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부의 신분으로도 상관할 수 없는 건가요?”주효영은 이해가 가지 않는지 눈살을 찌푸렸다.진정기가 다시 설명했다.“내 신분이 낮지 않더라도 담당 부서가 다르면 내가 맡을 수 없어.”“쳇…….”주효영은 피식하며 약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모부가 얼마나 대단한가 싶었는데, 그게 전부였어요?”그녀의 비아냥에도 진정기는 반박하지 않고 오히려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한편, 멀리 옆에서 곁눈질하는 주현철 부부는 어리둥절하게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우리 효영이가 진정기의 무슨 꼬투리를 잡은 걸까? 나는 여태껏 형부가 이렇게 말을 잘 듣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 예전에 내 누나 앞에서도 그는 이렇지 않았어. 이 느낌은 마치…….”주현철은 잠시 머뭇거리며 그 단어를 말하지 않았다.오히려 직설적으로 유해나가 말했다.“느낌이 마치 한 마리 개 같다는 거죠?!”주현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를 째려보았지만, 꾸짖지 않았다.그의 마음속에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사실 아까 딸한테 슬쩍 물어봤어요. 도대체 무슨 비밀인지…….”“그래서 효영이가 뭐라고 했어?”주현철은 매우 흥분했다. 사실 그도 매우 궁금했었다.“효영이가…… 들으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대요. 그래도 들어야 하냐고…….”그 말을 하는 딸의 눈빛을 생각하니 유해나는 다시 소름이 돋았다.주현철은 어이가 없었다.“갈수록 이 계집애의 마음을 알 수 없어요!”유해나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다 자기 말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져 한마디 덧붙였다.“어쩌면 우리가 딸을 너무 몰랐을지도 몰라요. 난 우리 딸이 그렇게 대단해서 어린 나이에 누구에게 독을 먹였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게다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잖아요.”당시 주현철이 진정기의 말을 들었을 때, 마치 어불성설처럼 느껴졌다.어떻게 무색무취로 독을 먹일 수 있는지! 어떻게 장기적이고 만성적인 독을 먹인 건지! 게다가 독은 흡입하는 방식으로 중독된다니! 무슨 무협 소설도
주현철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이 김씨 가문은 망한 거나 다름없겠어. 이 프로젝트를 잘 완성한다면, 우리 집도 높이 날아올 수 있겠지. 김씨 가문의 지위를 대체할 수 있을지도 몰라!’주현철은 기분이 좋아서 더 이상 좇아가지 않았다.……천장의 등불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보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눈에는 아무런 빛도 없었다. 살아있는 생기를 잃은 것 같았다.마치, 이미 죽은 것 같았다.그러나 그는 여전히 숨을 쉬고 있고, 죽지 않았다.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정한 시간마다 온몸이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고통으로 인해 그는 머리를 벽에 부딪치고, 몸으로 이 방의 부딪칠 수 있는 모든 곳을 부딪쳤다.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다.정말 이대로 죽었으면 더 편했을 것이다! ! !원철수는 자신이 언젠가 이런 처지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여태껏 그는 집에서 사랑을 가득 받으며 자랐고, 둘째 할아버지 앞에서 말고는 그에게 눈치를 줄 사람이 없었다…….그는 여기에 갇혀 시험용 생쥐 취급을 당했다.그러나 그는 죽지도 못했다.문을 여는 소리도 이제는 무감각해졌고, 원철수의 눈꺼풀은 움직이지도 않았다.이 지옥 같은 곳에서는 누가 와도 똑같았다.“오늘 발작하지 않았나?”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사람은 펜으로 메모하는 것 같았다.“당신이 발작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어. 보아하니 약에 대한 내성이 꽤 강한 것 같아.”“…….”“오늘은 어제보다 밥을 조금 더 먹었군. 좋아. 이제 죽겠다고 발버둥 치지 않는 거야?”“…….”“당신 이름이 뭔지 기억해?”“…….”메모하던 펜이 멈추는 듯했고, 남자가 다시 물었다.“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기억해?”“…….”“대답하기 싫으신가? 아니면 뭐라 대답할지 모르는 건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거야?”“…….”발소리가 다가오더니, 한 손이 원철수의 눈앞에서 흔들며 그의 눈빛과 천장 사이를 갈라놓았다.원철수의 미간이 아주 미묘하게 움
이 말을 듣자, 원철수의 눈동자가 움직이더니 마침내 반응이 나타났다.다만, 살짝 곁눈질로 임상언을 힐끗 쳐다본 다음 천장 쪽을 다시 바라보았을 뿐, 엄연히 그를 신뢰하지 않는 듯했다.임상언은 예상했다는 듯이 웃으며 침대 옆에 앉았다.“당신…… 날 못 믿는 거야?”원철수는 그를 쳐다보기도 귀찮았다.‘그걸 알면서도 묻는 거야?’“당신이 날 믿지 않는 건 옳은 일이야. 이런 세상에서 누가 누구를 믿을 수 있겠어?”임상언의 말은 일부러 원철수에게 들려주는 것 같기도 하고, 자신에게 들려주는 것 같기도 했다.“나를 믿지 않아도 돼. 내가 또다시 당신을 속이는 거라고 생각해도 좋고. 하지만 이거 하나만 기억해. 내가 지금부터 하려는 말은 오직 한 번만 할 거야. 믿거나 말거나, 당신이 선택해.”임상언은 원철수가 어떤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말을 이어갔다.“내일, 당신은 다른 곳으로 옮겨질 거야. 여긴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 우리의 실험은 더 크고 안전한 곳으로 옮겨가서 진행할 예정이야. 당신에게 내일은, 탈출할 유일한 기회가 될 거야.”원철수는 속으로 자기에게 여러 번 말했다.‘이 사람은 사기꾼이야. 그에게 한번 속았었어. 그를 믿으면 안 돼. 한 번 더 속임수에 넘어가서는 안 돼!’하지만, 탈출이라는 단어를 듣고는 참지 못하고 귀를 쫑긋 세웠다.원철수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천천히 돌려 그의 옆에 앉아 있는 임상언을 바라보았다.임상언의 두 눈은 앞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어 마치 그에게 말하는 것 같았지만 자세히 보면 또 아닌 것 같았다.“내일 당신을 차에 태워 새로운 실험 기지로 옮기려 할 거야. 사람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차량 행렬은 동시에 출발하지 않을 거야. 만약 당신이 시간을 잘 계산한다면, 출발한 지 약 20분이 지난 후에, 방법을 찾아 차를 빼앗을 수 있어.”“그때 큰 소란을 일으키거나 난동을 부리면, 다른 사람에게 구조될 수 있을 거야. 하지만…….”임상언은 잠시 말을 멈추고, 천천히 말했다.“그때를 놓치면, 당신은 도망갈 수
“이제 내가 당신을 속이는 것 같지 않아?”임상언은 고개를 돌려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원철수는 입술을 굳게 닫고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사실 그는 임상언이 이번에도 자기를 속였는지, 아니면 정말 도와주려는 건지 확신하지 못했다.다만…… 사람의 마음은 죽었지만, 그래도 희망을 품고, 살아갈 희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결국 사람이 사는 것은 살기 위한 것이지 죽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비록 만분의 일의 가능성이라도, 그는 한번 해 보고 싶었다.침묵하는 원철수의 반응에 임상언은 싱긋 웃으며 등을 돌린 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고개를 살짝 젖혔다.“만약, 만약 당신이 운이 좋아서 도망갈 수 있다면…… 그들을 가만 놔두지 않겠지.”원철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 말을 마치고 임상언은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문이 다시 닫히고 죽은 듯한 고요함이 흘렀으나 다시 생의 기운이 돌자, 시체처럼 침대에 누워 있던 원철수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단지 일어나는 간단한 동작이 그에게는 그렇게 힘든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마음속에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앉았다 일어나서, 그 알약을 내려다보고, 코끝에 가져가서 냄새를 맡았다.그래도 원철수는 약의 성분에 대해 민감했다.냄새를 맡은 후 천천히 손을 내려 손바닥을 꽉 쥐었다.도망쳐야 해…….꼭 도망쳐야 해!……김서진은 보호복과 격리 커버를 착용하고 출발했다.이동하는 도중은 보안이 철저했고 매우 빨랐다.또한 김서진 쪽의 사람들도 비밀에 부쳐져 있어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마치 이 병원에 오지 않았던 것처럼 바쁘게 왔다가 소리 없이 떠났다.한소은은 줄곧 그의 곁에 있었다.비록 모두가 장갑을 끼고 있었지만, 두 손은 꼭 맞잡았다.고 주임은 단지 그들을 한 번 보았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들은 아무 말도 없이 X 부서에 이르렀다.첨단 기술과 충격적인 광경에도 김서진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심지어 주위를 둘러보지도 않았
“있습니다!”고 주임은 확신에 찬 듯 고개를 끄덕였고, 계속해서 말했다.“다만, 아직 사용한 적이 없을 뿐이에요.”그의 말에 한소은은 잠시 고민했다.“…….”“VIP 병실과 아래층 일반 병실에 무슨 차이가 있나요?”한참 고민하다 한소은이 다시 물었다.“직접 가서 확인해 봐요. 만약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다시 의논하면 되죠.”고 주임이 살짝 웃더니 말했다.“난 아직 일이 좀 있어서 당신이 김서진 씨를 병실로 데려가세요. 다른 자세한 병세는 나중에 다시 자세히 이야기합시다.”한소은은 또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고 주임은 이미 떠났다.그녀가 VIP 병실에 도착하고 나서야 이곳의 조건이 정말 아래층보다 훨씬 좋다는 것을 발견했다.아래층에는 따로 격리된 작은 방이다.그 안에 작은 칸막이가 있는데, 칸막이에는 변기와 샤워기가 있어 냄새가 심하다.가끔은 마스크를 끼고도 들어가면 냄새가 심해 구역질이 난다.하지만 위층은 다르다. 간이 호텔 방 같았다.화장실이 따로 있을 뿐만 아니라 소파와 TV도 있다.침대도 매트리스를 넣어 푹신하고 편안했다.한소은이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을 때 김서진은 이미 침대로 향했다. 그는 반쯤 기대어 있었고, 상태도 괜찮아 보였다.전염의 위험이 전혀 없다고 확신할 수 없는 시기에, 한소은과 이곳의 직원들은 아직 방호복을 벗을 수 없었다.그의 앞에 서서, 그렇게 가까운 것 같지만, 또 멀어 보이기도 했다.지금 당장 따뜻한 포옹을 할 수도 없다.“당신도 여기 처음 와본 거예요?”그녀가 사방을 훑어보는 것을 보고 김서진이 물었다.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다 또 고개를 저었다.“정확히 말해서, 난 여기에 VIP 병실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정말…….”“정말 뭐요?”그녀가 가볍게 웃다가 한숨을 쉬며 말하려다가 멈추는 모습을 보자 김서진이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원래 이렇게 무서운 병마 앞에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생각했었어요. 누구든 병에 걸리면 똑같이 걸리고 도망갈 수 없을 거라고 생
여기까지 말하자 한소은은 목이 메었다.한소은은 결코 약한 사람이 아니다.하지만 이 일은 정말로 그녀를 괴롭게 했다.어쩌면 엄마의 마음을 대입한 것일지도 모른다.많은 생각을 하면, 그녀는 바로 해독제를 연구 개발할 수 없고, 이 바이러스를 연구한 사람을 잡아내서 혼낼 수 없는 것을 한스러워했다.인류가 오늘날까지 발전하고 과학기술이 그렇게 발달하고, 많은 발명과 연구를 하는 것은 모두 우리의 생활을 더 좋게 하기 위한 것이지, 이런 죽음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어느 한 사람의 야망을 만족시키기 위해 이 세계를 지옥처럼 만들 수는 없다.김서진은 손을 내밀어 장갑 낀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그럼 그 아이도 위층에 살게 해 줘요.”“?”한소은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그 아이와 방을 바꾸겠다는 말이에요?”조용히 웃으며 김서진이 말했다.“위층에는 VIP 병실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지금 다 비어있는 거 같던데. 왜 한 칸을 더 못 내는 거죠? 만약 돈을 더 내야 한다면, 이 돈은, 우리가 내면 되잖아요. 만약 신분이 부족하면…….”김서진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내 딸이라는 신분으로는 충분하겠죠?”“딸?”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말했다.“그 아이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했잖아요. 아무도 그 아이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우리가 그 아이의 부모가 돼주는 거 어때요? 병이다. 나으면 입양 수속을 밟아서 그 아이를 입양해요. 아니면 그렇게 번거롭게 하지 말고 수양딸로 생각해도 괜찮을 거 같네요.”“정말 그럴 생각이에요?”한소은은 매우 놀랐다.“왜요, 싫어요? 우리에겐 아직 딸이 없잖아요. 당신 뱃속에 두 아이도, 딸일지 확실치 않아요. 설사 딸이라 해도 언니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김서진의 눈빛은 한소은의 배 위로 부드럽게 떨어졌고, 두꺼운 방호복을 사이에 두고 배가 얼마나 부풀어 오른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는 그곳에 두 개의 작은 생명이 있다는 것을 안다.여기까지 생각
한소은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본 김서진은 가볍게 웃었다.“그렇게 쳐다보지 마요. 나도 정부 부서의 사람들을 상대했었다는 거 잊으면 안 되죠.”그가 이렇게 말하자 오히려 한소은을 일깨워 주어 한 가지 일이 생각났다.“당신에게 물어볼 일이 하나 있는데…….”“얼마든지 물어봐요. 내게 이렇게 예의를 차릴 필요가 있나요?”한소은이 말을 다 할 필요도 없이 김서진은 곧 그녀의 뜻을 알아차리고 말을 이었다.한소은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 물었다.“당신은 그래도 나보다 진정기에 대해 잘 알잖아요. 그 사람은 변덕스러운 사람인가요?”“아니, 정반대로 그는 독단적인 사람이에요. 왜 이런 걸 묻는거에요?”김서진은 이상하다는 듯이 그녀에게 되물었다.한소은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그녀도 확실하지 않았다.그녀는 단지 두 통의 전화를 받았을 뿐이고, 지금까지 진정기를 만나보지 못했다.오직 진가연이 전화로 하소연하는 것만 들었다. 그러나 자세한 내용은 잘 알지 못했다.“당신이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런 질문은 하지 않죠.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김서진은 직감적으로 예민함으로 이 일이 간단치 않다고 느꼈다.“가연이에게 일이 생겼어요.”김서진에게 숨길 것도 없다고 생각한 한소은이 말했다.“무슨 일인데요?”한소은은 대략적인 상황을 말해주었다.“가연이는 교만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아이가 아니에요. 전에 진정기를 몇 번 본 적이 없어요. 그러나 그의 사람 됨됨이로 보아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한소은이 눈썹을 한껏 찌푸렸다.“맞아요.”그녀가 말한 것을 듣고 김서진도 이 일에 수상쩍은 점이 있다고 느꼈다.“내 생각엔 이 일은 주효영과 분명 연관이 있는 거 같아요.”김서진은 약간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진가연의 그 사촌 누나 말인가요?”“맞아요!”한소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녀는 나와 함께 연구소에서 함께 일을 했었어요. 하지만 나는 그녀를 본 적이 없어요. 심지어 그녀의 존재도 몰랐어요. 내가 그 연구소를 떠나고 나서야
김서진은 자신이 한소은의 피난처이자 보호막이며 그녀가 서식할 수 있는 항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중에 보니, 사실 한소은은 자신이 아는 것보다 훨씬 더 훌륭했고, 알면 알수록 그녀를 더욱 사랑하게 된다.“그냥 공부를 좀 더 한 건데, 뭘 그렇게까지.”칭찬받는 게 불편한 한소은은 조용히 중얼거렸다.“정말인데!”김서진은 한소은의 손을 살며시 잡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여기만 아니었어도 정말 품에 안고 딥 키스하고 싶었다.잠시 침묵이 흘렀을 때, 김서진은 뭔가 생각난 듯했다.“준이 요즘 어때요?”“이제야 아들 생각 해요?”한소은은 한심하다는 듯 김서진을 보며 입을 오므리고 웃었다.한소은은 김서진이 다 잊은 줄 알았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난 이후 지금까지 김서진은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더 이상 묻지 않는다면 한소은은 아마 먼저 김서진에게 물었을 것이다. 당신 아들 기억하나고.“내 아들인데 당연히 해야죠.”김서진은 그럴 듯하게 말하며 한소은을 쳐다보았다.“준이는 아마 스승님 곁에 있을 거예요. 잘…… 있겠죠.”김준과는 한동안 연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스승 곁에 있으니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네?” 김서진이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당신 스승님…….”“다시 천천히 알려줄게요!”한소은이 웃으며 말했다.“…….”‘이 여자가!’김이 모락모락 나는 물에 수건을 가볍게 넣고 적셔 짰다.모든 것이 질서 정연하다.오이연은 수건을 들고 목부터 어깨, 허리까지 남자의 몸을 천천히 닦았다.원래 튼튼했던 몸은 지금 이미 상처투성이다, 특히 가슴과 허리 두 군데의 상처, 눈에 띄는 총상이었다!흉터로부터 그때 총에 맞았을 때 얼마나 위험했는지, 얼마나 아팠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벌써 며칠이 지났는데, 매번 닦아줄 때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허리를 닦고 멈추자 오이연은 몸을 돌려 수건을 던지고 고개를 숙였다. 눈물은 소리 없이 대야에 부딪혔고 작은 물보라가 튀었다.“울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