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서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가겠어. 임아주머니는 허씨집에 연회가 있어서 갔어, 요 며칠간 집에 없을거야. 내가 가면 구택이를 더 잘 돌볼수 있어. 하인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장시원이 다시금 막으려고 하는데 장명원이 끼여 들며 말했다.“형, 은서누나가 형보다 더 잘 챙길테니 걱정 안해도 될거야.”구은서는 이미 차문을 닫고 기사에게 떠나자고 말했다.장시원은 멀리 사라져 가는 차를 보며 은근히 눈살을 찌푸렸다.차에서 구은서는 의자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잠든 남자를 보면서 마음이 부드러워 졌다. 그녀는 그렇게 많은 신경을 써서 마침내 자신에게 속하는 물건을 되찾았다고 생각 되였다.그녀는 다시는 누구에게도 임구택을 빼앗기지 않을 생각이였다.구은서는 몸을 내밀어 임구택의 어깨를 가볍게 부축했다. 눈에는 온통 부드러운 정이 가득했다.“구택아, 내 어깨에 기대, 그럼 좀 편안할거야.”임구택은 눈을 감고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구은서는 곁눈으로 임구택의 얼굴을 보는데 그의 체취를 느끼며 가슴이 달아 오르는것을 느꼈다.임씨집에 도착하자 구은서는 기사와 함께 임구택을 부축하여 위층으로 올라 갔다.“기사님은 내려가세요. 구택이는 내가 돌볼게요.”오늘 운전한 기사는 명우가 아니였다. 그는 공손히 알았다고 대답을 하고는 물러 났다.구은서는 임구택을 침대에 눕히고 나서 그의 신을 벗기였다. 그러고 난후 일어나 욕실에 가서 뜨거운 수건을 가져다 그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그녀는 침대 옆에 앉아 계속 남자를 바라 보았다. 손에 든 수건은 서서히 그의 눈썹, 콧날, 얇은 입술을 스쳐 지나 줄곳 아래로 내려 갔고 그녀의 가슴박동도 같이 빨라졌다.밤은 이미 깊었고 임씨저택은 주위의 나무가 울창하여 번화가의 소란스러움을 격리시켰기 때문에 유난히 조용했다.특히 방에는 벽등 하나만 켜져 있었다. 어두컴컴한 빛 아래 남자의 이목구비는 더욱 그쯘하고 아름다웠다. 구은서는 넉을 잃고 그의 얼굴을 계속 바라 보았다.그녀는 손가락으로 남자의 턱선을 조금씩 어루
그녀는 말할 수 없이 격동돼여 손가락으로 줄곧 아래를 더듬으며 눈을 감고 고개를 숙여 남자의 입술에 키스했다.“똑똑똑!”고요하던 깊은 밤에 갑자기 다급한 노크 소리가 들려오자 구은서는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려 문밖을 바라 보았다.“누구세요?”“은서아줌마 저예요!”구은서는 살짝 눈썹을 찡그렸다. 임유민!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자신의 옷을 정리한 다읍 이불을 잡아당겨 임구택에게 덮어주고서야 일어나 문을 열었다.임유민은 문밖에 서서 손에 차를 들고 예의바르게 소리쳤다.“은서아줌마!”구은서는 온화하게 웃었다.“유민아, 이렇게 늦었는데 아직 안 자고 있었어?”“집사아저씨가 둘째 삼촌이 돌아 왔다고 알려줬어요. 근데 많이 취했다고 해서 해장차를 끓여서 가져왔어요.”임유민이 설명했다.구은서는 더욱 친절하게 웃었다.“유민이가 많이 컸네! 둘째 삼촌이 널 귀여워 하는 이유가 다 있었어.”“소선생님이 날더러 둘째 삼촌을 잘 돌보라고 했어요.”임유민이 구은서를 바라보며 말했다.구은서의 웃음이 사라지고 그녀는 손을 뻗어 유민의 손에 든 차를 받으려고 했다.“내가 좀 있다 먹일게, 둘째 삼촌은 지금 차를 마실 형편이 못 돼.”“아니요!”임유민은 그녀의 손길을 피하며 차를 들고 침실에 들어 섰다.“내가 할께요. 안 그럼 있다가 둘째 삼촌이 일어나서 손님을 대접할줄 모른다고 날 탓할거예요.”구은서의 웃음이 계속 굳어지고 입술을 오므리며 몸을 돌려 방으로 돌아 갔다.임유민은 레저홀을 지나 안방으로 걸어갔는데 임구택이 깊이 자는것을 보고 앞으로 나가서 말했다.“둘째 삼촌, 둘째 삼촌!”임구택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그냥 내가 할께”구은서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정말 괜찮아요.”임유택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너무 늦었는데 은서아줌마도 돌아가세요, 안 그럼 구할머니쪽에서 걱정할 거예요. 둘째삼촌은 내가 돌보면 되요.”구은서는 어색하게 웃었다. 이 어린 아이한테 모든것을 들킨것만 같았다.그녀는 달갑지 않았지만 어쩌
“어쩌다 헤여진거지?”남자의 검은 눈동자는 차갑고 고요하며 얇은 입술은 가볍게 떨렸다.“그저 그렇게 됐어, 누가 잘하고 누가 잘못한게 없어.”장시원이 떠보며 물었다.“헤어지기 싫었지?”임구택은 망설이다가 하고 말했다.“응!”장시원은 비웃으며 말했다.“이전에 넌 그녀를 따라다니는게 마치도 목숨이라도 내줄것 같더니만 지금에 와선 그렇게 한마디로 헤어져?”임구택은 장시원의 말을 개의치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네 주제에 남을 흉보긴, 여자와 헤어지는걸 밥먹듯 하는게 누군데.”장시원은 탄식했다.“우린 다르거든, 난 지금껏 누구에게도 마음이 흔들린적이 없단 말이야.”임구택의 눈밑에 그윽한 빛이 흘러지나 갔다.“마음이 흔들렸어도 다시 만회할수는 있어.”“그래, 그 말 한마디면 돼!”장시원이 웃으며 말했다.“어제 네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걱정했다구, 기왕 이렇게 된거 더 다른 생각 하지 말아. 그저 소희씨나 불쌍하지.”임구택은 냉소하며 말했다.“소희는 네가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녀자신도 자기 마음이 누구에게 가있는지 모르는걸.”“무슨 뜻이야?”장시원은 그 말의 의미를 한순간에 이해할수 없었다.“아무것도 아니야.”임구택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이만 끊어!”전화를 끊은 다음 임구택은 머리속이 텅 비는것 같앗다.어제 그는 분노하고 실망했으며 또 헤어지고 그녀에게 보복한다는 통쾌함도 맛보았다. 그러나 그 많은 정서가 가라 앉자 마음에 공백이 생겼다.마치도 가슴에 구멍이 뚤리고 가장 귀중한것을 파낸 기분이였다.그는 머리를 돌려 침대 머리맡의 서랍을 열고 안을 뒤적거리다가 오래 전에 안에 놓았던 답배를 찾았다.한대 꺼내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들이마시고는 심하게 기침을 했다.확실히 오랫동안 담배를 피우지 않았는데 이제는 이맛에 적응하기도 힘들었다.그래도 그는 계속 입에 물고 한 모금 빨았는데 연기가 목구멍을 심하게 막아서 삼킬수 없었다.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그는 고개를 들어 말했다.“들어와!”임유민이 들어오
제작진의 작업은 이미 끝났고 소희와 작업실은 한동안 휴가를 받게 되여 그녀는 하루 종일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그녀는 직접 성연희에게 웨딩드레스 한 벌을 설계해 주고 싶었다.그래서 모든 시간과 정력을 설계에 쏟아부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잠시도 여유가 없었다.가끔 그녀는 디자인 원고를 그리다가 갑자기 멈추고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기도 하였다.또한 임구택의 꿈을 자주 껐다. 꿈에서 추석때 그녀가 운성으로 돌아갔을 때 그가 한밤중에 그녀를 찾아와 차가 오고 가는 길에서 포옹하던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성연희는 두 사람이 헤어진 것을 알고 노발대발하며 임구택을 찾아가 결판을 내려고 했다.소희는 단호하게 그녀를 막았다.헤어진 후 계속 매달리는것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바꿀 수 없고 자신을 더욱 비굴하게 만들 뿐이다.그녀는 장시원의 여자친구들에게서 이미 너무 많은것을 보았었다.어느날 성연희가 술을 가지고 별장에 왔다. 두 여인은 초저녁부터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소희는 취하지 않았는데 성연희는 곤드레만드레 취해 임구택을 욕했다.“제가 뭐라고? 헤어질테면 헤어져, 누가 희한하대?”“그는 그저 거북이 자식이야, 언젠가는 후회할 날이 있을 거야!”“소희야, 그가 후회하면서 아무리 빌어도 우리는 용서하지 말자!”......소희는 그녀를 침대위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 주었다.성연희는 갑자기 다시 일어나 소희를 안고 통곡했다.“소희야, 너는 왜 울지 않니? 너는 마음이 매우 슬프겠지? 나는 네가 그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 마음속으로 좋아한단걸!”“소희야, 내가 뭘 해줄까?”“네가 이러니 내 마음이 너무 괴로워!”“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소희는 어깨를 다독거리며 말했다.“잘 자고 결혼식 준비나 잘 해!”“소희야!”성연희는 계속 울었다.소희는 소매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며 눈썹을 찌푸리고 강제로 그녀를 밀어 침대에 눕혔다.“빨리 자. 안 그럼 지금 노명생에게 전화를 걸어 너를 데려가게 하겠어.”성연희는 침대에 누워 이불을 목까지
소희가 담담하게 말했다.“난 그를 잊고 싶지 않아!”그를 왜 잊어? 잊지 말아야 그의 단호한 결정을 기억하고 앞으로 정신을 차릴 수 있다!성연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거니?”소희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더 이상 반대하지도 않고 디자이너가 모든걸 발휘하도록 내버려 두었다.마지막으로 디자이너가 소희에게 골라준 것은 검은색의 허리까지 오는 폴로 셔츠였다. 하체는 검은색 미니스커트였다. 그녀의 피부는 원래 하얀데다가 지금은 더욱 전체가 빛을 발산하는 것처럼 아름다왔다.메이크업 아티스트는 그녀에게 너무 진한 화장을 하지 않고 옅은 화장에 복숭아색 립스틱을 더해 주었는데 일종의 순수한 섹시함이 보였다.성연희는 비명을 질렀다.“난 정말 임구택에게 너의 지금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그에게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려주고 싶어.”소희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너는 임구택 옆에 예쁜 여자가 모자랄것 같니?”성연희는 눈썹을 치켜세웠다.“세계미인선발대회 우승자가 옆에 있다 해도 소희 네가 더 예쁠걸.”소희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낯설어 외출할 때 검은색 캡을 머리에 눌러 썼다.성연희는 차를 몰고 소희를 데리고 강성에서 가장 핫한 나이트클럽에 갔다.소희는 검은색, 쿨함에 섹시함이 보였고 성연희는 빨간색 타이트한 치마를 입고 있는것이 뜨겁고 요염하였다.두 사람은 술집에 들어서자마자 대부분의 눈길을 끌었다.두 사람은 바 앞에 앉았고 성연희는 바텐더에게 웃으며 말했다.“오빠, 우리에게 가장 독한 술 두 잔 주세요!”술집 안의 불빛이 반짝이고 어두운 빛 아래 도처에 각양각색의 눈빛이 가득 차 있었다.알록달록한 칵테일, 격앙된 헤비메탈 음악, 춤추는 몸들이 순식간에 그 속에 가라앉았다.여기서는 모든 사람들이 마음속의 흥분이나 고통을 마음껏 풀수 있다. 아무도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풀기 바쁘기 때문이다.성연희의 말이 끝나자마자 옆에 파란색 양복을 입은 남자가 다가와 바텐더를
소희는 눈빛이 차가웠다.“당신들의 형님이라면?”“바로 저쪽입니다!”남자는 몸을 옆으로 기울이며 손을 들었다.성연희는 남자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VIP구역에 10여명의 남자가 앉아 있는것이 보였다. 중간의 남자는 30살 안팎으로 회백색의 머리를 염색하고 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이 바라 보는것을 발1057412견하고는 또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네 왔다.성연희가 웃으며 말했다.“그가 우리를 청하면 우리는 가야 하는가요? 그는 자신이 누구라고 생각합니까?”남자는 차가운 얼굴을 하고 다소 위협적인 말투로 말했다.“우리 형님은 쉽게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풀지 않습니다. 마다하지 말기를 바랍니다.”하선생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말을 좀 친절하게 하시지요. 두 아가씨가 가고 싶지 않다는데, 설마 당신들은 강제로라도 데려가려고 하는가요? 여기는 법제사회입니다!”문신남은 눈을 들어 하선생을 냉혹하게 바라보았다.“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마시오.”하선생은 일어서서 보호자세로 성연희와 소희앞을 감쌌다.“오늘 그 쓸데없는 일에 참견해야 할것 같은데요. 두 아가씨가 가고 싶지 않으면 누구도 그들을 난처하게 할 생각을 하지 않는게 좋을거요!”소희와 성연희는 눈을 마주치고 살짝 눈썹을 치켜떴다. 이 하선생은 약간 정의로운것 같다!성연희는 오히려 그녀에게 눈을 비집고 먼저 결론을 내리지 말고 이어서 계속 보라고 했다.문신남이 냉소하며 VIP쪽으로에게 손을 흔들자 대여섯 명의 남자가 일어나 이쪽으로 걸어왔다.어떤 사람은 머리카락이 매우 짧고 어떤 사람은 머리카락이 어깨를 지나치는것이 만만한 불량배로 보이지 않았다.문신남은 사납게 웃는 얼굴로 하선생을 가리켰다.“이분이 두 미녀를 대신해서 나섰는데 좀 데리고 가서 교훈을 줘야 할것 같애!”에워싸고 온 여섯 사람 중에 온 몬에 문신이 있는 두명이 앞으로 나서서 하선생을 잡아당기려 했다.하선생은 갑자기 안색이 변하여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당신들은 무엇을 하자는겁니까? 여기는 클럽입
이쪽에서 소희는 성연희가 그 사람들을 따라가는것을 보고 다시 그녀를 지키고 있는 두 남자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차분한 표정으로 계속 술을 마셨다.그녀를 지키던 두 남자가 눈을 마주치며 속으로 대화했다, 이 계집애는 담이 큰가 아니면 뭘 모르는가?곧 저쪽에서 싸움이 일어났다. 성연희는 손에 맥주병 하나를 쥐고 있었는데 먼저 문신한 남자의 머리에 꽃이 피었고 즉시 그녀를 잡으려고 달려드는 장씨 가문 도련님을 발로 걷어 찼다.소희를 지키던 두 남자는 깜짝 놀라 즉시 달려갔다“도련님을 지켜야 해!”소희가 힐끗 쳐다보니 성연희는 비록 하이힐을 신고 있지만 실력발휘에 영향을 주지 않았고 연달아 세 사람을 걷어차고 뒤집는것이 보였는데 동작은 매우 멋지고 름름했다.주위의 손님들이 잇달아 뒤로 물러나 날카로운 비명소리를 냈다.격렬한 싸움과 어울리는 중음악이 사람의 가슴을 끓어 번지게 하였다.소희는 당황한 얼굴의 바텐더를 보고 옅은 목소리로 물었다.“방금 그 하선생이 주문한 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아주 맛있던데 한잔 더 주세요!”바텐더는 소희를 보라보고는 이내 술을 조리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나중에 줄곧 저쪽에서 싸우는 상황을 보며 그 빨간 치마를 입은 아가씨를 대신해서 손에 땀을 쥐었고 참지 못하고 소희에게 일깨워 주었다.“아가씨, 당신의 친구가 싸우고 있습니다!”“그래요, 혼자 좀 놀게 해요!”소희는 조용한 목소리로 바텐더에게 일깨워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방금 술을 조리할 때 오렌지칩을 넣었는데, 이번에는 왜 안 넣어요?”바텐더는 놀라서 잊어버렸었다.소희가 잔에 있는 술을 반쯤 마셨는데 성연희가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소희야, 좀 힘들어. 빨리 와!”그리고는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이X발, 네주제에 감히 내 치마를 찢어?”소희는 술을 한 모금에 다 마신 다음 술잔을 내려놓고 높은 의자에서 내려와 싸우는 쪽으로 갔다.이때 술집 전체는 싸움소리와 중음악을 제외하고는 모두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방금전까지 성연희를 주시하던 눈빛
조백림은 장시원과 람에서 같이 술을 마시는데 어떤 사람이 그에게 보낸 동영상을 보고 열어본 후 연속 두번이나 보고 나서야 장시원에게 경악하여 물었다.“이게 소희인가?”술집의 불빛은 원래 어두컴컴한데다가 소희의 그 화끈하고 시원한 옷차림까지 더해졌는데 만약 그 매우 비슷한 옆모습이 아니었다면 그는 정말 감히 이 여인이 소희라고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장시원은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하다가 동영상을 그들 공동의 그 단톡방에 보내 소리쳤다.“소희씨, 이게 당신이 맞는가요? 멋진데요. 지원이 필요한가요?”그는 소희가 이때 틀림없이 이 소식을 볼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당연히 소희에게 보여준 것이 아니다. 임구택에게 준것이였다.그는 누군가가 정말 단념했는지 보려고 하였다.임구택은 이때 집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고 구은서도 있었다.구은서는 요 며칠 매우 부지런히 왔는데 오후에 또 다른 사람에게 일본에서 공수해 온 와우를 가지고 왔다. 노부인은 그녀더러 함께 저녁을 먹게 했다.그녀는 임구택의 맞은편에 앉아 단정하고 우아하게 노부인과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눈빛은 때때로 남자를 향해 쓸렸다.임구택은 조용히 아주 빨리 먹고 있었다.다 먹고 막 일어나서 떠나려고 하는데 핸드폰에서 갑자기 독방소식이 왔다.그가 열어 보는데 동영상에는 불빛이 어두컴컴한 술집에서 한 소녀가 바앞에 앉아 있고 옆에는 키가 큰 남자 두명이 서있는다.소녀는 검은색 폴로 셔츠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시크하면서도 섹시했다. 검은색 캡으로 눈살을 가렸지만 한번 본 임구택은 소희임을 알아챘다.두 번째 동영상에서 성연희는 이미 남자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그녀는 소희를 불렀다. 소희는 컵에 있는 술을 한 모금 마시고 일어나 성연희를 향해 걸어갔다.화면이 짧아서 여기까지 끝이였다.능구택은 이미 진정하지 못하고 벌떡 일어섰다.“난 다 먹었어요. 일이 있으면 좀 나가봐야 할것 같애요!”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성큼성큼 밖으로 나간 그는 검은색 셔츠만 입고 심지어 외투도 입지 않았다.구은서는 의
곽시양은 임유진의 사무실에서 30분 넘게 있다가 나왔다. 복도로 나서자 동료들의 시선이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다.시양은 다들 자신이 승진한 걸로 수군대는 줄 알고 웃으며 지나치려 했지만,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 한 명이 다급하게 말했다.“시양 씨, 얼른 회사 이메일 확인해 봐요.”시양은 곧장 사내 메일함을 열어봤고, 그 내용을 확인한 뒤 3분 넘게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고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에 잡히는 물건을 움켜쥐고 그대로 진소혜를 향해 달려들며 집어던졌다.소혜도 가만히 있지 않았고, 두 사람은 한순간에 몸싸움으로 번졌다. 동료들이 달려와 가까스로 둘을 떼어놓자, 시양은 눈에 광기를 담고 소리쳤다.“진소혜, 이 악랄한 년! 팀장님도 모함하고, 나도 똑같은 수법으로 뒤통수 쳐? 너 같은 건 세상에서 그냥 사라져버려야 해!”소혜도 물러서지 않았다.“미쳤어? 그게 왜 내 탓인데? 그딴 더러운 짓을 해놓고 몰래 찍혔다고 나한테 화를 내?”“너야! 너밖에 없잖아!”시양은 미친 사람처럼 소혜에게 다시 달려들려 했다. 이때, 현준이 달려 나와 그녀를 막으며 말했다.“진정 좀 해!”“꺼져!”시양은 손을 뻗어 정현준의 뺨을 그대로 후려쳤고,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당신이 날 찍었지! 그리고 진소혜한테 넘겼지! 둘 다 정말 비열해!”현준도 결국 폭발했다.“유혹한 건 당신이 먼저였잖아!”시양은 그대로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아악!”유진은 사무실 문 앞에 서서 이 난장판을 조용히 지켜봤다. 몇 마디 오가는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어찌 돌아간 건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시양은 입사 이후 내내 소혜에게 눌려 지냈다. 겉으론 아첨하며 따라다녔지만, 소혜가 자신을 무시하고 조롱하듯 대하던 걸 속으로는 원망하고 있었다.시양은 현준이 소혜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도 소혜에게 특혜를 줬던 그를 시양은 일부러 유혹했다. 현준을 차지해 소혜를 공격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현준은 시양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
이날, 임유진은 티타임에 진소혜와 마주쳤다. 소혜는 입술을 다물고 웃으며 말했다.“팀장님, 구씨그룹의 총애를 받으니 우리 부서 실적도 쭉쭉 오르겠죠? 부서 직원들 대신 감사드려요, 팀장님.”유진은 커피를 받아 들고 나가려다, 소혜의 옆을 지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 소혜 씨가 한 거라는 거 알아요. 이미 누가 나한테 말해줬거든요. 그래서 소혜 씨 그냥 두지 않을 거예요.”소혜의 얼굴빛이 살짝 굳어졌고, 고개를 돌려봤을 땐, 유진은 이미 자리를 떠나 있었다.오후 회의에서 유진은 이렇게 발표했다.“이번 평가 기간 동안 곽시양 씨가 업무에 성실히 임했고,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었어요. 따라서 정현준 씨의 직책을 승계하여 부서 부팀장으로 승진해요.”“인사팀에서 곧 공식 공지드릴 예정이에요.”유진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엔 놀라움이 번졌고, 시양 본인조차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부서 내에서도 존재감이 적었고, 입사한 지 오래되지도 않았으며, 능력이나 실적 모두 소혜에 비해 부족했기에, 시양이 발탁된 건 모두에게 의외였다.소혜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팀장님, 부팀장 선발 기준이 뭔가요? 기준을 명확히 해주시죠.”유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소혜를 응시하며 말했다.“기준? 내 마음대로 정하는 게 기준이라면 기준이겠죠”소혜는 눈을 크게 떴고, 유진은 고개를 돌려 멍하니 있는 시양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시양 씨, 제 사무실로 잠깐 와요.”“네?”시양은 얼떨떨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소혜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서둘러 유진을 따라갔다.유진이 회의실을 나서자, 안에서는 수군거림이 폭발했다. 최근 있었던 일로 인해 유진은 여전히 비난의 대상이었고, 그런 유진이 능력도 부족한 신입을 뛰어넘어 부팀장으로 발탁했다는 점에서 불만과 의문은 더 커졌다.현준도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이 인사 결정은 사전 상의 없이 유진이 발표한 것이었고, 그 역시 놀라고 있었기 때문이다.소혜는 맞은편에 앉은 베
유진은 구은정의 표정을 보고, 가슴 어딘가가 서늘해졌다. 그는 평소와는 어딘가 다르게 느껴졌고, 유진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어제 술 마셨다던데, 괜찮아요?”은정은 유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괜찮아.”“안 좋아 보이던데, 이제 술은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유진이 조용히 은정에게 당부했다.“응.”그 말에 은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시간 됐어요. 나 출근해야 해요.”유진은 그렇게 말하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고, 그렇게 둘은 스쳐 지나갔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유진은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조금 전 은정이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이 자꾸 마음에 걸렸고,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순간 망설임도 없이 엘리베이터 문을 다시 열고, 급히 뛰쳐나왔다.그러나 복도엔 이미 그의 모습이 없었다. 유진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스스로가 어이없었다.‘내가 지금, 도대체 뭐 하는 거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아니, 지금은 내 문제부터 정리해야 해. 괜히 그 사람한테 짐이 되어선 안 돼.’그날 오후, 은정은 늦게서야 회사에 출근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법무팀에 최이석 관련 고소를 철회하라고 지시했다.마심호는 납득하지 못한 얼굴이었다.“그 사람 같은 놈은 봐줄 이유가 없죠. 이번 기회에 서성 라인 애들도 좀 눌러놓는 게 나아요.”그러나 은정은 별다른 설명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저도 제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요.”그날 저녁, 은정은 늘 그랬듯 이경 아파트로 돌아왔다. 조용히 복도를 지나, 곧장 유진의 집 앞으로 갔다.문 비밀번호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고, 은정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집 안은 예전 그대로였고, 유진은 아무것도 챙겨가지 않았다.그런데도 방 안은 왠지 썰렁했는데, 무언가 본질적으로 달라져 있었다. 은정은 그녀가 드라마를 자주 보던 소파에 앉았다. 그 자리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드리울 때까지 그렇게 있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정은 책상 위의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녹음 안 했어요.”서선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은정아, 이 일은 내가 밖에 알리지 않을게. 대신 조건이 있어. 최이석 일, 바로 고소 취하하고 다시는 들추지 마.”“그리고 스스로 구씨그룹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회사도, 강성도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네 아버지에겐 그냥 말하면 돼. 죄책감 때문에 이 집에 더는 못 있겠다고. 이번엔 분명히 놔줄 거야.”“네가 떠날 땐, 내가 사람을 시켜서 돈도 챙겨줄게. 아버지한텐 그걸로도 충분히 체면 세워준 셈이 될 거야.”은정은 서선영을 냉랭하게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당신 딸을 희생해서까지 날 함정에 빠뜨린 이유가 최이석 때문이었네요.”서선영의 얼굴이 순간 굳더니 곧바로 해명했다.“그 사람은 내 동생 밑에서 오래 일했어. 난 내 동생을 위해서 한 거야. 은정아, 지금 네가 분위기 바꿔서 빠져나갈 생각은 아예 하지 마.”“내가 당신 말대로 안 하면요?”은정은 담배를 내뿜으며 한껏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어차피 난 이미 악명 높은 놈이 됐어. 하나쯤 더 얹혀도 그만이죠. 오히려 구은서는 이제 절대 부잣집 자제와의 결혼은 꿈도 못 꾸겠죠.”서선영의 얼굴은 날카롭고 차가웠다.“끝장을 보겠다는 거야? 그렇게 되면 은서는 동정받는 쪽이 될 거야.”서선영은 은정을 똑바로 노려봤다.“임유진하고 너, 꽤 가까운 사이잖아. 그 애는 나랑 너 때문에 몇 번이나 맞붙었지. 근데 만약 그 애가 네가 술에 취해 여동생을 건드린 놈이라는 걸 알게 되면?”“그 아이 눈엔 네가 어떻게 보일까? 널 어떻게 생각할까? 넌 그걸 감당할 수 있어?”그 말에 은정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서선영은 그 반응에 확신을 얻은 듯 미소를 지었다.“내 말대로 해. 열흘 안에 강성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 안 그러면 임유진이든, 임씨 집안이든, 강성 전체가 너란 인간이 얼마나 추잡한 놈인지 알게 될 거야.”“널 사회적으로 매장 시킬거고, 임유진도 널 경멸하
은정은 격노한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저는 그런 짓 하지 않았어요. 이건 서선영 저 사람이 꾸민 함정이에요.”서선영은 엉엉 울면서 외쳤다.“내가 내 딸을 희생시켜서 너한테 함정을 판다고? 구은정, 네가 나를 미워하는 건 알아.”“예전부터 나한테 편견이 있었지. 그래, 미우면 나한테 손찌검을 해. 왜 애먼 은서를 괴롭혀?!”“은서는 아직 시집도 안 갔어. 이제 어떻게 살라고 해? 이 소문이 밖에 나가면, 우리 집안은 완전히 끝장이야!”은정은 오직 구은태만 바라보며 물었다.“저를 믿으세요?”구은태는 아들의 눈을 바라보다가, 문득 다른 기억 하나가 떠오르며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때 갑자기 은서가 벽을 향해 몸을 던지듯 달려갔다. 죽을 각오로 내달리는 눈빛이었다.“은서야! 안 돼, 은서야!”서선영이 급히 은서를 껴안고 붙잡았고, 울음이 멎지 않았다.“은서야, 제발 그런 짓 하지 마.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거기 누구 없어요! 얘 좀 붙잡아줘요!”서선영은 울먹이며 도우미들을 향해 소리쳤다. 몇 명의 도우미가 급히 달려와 은서를 붙들고 감싸 안았다.그중 평소 은서를 따르던 도우미가 조심스럽게 구은태 앞에 다가와 입을 열었다.“회장님, 사실은 전에도 도련님께서 밤에 아가씨 방문을 두드리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었어요.”“하지만 도련님이 너무 무서워서, 보복당할까 봐 말씀 못 드렸어요. 제가 잘못했어요.”그 도우미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제가 좀 더 일찍 말씀드렸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요!”은정은 도우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애옹이가 은서에게 보내졌던 그날 밤, 은정은 술에 취해 돌아와 애옹이가 사라진 걸 알고 은서를 찾아갔다. 그때 이 도우미가 어두운 구석에서 숨어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구은태는 거기까지는 떠올리지 못했다.죽을힘을 다해 몸을 던지려던 은서, 그리고 도우미의 일방적인 증언이 더해지자, 구은태는 은정을 더 이상 믿지 않았다.다시 근처에 있던 물
[말 좀 해봐요.][삼촌?]서선영이 천천히 2층에서 걸어 내려오더니, 바닥에 떨어져 있던 휴대폰을 집어 장말숙 아주머니에게 건네며 눈짓을 보냈다. 이에 장말숙 아주머니는 눈치를 채고 전화를 받아 들고 말했다.“유진 씨죠? 저희 도련님이 술에 취하셨어요.”유진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네, 신세 좀 질게요. 잘 부탁드려요.]“네!”장말숙 아주머니는 괜히 말을 더했다가 실수라도 할까 봐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은정의 까만 눈동자가 서선영을 향해 있었지만, 그 시선은 이미 흐릿했다.서선영은 은정을 부축하듯 손을 내밀며, 자애로운 얼굴로 말했다.“은정아, 술 너무 많이 마셨잖아. 방으로 데려다줄게.”“으악!”날카로운 비명에 은정은 정신이 번쩍 들며 눈을 떴고, 날은 훤하게 밝아 있었다.옆에서는 구은서가 실크 잠옷 차림으로, 옷가지로 몸을 허둥지둥 가리고 있었고, 얼굴은 절망감에 젖은 눈물로 가득했다. 그녀는 분노로 떨리는 눈으로 은정을 노려보고 있었다.구서의 비명은 곧 서선영과 집 안 도우미들을 방으로 불러 모았다. 문이 열리고 방 안 풍경을 본 순간, 모두가 굳어버렸다.은정은 조금씩 의식을 되찾았고, 은서를 훑어보며 눈빛이 짙게 가라앉았다. 이불을 들추고 자신을 확인해 보니, 바지는 제대로 입고 있었지만 상의는 전혀 없었다.은정은 몸을 일으켜 세우려다 이마를 짚으며 침대 머리에 기대앉았다. 머리가 묵직하게 지끈거렸다.“엄마!”은서는 멘탈이 완전히 무너져 울부짖었다.“은서야!”서선영이 달려와 은서를 안고, 옷을 덮어주며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몰라요!”구은서는 서선영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오열했다.“밤에 오빠가 갑자기 방에 들어왔어요. 술에 취해서 저를 한 대 치더니 그다음은...”은서의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고, 드러난 어깨엔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짐승 같은 놈!”서선영은 벼락을 맞은 듯 충격에 빠져 온몸을 떨며 은정을 향해 소리
우정숙은 이 모든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예전에 은정은 분명히 임유진은 내 스타일 아니라며 선을 그은 적이 있는데, 왜 지금 와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쫓고 있는 걸까?“넌 어떻게 생각해?”우정숙이 묻자, 유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말했다.“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돌아왔어요.”그 말투가 생각보다 무거워, 우정숙은 분위기를 일부러 누그러뜨리며 웃었다.“이미 거절했는데도 냉정해져야 해?”유진의 귀가 붉게 물들었다.“어쨌든, 엄마는 이 일. 할아버지, 할머니한테는 말하지 말아줘요. 그리고 삼촌한테도 되도록 비밀로 해주세요.”그 말에 우정숙은 딸의 속내를 단번에 알아차렸다.“갑자기 이렇게 서둘러 집에 돌아온 이유 혹시 일이 더 커질까 봐? 너희 할아버지가 구은정한테 가서 따질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 아니야?”유진은 재빨리 대답했다.“누가 그 사람 걱정했대요? 밖에서 사는 게 질려서 온 거지, 그 사람이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하지만 우정숙의 따뜻하고 조용한 눈빛은 유진의 진심을 꿰뚫고 있었다. 우정숙은 다만 조용히 숨을 내쉬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날 밤, 구은정은 외부 일정으로 접대를 나갔고, 유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좀 늦을 것 같아. 집에 들어가면 애옹이 좀 봐줘.]유진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저도 집에 왔어요. 아주머님께 부탁하세요.]은정은 유진이 하루 정도 집에서 자려는 줄로만 알고, 별 의심 없이 답했다.[알겠어.]밤 10시.은정은 아직 접대 자리에서 술자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에 구은태가 보낸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은정아, 나 몸이 좀 안 좋다. 한번 집에 들러줄래?]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몸 안 좋으면 병원 가시죠.]그렇게 답장을 보냈지만, 더 이상의 응답은 없었다.술자리가 끝나고 나니 이미 자정 무렵이었다. 은정은 그래도 아버지를 확인하고자 구씨 저택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서자, 애옹이를 돌봐주던 장말숙 아주머니가 거실에서 그
정현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지난번에 뭐라고 했죠? 임유진 건드리지 말랬잖아요. 왜 말을 안 들어요?”진소혜는 웃었다.“들었어요. 적이 내 사람이 될 수 없다면, 없애버리라는 그 말, 정말 감명 깊었거든요. 곧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쫓겨날 거예요.”현준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임유진은 쫓겨나지 않아요. 사장님이 반드시 지킬 거니까요.”현준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덧붙였다.“유진 씨, 그 정체가 간단하지 않아요. 사장님이 곤란한 일에 휘말릴 때마다 뒤에서 도와준 사람이 바로 그 애였다고요.”“이렇게 성급하게 나가면 결국 당하는 건 소헤 씨라고요.”소혜는 비웃으며 말했다.“그런 것도 그 얼굴 덕 아니었을까요? 임유진이 무슨 대단한 집안 출신이라도 돼요?”현준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 애, 성이 임이야.”소혜는 비웃었다.“강성에 임 씨 많은데요? 임씨라고 다 임씨 집안이예요?”“임유진이 정말 그 임씨 집안 사람이었으면, 이런 작은 곳에서 평사원으로 일할 일이 없죠.”강성에서도 가장 윗자리에 있는 집안, 그 임씨 집안 사람이라면 당연히 격이 달랐을 것이다.현준은 소혜를 바라보며, 무력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소혜 씨, 소혜 씨는 너무 자만해요. 이제 막 졸업한 사람이잖아요. 세상이 어떤지 아직 몰라요.”“내가 경력은 부족하지만, 머리는 좋아요.”소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어떻게든 손에 넣을 수 있어요.”현준은 더는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막막했고, 소혜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이번 달 말이면,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존재 자체가 사라질 거예요.”이메일은 해외 IP에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되어, 추적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루머는 벌써 영업팀까지 퍼진 상황이었다.한때 유진이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걸 보고 감탄했던 동료들조차, 그녀가 정말 실력만으로 이룬 건지 의심하기 시작했다.너무 젊은 나이에, 임씨 그룹 같은 대형 고객을 설득하고, 이미 다른 부서에서 거의 성
서선영은 유혹적인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거절하려는 듯하면서도 몸은 피하지 않았다.“안 돼. 나, 한 시간밖에 못 나와 있어.”“당신 보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최이석은 그렇게 말하면서 서선영의 치마 지퍼를 내렸다.“밖에 사람 세워놨어. 아무도 안 들어와.”...오전, 임유진은 구씨그룹과의 계약을 마무리했다. 오후에는 회사 고위층 회의에 참석했고, 회의가 끝나고 마케팅부로 돌아왔을 때쯤, 팀 동료들의 시선이 평소와 달랐다.유진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모두는 급히 예의를 갖춘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유진은 손에 든 자료를 들고 여진구를 찾아갔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진구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유진이 들어오자, 그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무슨 일 있었어요?”유진이 맑은 목소리로 묻자, 진구는 곧바로 말을 돌렸다.“아니야. 너 손에 든 거, 청원안 자료야? 나 좀 볼게.”하지만 유진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휴대폰, 보여줘요.”진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휴대폰 화면을 다시 켰다. 방금 보고 있던 건, 유진과 은정이 함께 있는 사진들이었다.둘이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 그리고 둘이 함께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는 장면. 얼마 전 중식당에서 있었던 그날이었다.진구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누군가 이 사진들을 너희 팀 메일에 전체 전송했어. 내용은, 네가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게 구은정과 부적절한 관계가 있어서라고.”유진은 이미 그 메일을 확인했었다. 메일에는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구씨 그룹 사장을 유혹했다는 식의 악의적이고 천박한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업계 풍기를 망친다는 말까지, 표현이 거칠고 추했다. 유진은 이를 꽉 물었지만, 곧 침착하게 물었다.“발신 IP 추적할 수 있어요?”진구가 답했다.“지금 IT팀에서 추적 중이야. 내부 직원일 수도 있고, 유지그룹 쪽의 보복일 가능성도 있어. 하지만 반드시 밝혀낼 거야.”“일단 외부로 확산은 안 됐고, 회사 내부 루머 수준이야. 이미 전체 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