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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제작 세트 뒤의 정원은 잠시 조용했다. 이 곳은 평소에 소희가 쉴 때 오는 곳으로, 사람이 거의 없었다. 지금 정원에는 세 사람만 남아서 조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소희를 바라보던 임구택의 눈빛이 갑자기 가라앉으며 옆에 있는 이정남을 향했다.

이정남은 차가운 찬바람에 얼굴을 맞은 듯 몸서리를 치며 바삐 말을 더듬었다.

“저, 저, 저는 먼저 갈게요!”

말을 마친 그는 차마 임구택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달아났다. 그리고 정원을 나서서야 긴 숨을 내쉬고 정신을 차렸다. 소희가 심명과 임구택을 동시에 알게 되다니!

심명은 그녀를 위해 하인영을 때린 걸까? 임구택도 그녀를 위해 심명에게 적대심을 품은 거고?

세상에!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정보를 얻다니…….

좌우를 확인한 소희는 천천히 남자에게 다가가 팔을 뻗어 그를 안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빠!”

숨을 깊이 들이쉰 임구택의 얼굴이 차가워졌다.

“이런 방법 쓰지 마요!”

그의 품속에서 머리를 들고 죄 없는 눈빛을 한 소희가 말했다.

“그럼 더 좋은 방법을 알려주세요!”

마음이 약해진 임구택은 숨을 죽이고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쥐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숨어있었다.

“어떻게 하인영에게 괴롭힘을 당할 수 있어요? 내가 죽는 걸 보고 싶어요?”

그러자 소희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임구택은 멍해졌다. 따뜻한 기운이 가느다랗게 마음속에서 피어났지만 아무런 기색 없이 여전히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그의 손을 잡은 소희가 목소리를 낮추어 설명했다.

“저는 처음에 그 여자가 왜 저한테 조수가 되라고 하는지 몰랐어요, 그냥 호기심에 며칠 조수 노릇을 한 거죠. 이정남 씨가 말한 건, 사실 그렇게 심각한 일은 아니예요. 부감독 님도 저를 잘 보살펴 주셨고, 물건을 산 건 차로 저를 데리고 간 거예요.”

임구택은 침착한 얼굴로 말이 없었다. 이정남이 말한 것처럼 그렇게 심각한 일이 아니더라도 그녀가 하인영에게 당한 일을 생각하면 마음 속의 분노는 억제할 수가 없었다.

자신은 이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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