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은은 끓인 탕약을 쏟아냈다. 김이 모락모락 나고 약초 특유의 향긋한 냄새가 났다. 그녀는 집중해서 탕약을 한 그릇에 붓고, 또 다른 난로 위의 주전자를 가지러 돌아섰다. 그 안에 끓인 것은 독을 맑게 하고 열을 내리는 약즙인데, 마시는 것이 아니라 방에 뿌린 것이다.다만 농도로 희석한 후 분무해야 했다.모든 일을 마치고 한소은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다행히 여기에서는 보호복을 입을 필요가 없었다. 아니면 땀투성이일 것이다.방호복을 벗을 때마다 샤워를 한 번 한 것 같았다. 가슴과 등이 흠뻑 젖어 있는데, 체질이 나쁜 자는 아마 그대로 지쳐 쓰러졌을 것이다.한쪽 의자에 앉아 몸을 돌려 종이와 펜을 들고 중요한 데이터를 기록하기 시작했다.한 손으로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데이터 기록을 한데 모아 적어 놓았는데 다른 생각이 났다.이전에 이 교수 쪽의 실험 기지에서 그녀는 일찍이 데이터를 폐기하려고 시도했지만, 원철수에 의해 실수로 복구되었다.나중에 해커를 찾아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하려고 했다. 당시 윤설웅은 결과가 나오면 그녀에게 알리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아무 소식도 없었다.그가 이 일을 까맣게 잊어버린 것인지, 아니면 그가 찾는 사람이 실력이 부족한지, 아니면 실험 기지의 사이버 방어 시스템이 너무 강한 것인지 아직은 모른다.고개를 저으며 한소은은 조금 뻐근해진 자신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만약 윤설웅이 아직 찾지 못했다면 어르신은 아마 크게 슬퍼할 것이다.이때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들어오세요.”ㅎ나소은은 고개를 들어 자신의 콧등뼈를 문질렀다.“한 선생.”문을 밀고 들어온 사람은 모 선생이다. 그는 손에 서류를 들고 곧장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 “이건 고 주임이 한 선생한테 주는 서류입니다.”“무슨 서류인가요?”한소은은 손을 뻗어 받아 의심스럽다는 듯 한 마디 묻고는 고개를 숙여 보았다.위의 첫 줄을 보고 한소은은 이미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무증상 감염?”“맞아요.”모 선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모범이 아직 서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다른 일 있으세요?”“…….”모범은 몇 번이나 말을 그쳤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한 선생, 소희…… 정말 자신 있으세요?”아까 거기에서 물어볼 수 없었던 질문이다. 사람들도 많고 서로 다른 계통의 의사이기도 하기 때문에 모범도 한소은의 판단에 확실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사람들 앞에서 자기 동료를 의심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한 행위이다. 어쨌든 사람들 앞에서 의심하면 바로 분열을 일으키는 것이다. 토론을 할 수 있지만 다른 의학에 마음대로 다른 계통의 의학에 뭐라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과학이라는 것은 지금까지도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많으며, 모든 일은 양면적으로 보아야 한다. 즉 과학적인 변증법적이다.한소은은 모범을 깊이 보았다. 전에 병실에서 그녀를 의심했던 사람이라면 해명하기도 귀찮았을 것이다.선입견의 의심과 부정, 한소은이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없었다.“이전에 서진 씨도 이런 반응을 보였어요. 당시 너무 걱정되고 경험이 없어 잘못된 판단을 내렸고, 서진 씨도 아픔을 겪었지만 다행히 다행히 잘 견뎌냈어요. 근데 소희는 어리잖아요. 같은 상황을 겪으면 버티지 못할까 봐 두려웠어요. 수액하는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더 위험해요.”몇 초를 멈추고 한소은은 두 손을 펴면서 약간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제가 이렇게 말하면 이해 가나요?”모범은 눈살을 찌푸리며 열심히 듣고 나서 다시 생각했다.“알겠습니다. 하지만 소희 상황이 김서진 씨랑 같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까?”“네!”그녀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눈빛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한소은의 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모범의 마음이 조금 편해진 것 같았다. 뜻밖에도 그녀를 믿고 싶어졌다.“솔직히 한 선생 믿지는 않아요.”모 선생이 담담하게 말했다.“하지만 한 선생 말이 맞았으면 좋겠어요.”어쨌든 그들 모두 의사이고,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환자들이 치유되고
“맹 선생!”다시 걸음을 멈추고 모범은 고개를 돌려 맹호군에게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지난번 데이터에서 실수했죠. 다행히 알아내서 큰 착오는 없었지만 이런 실수 두 번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그때 그 일을 떠올리고 맹호군은 약간 짜증을 내며 모범의 어깨를 짚고 말했다.“네네, 알았어요! 이런 실수 딱 봐도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맹 선생이 좋다는 거죠, 동료를 아끼고, 정말 고맙게 생각하는데, 어때요, 나랑 한 잔 할까요?”“근무시간에 술은 안 돼요!”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보면서 모범이 말했다.“술은 어디서 났어요?”여기서 식사는 모두 일괄적으로 제공되고 집도 마음대로 돌아갈 수 없는데 근데 술이라니? 어디서 마시는 술?맹호군이 어설픈 웃음을 지었다.“농담이죠, 술은 당연히 없죠, 그냥 웃자고 말하는 거예요! 내 말은 나중에 우리가 성공하고 나가면 축하주 마셔야 한다는 얘기예요! 모 선생 한테도 고마운 일이 많고!”“다 일 때문인데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농담이라는 말에 모범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사양하며 발길을 돌렸다.그러나 맹호군은 그의 길을 막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모 선생, 좀 물어볼 것이 있는데요.”“무슨 일입니까?”모범의 말투가 별로 좋지 않았다.그는 급하게 일보러 가야 하는데 맹호군이 자꾸 질척댔다. 짜증은 나지만 동료이고, 또 맹호군은 외국에서 유학을 다녀온 의사이기에 일하는 스타일이 서양문화의 영향을 받아 그들과 달리 조금 열정적이었다. “그 한 선생, 잘 알죠?”턱으로 뒤쪽 방향을 가리키며 그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모범은 그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당시 고 주임과 원 어르신을 모시러 갔던 게 맹 선생이니까 잘 알 것 아니예요. 왜 원 어르신이 아닌 저 젊은 여자를 데리고 왔어요? 저 사람…… 정체가 뭐예요?”말하며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비를 더듬어 그에게 건네주었다.눈썹을 찡그리며 모범은 손에 든 담배를 보았다.“여기 흡연 구역 아니예요.”“아…….”정
정신을 차리고 나서 모범은 말투가 조금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한소은에 관하여 입을 열지 않았다.“맹 선생, 여기에 올 수 있는 분들 일반인은 아닙니다. 맹 선생도 그렇고요, 고 주임이 이미 말했잖아요, 다들 동료이고 또 이 프로젝트를 위하는 의사들이니까 다른 일에 대해 너무 궁금해하지 마세요!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자신의 맡은 일은 잘 해내는 겁니다.”모범이 잠시 멈추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지난번 모 선생의 실수는 제때에 바로잡을 수 있어 보고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또 생긴다면…….”“아닙니다. 그런 일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모범이 내민 손가락을 얼른 잡고 맹호군은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을 거예요, 약속할게요! 맹 선생 말이 맞아요, 내가 그렇게 묻는 거 아니었어요! 아, 시간이 다 된 것 같은데요, 저도 일보러 가야겠어요!”말을 마치자, 그는 손을 떼고 고개를 돌려 더 이상 모범의 길을 막지 않고 가버렸다.그가 멀리 가는 것을 보고, 모범은 마지못해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일을 계속했다.“물건은 다 준비됐어?”얼굴을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는 나지막하고 쉰 목소리, 이 목소리는 임상언의 악몽이었다.몇 번이나 악몽에서 깨어났을 때 귓가에 맴도는 소리가 바로 이 소리이다.천천히 고개를 들지만 시선은 아래로 내려갔다. 의자에 서도 키가 자기 키밖에 안 되는 사람을 바라보며 임상언은 주먹을 꽉 잡고 겸손하게 입을 열었다.“그래, 언제든 출발할 수 있어.”“좋았어! 내일이면 난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나갈 수 있어!”그는 두 팔을 벌리고 웃었고, 웃음소리 방안에서 맴돌았다.“넌 왜 안 웃어? 기쁘지 않아??!! 우리 곧 성공하게 돼! 새로운 곳에 가게 되면 우리 실험도 성공하는 거야, 그럼 모두가 내 명령에 따르게 돼!”한 손을 주먹을 불끈 쥐고 그의 눈에서 야릇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임상언이 고개를 숙였다.“난 그렇게 쉽게 성공하지 않을 것 같은데.”“응?! 너 지금 날 의심하는 거야?
“그 쓰레기들이?”남자가 아주 날카롭게 웃으며 풍자하였다. 엄연히 그가 말하는 ‘쓰레기’는 안중에도 없었다.임상언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듣기로 국내 전문이들이 모여서 지금 연구 중이래.”“뭐가 두려워! 무서운 게 그렇게 많고서야 어떻게 큰일을 해!”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지금 세계 전문학자도 2개월 넘게 연구했는데 아무 것도 모르잖아, 걔들 정말 세계 학자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해?”“그렇긴 하지만…….”임상언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였다.“한소은이 있잖아, 그리고 주효영도 있고, 네가 생각한 만큼 그렇게 나약하지 않아. 너도 그 사람들이 도움이 필요한 거고.”이 말을 남자는 눈을 가늘게 떴다. “주효영은 일단 신경 쓰지 말고, 한소은은 어떻게 됐어? 우리 편이 아니라면 걔도 세상에 존재할 필요 없어!”“내가 말했잖아, 쉽게 굴복할 사람이 아니라고, 한소은은 나와 달라…….”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자는 임상언의 말을 끊고 차갑게 말했다.“뭐가 달라! 사람이면 약점이 있고, 한소은도 아들 있잖아, 임신도 했다며, 임산부도 제대로 해결 못하고, 임상언, 나 정말 널 믿어도 되는 거야, 네가 해결하겠다고 나서지만 않았어도 우리 애들이 먼저 해결했을 거야!”“경고하는데 딱 사흘이야! 사흘 동안 만약 처리가 안 되면 그땐 내 방식대로 할 거야!”“한소은 요즘 집에 없어, 전화도 안 받고, 아마 여기에는 없을 거야.”임상언은 황급히 설명했다.“지난번 약 사건에서 아마 위험을 느꼈을 거야, 마침 아들도 찾을 수 없고, 아마 아들과 같이 어디에 숨었을 가능성이 높아.”“숨었다고?”남자는 곁눈질하며 냉소하더니 손을 들어 손벽을 쳤다.임상언은 등이 움찔하더니 곧이어 문이 열리고 하이힐 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았다.주효영이 밖에서 걸어 들어왔다. 한 손은 아무렇게나 가슴에 얹고 다른 한 손으로 받치고 있었다.그 손에는 휴대전화가 쥐어져 있었고, 휴대전화에서 작은 동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그의 물음에 주효영은 조급해 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왜, 저한테 불을 붙이려고요? 잊었나 본데, 난 당신 직책과 달라요, 난 연구개발을 책임지고, 당신은 외부를 책임지고, 게다가 한소은이 당신의 오랜 친구라며, 아들과 친하는 거 아니었어요? 당신 책임지고 잡아오면 되겠네, 아닌가요?”“잘 아는 사이라서 내가 나서면 안 된다는 거예요.”눈을 가늘게 뜨고, 임상언은 눈앞의 이 요염하고 눈부신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의 예쁜 눈에는 계산적인 빛이 가득했다.“연구개발팀이라고요? 근데 뭘 연구해냈는데요, 지금까지 쓰는 거 다 이전 제품이잖아요. 사장이 원하는 그거 아직도 성공하지 못하였다면서요, 정말 당신 능력이 의심되네요.”“너…….”급소를 찔려 주효영의 안색이 일변하였다.그러나 임상언은 그녀의 안색을 무시하고 말을 계속했다.“오죽하면 사장님이 한소은을 잡아오게 했을까, 뭐…… 이쪽 실력은 확실히 당신보다 낫으니까 할 말은 없겠죠! 그 사람 곧 오게 될 텐데 시간 없어요! 정말 안 되면 버티지 말고 그냥 말해요, 우리도 대비할 수 있게,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는 좋잖아요.”주효영은 화를 내며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내 능력, 사장님은 알아요, 내 성과 세계도 알아주는 거라고요, 당신이 여기서 뭐라고 말할 입장은 아닌 것 같네요! 한소은이 나보다 뛰어나다고, 그럼 잡아오던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지, 나와 한소은 누가 세계 최고인지 나도 궁금하니까!”“말은 잘 하네요, 상대하지 못할 가봐 두려워서 몰래 죽이려고도 했으면서.”“뭐라고요?!”“내가 무슨 말인지는 잘 알고 있을 텐데!”“임상언 너 말 똑바로 해!”“왜요, 뇌용량이 부족한가? 그때 한소은 차 사고, 정말 당신과 관계없는 일인가요?”“그건…….”“그만해!”남자는 그제서야 차가운 눈빛으로 입을 열어 그들의 싸움을 막았다.“같은 편인데 뭘 싸워!”“사장님…….”주효영이 또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데 남자의 시선에 입술을 오므리고는 말을 삼켰다.“임상언 너도 여
“알겠습니다.”주효영은 아주 시원시원하게 대답해서 눈도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남자는 매우 만족하여 고개를 끄덕이며 눈빛도 많이 누그러졌다.“주효영, 너는 내가 왜 너를 가장 좋아하는지 알아?”“보스의 마음을 내가 어떻게 감히 짐작할 수 있겠어요?”주효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나는 너의 냉혈하고 무자비함이 좋아. 임상언처럼 우유부단한 그런 감정이 없어! 큰일을 하는 사람은 마음속에 어떤 인자함도 있어서는 안 돼. 애초에 그렇게 많은 우수한 대학원생 중에서, 나는 너를 선택했어. 바로 네가 충분히 냉혈하고 냉혹했기 때문이야.”주효영은 얼굴색도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보스 말씀이 맞아요.”“R7은 어떻게 되가는 거야?”남자가 말머리를 돌리더니 갑자기 물었다.“말 잘 듣고 있어요. 아직은 순조로워요.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가 이렇게 빨리 새 기지로 옮길 수 없었을 거예요. 보스, 안심하세요. 모든 게 제 손에 잡혀 있어요.”그녀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주효영을 깊이 쳐다보던 남자는 손가락으로 다른 손의 손등을 살짝 짚었다.“전에 네가 R7의 약효를 통제할 수 없어서 계속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했던 거 같은데, 왜 지금 와서 사용한 거지? 이제는 통제할 수 있는 거야?”“통제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에요. 실제로 사용했을 때 효과가 얼마나 발휘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현재로서는 효과가 만족스러워요. 모든 것이 우리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고 있어요. 당신도 보셨잖아요!”주효영이 대답했다.“좋아! 하지만 임상언의 말도 틀리지 않아, 가장 중요한 R10, 너는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했어. 주효영, 내가 너에게 준 시간은 절대 적지 않아, 나의 인내심은 한계가 있어. 너에게 주어진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어!”그는 차분한 어조로 위협이 아닌 가장 담담하게 물음을 물었다.그러나 주효영은 오히려 온몸이 휘청거리고 등에 소름이 돋아나는 것 같았다.그녀는 고개를 푹 떨궜다.“알고 있어요. 이미 속도를 높이고 있어요. 곧 성공할 것이라고
“할아버지, 간식 드세요.”아이의 작은 목소리는 여리고 귀여웠다.원 어르신이 고개를 돌리자, 김준이 커다란 쟁반을 들고 있고 가사도우미는 그가 쟁반을 떨어뜨릴까 봐 조심스럽게 옆에서 지키고 있었다.분명히 어린 녀석이 너무 고집이 세서 꼭 자기가 들겠다고 떼를 쓴 것이다.가사 도우미는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으니, 옆에서 지키고 있을 수밖에 없다.“할아버지는 안 먹어. 우리 준이 먹어.”원 어르신은 입술을 치켜 올리며 웃었고 부드럽게 말했다.“할아버지 드세요!”김준은 원 어르신의 말을 듣지 않고 까치발을 들고 서서 쟁반을 열심히 들어 올렸다. 하지만 키가 아직 작은 그는 더 이상 높이 올릴 수 없었다.그 바람에 김준은 비틀거리며 곧 넘어질 것 같았다.원 어르신은 바삐 쟁반을 받쳐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를 건져 올렸다.“아이고, 이 놈아!”옆에서 가사 도우미가 빠르게 쟁반을 가져가니 원 어르신이 직접 아이를 품에 안았다. “할아버지 좀 쉬게 놔둬라!”“간식, 먹어요!”김준은 그의 품에 안겼지만, 여전히 가만히 있지 않고 과자를 집으려 했다.원 어르신은 어쩔 수 없이 손을 흔들어 가사 도우미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그러고는 쟁반 안에서 간식을 가져와 자기 입에 집어넣고 한 입 베어 물었다.그러자 녀석이 마침내 웃기 시작하며 기뻐서 손뼉을 쳤다.그 모습에 원 어르신도 따라서 웃었다.“이 녀석아, 역시 네가 나를 기쁘게 할 줄 아는구나!”“까르르…….”“아이고…….”원 어르신이 갑자기 긴 한숨을 내쉬며 먼 곳을 바라보았다.“애초에, 그 녀석도 너처럼 내가 안 먹는데도 꼭 먹으라고 옆에서 애교를 부렸었는데. 하지만 그의 모든 행동이 모두 내 비위를 맞추려고 했다고 생각해서, 먹으라고 하면 할수록 안 먹었었지. 나중엔 급해서 울기까지 했지 뭐냐. ”말하면서 원 어르신은 웃기 시작했다.웃으면서 그의 입술의 웃음이 점점 굳어졌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자, 눈의 웃음기도 점차 옅어졌다.김준은 아직 그의 말 속의 뜻을 잘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