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언은 훨씬 담담했다.“예전에 우리 남윤이도 어렸을 땐 마찬가지였어.”“밤새 잠을 거의 못 잤어. 내려놓으면 울고 꼭 안고 있으면 팔이 부러질 것 같았어.”말하다가 안색이 어두워졌다.원철수는 의아해졌다.“아이를 직접 키웠어요? 아줌마가 없었어요?”“그때 여건이 좋지 않았어. 남윤이 엄마가 힘들다고 아이를 키우지 않았기에 내가 키운 셈이야.”말할수록 마음이 괴로워서 임상언은 지난 일을 다시 언급하고 싶지 않아 그저 김서진을 바라보며 묵묵히 아이를 안았다.“이제 날이 밝았으니 우리가 아이를 돌볼게. 넌 가서 쉬어.”“난 괜찮아!”김서진은 힘들지만 떠나려 하지 않았다.“그러지 마! 한소은과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이해해. 나중에 보상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지만 지금은 쉬러 가야 해! 만약 네가 쓰러진다면 누가 아이들을 돌보고 또 한소은을 구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겠어!”그제야 김서진은 마침내 손을 놓았고 아쉬운 눈빛으로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밤에 울다가 지쳐서인지, 아니면 배불리 먹어서인지 깊게 잠이 든 두 녀석은 마치 어린 천사 같았다.그런데 울기 시작하면 악마처럼 참을 수 없었다.“DNA 보고서도 그렇게 빨리 나오지 않을 것이고 아직은 소식을 기다려야 해. 그러니 일단은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을 거야! 아이들은 나와 원 선생님께서 돌볼 테니 걱정하지 마!”임상언이 말했다.김서진은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잠 좀 자러 갈게, 점심에 불러줘.”김서진은 기껏해야 점심때까지만 잘 수 있었고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았다.김서진이 자러 간 후 임상언은 의자를 끌어당겨 유모차 옆에 앉았다.아이는 어제 돌아왔지만 유모차는 일찌감치 준비되어 있었다.한소은이 오누이 쌍둥이를 낳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김서진은 말이 없었지만 신속히 집에 필요한 모든 유아용품을 사들였다. 이 유모차를 포함해서 모두 쌍둥이 전용이었다.김서진은 말수가 적었지만 대신 행동은 효율적이었고 세심하였다.임상언은 유모차 옆에서 아이들을 지켜보았고 원
임상언이 아이 생각에 빠지자 원상철은 이내 말머리를 돌렸다.“내 말은 당신이 아이를 잘 돌본다는 뜻이에요. 나 같으면 정신이 없었을 거예요.”“그나저나 이 두 아이는 김서진을 많이 닮은 것 같아요.”원철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정색해서 말했다.임상언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든 아기를 보았고 확실히 미간은 김서진과 비슷했고 입은 한소은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보기에는 확실히 닮았어. 그렇다고 선입견을 가지면 안 돼. 우리는 김서진의 아이라고 생각했기에 닮았다고 했어. 만약 그의 아이가 아니라도 여전히 닮아 보여?”임상언은 정색해서 물었다.원철수는 말을 잇지 못했다.만약 김서진의 아이가 아니라고 가정한다면 보면 볼수록 닮지 않은 것 같았다.원철수는 머리를 흔들며 일어섰다.“안 되겠어요. 나 정신분열증이 올 것 같아요!”“그러니까 아이의 용모로 판단하지 말고 결과를 기다려 봐야 해!”이불을 살며시 당겨주는 임상언의 눈빛은 자애로운 아버지처럼 부드러웠다.원철수는 말을 하지 않았다.‘아이고! 도저히 기분을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으니 관둬!’적어도 지금 이 두 아이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좀 나아질 것이다.방에서 나간 후 원철수는 곧바로 주효영을 가둔 방으로 가서 약 효과를 확인하려 했다.그 실험실은 수상한 것들을 많이 만들어 냈고, 지금까지 그가 본 모든 약의 특성과 다 달랐다. 이전의 역병, 진정기 몸에서 나타난 변화, 아니면 자신의 몸에 있던 병균이 둘째 할아버지에게 옮겼을 때 나타나는 증상도 다소 차이가 있었다.그는 오랫동안 의학을 공부해서 개인별로 차이가 있음을 알고 있지만, 같은 바이러스가 이렇게 큰 차이가 있을 줄 몰랐다.방문에는 유리창이 있었기에 이 유리창을 통하여 방 안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었다.원철수는 조심스럽게 발돋움하여 조용히 안을 들여다보았다.방안은 평범했고 또 물건이 없기에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었다.방안은 텅 비었다!원철수는 놀라 하며 다시 자세히 보았으나 확실히 비어 있었다!그림자조차 없었다! ‘
원철수는 감정을 제어하려고 애썼지만 목소리의 떨림은 감출 수가 없었다. 거친 숨소리까지 섞이니 원철수의 말은 더욱 섬뜩하게 들렸다.임상언은 고개를 확 쳐들고 원철수를 보면서 커다란 눈으로 물었다.“너, 지금 뭐라고 했어?”“주효영, 주효영이 사라졌어!”원철수가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면서 얘기했다.“똑바로 얘기해. 주효영이 어떻게 사라졌다고?”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원철수는 깜짝 놀라 고개를 홱 돌렸다. 원철수의 뒤에는 소리소문 없이 걸어온 김서진이 서 있었다.김서진은 잠에 들었다가 얼마 자지 못하고 깨어났다.요즘 들어 김서진의 수면 질량은 좋지 않았다. 아내와 아이가 사라지고 그렇게 심한 일까지 겪었으니 잠이 잘 올리가 없었다.게다가 두 아이가 김서진의 품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아이들에게 신경을 쓰느라 마음 놓고 편이 잘 수가 없었다.그냥 약간 휴식하고 체력을 보충하는 것으로 잠을 때웠다.일어나 간단하게 씻고 옷을 갈아입은 김서진은 아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려고 내려오다가 원철수가 하는 말을 듣게 되었다.원철수는 흠칫하더니 천천히 마른침을 삼키고 말을 더듬거리며 얘기했다. “그게, 내가 아까 주효영 상태 좀 보려고 내려갔 거든. 자기 독에 당했으니 어떤 모양이 되었을 지 보려고 했단 말이야. 그런데 가보니까 사라졌더라고. 아무도 없어!”“제대로 본 거 확실해?”김서진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또 물었다.원철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내 두 눈으로 똑바로 봤어! 나도 내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고. 눈을 몇번이나 비비고 다시 봤는데 정말 아무도 없었어. 비어있었다니까.”미간을 찌푸린 김서진이 얘기했다.“내가 가서 봐야겠어.”“나도.”임상언이 따라붙으며 얘기했다.“넌 일단 가지말고 여기서 아이나 보고 있어. 나랑 원철수만 다녀오면 되니까.”김서진은 아이가 걱정되어서 얘기했다.조금 고민하던 임상언은 김서진의 말대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김서진과 원철수는 다시 그 방문 앞으로 돌아왔다. 김서진은 창문
“모든 일에는 흔적이 남기 마련이야.”김서진이 의미심장하게 얘기하면서 베개를 들어서 보다가 다시 내려놓았다.“가자. 우리는 일단 나가보자.”이제 여기에는 사람이 없으니 문을 잠글 필요도 없었다. 두 사람은 방을 나서면서 다시 본관의 방으로 들어왔다.임상언은 그런 두 사람을 보면서 먼저 물었다.“주효영이 정말 사라진 거야?”원철수가 고개를 끄덕였다.“사라졌어.”“어떻게 사라졌지? 누가 구해주러 온 건가? 조직의 사람이?”임상언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얘기했다.원철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모르겠어.”정말 모르겠다. 세 사람 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의아해하고 미심쩍어했다.김서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미간을 찌푸린 채 방 안의 상황을 다시 떠올렸다. 어딘가 수상했지만 콕 집어 얘기하기 어려웠다.옆에 있던 임상언은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설마? 에이, 아니야. 그럴 리가 없지...”임상언은 입술을 짓씹으면서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했다.“뭐라는 거야. 무슨 일이든지 가능성은 있어. 뭔데.”호기심이 생긴 원철수는 임상언을 치면서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생각이 하나 떠올랐을 뿐인데 그럴 리가 없어서 어이가 없었던 거야.”임상언은 웃음을 흘리고 고개를 저으면서 그럴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뭐가 어이가 없는데. 일단 얘기나 해봐. 정말 어이가 없는지 들어보고 판단하게.”임상언의 말에 원철수는 더욱 호기심이 발동해서 주효영이 어떻게 사라졌나보다 임상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가 더욱 궁금해졌다.임상언은 흠칫하더니 원철수와 김서진이 다 자기를 바라보는 것을 보고 목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전에 내가 주효영한테 두 번이나 식사를 가져다줬잖아. 한번은 나한테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고. 자기한테 쓴 이 약이 정말 효과가 나타난다면 자기는 투명 인간이 될 거라고. 그런... 영화에서 나오는 투명 인간처럼 말이야.”“투명 인간?”원철수는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정말이라고? 어이가 없네!”“그러게
여전히 웃음을 숨기지 못하고 입가에 미소를 걸고 있는 원철수를 가리킨 임상언은 억울하다는 듯 얘기했다.원철수: “내가 뭐.”“아니, 난 그냥 네 말이 어이가 없어서 그런 거야. 만약 그 미친 여자가 그런 말을 했다면 난...”임상언의 눈을 마주 본 원철수는 말을 채 다 잇지 못하고 서 있었다.원래는 주효영이 그런 말을 했다면 진지하게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니 원철수도 주효영이 미쳤나 보다 하고 생각하고 넘어갈 것 같았다.“하여튼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제대로 알아봐야 해.”김서진이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김서진은 이 상황이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주효영 같은 사람이 도망쳐서 밖에서 돌아다닌다면 사회가 위험해질 것이다.“임상언, 애들 잘 보고 있어.”아이들을 맡긴 후, 김서진은 바로 몸을 돌려 나섰다.이번 일은 먼저 진정기한테 알려야 한다. 진정기의 힘을 빌려 주효영의 위치를 찾아내야 한다. 절대로 주효영이 도망가게 내버려둘 수 없다!...여왕이 침대에 누워서 쉬고 있을 때, 누군가가 침실의 문에 노크를 했다.세 번의 노크 후, 여왕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방문이 천천히 열렸다. 여왕은 눈을 떴다가 다시 감았다. 보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프레드는 지팡이를 짚으면서 여왕의 앞에 왔다. 침대 옆에 와서 선 그가 얘기했다.“여왕 폐하, 휴식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갑니다. 깨어나셔야 합니다.”“또 뭐 하려고.”여왕은 눈도 뜨지 않고 차갑게 얘기했다.프레드는 작게 웃었다.“당연히 여왕 폐하께서 가장 신경 쓰시고, 가장 진행하고 싶어 하는 그 일이죠.”이윽고 여왕은 무리 지어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이상함을 눈치챈 여왕이 눈을 뜨자 수많은 사람이 침대 옆을 둘러싸고 서 있었다.“뭐 하는 거야! 반역이라도 하려는 거야?”낯빛이 확 변한 여왕이 황급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프레드는 옆으로 약간 물러나면서 얘기했다.“여왕 폐하, 걱정하지
한밤중, 한소은은 깨어났을 때 머리가 아프고 입이 말랐다.오늘 저녁 그녀는 매우 기뻤다, 오랫동안 만들었던 향수 “첫사랑”을 드디어 성공했고, 내일 밤이면 대회에서 상을 받은 뒤 노형원과의 결혼이 일사천리로 준비될 것이다.대학에서부터 지금까지, 그들은 5년 동안 연애를 했다.자신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향수 연구에 몰두했으며, 노형원을 도와 회사를 키우고 성공하는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술을 몇 잔 들이켰다.그녀는 눈을 비비며 물을 마시려고 일어나자, 옆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작은 아파트에는 그녀 혼자 세 들어 살고 있었고, 노형원은 가끔 와서 머물렀지만 항상 옆방에서 잤다.그 소리를 듣자 한소은은 그가 몸이 불편한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하지만, 조금 더 가까이서 듣자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형원아, 우리 이러면 한소은이에게 들리지 않을까?”남자의 목소리는 선명하진 않았지만, 그녀는 노형원의 목소리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순간 그녀는 온몸이 오싹해졌다, 몇 년 동안 향수 연구 때문에 불면증을 앓아 약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그녀는 이미 수면제에 면역이 생겼다.“내일 신제품이 상을 받으면 내가 바로 고급 조향사가 되니까 이 업계서 자를 잡을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되면 투자도 많아져서 네가 고를 수 있겠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모집해도 상관없는데 한소은 한 명이 무슨 상관이야?”문 앞에 서 있던 한소은은 주먹을 꽉 쥐었고, 그녀는 그것이 강시유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의 대학 친구와 약혼자와의 관계가 수상하다는 소문은 이미 돌고 있었지만, 집요하게 그를 믿었고 현실은 그녀에게 비수를 꽂았다.“내 회사까지도 네 이름을 썼어, 내가 널 얼마나…..사랑하는지 알지? 한소은은 널 위한 발판일 뿐이야. 신예 대회에서 너만 아니었으면 내가 한소은의 레시피에 손을 댔을까?”“너 그 애 이름 부르지 마. 빨리 말해, 날 사랑하는 거야 그 애를 사랑하는 거야?”강시유의 목소리는 원래도 부드러웠지만, 그녀는 버터를 바른 듯
이런 사람을 상대하려면 역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고, 한소은은 곧바로 본론에 들어갔다.“저는 귀사도 오늘 밤 이번 분기의 향수 콘테스트에 참가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저는 새로 개발한 향수를 가지고 있고, 환아의 팀에 합류하고 싶습니다.”“환아는 이미 출전작을 선정했어요.”김서진은 침착하게 대답했다.물론 그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출품작은 한 가지로 제한되어 있지 않아요, 저는 그냥 제 향수를 한 가지 더 넣고 싶은 거지 결코 대체……”“내가 당신 뭘 믿고?”김서진은 그녀의 말을 자르며 직설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소은은 재빨리 가방을 열어 안에서 자료 한 더미를 꺼내며 말했다.“이건 제 향수인 첫사랑에 대한 데이터와 레시피입니다, 제 진심을 대신할 수 있어요. 품질이라면……”“3년 전 대표님께서는 제 능력을 알아보시고 저에게 제의를 하셨었죠. 그리고 사실, 오늘도 샘플을 갖고 왔습니다.“샘플이라고요?”그녀가 말을 하자 그는 표정이 다소 변한 듯했고, 미간이 흔들리는 것이 흥미르를 느끼는 것 같았다.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곧장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은은하고 달콤한 향기가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풍겨져왔고, 그 향은 향기로우며 강렬하진 않았다.김서진은 눈앞의 그 손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하얗고 가늘었으며 손가락 마디가 분명했다.달콤한 냄새가 코끝을 감돌며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었다.“첫사랑은 적어도 3위 안에 든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이건 환아아게도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겠죠.”말을 마친 그녀는 자연스럽게 손을 뗐지만, 순간 김서진에게 다시 붙들렸다.그녀의 손목을 잡고 있는 김서진의 힘의 세기는 딱 알맞았고, 그녀는 벗어날 수 없었지만 불편함도 느끼지 않았다.“환아가 이런 금상첨화를 신경 쓸 것 같나요?”“이건 그냥 첫 선물일 뿐인데, 대표님께서 성에 안 차시는 거면 앞으로 2년 동안 제가 만든 향수의 저작권을 모두 환아에 귀속시키는 제안은 어떠신가요?”그녀는 김서진이 흔쾌히 승낙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한소은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발밑을 보았고, 다시 평온하고 고개를 들고 말했다.“무슨 일이야?”“첫사랑 자료는? 실험실을 샅샅이 뒤졌는데도 안 나왔어.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기나 해? 실험실에 가만히 있지 않고 뭘 그렇게 싸돌아다니고 있는 거야?”노형원도 그녀의 시선에 따라 발에 얇게 상처가 난 것을 보았고, 순간 죄책감이 들었지만 오늘 밤 콘테스트에 대한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상기시켰다.“신제품 전시랑 콘테스트는 저녁에 시작하는 거 아닌가? 난 시간이 남는다고 생각해서 입을 옷을 사러 갔다 왔어.”노형원이 입을 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강시유가 웃으며 말했다.“왜, 네가 참석이라도 하게?”“하면 안 되는 거야?”그녀는 옛 친구에게 시선을 돌려 되물었다.“안 되는 게 아니라, 네가 힘들까 봐 걱정돼서 그러는 거지. 게다가 이런 행사엔 원래 참석을 안 했잖아.”“그래, 넌 단 한 번도 이런 명리를 탐하는 장소는 좋아하지 않았잖아. 그냥 안심하고 집에서 우리가 좋은 소식을 가져오기만을 기다리면 돼. 그래서, 자료는 어디 있지?”노형원은 그녀를 향해 다가온 뒤 어깨를 두드리려고 손을 뻗었지만 한소은은 교묘하게 옆으로 피했다.노형원의 손가락이 굳어졌고, 이어서 그녀는 크라프트지 봉투를 꺼냈다.“자료는 다 있는 거지?”그는 봉투를 받아들자 마음이 놓이지 않아 봉투를 열어 보았고, 자세히 살펴보다가 다시 강시유에게 건넸다.그들의 행동은 매우 자연스러웠으며, 강시유는 자료를 받아 대충 몇 번 훑어보고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그녀가 향수를 만드는 것을 전혀 모르는 건 아니지만, 한소은의 재능에는 발끝도 미치지 못했다.게다가 노형원과 결탁한 후, 후천적인 노력을 더욱 포기하며 몇 년 동안 그녀는 관련 지식을 거의 다 잊어버렸다.그녀는 그저 한소은의 세운 공로에 숟가락만 계속 얹고 있었던 것이다.자료 더미를 쥐고 있자니, 그녀는 이미 대회 트로피가 그녀의 품에 안겨 있다고 생각했다.“샘플은?”강시유가 물었다.“출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