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엽 납시오!"연희는 천엽 한 접시를 들고 와서 책상 위에 놓고 자랑스럽게 말했다."내가 썰었는데, 다들 먹어봐요!"소희는 쇠고기 완자를 들고 책상 위에 놓았는데, 구택이 보는 것을 보고, 그녀는 잠시 멈추다 설명했다."난, 접시에 담았어요!"사람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고 샤부샤부는 김이 모락모락 나며 안에 천엽과 쇠고기 완자가 뒹굴며 식욕을 돋운다.구택에게 전화가 들어오자 그는 한 번 보고는 전화를 받았다.그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영화성 경찰서의 서장이었고, 서장은 입을 열자마자 황송해하며 말했다."임 대표님, 정말 죄송합니다. 오늘 일은 전혀 몰랐습니다. 이쪽에 가게를 차리신 것도 더욱 몰랐습니다. 체인점인가요?”"친구 가게예요!" 구택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래도 똑같죠!" 서장은 즉시 웃으며 말했다."저는 이미 똑똑히 알아봤습니다. 서조용과 이건 그들이 먼저 트집을 잡아 일을 벌린 것입니다. 저는 이미 그들을 훈계했고 그들은 앞으로 다시는 감히 하지 못할 겁니다! 임 대표님의 친구들은 오늘의 손실을 청산한 후 서조용더러 배상하라고 하면 됩니다!”"그래요!" 구택이 대답했다."이따 내가 가게 사람들더러 연락하라고 할게요. 그리고 내 친구의 가게가 금방 개업했는데, 이쪽은 서장님의 구역이니까 앞으로 잘 부탁할게요!"서장은 곧장 말했다."그럼요, 당연한 말씀을요! 안심하세요, 앞으로 이런 일은 절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음!"구택은 전화를 끊고 또 서장의 전화를 오현빈에게 알려주었다.오현빈은 그들에게 배상한다는 말을 듣고 처음에는 좀 믿지 않았지만 반응하고 나서야 그것은 구택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주방에 들어갔고 서인은 한창 채소를 썰고 있었다. 그는 요리사가 아니었지만 칼솜씨가 아주 좋아 두부를 마치 기계로 벤 것처럼 크기가 고르게 썰었다.오현빈은 다가가서 궁금해하며 말했다."형님, 이해가 안 돼요!"서인은 열심히 두부를 썰며 물었다."뭐가 이해가 안 돼?"오현빈은 두부를 접시에 담으며 눈살
소희 그들이 다 먹고 떠날 준비를 할 때 가게에는 또 손님들이 왔다. 서인은 그들을 배웅하며 연희와 노명성에게 말했다."언제든 오는 것을 환영해요. 식사도 전부 무료고요!”연희는 명염하게 웃었다."안심해요, 꼭 자주 올 거예요."서인은 해맑게 웃으며 또 소희와 구택을 바라보았다."조심히 가!"모두들 서로 작별 인사를 하고 각자 차에 올라 떠났다.명성은 술을 마셔서 돌아갈 때 기사가 운전했는데 연희는 얼굴이 빨개진 채 명성에게 기댔고 분명 좀 취했다.명성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편안한 자세를 찾아 눕힌 뒤 컴퓨터를 들고 메일을 확인했다."참!" 연희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턱을 남자의 어깨에 얹고 괴로워하며 말했다."서인의 일, 소희한테 물어보는 거 깜박했어!"명성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묻지 마. 서인이 이름을 숨긴 이상,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거겠지."연희는 눈알을 굴리며 생각했다."하긴. 됐어. 어차피 나는 그가 서인이고 내가 숭배하는 주옥이라는 것을 알면 돼!"명성은 실눈을 떴다."숭배?""노 사장, 함부로 질투하지 마!"연희는 두 팔로 그의 목을 껴안으며 그에게 달라붙어 어여쁘고 요염하게 웃었다."너는 내가 너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을 알면 돼!"반취한 연희는 노명성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그는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고개를 숙이고 키스했다.연희는 눈을 반쯤 가늘게 뜨고 고양이처럼 나른하게 두 팔을 조이며 열렬히 대답했다.......명우는 차를 몰고 구택과 소희를 어정으로 데려다주었고, 돌아가는 길에 소희는 윤미의 전화를 받았다.그녀는 설계원고에 대해 영감이 없어서 소희가 남은 세 벌의 옷도 디자인해 주길 바랐다. 그녀는 소희의 설계원고를 보고 소희에 대해 완전 신심이 있었다.소희도 거절하지 않고 담담하게 대답하며 일요일 저녁에 설계원고를 그녀에게 주겠다고 대답했다.전화를 끊자 구택은 그녀의 손을 잡고 물었다."주말에도 일해야 하는 거예요?""네, 주 감독의 영화가 작업실
"그래요." 소희가 대답했다.두 사람은 몸에 온통 샤부샤부 냄새가 나서 돌아간 뒤 먼저 샤워를 했고 구택은 서재에 가서 공무를 처리했고 소희는 자신의 설계원고를 디자인 했다.소희는 이미 생각이 있어서 재빨리 그린 다음 거실로 가서 영화를 보았다.구택은 임시로 내일의 스케줄을 변경했기에 연이어 두개의 영상회의를 했고, 서재에서 나올 때 날은 이미 날이 어두워졌다. 거실은 커튼을 닫아서 더욱 어두웠고 텔레비전의 빛만 반짝였다.그는 힐끗 보더니 마침 좀비가 된 여자가 머리를 풀어헤치고 달려드는 것을 보았다.그는 눈썹을 찡그리고 바로 가서 텔레비전을 껐다.소희는 고개를 들어 이해할 수 없단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나 혼자 볼 거예요!""혼자 봐도 안 돼요. 어쩐지 자기 전에 악몽을 자주 꾸더라니, 다 이런 거 봐서 그래요." 구택은 강경한 말투로 소희를 소파에서 안았다. "저녁에 뭐 먹고 싶어요?"소희는 부드럽게 웃었다."구택 씨가 해줄 거예요?""응!" 구택은 고개를 끄덕였다.소희는 목소리가 나른했다."점심을 너무 배불리 먹어서 지금 배 안고파요. 뭐 먹을지 모르겠어요.""그럼 담백한 요리 몇 개 할게요." 구택은 소희를 내려놓고 회색 티셔츠의 소매를 위로 말아 올렸다."거실에서 기다려요, 곧 다될 거예요!""내가 도와줄게요!"소희는 일어나서 구택의 뒤를 따라 주방으로 갔다.두 사람은 협력하고 웃고 떠들며 밥을 짓는 것도 결코 지루하고 무미건조한 일이 아닌 것 같았다.......다음날 오후, 연희는 소희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를 데리고 함께 연회에 가려고 했다.명성의 회사도 주 감독 영화 제작자 중의 하나였다.소희는 구택에게 전화를 걸어 연희와 함께 갈 테니 자신을 데리러 올 필요가 없다고 알려 주었다. 구택도 마침 일이 있어서 바로 말했다."그래요, 마침 나도 좀 늦을 거 같아요, 성연희 씨 차 타고 도착한 후에 나에게 연락줘요."소희는 대답한 다음 바로 전화를 끊고 옷을 갈아입은 뒤 연희가 데리러 오기를 기다렸
연희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너 이곳의 여 주인이야!"소희는 한참 후에야 반응했다."여기가?"연희는 득의양양하게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래, 여긴 임 씨의 산업이거든."그녀는 웃으며 야유했다."그래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임 씨의 사모님이 되고 싶어하는 거지. 어디를 가든 서프라이즈가 있으니까!"소희는 눈살을 찌푸리며 부인하지 않았다.늦가을의 저녁은 아주 짧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가 지고 마지막 노을빛까지 어두워져 곧 어둠에 의해 삼켰다.호텔의 불빛이 켜지자 주위의 나무, 호수가 순식간에 오색찬란하게 변하여 가을 노을의 아름다움을 이어갔다.연희는 노명성의 전화를 받고 그녀가 어디에 있냐고 물었다.소희는 윤미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고개를 돌려 연희를 바라보았다."명성 씨 찾아가, 난 혼자 올라갈게!""싫어, 그는 너보다 중요하지 않아!"연희는 싱글벙글 웃었다."근데 넌 오늘 그의 짝이잖아! 내 상사도 왔어."소희는 윤미를 가리키며 말했다."난 그녀와 함께 올라갈게.""그래!" 연희는 소희를 안아주었다."자기야, 이따 봐!""응!" 소희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고 관광차에서 내려 호텔 입구로 향했다.연희는 소희와 윤미가 만난 것을 보고 그제야 웃으며 웨이터에게 말했다."경원 비즈니스 빌딩으로 가줘!""네!" 웨이터가 즉시 대답했다.*윤미는 호텔 밖에서 소희를 만나자 열정적으로 인사를 했다."소희야!"소희는 담담하게 웃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윤미 언니!"윤미는 샴페인색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진주 목걸이를 하고 있어 날뛰진 않지만 대범하고 적절했다. 그녀는 소희를 보고 눈썹을 약간 찌푸렸다."너는 왜 옷을 갈아입지 않는 거야?"소희는 가볍게 웃었다."나는 단지 언니의 조수일 뿐, 무엇을 입든 중요하지 않아요!"윤미는 눈빛이 번쩍이더니 웃음이 좀 더 깊어졌고, 태도도 더 상냥해졌다."그래, 너는 신인이니까 오늘은 주로 구경 좀 하러 온 거야. 좀 있다가 나를 따라오면 돼!""네."
소희는 그녀를 한 번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그녀는 아마 네가 오늘 연회에서 쇼 할 거라고 생각했을 걸!"소연은 말문이 막히더니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이를 악물고 소희를 바라보았다.소희는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하지 않고 곧장 갔다.연회장은 전 1층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었고 인테리어가 화려하고 웅장하며 시야가 넓은 긴 창문, 거대한 수정 샹들리에, 두껍고 진귀한 카펫, 그리고 각종 높은 장식품이 있어 안에 들어서면 마치 또 다른 세상에 들어간 것 같다.연회장에는 이미 미리 도착한 사람들이 있었다. 남자들은 고급스럽고 알맞는 양복을 입고 있었고 여자들은 하나같이 정성껏 분장하며 온몸에 럭셔리함을 내뿜으며 아름답고 우아한 몸짓으로 남자들 사이를 누볐다.온옥은 작업실의 지도자였지만 이때 아직 도착하지 않아서 윤미와 민아는 구석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영미와 슬기가 도착했다.영미는 말할 것도 없고, 엄청 화려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고, 슬기는 더욱 화려했다. 그녀는 붉은 긴 치마에 하얀 어깨와 등 전체를 드러내고 있었고 섹시하면서도 매혹적이었다!민아는 두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냉소했다."조수일 뿐인데 자신이 오늘의 주인공인 줄 아나봐? 얼굴을 내밀고 싶어도 장소를 가려야지. 우리가 주최한 연회도 아닌데, 누구에게 과시하고 싶은지 모르겠다!"소연은 방금 왔을 때 민아가 자신이 참 예쁘다고 칭찬을 했는데, 이때 그녀가 슬기를 비웃는 것을 듣고 가슴이 덜컹거렸다.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자꾸 민아가 자신을 말하고 있다고 느꼈다.윤미는 맞장구를 치며 웃었다."그래, 이런 자리는 우리가 좀 조용하게 있어야지!"영미와 슬기는 이미 그녀들 앞에 도착했다. 영미는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조수에게 시선을 빼앗겨 안색도 별로 좋지 않았다. 그녀는 소희를 보더니 웃음을 금치 못했다."소희는 정말 천연적인 미녀야. 치장할 필요도 없고 단지 거기에 서 있기만 하면 우리들 모두 무색하게 만드네. 그러니까 아무리 화려한 옷이라도 타고난 외모에
소연은 민아의 뜻을 잘 알고 있었다. 노명성은 영화의 제작자의 하나이고 만약 그들이 연희와 관계가 있다면 영화 디자이너를 따는데 유리할 것이다.그녀는 사실 연희와 친하지 않았다. 지난번 경매에서 그녀들은 확실히 만난 적이 있었지만 연희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이렇게 다가가면 연희는 그녀의 체면을 세워줄지 모르겠다.그러나 이때 민아는 간절하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어서 그녀는 자연히 거절할 수 없었고,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민아는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주 감독의 이 영화를 따면, 난 즉시 온 감독에게 너를 디자이너로 발탁할 것을 제의할게!""고마워요, 민아 언니!" 소연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엷게 웃었다.몇 사람이 말을 할 때, 연회장 입구에서 한바탕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빼곡히 둘러싸인 구은서가 들어왔다.오늘의 중요한 주인공인 은서가 오자 사진 작가와 기자들은 모두 그녀를 에워쌌다.은서는 검은색 튜브톱 긴 치마를 입고 있었고 탱크톱은 다이아몬드로 만들었으며 같은 다이아몬드 귀걸이와 함께 화려하고 우아하고 고급스러우며 너무나도 패션해 보였다.민아는 멀리서 은서를 보더니 이미 감격에 눈물을 흘리기 직전이었다."너무 아름다워, 어떻게 이렇게 완벽한 사람이 있을 수 있지, 집안 좋고, 예쁘게 생겼고, 사업도 그렇게 잘 나가다니!"그녀는 뭇별에 둘러싸인 달처럼 인기가 많은 은서를 보고 부러워했다.소희도 은서를 보고 있었는데 그녀가 정말 예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명문가 출신이기 때문에 은서는 연예계에서도 잘 보호되었고, 연회에서 이런 상업계 거물이나 감독들을 대할 때 그녀는 다른 여자 스타처럼 누구에게 잘 보여야 하는 그런 게 전혀 없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아하고 여유로우며 온화하고 담담했다. 바로 그녀의 이런 남다른 기백이 그녀를 눈부시게 했다.서이연은 귀엽고 달콤한 얼굴로 출중했지만 은서가 도착하자
"비즈니스? 그럼 괜찮네. 젊은이들은 진취심만 있으면 장래성이 있을 거야!"윤미가 웃으며 말했다."네!" 소희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다른 한편, 주 감독은 서이연을 불러와 은서에게 소개해주며 그들 먼저 익숙해지도록 했다. 필경 영화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친자매로서 사전에 익숙해져야 극에서도 호흡이 맞을 수 있었다.서이연은 겸손한 표정으로 말했다."안녕하세요, 선배님, 저 선배님 팬이에요. 선배님과 이렇게 합작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에요. 제가 학교 다닐 때부터 가지고 있던 꿈이었거든요!"은서는 담담하게 웃었다."절대 내 영화를 보고 자랐다고 말하지 마요. 나도 서이연 씨보다 두 살 위일 뿐이니까요. 그렇게 말하면 내가 엄청 늙은 거 같거든요!"서이연은 난처함을 드러냈고, 옆에 있던 매니저는 즉시 말했다."선생님 오해세요, 이연이는 그런 뜻이 아니아 너무 흥분해서 횡설수설 하는 거예요!""선생님이라고 부르지 마요. 우리는 모두 배우일 뿐, 영화에서 잘 연기하는 것은 무엇보다 낫죠!" 은서는 담담하게 웃었다.이연은 멋쩍은 표정으로 말했다."네, 선배님 말이 맞아요. 저 엄청 노력할 게요!"착각인지 아닌지 그녀는 은서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물론 은서의 영화계의 지위로 그녀와 같은 신세대 배우를 얕잡아 보는 것도 정상이었다."나도 일이 있어, 실례할게요!"은서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려 갔다.옆에서 사진을 찍던 기자는 은서가 가는 것을 보고 즉시 따라가 그녀는 에워쌌다.이연은 마음이 좀 서운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은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쓸쓸한 모습이 마침 기자에게 찍혔다.은서는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자기가 보고 싶은 사람을 보지 못하고 다소 흥이 깨졌다.그녀는 초대장을 처음 받았을 때 구택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도착할 수 있냐고 물었고, 구택은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그가 오지 않아서 그녀도 원래 오고 싶지 않았는데, 또 좀 달갑지 않았다. 그가 만일 왔다면?누군가가 와서 얘기를 하자 그
다른 여자들은 모두 부러워하며 보고 있었다. 그렇게 예쁘고 신분이 있는 재벌 집 아가씨들이 많지만 임 씨 그룹 대표님의 곁에 설 수 있는 여자는 구은서 한 명 뿐이었다.구택은 사람에게 둘러싸인 채 앞으로 걸어갔고 칠흑 같은 고운 눈동자는 연회장을 훑어보다 창문 앞에 서 있는 소희를 보고서야 거의 티 내지 않게 미소를 지었고 눈빛도 많이 부드러워졌다.큰손들은 각자의 영역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연회장은 전의 평온을 되찾았다. 다만 여자들간의 화제는 여전히 은서를 둘러싸고 있었다.민아는 은서의 팬이었기에 그녀의 집안 배경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었다."구은서는 정말 우리 여자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어. 사업도 있고 사랑도 있고, 너무 완벽해!"영미는 웃는 듯 마는 듯, 질투를 띤 말투로 말했다."부잣집에서 태어났으니까 그러지! 이 사회가 그렇다니까. 상류층일수록 주변 사람들도 우수하고, 그것은 보통 사람들이 접촉할 수 없는 영역이야! 구은서와 임 대표님이 함께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고!"온옥의 이런 냉담한 성격도 참지 못하고 찬사를 보냈다."임가네 사람들은 모두 훌륭하지!"영미는 눈썹을 찌푸렸다."방금 들었는데, 임 대표님이 원래 참가하지 않는다 했는데, 아마 구은서가 왔기 때문에 달려왔을 거야!”"사랑꾼이네!"민아는 경탄했다.소희는 케이크 한 접시를 가지고 와서 윤미에게 먹냐고 물었다.윤미는 립스틱을 망가뜨릴까 봐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이런 고칼로리 음식은 감히 먹지 못하겠어!"소희는 아쉬워했다."그럼 너무 심심하지 않을까요?"윤미는 눈썹을 찌푸렸다."어쩔 수 없지. 나는 조금만 먹으면 체중이 올라가거든."소희는 혼자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제때에 밥을 먹어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위가 아팠다.그동안 밖에서 있을 때, 임무를 받으면 항상 한 끼는 배불리 먹거나 한 끼는 굶거나 했다. 게다가 그녀는 맵고 단 것을 좋아해서, 위가 그리 좋지 않았다.민아 등은 계속 은서에 대해
곽시양은 임유진의 사무실에서 30분 넘게 있다가 나왔다. 복도로 나서자 동료들의 시선이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다.시양은 다들 자신이 승진한 걸로 수군대는 줄 알고 웃으며 지나치려 했지만,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 한 명이 다급하게 말했다.“시양 씨, 얼른 회사 이메일 확인해 봐요.”시양은 곧장 사내 메일함을 열어봤고, 그 내용을 확인한 뒤 3분 넘게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고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에 잡히는 물건을 움켜쥐고 그대로 진소혜를 향해 달려들며 집어던졌다.소혜도 가만히 있지 않았고, 두 사람은 한순간에 몸싸움으로 번졌다. 동료들이 달려와 가까스로 둘을 떼어놓자, 시양은 눈에 광기를 담고 소리쳤다.“진소혜, 이 악랄한 년! 팀장님도 모함하고, 나도 똑같은 수법으로 뒤통수 쳐? 너 같은 건 세상에서 그냥 사라져버려야 해!”소혜도 물러서지 않았다.“미쳤어? 그게 왜 내 탓인데? 그딴 더러운 짓을 해놓고 몰래 찍혔다고 나한테 화를 내?”“너야! 너밖에 없잖아!”시양은 미친 사람처럼 소혜에게 다시 달려들려 했다. 이때, 현준이 달려 나와 그녀를 막으며 말했다.“진정 좀 해!”“꺼져!”시양은 손을 뻗어 정현준의 뺨을 그대로 후려쳤고,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당신이 날 찍었지! 그리고 진소혜한테 넘겼지! 둘 다 정말 비열해!”현준도 결국 폭발했다.“유혹한 건 당신이 먼저였잖아!”시양은 그대로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아악!”유진은 사무실 문 앞에 서서 이 난장판을 조용히 지켜봤다. 몇 마디 오가는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어찌 돌아간 건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시양은 입사 이후 내내 소혜에게 눌려 지냈다. 겉으론 아첨하며 따라다녔지만, 소혜가 자신을 무시하고 조롱하듯 대하던 걸 속으로는 원망하고 있었다.시양은 현준이 소혜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도 소혜에게 특혜를 줬던 그를 시양은 일부러 유혹했다. 현준을 차지해 소혜를 공격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현준은 시양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
이날, 임유진은 티타임에 진소혜와 마주쳤다. 소혜는 입술을 다물고 웃으며 말했다.“팀장님, 구씨그룹의 총애를 받으니 우리 부서 실적도 쭉쭉 오르겠죠? 부서 직원들 대신 감사드려요, 팀장님.”유진은 커피를 받아 들고 나가려다, 소혜의 옆을 지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 소혜 씨가 한 거라는 거 알아요. 이미 누가 나한테 말해줬거든요. 그래서 소혜 씨 그냥 두지 않을 거예요.”소혜의 얼굴빛이 살짝 굳어졌고, 고개를 돌려봤을 땐, 유진은 이미 자리를 떠나 있었다.오후 회의에서 유진은 이렇게 발표했다.“이번 평가 기간 동안 곽시양 씨가 업무에 성실히 임했고,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었어요. 따라서 정현준 씨의 직책을 승계하여 부서 부팀장으로 승진해요.”“인사팀에서 곧 공식 공지드릴 예정이에요.”유진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엔 놀라움이 번졌고, 시양 본인조차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부서 내에서도 존재감이 적었고, 입사한 지 오래되지도 않았으며, 능력이나 실적 모두 소혜에 비해 부족했기에, 시양이 발탁된 건 모두에게 의외였다.소혜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팀장님, 부팀장 선발 기준이 뭔가요? 기준을 명확히 해주시죠.”유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소혜를 응시하며 말했다.“기준? 내 마음대로 정하는 게 기준이라면 기준이겠죠”소혜는 눈을 크게 떴고, 유진은 고개를 돌려 멍하니 있는 시양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시양 씨, 제 사무실로 잠깐 와요.”“네?”시양은 얼떨떨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소혜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서둘러 유진을 따라갔다.유진이 회의실을 나서자, 안에서는 수군거림이 폭발했다. 최근 있었던 일로 인해 유진은 여전히 비난의 대상이었고, 그런 유진이 능력도 부족한 신입을 뛰어넘어 부팀장으로 발탁했다는 점에서 불만과 의문은 더 커졌다.현준도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이 인사 결정은 사전 상의 없이 유진이 발표한 것이었고, 그 역시 놀라고 있었기 때문이다.소혜는 맞은편에 앉은 베
유진은 구은정의 표정을 보고, 가슴 어딘가가 서늘해졌다. 그는 평소와는 어딘가 다르게 느껴졌고, 유진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어제 술 마셨다던데, 괜찮아요?”은정은 유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괜찮아.”“안 좋아 보이던데, 이제 술은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유진이 조용히 은정에게 당부했다.“응.”그 말에 은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시간 됐어요. 나 출근해야 해요.”유진은 그렇게 말하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고, 그렇게 둘은 스쳐 지나갔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유진은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조금 전 은정이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이 자꾸 마음에 걸렸고,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순간 망설임도 없이 엘리베이터 문을 다시 열고, 급히 뛰쳐나왔다.그러나 복도엔 이미 그의 모습이 없었다. 유진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스스로가 어이없었다.‘내가 지금, 도대체 뭐 하는 거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아니, 지금은 내 문제부터 정리해야 해. 괜히 그 사람한테 짐이 되어선 안 돼.’그날 오후, 은정은 늦게서야 회사에 출근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법무팀에 최이석 관련 고소를 철회하라고 지시했다.마심호는 납득하지 못한 얼굴이었다.“그 사람 같은 놈은 봐줄 이유가 없죠. 이번 기회에 서성 라인 애들도 좀 눌러놓는 게 나아요.”그러나 은정은 별다른 설명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저도 제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요.”그날 저녁, 은정은 늘 그랬듯 이경 아파트로 돌아왔다. 조용히 복도를 지나, 곧장 유진의 집 앞으로 갔다.문 비밀번호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고, 은정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집 안은 예전 그대로였고, 유진은 아무것도 챙겨가지 않았다.그런데도 방 안은 왠지 썰렁했는데, 무언가 본질적으로 달라져 있었다. 은정은 그녀가 드라마를 자주 보던 소파에 앉았다. 그 자리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드리울 때까지 그렇게 있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정은 책상 위의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녹음 안 했어요.”서선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은정아, 이 일은 내가 밖에 알리지 않을게. 대신 조건이 있어. 최이석 일, 바로 고소 취하하고 다시는 들추지 마.”“그리고 스스로 구씨그룹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회사도, 강성도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네 아버지에겐 그냥 말하면 돼. 죄책감 때문에 이 집에 더는 못 있겠다고. 이번엔 분명히 놔줄 거야.”“네가 떠날 땐, 내가 사람을 시켜서 돈도 챙겨줄게. 아버지한텐 그걸로도 충분히 체면 세워준 셈이 될 거야.”은정은 서선영을 냉랭하게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당신 딸을 희생해서까지 날 함정에 빠뜨린 이유가 최이석 때문이었네요.”서선영의 얼굴이 순간 굳더니 곧바로 해명했다.“그 사람은 내 동생 밑에서 오래 일했어. 난 내 동생을 위해서 한 거야. 은정아, 지금 네가 분위기 바꿔서 빠져나갈 생각은 아예 하지 마.”“내가 당신 말대로 안 하면요?”은정은 담배를 내뿜으며 한껏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어차피 난 이미 악명 높은 놈이 됐어. 하나쯤 더 얹혀도 그만이죠. 오히려 구은서는 이제 절대 부잣집 자제와의 결혼은 꿈도 못 꾸겠죠.”서선영의 얼굴은 날카롭고 차가웠다.“끝장을 보겠다는 거야? 그렇게 되면 은서는 동정받는 쪽이 될 거야.”서선영은 은정을 똑바로 노려봤다.“임유진하고 너, 꽤 가까운 사이잖아. 그 애는 나랑 너 때문에 몇 번이나 맞붙었지. 근데 만약 그 애가 네가 술에 취해 여동생을 건드린 놈이라는 걸 알게 되면?”“그 아이 눈엔 네가 어떻게 보일까? 널 어떻게 생각할까? 넌 그걸 감당할 수 있어?”그 말에 은정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서선영은 그 반응에 확신을 얻은 듯 미소를 지었다.“내 말대로 해. 열흘 안에 강성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 안 그러면 임유진이든, 임씨 집안이든, 강성 전체가 너란 인간이 얼마나 추잡한 놈인지 알게 될 거야.”“널 사회적으로 매장 시킬거고, 임유진도 널 경멸하
은정은 격노한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저는 그런 짓 하지 않았어요. 이건 서선영 저 사람이 꾸민 함정이에요.”서선영은 엉엉 울면서 외쳤다.“내가 내 딸을 희생시켜서 너한테 함정을 판다고? 구은정, 네가 나를 미워하는 건 알아.”“예전부터 나한테 편견이 있었지. 그래, 미우면 나한테 손찌검을 해. 왜 애먼 은서를 괴롭혀?!”“은서는 아직 시집도 안 갔어. 이제 어떻게 살라고 해? 이 소문이 밖에 나가면, 우리 집안은 완전히 끝장이야!”은정은 오직 구은태만 바라보며 물었다.“저를 믿으세요?”구은태는 아들의 눈을 바라보다가, 문득 다른 기억 하나가 떠오르며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때 갑자기 은서가 벽을 향해 몸을 던지듯 달려갔다. 죽을 각오로 내달리는 눈빛이었다.“은서야! 안 돼, 은서야!”서선영이 급히 은서를 껴안고 붙잡았고, 울음이 멎지 않았다.“은서야, 제발 그런 짓 하지 마.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거기 누구 없어요! 얘 좀 붙잡아줘요!”서선영은 울먹이며 도우미들을 향해 소리쳤다. 몇 명의 도우미가 급히 달려와 은서를 붙들고 감싸 안았다.그중 평소 은서를 따르던 도우미가 조심스럽게 구은태 앞에 다가와 입을 열었다.“회장님, 사실은 전에도 도련님께서 밤에 아가씨 방문을 두드리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었어요.”“하지만 도련님이 너무 무서워서, 보복당할까 봐 말씀 못 드렸어요. 제가 잘못했어요.”그 도우미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제가 좀 더 일찍 말씀드렸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요!”은정은 도우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애옹이가 은서에게 보내졌던 그날 밤, 은정은 술에 취해 돌아와 애옹이가 사라진 걸 알고 은서를 찾아갔다. 그때 이 도우미가 어두운 구석에서 숨어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구은태는 거기까지는 떠올리지 못했다.죽을힘을 다해 몸을 던지려던 은서, 그리고 도우미의 일방적인 증언이 더해지자, 구은태는 은정을 더 이상 믿지 않았다.다시 근처에 있던 물
[말 좀 해봐요.][삼촌?]서선영이 천천히 2층에서 걸어 내려오더니, 바닥에 떨어져 있던 휴대폰을 집어 장말숙 아주머니에게 건네며 눈짓을 보냈다. 이에 장말숙 아주머니는 눈치를 채고 전화를 받아 들고 말했다.“유진 씨죠? 저희 도련님이 술에 취하셨어요.”유진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네, 신세 좀 질게요. 잘 부탁드려요.]“네!”장말숙 아주머니는 괜히 말을 더했다가 실수라도 할까 봐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은정의 까만 눈동자가 서선영을 향해 있었지만, 그 시선은 이미 흐릿했다.서선영은 은정을 부축하듯 손을 내밀며, 자애로운 얼굴로 말했다.“은정아, 술 너무 많이 마셨잖아. 방으로 데려다줄게.”“으악!”날카로운 비명에 은정은 정신이 번쩍 들며 눈을 떴고, 날은 훤하게 밝아 있었다.옆에서는 구은서가 실크 잠옷 차림으로, 옷가지로 몸을 허둥지둥 가리고 있었고, 얼굴은 절망감에 젖은 눈물로 가득했다. 그녀는 분노로 떨리는 눈으로 은정을 노려보고 있었다.구서의 비명은 곧 서선영과 집 안 도우미들을 방으로 불러 모았다. 문이 열리고 방 안 풍경을 본 순간, 모두가 굳어버렸다.은정은 조금씩 의식을 되찾았고, 은서를 훑어보며 눈빛이 짙게 가라앉았다. 이불을 들추고 자신을 확인해 보니, 바지는 제대로 입고 있었지만 상의는 전혀 없었다.은정은 몸을 일으켜 세우려다 이마를 짚으며 침대 머리에 기대앉았다. 머리가 묵직하게 지끈거렸다.“엄마!”은서는 멘탈이 완전히 무너져 울부짖었다.“은서야!”서선영이 달려와 은서를 안고, 옷을 덮어주며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몰라요!”구은서는 서선영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오열했다.“밤에 오빠가 갑자기 방에 들어왔어요. 술에 취해서 저를 한 대 치더니 그다음은...”은서의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고, 드러난 어깨엔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짐승 같은 놈!”서선영은 벼락을 맞은 듯 충격에 빠져 온몸을 떨며 은정을 향해 소리
우정숙은 이 모든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예전에 은정은 분명히 임유진은 내 스타일 아니라며 선을 그은 적이 있는데, 왜 지금 와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쫓고 있는 걸까?“넌 어떻게 생각해?”우정숙이 묻자, 유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말했다.“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돌아왔어요.”그 말투가 생각보다 무거워, 우정숙은 분위기를 일부러 누그러뜨리며 웃었다.“이미 거절했는데도 냉정해져야 해?”유진의 귀가 붉게 물들었다.“어쨌든, 엄마는 이 일. 할아버지, 할머니한테는 말하지 말아줘요. 그리고 삼촌한테도 되도록 비밀로 해주세요.”그 말에 우정숙은 딸의 속내를 단번에 알아차렸다.“갑자기 이렇게 서둘러 집에 돌아온 이유 혹시 일이 더 커질까 봐? 너희 할아버지가 구은정한테 가서 따질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 아니야?”유진은 재빨리 대답했다.“누가 그 사람 걱정했대요? 밖에서 사는 게 질려서 온 거지, 그 사람이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하지만 우정숙의 따뜻하고 조용한 눈빛은 유진의 진심을 꿰뚫고 있었다. 우정숙은 다만 조용히 숨을 내쉬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날 밤, 구은정은 외부 일정으로 접대를 나갔고, 유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좀 늦을 것 같아. 집에 들어가면 애옹이 좀 봐줘.]유진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저도 집에 왔어요. 아주머님께 부탁하세요.]은정은 유진이 하루 정도 집에서 자려는 줄로만 알고, 별 의심 없이 답했다.[알겠어.]밤 10시.은정은 아직 접대 자리에서 술자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에 구은태가 보낸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은정아, 나 몸이 좀 안 좋다. 한번 집에 들러줄래?]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몸 안 좋으면 병원 가시죠.]그렇게 답장을 보냈지만, 더 이상의 응답은 없었다.술자리가 끝나고 나니 이미 자정 무렵이었다. 은정은 그래도 아버지를 확인하고자 구씨 저택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서자, 애옹이를 돌봐주던 장말숙 아주머니가 거실에서 그
정현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지난번에 뭐라고 했죠? 임유진 건드리지 말랬잖아요. 왜 말을 안 들어요?”진소혜는 웃었다.“들었어요. 적이 내 사람이 될 수 없다면, 없애버리라는 그 말, 정말 감명 깊었거든요. 곧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쫓겨날 거예요.”현준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임유진은 쫓겨나지 않아요. 사장님이 반드시 지킬 거니까요.”현준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덧붙였다.“유진 씨, 그 정체가 간단하지 않아요. 사장님이 곤란한 일에 휘말릴 때마다 뒤에서 도와준 사람이 바로 그 애였다고요.”“이렇게 성급하게 나가면 결국 당하는 건 소헤 씨라고요.”소혜는 비웃으며 말했다.“그런 것도 그 얼굴 덕 아니었을까요? 임유진이 무슨 대단한 집안 출신이라도 돼요?”현준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 애, 성이 임이야.”소혜는 비웃었다.“강성에 임 씨 많은데요? 임씨라고 다 임씨 집안이예요?”“임유진이 정말 그 임씨 집안 사람이었으면, 이런 작은 곳에서 평사원으로 일할 일이 없죠.”강성에서도 가장 윗자리에 있는 집안, 그 임씨 집안 사람이라면 당연히 격이 달랐을 것이다.현준은 소혜를 바라보며, 무력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소혜 씨, 소혜 씨는 너무 자만해요. 이제 막 졸업한 사람이잖아요. 세상이 어떤지 아직 몰라요.”“내가 경력은 부족하지만, 머리는 좋아요.”소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어떻게든 손에 넣을 수 있어요.”현준은 더는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막막했고, 소혜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이번 달 말이면,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존재 자체가 사라질 거예요.”이메일은 해외 IP에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되어, 추적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루머는 벌써 영업팀까지 퍼진 상황이었다.한때 유진이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걸 보고 감탄했던 동료들조차, 그녀가 정말 실력만으로 이룬 건지 의심하기 시작했다.너무 젊은 나이에, 임씨 그룹 같은 대형 고객을 설득하고, 이미 다른 부서에서 거의 성
서선영은 유혹적인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거절하려는 듯하면서도 몸은 피하지 않았다.“안 돼. 나, 한 시간밖에 못 나와 있어.”“당신 보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최이석은 그렇게 말하면서 서선영의 치마 지퍼를 내렸다.“밖에 사람 세워놨어. 아무도 안 들어와.”...오전, 임유진은 구씨그룹과의 계약을 마무리했다. 오후에는 회사 고위층 회의에 참석했고, 회의가 끝나고 마케팅부로 돌아왔을 때쯤, 팀 동료들의 시선이 평소와 달랐다.유진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모두는 급히 예의를 갖춘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유진은 손에 든 자료를 들고 여진구를 찾아갔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진구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유진이 들어오자, 그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무슨 일 있었어요?”유진이 맑은 목소리로 묻자, 진구는 곧바로 말을 돌렸다.“아니야. 너 손에 든 거, 청원안 자료야? 나 좀 볼게.”하지만 유진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휴대폰, 보여줘요.”진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휴대폰 화면을 다시 켰다. 방금 보고 있던 건, 유진과 은정이 함께 있는 사진들이었다.둘이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 그리고 둘이 함께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는 장면. 얼마 전 중식당에서 있었던 그날이었다.진구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누군가 이 사진들을 너희 팀 메일에 전체 전송했어. 내용은, 네가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게 구은정과 부적절한 관계가 있어서라고.”유진은 이미 그 메일을 확인했었다. 메일에는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구씨 그룹 사장을 유혹했다는 식의 악의적이고 천박한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업계 풍기를 망친다는 말까지, 표현이 거칠고 추했다. 유진은 이를 꽉 물었지만, 곧 침착하게 물었다.“발신 IP 추적할 수 있어요?”진구가 답했다.“지금 IT팀에서 추적 중이야. 내부 직원일 수도 있고, 유지그룹 쪽의 보복일 가능성도 있어. 하지만 반드시 밝혀낼 거야.”“일단 외부로 확산은 안 됐고, 회사 내부 루머 수준이야. 이미 전체 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