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원철수의 휴대전화는 수감됐을 때 수거해 갔고, 지금은 외부에 연락할 물건이 없어 아래층으로 내려가 어르신의 도움을 받으려고 했다.그러나 문을 열려고 할 때 문이 밖으로 잠겨져 있었다.당겼는데도 안 열리는 걸 보고 그는 멍하니 있다가 힘껏 잡아당기고 손잡이를 돌렸는데도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어서 힘껏 문을 당겼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그제서야 둘째 할아버지가 그를 이 방에 갇혀 두었다는 걸 깨달았다.그런데 왜?!‘난 분명 몸에 바이러스가 없다고 말했는데, 바이러스가 없는데 왜 날 가두었지?!’“둘째 할아버지, 둘째 할아버지 문 열어줘요! 둘째 할아버지…….”힘껏 문을 두드리며 그는 큰소리로 소리치면서 사람을 불러오려고 했다.하지만 위층에 아무도 없는 건지, 둘째 할아버지가 일부러 그를 무시한 건지, 목이 아프도록 한참을 불렀는데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할 수 없이 뒤돌아서서 찾아보다가 창문에 이르러 창문을 열고 아래층을 내려다보았다.창문 밖에 보호 난간이 있어서 머리를 내밀 수 없었지만 어쨌든 아래층의 상황을 볼 수 있었다.정원은 텅텅 비었고, 평소에는 몇 명의 하인들이 정원에서 청소하고 있었지만 오늘은 뜻밖에도 아무도 없었다.“둘째 할아버지, 둘째 할아버지.”몇 번을 소리 질러도 아무도 안 보였다. 정말 이상한 상황이다.열심히 몸을 내밀고 손으로 난간을 꺾으려 했지만 꺾지 않자 다시 소리쳤다.“둘째 할아버지, 둘…….”소리가 뚝 멎었다. 1층에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너무 작게 보이고, 또 자꾸 비틀거려 원철수는 원래 사람인지 확신이 가지 않았지만 그 사람이 고개를 들고 위층으로 올려다보자 사람인 것을 확인했다.“어이…….”“…….”어린이 소리가 그의 말 뒤에 이어졌고, 마치 그에게 대답하는 것 같았다.한소은의 꼬마인 것을 똑똑히 본 후 그는 기침을 한 번 하고 거칠게 말했다.“거기! 내 둘…….”갑자기 그는 아이가 알아듣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을 바꿨다.“할아버지는?”“어이!”같은 대답이다.
원철수는 난생 처음 누군가에게 ‘인신매매범’이라고 불렀다.그는 2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한 팔을 뻗어 난간을 가로질러 김준을 가리켰다.“야, 이 새끼야, 누굴 인신매매범이라고 불러, 이렇게 잘 생긴 인신매매범 봤어? 저 말 똑바로 해!”“이 새끼? 지금 누굴 새끼라고 불러!”한참 동안 소리쳐도 대답이 없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와 원철수를 향해 소리쳤다.할아버지를 보고 원철수는 바로 주눅들었다.“둘째 할아버지, 저 아니에요…….”“네가 아니면 누구냐! 나 분명히 들었어! 여기에 거두어 준 은혜도 모르고 감히 내 손자를 욕해?!”두 손을 허리에 대고 고개를 젖히고 원철수를 향해 소리쳤다.“…….”원철수는 한참 참다가 반박했다.“손자는 저예요, 이 새…….”그의 눈길에 원철수는 비겁하게 말을 바꾸었다.“이 꼬마 일부러 그런거예요, 그리고 나와 아무 관계도 아니잖아요…….”할아버지의 눈길에 원철수의 소리는 점점 작아졌다.“네가 뭔 상관인데!”어르신이 화에 발을 굴렀다.“누가 말했어, 아무 관계도 아니라고?! 내 손자야, 친손자!”어린 아이를 안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려 자기 어깨에 짊어지었다. 정말 많이 총해하고 있었다.“경고하는데 애 건드리지 마! 네 아버지 올 때까지 딱 기다려!”말이 끝나고 떠나려고 했다.두 사람이 떠나려 하자 원철수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둘째 할아버지, 둘째 할아버지, 문 좀 열어줘요, 왜 저를 가둬요! 나 나갈 거야, 경찰에 신고할 거야!”“경찰 신고?”이 두 글자를 듣고 어르신은 걸음을 멈추고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목을 젖히고 그를 바라보았다.다만 어깨에 김준이 있어 위로 보는 각도가 제한되어 고개를 약간 갸웃거릴 뿐이었다.“무슨 신고? 네놈이 실종된 이후로 경찰이 계속 네 소식을 찾고 있었는데 뭐 신고를 해?!”어르신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듣고 원철수는 잠시 숨을 돌렸다. 맞는 말이다.“근데 여기는 아니잖아요!”집 안으로 들어가다가 할아버지는 뭔가 생각난 듯 다시 돌
“아!”원철수는 울부짖으며 고통스럽게 소리쳤다.감금된 그곳처럼 방음이 되지 않아 이곳 텅 빈 환경이 그의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오랫동안 울려 퍼지게 했다.머리도 아프고 눈도 아팠다.눈알이 튀어나올 듯한 고통에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안으려다 한쪽 팔이 끼어 한 손으로 필사적으로 머리를 두드리고 다른 한 손으로 계속 힘껏 흔들어야 했다.통증 때문에 힘이 세졌는지, 아니면 너무 흔들어 느슨해졌는지, 그가 힘을 주었더니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난간이 헐거워졌다.콰당!난간 전체가 떨어져 원철수의 팔에 걸렸다. 질곡에서 벗어난 원철수는 거의 정신을 잃은 상태이고, 빨리 이 고통속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는 비틀거리며 이리저리 부딪쳤다.꽝! 꽝! 철제 난간과 벽이 부딪치는 소리가 너무 크다.어르신은 다시 방에서 뛰쳐나와 목을 젖히고 위층으로 올려다보았다.“너 이 자식, 지금 뭐 하는…….”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원철수가 팔에 철제 난간을 두르고 몇 번 부딪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갑자기 위층의 그 틈새에서 훌쩍 뛰어내렸다.“이놈 감히…….”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눈앞에서 세찬 바람이 스치더니 무엇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원 어르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걷잡을 수 없이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사람이 그의 앞에 엎드려 꼼짝도 하지 않았다.할아버지는 떨리는 입술로 조심스럽게 외쳤다.“철…… 철수야? 철수야?”대답이 없었다.“철수야? 철수야? 이 노인네 겁주지 마, 나…… 나 안 속아. 철…….”할아버지는 앞으로 다가가 막 손을 뻗어 그를 만지려 하였다. 순간 원철수는 갑자기 일어나 몸을 괴상하게 뒤틀더니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아, 아파…….”원철수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안았다.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여전히 의식이 있는 듯 원 어르신을 바라보며 그에게 한 손을 내밀었다.“둘째 할아버지,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원철수는 비틀거리며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갔으나 나간 발은 허공에서 다시 억
원철수가 다시 깨어났을 때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눈을 크게 뜨고 멍하니 위를 보고 있는 채 뇌는 아직 완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손을 들려고 시도했지만 손가락만 들었다.목이 간질간질하여 기침 한 번 하고 싶은데 입이 벌리니 그냥 숨만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정말 이상한 느낌이다. 마치 사람이 이미 죽음의 문턱에 있는데도 그렇게 숨을 내쉬고 죽지도 못하면서 버티기도 힘들었다.“깼어?”온화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고개를 돌리려다 눈동자만 돌렸다.“움직이지 마, 너 지금 기력이 빠져 움직일 수 없어.”원철수의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원 어르신은 한숨을 쉬며 그의 옆에 앉았다.손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탕약 한 그릇을 들고 있는 그는 여느 때와 다름없었지만 미간에만 조금 더 온화한 것 같았다.“나…….”원철수가 소리 내려고 발버둥쳤다. 속으로 너무 많은 의문이 있었지만 목이 말라 한 글자도 힘에 부치는 것 같았다.“너 왜 이러는지 묻고 싶구나.”원 어르신이 그의 몸에 있는 담요를 위로 당겨주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원철수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지만 눈만 깜박거렸다.긴 한숨을 내쉬고 원 어르신은 옆에 있는 걸상에 앉아서 손에 든 탕약을 내려놓고 그를 바라보며 2분 동안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솔직히 나도 몰라, 네가 왜 이러는지.”“…….”“우리 한의학에서 볼 때 너는 기혈양손이야, 몸의 정기가 크게 소모되고, 맥이 부고 건조하며, 간의 불이 왕성한 거지. 원래 허약해야 하는데 네 몸은 오히려 표상기능이 발달되어 있고, 나타나는 증상은 매우 강건해, 이건 불가능한 거고, 자연논리에 완전히 어긋나는 거야…….”천천히 말하면서 눈길은 위에서 아래로 움직이며 그의 몸 구석구석 드러난 피부를 살폈다.단단한 근육질은 마치 갈라질 듯이 부풀어 올랐지만 원철수의 눈은 탁하고, 설태는 두꺼우면서도 노랗고, 안색도 정상이 아니었다. 사람은 허상이지만 겉모습은 오히려 강했다.“그들이 너한테 바이러스를 주사했다고요?”원 어르신이 생각
“이거…….”“이건 몸 기능을 조절하고 체력과 기혈을 보충하는 거야, 해독제 아니라고!”약을 먹이면서 어르신이 말씀하셨다.“나 신 아니야, 아직 네 몸에 있는 그거 뭔지 모르니까 해독제 만드는데도 시간 필요해.”원철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약을 마셨다. 물론 그도 해독제가 그렇게 빠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해독제를 구할 수 있을지 없을지 그는 절대적인 확신이 없었다. 희망이 클수록 실망도 크다.하지만 둘째 할아버지가 이렇게 해주니 마음속으로 너무 기뻤다.약 한 그릇을 먹이고 어르신은 빈 그릇을 움켜쥐고 원철수를 노려보며 한숨을 쉬었다.“아직 네 몸 안에 있는 거 뭔지 파악하지 못했지만 보험 삼아 여기 있는 게 좋을 거 같아. 너도 알잖아, 전에 그 역병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뭐, 너도 당분간 움직일 수 없으니 이 기간에 내가 한 번 생각해 볼게.”마지막 말에서 어르신은 크게 노하며 말했다.“감…….”원철수가 고마움을 인사하기도 전에 어르신은 이미 발을 동동 구르며 나갔다.방안은 다시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자리에 누워 있는 원철수는 마음이 이렇게 평온한 적이 없는 것 같았다.실험실에서 등불은 밤낮으로 밝았다. 이곳은 시간을 보지 않으면 낮과 밤을 전혀 구별할 수 없었다. 교대 근무도 거의 24시간 쉬지 않았다.그러나 사람은 항상 피곤할 때가 있다. 이렇게 강도 높은 일을 하다 보면 아무리 강한 의지력을 가지고 있어도 소홀히 하고 졸 때가 있기 마련이다. 사람은 이럴 때 정신 상태가 해이해진다.한소은은 방안을 왔다갔다하며 천천히 걷고 있었다. 이곳은 사실 침대도 있고, 이불도 있었다. 잠시 잘 수도 있는 평범한 간이 휴게실이다. 유일한 차이점은 문이 잠겨서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한소은은 지금 자고 싶지 않았고 잠도 오지 않았다. 한 손으로 허리를 짚은 자세로 느릿느릿 움직이며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했다.문밖에서 가벼운 소리가 나더니 곧이어 문이 열렸다.문 앞의 사람은 막 돌아선 한소은과 마주쳤다.“왜 안 쉬어요?”그는
그의 물음에 한소은은 담담하게 한마디만 답했다.“잠시 후 모든 게 밝혀질 겁니다.”“정말 그자라고 해도 지금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이지 않을 텐데…….”이때 남자가 얼굴의 고글을 벗고 얼굴을 드러냈다. 바로 그녀를 가두라고 명령한 고지호 교수였다.한소은이 고개를 끄덕였다.“움직일 거예요!”그리고 나서 이 사건과 아무 연관이 없는 질문을 하였다.“최근 국가 백신 기지가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맞아요.”고지호 교수가 답했다. 이 일은 그도 당연히 알고 있지만 그가 책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어쨌든 관계 있는 일이고, 또 일등 대사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조금은 알고 있었다.“근데 이게 그가 움직이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죠? 여기 해독제 진도가 지연된다고 해도 백신 개발 진도에 영향 주는 것은 아니잖아요, 설마 저쪽에도 사람을 붙였나요?”고지호 교수는 무슨 생각이 난 듯 다시 말했다.“참, 이 프로젝트는 원래 소은 선생 애인의 회사에서 따낸 거 아니었어요? 왜…… 혹시 재입찰했나요?”구체적으로 왜 재입찰이 되었는지에 대해 잘 모르나 진정기가 직접 승인한 것이니 당연히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네!”한소은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몸은 여기에 있지만 바깥일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다.김서진이 없어도 회사는 그대로 운영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서진이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오면서 그만한 수단은 있는 남자이다.매일 여기 머물며 몸조리하고 핸드폰도 압수당했지만 나름대로 다 방법이 있는 것이다.그 잃어버린 프로젝트는 원래 되찾으려고 회사 위층에서 회의를 열고, 해결책을 만들어 김서진에게 보고했지만 그가 막았다.진정기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그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막역한 사이는 아니지만 오랜 친구이기에 일이 비정상적이라는 걸 바로 알아챘지만 몸이 이러하여 묻지 못하고 일단 일을 덮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걸 진정기의 결정에 맡
“상대가 움직인 것 같아요!”고지호 교수가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 한소은이 뒤를 따랐다. 길에서 다른 사람을 만났는데, 사람들은 한소은이 고지호 교수의 뒤를 따르는 걸 보고 어리둥절했다.“한…… 저기…….”그러나 두 사람의 발걸음은 빠르고 멈추질 않았다. 게다가 고지호 교수의 표정이 너무 굳어 아무도 감히 더 묻지 않고 그들이 병동 쪽으로 가는 것을 지켜봤다.‘이거…… 또 비상인가?’‘근데 병동 쪽 호출은 없었는데!’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가운데, 두 사람은 이미VIP 구역에 도착했고, 많은 병실을 지나 곧장 김서진 병실로 달려갔다.펑!고지호 교수가 발을 들어 직접 문을 걷어찼다. 동작이 빠르고 맹렬하여 한소은도 깜짝 놀랐다.평소에 진지하고 온화한 그분이 문을 걷어찰 때 의외로 용맹스러웠다.방 안의 병상에 한 사람이 눌려 있었다. 이불 쪽으로 얼굴을 숙인 채 엎드려 있었고, 팔은 뒤로 잡혔다. 그리고 그 팔을 잡은 사람이 바로 병상에 누워 있어야 할 김서진이다. 김서진는 환자복을 입고 있었지만 정신이 맑고, 눈빛은 더욱 매서웠다. 다만 눈을 들어 한소은을 보았을 때 한 순간 부드러워지고, 다시 고지호 교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오셨나요, 그럼 이 사람…… 그쪽에 넘기겠습니다!”김서진은 그 사람의 팔을 위로 당기고, 이어서 사람을 앞으로 비틀어 밀었다.결국 그 사람은 김서진에게 끌려 일어났고, 앞으로 밀치는 힘에 똑바로 서지 못하고 두 번 비틀거리며 땅에 반쯤 무릎을 꿇었다.그 사람 흰 가운을 걸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누군지 알 수 있었다.고지호 교수는 자신의 앞에 반쯤 무릎을 꿇은 사람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정말 받아들이기 싫은 결말이다.“정말 너였어?!”그 말에 무릎을 꿇은 사람은 허둥지둥 일어서서 먼지를 털고 웃었다.“교수님, 이게 무슨 일이죠? 저는 그저 별실을 돌아보고 있었는데, 저 아니면 누구겠어요.”고개를 들자 그의 얼굴은 죄 없는 듯 눈빛은 너무나 맑았고, 한소은을 보았을 때 의아해하며 물었다.“한
“교수님, 무슨 말씀인지…….”모범은 아직도 변명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소은에게 끊겼다.“그만하시죠.”“…….”“지금 이 상황에 그 변명 먹힐 거라고 생각하세요? 설마 아무 증거도 없이 우리가 여기에 왔을까요?”그를 보는 한소은의 마음도 복잡했다.사실 이곳에 왔을 때, 그녀가 가장 먼저 알게 된 사람이 바로 고지호와 모범이다.모범과는 친한 친구사이는 아니지만 적어도 협력이 유쾌한 동료라고 말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에 대한 편파적인 인식과 불신을 느낄 수 있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사람이었다.배신자보다 원철수처럼 그냥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오히려 더 받아들이기 쉬웠다.한소은의 말을 듣고, 또 앞에 서있는 고지호 교수를 보고 모법은 홀연히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고개를 젖히고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마치 무거운 짐을 벗은 것처럼 온 사람이 홀가분해졌고, 얼굴의 웃음은 더욱 커졌다. 정말 괴이했다.“이렇게 될 줄이야.”고개를 저으며 모범은 천천히 머리를 숙이고 속삭였다.“어떻게 알아챈 거예요? 나 여기서 일하면서 교수님에게 할 만큼 하고, 한소은 선생님도…….”“너무 괴롭힌 거 아니죠?”“빈틈 없었어요.”한소은이 대답했다.“처음엔 정말 의심 한 번 안 했어요, 근데 맹호군 선생이 나타나면서 달라졌죠.”“맹호군 선생님이요?!”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모범은 의아했다.“그자와는 무슨 상관이 있죠?”‘맹호군과 가깝게 지내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관계가 차가운데 왜 그 사람 때문이지?’“겉으로 보기에 맹호군 선생님의 혐의가 가장 큽니다. 하지만 그 혐의가 너무 커서 오히려 의심을 살 수 있는 거예요.”일이 이때쯤 되면 못할 말도 없었다.“워낙 저에게 불만이 많은 분이라 소희에게 병을 악화시킬 수 있는 약도 몰래 넣었죠. 근데 이 모든 게 너무 겉으로 드러나 있어서 의심스러운 겁니다.”“여긴 능력자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고, 다른 조직에서 들여보낸 사람이라면 더욱 범상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