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과장된 목소리가 회의실에서 울려퍼지자 사색에 잠겨있던 진건국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추가조항이라고? 적용 범위는 또 뭔데? 이게 대체 다 무슨 소리야?’진건국의 마음속에는 수만 가지 목소리들이 오갔다. 이강현의 말뜻을 알 수가 없었다.진건국의 부하들이 핸드폰으로 검색하더니 퍽 난감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진건국 앞으로 내밀었다.“어젯밤 발표된 최신 추가 조항에 대한 해석과 적용 표준입니다, 어젯밤 점검하는 걸 깜빡했어요.”진건국은 당황한 기색으로 핸드폰을 빼앗아 스크린에 비친 내용을 훑어보더니 청천벽력을 맞은 사람처럼 굳어있었다.“어젯밤 왜 눈여겨보지 않은 건데? 어젯밤 노력이 다 헛수고로 돌아갔잖아!”진건국이 분노에 겨워 외쳤다.이강현의 미소 짓는 모습에 진건국은 핸드폰을 던지며 말했다.“말해, 당신 어떻게 안건데? 설마 어제 밤 우리가 당신 몰래 토론하고 있는 걸 알고 있었던 거야?”“돌아가서 사장님한테 전해, 이런 역겨운 수단 말고 떳떳하게 붙어보자고.”이강현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진건국이 타협하며 말했다.“당신 말은 내가 전할게요, 하지만 빠른 시일내에 우리 사장님한테 사죄드리는 게 좋을 거에요, 안 그러면 당신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피곤해질 테니까요.”“가자.”말을 마친 진건국은 부하들을 데리고 회의실을 나섰다고민국을 비롯한 사람들은 이강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진건국의 말에서 알 수 있었다시피 이 모든 것은 이강현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비록 이강현 덕분에 진건국을 내쫓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이강현이 무슨 사고를 어떻게 쳤느냐 하는 것이었다.탕!고민국이 테이블을 치며 외쳤다.“이강현! 너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지르고 다니는데 변호사가 나서서 환자들 자료까지 수집하는 거야, 너 우리 고씨 집안 망하게 할 셈이니?”“내가 있는 한 고씨 집안은 앞으로 더 번창할 겁니다.”이강현은 마치 사실을 얘기하는 것처럼 담담하게 말했다.“퉤!”고흥윤이 침을 뱉으며 기시하는 눈으
“놀라긴 뭐, 우리가 겁만 먹고 살아온 줄 아나, 어서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고민국이 불평을 부리며 말했다.이강현이 힐끔 보자 크루프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 일의 시작은 저로 인해 일어난 거일 거예요.”고민국은 제 자리에 멍해 있었다. 이강현 때문에 일어난 일이 어떻게 크루프와 연관된 일이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크루프 선생님, 혹시 이강현 감싸주려고 이러시는 거예요? 이건 우리 고씨 집안 미래가 달린 심각한 문제예요, 우리가 이강현한테 자초지종 묻는 거 당연한 거 아닌가요?”크루프는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진짜 저로 인해 일어난 트러블이에요, 어제 이 선생님께서 나서지 않으셨더라면 우린 지금쯤 이 자리에 서 있지 못했을 거예요, 자세한 상황은 묻지 마시고 이 선생님이 시키시는 대로 하시면 돼요.”크루프의 말을 들은 고민국은 잠시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고민국은 크루프가 떠난 후에 다시 이강현에게 물어보리라 마음먹었다.“다들 별 문제 없으면 회의 계속합시다, 우리 쪽 전문가들이 화상회의로 건설 방안에서 주의해야 요점들을 설명할 겁니다.”크루프의 손짓에 비서는 재빨리 영상통화를 걸었다. 고씨 사람들도 모두 다시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그 시각 진건국은 차 안에서 마덕복한테 아까 있었던 일을 보고 올렸다.잠자코 듣고 있던 마덕복은 핸드폰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탑 클래스 변호사긴 무슨, 멍청이 한마디 말에 반박할 줄도 모르고, 젠장, 그놈이 진짜 뭐라도 돼? 왜 씨알도 안 먹히는 건데?”진건국의 실패는 마덕복의 상업 계획 책략이 완전히 실패를 선고했음을 의미한다. 열심히 준비한 모든 계획이 거품이 되고 말았다.집사는 깨진 핸드폰 액정을 주우며 말했다.“어르신, 어제 제가 듣기론 서울에 천남 도장이라는 곳이 새로 섰다고 합니다, 도장 관주 최일우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뛰어난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최일우한테 이강현을 부탁해 보는 건 어떨까요?”“최일우? 최일우에 관한 자료 있어?”마덕복이 미간을
마침 최일우는 매트에서 명상하고 있었다. 청년은 살며시 최일우한테 다가가 말했다.“관주님, 관주님 만나 뵙겠다고 오신 분들이 계시는데 일행이 많은 데다가 여기까지 오신 목적을 알 수가 없습니다.”최일우는 살며시 눈을 뜨더니 목을 꺾었다.“들여보내.”“네.”청년은 마덕복과 집사를 방안으로 들여보냈다.마덕복은 최일우를 깐깐하게 훑어보았다. 최일우의 날카로운 눈매와 튼실한 근육을 본 마덕복은 마음속으로 내심 흡족했다.“오늘 소문으로만 듣던 무림 고수 최 관주님의 진짜 실력을 보려고 이렇게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마덕복이 웃으며 말했다.“무림 실력을 아무한테나 보려줄 수는 없지요.”최일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최 관주님 소문대로 진짜 실력이 뛰어나신 분이시라면 절 대신하여 사람 한 명 죽여주시겠습니까, 돈은 걱정하지 마세요.”마덕복이 말했다.최일우는 흥미가 생긴듯 웃으며 말했다.“그렇군요, 이 세상에 제가 죽이지 못하는 사람은 없어요, 제 진짜 실력을 보여줄게요.”최일우는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사람이었다. 돈만 벌수 있다면 최일우는 평생 거짓말에 묻혀 살아도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최일우는 방 안쪽에 놓여 있는 거대한 돌을 가리키며 말했다.“여러분 저 돌 한번 만져보세요, 좀 이따 제가 손으로 저 돌을 부술 겁니다.”마덕복과 집사는 제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순간 머릿속에 가슴으로 돌을 부수고 쇠를 삼킨다고 허풍을 떠는 사기꾼들의 모습이 떠올랐다.둘은 서로 마주 보더니 돌 옆으로 걸어가 돌을 두드려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두드려보 아도 멀쩡한 돌 같았다.“이 돌을 한 번에 부숴버릴 수 있다고요?”마덕복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최일우가 웃으며 머리를 끄덕였다.“한방이면 끝냅니다, 부하들을 시켜 돌에 문제가 있는지 두드려 보게 해도 상관 없습니다.”마덕복은 집사에게 사인을 보냈다. 집사는 튼실한 경호원들을 불러와 돌을 발로 차보라고 명령했다. 경호원이 온갖 힘을 다해 돌을 찼다. 경호원은 냉기를 들이마시며 말했
“최 관주님 용문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마덕복이 실눈을 하며 말했다.“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요, 제 사부님이 용문 사람이에요, 저 같은 사람은 용문에 발을 들일 자격초자 없는 사람이에요, 용문은 신비한 가문인지라 모든 무도인들의 마음속 천당 같은 곳이지요.”최일우가 내심 기대하며 말했다.최일우가 용문 사람은 아니지만 용문 사부님을 두었다는 생각에 마덕복은 흡족해했다. 설사 최일우가 이강현을 없애지 못하더라도 그의 사부님한테 부탁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최 관주님 사부님이 누구신지 물어봐도 될까요?”마덕복이 물었다.“제 사부님 이름을 말해보았자 다들 모르실 거예요, 저의 사부님은 용문에서 여덟번째 용왕의 자리에 계신 분이신데 용문 사람들은 팔 어르신이라고 부르고 있어요.”최일우가 득의양양해하며 말했다.최일우는 팔 어르신의 명의로 돈을 적지 않게 벌어왔다.이번에 서울로 오게 된것도 최일우가 팔 어르신이 한성에 있는 어떤 놈을 없앨 거라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최일우는 팔 어르신의 오른팔이 되어 어르신의 예쁨을 얻고 싶었다.마덕복이 집사에게 손짓하자 집사가 최일우한테 서류를 건넸다.“이것이 바로 없애줘야 할 사람의 자료에요, 이름은 이강현이고 집은 한성에 있어요, 예전에 혼자서 스무명의 패거리들을 해치운 적도 있어요, 저 사람 죽일 수 있어요?”마덕복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이강현의 이름을 들은 마덕복은 흠칫 했다. 최일우가 접한 소식에 의하면 팔 어르신이 손보려던 놈이 바로 이강현이었다.‘설마 같은 사람일까? 아마도 그럴 거야, 혼자서 스무 명을 없앨 정도면 몸을 쓸 줄 아는 놈일 거야, 평범한 놈이었다면 팔 어르신이 직접 나서지도 않았겠지.’최일우는 한성에 내려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강현을 잡아 팔 어르신한테 넘기면 공로를 세우는 거나 마찬가지였고 일석이조로 거액의 돈도 가질 수 있으니 최일우한테는 굴러들어 온 복이나 마찬가지였다.“문제없어요, 고작 스무 명이라면서요, 전 부하들을 거느리고 무기 지
튼실한 두 사내가 네 개의 큰 상자를 끌고 오더니 모든 사람 앞에서 상자를 열었다. 상자에는 총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긴총과 권총은 매 사람당 하나씩, 탄약 장전기는 한 사람이 네 개씩 챙기도록 해, 칼 지닌 사람들은 수류탄도 지니고.”최일우가 말했다.모든 사람이 최일우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다들 총기를 받아쥔 후 꼼꼼히 점검하기 시작했다.최일우는 두 자루의 권총을 허리춤에 지니며 말했다.“이번엔 우리가 아주 중요한 작전을 맡았어, 우리의 목표는 이강현을 생포하는 거야, 구체적인 행동 방안은 내가 다음에 얘기해줄 테니까 일단 다들 한성으로 출발한다.”“네!”최일우는 부하들을 데리고 도장을 나서 한성으로 올라가는 버스에 올랐다.……퇴근 시간이 되어가자, 오영순이 고운란 사무실로 건너왔다. 사무실 구석에 앉아있는 이강현을 보며 오영순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고운란과 오랫동안 연락이 없었던 친구라고는 하지만 오영순은 운란이의 소식을 전해 듣고 있었다. 그 덕분에 이강현이 고운란이 벌어다 준 돈으로 생활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다.게다가 오영순은 이번에 장준표의 부탁으로 그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온 거였다.“운란아, 우리 본 지 꽤 됐는데도 넌 여전히 예쁘구나, 진짜 너무 샘나.”오영순이 호들갑을 떨며 벤츠 차기를 무심한 척 책상에 올려놓았다.고운란은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야, 나도 이제 나이 먹을 만큼 먹었는걸.”“그럴 리가, 네가 늙었으면 너의 남편 너무 못난 거 아니니, 듣기론 너의 남편 네가 벌어다 준 돈으로 생활한다며? 너 아이 보살피는 것도 모자라 남편까지 살펴야 하니 네가 걱정이 많겠다.”오영순이 이강현을 나무라며 말했다.오영순의 말에 담긴 뜻을 알아차린 고운란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우리 집안일 네가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내 남편이 일을 하든 말든 그건 우리의 일이야.”“고작 이걸로 화내는 거야? 너의 남편이 너한테 뭘 줬길래 이러는 거야? 다른 집안은 남편이 와이프 먹여 살리려고
오영순은 차를 운전하는 내내 각종 자랑을 해댔다.마침내 차는 교외에 있는 온천 휴양지에 멈춰 섰다. 주차를 마친 오영순이 리조트를 가리키며 말했다.“오늘 이 리조트 장준표가 통째로 빌렸어, 오늘 여기 다 우리 거야, 신나게 놀아도 돼.”“별것도 아니네 뭐.”이강현이 담담하게 말했다.오영순은 피식 웃으며 이강현을 흘겼다.“일자리도 없는 주제에 너스레는, 이 리조트 하룻밤 묵는 가격이 얼마인지 아는 거야? 너의 5년 월급이야.”이강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오영순과 따지지 않았다. 오영순과 입씨름을 하는 건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었다.두 사람은 오영순의 뒤를 따랐다. 리조트 내 인사를 건네는 복무원들의 행동이 오영순의 허영심을 채워주었다.리조트 내의 별장에 들어서자 네 명의 남자가 앉아있었다. 가운데 앉아있는 남자는 오만한 기색이 역력했고 다른 세 사람은 가운데 앉아있는 남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애를 썼다.오영순과 두 사람이 걸어들어오는 걸 보자 맨 가운데 앉아있던 장준표가 벌떡 일어서며 고운란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운란아.”장준표는 감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꿈에도 그리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장준표는 모든 것이 실감 나지 않았다.오영순은 장준표의 곁으로 다가가더니 장준표를 슬쩍 밀었다.“거기 떡하니 서서 뭐 해, 해외에선 처음 본 사람한테 키스로 인사하잖아, 너도 얼른 운란이한테 인사해야지.”정신을 차린 장준표는 웃으며 고운란을 향해 걸어갔다. 두 손 뻗어 고운란을 안으려 하자 이강현이 고운란 앞을 막아섰다.“내 와이프랑 넌 그냥 고등학교 동창일 뿐이야, 심지어 네 이름도 까먹은 것 같던데 인사 같은 건 할 필요 없을 것 같아.”이강현이 웃으며 말했다.장준표는 미간을 찌푸리며 노기등등한 표정으로 이강현을 쳐다보았다.“너, 비켜, 너 같은 멍청이는 운란이랑 함께 있을 자격 없어! 난 이번에 운란이를 그 지옥에서 구해주러 왔어!”이강현이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넌 그럴 자격 없어.”“너 미쳤구나? 장준표한테 그럴 자격이 없다
장준표는 멋진 사람이 되어 운란이한테 고백하기 위해 해외에서 자신의 청춘과 생명을 바치면서 성공을 향해 달려왔다. 장준표는 해외에서 운란이와 행복한 삶을 살고 싶었다.지난 모든 노력이 운란이의 한마디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강현을 바라보는 장준표의 눈빛이 더 사나워졌다.“운란아, 너도 내가 널 계속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잖아, 너 내가 왜 외국에 나가 있었는지 알고 있어? 나 성공하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들였는지 알아? 이 든 게 다 널 위해서였어!”장준표가 울부짖었다.고운란은 폭주하는 장준표를 보며 머리를 젔더니 이강현의 팔을 끌어당기며 말했다.“우리 가자.”“갈려고? 어림도 없어, 오늘 고운란은 나랑 가야 해.”장준표가 외쳤다.고운란이 이강현을 데리고 문을 나서는 순간 얼음처럼 굳어버렸다.문 밖에는 두 명의 건장한 금빛 사내가 서 있었는데 손에는 칼을 들고 있었다.둘은 히죽러리며 말했다.“들어가세요, 사장님 허락 없이는 누구도 여길 빠져나가질 못해요.”오영순이 나지막하게 말했다.“운란아, 그만 버둥거리고 장준표 말 들어, 장준표 이제 보통 집안 사람 아니야, 너 그냥 준표랑 해외에서 살아, 저런 놈이랑 살 게 뭐야.”“그만해.”고운란이 외치더니 장준표를 보며 말했다.“네 사람들한테 비키라고 말해, 난 여길 떠나야겠으니까.”“어림도 없어, 난 널 위해 모든 걸 바쳤어, 난 너 없으면 안 돼, 크루, 카이, 저놈 죽여.”장준표가 포효했다.크루는 이강현을 보더니 하찮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저렇게 나약한 놈은 우리 둘이 붙을 필요가 없어요, 카이한테 맡기면 돼요, 카이는 권투 10연승을 한 놈이에요, 태국 권왕도 카이한테 엄청나게 맞았어요.”오영순은 듣는 내내 심장이 벌렁거렸다. 그들 눈에는 태국 권왕도 대단한 인물이라고 여겼는데 눈앞에 있는 카이라는 사람이 태국 권왕을 제치고 승리했다는 말에 이강현을 없애는 건 일도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저런 놈한테 이렇게 대단한 고수를 붙이는 건 너무 재능 낭비 아
카이는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가까스로 참으며 이강현의 목을 향을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오영순을 비롯한 현장에 있는 사람들 모두 카이가 휘두르는 칼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카이의 현란한 칼부림에 다들 카이의 칼끝이 이강현의 목에 가까워지는 것도 보아내지 못하고 있었다.이강현은 마치 카이의 칼부림에 겁먹은듯 제 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 이강현의 모습에 카이는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두렵지?”카이의 칼이 이강현의 목과 10센티미터도 채 되지 않는 위치에 있었다. 자칫하면 이강현이 칼에 찔릴 위기에 놓여있었다.오영순도 그제야 칼의 위치를 보아냈으며 칼이 이강현의 목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것을 보아냈다.오영순이 놀란 기색을 짓기도 전에 이강현은 두 손으로 칼끝을 잡았다.“악!”오영순은 그제야 두 손으로 머리를 잡으며 소리 질렀다. 당장에서 피가 튀기는 전쟁을 볼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오영순이 생각하는 장면은 일어나지 않았을뿐더러 카이는 이강현의 손에서 칼을 빼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이강현의 손은 마치 집게마냥 칼을 단단히 잡고 있었다.“카이, 너 밥 안 먹었어? 설마 젖 먹던 힘까지 다 쓴 거야?”크루가 비웃으며 말했다.카이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강현을 쳐다보았다.“너, 누구야?”“네 목숨 앗아가려는 사람.”말을 마친 이강현이 손가락을 튕기더니 칼날이 카이의 목을 향해 날아갔다.카이는 식은땀이 내렸다. 인생 최대의 위기였다.피하라는 명령이 뇌에 전달되기도 전에 칼은 이미 카이의 목을 찔렀다.카이는 두 손으로 칼이 꽂힌 목을 잡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카이가 입을 열고 말하려고 했지만 기관지가 이미 파손된 바람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카이의 목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카이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놀란 오영순은 넋을 잃고 제 자리에 서 있었다. 당장에서 목숨 잃을 사람이 흉악한 카이를 단번에 해결하자 오영순은 멘붕에 빠졌다.“젠장.”크루는 카이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