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헤여진거지?”남자의 검은 눈동자는 차갑고 고요하며 얇은 입술은 가볍게 떨렸다.“그저 그렇게 됐어, 누가 잘하고 누가 잘못한게 없어.”장시원이 떠보며 물었다.“헤어지기 싫었지?”임구택은 망설이다가 하고 말했다.“응!”장시원은 비웃으며 말했다.“이전에 넌 그녀를 따라다니는게 마치도 목숨이라도 내줄것 같더니만 지금에 와선 그렇게 한마디로 헤어져?”임구택은 장시원의 말을 개의치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네 주제에 남을 흉보긴, 여자와 헤어지는걸 밥먹듯 하는게 누군데.”장시원은 탄식했다.“우린 다르거든, 난 지금껏 누구에게도 마음이 흔들린적이 없단 말이야.”임구택의 눈밑에 그윽한 빛이 흘러지나 갔다.“마음이 흔들렸어도 다시 만회할수는 있어.”“그래, 그 말 한마디면 돼!”장시원이 웃으며 말했다.“어제 네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걱정했다구, 기왕 이렇게 된거 더 다른 생각 하지 말아. 그저 소희씨나 불쌍하지.”임구택은 냉소하며 말했다.“소희는 네가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녀자신도 자기 마음이 누구에게 가있는지 모르는걸.”“무슨 뜻이야?”장시원은 그 말의 의미를 한순간에 이해할수 없었다.“아무것도 아니야.”임구택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이만 끊어!”전화를 끊은 다음 임구택은 머리속이 텅 비는것 같앗다.어제 그는 분노하고 실망했으며 또 헤어지고 그녀에게 보복한다는 통쾌함도 맛보았다. 그러나 그 많은 정서가 가라 앉자 마음에 공백이 생겼다.마치도 가슴에 구멍이 뚤리고 가장 귀중한것을 파낸 기분이였다.그는 머리를 돌려 침대 머리맡의 서랍을 열고 안을 뒤적거리다가 오래 전에 안에 놓았던 답배를 찾았다.한대 꺼내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들이마시고는 심하게 기침을 했다.확실히 오랫동안 담배를 피우지 않았는데 이제는 이맛에 적응하기도 힘들었다.그래도 그는 계속 입에 물고 한 모금 빨았는데 연기가 목구멍을 심하게 막아서 삼킬수 없었다.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그는 고개를 들어 말했다.“들어와!”임유민이 들어오
제작진의 작업은 이미 끝났고 소희와 작업실은 한동안 휴가를 받게 되여 그녀는 하루 종일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그녀는 직접 성연희에게 웨딩드레스 한 벌을 설계해 주고 싶었다.그래서 모든 시간과 정력을 설계에 쏟아부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잠시도 여유가 없었다.가끔 그녀는 디자인 원고를 그리다가 갑자기 멈추고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기도 하였다.또한 임구택의 꿈을 자주 껐다. 꿈에서 추석때 그녀가 운성으로 돌아갔을 때 그가 한밤중에 그녀를 찾아와 차가 오고 가는 길에서 포옹하던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성연희는 두 사람이 헤어진 것을 알고 노발대발하며 임구택을 찾아가 결판을 내려고 했다.소희는 단호하게 그녀를 막았다.헤어진 후 계속 매달리는것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바꿀 수 없고 자신을 더욱 비굴하게 만들 뿐이다.그녀는 장시원의 여자친구들에게서 이미 너무 많은것을 보았었다.어느날 성연희가 술을 가지고 별장에 왔다. 두 여인은 초저녁부터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소희는 취하지 않았는데 성연희는 곤드레만드레 취해 임구택을 욕했다.“제가 뭐라고? 헤어질테면 헤어져, 누가 희한하대?”“그는 그저 거북이 자식이야, 언젠가는 후회할 날이 있을 거야!”“소희야, 그가 후회하면서 아무리 빌어도 우리는 용서하지 말자!”......소희는 그녀를 침대위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 주었다.성연희는 갑자기 다시 일어나 소희를 안고 통곡했다.“소희야, 너는 왜 울지 않니? 너는 마음이 매우 슬프겠지? 나는 네가 그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 마음속으로 좋아한단걸!”“소희야, 내가 뭘 해줄까?”“네가 이러니 내 마음이 너무 괴로워!”“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소희는 어깨를 다독거리며 말했다.“잘 자고 결혼식 준비나 잘 해!”“소희야!”성연희는 계속 울었다.소희는 소매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며 눈썹을 찌푸리고 강제로 그녀를 밀어 침대에 눕혔다.“빨리 자. 안 그럼 지금 노명생에게 전화를 걸어 너를 데려가게 하겠어.”성연희는 침대에 누워 이불을 목까지
소희가 담담하게 말했다.“난 그를 잊고 싶지 않아!”그를 왜 잊어? 잊지 말아야 그의 단호한 결정을 기억하고 앞으로 정신을 차릴 수 있다!성연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거니?”소희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더 이상 반대하지도 않고 디자이너가 모든걸 발휘하도록 내버려 두었다.마지막으로 디자이너가 소희에게 골라준 것은 검은색의 허리까지 오는 폴로 셔츠였다. 하체는 검은색 미니스커트였다. 그녀의 피부는 원래 하얀데다가 지금은 더욱 전체가 빛을 발산하는 것처럼 아름다왔다.메이크업 아티스트는 그녀에게 너무 진한 화장을 하지 않고 옅은 화장에 복숭아색 립스틱을 더해 주었는데 일종의 순수한 섹시함이 보였다.성연희는 비명을 질렀다.“난 정말 임구택에게 너의 지금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그에게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려주고 싶어.”소희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너는 임구택 옆에 예쁜 여자가 모자랄것 같니?”성연희는 눈썹을 치켜세웠다.“세계미인선발대회 우승자가 옆에 있다 해도 소희 네가 더 예쁠걸.”소희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낯설어 외출할 때 검은색 캡을 머리에 눌러 썼다.성연희는 차를 몰고 소희를 데리고 강성에서 가장 핫한 나이트클럽에 갔다.소희는 검은색, 쿨함에 섹시함이 보였고 성연희는 빨간색 타이트한 치마를 입고 있는것이 뜨겁고 요염하였다.두 사람은 술집에 들어서자마자 대부분의 눈길을 끌었다.두 사람은 바 앞에 앉았고 성연희는 바텐더에게 웃으며 말했다.“오빠, 우리에게 가장 독한 술 두 잔 주세요!”술집 안의 불빛이 반짝이고 어두운 빛 아래 도처에 각양각색의 눈빛이 가득 차 있었다.알록달록한 칵테일, 격앙된 헤비메탈 음악, 춤추는 몸들이 순식간에 그 속에 가라앉았다.여기서는 모든 사람들이 마음속의 흥분이나 고통을 마음껏 풀수 있다. 아무도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풀기 바쁘기 때문이다.성연희의 말이 끝나자마자 옆에 파란색 양복을 입은 남자가 다가와 바텐더를
소희는 눈빛이 차가웠다.“당신들의 형님이라면?”“바로 저쪽입니다!”남자는 몸을 옆으로 기울이며 손을 들었다.성연희는 남자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VIP구역에 10여명의 남자가 앉아 있는것이 보였다. 중간의 남자는 30살 안팎으로 회백색의 머리를 염색하고 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이 바라 보는것을 발1057412견하고는 또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네 왔다.성연희가 웃으며 말했다.“그가 우리를 청하면 우리는 가야 하는가요? 그는 자신이 누구라고 생각합니까?”남자는 차가운 얼굴을 하고 다소 위협적인 말투로 말했다.“우리 형님은 쉽게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풀지 않습니다. 마다하지 말기를 바랍니다.”하선생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말을 좀 친절하게 하시지요. 두 아가씨가 가고 싶지 않다는데, 설마 당신들은 강제로라도 데려가려고 하는가요? 여기는 법제사회입니다!”문신남은 눈을 들어 하선생을 냉혹하게 바라보았다.“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마시오.”하선생은 일어서서 보호자세로 성연희와 소희앞을 감쌌다.“오늘 그 쓸데없는 일에 참견해야 할것 같은데요. 두 아가씨가 가고 싶지 않으면 누구도 그들을 난처하게 할 생각을 하지 않는게 좋을거요!”소희와 성연희는 눈을 마주치고 살짝 눈썹을 치켜떴다. 이 하선생은 약간 정의로운것 같다!성연희는 오히려 그녀에게 눈을 비집고 먼저 결론을 내리지 말고 이어서 계속 보라고 했다.문신남이 냉소하며 VIP쪽으로에게 손을 흔들자 대여섯 명의 남자가 일어나 이쪽으로 걸어왔다.어떤 사람은 머리카락이 매우 짧고 어떤 사람은 머리카락이 어깨를 지나치는것이 만만한 불량배로 보이지 않았다.문신남은 사납게 웃는 얼굴로 하선생을 가리켰다.“이분이 두 미녀를 대신해서 나섰는데 좀 데리고 가서 교훈을 줘야 할것 같애!”에워싸고 온 여섯 사람 중에 온 몬에 문신이 있는 두명이 앞으로 나서서 하선생을 잡아당기려 했다.하선생은 갑자기 안색이 변하여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당신들은 무엇을 하자는겁니까? 여기는 클럽입
이쪽에서 소희는 성연희가 그 사람들을 따라가는것을 보고 다시 그녀를 지키고 있는 두 남자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차분한 표정으로 계속 술을 마셨다.그녀를 지키던 두 남자가 눈을 마주치며 속으로 대화했다, 이 계집애는 담이 큰가 아니면 뭘 모르는가?곧 저쪽에서 싸움이 일어났다. 성연희는 손에 맥주병 하나를 쥐고 있었는데 먼저 문신한 남자의 머리에 꽃이 피었고 즉시 그녀를 잡으려고 달려드는 장씨 가문 도련님을 발로 걷어 찼다.소희를 지키던 두 남자는 깜짝 놀라 즉시 달려갔다“도련님을 지켜야 해!”소희가 힐끗 쳐다보니 성연희는 비록 하이힐을 신고 있지만 실력발휘에 영향을 주지 않았고 연달아 세 사람을 걷어차고 뒤집는것이 보였는데 동작은 매우 멋지고 름름했다.주위의 손님들이 잇달아 뒤로 물러나 날카로운 비명소리를 냈다.격렬한 싸움과 어울리는 중음악이 사람의 가슴을 끓어 번지게 하였다.소희는 당황한 얼굴의 바텐더를 보고 옅은 목소리로 물었다.“방금 그 하선생이 주문한 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아주 맛있던데 한잔 더 주세요!”바텐더는 소희를 보라보고는 이내 술을 조리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나중에 줄곧 저쪽에서 싸우는 상황을 보며 그 빨간 치마를 입은 아가씨를 대신해서 손에 땀을 쥐었고 참지 못하고 소희에게 일깨워 주었다.“아가씨, 당신의 친구가 싸우고 있습니다!”“그래요, 혼자 좀 놀게 해요!”소희는 조용한 목소리로 바텐더에게 일깨워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방금 술을 조리할 때 오렌지칩을 넣었는데, 이번에는 왜 안 넣어요?”바텐더는 놀라서 잊어버렸었다.소희가 잔에 있는 술을 반쯤 마셨는데 성연희가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소희야, 좀 힘들어. 빨리 와!”그리고는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이X발, 네주제에 감히 내 치마를 찢어?”소희는 술을 한 모금에 다 마신 다음 술잔을 내려놓고 높은 의자에서 내려와 싸우는 쪽으로 갔다.이때 술집 전체는 싸움소리와 중음악을 제외하고는 모두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방금전까지 성연희를 주시하던 눈빛
조백림은 장시원과 람에서 같이 술을 마시는데 어떤 사람이 그에게 보낸 동영상을 보고 열어본 후 연속 두번이나 보고 나서야 장시원에게 경악하여 물었다.“이게 소희인가?”술집의 불빛은 원래 어두컴컴한데다가 소희의 그 화끈하고 시원한 옷차림까지 더해졌는데 만약 그 매우 비슷한 옆모습이 아니었다면 그는 정말 감히 이 여인이 소희라고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장시원은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하다가 동영상을 그들 공동의 그 단톡방에 보내 소리쳤다.“소희씨, 이게 당신이 맞는가요? 멋진데요. 지원이 필요한가요?”그는 소희가 이때 틀림없이 이 소식을 볼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당연히 소희에게 보여준 것이 아니다. 임구택에게 준것이였다.그는 누군가가 정말 단념했는지 보려고 하였다.임구택은 이때 집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고 구은서도 있었다.구은서는 요 며칠 매우 부지런히 왔는데 오후에 또 다른 사람에게 일본에서 공수해 온 와우를 가지고 왔다. 노부인은 그녀더러 함께 저녁을 먹게 했다.그녀는 임구택의 맞은편에 앉아 단정하고 우아하게 노부인과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눈빛은 때때로 남자를 향해 쓸렸다.임구택은 조용히 아주 빨리 먹고 있었다.다 먹고 막 일어나서 떠나려고 하는데 핸드폰에서 갑자기 독방소식이 왔다.그가 열어 보는데 동영상에는 불빛이 어두컴컴한 술집에서 한 소녀가 바앞에 앉아 있고 옆에는 키가 큰 남자 두명이 서있는다.소녀는 검은색 폴로 셔츠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시크하면서도 섹시했다. 검은색 캡으로 눈살을 가렸지만 한번 본 임구택은 소희임을 알아챘다.두 번째 동영상에서 성연희는 이미 남자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그녀는 소희를 불렀다. 소희는 컵에 있는 술을 한 모금 마시고 일어나 성연희를 향해 걸어갔다.화면이 짧아서 여기까지 끝이였다.능구택은 이미 진정하지 못하고 벌떡 일어섰다.“난 다 먹었어요. 일이 있으면 좀 나가봐야 할것 같애요!”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성큼성큼 밖으로 나간 그는 검은색 셔츠만 입고 심지어 외투도 입지 않았다.구은서는 의
두 사람이 술집에 도착했을 때 문 밖에 경찰차가 서 있었다. 임구택은 차에서 내려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술집 안은 아수라장이였다. 소희와 성연희는 소파에 앉아 있었고 맞은편에는 심문하는 경찰 몇 명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10여 명이 이리저리 누워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보아하니 심하게 다친 것 같았다.임구택은 그쪽으로 가지 않고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소녀는 캡모자를 쓰고 세련된 하얀 얼굴을 드러낸 채 바닥을 보며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저 성연희만 경찰과 이야기하고 있었다.그녀는 온몸이 검은색이였다. 허리까지 오는 옷과 미니스커트를 입어 가늘고 부드러운 허리와 길고 하얀 허벅지를 드러냈다. 그것을 본 임구택의 안색은 다시 어두워졌다.이건 무슨 옷차림이야?무엇을 하려고 이런 옷을 입고 클럽에 오는 거야?예전부터 이렇게 개방적이였나, 아니면 그를 떠난 후에야 제 멋대로 하는건가?임구택은 소녀를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주위의 떠들썩한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남자들이 소희를 노려보는 것을 본 그는 마음이 더욱 언짢았다.그는 웨이터 한 명을 불러 화내면서 말했다.“사람들을 모두 쫓아내세요, 오늘은 가게를 닫고 영업하지 마세요!”웨이터는 놀라서 임구택을 바라보았다.“누구세요?”뭘 믿고 그를 명령을 하는거야!임구택은 차가운 눈빛으로 힐끗 쳐다보더니 말을 하기도 전에 사장인 것 같은 사람이 달려와 경악스럽게 임구택을 바라보았다.“임 대표님? 여긴 무슨 일로……?”그는 술집 위의 룸에서 임구택을 본 적이 있었다. 이런 인물은 한 번만 봐도 기억할 수 있었다.임구택은 다시 입을 열었다.“손님들을 보내고 가게를 닫으세요!”“네!”사장은 마늘을 으깨듯 고개를 끄덕이자 웨이터는 즉시 손님을 보내기 시작했다.술집은 곧바로 조용해졌다.알록달록한 불빛마저 따스한 노란색으로 변했다.장시원과 조백림 등도 곧장 달려와 옆에 앉아 있는 임구택에게 물었다.“무슨 일이야?”임구택이 말을 하지 않자 구은서는 그를 힐끗 보더니 장시
“아!”정진은 머리를 감싸쥐고 몸을 웅크리며 비명을 질렀다.경찰은 잇달아 고개를 돌렸다. 아직 성연희의 신분을 알지 못해 장시원의 앞에서 그를 꾸짖지 못했다.“아가씨, 그만 해요.”성연희는 손에 남은 술병 반 개를 집어던지고 경찰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그가 얼마나 많은 여자들에게 피해를 줬는지 알아요? 이 쓰레기의 편을 들어줘요?”경찰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빨리 가!”정진 등을 압송하는 경찰이 외쳤다.정진은 머리의 피를 가리고 성연희와 소희를 싸늘하게 훑어보더니 어두운 얼굴로 나갔다.팀장도 다가와서 소희와 성연희에게 말했다.“미안하지만 두분도 저희와 함께 가시죠.”성연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하지만 빨리 해주세요. 우리 소희가 잠 자는걸 방해하지 말고!”“…….”임구택은 소파에 기대어 소희가 걸어오는 것을 주시하고 있었다. 보일락말락하는 허리는 유독 그를 화나게 하였다.그녀가 다가왔을 때, 결국 못참고 비웃으며 말했다.“보아하니 나랑 있을 때 내가 널 방해했나봐.”소희의 뒤에 있던 성연희는 임구택을 차갑게 흘겨보았다.“당연한거 아니에요? 임 대표님을 떠난 우리 소희는 보는 사람마다 좋아했어요. 어디를 가도 꼬시는 사람이 있어 원하든 말든 다 우리 소희에게 달렸어요!”임구택의 안색은 순간 새파랗게 질렸다.소희는 임구택을 쳐다보지도 않고 캡모자의 챙만 다시 아래로 당겨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장시원은 동정심이 담긴 눈빛으로 임구택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내가 따라가 볼게, 걱정 하지마!”조백림이 말했다. “나도 같이 가!”안색이 어두운 임구택은 사람들이 다 나간 후에야 일어서서 따라갔다. 그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 담겨있었다.구은서는 즉시 앞으로 나가 그를 말렸다.“어디 가? 장시원도 있으니 소희는 괜찮을 거야. 너 까지 갈 필요는 없어.”“신경 꺼, 명원이보고 집에 데려다 달라고 해!”임구택은 싸늘하게 대답해주고는 계속 나갔다.구은서는 갑자기 눈물이 솟구쳐 임구택의 팔을 잡
강시언은 도도희와 함께 앉아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와서 건배를 청하려 했지만, 두 사람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는 감히 방해하지 못하고 지나갔다.시언은 의자에 느긋하게 기대어 앉으며 물었다.“왜 도경수 할아버지랑 같이 안 계세요?”도도희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답했다.“오랜만에 만나면 결국 싸우게 되더라고. 우리 부녀는 전생에 원수였나 봐. 그 업보를 이번 생까지 끌고 온 거지.”도도희는 아침에 아버지를 봤을 때 한동안 감회가 새로웠다. 아버지는 이제 늙어서 젊은 시절처럼 강인하고 고집스러운 모습은 아니었다.어쩌면 이제는 과거를 내려놓고, 그의 곁에서 시간을 보내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그는 나이는 먹었지만 여전히 강압적이고 독선적이었다. 게다가 이제는 양재아의 말에 휘둘리는 모습까지 보였다.만약 재아가 그녀의 딸이 아니라면,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도도희 자신도 알 수 없었다.“싸우셨나요?”시언이 길고 날카로운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며 물었다.“강아심과 양재아 때문인가요?”도도희는 시언의 예리함에 전혀 놀라지 않은 채, 잔에 술을 따르며 조소 섞인 미소를 지었을 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시언은 말을 이었다.“아심은 제가 지켜요. 양재아의 작은 계략으로 아심이 다칠 일은 없을 거예요. 그러니 그 일로 할아버지와 다투지 마요.”“할아버지는 이미 선입견에 사로잡혀 양재아를 손녀로 받아들이고 있어요.”“그렇게 감싸고 아끼는 모습은 오히려 이재희에 대한 깊은 죄책감 때문일 거예요.”도도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되새겼다. 생각해 보면, 그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하지만.”도도희는 잠시 멈췄다가 말했다.“난 양재아에게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아. 만약 걔가 내 딸이라면, 우리가 20년 넘게 떨어져 있었더라도 무언가 영혼이 통하는 느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지만 양재아를 볼 때, 난 이재희와 연결될 만한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아요.”
‘이번엔 또 뭐야? 강아라니’아직도 그리운 배강의 돌아가신 할머니가 그렇게 불렀던 별명이 떠올랐다.윤성아는 당황한 표정으로 소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왜 배 부사장님을 해치겠어요? 그런 헛소리 하지 마세요! 당신, 부사장님이 고용한 사람이죠? 일부러 쇼하려고 온 거 아니에요?”“쇼?”시연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당신이 연기하는 게 훨씬 낫네요! 다른 사람을 위해 우리 배강 씨를 함정에 빠뜨리러 온 주제에, 그렇게 억울한 척 깊이 있는 연기를 하다니!”“내가 배강 씨를 잘 몰랐다면, 진짜 믿었을지도 모르겠네요.”성아는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당신이 배강을 안다고요? 만약 배강이 당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면, 그건 저 사람이 바람둥이라는 뜻이겠죠!”이에 시연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배강이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내가 배강을 사랑하는 거죠!”시연은 배강에게 눈웃음을 보내며 달콤한 표정을 지었다.“강아, 걱정 마. 내가 이 여자가 거짓말쟁이라는 증거를 가지고 있어. 당신은 저 여자를 모를뿐더러, 저 여자도 당신을 전혀 모르니까!”“이게 다 무슨 일인가?”배기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녹음을 들려드릴게요!”소시연은 아까 녹음한 내용을 틀었다. 녹음은 윤성아가 빨간 드레스의 여자에게 배강이 어떻게 언니를 화나게 했나요? 라고 묻는 부분부터 시작됐다.녹음의 후반부는 더욱 명확했다.배강이 정진아 집안의 제안을 거절했기 때문에 정진아가 이를 앙심에 품고, 배강의 맞선을 망치고 그의 명예를 실추시키며 장씨 그룹까지 끌어내리려는 음모를 꾸몄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성아는 녹음 내용을 듣다가 도망치려 했고, 배강이 다가와 시연에게 말했다.“놔줘요. 그냥 가게 두고요.”배강은 냉소를 띠며 덧붙였다.“그리고 돌아가서 정진아에게 전하세요. 오늘 일에 대해, 정진아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고.”시연이 손을 놓자 성아는 급히 자리를 떠났다.이윽고 배기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런
윤성아는 망설이며 물었다.“이게 효과가 있을까요? 그 말을 믿을까요?”정진아는 냉혹하고 독살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믿든 안 믿든 상관없어. 배강의 맞선 자리를 망치면 되는 거야! 상류층 사람들 사이에서 망신당하게 만들고, 동시에 장씨 그룹에도 타격을 줄 수 있어.”“이걸로 우리 집안의 복수를 갚는 거지.”만약 회사 부사장이 이런 스캔들에 휘말린다면, 장씨 그룹도 연관되어 이미지 타격을 입게 될 것이고, 어쩌면 내일 주식시장에 변동이 생길지도 모른다.진아는 한꺼번에 배강과 장씨 그룹에 복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점점 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다시 소곤소곤하며 세부 사항을 논의한 뒤, 함께 그 자리를 떠났다.소시연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입안 가득 치즈 케이크를 물고 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약자를 돕는 정의로운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꿈틀거렸다.시연은 케이크를 삼키고 과일 주스를 한 모금 마신 뒤,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따라갔다....한편, 배강의 부모는 배강을 위해 맞선 상대를 소개하고 있었다. 배강의 집안은 꽤 괜찮은 편이었고, 부모가 소개한 상대 역시 그와 비슷한 수준의 집안에서 자란 사람이었다.여자는 대학 졸업 후 직접 회사를 차려 성공을 거두고 있어, 앞으로 두 사람이 서로에게 좋은 사업 파트너가 될 가능성도 컸다.지금 두 집안은 막 서로 인사를 나누며 분위기가 점점 좋아지고 있었고, 좋은 결과가 나올 듯했다.그 순간, 파란 드레스를 입은 한 여자가 나타나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부사장님!”모두가 잠시 말을 멈추고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배강은 성아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미소 지으며 물었다.“저를 아시나요?”그러자 성아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어떻게 모르는 척할 수 있죠? 어제 밤에 우리 함께 있었잖아요.”배강은 순간 멍해졌고, 그녀를 천천히 훑어보았다. 함께 있던 상대방 집안 사람들은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표정이 굳었다.배강의
“아까 이문 오빠는 알아보지 못했어요.”“그런데 난 한눈에 알아봤잖아!”유진의 눈빛이 갑자기 반짝였고, 유진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그건 내가 사장님 눈에만 비치기 때문이잖아요. 그러니 나를 보자마자 알아챌 수밖에 없지.”서인의 심장이 순간 철렁이었다.“자, 춤춰요!”유진은 서인의 다른 손을 자기 허리에 올려놓으며 말했다.“춤 한 곡 추는 거예요. 사장님이 저격용 총을 다루는 것보다는 어렵진 않을 거고요.”“만약 사장님이 안 따라주면, 우리가 여기서 계속 실랑이를 벌이는 게 오히려 더 눈에 띌 거예요.”서인은 한숨을 쉬며 속으로 이 어린 여자애에게 종종 속수무책이 되는 자신을 탓했다.“난 정말 춤을 못 춰.”“내가 가르쳐준다잖아요. 내가 천천히 추고, 사장님은 내 페이스에 맞춰 따라오기만 하면 돼요.”유진은 왼손으로 서인의 손가락을 깍지 끼고, 고개를 들어 밝게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준비됐어요? 시작해도 돼요?”결혼식의 즐거운 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탓인지, 서인은 오늘만큼은 유진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녀의 마음을 따라주기로 했다.서인은 손바닥으로 유진의 허리를 가볍게 감싸며 드레스의 실크 같은 감촉과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를 느꼈다.손가락이 순간적으로 움츠러들었다가 다시 펴졌고, 서인은 목소리를 낮추며 약간 쉰 소리로 말했다.“좋아, 시작하자.”“내 리듬에 맞춰야 해요!”유진은 눈만 드러낸 가면 너머로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였다. 자세히 보면 그녀의 눈 속에는 오로지 서인만이 비치고 있었다.서인은 그녀의 손을 잡고 발걸음을 맞췄다. 하지만 춤을 추다 보니 어느새 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에게 고정되었고, 서인은 갑자기 혼란스러워져 얼른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그와 반해 유진은 너무나 즐거웠고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다. 서인의 단단한 팔과 유진의 기본적인 춤 실력 덕분에, 서인이 미숙하게 움직여도 유진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춤을 이어갔다.회전하고 날아오르는 유진의 춤사위는 서인의 시선
유정은 아는 사람들을 만나 연달아 다섯, 여섯 잔의 술을 마셨다. 너무 급하게 마셨는지 약간 어지러워져 바람을 쐬기 위해 조용한 곳으로 이동했다.그때 누군가 다가와 차가운 과일 주스를 건네며 말했다.“유정 씨,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들러리도 하시고, 손님도 상대하시느라 힘드셨겠네요.”유정은 주스를 받아들며 가볍게 웃었다.“손님을 상대한다고 하기엔 그렇죠. 다들 좋은 분들이고, 또 우리 사장님의 경사이니 다들 즐겁게 몇 잔씩 하게 되네요.”진우행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늘 일로 실례가 있었다면 너그럽게 이해해 주세요.”유정은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아니에요. 그런 상황에서 우행 씨는 충분히 신사적이었어요.”“처음인가요?”“처음인가요?”두 사람은 동시에 입을 열었고, 잠시 멈칫한 뒤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유정이 먼저 말했다.“네, 처음이에요!”우행은 난간에 팔을 걸치고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저도 처음이라, 경험이 없네요.”“그래도 진짜 침착하셨던데요!” 유정이 칭찬하자, 우행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유정 씨도 정말 대단했어요.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주위에서 떠들어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침착하고 단아했죠.”유정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우리 사장님 곁에 있다 보면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우행은 평온한 눈빛으로 말했다.“우리 사장님도 그럭저럭 괜찮죠. 다만 갑자기 일이 생기면 저한테 전화해서 대신 처리하라 하시곤 한 달씩 사라져 버리세요.”유정은 그 말을 듣고 웃음을 터트렸다. 웃음을 참으려 고개를 돌리기도 했다.“공감되나요?”우행이 묻자 유정은 그와 눈을 마주치더니, 두 사람은 동시에 소리 없이 웃음을 터트렸다.유정은 과일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 시원한 바람에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부드럽게 말했다.“저기 친구가 보여서요. 먼저 가볼게요!”“네.”우행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과일 주스, 고마워요!”유정은 몇 걸음 물러난 뒤, 컵을 들어 보이며 고운 미소를 보였다
소희는 마지막으로 준비한 드레스로 갈아입었다. 옅은 금빛의 실크 광택이 흐르는 비대칭 어깨 드레스였다. 겹겹이 화려하게 층을 이룬 치맛자락 덕분에 그녀의 모습은 한층 더 늘씬하고 우아해 보였다. 고귀한 분위기 속에서도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풍겼다.임구택은 그녀의 드레스가 마음에 쏙 들었다. 높은 하이힐로 인해 걸음이 불편할 것을 알기에, 그는 소희를 아예 들어 올려 계단을 내려왔다.1층에 도착하자 구택은 소희를 내려놓고 그녀의 손을 잡아 춤추는 공간으로 들어갔다. 음악이 흘렀고, 두 사람은 음악에 발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주변 사람들은 점점 뒤로 물러서며 중앙의 공간을 온전히 두 사람에게 내주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그들 주변에 모여들었고, 모두 부러움 가득한 눈빛으로 춤추는 신랑과 신부를 바라보았다.갑자기 하늘에서 요란한 굉음이 들려왔다. 몇 대의 비행기가 머리 위를 날아가자, 사람들은 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비행기가 지나간 하늘에는 커다란 원형 디스크들이 나타났고, 그 디스크가 회전하면서 수많은 불꽃놀이가 쏟아지기 시작했다.“우와!”군중 속에서 감탄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디스크에서 터져 나온 불꽃은 저택의 하늘 전체를 뒤덮었다. 쏟아지는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화려한 불꽃들은 마치 꿈처럼 눈부시고 장엄한 장관을 만들어냈다.그 불꽃 아래서도 구택과 소희는 춤을 멈추지 않았다.은은하고 고운 왈츠 선율 속에서, 남자는 길고 날렵한 실루엣을 자랑했고, 여자는 가벼운 몸짓으로 우아함을 뽐냈다.아름다운 드레스 위에는 하늘의 불꽃이 비치며 마치 은하수를 두른 듯한 환상이 만들어졌다. 그녀의 몸짓에 따라 은하수는 흐르고 춤추는 듯했다.그 화려한 광경은 마치 동화 속 왕자와 공주의 결혼식 같았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불꽃 아래 모든 것이 비현실적일 정도로 황홀했다.춤이 거의 끝나갈 무렵, 하늘에는 한 줄로 늘어선 드론들이 등장했다. 소희는 구택의 어깨에 기대어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다.그 순간, 멀리서 거대한 독수리 한
강재석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장난스러운 어조로 말했다.“그럼 시언에게는 아직 말하지 말렴. 그 녀석도 한 번쯤은 속이 타들어 가는 기분을 느껴봐야지!”강아심은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할아버지를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말씀드리지만, 저는 아마 시언 씨랑 사귀지 않을 거예요.”아심이 시언에게 자신과 승현이 헤어졌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사귀지 않을 관계라면 말하든 말든 별다른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왜 그러니?”강재석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심은 멀리 바라보며 눈빛에 자유에 대한 동경을 띄었다.“그냥,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어요.”아심은 앞으로의 삶을 기다림과 실망 속에 가두고 싶지 않았고, 그에게 얽매이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강재석은 아무런 비난도 하지 않고 단지 말했다.“젊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생각이 있는 법이지. 너만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해.”“죄송해요, 할아버지.”아심은 이 할아버지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너는 나에게 조금도 미안할 필요가 없다.”강재석은 여전히 따뜻하고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오히려 우리가 일방적으로 너의 감정을 무시하며 계획을 강요했을 뿐이지.”“아니에요. 할아버지께서 저에게 베풀어주신 따뜻함은 언제나 저를 위로했고, 진짜 가족 같은 느낌을 줬어요.”아심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강재석은 그녀가 고아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더욱 마음이 아팠다.그들은 산책을 이어갔고, 강재석은 말했다.“아까 재아가 너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는 것 같던데, 그 아이의 말에는 신경 쓰지 마라.”아심은 이미 느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신경 쓰지 않을게요.”두 사람은 정원을 한 바퀴 더 돌아서 돌아와서 강재석이 말했다.“가서 놀아라. 소희랑 도도희랑 저녁 만찬도 즐기고, 기분을 좀 풀어봐.”아심은 부드러운 미소로 대답했다.“네, 그럼 도도희 이모를 먼저 찾아볼게요.”“그래, 즐겁게 놀아. 다
강재석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며 강아심에게 온화한 미소로 말했다.“아심아, 여기 공기가 답답하구나. 나랑 같이 밖에 좀 나가자.”“좋아요!”아심이 즉시 대답하며 그를 따라 일어섰다. 두 사람이 함께 밖으로 나가자, 강시언도 자리에서 일어섰다.“할아버지, 도도희 이모랑 천천히 이야기 나누세요. 전 잠깐 밖에 다녀올게요.”“그래, 다녀오너라.”도경수가 응답했다.시언이 떠난 후, 재아는 불안한 얼굴로 말했다.“할아버지, 제가 혹시 말실수한 건가요?”도경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도도희는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양재아 씨, 좀 급했던 것 같네요.”뼈를 때리는 말에 재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말을 더듬었다.“저, 저는 무슨 뜻으로 말씀하시는지 잘 모르겠어요.”도도희는 차갑게 말했다.“잔꾀는 결국 본인의 어리석음을 드러낼 뿐이에요.”“도도희!”도경수가 그녀의 말을 막았으나 도도희는 아버지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아버지는 여전히 본질을 보지 못하시고, 모든 것을 자신이 옳다고만 생각하시네요.”도경수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재아가 무슨 말을 그렇게 잘못했다는 거냐? 그 강아심이라는 아이는 분명히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강시언과 엮이면서도 다른 남자와 엉뚱한 관계를 맺고 있지 않나?”도도희는 얼굴을 붉히며 날카롭게 대꾸했다.“엉뚱한 관계라니요? 그걸 직접 보시기라도 했나요? 아니면 단지 추측으로 한 사람을 판단하시는 건가요?”도경수는 흔들리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직접 보지 않아도 다를 바 없어.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할게. 재아는 네 친딸이야. 너야말로 분별력을 가지고 행동해야 해.”도도희는 재아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내 딸이 만약 저 아이처럼 행동했다면, 차라리 딸로 인정하지 않겠어요.”그 말을 남기고 도도희는 단호히 자리를 떠났다. 이에 도경수는 분노로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거의 내던질 뻔했으나, 재아는 급히 그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할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이 모든 게 제
“아심아!”강재석이 먼저 웃으며 이름을 부르며 반겼다.“할아버지!”강아심이 미소를 띠며 다가갔다.“오랜만이에요. 건강은 어떠세요?”“좋아, 아주 좋아!”강재석은 더욱 인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축하드려요. 소희가 이렇게 좋은 배우자를 만나서 정말 부러워요!”강재석은 웃음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같이 기뻐해야지, 같이!”도경수는 여전히 아심을 멍하니 바라보며 물었다.“당신이 바로 강아심인가?”아심은 도경수를 향해 고개를 돌려 고운 미소를 지으며 공손히 대답했다.“네, 제가 강아심이예요. 도경수 어르신 맞으시죠? 안녕하세요!”도경수는 이전에 아심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었으나, 지금 그녀의 밝은 미소를 보자 목이 메고 눈이 뜨거워졌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모두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에 도경수도 정신을 가다듬고 도도희에게 물었다.“소희는 봤니?”도도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네, 봤어요.”강재석은 바로 물었다.“우리 소희는 지금 뭐 하고 있나?”“친구들과 함께 있어요.”도도희가 웃으며 말했다.“좀 더 일찍 소희와 만났더라면 좋았을 텐데, 정말 늦게 만난 게 아쉬울 정도로 대화가 잘 통했어요.”그 말에 강재석은 호탕하게 웃었다.“그렇게 오래 이야기했다면, 정말 서로 마음에 든다는 뜻이지!”그의 말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갑자기 도경수가 질문을 던졌다. “도도희, 너는 아심 양과 어떻게 알게 된 거니?”도도희는 아심을 바라봤고, 아심은 침착하게 대답했다.“꽤 오래전이죠. 한 미술 전시회에서 처음 만났어요.”도경수는 바로 물었다.“미술을 좋아하나?”“네, 좋아해요. 하지만 진지하게 배워본 적은 없어요.”아심이 부드럽게 대답했다.“예전엔 무슨 일을 했나?”도경수가 다시 묻자, 강재석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왜 갑자기 조사라도 하려는 거야? 이제 막 알게 된 아이에게 이것저것 묻다 보면 겁을 줄지도 몰라.”이에 강시언이 갑자기 끼어들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