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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소희는 대본을 나눈 뒤 복사기에 놓고는 안색이 무척 차가웠다.

"필요 없어! 그냥 너 혼자 진원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해. 결국 혈연관계가 없으니 네가 좀 더 잘하지 않으면 그녀는 언제든지 너를 집에서 쫓아낼 수 있으니까!"

소연은 얼굴이 굳어지더니 음울하게 소희를 바라보았다. 한동안 복사실에는 기계가 종이를 복사하는 소리만 들렸다.

마침 이때 슬기가 들어왔고 복사실에는 복사기 2대밖에 없어서 그녀는 소희를 힐끗 보더니 소연의 뒤에 서서 기다렸다.

잠시 침묵한 뒤 슬기는 소희를 바라보며 비웃었다.

"대본을 복사할 필요가 있어요? 종이를 낭비하는 것 외에 또 뭘 한다고?"

소희가 아직 말을 하지 않을 때 소연은 갑자기 웃으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슬기 씨, 너와 소희는 모두 신인이잖아요. 서로 돕고 이해해야죠."

슬기는 소연이 자신에게 설교하려는 줄 알고 안색이 변하더니 금방 입을 열려 했지만 소연이 계속 말했다.

"소희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자리에 앉아 멍을 때리라는 거예요? 윤미 선생님은 성격이 아무리 좋아도 한가한 사람을 곁에 남지 않을 거예요. 소희는 너처럼 능력이 없으니까 좀 더 이해해줘요!"

슬기는 눈빛이 반짝이더니 안색이 돌아오며 하찮은 말투로 말했다.

"이렇게 말하면 알겠네요. 하는 척 한다는 거죠! 듣기 싫게 말하면 한국 사람들은 약자를 너무 봐준다니꺼요. 만약 M국에 있었다면 쓸모없는 사람은 전혀 몸을 둘 곳이 없어요!"

소희는 고개를 돌려 슬기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민슬기 씨는 M국에서 쫓겨났나요?"

슬기는 안색이 차가워졌다.

"뭐라고요?"

소희는 복사한 서류를 들고 천천히 정리한 다음 밖으로 나갈 때 슬기를 바라보았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외국에서 돌아왔다고 외국에서 따낸 조금의 성적을 가지고 득의양양하죠. 진정으로 능력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폄하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높일 필요가 없거든요!”

슬기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적어도 나는 성적이 있죠!"

소희는 담담하게 웃었다.

"북극에서 당신 그 정도의 성적은 정말 볼품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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