료 있어?”마덕복이 미간을
마침 최일우는 매트에서 명상하고 있었다. 청년은 살며시 최일우한테 다가가 말했다.“관주님, 관주님 만나 뵙겠다고 오신 분들이 계시는데 일행이 많은 데다가 여기까지 오신 목적을 알 수가 없습니다.”최일우는 살며시 눈을 뜨더니 목을 꺾었다.“들여보내.”“네.”청년은 마덕복과 집사를 방안으로 들여보냈다.마덕복은 최일우를 깐깐하게 훑어보았다. 최일우의 날카로운 눈매와 튼실한 근육을 본 마덕복은 마음속으로 내심 흡족했다.“오늘 소문으로만 듣던 무림 고수 최 관주님의 진짜 실력을 보려고 이렇게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마덕복이 웃으며 말했다.“무림 실력을 아무한테나 보려줄 수는 없지요.”최일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최 관주님 소문대로 진짜 실력이 뛰어나신 분이시라면 절 대신하여 사람 한 명 죽여주시겠습니까, 돈은 걱정하지 마세요.”마덕복이 말했다.최일우는 흥미가 생긴듯 웃으며 말했다.“그렇군요, 이 세상에 제가 죽이지 못하는 사람은 없어요, 제 진짜 실력을 보여줄게요.”최일우는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사람이었다. 돈만 벌수 있다면 최일우는 평생 거짓말에 묻혀 살아도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최일우는 방 안쪽에 놓여 있는 거대한 돌을 가리키며 말했다.“여러분 저 돌 한번 만져보세요, 좀 이따 제가 손으로 저 돌을 부술 겁니다.”마덕복과 집사는 제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순간 머릿속에 가슴으로 돌을 부수고 쇠를 삼킨다고 허풍을 떠는 사기꾼들의 모습이 떠올랐다.둘은 서로 마주 보더니 돌 옆으로 걸어가 돌을 두드려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두드려보 아도 멀쩡한 돌 같았다.“이 돌을 한 번에 부숴버릴 수 있다고요?”마덕복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최일우가 웃으며 머리를 끄덕였다.“한방이면 끝냅니다, 부하들을 시켜 돌에 문제가 있는지 두드려 보게 해도 상관 없습니다.”마덕복은 집사에게 사인을 보냈다. 집사는 튼실한 경호원들을 불러와 돌을 발로 차보라고 명령했다. 경호원이 온갖 힘을 다해 돌을 찼다. 경호원은 냉기를 들이마시며 말했
“최 관주님 용문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마덕복이 실눈을 하며 말했다.“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요, 제 사부님이 용문 사람이에요, 저 같은 사람은 용문에 발을 들일 자격초자 없는 사람이에요, 용문은 신비한 가문인지라 모든 무도인들의 마음속 천당 같은 곳이지요.”최일우가 내심 기대하며 말했다.최일우가 용문 사람은 아니지만 용문 사부님을 두었다는 생각에 마덕복은 흡족해했다. 설사 최일우가 이강현을 없애지 못하더라도 그의 사부님한테 부탁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최 관주님 사부님이 누구신지 물어봐도 될까요?”마덕복이 물었다.“제 사부님 이름을 말해보았자 다들 모르실 거예요, 저의 사부님은 용문에서 여덟번째 용왕의 자리에 계신 분이신데 용문 사람들은 팔 어르신이라고 부르고 있어요.”최일우가 득의양양해하며 말했다.최일우는 팔 어르신의 명의로 돈을 적지 않게 벌어왔다.이번에 서울로 오게 된것도 최일우가 팔 어르신이 한성에 있는 어떤 놈을 없앨 거라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최일우는 팔 어르신의 오른팔이 되어 어르신의 예쁨을 얻고 싶었다.마덕복이 집사에게 손짓하자 집사가 최일우한테 서류를 건넸다.“이것이 바로 없애줘야 할 사람의 자료에요, 이름은 이강현이고 집은 한성에 있어요, 예전에 혼자서 스무명의 패거리들을 해치운 적도 있어요, 저 사람 죽일 수 있어요?”마덕복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이강현의 이름을 들은 마덕복은 흠칫 했다. 최일우가 접한 소식에 의하면 팔 어르신이 손보려던 놈이 바로 이강현이었다.‘설마 같은 사람일까? 아마도 그럴 거야, 혼자서 스무 명을 없앨 정도면 몸을 쓸 줄 아는 놈일 거야, 평범한 놈이었다면 팔 어르신이 직접 나서지도 않았겠지.’최일우는 한성에 내려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강현을 잡아 팔 어르신한테 넘기면 공로를 세우는 거나 마찬가지였고 일석이조로 거액의 돈도 가질 수 있으니 최일우한테는 굴러들어 온 복이나 마찬가지였다.“문제없어요, 고작 스무 명이라면서요, 전 부하들을 거느리고 무기 지
튼실한 두 사내가 네 개의 큰 상자를 끌고 오더니 모든 사람 앞에서 상자를 열었다. 상자에는 총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긴총과 권총은 매 사람당 하나씩, 탄약 장전기는 한 사람이 네 개씩 챙기도록 해, 칼 지닌 사람들은 수류탄도 지니고.”최일우가 말했다.모든 사람이 최일우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다들 총기를 받아쥔 후 꼼꼼히 점검하기 시작했다.최일우는 두 자루의 권총을 허리춤에 지니며 말했다.“이번엔 우리가 아주 중요한 작전을 맡았어, 우리의 목표는 이강현을 생포하는 거야, 구체적인 행동 방안은 내가 다음에 얘기해줄 테니까 일단 다들 한성으로 출발한다.”“네!”최일우는 부하들을 데리고 도장을 나서 한성으로 올라가는 버스에 올랐다.……퇴근 시간이 되어가자, 오영순이 고운란 사무실로 건너왔다. 사무실 구석에 앉아있는 이강현을 보며 오영순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고운란과 오랫동안 연락이 없었던 친구라고는 하지만 오영순은 운란이의 소식을 전해 듣고 있었다. 그 덕분에 이강현이 고운란이 벌어다 준 돈으로 생활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다.게다가 오영순은 이번에 장준표의 부탁으로 그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온 거였다.“운란아, 우리 본 지 꽤 됐는데도 넌 여전히 예쁘구나, 진짜 너무 샘나.”오영순이 호들갑을 떨며 벤츠 차기를 무심한 척 책상에 올려놓았다.고운란은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야, 나도 이제 나이 먹을 만큼 먹었는걸.”“그럴 리가, 네가 늙었으면 너의 남편 너무 못난 거 아니니, 듣기론 너의 남편 네가 벌어다 준 돈으로 생활한다며? 너 아이 보살피는 것도 모자라 남편까지 살펴야 하니 네가 걱정이 많겠다.”오영순이 이강현을 나무라며 말했다.오영순의 말에 담긴 뜻을 알아차린 고운란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우리 집안일 네가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내 남편이 일을 하든 말든 그건 우리의 일이야.”“고작 이걸로 화내는 거야? 너의 남편이 너한테 뭘 줬길래 이러는 거야? 다른 집안은 남편이 와이프 먹여 살리려고
오영순은 차를 운전하는 내내 각종 자랑을 해댔다.마침내 차는 교외에 있는 온천 휴양지에 멈춰 섰다. 주차를 마친 오영순이 리조트를 가리키며 말했다.“오늘 이 리조트 장준표가 통째로 빌렸어, 오늘 여기 다 우리 거야, 신나게 놀아도 돼.”“별것도 아니네 뭐.”이강현이 담담하게 말했다.오영순은 피식 웃으며 이강현을 흘겼다.“일자리도 없는 주제에 너스레는, 이 리조트 하룻밤 묵는 가격이 얼마인지 아는 거야? 너의 5년 월급이야.”이강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오영순과 따지지 않았다. 오영순과 입씨름을 하는 건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었다.두 사람은 오영순의 뒤를 따랐다. 리조트 내 인사를 건네는 복무원들의 행동이 오영순의 허영심을 채워주었다.리조트 내의 별장에 들어서자 네 명의 남자가 앉아있었다. 가운데 앉아있는 남자는 오만한 기색이 역력했고 다른 세 사람은 가운데 앉아있는 남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애를 썼다.오영순과 두 사람이 걸어들어오는 걸 보자 맨 가운데 앉아있던 장준표가 벌떡 일어서며 고운란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운란아.”장준표는 감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꿈에도 그리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장준표는 모든 것이 실감 나지 않았다.오영순은 장준표의 곁으로 다가가더니 장준표를 슬쩍 밀었다.“거기 떡하니 서서 뭐 해, 해외에선 처음 본 사람한테 키스로 인사하잖아, 너도 얼른 운란이한테 인사해야지.”정신을 차린 장준표는 웃으며 고운란을 향해 걸어갔다. 두 손 뻗어 고운란을 안으려 하자 이강현이 고운란 앞을 막아섰다.“내 와이프랑 넌 그냥 고등학교 동창일 뿐이야, 심지어 네 이름도 까먹은 것 같던데 인사 같은 건 할 필요 없을 것 같아.”이강현이 웃으며 말했다.장준표는 미간을 찌푸리며 노기등등한 표정으로 이강현을 쳐다보았다.“너, 비켜, 너 같은 멍청이는 운란이랑 함께 있을 자격 없어! 난 이번에 운란이를 그 지옥에서 구해주러 왔어!”이강현이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넌 그럴 자격 없어.”“너 미쳤구나? 장준표한테 그럴 자격이 없다
장준표는 멋진 사람이 되어 운란이한테 고백하기 위해 해외에서 자신의 청춘과 생명을 바치면서 성공을 향해 달려왔다. 장준표는 해외에서 운란이와 행복한 삶을 살고 싶었다.지난 모든 노력이 운란이의 한마디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강현을 바라보는 장준표의 눈빛이 더 사나워졌다.“운란아, 너도 내가 널 계속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잖아, 너 내가 왜 외국에 나가 있었는지 알고 있어? 나 성공하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들였는지 알아? 이 든 게 다 널 위해서였어!”장준표가 울부짖었다.고운란은 폭주하는 장준표를 보며 머리를 젔더니 이강현의 팔을 끌어당기며 말했다.“우리 가자.”“갈려고? 어림도 없어, 오늘 고운란은 나랑 가야 해.”장준표가 외쳤다.고운란이 이강현을 데리고 문을 나서는 순간 얼음처럼 굳어버렸다.문 밖에는 두 명의 건장한 금빛 사내가 서 있었는데 손에는 칼을 들고 있었다.둘은 히죽러리며 말했다.“들어가세요, 사장님 허락 없이는 누구도 여길 빠져나가질 못해요.”오영순이 나지막하게 말했다.“운란아, 그만 버둥거리고 장준표 말 들어, 장준표 이제 보통 집안 사람 아니야, 너 그냥 준표랑 해외에서 살아, 저런 놈이랑 살 게 뭐야.”“그만해.”고운란이 외치더니 장준표를 보며 말했다.“네 사람들한테 비키라고 말해, 난 여길 떠나야겠으니까.”“어림도 없어, 난 널 위해 모든 걸 바쳤어, 난 너 없으면 안 돼, 크루, 카이, 저놈 죽여.”장준표가 포효했다.크루는 이강현을 보더니 하찮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저렇게 나약한 놈은 우리 둘이 붙을 필요가 없어요, 카이한테 맡기면 돼요, 카이는 권투 10연승을 한 놈이에요, 태국 권왕도 카이한테 엄청나게 맞았어요.”오영순은 듣는 내내 심장이 벌렁거렸다. 그들 눈에는 태국 권왕도 대단한 인물이라고 여겼는데 눈앞에 있는 카이라는 사람이 태국 권왕을 제치고 승리했다는 말에 이강현을 없애는 건 일도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저런 놈한테 이렇게 대단한 고수를 붙이는 건 너무 재능 낭비 아
카이는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가까스로 참으며 이강현의 목을 향을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오영순을 비롯한 현장에 있는 사람들 모두 카이가 휘두르는 칼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카이의 현란한 칼부림에 다들 카이의 칼끝이 이강현의 목에 가까워지는 것도 보아내지 못하고 있었다.이강현은 마치 카이의 칼부림에 겁먹은듯 제 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 이강현의 모습에 카이는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두렵지?”카이의 칼이 이강현의 목과 10센티미터도 채 되지 않는 위치에 있었다. 자칫하면 이강현이 칼에 찔릴 위기에 놓여있었다.오영순도 그제야 칼의 위치를 보아냈으며 칼이 이강현의 목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것을 보아냈다.오영순이 놀란 기색을 짓기도 전에 이강현은 두 손으로 칼끝을 잡았다.“악!”오영순은 그제야 두 손으로 머리를 잡으며 소리 질렀다. 당장에서 피가 튀기는 전쟁을 볼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오영순이 생각하는 장면은 일어나지 않았을뿐더러 카이는 이강현의 손에서 칼을 빼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이강현의 손은 마치 집게마냥 칼을 단단히 잡고 있었다.“카이, 너 밥 안 먹었어? 설마 젖 먹던 힘까지 다 쓴 거야?”크루가 비웃으며 말했다.카이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강현을 쳐다보았다.“너, 누구야?”“네 목숨 앗아가려는 사람.”말을 마친 이강현이 손가락을 튕기더니 칼날이 카이의 목을 향해 날아갔다.카이는 식은땀이 내렸다. 인생 최대의 위기였다.피하라는 명령이 뇌에 전달되기도 전에 칼은 이미 카이의 목을 찔렀다.카이는 두 손으로 칼이 꽂힌 목을 잡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카이가 입을 열고 말하려고 했지만 기관지가 이미 파손된 바람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카이의 목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카이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놀란 오영순은 넋을 잃고 제 자리에 서 있었다. 당장에서 목숨 잃을 사람이 흉악한 카이를 단번에 해결하자 오영순은 멘붕에 빠졌다.“젠장.”크루는 카이의 시
“무슨 소리야! 이강현 그 자식 내 손자 발 뒤꿈치에도 못 가! 딴 소리 말고 그냥 할 건지 말 건지나 말해.”어르신은 말을 마친 후 분노에 찬 눈으로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고운란이 이강현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저 역시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강현이 한 말이 바로 제 뜻이예요.”“너 정말! 나 너 같은 손녀 없어, 너희들 우리 고씨 집안 자식 아니야!”어르신이 소리를 지른 뒤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화가 나서 고건민에게 더 심한 말을 하려고 할 때 고건강은 어르신을 힘껏 잡아당겼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이 상해요, 진정하세요.”고건강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만약 고씨 집안이 무너지면 고운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잡아 잘 보이려고 하였다.어르신은 고건강을 노려보며 고건강까지 욕하려고 하였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형님한테 끌려가면 안 돼요. 큰 형이 둘째 형한테 원한이 많은 거 아시잖아요. 우리 사이가 틀어지면 그게 큰 형이 바라는 거예요.”“근데 지금 둘째 형 쪽이 대세인데 앞으로 그쪽한테 기대할 지도 모르니까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도 득 볼 게 없어요. 일단 넘어가세요.”이득 외에 고건강 눈에는 도덕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충분한 이득만 얻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 팔아먹을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고건강은 자기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고민국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르신도 늙은 여우라 고건강 말을 듣고 속으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방금 화가 난 김에 하마터면 일을 그를 칠 번 했다. 지금 고운란의 위세든, 이강현이 말한 진성택과의 관계든 두 사람의 세력이 강해짐을 보여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나서 어르신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건강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셋째야, 네 말이 맞아, 방금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잘 생각했어요. 이럴 때 강력하게 나가면 두 쪽 다 다치게 돼요.”어르신 표정이 느긋해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현의 손에서 득을 못 보게 될 것을 알아차리고 어르신은 즉시 전략을 바꿔 고운란을 찾기로 하였다.뭐라해도 자기 친 손녀인데 할아버지가 부탁하면 아무리 싫어도 자기 말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르신이 좀 지나치시다고 생각했다. 할말 못할 말 다 했는데 늙은 티를 내면서 덕 좀 보려고 하니 어이없었다.“할아버지, 상황은 다 얘기했고, 계속 고집부리시겠다면 운란에게 전화하세요.”“보자 보자하니, 네가 누구인 줄 알아! 너는 그냥 이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야!”고민국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허허.”이강현은 가볍게 웃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너 무슨 태도야! 거기 서!”고민국은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강현을 혼내려고 하였다.고건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형님, 말로 하시죠, 화내지 마시구요.”“흥! 쟤 말 잘하는 거 좀 봐? 너무 건방지잖아!”어르신이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입 다 다물어, 운란이한테 전화할 거야!”고민국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강현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이강현은 차가운 눈으로 구민국을 바라보았다. 고민국은 뒷머리가 섬뜩한 것을 느끼며 이강현의 눈빛에 완전히 겁을 먹고 손을 놓아버렸다.“너 여기 가만히 있어, 내 명령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고민국은 겁을 누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할아버지.”“빨리 돌아와,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손님을 접대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할아버지, 아빠랑 이강현이 돌아가지 않았나요? 무슨 일 있으세요?”“이강현 그 새끼 얘기 꺼내지도 마! 그 자식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 있어. 너 지금 원일그룹 사장 아니야? 집안 사업 망하게 생겼어, 원일그룹이 사라고 해.”고운란이 듣던 중 자기 할아버지 상업도덕에 어긋하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할아버지, 지금 손님을 접대해
어르신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고 있는데 마치 금덩어리를 발견한 눈빛이었다.“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고민국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몸을 숙이고 어르신 귀에 대고 말했다.“아버지, 이 쓰레기랑…….”“흥!”건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은 사람을 잡아먹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고민국을 노려보았다.“쓰레기는 네가 아니야?! 회사를 너한테 맡기고 나서 지금 무슨 꼴이야!”“아버지,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아무 쓸모 짝도 없어, 이강현을 봐봐, 이게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어르신은 말하면서 고민국에게 눈짓을 했다.이강현 때문에 들어온 오더이니 다시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때 좋은 말 몇 마디로 이강현을 안정시키면 잃어버린 오더를 모두 찾아올 수 있고, 고씨 집안 사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아, 네네, 이강현 너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아, 내가 의자 가져다 줄게.”고민국은 의자를 들고 어르신의 옆에 놓았다. 의도적인 호의였다. 이강현은 의자에 앉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큰 아버지가 들어온 의자 제가 감히 어떻게 앉겠어요. 할아버지의 뜻도 이해합니다. 근데 고씨 집안 제품을 사면 진성택도 돈을 내면서 받는 거니까 저도 진성택이 계속 손해보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어르신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강현이 한 마디로 그가 곧 꺼낼 말을 막아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색하게 웃고 나서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진성택이 어떻게 손해를 봐, 그 사람 돈 많잫아.”“돈은 많는데 손해보면서 우리를 돕는 건 사실이잖아요. 전에 저를 도와준 건 갚을 게 있어서 그랬고, 지금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거두어들여도 당연한 거죠.”이강현은 그들을 돕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이 상황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술궂게 굴어 이강현으로 하여금 그들을 도울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만약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다면 도와줄 수도 있었다. 고씨
“진성택과 제 관계는 말할 필요 없고, 말 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고 아시면 돼요.”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어 상위권의 기세를 보여주었다.이강현의 도도한 모습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성택이 왜 네 말을 들어, 네가 뭐라고!”고건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강현은 고건강을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어르신만 바라보았다.어르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고민국에게 말했다.“전화해서 진성택 지시 맞는지 확인해봐.”“아버지! 그걸 왜 물어봐요. 순전히 허튼소리예요! 믿을 필요 없어요!”“하라면 하지, 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어르신의 표정이 더욱 언짢아졌다.고민국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어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꺼내 바이어들의 전화를 뒤지기 시작했다.고건민은 그 틈을 타 이강현을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말해 봐, 진성택이랑 무슨 관계야?”“제가 진성택 손자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때 운란이 힘들어 하니까 그냥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고건민은 눈알을 굴리더니 이강현을 깊이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건민의 속으로 이강현의 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진성택이 이강현의 지시를 따른 다른 말은 믿었다.예전에 왕씨 어르신 생신 때 진성택이 이강현을 데리러 차를 몰고온 장면이 떠올리고 고건민은 이강현과 진성택 사이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더욱 깊이 믿었다.그러나 지금 고건민은 깊이 따질 마음은 없고, 오히려 고민국과 고건강이 망신을 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다.몇 년 동안 고건민은 고민국과 고건강으로부터 온갖 탄압을 받았으며 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지금 그들이 좌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더없이 기쁜 일이다.고민국이 건넨 전화는 이미 상대방에게 연결되었고, 연결된 후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형님, 저 민국이예요.”“어 그래, 나 지금 회의 들어가봐야
“운란이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도우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도움을 수 있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가족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이강현이 말을 마치자 그들 모두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체면이 깎인 어르신은 고민국을 매섭게 노려보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를 원망했다.고민국은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운란이 우리 회사 제품 독점판매해서 도와줄 수 있잖아!”“그건 돕는 게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거죠, 그럼 한 달도 못 버티고 쫓겨날 건데 그걸 바라세요?”이강현이 되물었다.할 말을 잃은 고민국은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뭘 그렇게 말해, 우리 제품 사다가 중간에서 가격을 올려 팔면 되잖아, 실적도 올리고!”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국의 말에 동의하였다.“민국이 말이 맞아, 회사 제품을 사가서 다시 팔면 문제없어.”“허허.”이강현은 약간 경멸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왜 오더가 빠지는지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기술, 생산라인, 원가 아무 것도 경쟁력이 없는 제품 누가 사겠어요?”“전에 장사가 잘 됐다는 얘기하지 마시구요, 그건 제가 받아온 오더예요! 운란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제가 진성택에게 사람을 시켜 오더 내리라고 부탁했어요!”이강현의 말이 나오자 방 안의 사람들 모두 놀라하며 눈을 크게 떴다.사실 그들도 회사 제품이 가격이 높지만 그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운란이 오더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신의 미모로 고객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강현이 한 말은 그들의 생각을 뒤엎었다.이강현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너, 너 여기서 무슨 헛소리야!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진성택을 찾아? 진성택이 무슨 사람인데 네가 부탁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고민국은 이강현에게 손가락질하며
어르신의 엄격한 말투에 고건민의 마음은 두려웠다.“그래요 아버지, 운란이 사장이라도 아버지 손녀딸이에요.”“흥!”어르신이 콧방귀를 뀌며 눈을 지긋이 감고 말했다.“사장이라고 집 장사도 잊은 게야?! 있는 지분을 다 팔았다고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게…… 일도 그만뒀는데 그럴 명분이 안 되죠.”고건민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둘째 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운란이 나가고 나서 오더 크게 줄었다고 들었어, 네 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별말 없이 지분 팔 때 알아봤다니까, 갈 곳을 찾아두고 가족 사업 망치려고 작성한 거 맞죠.”고건강이 따라 말했다.그들의 비난에 고건민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무력함을 느꼈다.이미 마음속 선입견을 두어 고건민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고건민도 지금 말하고 있는 이유 모두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왜 말이 없어? 인정 못하겠어? 너희들 정말 이렇게까지 비열할 줄은 정말 몰랐다. 가족 사업 망치고 나서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고민국이 노호했다.얼굴이 하얗게 변한 고건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아니요, 집안에 해가 되는 일 정말 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 믿어주세요.”“다른 말은 필요 없고, 원일그룹도 의약업을 하고 있지, 운란이 집안 사업에 도움을 보태라고 말해, 오더도 주고, 지금 그만한 능력이 있는 거 아니야?”어르신이 이제서야 용건을 말했다. 고건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이 쉬어 말했다.“운란이 사장이지만 아직 막 부임해서 너무 티 내서 하면 안 돼요, 그보다 지금 회사일 운란이 한 마디로 움직이는 거 아니잖아요.”“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눈뜨고 집안 사업이 망하는 거 보고싶어? 너 그러고도 내 자식이야?!”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고건민을 노려보며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고건민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이 빨리 와서 도와주기를 바랐다.“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건민은 이런 대우에 푹 빠졌다. 마치 제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다리를 꼬이고 흔들면서 고건민 머리를 쳐들고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누구겠어! 네 형이지!”고민국이 화 내며 소리쳤다.고건민은 귓가에 있는 전화를 내려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고민국 번호이다.오늘 같이 기분 좋은 날에 고민국 전화를 받은 고건민은 정수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아, 제가 지금 바빠서 누구 전화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예요?”“아버지가 널 찾아, 빨리 돌아와.”고민국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요? 아버지가 왜요? 혹시 몸이…….”“닥쳐! 아직 건강해, 돌아오라고 하면 빨리 돌아와!”고건민의 마음이 비로소 놓였다. ‘몸이 안 좋은 줄 알았잖아.’‘근데 이때 왜 날 불러, 왠지 수상해.’“네, 곧 돌아가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고건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강현을 향해 걸어갔다.지금 고운란은 한성 거물들을 모시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강현을 찾아갔다.“아까 본가에서 연락이 왔어, 나보고 어르신 만나러 가래.”고건민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강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할아버지도 뵐 겸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그게…….”잠시 머뭇머뭇하다가 고건민은 이강현이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이 따라가면 번거로운 부분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지금 출발하자.”“네.”이강현은 고건민과 함께 차를 몰고 어르신의 집으로 향했다.곧 두 사람은 어르신의 집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의 싸늘한 눈빛에 고건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건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방금 밖에서 산 과일과 영양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어르신 앞으로 걸어갔다.“아버지, 저 왔어요.”“흥! 날 잊은 건 아니고?”어르신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제가…….”“뭘 말하고 싶은데?! 네 딸이 사장이 됐다며, 이제 고씨 집안과도 인연을 끊을 거야?!”고건민의 이마에 식은
고민국과 고건강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어르신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위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이 나서야 했다.두 사람이 상의를 마친 후 급히 어르신 거처로 달려갔다.의자에 누워 라디오를 끌어안고 듣고 있던 어르신은 두 아들이 황급히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곧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희 둘 무슨 일로 왔어? 할말 있으면 그냥 말해.”어르신은 이미 알아차렸다는 듯이 바로 말했다.고민국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헤헤, 아버님 말씀이 맞아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니 아버님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세요.”“내가? 집안일에만 손댈 수 있는 노인한테 경영은 아니지.”어르신이 눈을 감았다.“집안일 맞아요. 둘째가 경영에서 물러났잖아요. 저랑 건강이 2억으로 그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고운란도 회사에서 퇴직한 거 아버지도 알고 있죠.”“맞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 2억이면 은혜를 셈이지.”일찍이 고건민 집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어르신이라 그들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도 바라는 바이다.고민국은 조금 난처한 듯 고건강을 쳐다보고는 고건강에게 계속 말하라고 눈길을 주었다.“운란이가 회사 업무 쪽 일을 맡았잖아요, 그래서 걔가 퇴사한 후 원래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해서 회사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근데 운란이가 원일그룹 사장이 된 거 있죠!”눈을 감고 있던 어르신이 눈을 번쩍 뜨며,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뭐?! 고운란이 어떻게 원일그룹 사장이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어떻게 사장이 될 수 있어?”“정말이예요, 아까 티비에도 나왔다니까요, 한성에 이름을 댈만한 사람들이 다 참석했어요. 고운한 그 년이 분명 무슨 거래를 한 게 분명해요.”“콜록콜록.”고건강 말이 빗나간 것을 보고 고민국은 힘껏 기침을 두 번 했다.“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운란이 보고 원일그룹 오더를 우리한테 넘기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어르신은
“작은 좌절일 뿐이야, 이겨내야 해! 고운란이 없으면 회사가 망해? 예전에도 힘든 적이 있었잖아!”고민국은 책상을 힘껏 치며 소리내어 말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건강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지난번 난국도 고운란이 해결한 거잖아요, 잊었어요?”빵!구건국의 주먹이 책상에 세게 부딪혔다.“무슨 뜻이야?”“솔직히 말해 지금 이 상황 고운란과 관련이 있는 거 분명해요. 그 바이어들은 대부분 고운란이 데려온 겁니다, 형님, 잘 생각해보세요.”고민국이 아무 말없이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대어 앉았다.사실 고민국도 생각을 못한 바는 아니다. 바이어 주문 취소가 고운란 퇴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미 구운람을 쫓아냈고, 지분까지 헐값에 사들였는데 지금 후회하여 고운란을 모셔온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tv 속 화면은 원일그룹 정문 앞으로 옮겨졌고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되었다.센터에는 고운란과 이강현이 서 있었고, 기타 한성 거물들도 모두 테이프 커팅식 대열에 포함되었다.곧바로 원일그룹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됩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원일그룹 고운란 사장이 서 있고…….”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민국은 가슴이 답답해져서 두 손으로 가슴을 꽉 쥐었다.고건강은 부러운 듯 질투의 눈빛으로 센터에 선 고운란을 바라보며 그 자리가 자기 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환상을 품었다.수천억의 대그룹을 손에 넣는 기분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푹!”고건강이 한창 부러워하고 있을 때 고민국이 피를 토했다.피가 멀리 뿜어져 나와 TV의 스크린에 튀어 스크린에 핏기를 보였다.“형,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왜 피를 토해요!”고건강이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였다.고민국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 피를 토하고 나니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난 괜찮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고운란이 원일그룹을 사장이 될 줄은, 그러면 우리 고씨 가문에게도 얼마간 혜택을 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