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말을 더듬었다."천만에요!"구택은 눈을 돌려 손을 들어 소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주 감독과 얘기 좀 하러 갈 테니까 자기도 가서 일해요. 다른 일은 걱정하지 마요, 내가 있으니까!""응!" 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구택은 손으로 다시 한번 그녀의 머리를 만지고 나서야 몸을 돌려 떠났다.남자가 떠나자 소희는 자신의 스케치북을 들고 정남에게 말했다."볼일 있어요? 가요!"정남은 뒤에서 따라가며 충격과 불가사의한 표정을 지었다."소희야, 네가 전에 말한 남자친구, 설마 임 대표님은 아니겠지?""그 사람 맞아요." 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정남은 곧 기절할 것 같은 표정을 하더니 또 약간 당황했다."임 대표님은 무슨 오해를 하지 않았겠지?""그럴 리가요!" 소희는 가볍게 웃었다. "우리는 친구인데 그가 뭘 오해하겠어요?""그럼 난 앞으로 너와 이야기할 수 있겠니?"정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소희는 어이가 없었다."왜 말을 할 수 없는 거예요? 우리는 정상적으로 일하는 동료인데, 그는 질투가 많고 독단적인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정남은 탄식했다. 이런 최상위층의 인물이 독단적이지 않다니?그는 눈알을 굴렸다."소희야, 내가 뭐 좀 물어봐도 되겠지?""네." 소희는 대범하게 말했다."밖에서는 모두 임구택과 구은서가 커플이라고 말하는데, 너희 두 사람은,"정남은 그녀를 향해 눈짓했다.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연예계의 스캔들은 진짜도 있고 가짜도 있죠.""오, 그럼 그들은 가짜구나!"정남은 문득 깨달았다.소희는 가볍게 웃었다."잡담 그만하고 이제 일해야죠!""일이 있어서 너 찾아왔는데." 정남은 자신의 머리를 두드렸다. "무슨 일이었지?"그는 놀라서 모두 잊어버렸다!그는 갑자기 또 한 가지 일이 생각났다. 전에 설정원이 소희를 괴롭힐 때, 소희는 돈으로 그를 혼내주려 했다. 정남은 그때 소희가 고의로 설정원에게 겁주는 줄 알았다.지금 생각해보면...그 후 설정원은 한 번도 여기
이연은 촬영할 때 다른 사람에게 끌려갔다. 양 조감독은 그 사람들이 몸집이 웅장하고 엄숙해보여 일반인과 같지 않은 것을 보고 감히 막지 못하고 스스로 사람들을 안정시키고 사람을 파견하여 주 감독에게 통지했다.간 사람은 곧 돌아와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 감독님은 상관하지 말라고 했어요."양 부감독은 어느 정도 깨닫고 현장을 안정시킨 다음 다른 사람의 신을 계속 찍었다.이연은 뒤쪽 마당의 한 방으로 끌려갔고 매우 화가 났다."당신들은 누구야? 사람을 협박하는 것은 법을 어기는 거란 거 몰라? 나는 이 촬영팀의 주연이고, LS엔터테인먼트의 연예인이야. 너희들 감히 나를 건드리면, 임 대표님도 너희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명빈은 싸늘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임 대표님이 우리를 보낸 거야!”이연은 멍해졌다."뭐? 임 대표님이 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전에 소희 아가씨가 대역할 대, 손강이란 스태프더러 땅에 못을 놓으라고 한 일, 당신이 시킨 거야?"이연은 눈빛이 반짝이며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나 아니야, 왜 나라고 말하는 거지?""사람 데리고 들어와!" 명빈은 고개를 돌려 분부했다.밖에 있는 사람은 즉시 손강을 압송하여 안으로 던져 넣었다.손강은 딱 봐도 얻어맞은 게 분명했다. 입가의 핏자국은 이미 말랐고, 이마에는 멍이 들었다. 그는 두려움에 찬 눈빛으로 명빈을 보더니 또 이연을 보고는 황공해했다."서이연이 그렇게 하라고 시켰어요. 그녀는 나에게 200만 원 주었는데, 매트를 정리할 때 못을 넣으라고 했어요.""무슨 헛소리 하는 거야!" 이연은 안색이 크게 변하여 눈을 크게 뜨고 이를 갈았다."누가 너를 매수하여 날 모함하게 했지? 이 나쁜 놈, 나는 너를 전혀 모른다고!""서이연 씨, 나 곧 맞아 죽는 이상, 그냥 인정해요!""나 아니야, 내가 왜 하지도 않은 일을 인정해야 하는 거지?"명빈은 손강을 쳐다보았다."이 여자는 어떻게 너에게 돈을 줬지?""그녀의 조수가 입금해줬어요. 입금한 후
못이 순식간에 그녀가 입고 있는 치파오를 파고들어 살을 찌르자, 이연은 소리를 지르며 필사적으로 발버둥쳤다. 그러나 그녀가 발버둥 칠수록 못은 더욱 깊이 찔러 들어갔고, 그녀는 눈을 부릅뜨며 아파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아파, 이거 놔!""당신들 지금 법을 어기는 거야. 난 당신들 고소할 거야. 경찰에 신고할 거라고!"......은서는 오자마자 이연이 비명 지르는 소리를 들었다."대표님 만날 거야!""나는 임 대표님의 여자야, 당신들 나한테 이러면 안 돼!"......은서는 눈알을 굴리더니 들어가서 이연을 위해 사정하지 않고 몸을 돌려 갔다.그녀는 직접 촬영팀에 가서 소희를 찾았다.주위 사람들을 모두 물러나게 한 다음, 은서는 직접 말했다."소희 씨, 이연은 지금 구택의 사람들에게 고문을 받고 있어요. 난 그녀가 무슨 일을 해서 구택을 화나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러다 사람 죽겠어요!"소희는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가더니 즉시 깨달았다. 전에 구택은 못을 조사하려고 했고, 지금 사람들 시켜 시연을 고문하고 있으니 이 일은 이연이 한 게 분명했다.은서는 그녀가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안색이 약간 가라앉았다."소희 씨, 나는 당신이 지금 구택의 관심으로 득의양양할 수도 있다는 거 잘 알고 있어요. 그러나 당신은 자신의 느낌만 생각해서는 안 되죠. 구택이 아무리 대단해도 법을 위반할 수 없으니 당신도 반드시 가서 그를 막아야 해요!"소희는 눈빛이 냉담했다."구은서 씨는 서이연 씨를 위해 좀 안타까워해야 하지 않나요? 결국 그녀가 여러 번 잘못을 저지른 것도 모두 당신을 위해서잖아요!"은서는 눈을 가늘게 떴다."그게 무슨 뜻이죠? 그녀 스스로가 소희 씨를 질투하는 건데, 나랑 무슨 상관이죠?"소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짓더니 밖으로 나갔다.은서는 눈빛이 반짝이며 곧 따라 나갔다.모두들 정원에서 이연의 비명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촬영팀의 스태프들은 저마다 안벌부절못했다. 구택이 사람을 훈계한다는
소희는 천천히 이연의 앞에 걸어가더니 몸을 부구렸고, 눈빛은 맑고 차가웠다."달갑지 않다고요? 구택 씨는 당신을 직접 LS 엔터테인먼트의 연예인으로 만들었고, 당신에게 가장 좋은 자원을 주었죠. 당신이 출세하여 더 이상 남에게 당하지 않도록. 그는 당신에게 당신의 것이 아닌 많은 것들을 주었는데, 또 뭐가 달갑지 않은 거죠?"이연은 몸이 떨릴 정도로 울었다."이것은 내가 내 몸으로 바꾼 거예요. 대표님이 가장 필요로 할 때, 나는 자신을 그에게 주었다고요. 이것은 대표님이 주동적으로 나에게 준 거예요!"구택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소희 앞에서 이런 얘기를 꺼내고 싶지 않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서이연, 난 이미 당신에게 기회를 줬어요. 당신 스스로 매번 나의 인내심을 건드린 거죠!"이연은 크게 울었다."그러나 그날 밤 이후, 나는 대표님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나는 어떤 자원도 원하지 않고, 스타도 되고 싶지 않아요. 난 단지 대표님의 여자가 되고 싶어요!""서이연, 그만해!" 구택은 큰소리로 냉담하게 호통쳤다.은서는 한쪽에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몇 사람을 바라보며 눈을 깜박였다. 보아하니 이연이 이렇게 하는 것은 나름 신심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럼 더 많은 일을 폭로했으면 좋겠다. 그녀는 오히려 소희와 구택의 감정이 정말 그렇게 튼튼한지 보고 싶었다!"그날 밤?" 소희는 입술을 구부리며 구택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날 밤 무슨 일 있었어요?""소희야," 구택은 좀 당황했다. 오늘 같은 날 올 줄 알았으면 그날 밤 그는 절대 이연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이연은 눈빛에 차가운 기운을 숨기고 있지만, 여전히 연약하고 무고한 표정으로 소희를 바라보았다."소희 씨, 어쨌든, 나의 첫날 밤을 대표님에게 주었고, 우리 모두 같은 여자니까, 제발 대표님에게 날 놓아 달라고 해줘요!""그날 밤 그 사람이 당신이란 거, 확실해요?" 소희가 되물었다.이연은 멈칫하더니 눈물을 글썽였다."그게 무슨 뜻이죠?"소희는 싸늘하게 웃었다."그날
구택은 안색이 가라앉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지금 이게 중요해요?""그럼 뭐가 중요한데요?" 소희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설마 그날 밤 그 사람이 나여서 실망했어요?"구택은 잘생긴 얼굴이 변하더니 갑자기 몸을 기울여 그녀의 턱을 쥐고 그녀의 입술을 세게 물었다.소희는 몸부림을 치며 말했다."아파요! 임구택 씨, 아프다고요!"남자는 멈추고 약간 뒤로 물러서며 검은 눈동자는 그녀를 주시했다."전에 서이연이 나에게 그날 밤 일을 말하는 거 들은 적 있죠. 자기는 내가 오해했다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왜 말하지 않았어요? 왜!"소희의 눈동자는 칠흑처럼 맑고 깨끗했다. "난,"구택은 다시 그녀를 깨물고 싶었고 목소리에는 쉽게 알아차리지 못할 원망이 묻어 있었다."내가 그날 밤을 얼마나 신경 썼는지 알아요? 자기한테 말할 수도 없었고, 심지어 서이연이 거듭 이 일을 이용하여 요구를 제기할 때, 나는 타협할 수밖에 없었어요. 행여나 그녀가 자기에게 함부로 말해서 자기 마음을 불편하게 할까 봐요."소희는 남자의 검고 깊은 눈동자를 보고 갑자기 마음이 좀 아팠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고, 방금 그에게 물린 곳을 물어 한바탕 따끔거리더니 눈시울은 참지 못하고 붉어졌다."미안해요, 구택 씨. 나 후회하고 있어요. 당신을 속인 거 말이에요."구택은 그녀를 주시했다."진작에 자기인줄 알았다면, 난 정말,"그는 정말 얼마나 즐거울지 모른다!소희는 주동적으로 일어나 그의 다리에 걸터앉아 그의 얼굴을 들고 낮은 소리로 달랬다."화내지 마요. 구택 씨는 서이연 씨가 요구한 것을 전부 들어줬으니, 나는요? 그날 역시 나의 첫날 밤이었어요. 그러니까 구택 씨도 나에게 타협해야 해요. 이제 화내지 마요!"구택의 눈밑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는 그녀와 처음으로 관계를 가질 때, 그녀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사실 후에 마음속으로 줄곧 질투하고 있었다.알고 보니, 그녀의 첫날 밤은 자신과 함께 했던 것이라니!아무리 답답한 마음도 지금
"아니요."소희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구택 씨는 못생기지 않았으니까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좀 가져요!"구택은 웃음을 참지 못했고 그녀를 부축하여 자리에 앉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입가의 미소는 또 냉소로 변했다."그럼 그때 만 원을 남겨둔 이유가 뭐죠?"소희는 검은 눈동자를 굴리며 진지한 척했다."그때 몸에 만 원밖에 없었는데, 지금 적다고 싫어하는 거예요?"구택은 안색이 변하더니 사나운 눈빛을 드러내며 그녀를 핸들에 누르고 힘껏 키스했다.그는 조금도 봐주지 않고 그녀를 세게 키스했다.몇 달 만에 그는 마침내 당시의 울분을 토해냈고, 그녀가 자신을 모욕한 원수를 갚았다!소희는 가까스로 틈을 찾아 그를 피하고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원하지 않으면 그 돈 나에게 돌려줘요, 나도 후회했다고요!"구택은 코웃음치며 차에서 지갑을 꺼냈는데,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단지 그날 밤 그녀가 남긴 만 원만 있었다.그는 돈을 꺼내 위의 번호를 보더니 눈썹을 들어 소희를 바라보았다."방금 번호 외웠다고 말했죠, 지금 외워봐요!""돌려줘요!" 소희는 손을 뻗어 뺏으려 했다!구택은 아주 빠르게 피하더니 그녀를 그윽하게 바라보았다."난 나 자신을 자기에게 주었고, 이 돈은 바로 우리 사이의 계약이에요. 자기는 평생 후회하면 안 되고 날 떠날 생각도 하지 마요!"소희는 가슴이 떨리더니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구택은 돈을 내려놓고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다시 그녀에게 키스했다. 다만 이번에는 더 이상 사나운 징벌이 아니라 부드럽고 뜨거운 키스였다. 마치 그날 밤, 그는 그녀가 두려워할까 봐 용솟음치는 욕망을 참으며 위로하며 그녀에게 키스했던 것처럼."자기야, 넌 내 거예요, 처음부터 끝까지!"얼마 지나지 않아 소희는 누군가가 멀지 않은 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바로 멈추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기자 있어요."촬영팀 밖에는 원래 쭈그리고 앉아 있는 기자들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녀를 스타로 착각해서 스캔들이라
하지만 동시에 이연이 촬영할 때 매트 밑에 못을 박으라고 했는데 결국 그녀 자신을 해쳤다는 폭로도 나왔다.일의 경과가 모호하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 상상의 공간을 갖게 했다.모든 일이 점점 더 오리무중해졌고, 이때 갑자기 이연의 매니저가 그녀를 대신해 공고를 올렸다. 이연은 다리 부상으로 잠시 연예계에서 은퇴하기로 결정하고, 컴백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근 몇 년 동안 팬들의 옹호와 믿음에 감사했다.이 글은 직접 큰 파도를 일으켜 심지어 몇 차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팬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끊임없이 물었고, 또 다른 명석한 사람들은 이연이 분명히 잘못을 저질러서 이렇게 됐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연예인이 약간의 상처를 입었다고 계액까지 해약되고 심지어 연예계에서 퇴출한 단 말인가.아무튼, 이연은 앞으로 다시는 복귀할 수 없었다!인터넷에 이 천지를 뒤덮은 소식은 또 다른 공고를 가렸다. 그것은 하씨 그룹의 이상장이 공개한 것으로, 하인영과 부녀관계를 해제한다고 선포했다. 이제부터 하인영의 그 어떤 일도 모두 하씨 집안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저녁에 구택은 명우의 전화를 받았고, 하씨 가문이 사정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씨 가문 쪽에서도 자신의 태도를 표명하여 이미 하인영과 선을 긋고 더는 그녀의 그 어떤 일도 상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구택은 냉소했다."동작은 참 빠르군!"다른 한쪽의 명우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필경 설가네 집안과 같은 전례가 있었으니 하가네 사람들이 감히 꾸물댈 용기가 어딨겠는가.상위층은 무척 작았으니, 어느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한 경위를 몰라도 자신의 인맥을 통해 십중팔구 알 수 있었다.설가네는 구택의 미움을 사서 일주일 안으로 파산하고 사라졌다.하가는 온 가족의 이익과 하인영 사이에서 신속하게 결단을 내려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하인영을 버렸다.전화를 끊자 마침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구택은 가운을 입고 문을 열었는데, 호텔에서 보
소희는 눈썹을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심명?"심명은 그녀에게 전화를 거의 하지 않았는데, 하필 오늘 구택이 있을 때 전화했다.구택은 핸드폰을 쥐고 미간에 우울함을 띠고 있었다."그는 왜 자기를 그렇게 친밀하게 불러요?"오늘 심명이 한 말은 그로 하여금 마음에 응어리가 생기게 했다.소희는 남자를 꼭 안았다."임구택 씨, 당신은 심명이 이 말을 한 목적이 바로 지금과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그녀가 그와 친밀하다고? 그럴 리가 없잖아!구택은 고개를 숙이고 소녀의 턱을 쥐었다."그 남자랑 좀 떨어져요!"그는 지금까지 심명을 싫어하는 것처럼 한 사람을 싫어한 적이 없었다!소희는 목소리가 가벼웠다."얼마나 떨어질까요? 그는 지구에 있으니 난 화성에 갈까요?"구택은 눈썹을 찌푸렸다."지금 내가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하는 거예요?"소희는 입술을 구부렸다."구택 씨가 계속 이렇게 나온다면, 심명은 아마 즐거워 미칠 걸요!"구택은 코웃음쳤다."내가 그의 그 더러운 마음을 모를 것 같아요?""근데 그렇게 따지는 거예요?" 소희는 콧방귀를 뀌었다."자기에 관한 일이라면, 난 따지지 않을 수가 없어요." 남자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소희는 아름다운 눈동자를 돌려 남자를 꼭 안았다."그 사람 얘기 안 하면 안 돼요? 나 배고파요.""내가 직접 모실게요, 나의 공주님!" 구택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소희를 안았다.소희는 그의 목을 껴안았다."공주되기 싫어요. 난 여왕이 될 거예요!""네, 나의 여왕님!"……이미 밤 10시가 되었을 때, 명원은 은서의 전화를 받았다."은서 누나!"은서는 술을 마신 듯 목소리에 약간의 취기를 띠었다."명원아, 너 지금 어디에 있니?""미연이 여기에 있는데, 왜요?"명원은 즉시 물었다."나 마음이 좀 괴로운데, 와서 나랑 같이 술 좀 마실 수 있어?"은서가 물었다."곧 갈게요, 지금 어디에요?" 명원은 물으면서 일어섰다.소파에 앉아 있던 미연은 고개를 돌려 담담
방 안이 삽시간에 조용해졌고, 서인도 고개를 들어 임유진을 바라보았다. 유진은 눈처럼 맑고 투명한 얼굴로 휴대전화를 꺼내 녹음 파일을 찾아 재생했다.녹음 속에서는 두 사람의 대화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처음에는 안주설의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쥐구멍이 없어도 쥐는 나타나요. 쥐는 정말 어디든 들어올 수 있어요. 창문으로 기어들었을 수도 있고요.”“난 쥐가 제일 무서워요. 전에 내가 살던 원룸에도 한 번 쥐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어디서 들어온 건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강성에서 월세 살고 있나 봐요?”“음, 그렇죠!”...녹음이 계속 이어지다, 주설의 목소리가 확연히 낮아졌다.“유진 씨랑 서인 사장님, 토니네 일에서 손 떼면 안 될까요?”유진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뭐요?”“내가 400만 원 줄게요. 그러니까 서인 사장님 설득해서 여기서 떠나게 해 줘요.제발, 네?”“왜 그래요? 무슨 일인데요?”“묻지 말고, 그냥 네가 서 사장님을 설득해서 돌아가게 해 줘요. 우린 모두 토니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같잖아요. 그러니까 제발, 그냥 손 떼고 돌아가 줘요.”...유진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설마 주설 씨였어요?”“뭐가요?”“주설 씨, 이 민박집이 철거되길 바라고 있네요. 보상금 받아서 해성에 집 사려는 거죠?”“그게 유진 씨랑 무슨 상관이죠? 왜 우리 집 문제에 왜 당신이 끼어드는데요? 지나치게 참견하는 거 아닌가요?”“보상금 받아서 집 사면, 토니 씨 부모님은 어떻게 하라고요? 여기가 토니 씨 부모님들이 가진 전부예요.”“집이 무너지면, 부모님을 해성으로 모셔 갈 거예요?”“당신이 상관할 일 아니잖아요! 본인이 집 못 사니까 우리도 못 사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질투하는 거죠? 솔직히?”녹음은 거기서 끝났다. 유진은 녹음이 끝난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충격에 빠진 주설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웃었다.“누가 이 집을 철거시키려 했는지, 누가 보상금을 노렸는지, 누가 우리를 여기서 쫓아내려 했는지 이제 다들 알겠죠?”모든
윤석경은 손에 청경채를 들고 뛰어나오며 소리쳤다.“박민란 씨! 또 무슨 일이죠?”박민란은 서인과 임유진을 발견하자 더욱 흥분한 얼굴로 외쳤다.“당신들 가족 전부 나오라고 해요! 안토니도 불러요! 오늘은 꼭 이 비열한 배신자를 색출해야겠어요!”그 말에 윤석경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배신자라니, 무슨 소리예요?”곧 가족들이 모두 1층 거실에 모였다. 그리고 박민란은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자, 직접 보세요!”유진의 시선이 사진에 닿자마자 눈이 커졌다. 사진 속에는 서인과 유진이 있었다. 일요일, 호텔에서 네 사람이 함께 식사할 때 찍힌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서 오석준이 서인에게 차 한 상자를 건네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이에 박민란은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자, 똑똑히 보세요! 다들 잘 보라고요!”본래도 목소리가 컸던 그녀는, 화까지 난 상태라 더욱 격렬하게 소리를 질렀다. 거기다 입을 열 때마다 침까지 튀었다. “이 두 사람이 호텔 측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당신네 집을 팔아넘겼어요! 그런데도 당신들은 이들을 손님처럼 대접하고 있다니, 제정신이에요?”토니 가족은 사진을 보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토니도 호텔에서 공사 담당자를 찾아갔던 적이 있었기에, 사진 속 인물을 바로 알아보았다.유진은 억울하고 화가 치밀었고, 바로 박민란을 향해 따져 물었다.“이 사진 어디서 난 거죠? 누가 보낸 거예요?”박민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건 당신이랑 상관없어요! 아무튼 당신들 얼른 떠나요! 우리 일에 끼어들지 말고요!”토니 가족들은 사진을 들고 자세히 들여다보았고, 유진은 단호하게 설명했다.“사장님이 친구를 통해 호텔 공사 담당자를 만났고, 그 사람이 여기를 철거하지 않기로 약속했어요.”“그날 저녁에 그 사람과 식사한 것도 그 자리에서 설명해 드렸잖아요? 그리고 저 가방 안에는 차가 들어 있어요.”“지금도 차 안에 있으니까 가져와서 보여드릴게요!”토니는 사진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자, 임유진은 주변을 살피며 혹시라도 쥐구멍이 있는지 찾기 시작했고, 안주설은 창가에 기대어 웃으며 말했다.“쥐구멍이 없어도 쥐는 나타날 거예요. 쥐는 정말 어디든 들어올 수 있거든요. 창문을 통해서 들어왔을 수도 있어요.”그러자 유진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난 쥐가 제일 무서워요. 전에 내가 살던 원룸에도 한 번 쥐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어디서 들어온 건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주설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강성에서 월세로 살고 있나 봐요?”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음, 그렇죠!”주설은 조심스레 떠보듯 물었다.“그러면 나중에 사장님이랑 결혼하면 집을 살 테니까 더 이상 월세 살 일은 없겠네요? 사장님은 꽤 돈이 많아 보이던데요.”유진은 한숨을 쉬었다.“사장님이요? 무슨 돈이 많아요? 차 한 대 그나마 좀 값나가는 거지, 그거 팔아도 강성에서 집 사긴 어림도 없어요. 강성 집값 엄청 비싸요.”주설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전 집 없이는 절대 결혼 안 할 거예요. 자기 집이 있어야 마음 편하잖아요.”“저도 그렇게 생각해요!”유진은 적극적으로 동의하며 물었다.“두 사람은 언제 결혼할 거예요?”그러자 주설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연말쯤이요. 우리 둘 다 직장도 안정적이고, 하반기부터 결혼 준비를 시작하려고 해요.”“그럼 집은 샀어요?”유진은 궁금한 눈빛으로 묻자 주설은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거의 다 됐어요. 지금 집을 알아보는 중이에요.”“좋겠네요! 해성 집값도 강성이랑 비슷하게 비싸던데, 정말 대단하네요. 나랑 사장님은 언제쯤 자기 집을 가질 수 있으려나?”유진이 부러워하는 듯한 말투를 쓰자, 주설의 얼굴에는 은근한 우월감이 스쳤다.“열심히 일하면 언젠간 생길 거예요!”유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툴툴거렸다.“월급 모아서 집 사려면 늙어야 가능할걸요? 하늘에서 갑자기 돈 보따리라도 떨어지면 좋겠네요!”주설은 그녀의 말을 듣고 눈빛이 스치듯 어두워졌고 살짝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유진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안토니의 부모님은 점심을 준비하러 갔고, 안주설은 안토니를 방으로 끌고 가서 상처에 약을 발라주었다.임유진은 서인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당에 나서자, 유진이 생각에 잠긴 듯 말을 꺼냈다.“내 생각엔, 토니 가족 중에 뭔가 이상한 사람이 있어요.”서인은 눈을 살짝 들며 유진을 바라보았다.“무슨 뜻이지?”유진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어제 우리가 떠날 때, 토니가 우리한테 언제 돌아가냐고 물었잖아요? 그때 사장님이 바로 강성으로 간다고 했죠.”그러나 돌아가는 과정에 산길에 교통사고가 발생해 도로가 막히는 바람에, 한 시간 정도 지체되었고 시내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이 되어 떠나지 못했다.“하지만 토니 가족은 우리가 이미 떠난 줄 알았겠죠.”서인은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우리가 떠난 줄 알고 철거팀이 몰래 들이닥친 거라는 거군.”유진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미심쩍잖아요.”서인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토니일 리는 없어.”며칠간 함께 지내며 그를 지켜본 결과, 토니는 형과 마찬가지로 솔직하고 올곧은 성격이었다.무엇보다 부모님께 극진한 효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겉으로만 도와주는 척하면서 뒤로는 배신하는 짓을 할 리가 없었다.유진은 눈을 반짝이며 장난스럽게 물었다.“오늘 우리 여기서 자는 거죠?”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야 할 것 같아.”지금 상황으로 보면, 철거팀은 무슨 짓이든 할 가능성이 컸다. 만약 토니 가족 중 누군가가 정보를 흘린 거라면, 오늘 밤 서인과 유진이 없는 틈을 타 다시 올지도 모른다.그러자 유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그럼 난 2층에 올라가서 전에 묵었던 방에 아직도 쥐가 있는지 봐야겠어요.”서인은 눈썹을 살짝 올렸고, 유진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2층으로 올라가려던 찰나에, 유진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을 보니 임구택이었다. 유진은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오
안토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서인 형! 호텔 철거팀이 또 왔어요! 이번엔 포크레인까지 끌고 와서 우리 집을 당장 부수겠다고 해요!][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죠? 분명 철거하지 않기로 합의한 거 아니었어요? 우린 어떤 계약서에도 서명한 적 없고, 동의한 적도 없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거죠?]서인의 얼굴이 굳어졌고, 눈빛은 차갑게 변했다.“지금 바로 갈 테니까 철거 인부들을 최대한 막아봐. 하지만 네 안전이 최우선이야. 가족들도 꼭 보호해야 해!”[네!]토니는 급히 대답했다.[일단 어떻게든 붙잡아 볼게요!]“반드시 조심해!”전화를 끊고 나서야 임유진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서인은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하자, 유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어제 확실히 협의 끝난 거 아니었어요? 혹시 아래 직원들이 전달을 못 받은 거 아닐까요?”서인은 차 시동을 걸면서 오석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러나 신호가 길게 가더니 결국 연결되지 않았다.이에 곧바로 이한우에게 전화하자, 한우도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바로 형님한테 전화해 볼게. 안 받으면 직접 찾아갈게!]전화를 끊자마자 서인은 급히 차를 몰아 토니의 집으로 향했다. 차의 속도를 올려 빠르게 도착했을 때, 그곳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포크레인 한 대가 집 앞에 서 있었고, 토니의 아버지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그를 억지로 일으키려 하고 있었고, 토니와 다른 두 사람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윤석경은 철거 인부들에게 울며 애원했지만, 한 명이 그녀를 밀쳐버렸고, 이내 윤석경은 중심을 잃고 벽에 부딪칠 뻔했다.그 순간, 서인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나섰다. 토니의 아버지를 붙잡고 있던 사람 중 하나를 단숨에 발로 걷어찼다. 그리고 막 아버지를 부축하려던 순간, 유진이 소리쳤다.“조심해요!”서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재빠르게 몸을 틀어 뒤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상대의 손목을 잡아 꺾었다.
유진은 한눈에 서인의 잠든 모습을 훑어보았다. 거칠고 자유분방한 그의 잠든 모습조차도 심장을 뛰게 했다. 정말 사랑에 빠지면 상대가 제일 멋있어 보인다는 말이 딱 맞는 순간이었다.유진은 침대로 올라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리고 옆에 있는 자신의 최고 미남을 바라보며 말했다.“사장님, 나 이야기 듣고 싶어요!”서인은 살짝 눈꺼풀을 들어 유진을 곁눈질하며 말했다.“내 229명의 여자친구 이야기라도 들려줄까?”그 말에 유진은 눈을 부릅떴다.“말할 용기가 있으면, 난 들을 용기도 있어요!”“좋아.”서인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으며 회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첫 번째 여자는 나랑.”그러자 유진은 휙 하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머리까지 덮어버렸다. 서인은 마치 타조처럼 몸을 숨기는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서인은 손을 들어 조용히 불을 껐다.다음 날, 서인은 유진과 함께 흥성 주변의 명소를 둘러보았다. 유진은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았고,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월요일전과 같은 찻집에서 서인은 한우와 오전 10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두 사람은 미리 10분 전에 도착해 기다렸다.서인은 유진에게 말차 케이크를 하나 주문해 주었고, 그녀는 속으로 조금 설렜다.‘지난번에 내가 이걸 좋아한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구나.’정확히 10시가 되자, 한우와 그가 부른 사람이 도착했다. 한우는 두 사람에게 소개를 건넸다.호텔 프로젝트의 공사 책임자는 오석준, 마흔이 갓 넘은 나이에 머리 위가 약간 벗겨졌고, 몸집이 풍채가 있었다. 늘어지는 듯한 눈꺼풀 사이로 날카롭고 계산적인 눈빛이 스쳤다.일행이 자리를 잡고 앉자, 한우가 오늘 만남의 목적을 간단히 설명했고, 서인도 안토니 가족의 상황을 차분히 이야기했다.한우는 이야기를 들은 뒤, 바로 전화를 걸어 토니 가족의 집이 있는 정확한 위치를 확인했다.그 후,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원래 안토니 씨 댁은 철거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어요.”“하지만 서인 사장님이 직접 나를 찾아왔
유진은 맑은 눈으로 서인을 바라보다가, 이내 애잔한 눈빛으로 변하며 말했다.“내가 멍청하고, 잘 몰라서 이렇게 남아서 당신과 함께 세상을 보고 배우려는 거잖아요. 내가 함부로 아무거나 따거나 건드리지 않을게요.”“약속할게요, 그래도 안 될까요?”서인은 유진의 애처로운 표정을 보며 결국 마음이 약해졌다.“그럼 네 일은 어떻게 할 건데?”“휴가 내야죠. 마침 프로젝트 하나 끝낸 참인데, 여진구 선배가 며칠 쉬라고 했어요.”유진은 덧붙였다.“걱정 안 해도 돼요. 저 그런 무책임한 사람 아니에요. 일에 지장 주지 않을 거예요.”서인은 잠시 고민했는데, 유진을 혼자 차 타고 돌아가게 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그러면 이틀 동안 나랑 같이 다니되, 혼자 돌아다니지는 마.”이에 유진은 환하게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하루 24시간 내내 사장님이랑 붙어 있고 싶을 정도니까요.”서인은 할 말을 잃었고, 순간 유진이 일부러 자신을 흔드는 게 아닐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사랑스러운 말이 너무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그러나 유진의 맑은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어쩌면 자신이 너무 깊이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두 사람은 마당에서 바람을 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유진은 의자에 편하게 몸을 묻고 앉아 서인에게 물었다.“이한우 씨한테서 연락이 왔어요?”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호텔 공사 담당자와 연락이 닿았어. 월요일에 만나서 이야기할 거야.”유진은 손으로 턱을 괴며 말했다. “그 사람이 안토니 씨 집을 허물지 않겠다고 동의하면 문제는 해결된 거네요.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것 같아요.”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길 바랄 뿐이지.”유진은 미소를 지었다.“동의하지 않을 거면 굳이 만나려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걱정하지 마세요.”서인은 문득 유진에게 물었다.“회사에서는 무슨 일 해?”그러자 유진의 눈빛이 반짝였다.“드디어 내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네요?”서인은 입을 꾹 다물고 약간 어색한 기색을 보이며 시선을 피했다.“그
그 말에 서인은 코웃음을 치며 믿지 않는다는 듯이 옷장을 열어 옷을 꺼냈다. 그러면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나가 있어.”임유진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났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문을 열었다.“내가 훔쳐볼 것도 아니잖아요. 그 정도로 경솔하지 않아요. 보면 당당하게 보죠!”유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문을 밀어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서인은 유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유진,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서인은 서둘러 샤워를 끝내고, 나와서 밖을 내다보았으나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이내 서인의 표정이 굳어졌고, 그는 곧장 발걸음을 옮기며 유진을 불렀다.“임유진!”그러나 대답이 없었다. 수영장 주변은 조용했고, 희미한 조명 아래로 물결만이 은은하게 일렁이고 있었다.검은색 철제 울타리 너머로 다른 객실의 정원이 보였지만, 어디에도 유진은 없었다. 서인의 목소리가 낮아졌고, 이번에는 조금 더 강한 어조로 유진의 이름을 불렀다.“임유진!”그때, 화악 물살을 가르며, 유진이 수면 위로 튀어나왔다. 촉촉한 얼굴에는 물방울이 반짝였고, 커다란 눈동자가 더욱 맑게 빛났다. 유진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눈앞에 있는 서인을 바라보았다.잔물결이 유진의 주변에서 별빛처럼 흩어졌다. 그녀는 마치 물에서 갓 피어난 연꽃처럼 수면 위에 떠 있었다.서인은 순간적으로 말이 막혔고, 유진은 그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수영하며 천천히 다가왔다.그리곤 눈앞에서 손가락을 살랑살랑 흔들며 말했다.“왜 그래요? 놀랐어요?”서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렸다. 유진은 웃으며 수영장에서 나와 그를 따라가려 했지만, 나오자마자 재채기했다.그러자 서인은 한숨을 쉬고, 방으로 들어가 수건을 꺼내고는, 곧장 유진에게 다가가 수건을 둘러주며 나지막이 말했다.“옷 입은 채로 물에 들어가? 유진, 너 혹시 뇌를 물에 빠뜨린 거 아니야?”유진은 수건을 감싸 안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내가 옷을 안 입고
유진은 고개를 돌려 안주설과 안토니를 힐끗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사장님, 힘들지 않아요? 내려줄까요?”서인은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두 시간은 거뜬해.”그 말에 유진은 깔깔 웃었다. 그녀는 그의 어깨에 몸을 더욱 기대고, 탄탄한 팔뚝을 베개 삼아 살짝 눈을 감았다.따뜻한 햇살과 산속의 상쾌한 공기, 그리고 서인이 주는 안정감.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불안도 없었다.유진의 몸은 가볍고 부드러웠고, 땀방울이 살짝 맺힌 피부는 촉촉하고 서늘했다. 그리고 은은한 향이 서인의 코끝을 간질였다. 서인은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걸음을 뗐다.그러나 그때, 유진이 몸을 조금 더 밀착시키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사장님, 정말 나를 좋아하지 않아요?”갑작스러운 말에 서인의 발걸음이 순간 멈췄다. 유진의 숨결이 서인의 목을 스쳤고, 목소리는 부드럽고도 깊었다.그러나 서인은 단호하게 말했다.“안 좋아해.”유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고, 그녀는 가만히 한숨을 내쉬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래도 좋아요. 사장님이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안 좋아하면, 난 그걸로 괜찮아요.”유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인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빛은 어두웠고,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일렁이고 있었다.“그만 말해.”유진은 입술을 꼭 다물었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서인은 다시 묵묵히 걸었다.마침내 정상에 도착했을 때, 유진과 서인은 산 정상의 너른 바위 위에 앉아 경치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토니와 주설도 간신히 정상에 도착했다. 둘은 이미 땀범벅이었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반면, 서인과 유진은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토니는 헉헉대며 엄지를 치켜세웠다.“서인 형, 진짜 대단해요!”주설은 다소 무안한 표정으로 억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산할 때는 토니와 주설이 더욱 느리게 걸었고, 결국 민박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어 있었다.토니의 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