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정진은 머리를 감싸쥐고 몸을 웅크리며 비명을 질렀다.경찰은 잇달아 고개를 돌렸다. 아직 성연희의 신분을 알지 못해 장시원의 앞에서 그를 꾸짖지 못했다.“아가씨, 그만 해요.”성연희는 손에 남은 술병 반 개를 집어던지고 경찰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그가 얼마나 많은 여자들에게 피해를 줬는지 알아요? 이 쓰레기의 편을 들어줘요?”경찰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빨리 가!”정진 등을 압송하는 경찰이 외쳤다.정진은 머리의 피를 가리고 성연희와 소희를 싸늘하게 훑어보더니 어두운 얼굴로 나갔다.팀장도 다가와서 소희와 성연희에게 말했다.“미안하지만 두분도 저희와 함께 가시죠.”성연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하지만 빨리 해주세요. 우리 소희가 잠 자는걸 방해하지 말고!”“…….”임구택은 소파에 기대어 소희가 걸어오는 것을 주시하고 있었다. 보일락말락하는 허리는 유독 그를 화나게 하였다.그녀가 다가왔을 때, 결국 못참고 비웃으며 말했다.“보아하니 나랑 있을 때 내가 널 방해했나봐.”소희의 뒤에 있던 성연희는 임구택을 차갑게 흘겨보았다.“당연한거 아니에요? 임 대표님을 떠난 우리 소희는 보는 사람마다 좋아했어요. 어디를 가도 꼬시는 사람이 있어 원하든 말든 다 우리 소희에게 달렸어요!”임구택의 안색은 순간 새파랗게 질렸다.소희는 임구택을 쳐다보지도 않고 캡모자의 챙만 다시 아래로 당겨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장시원은 동정심이 담긴 눈빛으로 임구택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내가 따라가 볼게, 걱정 하지마!”조백림이 말했다. “나도 같이 가!”안색이 어두운 임구택은 사람들이 다 나간 후에야 일어서서 따라갔다. 그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 담겨있었다.구은서는 즉시 앞으로 나가 그를 말렸다.“어디 가? 장시원도 있으니 소희는 괜찮을 거야. 너 까지 갈 필요는 없어.”“신경 꺼, 명원이보고 집에 데려다 달라고 해!”임구택은 싸늘하게 대답해주고는 계속 나갔다.구은서는 갑자기 눈물이 솟구쳐 임구택의 팔을 잡
장명원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이따 전화 할게요.”“응.”구은서는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사람들이 잇달아 떠났다. 단지 사진을 찍어 증거를 수집하는 몇몇 경찰만이 가게의 사장과 이야기하고 있었다.한 경찰이 다른 경찰에게 말했다.“이건 방금 그 두 아가씨의 핸드폰이에요. 여기에 두고 갔네요. 제가 지금 경찰서로 가겠습니다.”경찰이 오자마자 소희 등의 핸드폰을 압수했다. 정진 그 사람들의 핸드폰은 가져갔지만 소희와 성연희의 폰은 두고 갔다.경찰이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가자 구은서는 마스크를 쓰고 따라왔다.“안녕하세요. 소희 친구입니다. 저도 경찰서로 같이 갈 수 있을까요?”그녀는 올때 임구택의 차로 왔고 다른 사람은 이미 가버렸다.경찰이 웃으며 말했다.“그럼요. 같이 가요.”두 사람은 경찰차를 타고 경찰서로 갔다. 경찰은 차를 몰면서 고개를 돌려 구은서에게 말했다.“친구분이 참 대단한 거 같아요. 예전에 배운 적이 있죠?”구은서는 웃는 듯 마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갑자기 조수석에 놓여 있던 핸드폰 켜졌고 독수리의 머리가 반짝였다.경찰은 차를 모느라 앞을 주시하고 있었고 구은서는 독수리의 머리를 한눈에 보고 자신도 모르게 몸을 기울였다.소희의 핸드폰이네!그녀는 이 독수리 머리가 어딘가에서 본 것처럼 익숙하다고 느껴졌다.스크린의 독수리 머리가 서서히 투명해지기 시작하자 구은서는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조수석의 핸드폰에 대고 사진 한 장을 찍었다.경찰서에 도착하자 장명원은 나와서 구은서를 맞이 했다.“누나는 들어가지 마세요. 제가 집까지 바래다 드릴게요.”구은서는 장명원을 보고 문득 생각났다. 그녀는 장명원의 핸드폰에서도 똑같은 독수리 머리를 본 적이 있다!게임인가?그녀는 눈빛이 반짝이고 마음이 급해졌다.장명원은 그녀가 말을 하지 않자 아직도 임구택 때문에 슬퍼하는 줄 알고 낮은 소리로 말해줬다.“누나, 구택형이 홧김에 한 말이니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구은서는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지금 안에 상
곧 장씨 집안의 사람도 왔다.정진의 아버지 정임은 신구 구청장의 비서이다. 권력이 좀 있어 먼저 취조실에 가서 아들을 만났는데 상처투성이가 된 아들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정도로 때려놓고 정당방위라고? 때린 사람은 얼마나 다쳤는지 한번 봅시다.”국장은 담담하게 말했다.“정 선생, 잠시만요. 지금 피해자 측의 일은 모두 장 선생께서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으니 그와 이야기 해보세요.”“장 선생?”정임은 성이 장씨라는 말을 듣고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장시원을 보자마자 마음속의 분노가 갑자기 사라졌다.30분 후, 장시원은 소희, 성연희와 함께 나왔다.조백림은 일어나서 말했다.“끝났어?”장시원은 일부러 임구택을 한번 보고 웃으며 말했다.“끝났어, 이젠 가도 되.”여러사람이 함께 밖으로 나왔다. 구은서는 임구택이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돌아서 말했다.“구택아, 안가?”임구택은 냉담하고 분별할 수 없는 태도로 담담하게 말했다.“먼저 가, 난 아직 할 일이 있어.”구은서는 어리둥절해졌다.“무슨 일이야?”경찰서에서 무슨 일이 있겠어?“그럼 우리 먼저 가자!” 장시원은 소희에게 웃으며 말했다.“두 분은 술을 드셨으니 제가 집까지 데려다 줄게요.”“괜찮아요!”성연희는 웃으며 말했다.“약혼자가 왔어요!”그녀는 소희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모두 안녕, 안녕!”두 사람은 먼저 떠났고 장시원과 조백림 등도 잇달아 떠났다.임구택은 일어나서 취조실로 들어갔다.이미 깊은 밤이라 경찰서마저도 쓸쓸하였다.국장은 임구택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서 속삭였다.“정진 그 사람들은 모두 취조실에 갇혀 있어요. CCTV도 꺼놨아요.”“네!”임구택은 문을 열고 들어가 차갑게 말했다.“제가 말 하기 전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마세요.”“알겠습니다!”국장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문이 닫히자 국장은 감히 떠나지 못하고 직접 밖에서 지키고 있었다.임구택이 취조실에 들어서자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던 정진 등 사람들은 곧바로 일어섰다.
그녀는 앞으로 다가가 피투성인 남자를 보고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 이 모습을 본 그는 순간 슬퍼져 냉정하게 말했다.“임구택, 너 정말 나쁘구나!”임구택의 차가운 얼굴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차를 향해 걸어갔다.마지막이야!오늘 이후, 그는 그이고, 소희는 소희이고, 두 사람은 더 이상 아무런 관계도 없다!......노명성은 먼저 소희를 풍림로의 저택에 데려다 준 후 성연희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성연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노명성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화 났어?”“아니!”노명성은 담담하게 말했다.성연희는 부러진 네일아트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우리 소희가 임구택이랑 헤어졌어.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속으로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아, 원래 모든 감정을 숨기기 좋아해! 그녀를 데리고 화풀이 하고 싶어 술만 마시고 놀려고 했는데 이상한 사람들이 시비를 걸었어. 마침 우리 소희가 화풀이를 할수 있게 했지!”그녀는 끊어진 네일아트를 노명성에게 보여주며 입을 삐죽 내밀고 애교를 부렸다.“여보 호- 해줘, 아파!”육명성은 힐끗 보더니 그의 손을 잡고 정색했다.“화풀이를 해도 되지만 다른 사람들과 같이 가, 너희 둘 다 호신술을 배웠다해도 걱정 되잖아!”“응, 알겠어!”성연희는 순종하는 표정을 지었다.육명성은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걱정마, 장씨 집안에게 말을 해놨으니 더 이상 소희를 괴롭히지 않을거야.”성연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임구택이 있으니 그 누구도 소희를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장시원이 오늘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닌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다 잘 알고 있었다.육명성이 물었다.“서로 좋아하면서 왜 헤어졌어?”성연희는 오늘 임구택 곁에서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는 구은서를 떠올리며 말했다.“아마도 얍삽한 사람이 방해를 하고 있는 거같아. 가만히 두지 않겠어!”“누구?”육명성이 물었다.“구은서!”성연희가 말을 마치자 생각에 잠겼다.“사실 나에게 구은서를 상대할 좋은
시후는 매의 머리를 한참 쳐다보더니 얼굴이 굳어진 채 뒤돌아봤다. “어디서 나온 거예요?”은서가 물었다.“이게 뭔지 알아요?”시후는 냉담한 표정이었다.“잘은 모르지만, 강호에 ‘매골’이라는 사조직이 있어요. 우두머리는 매부리라고 하는데, 혹시 이것과 관계가 있는지도 몰라요.”“매골?” 은서는 눈썹을 찌푸렸다.“뭐하는 조직이에요?”시후는 설명을 이어갔다.“용병처럼 돈을 받고 일하는 조직이에요. 하지만, 그들은 합법적인 일 외에는 하지 않아요. 보통 국경 끝자락에서 거래를 하죠. 그 조직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대단한 사람들이에요. 맡은 일은 거의 실패한 적이 없어요. 물론 커미션도 꽤 높고요.”은서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 신비한 조직과 소희가 어떤 관계지?’‘혹시 내 생각이 지난친걸까?’그러다 그녀는 갑자기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장명원이 강성으로 돌아가기 전에 한 일 역시 매우 신비로웠다. 그는 임구택의 질문에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주시후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의혹을 털어놓았다. 그는 생각에 잠겼다.“혹시 소희와 장명원 두 사람 모두 ‘매골’의 멤버가 아닐까요?”하지만, 은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만약 그들 두 사람이 모두 ‘매골’의 멤버라면 왜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을까요?”장명원은 처음에 소희를 만났을 때 낯선 사람을 본 것 같은 태도였다. 후에 그는 임구택의 일로 소희를 상대하긴 했지만, 소희는 그를 매우 싫어했다.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두 사람은 친분이 없는 것이 분명했다.시후는 은서에게 그들 조직에 대해 설명했다.“‘매골’이라는 조직은 신비로운 조직이라고 들었어요. 그들 조직은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신비로워요. 그들은 정해진 방법만을 통해 연락하고, 멤버들끼리 서로 만나지 않아요.”은서는 다시 사진 속 매의 머리를 쳐다보며 냉소했다.“정해진 방법? 아마도 이 소프트웨어일 거예요!”‘소희가 ‘매골’ 사람이라니!’은서는 이 같은 사실이 의외였다. 시후 역시 마찬가지였다.하지만, 소
은서는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그 사람은 분명히 나를 도와줄 거예요!”……다음날 아침, 소희가 달리기를 하고 돌아오니 연희가 밖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는 붉은색 스포츠카에 기대어 아침거리가 담긴 봉투를 흔들며 눈웃음을 지었다.“생크림 빵, 마카롱,바나나 우유. 모두 네가 좋아하는 거야!”“고마워!” 소희가 종이봉투를 받아 들며 물었다. “들어가서 같이 먹을래?”연희가 기지개를 켜며 대답했다.“아니야, 바로 회사에 가야 해. 봐, 내가 너에게 얼마나 잘하니? 나는 새벽 한시가 다 되어서야 잠들었고, 아침 일찍 회사에 가야 하지만 너를 위해서 이렇게 네가 좋아하는 것들을 잔뜩 사 들고 왔잖아! 나처럼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어디 있니?”소희는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오르면서 순간 마음이 답답해졌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별장으로 향했다. “고마워. 그럼, 잘 가!”“흥! 어쩜 듣기 좋은 말은 한 마디도 안 해주니?”연희는 그녀의 뒤에 대고 불평하다가 이내 웃으며 차에 올라탔다.“갈게!”“조심히 가!”소희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서 손을 흔들었다.그녀는 목욕을 한 뒤, 아침을 먹었다. 식사를 마친 그녀는 핸드폰을 확인하고 나서야 어제 ‘매골’의 문자를 빠뜨린 것을 발견했다.푸른 독수리가 보낸 문자였다. 그는 소희와 하얀 독수리에게 자기는 완전히 폐쇄된 경기에 참가하게 되었으며, 일주일 정도 연락이 안 될 거라고 했다. 하얀 독수리는 답장을 하면서 소희에게 이 사실을 재차 알려주었다. 소희도 그에게 답장했다. [알았어!]그녀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서재로 들어가 디자인 원고를 만들기 시작했다.……소희가 찍힌 영상은 인터넷에서 인기가 폭발적이었다. 전 국민이 실력이 대단하면서 아름다운 검은 옷을 입은 아가씨를 찾고 있었다.이현과 다음 영화를 같이 하게 된 조 감독은 그에게 이 영상을 보여주며 웃었다.“우리 영화에 여자 협객 캐릭터가 있는데, 적합한 사람을 찾지 못해 고민이었어요. 그런데 이 영상을 보면서 이런
이현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소희 일거예요. 소희에게 전화해서 괜찮은지 물어보려던 참이었어요!”그러자 이정남이 피식 웃더니 무심한 말투로 대답했다.“그럴 리가, 소희의 실력으로 다른 사람을 때리면 몰라도 맞고 다니진 않을 거야.”잠시 고민하던 이정남이 제안했다.“잘됐어. 우리 세 사람 언제 한번 모이자고. 영화가 끝나고 약속 잡자. 서로 오랫동안 못 만났잖아!”“그래요!”이현이 쿨하게 대답했다.“정남 씨가 쏘는 건가요?”“쳇!”이정남이 비아냥거리며 대답했다.“설마 너 같은 구두쇠가 털을 뽑기를 바라겠어? 그런 생각은 해본 적도 없어. 당연히 내가 쏘는 거지. 어디서 모일지는 네가 골라!”“좋아요!”이현이 웃으며 대답했다.이정남은 곧바로 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 사람은 모두 샤브샤브를 먹고 싶어 했다.그러나 서인의 가게는 영화 촬영장 쪽에 있었다. 너무 멀어서 거기까지 가지 못하고 세 사람은 거리가 가장 가까운 해운 샤부샤부에 가기로 했다.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이자, 이현은 먼저 소희를 크게 안았다.“소희!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잖아!”그러자 소희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다 강성에 살고 있으니 보고 싶을 때 오늘처럼 만나서 같이 밥 먹으면 되지!”“그러게, 말이야!”이정남은 이현을 끌어 자리에 앉혔다.“억지 부리지 말고 먼저 주문해, 얘기는 먹으면서 하면 되지!”그이 말에 이현은 메뉴를 들어 가장 먼저 소희가 좋아하는 고기와 디저트를 주문하고 다시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술도 마실까요? 갈 때 대리 부르면 되잖아요!”“그러든지. 너희 둘이 마실 수 있으면 술도 시켜!”이정남이 쿨하게 대답했다. 이현은 추가로 청주도 한 병 주문했다.샤부샤부와 디저트가 하나둘씩 나오고 세 사람은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이정남은 먼저 소희에게 동영상에 관해 물었고 소희는 대충 경과를 그들에게 알려주었다,“다치진 않았어?”이현이 걱정스러운 듯 소희를 바라보며 물었다.“아니!”그러자 소희가 고개를
“둘 다 그만해!”소희가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제지했다.“둘 다 그만 싸워. 나와 그 사람 사이의 일은 한두 마디로 설명할 수 없어.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이 얘기는 그만하고 다른 얘기 하자!”이현은 소희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다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다른 얘기 하자! 소희야, 올해 대학 졸업하는 거지? 졸업하고 뭘 할지 생각해 봤어?”이정남도 바고 화제를 돌렸다.“차 감독이 아직도 널 배우로 캐스팅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졸업하고 다른 일 하고 싶지 않으면 차 감독한테 가봐.”이정남의 말에 이현이 비꼬듯 물었다.“믿을만한 사람인 거예요?”“믿을 만해. 나와 몇 번 같이 일한 적 있었거든!”“나는 소희가 북극 디자인 작업실에 남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세 사람은 미래에 대한 계획을 말하며 더 이상 임구택에 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저녁에 집에 돌아온 소희는 샤워한 후 서재에 가서 웨딩드레스 디자인 원고를 계속 그렸다.술을 조금 마시고 저녁 바람이 솔솔 불어 들어오자, 그녀는 나른하게 책상 위에 엎드려 있었다. 조용해진 서재를 보며 갑자기 주변의 모든 것이 무미건조하게 변한 것 같았다.그녀는 카카오톡을 열어 이리저리 보다 그 남자의 프로필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뭔가에 홀린 듯 소희는 그 남자의 프로필 사진을 클릭했다.그의 스토리에는 달랑 사진 한 장 뿐이었다.이건 설날에 그녀가 기분이 좋아서 찍었던 사진인데 그가 “훔쳐” 간 것이다.소희는 예쁘게 피어난 붉은 색의 매화를 보며 가슴이 아팠다.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하고 지금 헤어지기까지 고작 몇 개월이 지났을 뿐이다.소희는 가슴이 답답하고 아팠다. 지금 그 사진을 보니 더 풍자적이었다.그러다 자기의 스토리에 가서 망설임 없이 그 사진을 삭제해 버렸다.한편, 베란다에 앉아있던 임구택도 그 사진을 보고 있었다. 그는 사진을 응시하며 뚫어지게 흐려진 배경을 바라보았다.순간, 매화 뒤에 자단의 책상과 책꽂이가 있는 것 같았다.‘소희가 이 사진을 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