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연은 아래층에서 올라와 손에 설계원고를 들고 분노한 표정으로 소희를 바라보았다."소희, 너는 이 일이 이렇게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니? 온 총감독님, 여러 디자이너들 앞에서 나에게 설명해야 하지 않니?"소희는 살짝 이마를 찌푸렸다."무슨 설명?"민아는 가슴을 안고 냉소했다."발뺌 하긴. 우리의 디자인 원고 중 세 개가 똑같은데, 다시 한번 말해봐, 그 디자인 원고는 네가 한 거야, 아니면 윤미가 한 거야?"영미는 비웃었다."이 일을 깜박했네!"그러게, 소희가 어떻게 그렇게 성숙한 작품을 만들 수 있겠어!소희는 눈빛이 맑고 차가웠다."내가 한 거예요!""네 자신이란 것을 인정하면 돼!" 소연은 얼굴이 늠름하여 고개를 돌려 온옥을 바라보았다."온 총감님, 소희가 나의 설계원고를 표절했는데,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 거죠?"온옥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작업실은 이런 악랄한 행위를 절대 허용하지 않으니 당연히 중벌해야 하지!”슬기는 옆에 서서 비웃었다."어쩐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이런 전문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는지 했더라니, 표절이었구나! 그럼 명달 광고에게 준 모델 스타일링도 잘 조사해야 하지 않을까?"윤미는 소희를 한 번 보더니 표정이 복잡해졌다."소연, 너는 무슨 증거로 소희가 너를 표절했다고 하는 거지?""당연히 증거가 있죠!"소연은 분개한 표정으로 말했다."윤미 언니도 소희에게 속았다고 생각해요. 나는 곧 증거를 꺼내 당신들에게 소희가 표절했다는 것을 증명 할 거예요!”윤미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 증거?"소연은 자신있게 말했다."우선 표절한 사람을 어떻게 징벌할 것인가를 묻고 싶은데요?”온옥은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표절한 사람은 자연히 작업실에서 쫓겨나야 하고 주 감독님이 선택한 디자이너도 다시 바꿔야 하지!”민아는 소연을 보고 격동되어 말했다."소연아, 무슨 증거 있으면 빨리 꺼내!»소연은 손에 든 USB를 들고 차갑게 말했다."증거가
소연은 눈빛이 번쩍였지만 여전히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그래요!"온옥은 안색이 차가운 채 아래층 감시실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인차 누군가가 완전한 감시 카메라 영상을 보냈는데 화면 속 소희는 확실히 전화 한통을 받고서야 소연의 책상에 다가갔다.서랍 안이 주소인지 도안인지는 카메라 각도 문제로 소희의 그림자가 가려져 있어 잘 보이지 않았다.소연은 급히 말했다."소희가 내 디자인 원고를 훔쳐보기 전에 미리 변명을 생각했기 때문에 전화하는 모습을 보인 게 틀림없어."윤미는 그녀를 힐끗 보았다."그럼 소희는 정말 대단하네. 표절하기 전에 완전한 준비를 하고 또 전화로 우리를 속이려고 하다니. 만약 그녀가 그렇게 치밀했다면, 왜 CCTV가 있을 줄 몰랐을까? 모순되잖아."민아는 냉소했다."전화가 중요한가? 내 생각에 더 중요한 것은 소희가 확실히 소연의 서랍을 뒤져 그녀의 설계 원고를 보았다는 거라고. 이것이 관건이지!"윤미는 화가 났다."그럼 서랍 안에 소연의 설계 원고가 있다는 증거가 있어?"민아도 화가 났다."윤미, 이럴 때 표절한 사람을 수호하지 않는 게 좋겠어. 그렇지 않으면 넌 소희와 공모자일 수 있으니까!"윤미는 얼굴이 붉어졌다."소희가 설계원고를 찍었다는 증거가 없는 이상 그 모든 것은 너희들의 일방적인 생각이야. 너희들 뭐라해도 난 소희를 믿어. 우리는 결백하다고!""사실 논쟁할 게 뭐가 있어!"영미가 말을 이었다."디자인을 배우지 않은 학생이 이런 설계 원고를 그릴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어? 윤미야, 넌 믿니?"이만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이 사람들이 자신과 소희가 뽑힌 것을 질투해서 지금 모두 그녀들을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온옥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자, 너희들은 디자이너이지 시장에서 마구 욕설을 퍼붓는 아줌마가 아니야! 이 일은 매우 심각하니 나는 이미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가 와서 판결을 내리도록 하자!"진석이 온다는 말을 듣자 모두들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소연은
온옥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연이 먼저 앞으로 나아가서 눈에 눈물을 머금고 울먹였다."사장님, 소희는 내가 만든 설계원고를 표절하고 영화 복장 디자이너의 경선에 참가하러 갔어요. 결국 나와 민아 언니는 떨어졌고요. 우리에게 공정을 되찾아 주세요!”진석은 소희를 한 번 보더니 눈썹을 찌푸리고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소희가 네 설계 원고를 표절했다고?"소연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네!"진석은 입술을 살짝 구부리며 의미가 불분명한 표정을 짓더니 소희를 바라보았다."이런 일이 있다고?"소희는 복잡한 눈빛으로 말을 하지 않았다.온옥이 말했다."CCTV를 보면 확실히 소희가 소연의 설계 원고를 훔쳐본 것으로 보여요.”윤미는 즉시 말했다."사장님, 그것은 당시 소연이 전화를 걸어 소희에게 서랍 안의 주소를 찾아달라고 해서 그래요. CCTV에는 서랍 안에 설계 원고가 있는지 알 수 없었으니 이 안에 틀림없이 음모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음모는 무슨?" 민아는 냉소하며 말했다."무슨 드라마 찍어?"많은 사람들이 진석이 말을 하기를 기다릴 때,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눈살을 찌푸리고 소희를 바라보았다."밥은 먹었어요?"모두들, "..."지금 이것을 물어볼 때인가?소희는 고개를 저었다."이 일 때문에 아직 밥 먹으러 가지 못했어요.""배고프죠?" 진석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조수에게 말했다."점심 주문 좀 해줘."그의 조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해졌다. 진석은 왜 이렇게 소희를 관심하는 것일까? 지금 표절한 사람을 찾아내는 게 제일 중요한 거 아닌가?진석은 많은 사람들의 경악을 알아차린 듯 담담하게 설명했다."그녀는 위가 좋지 않아서 제때에 밥을 먹어야 하거든. 이제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부터 처리하자!"그는 의자에 앉아 냉담하고 담담한 태도로 소희를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물었다."혼자 해결해요, 해결한 다음 빨리 밥 먹고요!"표절 의혹에 진석까지 기다렸으니 소희는 확실히 위가 아팠다.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
영미는 이상함을 느끼며 말했다."왜 네 설계도는 왜 다시 재생할 수 있지?"윤미는 이미 긴장이 풀린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이건 소희의 친구가 업데이트 해준 건데 많은 강력한 기능을 추가했어. 전에 내가 설치해줄까 물었는데, 너는 필요 없다고 말했지."영미는 자세히 생각하더니 확실히 이런 일이 있었다.소희도 미연에게 부탁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지금 자신에게 이렇게 큰 도움을 줄 줄은 몰랐다!윤미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자, 이제 다 알겠지! 도대체 누가 표절했는지도 다 알 거 같아!"민아는 안색이 난처해지더니 고개를 돌려 소연을 보고 차갑게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야?»소연은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마음속으로 당황하면서도 미워했다. 원래 소희의 컴퓨터는 제도 과정을 재생할 수 있었다니. 그렇다면 그녀는 왜 처음에 말하지 않고 진석이 온 후 다시 내놓는 것일까.그녀는 당황하여 민아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몰라요, 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요.""몰라?" 윤미는 노발대발했다."분명히 네가 소희의 것을 표절했고, 또 고의로 그녀를 모함했잖아! 오늘 뽑힌 사람이 우리라서 넌 튀어나와 소희의 표절을 비난했고, 만약 선택된 사람이 너였다면, 넌 엄청 기뻐하겠지? 그리고 또 소희를 모함할지도 모르고. 심보가 고약하군!"소연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억울하게 울었다."아니에요, 나는 정말 소희를 표절하지 않았어요! 나는 오늘에야 우리의 설계 원고 중 세 폭이 같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CCTV를 찾아보았는데, 소희가 나의 서랍을 움직인 것을 발견했고요."진석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네가 소희에게 네 서랍에 가서 물건을 찾으라고 한 거 맞지?"소연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진석이 통신사에 가서 통화기록을 조사할까 봐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바로 이러하기때문에 나는 자신의 설계원고가 표절 됐다고 의심한 거예요.”그녀는 얼굴을 가리고 엉엉 울며 마치 큰 억울함을 당한 것 같다."처음부터 넌 거짓말을 하고 있었어
민아는 안색이 창백해지자 즉시 진석과 온옥에게 말했다."난 정말 이 일을 몰랐어요. 내가 아무리 그래도 한 조수의 설계원고를 표절할 수 없잖아요! 이것은 완전히 소연 자신이 한 짓이에요!"윤미는 냉소하며 말했다."전에 소희 모함했을 때 소연 혼자만 그런 거 아니었는데!"민아는 다급해서 곧 울 것 같았다."나는 그녀를 너무 믿어서 그래. 이런 사람일 줄 전혀 몰랐다고!"영미는 옆에서 고소하다는 듯 말했다."정말 뜻밖인 결과군!"소연은 몸 둘 바를 몰라 얼굴만 가리고 계속 울었다.이때 프론트에서 주문한 점심을 보내자 진석은 일어나 냉담하게 온옥을 바라보았다."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결론을 내리지 마. 그럼 한 사람을 망칠 수 있어!"온옥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네, 이 일은 내가 잘못했어요. 소희에게 사과할게요!"말을 마치자 그녀는 소희를 힐끗 쳐다보고, 겸연쩍게 입을 열었다."미안해!"소희는 담담하게 대답했다."괜찮아요!"진석이 말했다."일이 이미 밝혀진 이상 처벌 내리고 이 일 마무리 하자. 이건 온 총감이 알아서 해. 이런 표절하는 일은 절대 봐줄 순 없어! 자, 모두 밥 먹으러 가, 굶지 말고!"그는 주문한 점심을 들고 소희에게 말했다."사무실로 와요!""네!" 소희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따라갔다.온옥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빛이 음울했다.소연은 아직도 울고 있었다. 온옥은 짜증을 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은 해고야. 물건 정리하고 바로 작업실에서 나가."소연은 당황하여 고개를 가로저으며 애원하는 눈빛으로 민아를 바라보았다."민아 언니, 내가 잘못했어요. 나 대신 사정 좀 해줘요. 나도 언니가 주 감독에게 뽑힐 수 있게 하고 싶어서 소희의 설계원고를 훔쳐봤어요. 나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언니를 위해서라고요. 제발 도와줘요!"민아는 즉시 소연과 관계를 끊고 싶었다."나는 너에게 이렇게 하는 것을 가르치지 않았어!"온옥은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누가 사정해도 소용없어. 작업
진원은 깜짝 놀랐다."연아, 너 어디에 있니? 무슨 일 생겼어, 절대 바보 같은 짓 하지 마, 지금 어디에 있어? 엄마가 갈게!"소연은 전화기에 대고 울기만 했다.진원은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출근하고 있니? 내가 곧 갈게, 연아, 절대 바보 같은 일 하지 마. 엄마가 처리해 줄 테니까 엄마만 믿어!"진원은 감히 전화를 끊지 못하고 재빨리 차를 몰고 왔다. 길가에 앉아 울고 있는 소연을 보고 그녀는 즉시 달려가 소연을 안았다."연아!"소연은 울어서 눈이 빨갛고 부어 단번에 진원의 품에 뛰어들었다."엄마, 그 사람들 모두 나 괴롭혀요!""누가 너를 괴롭혔니?" 진원은 화를 냈다."네 동료야? 내가 그들을 찾아갈게!"진원은 일어나서 사무실로 들어가려고 했다."엄마, 가지 마요!" 소연은 진원을 꼭 껴안았다."가지 마요, 나 집에 가고 싶어요, 지금은 그냥 집에 가고 싶어요!""그래, 그래, 먼저 집에 가자!"진원은 소연의 정서가 불안정한 것을 보고 바삐 그녀를 위로하고 그녀를 차에 태우고 집에 돌아가서 다시 이야기하려 했다.도중에 소연은 계속 울었다. 진원이 무엇을 물어도 말을 않아 진원은 무척 초조하고 불안했고 길에서 하마터면 교통사고가 날 뻔했다.집에 돌아온 진원은 소정인까지 불러 함께 소연을 위로했다.정인은 소연이 얼굴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우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연아,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우리에게 말해봐, 무슨 일이든 나와 네 엄마가 해결해 줄 거야!""그래, 빨리 말해봐!" 진원은 무척 초조해했다.소연은 소파에 엎드려 몇 번 울먹이며 억울하게 말했다."나 작업실에서 해고됐어요!""뭐야?" 진원은 눈을 크게 떴다."왜?"소연은 앉아서 울먹이며 띄엄띄엄 말했다."주, 주 감독, 새 영화는 작업실에서 디자이너를 뽑아야 하는데! 소희가 나의 설계 원고를 표절했지만 내가 표절했다고 모함했어요.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편들었고 나를 해고했어요!""이런 일이 있다니!" 진원은 분개한
말을 마치고 그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진원은 소연을 껴안고 끊임없이 위로했다."울지 마. 나와 네 아빠는 모두 네 편이니까 반드시 이 일 해결해 줄게!""엄마 아빠 고마워요!"소연은 진원의 품에 안겨 더욱 억울하게 울었다.......소희는 전화를 끊고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내 친아빠가 지금 집에 가라고 하는데, 아마도 소연의 일 때문일 거예요."진석은 눈을 들어 냉소했다."모두 어리석은 사람들이군요!"소희는 이미 배불리 먹고 도시락을 정리하고 일어섰다."먼저 돌아갈게요!"진석은 의자에 걸쳐진 양복 외투를 들고 말했다."같이 가요.""네?" 소희는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진석은 안색이 담담했고 눈빛은 냉기를 띠고 있었다."왜요, 그들 세 사람이 함께 아가씨 괴롭히라고요?""그들에게 분명히 말하면, 믿든 안 믿든 그것은 그들의 일이죠."소희가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설명할게요!"진석이 다짜고짜 말했다."나는 아가씨의 상사니까 대신해서 설명해 주는 것도 당연하죠. 지금 가요!"소희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거리며 진석의 뒤를 따랐다.온옥의 조수는 진석과 소희가 함께 회사를 떠나는 것을 보고 온옥 사무실에 가서 고자질하느라 바빴다."총감님, 사장님이 소희를 데리고 나가는 거 봤어요!"온옥은 곧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어디로 갔는데?""모르겠어요!" 조수는 커피를 온옥에게 건네주었다."나는 소희와 사장님의 관계가 간단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데요? 그리고 소희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광고 모델 설계도와 치파오 설계원고가 그렇게 대단하다니, 설마 사장님이 뒤에서 그녀를 도와주는 것은 아니겠죠!"온옥의 안색은 또 약간 어두워졌고, 눈 밑에 차가운 빛이 반짝였다.......진석은 차를 몰고 소희를 데리고 소씨네 집으로 돌아갔다. 길에서 빨간 불을 기다리고 있을 때 그는 입을 열었다."차라리 아가씨의 신분을 공개하는 게 낫겠어요. 그들은 지금처럼 아가씨를 이렇게 괴롭히진 않을 거 아니에요!"오후의 태양은 사람을
진원은 그제야 진석을 보고 순간 멍해졌다.정인과 소연도 멍해졌다. 진석이 소희를 따라 올 줄이야.소연은 안색이 더욱 하얘졌고 당황스러웠으며 또 분개했다. 진석은 어떻게 소희야말로 소씨네 친딸이라는 것을 알았을까? 틀림없이 소희가 말했을 거야, 소희 이 천한 년이!그녀는 마음속으로 몹시 미워하여 온몸을 팽팽하게 하고 주먹을 꼭 쥐었다.진원은 안색이 변하고 또 변했다. 그녀는 진석을 알고 있었다. 그는 도 씨 어르신의 제자였지만 자신이 한 후배에게 비난을 받자 그녀도 체면이 좀 깎여서 미적지근하게 말했다."진 사장님이었군요. 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 연이의 결백을 돌려줘야요!”진석은 거실로 걸어가 차가운 눈빛으로 소연의 몸을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결백이요? 소연은 어떻게 당신들에게 말했죠?"정인은 하인더러 차를 올리라 하고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진 사장님, 먼저 앉으세요."진석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당신이 돌봐야 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자신의 딸이에요!"정인은 부끄러운 표정으로 얼른 소희에게 말했다."소희야, 너도 앉아!"소희는 싸늘한 얼굴로 진석의 곁에 앉았다."내가 사장님 불렀는데, 무슨 일 있으면 공평하게 말해줄 사람이 필요할 거 같아서요!"진원은 냉소했다."너도 믿는 구석이 있어서 두려워하지 않는구나! 좋아, 그럼 네가 말해봐, 너 연이의 설계 원고를 표절한 후에 연이를 모함하고 또 그녀가 회사에서 해고되도록 했지!"진석은 눈살을 찌푸렸다."소연이 그렇게 말했어요?"소연은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숙이고 말을 하지 않았다.진원은 소연을 자신의 뒤로 감쌌다."우리 연이는 줄곧 성실하고 마음이 착해서 남과 따질 줄 몰라요. 진 사장님, 당신은 한쪽의 말만 믿고 그 사람한테 속아서는 안 된다고요!”진석은 안색이 좋지 않은 채 차갑게 입을 열었다."사모님이 말한 그 사람은 소희를 가리키는 거예요? 당신은 엄마로서 이렇게 자신의 아이를 말하는 것을 난 정말 이해할 수 없네요! 당신은 한쪽의 말만 믿을 수 없다고 말했
곽시양은 임유진의 사무실에서 30분 넘게 있다가 나왔다. 복도로 나서자 동료들의 시선이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다.시양은 다들 자신이 승진한 걸로 수군대는 줄 알고 웃으며 지나치려 했지만,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 한 명이 다급하게 말했다.“시양 씨, 얼른 회사 이메일 확인해 봐요.”시양은 곧장 사내 메일함을 열어봤고, 그 내용을 확인한 뒤 3분 넘게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고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에 잡히는 물건을 움켜쥐고 그대로 진소혜를 향해 달려들며 집어던졌다.소혜도 가만히 있지 않았고, 두 사람은 한순간에 몸싸움으로 번졌다. 동료들이 달려와 가까스로 둘을 떼어놓자, 시양은 눈에 광기를 담고 소리쳤다.“진소혜, 이 악랄한 년! 팀장님도 모함하고, 나도 똑같은 수법으로 뒤통수 쳐? 너 같은 건 세상에서 그냥 사라져버려야 해!”소혜도 물러서지 않았다.“미쳤어? 그게 왜 내 탓인데? 그딴 더러운 짓을 해놓고 몰래 찍혔다고 나한테 화를 내?”“너야! 너밖에 없잖아!”시양은 미친 사람처럼 소혜에게 다시 달려들려 했다. 이때, 현준이 달려 나와 그녀를 막으며 말했다.“진정 좀 해!”“꺼져!”시양은 손을 뻗어 정현준의 뺨을 그대로 후려쳤고,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당신이 날 찍었지! 그리고 진소혜한테 넘겼지! 둘 다 정말 비열해!”현준도 결국 폭발했다.“유혹한 건 당신이 먼저였잖아!”시양은 그대로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아악!”유진은 사무실 문 앞에 서서 이 난장판을 조용히 지켜봤다. 몇 마디 오가는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어찌 돌아간 건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시양은 입사 이후 내내 소혜에게 눌려 지냈다. 겉으론 아첨하며 따라다녔지만, 소혜가 자신을 무시하고 조롱하듯 대하던 걸 속으로는 원망하고 있었다.시양은 현준이 소혜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도 소혜에게 특혜를 줬던 그를 시양은 일부러 유혹했다. 현준을 차지해 소혜를 공격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현준은 시양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
이날, 임유진은 티타임에 진소혜와 마주쳤다. 소혜는 입술을 다물고 웃으며 말했다.“팀장님, 구씨그룹의 총애를 받으니 우리 부서 실적도 쭉쭉 오르겠죠? 부서 직원들 대신 감사드려요, 팀장님.”유진은 커피를 받아 들고 나가려다, 소혜의 옆을 지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 소혜 씨가 한 거라는 거 알아요. 이미 누가 나한테 말해줬거든요. 그래서 소혜 씨 그냥 두지 않을 거예요.”소혜의 얼굴빛이 살짝 굳어졌고, 고개를 돌려봤을 땐, 유진은 이미 자리를 떠나 있었다.오후 회의에서 유진은 이렇게 발표했다.“이번 평가 기간 동안 곽시양 씨가 업무에 성실히 임했고,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었어요. 따라서 정현준 씨의 직책을 승계하여 부서 부팀장으로 승진해요.”“인사팀에서 곧 공식 공지드릴 예정이에요.”유진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엔 놀라움이 번졌고, 시양 본인조차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부서 내에서도 존재감이 적었고, 입사한 지 오래되지도 않았으며, 능력이나 실적 모두 소혜에 비해 부족했기에, 시양이 발탁된 건 모두에게 의외였다.소혜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팀장님, 부팀장 선발 기준이 뭔가요? 기준을 명확히 해주시죠.”유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소혜를 응시하며 말했다.“기준? 내 마음대로 정하는 게 기준이라면 기준이겠죠”소혜는 눈을 크게 떴고, 유진은 고개를 돌려 멍하니 있는 시양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시양 씨, 제 사무실로 잠깐 와요.”“네?”시양은 얼떨떨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소혜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서둘러 유진을 따라갔다.유진이 회의실을 나서자, 안에서는 수군거림이 폭발했다. 최근 있었던 일로 인해 유진은 여전히 비난의 대상이었고, 그런 유진이 능력도 부족한 신입을 뛰어넘어 부팀장으로 발탁했다는 점에서 불만과 의문은 더 커졌다.현준도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이 인사 결정은 사전 상의 없이 유진이 발표한 것이었고, 그 역시 놀라고 있었기 때문이다.소혜는 맞은편에 앉은 베
유진은 구은정의 표정을 보고, 가슴 어딘가가 서늘해졌다. 그는 평소와는 어딘가 다르게 느껴졌고, 유진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어제 술 마셨다던데, 괜찮아요?”은정은 유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괜찮아.”“안 좋아 보이던데, 이제 술은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유진이 조용히 은정에게 당부했다.“응.”그 말에 은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시간 됐어요. 나 출근해야 해요.”유진은 그렇게 말하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고, 그렇게 둘은 스쳐 지나갔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유진은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조금 전 은정이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이 자꾸 마음에 걸렸고,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순간 망설임도 없이 엘리베이터 문을 다시 열고, 급히 뛰쳐나왔다.그러나 복도엔 이미 그의 모습이 없었다. 유진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스스로가 어이없었다.‘내가 지금, 도대체 뭐 하는 거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아니, 지금은 내 문제부터 정리해야 해. 괜히 그 사람한테 짐이 되어선 안 돼.’그날 오후, 은정은 늦게서야 회사에 출근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법무팀에 최이석 관련 고소를 철회하라고 지시했다.마심호는 납득하지 못한 얼굴이었다.“그 사람 같은 놈은 봐줄 이유가 없죠. 이번 기회에 서성 라인 애들도 좀 눌러놓는 게 나아요.”그러나 은정은 별다른 설명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저도 제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요.”그날 저녁, 은정은 늘 그랬듯 이경 아파트로 돌아왔다. 조용히 복도를 지나, 곧장 유진의 집 앞으로 갔다.문 비밀번호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고, 은정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집 안은 예전 그대로였고, 유진은 아무것도 챙겨가지 않았다.그런데도 방 안은 왠지 썰렁했는데, 무언가 본질적으로 달라져 있었다. 은정은 그녀가 드라마를 자주 보던 소파에 앉았다. 그 자리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드리울 때까지 그렇게 있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정은 책상 위의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녹음 안 했어요.”서선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은정아, 이 일은 내가 밖에 알리지 않을게. 대신 조건이 있어. 최이석 일, 바로 고소 취하하고 다시는 들추지 마.”“그리고 스스로 구씨그룹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회사도, 강성도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네 아버지에겐 그냥 말하면 돼. 죄책감 때문에 이 집에 더는 못 있겠다고. 이번엔 분명히 놔줄 거야.”“네가 떠날 땐, 내가 사람을 시켜서 돈도 챙겨줄게. 아버지한텐 그걸로도 충분히 체면 세워준 셈이 될 거야.”은정은 서선영을 냉랭하게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당신 딸을 희생해서까지 날 함정에 빠뜨린 이유가 최이석 때문이었네요.”서선영의 얼굴이 순간 굳더니 곧바로 해명했다.“그 사람은 내 동생 밑에서 오래 일했어. 난 내 동생을 위해서 한 거야. 은정아, 지금 네가 분위기 바꿔서 빠져나갈 생각은 아예 하지 마.”“내가 당신 말대로 안 하면요?”은정은 담배를 내뿜으며 한껏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어차피 난 이미 악명 높은 놈이 됐어. 하나쯤 더 얹혀도 그만이죠. 오히려 구은서는 이제 절대 부잣집 자제와의 결혼은 꿈도 못 꾸겠죠.”서선영의 얼굴은 날카롭고 차가웠다.“끝장을 보겠다는 거야? 그렇게 되면 은서는 동정받는 쪽이 될 거야.”서선영은 은정을 똑바로 노려봤다.“임유진하고 너, 꽤 가까운 사이잖아. 그 애는 나랑 너 때문에 몇 번이나 맞붙었지. 근데 만약 그 애가 네가 술에 취해 여동생을 건드린 놈이라는 걸 알게 되면?”“그 아이 눈엔 네가 어떻게 보일까? 널 어떻게 생각할까? 넌 그걸 감당할 수 있어?”그 말에 은정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서선영은 그 반응에 확신을 얻은 듯 미소를 지었다.“내 말대로 해. 열흘 안에 강성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 안 그러면 임유진이든, 임씨 집안이든, 강성 전체가 너란 인간이 얼마나 추잡한 놈인지 알게 될 거야.”“널 사회적으로 매장 시킬거고, 임유진도 널 경멸하
은정은 격노한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저는 그런 짓 하지 않았어요. 이건 서선영 저 사람이 꾸민 함정이에요.”서선영은 엉엉 울면서 외쳤다.“내가 내 딸을 희생시켜서 너한테 함정을 판다고? 구은정, 네가 나를 미워하는 건 알아.”“예전부터 나한테 편견이 있었지. 그래, 미우면 나한테 손찌검을 해. 왜 애먼 은서를 괴롭혀?!”“은서는 아직 시집도 안 갔어. 이제 어떻게 살라고 해? 이 소문이 밖에 나가면, 우리 집안은 완전히 끝장이야!”은정은 오직 구은태만 바라보며 물었다.“저를 믿으세요?”구은태는 아들의 눈을 바라보다가, 문득 다른 기억 하나가 떠오르며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때 갑자기 은서가 벽을 향해 몸을 던지듯 달려갔다. 죽을 각오로 내달리는 눈빛이었다.“은서야! 안 돼, 은서야!”서선영이 급히 은서를 껴안고 붙잡았고, 울음이 멎지 않았다.“은서야, 제발 그런 짓 하지 마.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거기 누구 없어요! 얘 좀 붙잡아줘요!”서선영은 울먹이며 도우미들을 향해 소리쳤다. 몇 명의 도우미가 급히 달려와 은서를 붙들고 감싸 안았다.그중 평소 은서를 따르던 도우미가 조심스럽게 구은태 앞에 다가와 입을 열었다.“회장님, 사실은 전에도 도련님께서 밤에 아가씨 방문을 두드리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었어요.”“하지만 도련님이 너무 무서워서, 보복당할까 봐 말씀 못 드렸어요. 제가 잘못했어요.”그 도우미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제가 좀 더 일찍 말씀드렸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요!”은정은 도우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애옹이가 은서에게 보내졌던 그날 밤, 은정은 술에 취해 돌아와 애옹이가 사라진 걸 알고 은서를 찾아갔다. 그때 이 도우미가 어두운 구석에서 숨어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구은태는 거기까지는 떠올리지 못했다.죽을힘을 다해 몸을 던지려던 은서, 그리고 도우미의 일방적인 증언이 더해지자, 구은태는 은정을 더 이상 믿지 않았다.다시 근처에 있던 물
[말 좀 해봐요.][삼촌?]서선영이 천천히 2층에서 걸어 내려오더니, 바닥에 떨어져 있던 휴대폰을 집어 장말숙 아주머니에게 건네며 눈짓을 보냈다. 이에 장말숙 아주머니는 눈치를 채고 전화를 받아 들고 말했다.“유진 씨죠? 저희 도련님이 술에 취하셨어요.”유진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네, 신세 좀 질게요. 잘 부탁드려요.]“네!”장말숙 아주머니는 괜히 말을 더했다가 실수라도 할까 봐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은정의 까만 눈동자가 서선영을 향해 있었지만, 그 시선은 이미 흐릿했다.서선영은 은정을 부축하듯 손을 내밀며, 자애로운 얼굴로 말했다.“은정아, 술 너무 많이 마셨잖아. 방으로 데려다줄게.”“으악!”날카로운 비명에 은정은 정신이 번쩍 들며 눈을 떴고, 날은 훤하게 밝아 있었다.옆에서는 구은서가 실크 잠옷 차림으로, 옷가지로 몸을 허둥지둥 가리고 있었고, 얼굴은 절망감에 젖은 눈물로 가득했다. 그녀는 분노로 떨리는 눈으로 은정을 노려보고 있었다.구서의 비명은 곧 서선영과 집 안 도우미들을 방으로 불러 모았다. 문이 열리고 방 안 풍경을 본 순간, 모두가 굳어버렸다.은정은 조금씩 의식을 되찾았고, 은서를 훑어보며 눈빛이 짙게 가라앉았다. 이불을 들추고 자신을 확인해 보니, 바지는 제대로 입고 있었지만 상의는 전혀 없었다.은정은 몸을 일으켜 세우려다 이마를 짚으며 침대 머리에 기대앉았다. 머리가 묵직하게 지끈거렸다.“엄마!”은서는 멘탈이 완전히 무너져 울부짖었다.“은서야!”서선영이 달려와 은서를 안고, 옷을 덮어주며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몰라요!”구은서는 서선영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오열했다.“밤에 오빠가 갑자기 방에 들어왔어요. 술에 취해서 저를 한 대 치더니 그다음은...”은서의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고, 드러난 어깨엔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짐승 같은 놈!”서선영은 벼락을 맞은 듯 충격에 빠져 온몸을 떨며 은정을 향해 소리
우정숙은 이 모든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예전에 은정은 분명히 임유진은 내 스타일 아니라며 선을 그은 적이 있는데, 왜 지금 와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쫓고 있는 걸까?“넌 어떻게 생각해?”우정숙이 묻자, 유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말했다.“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돌아왔어요.”그 말투가 생각보다 무거워, 우정숙은 분위기를 일부러 누그러뜨리며 웃었다.“이미 거절했는데도 냉정해져야 해?”유진의 귀가 붉게 물들었다.“어쨌든, 엄마는 이 일. 할아버지, 할머니한테는 말하지 말아줘요. 그리고 삼촌한테도 되도록 비밀로 해주세요.”그 말에 우정숙은 딸의 속내를 단번에 알아차렸다.“갑자기 이렇게 서둘러 집에 돌아온 이유 혹시 일이 더 커질까 봐? 너희 할아버지가 구은정한테 가서 따질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 아니야?”유진은 재빨리 대답했다.“누가 그 사람 걱정했대요? 밖에서 사는 게 질려서 온 거지, 그 사람이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하지만 우정숙의 따뜻하고 조용한 눈빛은 유진의 진심을 꿰뚫고 있었다. 우정숙은 다만 조용히 숨을 내쉬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날 밤, 구은정은 외부 일정으로 접대를 나갔고, 유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좀 늦을 것 같아. 집에 들어가면 애옹이 좀 봐줘.]유진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저도 집에 왔어요. 아주머님께 부탁하세요.]은정은 유진이 하루 정도 집에서 자려는 줄로만 알고, 별 의심 없이 답했다.[알겠어.]밤 10시.은정은 아직 접대 자리에서 술자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에 구은태가 보낸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은정아, 나 몸이 좀 안 좋다. 한번 집에 들러줄래?]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몸 안 좋으면 병원 가시죠.]그렇게 답장을 보냈지만, 더 이상의 응답은 없었다.술자리가 끝나고 나니 이미 자정 무렵이었다. 은정은 그래도 아버지를 확인하고자 구씨 저택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서자, 애옹이를 돌봐주던 장말숙 아주머니가 거실에서 그
정현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지난번에 뭐라고 했죠? 임유진 건드리지 말랬잖아요. 왜 말을 안 들어요?”진소혜는 웃었다.“들었어요. 적이 내 사람이 될 수 없다면, 없애버리라는 그 말, 정말 감명 깊었거든요. 곧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쫓겨날 거예요.”현준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임유진은 쫓겨나지 않아요. 사장님이 반드시 지킬 거니까요.”현준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덧붙였다.“유진 씨, 그 정체가 간단하지 않아요. 사장님이 곤란한 일에 휘말릴 때마다 뒤에서 도와준 사람이 바로 그 애였다고요.”“이렇게 성급하게 나가면 결국 당하는 건 소헤 씨라고요.”소혜는 비웃으며 말했다.“그런 것도 그 얼굴 덕 아니었을까요? 임유진이 무슨 대단한 집안 출신이라도 돼요?”현준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 애, 성이 임이야.”소혜는 비웃었다.“강성에 임 씨 많은데요? 임씨라고 다 임씨 집안이예요?”“임유진이 정말 그 임씨 집안 사람이었으면, 이런 작은 곳에서 평사원으로 일할 일이 없죠.”강성에서도 가장 윗자리에 있는 집안, 그 임씨 집안 사람이라면 당연히 격이 달랐을 것이다.현준은 소혜를 바라보며, 무력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소혜 씨, 소혜 씨는 너무 자만해요. 이제 막 졸업한 사람이잖아요. 세상이 어떤지 아직 몰라요.”“내가 경력은 부족하지만, 머리는 좋아요.”소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어떻게든 손에 넣을 수 있어요.”현준은 더는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막막했고, 소혜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이번 달 말이면,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존재 자체가 사라질 거예요.”이메일은 해외 IP에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되어, 추적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루머는 벌써 영업팀까지 퍼진 상황이었다.한때 유진이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걸 보고 감탄했던 동료들조차, 그녀가 정말 실력만으로 이룬 건지 의심하기 시작했다.너무 젊은 나이에, 임씨 그룹 같은 대형 고객을 설득하고, 이미 다른 부서에서 거의 성
서선영은 유혹적인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거절하려는 듯하면서도 몸은 피하지 않았다.“안 돼. 나, 한 시간밖에 못 나와 있어.”“당신 보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최이석은 그렇게 말하면서 서선영의 치마 지퍼를 내렸다.“밖에 사람 세워놨어. 아무도 안 들어와.”...오전, 임유진은 구씨그룹과의 계약을 마무리했다. 오후에는 회사 고위층 회의에 참석했고, 회의가 끝나고 마케팅부로 돌아왔을 때쯤, 팀 동료들의 시선이 평소와 달랐다.유진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모두는 급히 예의를 갖춘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유진은 손에 든 자료를 들고 여진구를 찾아갔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진구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유진이 들어오자, 그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무슨 일 있었어요?”유진이 맑은 목소리로 묻자, 진구는 곧바로 말을 돌렸다.“아니야. 너 손에 든 거, 청원안 자료야? 나 좀 볼게.”하지만 유진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휴대폰, 보여줘요.”진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휴대폰 화면을 다시 켰다. 방금 보고 있던 건, 유진과 은정이 함께 있는 사진들이었다.둘이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 그리고 둘이 함께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는 장면. 얼마 전 중식당에서 있었던 그날이었다.진구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누군가 이 사진들을 너희 팀 메일에 전체 전송했어. 내용은, 네가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게 구은정과 부적절한 관계가 있어서라고.”유진은 이미 그 메일을 확인했었다. 메일에는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구씨 그룹 사장을 유혹했다는 식의 악의적이고 천박한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업계 풍기를 망친다는 말까지, 표현이 거칠고 추했다. 유진은 이를 꽉 물었지만, 곧 침착하게 물었다.“발신 IP 추적할 수 있어요?”진구가 답했다.“지금 IT팀에서 추적 중이야. 내부 직원일 수도 있고, 유지그룹 쪽의 보복일 가능성도 있어. 하지만 반드시 밝혀낼 거야.”“일단 외부로 확산은 안 됐고, 회사 내부 루머 수준이야. 이미 전체 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