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너무 눈부셔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정면을 보았는데 너무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떻게 네가 여기 있어?!”그녀는 당황해서 뒤로 휘청거렸다. 그녀의 손이 잡혀 있어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이것도 충분히 어색한 모습이었다. 뜻밖에도 그녀가 만진 사람은 그녀가 밤낮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녀의 오빠였다.허강민은 어두운 얼굴빛을 띈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허강민의 머릿속은 텅 비어 있었다. 그는 멍하니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내가 아니면 누가 있어야 하는데?” 그는 평소처럼 음흉한 목소리가 아닌 꽤 진지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이, 이거 놔!” 허우연은 현장을 잡혀서 그런 건지, 아니면 자신의 오빠에게 들켜서 그런건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그의 손을 뿌리치고 있었다. 이렇게 해야 그녀가 무엇을 하려고 한 건지 눈치채지 못하게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그는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이 잡고 있는 손의 위치를 보았다. 만약 방금 잡지 않았더라면 이 손의 위치는 더 아래로 내려갔을 것이다. 허강민은 조금 충격을 받은 듯했다. 자신의 여동생이 이런 일을 저지를 줄은 생각도 못했다.김서진이 그녀를 언급했을 때, 그는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심지어 믿지 않았다. 만약 그가 직접 보지 않았더라면 그는 김서진이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그녀를 모욕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손을 놓자 허우연은 뒤로 넘어졌다.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도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몰라 답답했다.“네가 왜 여기 있어, 김서진은?” 그녀는 이미 들통났기에 아예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걸 왜 나한테 묻는 거야? 네가 어떻게 감히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어? 만약 여기에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있었다면 뭘 하고 싶었던 건지 말해봐. 허우연, 너 미쳤어?” 허강민은 벌떡 일어나 화난 표정으로 그녀를 꾸짖었다.그가 꾸짖자 허우연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한 쪽 다리를 꼰 채 고개를
그녀는 옷매무새를 정리한 뒤 안색이 좋지 않은 허강민을 바라보며 방문을 열었다.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방문이 열리자 플래시가 터지며 파파라치들은 사진을 마구 찍어댔다. “허우연, 허우연이다!” 라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탄성을 질렀다.방 안에 그녀와 함께 있던 남자는 누구인가, 이 소식은 매우 뜨거웠다!그들은 급히 달려온 것이 헛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카메라를 들어 올렸다.허우연은 앞으로 나아갔고 허강민은 여전히 방에 있었다. 그래서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안에 있는 남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허우연은 팔을 들어 눈을 가린 채 놀라고 있었다. 하지만 다년간의 인터뷰 경험이 있는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러분, 인터뷰를 하려면 먼저 매니저와 상의 후 해주세요.”“혼자 계셨던 건가요?”“안에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이 늦은 시간에 대본 상의하고 있던 건가요?”“우연 씨, 연애하는 거 아닌가요?”조금 예민한 질문들은 그녀 자신이 미리 준비했던 질문이었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오히려 난처한 질문이 되었다.“왜 이렇게 시끄러워?” 허강민은 눈썹을 찡그리며 안에서 나왔다. 그는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파파라치: “...” “???”“허강민 씨?” 일 년 내내 스캔들에 노출되어 있는 부잣집 도련님들, 특히 허강민 같은 바람둥이는 스캔들이 끊이질 않았다.하지만...이 둘은 친남매였다. 이게 무슨 화제의 소식이란 말인가?“안녕하세요!” 그는 손을 들어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제 여동생을 촬영하러 오시느라 고생 많으십니다. 그래도 너무 힘들지 않게 개인 공간은 침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너무 힘들어해서요.”“왜 강민 씨가 여기 있죠?” 어떤 사람은 체념하지 않고 방 안을 들여다보았다. 분명... 이게 아닌데!그들의 행동을 보고 있던 허우연도 답답했다. 그녀 또한 방 안에 다른 사람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모든 것이 예상대로 되지 않았다.그녀는 힘 없이 이상한 방향
허우연은 무의식적으로 허강민을 바라보았고, 그녀는 지금까지도 김서진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으며 이러한 상황에 그녀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녀는 걸어가 문을 두드렸고, 안에 누가 있는지 확실히 알지 못했지만 그녀의 직감을 믿고 끝까지 알아내고 싶었다. "안에 누구 계세요?”그녀가 물었지만 안에는 대답이 없었다. 다시 문을 두드려도 안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고, 방금은 그렇게 인기척이 크게 나더니 갑자기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객실부에 가서 손님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좀 보라고 해."허강민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고, 막 사람을 부르려고 할 때 안에서 방문이 열리며 문 앞에는 윤설아가 서 있었다. 그녀는 머리를 풀어헤친 채 잠에서 덜 깬 얼굴로 눈을 반쯤 뜨며 문틈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누구세요?"“설아?"허우연은 화들짝 놀랐다, 그녀가 안에 있을 줄은 전혀 몰랐고, 관건은 그녀가 여기 있다는 것이다! "우연아, 왜……이렇게 사람이 많아? 하암……”그녀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하품을 했다.“너 쉬러 가지 않았어? 그런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거야?”"맞아, 쉬러 갔는데 오빠가 날 데리러 온 거야.”허우연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윤설아를 쳐다보았고, 이어서 그녀의 시선은 방 안으로 향했다.윤설아……김서진……허우연은 어딘가 잘못되었다고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아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너희 오빠가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리고 널 집에 데려다준다고?”그녀는 머리를 한 움큼 움켜쥐며 말했다.“그럼 잘 가. 난 다시 좀 잘게!”윤설아는 말을 하며 방문을 닫으려 했다. 그러자 허우연은 문을 붙들며 닫지 못하게 한 뒤 윤설아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설아, 방금 네 방에서 소리가 크게 났는데 뭐가 떨어진 거 아니야? 괜찮아?”말을 하며 그녀는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윤설아가 그녀를 막아섰다.“별거 아니야, 내가 방금 너무 깊이 잠들어서 그만 침대에서 떨어졌는데, 그 소리를 너
"아직도 서진이를 언급을 해!”허강민은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켰고, 다급히 말했다.“내가 너한테 주의를 주지 않았다고 탓하지 마. 네가 스스로 잘 하라고!” "……" 허우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어깨를 움츠린 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그래, 그녀가 잘되면 그만이지, 하지만 김서진은 이미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았는데 왜 그녀에게 직접 말하지 않는 걸까?게다가 자신은 분명히 그가 마시는 술을 보지 않았는가.——방문을 닫은 윤설아는 손바닥을 가볍게 두드리며 몸을 돌려 화장실 문을 열고 샤워 커튼을 열었다.욕조 안에서 한 남자가 상반신을 드러낸 채 이상한 자세로 누워 있었고,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이 의식을 잃은 게 분명했다.그녀는 싸늘하게 흘겨보다가 돌아서서 세면대를 마주 보고 손을 깨끗이 씻으며 거울 안의 자신을 보았다.부드러운 머리칼이 약간 헝클어졌고 뺨 한쪽도 약간 붉어졌으며, 그것은 그녀가 방금 무방비로 이 남자에게 상처를 입은 것이다.손가락으로 뺨의 붉은 부분을 살짝 건드린 뒤, 그녀는 욕조 앞에서 천천히 자세를 낮춘 뒤 손을 들어 남자의 얼굴을 향해 뺨을 두 대 세게 내리쳤다. 그 힘은 매우 세서 때린 직후 뺨이 부어오른 것을 육안으로도 볼 수 있었다. 남자는 코로 숨을 내쉬었지만,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여전히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뺨을 때리고 난 뒤에 만족했는지 그녀는 다시 일어나 화장실을 나왔고, 외투를 입은 뒤 꾸물꾸물 정리했다. 허우연은 허강민이 데리고 갔다. 즉, 김서진도 그녀의 방에 있지 않았지만, 그녀는 분명히 모든 것을 준비했다. 원래 이 바람둥이 조승안은 맞은편 1808룸에 가야 했고, 이 방에는 약을 먹은 김서진이 있어야 했다. 지금 허우연은 무사히 그녀의 오빠에게 끌려가고, 그녀는 조승안에게 괴롭힘을 당할 뻔했는데, 그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행방을 알 수 없는 그 남자뿐이다.아니면, 아침 일찍부터 그에게 들킨 것인가? 그 남자는 그녀의
허우연은 실질적인 처벌은 받지 못했지만 그 어떤 처벌보다 더 혹독한 징벌이었다."엄마……”울기도 하고 소란도 피웠지만 부모님의 태도로 보아 이 일은 의논의 여지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알려주었다."우연아……”한숨을 내쉬며 허 부인은 무슨 말을 하려다 고개를 돌려 아들의 눈치를 살폈고,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허강민은 이전의 엄숙하지 못한 태도에서 벗어나 매섭게 말을 했다."이런 상황에서 넌 누구를 불러도 소용없어! 네가 서진이를 건드릴 배짱이 있었을 때, 어떻게 그 결과를 생각을 안 한 거야? 엄마, 엄마도 얘 좀 도와주지 마, 너무 버릇을 잘못 들여놔서 얘를 해친 거라고! 허우연을 해외로 보내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 허 씨 집안의 사업은 더 이상 할 수 없어. 허 씨 집안은 망할 거라고!” 허 부인의 안색이 창백해지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서, 설마! 아무리 그래도 우리 두 집안은 대대로 친분이 있고, 서진이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봐왔는데 말이야. 우연이는 잠시 생각을 잘못한 것뿐이지 어려서부터 서진이를 좋아했고 서진이도 알고 있었잖아. 그리고 다시 말해서 그렇게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잖니. 정말 잘못을 저질러도 우리 우연이가 손해인데 어떻게……”“엄마!”허강민은 매우 골치가 아픈 듯 소리를 질렀고, 바로 이런 엄마가 있어서 여동생을 오늘처럼 이렇게 일을 저지를 때 결과조차 생각하지 않는 사람으로 만든 것이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허우연이 다른 사람한테 약을 먹였다고, 이게 얼마나 나쁜 짓인데 어디 소문이라도 나면 어떨거 같아? 만약에 두 집안의 정이 아니라 그 방에 다른 어떤 엉망진창인 남자가 들어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가 고함을 치자 두 모녀는 일제히 몸서리를 쳤다.특히 허우연은 자신의 계획이 실패했다고 생각하며 달갑지 않은 기분만 들 뿐,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허강민의 고함소리에 머리가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것만 같았다.그렇다, 그때 만약 방 안에 허강민이 아니라 다른 어떤 지저분
"누굴 만날 건데?"허강민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차는 천천히 마당으로 들어갔고, 아직 집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거실에서 가벼운 대화 소리가 들려오며 즐거운 듯 이따금 가벼운 웃음소리도 들려왔다. 윤설아가 집 안으로 들어가자 자신의 엄마가 의자에 기대어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고, 그녀의 옆에는…….허우연?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신발을 갈아 신고는 웃음을 머금고 걸어갔다. "엄마, 나 왔어. 우연이도 왔네!” 그녀의 표정은 매우 다정하고 자연스러워 다른 이상한 점은 볼 수 없었다. 요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우연이가 온 지 꽤 됐어. 나랑 얘기를 계속 나눴는데 정말 좋은 아이구나. 그런데 널 좀 보거라, 하루 종일 뭘 하는지, 엄마랑 얘기할 시간도 없고 말이야.” "요즘 회사에 일이 좀 많아서, 큰아버지 쪽도 바쁜 거 알잖아, 그래서 내가 도와드릴 수 있으면 도와야지!” 손짓을 하며 그녀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너만 그렇게 바쁘지!”요영이 그녀를 꾸짖으며 일어나 말했다.“그럼 우연이랑 대화 나누고 있어, 나는 마실 것 좀 가지고 오마.” “고마워 엄마!”허리를 굽혀 그녀의 뺨을 살짝 건드리자 윤설아는 그제야 한쪽에 앉았고, 활짝 웃는 얼굴로 허우연을 바라보았다. “오늘 웬일로 시간이 나서 온 거야, 나한테 미리 전화도 않고 말이야.” 허우연은 옆에 있던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말을 꺼냈다."내가 미리 전화했으면 네가 환영해 줬을까?”그러자 윤설아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대답했다."무슨 말을 하는 거야, 당연히 환영이지! 난 매일 네가 오기를 간절히 원했는걸!”"그래?"천천히 잔을 내려놓으며 허우연은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응? 왜?"윤설아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듯 놀라움이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허우연은 순간 허강민이 한 말이 맞는다고 느꼈고, 자신이 정말 멍청하다고 생각했다.전에는 자신의 친한 친구가 전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설아, 그날 왜 거기 있었어?"허우연이 담담히 물었다. "아, 그날 내가 너무 많이 마셔서 좀 지쳐서 쉬려고 그랬지. 그리고 내친김에 너를 도와서 망을 보려고 한 거였는데……내가 그대로 잠이 들 줄은 나도 몰랐어.”그녀는 말을 하며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미안해! 아 맞다, 그래서 그날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허우연은 입을 열지 않고 그녀를 쳐다보기만 했으며, 그 눈은 마치 그녀의 얼굴에서 무언가를 알아차리려고 하는 것만 같았다.하지만 그녀가 이렇게 쳐다보는데도 윤설아는 전혀 어색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무고한 듯 눈을 깜박이며 매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원래 파파라치들에게 10시에 오라고 통보했는데 왜 9시 반에 온 건지도 너한테 묻고 싶었어. 하지만 이제 난 물을 필요가 없을 것 같네.”잠시 뒤 허우연이 담담하게 말했다. "어? 왜?"윤설아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그 사람들이 9시 반에 왔다고? 왜 이렇게 빨리 간 거야!” “그러게, 왜 그렇게 빨리 왔을까?”허우연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아마도 다 하늘의 뜻이겠지! 어쩌면 내가 사람을 잘 몰라봤던 것에 대한 벌인지도 모르고.” “우연아, 너 왜 그래?”그녀의 손을 붙들며 윤설아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허우연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을 한 번 쳐다보고는 말없이 손을 빼더니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무것도 아니야. 윤설아, 오늘에서야 네가 대단하다는 걸 알게 되었네, 정말로! 내가 알던 윤설아 보다 훨씬 대단해.” "뭐가 대단해, 네가 아는 윤설아는 그럼 뭔데? 우연아, 오늘 네가 하는 말을 왜 나는 다 못 알아듣겠지?”윤설아는 눈을 크게 떴고, 촉촉한 눈으로 허우연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치 무고한 짐승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순진한 듯 눈을 깜박이며 어리둥절해했고, 나직하게 한숨을 내쉰 허우연이 말을 이어갔다."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이미 내가 원하는 답을 나는 얻었어. 어차피 나도 여길 떠날 거니까 난 너한테 아무런 가치가 없겠지. 너
"아무것도 아니야, 기분이 별로 안 좋나 봐.”어깨를 으쓱하며 윤설아가 웃었다.“엄마, 마실 걸 가져온다고 하지 않았어?” "넌 아직도 이렇게 식탐을 부리니, 살찌는 게 무섭지도 않아!”말은 그렇게 했지만 손짓으로 준비한 디저트를 내오게 했다.“그나저나 저번에 이미 애인이 있다고 했잖아. 도대체 누구길래 널 데려다주는 걸 본 적이 없어?” "헤어졌어.”그녀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고, 요영은 순간 멍해졌다.“헤어졌다고? 왜 헤어진 거야, 분명히 데리고 와서……”“젊은 남녀가 연애를 하고 안 맞으면 헤어질 수 있지!” 윤설아는 손사래를 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엄마, 걱정하지 마. 내가 꼭 최고의 사위를 찾아 줄 테니까!”그녀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며 요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어, 네 아버지는 내일 그 여자랑……”뒷말을 잇지 않았고,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졌다. 윤설아는 먹던 일을 멈추더니 어머니를 돌아보며 물었다."정말 그 여자를 데려온다는 거야? 큰아버지가 동의를 했어? 아버지는 집안을 도대체 뭘로 보는 거야!” "이제 네 아버지는 굳게 결심하셨어, 누구의 말로도 그 사람의 결정을 좌우할 수 없어."이 말을 꺼내자 언제나 단호했던 그녀의 얼굴에도 근심이 피어올랐다. “결국은 내가 아들을 못 낳았으니……” "아들을 안 낳은 게 뭐 대수라고!”윤설아가 화를 내며 일어섰다. “큰아버지 집에도 아들은 있지만 그 사람이 가업을 이어받을 수 있겠어? 난 회사에서 몇 년 동안 이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내가 아들보다 못하다고? 그 밖에 있는 사생아보다 내가 못한 게 뭐가 있어? 나는……”"설아?!"가볍게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요영은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아마도 이런 그녀의 모습을 요영은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윤설아는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목청을 가다듬었다.“내 말은, 이건 엄마 탓이 아니라, 아빠 탓이라는 거야. 그 사람이 아빠한테 미안해해야 한다고.” 그녀를 깊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