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진성택은 이강현에게 인사를 올리고 떠날 준비를 했다. 문득 이강현과 고운란이 차를 갖고 오지 않았다는 생각에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이 선생님, 운란 아가씨, 저도 지금 돌아가려고 하는데 제 차 타고 같이 이동하시죠?”이강현은 고운란이 자신과 진성택의 관계에 대해 의문스러워하는것 같아 진성택의 제안을 받아들였다.이강현은 한발 앞서 롤스로이스에 다가가 차문을 열었다. 진성택이 차문을 열어줄가봐 걱정하는 마음도 있었고 고운란의 오해를 불러일으킬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셔였다.이강현과 고운란, 그리고 진성택이 차에 올라탈때 최씨 집안 사람들이 오늘 연회장에 온 손님들을 배웅하러 나왔다.정원을 나서자 이강현과 고운란, 그리고 진성택이 롤스로이스 옆에 서있는 모습을 보았고 이어 이강현이 차문을 여는 모습도 보았다.“저게 롤스로이스야? 완전 비싼 차잖아, 다른 평범한 롤스로이스랑 다를게 없어보이는데?”최종성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최종현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저건 롤스로이스 팬텀이야. 몇백억이 넘는 차라고, 평범한 롤스로이스랑 비교할수 있는게 아니야.”최씨 집안 사람들과 손님들이 놀란 눈치었다.롤스로이스를 구매할수 있는 사람들도 적은데 롤스로이스 팬텀을 구매할수 있는 사람은 재벌중에서도 재벌이었다.“이강현이랑 같이 있던 어르신은 누구야? 낯이 좀 익은데 어디서 봤는지 생각이 나질 않아.”최금산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진성택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재벌가였는지라 가끔 상업활동에 참가하는 유명인사들의 사진에서 많이 얼굴을 드러내는지라 어딘가 낯이 익었던거였다.최금산은 어떻게는 진성택을 떠올리려 애썼다.“어디에서 본적 있는데,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아.”최금산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순이야, 너 아까 이강현하고 같이 있던 사람 누군지 알아?”최 어르신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최순은 한눈에 진성택을 알아보았지만 이강현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진성택이라는걸 감히 믿을수가 없었다.최 어르
손님들은 진성택의 신분에 의해 의논하기 시작했다. 진성택이 재벌가라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굶주린 늑대들마냥 진성택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당장이라도 진성택에게 달려들어 돈을 건지고 싶은 생각이었다.“이런 곳에서 진 회장을 만나다니, 기회도 흔치 않은데 진 회자안테 말이라도 걸어봐야겠어.”“진 회장과 말을 섞을수 있으면 그건 계 탄거나 마찬가지야, 진 회장한테 좋은 인상을 남기기까지 하면 난 오늘 밤 잠은 다 잤다고 보면 돼.”“얼른 진 회장한테 인사하러 가자, 늦으면 우리 서있을 자리도 없을거야, 얼른 움직여.”손님들은 이미 흥분 가득한 상태였다. 최 어르신도 조급해서 미칠 지경이었다.“뭣들 하고 있어, 얼른 날 부축해서 진 회장한테 갈 생각들 하지 않고.”최금산과 최금해는 최 어르신을 부축하여 진성택 쪽으로 걸어갔다.최종현과 최종한 그리고 최종성의 낯빛이 까매졌다. 다들 손님들의 의논소리는 멀리한채 롤스로이스 팬텀에 올라타있는 이강현이 질투났다.평범한 롤스로이스면 몰라도 몇백억씩이나 하는 롤스로이스에 이강현 같은 찌질이가 앉아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이강현 너무 주접 떠는거 아니야? 오늘따라 귀공자 노릇을 하고 있네? 자기가 진짜 잘난줄 아는거야?”“이렇게 놔둘수 없어, 본때를 보여줘야겠어.”최종한과 최종성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더니 이강현을 향해 달려갔다. 최종현도 그 뒤를 따랐다.최 어르신과 손님들은 진성택을 향해 걸어갔다. 진성택과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다들 발걸음이 늦어졌다. 다들 어떻게 진성택과 인사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이때 최종한과 최 어르신이 사람들을 가로질러 이강현앞에 서서는 이강현을 째려보았다.“젠장, 아주 쇼를 하고 앉아있네, 안에서는 그렇다 치고 밖에 나와서도 주접 떠는거야? 너 반년동안 롤스로이스 빌리기 위해 아주 열심히 일했겠다?”“이 영감 네가 불러온 기사님이야? 기사님 부를려면 젊고 튼실한걸로 부르지,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주접은 왜 떨고 앉아있는거야?”“운란아, 너 쟤가 저런 식으로 나오는거 네가
“감히 우릴 훈계하다니, 우리가 어른 존경하는 마음만 없었더라면 당신 이미 우리들한테 맞았어.”최종한과 최종성도 아직도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한채 온갖 욕설을 가리지 않고 냅다 퍼붓기 시작했다. 멀지 않은 곳에 서있던 최 어르신은 겁에 질려 쓰러질것만 같았다.“저런 몹쓸 놈들을 보았나, 어떻게 저런 짐승새끼를 키웠을까?”최금산과 최금해의 눈까풀이 떨리기 시작했다. 입가가 파르르 떨리며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옆에 서있던 손님들은 괴상한 눈빛으로 최씨 집안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최씨 집안 사람들한테는 용서를 구할 기회조차 없어보였다. 오도문한테 한 짓에 대해서는 용서를 빌면 그만이라고는 하지만 전 회장한테도 저렇게 막무가내로 대한거면 망할 기세였다.“최씨 집안 자손들 오늘 약 잘못 먹은거 아니야? 감히 진 회장한테 저런 말투로 얘기하다니, 우리도 잘못 엮이게 되는거 아니야?”“사태가 말이 아닌데, 진 회장같은 사람이 저런 수모를 당하다니.”“최씨 집안 오늘 연회를 자기 손으로 말아먹은 격이네.”손님들은 겁에 질려 뒤로 물러났다. 자신한테도 불똥이 튈가봐 멀리서만 지켜보고 있었다.“이 두 녀석이 오늘 정신이 나갔나, 지금이 어떤 때라고 지랄을 하는거야? 얼른 올라가서 끌어내.”최메이가 말했다.최 어르신은 최금산의 손을 뿌리치고는 비틀거리며 최종한과 최종성한테로 걸어갔다.최종한과 최종성은 너무 집중한 나머지 최 어르신이 다가오고 있다는것도 모르고 있었다.최 어르신은 둘의 곁으로 다가와 온 힘을 다해 따귀를 날렸다.쨕쨕!따귀를 맞은 최종한과 최종성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너희 둘 미친거 아니야? 진 회장한테 그게 무슨 말이야? 얼른 무릎 꿇고 사과해!”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최종한과 최종성은 당황한 기색이었다. 최 어르신이 말씀하신 전 회장이 누군지 몰랐다.아까 질투심에 눈이 먼 둘은 사람들이 진성택의 신분에 대해 논의하는것을 듣지 못했다.최종현은 뒤로 물러서며 인파에 숨었다. 최종현은 입 뻥끗 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최종한과 최종성은 몸을 배배 꼬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진성택한테도 꿇은건 진성택의 신분때문이었지만 이강현한테는 차마 꿇을수가 없었다.머리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둘을 본 진성택은 웃으며 말했다.“다들 아주 잘난줄 알지?”최 어르신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 자식들, 뭣들 하고 있어? 얼른 이강현한테 사과해!”최 어르신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최 어르신도 내키지 앉았지만 사태가 벌어진만큼 자신의 원한만큼은 가슴 깊이 묻어두는게 상책이었다.최종한과 최종성은 마지못해 이강현한테 무릎을 꿇었다.“미안해, 우리가 잘못했어, 용서해줘.”이강현은 머리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용서할테니까 꺼져.”최종한과 최종성은 불만이 가득했지만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인파속으로 몸을 감추는수밖에 없었다.“젠장, 내가 언젠가 꼭 내앞에 꿇게 할테다.”최종한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최종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위에 둘러싸여 있던 손님들이 진성택과 이강현한테로 몰려들었다.최 어르신도 허리를 굽힌채 웃으며 진성택 옆으로 다가가갔다.“진 회장님 이렇게 먼 길 오셨는데 제가 회장님께 차 한 잔 대접해도 될까요?”진성택이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난 당신 집안 사람들한테서 또 욕설을 들을가봐 감히 들어가지 못하겠네.”최 어르신은 최종한과 최종성을 때려 죽이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손님ㄷ르이 몰려오며 진성택과 이강현한테 자기소개를 했다.“진 회장님, 전 신흥성의 총 매니저 왕성문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시키실 일 있으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이 선생님, 전 합증전자의 이광생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제가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진 회장님, 이 선생님, 저는…….”밀물처럼 몰려드는 손님들을 보며 최 어르신과 최씨 집안 사람들은 당장이라도 울것만 같았다.아까 이강현한테 그런 태도로 대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어떤 광경이었을까?아마 모든 사람들이 최씨 집안 사람들한테 아첨을 떨며 최씨 집안 사람들을 통해 진성택과 다리를 놓아달라고
최종한과 최종성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첨을 떠는 모습에 공포감이 밀려왔다.“종성아, 내가 눈이 안 좋은거야? 이 사람들이 저렇게까지 이강현한테 아첨을 떨다니, 그것도 모르고 우리가 그렇게 욕설을 퍼붓다니……. 우린 이제 어떻게 해?”최종한은 이강현과 진성택의 한 마디에 주위에 둘러싸인 사람들이 자신한테 달려들가봐 두려웠다.최종성은 침을 꼴깍 삼키며 말했다.“우리가 무릎꿇고 사과까지 했는데 설마 그러겠어? 이강현 저 자식 그렇게 독한 녀석이었어?”“나도 이해가 안돼. 예전에는 아무리 놀려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 이번엔 왜 이렇게 된거야?”최종한과 최종성은 이강현의 능력에 대해 의문이 많았다.정신을 가다듬은 최금산이 최순의 팔을 잡으며 물었다.“순아, 네 사위 어떻게 된거야?”“나도 모르겠어, 예전에 진성택이랑 있는 모습은 본적 있는데, 그땐 이강현이랑 진성택 친한 사이도 아니었어, 이강현이 진성택의 일을 도와 고마운 마음에 진성택이 이강현을 집까지 데려다주었댔어.”최순은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최순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이해할수가 없었다. 최순은 집에 돌아가서 이강현한테 자초지종을 물어야겠다고 생각했다.“순이야, 아까 오빠가 말이 너무 심했던거 같아, 너랑 사위 그 말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이강현이 진성택이랑 사이가 좋은것 같은데 너도 이 관계 잘 이용해야 할거 아니니?”최금산이 간곡한 충고를 해왔다.최순은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만약 이강현이 정말 진성택과 가까운 사이라면 최금산의 말이 없어도 최순이 먼저 손을 썼을것이다. 다만 최순은 찌질이 이강현이 절대 진성택과 엮여있을 일이 없다고 단정지었다.이강현은 쉴새없이 떠들어대는 사람들이 귀찮았는지라 진성택한테 눈짓했다. 이강현의 뜻을 알아차린 진성택은 몰려드는 사람들을 막아나서며 이강현과 고운란과 함께 차에 올라탔다.사람들은 롤스로이가 떠나가는 뒤모습을 보고 몹시 아쉬워했다. 다들 아까 이강현의 편을 들었으면 지금쯤 진성택의 마음을 살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아쉽게
고건민이 신문 한 장을 들고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귀는 쫑긋 세운 채 이강현의 대답을 들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운란도 소파에 앉아 이강현을 주시하며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이강현이 물을 따르며 입을 열었다."그냥 전에 병원에서 잠깐 도와준 적이 있었어. 난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진성택이 계속 고맙다면서 무조건 보답해야 한다고 그러더군."이강현의 표정을 관찰하고 있던 최순이 이강현의 술술 대답하는 모습에 다시 물었다."네가 뭘 도와줬는데? 그렇게 큰 갑부가 너한테서 도움받을 일이 뭐가 있다고?""진성택의 어린 손자가 병원에만 있으면 엄청 울어댔거든요. 하지만 제가 달래기만 하면 금방 울음을 그쳤죠. 어머님도 아시다시피 어르신들은 손주가 우는 걸 제일 마음아파 하시잖아요. 그래서 그날 진성택이 저더러 각종 검사와 치료를 마칠 때까지만 그의 손자와 함께 있어달라고 부탁하더군요."이강현이 진지하게 해석해 주었다.그러자 듣고 있던 최순이 침묵을 지켰다. 이강현이 확실히 아이들과 잘 맞긴 했다. 게다가 어르신들이 손주를 지극히 아끼는 것도 인지상정이었고.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것이 합리적이었다.이때 고건민이 신문을 한 번 털고는 내려놓았다."강현아, 좋은 기회가 생겼을 때 잘 잡아야 하는 법이야. 진성택과의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고. 그래 봬도 진주의 갑부인데."‘진주의 갑부’를 말할 때 고건민이 일부러 강조를 했다. 그러면서 깊은 뜻이 묻은 듯한 눈빛으로 이강현을 바라보았다.이에 최순도 덩달아 말했다."맞아. 진성택이 너에게 감사의 마음을 품고 있는 이 기회를 빌려 진성택과 잘 지내야 해. 한가할 때면 그의 손자 보러도 가고, 진성택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네, 알겠습니다."이강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런데 이때, 고운란이 이강현의 팔을 한 번 살짝 당기고는 몸을 돌려 방으로 돌아갔다. 이에 이강현도 뒤따라 방으로 들어갔다.그러고는 방문을 닫고 웃으며 물었다."여보,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굳은 표정으
서울, 황가1호회의실.제일 호화로운 방 안,남문빈이 다리를 꼬고 손에 든 시가에 불을 붙였다."최신 아바나 최고급 시가야. 노백, 한번 피워 봐."남문빈의 맞은편에 앉은 노백은 피둥피둥 살이 쪄있는 남자였고 얼굴에는 흉악한 지네 같은 칼자국이 나 있었다. 그리고 머리가 다 빠진 정수리에는 6개의 동그란 향 흉터가 있었다.노백은 각지를 돌아다니며 범죄를 저지르는 흉악범으로 일찍이 소림무승이었다고 자칭했다. 그러다 후에 소림의 규칙을 견디지 못하여 몇 명의 사형제를 데리고 산에서 내려와 흉악범으로 직업을 바꾸었다고 한다.노백이 진짜 무승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잘 모르지만, 확실히 남다른 싸움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 남문빈이 잘 알고 있었다."시가는 당신 같은 부자들이 잘난 척할 때나 피우는 거고, 나처럼 가난한 사람은 홍탑산을 피우는 걸 좋아해."노백이 품에서 홍탑산을 꺼내 입에 물고는 말을 이어갔다."무슨 일이 있으면 그냥 말해. 우리 오늘 처음 만나는 것도 아니고. 서로에 대해 알 건 다 아는 사이잖아."남문빈이 듣더니 웃으며 서류 봉투 하나를 노백에게 던졌다.그러자 노백이 서류를 꺼내 한번 훑어보았다. 전부 이강현에 관한 자료였고, 맨 뒷장에는 고씨 가문에 대한 프로필도 첨부되어 있었다."그 사람이 내 조카를 때렸어. 네가 도와줘야 할 것 같아. 그의 아내 고운란이 그의 약점이야. 나의 요구가 높지는 않아. 고운란을 납치하고 이강현에게 본때를 보여줘. 그리고 그들 부부를 데리고 나한테로 와."말하고 있는 남문빈의 눈에는 증오의 빛이 번쩍였다.이에 노백이 의아해하며 남문빈을 향해 물었다."너도 유명한 효웅이고 밑에 수하가 엄청 많잖아? 왜 하필 나에게 이렇게 간단한 일을 부탁하는 거야?""아니, 그 녀석이 전혀 간단하지 않아. 내가 대처할 수 있는 놈이었으면 너 같은 강도를 찾지도 않았어."남문빈이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이강현한테서 받은 좌절은 너무 체면을 짓밟는 일이라 차마 입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노백이 듣더
아침 막 떠오르는 해에 황금색으로 물 들린 하늘의 구름은 하루를 금방 시작한 이들에게 무한한 희망을 주고 있었다.그리고 그 희망을 품고 고운란은 오늘도 힘차게 차를 몰고 회사로 향했다.하지만 산산조각이 난 회사 강화유리 대문을 본 순간 그 희망은 그대로 대문과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큰일 났어!’딴생각할 겨를도 없이 고운란은 재빨리 차에서 내려 회사로 뛰어 들어갔다.회사 안은 온통 난장판이었고, 도처에 정체 모를 도구로 부서진 흔적들이 남아있었다.고운란은 순간 놀라서 얼굴색이 창백해졌다. 훼손된 정도를 봐서는 범인이 극악무도한 강도들일 게 분명했다.그녀는 바로 휴대폰을 꺼내 신고하려고 했다. 그런데 마침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황급히 고개를 돌리니 노백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노백이 그녀를 보며 입을 벌리고 웃자 얼굴에 난 지네 모양의 칼자국도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지네가 살아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예쁜이, 네가 바로 고운란이지? 나 너무 오래 기다렸단 말이야.""당, 당신 누구야? 왜 우리 회사를 때려 부순 건데?"고운란이 말하면서 뒤로 물러났다. 신고하고 싶었지만 휴대폰을 들고 있는 손이 떨리고 있어 숫자도 제대로 누르지 못했다."발버둥은 그만 치고. 내 말을 잘 들으면 고생은 덜 할 거야. 난 종래로 말 듣지 않는 여인을 불쌍히 여기지 않거든."노백이 말하면서 성큼성큼 고운란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고는 독수리가 병아리를 잡듯 고운란의 뒷덜미를 덥석 잡았다.그러다 공포에 질린 고운란이 발버둥 치자 노백이 두툼한 손을 들어 고운란의 얼굴 앞에 대고 흔들었다."계속 발버둥 쳐 봐, 내가 바로 이 도톰한 손으로 뺨을 날려줄 거야."굳은살이 온통 박힌 남자의 손을 본 순간 고운란은 조용해졌다.노백은 그제야 고운란을 데리고 회의실로 갔다. 회의실의 책상과 의자는 이미 구석으로 밀려났고 커다란 방에는 고씨 가문의 가족과 회사의 고위층 직원들이 가득 웅크리고 있었다.고운란은 단번에 고민국, 고건강, 고흥윤 세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