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시피에 문제없다는 거 확실해?"노형원은 아직도 목이 좀 쉬었고, 심지어 입을 열고 말하면 목이 아파서 말할 때 힘이 별로 없었다.비록 그는 여전히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지 않고 눈빛은 반대 방향을 바라봤지만, 강시유에게는 무언의 타협이라고 할 수 있다."어. 사실 어젯밤에 레시피를 테스트하러 갔는데,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하려고 그래서…"강시유는 말이 나온 김에 한마디 덧붙여 설명했다.그러나 그녀의 설명이 노형원의 귀로 듣기에는 유난히 거슬렸다.원래 그는 그 일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어젯밤", "우리"를 언급하자 그 화면이 그의 뇌 신경의 모든 세포를 자극하여 분노를 일으켜 통제할 수 없었다.그는 심호흡을 몇 번 하고 주먹을 꽉 쥐고 이를 악물고 말했다. "어젯밤 얘기는 꺼내지 마!"“......”강시유는 침대 옆에 천천히 앉아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원래 당신에게 이런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지만 당신이 이미 알게 됐으니 차라리 당신에게 솔직하게 말할 게.”"그래. 하지만 당신도 부정할 수 없잖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이고 늘 당신이었고 오직 당신뿐이라는 걸!"그녀는 말했다. "나와 그 사람 사이에는 단지 거래일 뿐이고 이 거래는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야.""하하 하하…." 노형원은 큰 소리로 웃더니 너무 크게 움직여서 상처가 아팠고 다친 갈비뼈까지 아팠지만 너무 웃어서 눈물이 났다. "그 말은 나를 위해서라는 거야? 오히려 너한테 고마워해야겠네. 네가 그 사람이랑 같이 있게 돼서?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향해 웃었지만 두 눈에는 조롱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강시유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조롱하면 당신 기분이 좋아진다면 맘대로 해.”"내가 당신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당신이 받아들이든 말든, 인정하든 말든, 나는 정말 당신을 위해서,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그런 거야.” 그녀는 또박또박 진지한 표정으로 말해서 노형원은 그녀가 신성한 선서를 읽고 있다고 착각할 정도였다."강
두 사람은 의외로 바다 보러 가고 싶은데 일치했지만 이유는 약간 달랐다.이연은 내륙 평원에서 자라서 끝없이 넓은 바다를 본 적이 없어 가고 싶었고 한소은은 영감을 얻기 위해 가고 싶었다.예전에 그녀는 바다를 가본 적이 있지만, 그때는 나이가 어려서인지, 몇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서인지 기억이 선명하지 않았고 희미한 기억 속에는 짙은 파란색이었다. 어쩌면 그곳에 가면 새로운 추억을 만들지도 모른다.장소가 정해졌으니 시간은 김서진 대표님에게 신청하면 되고, 또 조현아의 시간에 따라 조율해야겠지만 큰 문제가 없다.이런 얘기를 끝내고 잠시 침묵에 잠겼다.이연은 잠시 휴대폰을 가지고 놀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더니 말하려다가 몇 번 멈추었던 얘기를 드디어 물었다. "노형원 그 놈이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했다던데 알아?"“어, 뉴스 봤어.”당시 그녀는 이연과 통화 중이었는데 한참 멍해 있었다.TV에서 시원 웨이브의 대표라고 정확하게 말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동명이인인 줄 알았을 것이다.노형원 그 사람은 다른 건 몰라도 운전은 매우 조심스럽게 하는 편이다.그는 매우 목숨을 아끼는 사람이라서 위험에 연루되거나 위험을 느끼게 하는 일이라면 절대 하지않는다.하지만 TV 화면을 통해 봤을 때 교통사고 현장은 매우 난장판이었고, 파편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큰 나무까지 부러졌다. 당시 뉴스에서 그가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해도 그녀는 의심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정말 천벌받았네!” 이연은 손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며 흥분된 마음을 표현했다. "멀쩡한 사람이 어떻게 교통사고를 당했을까? 인터넷 보니까 그 시간대에는 길에 아무도 없었고 차도 거의 없었고 길도 그렇게 넓고 음주운전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저 큰 나무를 들이박았을까?”한소은은 그녀만큼 디테일하게 알고 있지 않았지만 지금 들어보니 더욱 이상하게 느껴졌다."어떻게 생각해?"이연이 물었다."뭘 어떻게 생각해? 나와 아무 상관이 없어."그녀의 얼굴에는 관심이 보이지 않았다.심정의 변화를 전혀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해!"한소은은 한 손가락으로 그녀를 밀어내면서 말했다."아이고, 이 세상 일은 때론 잘 모를 때가 있잖아."그녀는 다시 앉아서도 자신이 분석한 것이 매우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보기에 이것은 그가 나쁜 짓을 많이 해서 하느님도 더 이상 봐줄 수 없으니 언니 대신 그 사람을 벌받게 한 거야.”한소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만해. 내가 가서 계산할게. 이 수다쟁이!""내가 수다를 떨지 않으면 언니 삶이 얼마나 재미가 없겠어?"이연은 불복하지 않고 말했다.자리에서 일어날 때, 한소은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이연의 휴대폰을 보았는데 여전히 교통사고에 관한 뉴스 사진이었다. 노형원……벌받은 것인가?——이연과 헤어진 후, 한소은은 빈티지 거리에 가서 재미있는 물건들이 있는지 둘러보면서 오랜만에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이곳은 오래된 물건을 전문적으로 파는 곳이고, 물론 진품과 가품이 있으며 모두 자신의 안목에달려있다.두 거리를 둘러본 후, 간판이 없는 작은 가게가 그녀의 눈길을 끌었으며 가게는 그다지 크지 않아 보였지만 상품들이 들쭉날쭉하여 가게 주인의 미적 감각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특히 가게 입구에 다가갈수록 은은한 향기가 났다.진한 향기가 아니라 마음속을 파고드는 아주 편안하고 상쾌한 향기이며 특별한 우아함을 느끼게 하여 이 작은 가게와 잘 어울렸다.가게에 들어서면 접대하는 사람이 없어 마치 이 가게에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비어 있고 조용했다.한소은은 하나하나씩 둘러보았다. 이 가게의 상품들은 목각 제품들 위주로 대부분은 나무로 만든 장식품이나 액세서리였다.나무의 재질에 따라 조각품들도 다르다.기술이 많이 뛰어나지 않았지만, 상품마다 모양이 독특하고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첫눈에 보이는 분위기가 다른 집과 다르며 아주 특별했다.그녀는 가게에서 두 바퀴 돌았지만, 어떤 상품에도 손을 대지 않았고 떠나지도 않았다.잠깐 머물렀는데 어떤 남자의 맑고 시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뭘 찾으세요?"
사실 이 젊은 친구는 너무 재미있었다. 아직 앳된 얼굴을 완전히 벗지 못한 채 입만 열면 적대적이지만 공력이 부족해서 그녀가 몇 마디 반격하자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가요. 물건 사러 온 거 아니면 빨리 가요! 내가 일하는데 방해하지 말고요!"그의 말은 자기 일하는데 방해하지 말라는 뜻이었고 장사하는데 방해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었다. 이렇게 독특한 사장은 정말 재미있다.그러나 그가 그럴수록 한소은은 더욱 흥미를 느꼈다. "누가 상품을 사지 않는다고 했어요. 그냥 눈에 띄는 상품을 찾지 못했을 뿐인데.""우리 가게에는 그쪽 눈에 띄는 상품이 없어요, 빨리 가요!"헉. 살아서 처음 사장이 손님을 쫓아내는 것을 보았다. 한소은이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바로 옆에 있는 커튼이 젖혀지면서 한 어르신이 나와서 면전에 대고 한바탕 욕을 퍼부었다. "너 또 손님을 쫓아! 여기서 계속 일할 생각이 있는 거야? 하기 싫으면 나가!”"저..."방금까지 적대적이었던 젊은 친구는 순간에 패배한 숫닭처럼 고개를 떨구었다."사장님이 아니셨군요…" 한소은은 알겠다는 표정으로 의미심장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너…"그는 거짓말한 것이 들통이 나서 체면이 없어 곧 다시 1초 만에 불이 붙었지만, 다음 1초는--"당신은 무슨 당신! 내가 뭐라고 했어? 말을 잘 하고, 말을 좀 점잖게 하라고! 손님을 모두 쫓아내면 네가 만든 이 허술한 조각품들은 누구한테 팔려고 그래! 입 다물고 가서 일이나 해. 또 말하면 여기서 나가!"어르신이 야단을 치자 그는 말문이 막혀서 정말 가만히 앉아서 계속 조각했다.이 장면을 보면서 한소은은 이 젊은 친구가 너무 재미있다고 느껴졌다. 1초에 불붙고 1초에 불 끄고, 성질이 가식이 없었다."예쁜 아가씨, 뭘 사고 싶으세요? 제가 소개해 드릴까요?"분명히 진짜 사장님은 훨씬 더 친절했고 호칭도 달랐다."아니요. 그냥 지나가다가 들러 구경하고 있었어요."한소은은 주위를 대충 훑어보고 말했다. "사장님, 이 가게의 나무들이 아주 특별하네요.""
"저는 그냥 향기가 좀 특별하다고 느꼈어요.”한소은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리고 이 가게의 향이 많이 섞여 있던데 같은 종류의 나무를 사용한 것이 아니죠?"사장님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는데, 그녀가 이렇게 설명하자 갑자기 깨닫고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아이고! 전문가시군요! 우리 가게에 있는 나무는 모두 고급 단향목과 장목, 그리고 흑단나무, 배나무... 아가씨가 생각 못 한 게 있을지 몰라도 내가 없는 것은 없어요. 예쁜 아가씨는 어떤 재질의 나무를 원하세요? 마음에 드는 게 없으면 따로 주문하셔도 돼요. 물론 가격이 좀….""여기서 추가로 주문 제작할 수 있나요?"그녀는 흥미진진하게 물었다."당연하죠! 고객들은 항상 자신만의 특별한 취향과 요구를 가지고 있거든요. 우리 가게는 크지 않지만 대부분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어요. 가격은 물론 좀 더 비싸겠죠. 하지만 마음에 드는 상품을 살수 있다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잖아요. 그렇지 않아요?"그의 말주변이 좋은 덕분에 한소은은 많은 힘을 아꼈다. "맞는 말씀이네요. 그럼 이렇게 특별히 주문한 고객들이 많나요?""많지는 않지만, 1년에 몇 명 정도는 있어요. 감당할 수 있으니까…" 사장님은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어딘가 이상한 점이 느껴져 경계하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아가씨, 뭘 그렇게 많이 물어봐요? 도대체 살 거예요 말 거예요? 아니면 따로 주문하실 건가요? 주문하실 거면 요구사항을 작성해 주시고 계약금도 같이 지불하시면 돼요.""그건…" 그녀는 웃음을 머금고 가게를 둘러보았다.그녀의 태도를 보고 사장님은 자신이 헛수고를 한 것 같아서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 "아가씨, 오늘 살 계획이 없으면 그냥 구경하세요."말을 다하고 그는 고개를 돌려 떠나려 했을 때 한소은은 손가락으로 한 쌍의 작은 조각품을 가리켰다. "이걸로 하죠."그것은 나무로 만든 두 어린아이였다. 남자아이는 머리가 둥글고 얼굴이 둥근 꼬마 스님으로 만들어 싱글벙글 웃고 있고, 여자아이는 양쪽으로 머리를 묶고 고
눈앞에까지 온 장사를 날라버릴 수 없어서 사장님은 황급히 그녀를 막았다. "아가씨, 잠깐만요. 아가씨가 그의 솜씨가 마음에 든다고 했으니 그를 중히 여긴다는 건데 그가 결정할 수 없고 내가 결정해요. 이 일은 이렇게 결정할게요. 이 친구가 맡아서 제대로 만들어서 아가씨가 만족하도록 보장할게요!""사장님, 저…"“가만있어! 하기 싫으면 나오지도 말아!"“......”한소은은 계약금을 지불하고 영수증을 가지고 그 젊은 친구가 조각 중인 상품 옆에 가서 머리를 숙여 보더니 허리를 굽혀 작은 부스러기를 주웠다. "사장님, 이거 제가 가져가도 될까요?""네, 그럼요!"작은 부스러기에 대해 사장님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말했다.가게를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뒤에서 서둘러 움직이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고, 한소은은 돌아서지 않고 멈추니까 그 발자국 소리도 동시에 멈추었다.그녀는 빙긋 웃으며 앞으로 계속 걸어갔고, 매우 빠른 동작으로 코너로 들어가서 벽에 몸을 붙이고 기다렸는데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방금 그 모습이 앞에서 두리번거렸다."나를 찾아요?"한소은은 걸어 나와서 그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 친구는 이미 들켰으니 아예 숨지도 않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왜 나한테 시켜요?""나는 그쪽 솜씨가 좋아 보여서요!"한소은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만든 걸 본 적도 없는데, 내 솜씨가 좋은지 어떻게 알아요?"그는 오기가 생겼다. "당신은 일부러 나를 괴롭히려는 거죠?""당신을 괴롭히면 나한테 무슨 좋은 점이 있나요?"그녀는 말하면서 아까 주워 온 나무 부스러기를 꺼내 보여줬다. "게다가 내가 왜 당신이 만든 걸 못 봤어요? 당신이 이거 하고 있지 않았어요?""그건 아직 다 안 됐어요."자신이 만든 것을 언급하니까 그는 반항적인 기세가 많이 수그러들었다."알아요. 반제품이지만 이미 모양새가 나온 듯했어요. 그리고…"그녀는 잠깐 멈추었다."가게에 있는 대부분 조각품이 사실 당신 손에서 나온 거죠? 내가 오늘 산 것까지 포함해서요?"그녀
젊은 친구는 침묵하다가 확실한 말투로 대답했다. "네!""무슨 문제라도 있나요?"아니요! 이왕이면 이런 목재를 쓰고 싶은데 뭘 만들지는 아직 못 정했어요. 정해지면 사장님께 말씀드릴 거예요.”그녀는 그 목재를 쥐고 흔들더니 돌아서 가려고 했다."그건 안 돼요!"소년은 그녀의 뒤에서 다급하게 말했다.한소은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그를 바라보았다."당신이 얼마나 큰 목조를 만들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 목재가 부족할 수도 있어요.”그는 준수한 미간을 찡그리며 고민하고 난처해 보였다."부족해도 괜찮아요. 그쪽 사장님께 다시 사들이라고 하면 되죠." 한소은은 미소를 지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건 그쪽이 신경 쓸 필요 없어요. 당연히 사장님이 신경 쓸 일이죠.”"하지만…." 그는 입술을 오므렸다. "목재공장 쪽도 부족해요. 아무튼 이 목재는 안 돼요."분명히 그는 할 말이 있었는데 말하지 않았고 한소은은 억지로 묻지 않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기울이고 그를 바라보았다.”동생, 솔직하지 않네요.”"당신은 나보다 몇 살 더 많다고 동생!"이런 호칭으로 부르니 그는 기분이 나쁜 듯했다."아무튼 이 목재는 안 돼요."“만약 안 되면 내가 사장님을 찾아갈게요.”그녀는 어차피 그의 약점을 잡고 있어서 금방 그를 화나게 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당신…"그는 화가 나서 두 볼이 불룩해서 마치 먹이를 숨기는 햄스터처럼 생겨 매우 귀여웠다. "당신은 왜 꼭 이런 목재를 원해요? 내가 다른 목재를 써서 똑같은 효과가 나오도록 보장할 수 있어요. 아니, 더 좋게 만들 수 있어요!"한소은은 웃었다. "똑같은 효과가 나올 수 있는데 왜 이런 목재를 쓰면 안 되죠? 뭐가 특별해요?"“......”"혹시 다른 목재와 비교했을 때 뭐가 달라요? 예를 들면 향이요?”그녀는 한마디도 물러서지 않고빙그레 웃고 있었지만 젊은 친구는 강한 위협을 느꼈다.눈앞의 이 여자를 보면 얼굴은 부드러운 스타일이고 완전 미인은 아니지만 온몸에서 그에게서 도망가고 싶어지는 기
"아이…" 젊은 친구는 한숨을 내쉬며 분노의 기세는 사라지고 목소리를 낮추어 경계심을 내려놓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목재는 많은 편도 아니고, 입고 경로도 매우 어려워요. 만약 당신이 작은 조각품을 만들려면 한두 개를 만들 수 있지만, 만약 큰 거라면 없어요!"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한소은은 그가 하는 말이 절대 진실이라고 믿었다. "근데 이 목재가 이렇게 귀한데도 이걸로 연습해요?""내가 연습하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서 조각하는 거예요."그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아무튼 어려운 일을 억지로 남에게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좋아요. 강요하지 않을 게요."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원하는 답을 이미 찾았다. "이렇게 합시다. 다른 나무로 주문할게요. 당신의 그 목재를 요구하지 않을 테니까 꼭 한 조각만 남겨줘요. 많이 필요 없고 한 조각이면 충분해요!"그녀의 말에 소년은 의아했다. "한 조각으로 뭘 하시게요?""그건 신경 쓰지 마요. 나쁜 짓을 하는 게 아니니까요."그녀는 웃었다. "되는지 안 되는지만 대답해요.”잠시 그녀를 쳐다보더니 마치 그녀의 얼굴에서 '나쁜 사람'이라는 글자가 씌어 있는지 알아보려는 것 같았다.잠시 후 결심한 듯, 옆으로 늘어뜨린 손을 잡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좋아요!”"말한 대로 해요. 내가 한 조각 남겨줄 테니 이 목재를 얻을 생각을 다시 하면 안 돼요!"그는 이 목재를 빼앗길까 봐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해요!”긍정적인 대답을 듣고 젊은 친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돌아섰다.한소은은 젊은 친구의 뒷모습을 보면서 아직 그의 이름을 모른다는 것이 문득 생각났다. "이름이 뭐예요?"젊은 친구는 이미 멀리 나갔지만 그녀의 소리를 듣고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리자, 햇빛이 그의 뒤에서 나른하게 쏟아져서 온 사람이 황금빛으로 뒤덮인 것 같았다. 그는 한소은을 바라보며 입술을 움직였다. "나는 최웅이라고 해요.""최웅…" 매우 청아한 이름인데 그의 불같은 성질과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