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는 눈빛을 반짝였다."며칠 뒤 알려줄게!""음." 서인은 담담한 말투로 대답하고는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을 수 있었고 뭐든지 할 수 있었다오 씨 아주버니는 이미 밥을 차려 놓았고, 소희는 남아서 서인과 함께 밥을 먹었다.소희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전화가 들어왔다. 그녀는 전화하는 사람을 한 번 보고 즉시 전화를 받았다."사모님, 안녕하세요!"그녀에게 전화를 한 사람은 유민이의 어머니 우정숙이었다.그녀의 목소리는 무척 부드러웠다."소희 씨, 내일 시간 있어요?""네, 무슨 일 있나요? 말씀하세요!"소희가 담담하게 말했다."내일 유민이 생일인데 소희 씨를 집으로 초대하고 싶어서요."정숙이 웃으며 말했다."원래 유민더러 전화드리라고 했는데, 유민이가 글쎄 자기가 하면 소희 씨 오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굳이 나보고 전화하라고 하네요. 만약 시간 되면 우리 집으로 오는 것을 환영해요."소희는 가볍게 웃었다."유민이 생일이요? 알았어요, 꼭 갈게요!""그럼 꼭 와요."정숙이 웃으며 말했다."내일 봬요!""네!"전화를 끊자 엘리베이터도 마침 31층에 도착했다. 소희는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유민에게 문자를 보냈다. [생일선물로 뭘 갖고 싶어? 무엇이든 가능!]유민은 곧 그녀에게 답장했다.[샘만 오면 돼요.]소희는 부드럽게 웃으며 문을 열었고 집으로 들어가는 찰나 문득 동작을 멈췄다. 내일, 구택도 있겠지!......임 씨네 본가에서. 정숙은 전화를 끊고 임지언에게 말했다."소희 씨 내일 오겠다고 했어요."지언은 소파에 앉아 책을 보다 고개를 들었다."당신 소희 씨더러 선물 준비할 필요 없다고 말 안 했어요? 아니면 소희 씨가 괜히 돈 쓰잖아요."정숙이 대답했다."원래 말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말하면 또 너무 티 나는 것 같아서요. 꼭 선물 사들고 오라는 말 같잖아요."지언은 잠시 생각했다. "그럼 나중에 소희 씨의 월급에 보너스 좀 넣어줘요."정숙은 그의 곁에
남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매부리는 2년 전 삼각용의 사람들을 모두 죽일 뻔했고 올해에는 아무런 소식도 없었어요. 아마 그는 아닐 거예요!"성 대표는 어두운 얼굴로 말을 하지 않았다.6616호는 술을 한 번만 주문했고 10시 30분에 떠났다. 소희도 별일 없어서 일찍 어정으로 돌아갔다.이튿날, 소희는 9시에 임가네에 도착했는데, 집안은 이미 매우 떠들썩했다.화원, 잔디밭에는 모두 전문적인 사람이 장식했고 남자아이이기 때문에 컬러는 전체적으로 회색과 파란색이었으며 장식품도 모두 남자아이가 좋아하는 것이었다.유민은 평소에 사이가 괜찮은 학우 몇 명을 초대했고, 집에는 또 다른 손님들을 초대했기에 지금 잔디밭과 거실에는 모두 사람들로 붐볐다.하인은 소희를 데리고 들어갔고 거실에는 임가네가 초대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소희는 힐끗 보니 구택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정숙은 바로 소희를 알아보고 곧 다가와서 그녀를 데리고 손님에게 소개했다."이 분은 유민이의 과외 샘이에요. 유민이가 이번에 이렇게 좋은 성적을 볼 수 있었던 건 모두 소희 선생님의 공로죠."손님 중에는 유민 학우의 학부모가 있었는데, 모두 강성에서 권세가 있는 인물들이었기에 평소라면 과외 샘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임 씨네 가문 때문에 그들은 소희에게도 각별히 예의가 있었다."소희 선생님은 생긴 것도 예쁜 데다 또 이렇게 재능이 있으니, 정말 대단하네요.""소희 선생님은 어느 과외 회사에 다니세요? 다음 학기에 시간 있나요? 우리 아들한테도 좀 지도해 줘요.""우리 딸의 과외 샘도 형편없어서 마침 바꾸고 싶었는데. 나도 소희 선생님을 청하고 싶네요."......소희는 완곡하게 거절했다."죄송해요. 저는 정규 과외 샘이 아니라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라서요. 그렇게 많은 시간이 없을 거 같네요. 정말 죄송해요."몇몇 학부모들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랬군요, 그럼 그저 우리한테 이런 행운이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네요!""정말 안타깝군요!""그럼 우
구택은 차를 든 동작을 멈칫하더니 고개를 반쯤 숙이고 얼굴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목소리는 거의 알아볼 수 없이 낮아졌다."그래요?"노부인은 웃으며 말했다."우가네 사람들은 모두 연구 사업을 하잖아. 중일은 아주 우수하고 소희도 사람 됨됨이가 좋고. 가문을 제외하면, 두 사람도 아주 잘 어울리지."구택은 눈을 떨구고 차를 마시며 입술을 오므리고 말을 하지 않았다.노부인은 한바탕 말한 뒤 그제야 본론을 얘기했다."너보다 훨씬 어린 중일도 여자친구를 사귀려 하는데, 넌 언제 시간 좀 내서 결혼에 대해 생각할 거야?"구택은 눈빛이 담담해지더니 농담으로 말했다."형수님은 그래도 자신의 가문을 먼저 생각하고 계시군요. 저와 중일은 모두 여자친구가 없는데 형수님은 괜찮은 사람 보면 먼저 중일을 생각했으니까요."노부인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네 형수님이 어찌 감히 네 사적인 일에 관여하겠어. 네가 만약 중일처럼 말을 잘 듣는다면 진작에 결혼했어."구택은 손을 들어 미간을 비볐고 떨군 눈동자 속에는 초조함이 들어 있었다."어젯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해서 먼저 위층으로 올라가서 잠시 쉴게요. 유민이가 물어보면 제가 이미 돌아왔다고 전해줘요. 전 그가 케이크 먹을 때 다시 내려올게요."노부인은 관심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이 씨는 어젯밤 2시가 됐는데도 네 방의 불이 켜져 있다더구나. 잠이 안 오는 거야 아니면 회사의 일로 바쁜 거야?""해외 쪽에 회의가 있어서요." 구택은 말하며 일어섰다."먼저 올라갈게요!"노부인이 말했다."그래, 이따 내가 사람더러 너 부르라고 할게!"구택은 가볍게 응답하고는 위층으로 올라갔다.3층 서재에 들어서자 구택은 안색이 어두워졌고 양복 외투를 벗고 곧장 긴 창문을 향했다.창밖은 잔디밭을 마주하고 있었다. 잔디밭 한쪽은 유민의 친구가 있었고, 다른 한쪽은 유림이 초대한 동창들이었다.소희는 파란색 운동 치마를 입고 있었고 가늘고 하얀 긴 다리를 드러내며 벤치에 앉아 유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
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나는 평소에도 이 방면의 책을 거의 보지 않아서요.""몇 권만 찾아줘요, 날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정숙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나도 아래층에 손님이 있으니까 두 사람 먼저 얘기해요. 이따가 봐요!"정숙은 말하면서 소희의 어깨를 두드리고 몸을 돌려 나갔다.중일은 소희를 향해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소희 씨한테 부탁할게요!"소희는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다가가서 책을 찾아주며 물었다."우중일 도련님은 평소에 좋아하는 작가가 있나요? 산문 아니면 소설을 좋아하나요?"중일은 웃으며 말했다."제발 나를 도련님이라 부르지 마요. 소희 씨와 유림이는 동창이니까 그냥 내 이름 불러요. 나도 강성대에서 나왔으니까 선배님이라 불러도 되고요."소희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중일은 계속해서 말했다."산문은 됐어요. 소설이 있으면 한 권 추천해 줘요."소희는 찾다가 소포클레스의 소설이 있는 것을 보고 그의 대표작 을 꺼냈는데 영문으로 된 것이었다."이건 어때요? 영어로 된 거예요.""네, 나도 영어를 꽤 잘 하거든요."중일은 겸손하게 소희가 건네주는 책을 받았다."고마워요."그는 손에 책을 들고 소희에게 말했다."소희 씨, 이쪽으로 앉으세요."그는 소희에게 꽃차 한 잔을 따라주며 점잖게 말했다."전에 우리 고모한테서 소희 씨에 관한 얘기 많이 들었어요. 정말 대단한걸요. 유민이를 잡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성적도 많이 좋아지게 할 수 있다뇨."소희는 담담한 눈빛으로 말했다."유민이도 사실 엄청 철이 든 아이예요. 가끔 성질부리는 것도 그냥 부모님의 주의를 받고 싶어서 그런 거고요. 사실 사모님께서 평소에 유민이와 자주 놀아주면 되거든요."중일은 찬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고모와 고모부의 매우 바쁘셔서 자주 출장을 갔으니 확실히 유민이를 소홀히 했죠."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선배님이 책 보는 거 방해하지 않을게요. 먼저 나갈게요!""잠깐만요!"중일은 급
중일은 눈빛이 어두워졌지만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남자친구 있어요?”소희는 잠시 침묵했지만 고개를 저었다.중일은 어깨를 으쓱거렸다."그럼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군요!”그는 농담을 하며 조금도 화를 내지 않았다.“그런 거 아니에요!" 소희는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래요.”“알겠어요!" 중일은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잘생기고 우아한 얼굴로 말했다."그럼 소희 씨, 여기에 좀 더 있을 순 없을까요? 지금 나가면 우리 할머니가 분명 잔소리를 할 거예요. 내가 여자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줄 몰라서 몇 분 만에 소희 씨를 화나게 만들었다고 말이에요.”소희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여기서 같이 책 좀 봐요.”마침 그녀는 유림의 친구들과도 아무런 공통 화제가 없었으니 여기에 잠시 앉아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고마워요!"중일은 감격에 겨워 대답했다.소희는 책꽂이에서 책 한 권을 찾아 중일의 맞은편에 앉았다.가늘고 긴 마호가니 탁자 가운데는 옅은 노란색의 구름무늬의 탁상보가 깔려 있었고 두 사람은 각각 한쪽에 앉아 조용히 책을 보고 있었다.옆의 긴 창문은 무척 얇은 흰색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고, 시원한 여름 바람은 열린 창문으로 불어 들어오며 커튼은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정원에는 누군가가 왔다 갔다 하며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소희는 페이지를 넘기면서 집중을 하지 못했고 눈빛은 자꾸 창문 아래를 바라보았다. 마치 누군가가 거기에 서서 그녀를 향해 소리치는 것 같았다."자기야, 뛰어내려요!”중일은 책을 보다 고개를 들어 소희를 바라보며 웃었다."우리 지금 강성대의 도서관에 있는 거 같지 않아요?”소희는 정신 차렸다."네?“우리가 이렇게 마주 보며 책을 보고 있으니까 강성대 도서관에 있는 학생 같지 않아요?" 중일은 다시 한번 반복하면서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온아하게 웃었다."갑자기 대학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들어요. 그때 우리 숙소의 사람들은 나 빼고 모두 여자친
구택은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가며 웃는 듯 마는 듯 했다. 그가 보기엔?정숙은 계속해서 말했다."아무튼 난 소희 씨가 너무 좋은걸요.”구택은 회색 셔츠를 입은 채 한 손은 바지 주머니에 넣고 무척 존귀해 보이는 모습으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건 소희 씨의 의견을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정숙이 말했다."물론이죠. 난 이미 그들더러 서재에서 얘기 나누라고 안배했어요. 두 사람 지금 안에서 거의 한 시간 동안 있었으니 별문제가 없는 것 같네요."구택은 안색이 약간 어두워졌지만 티 나지 않게 테이블 위의 케이크 장식을 힐끗 보았다."이건 케이크 위에 놓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어머, 내가 깜빡했네, 얼른 가져가야지!" 정숙은 그 장식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정숙이 나가자 구택은 2층 서재를 힐끗 보더니 위로 올라갔다.서재 밖에 도착했을 때 그는 문을 두드리지 않고 바로 문을 밀고 들어갔고 잘생긴 얼굴은 무척 차가운 빛을 띠고 있었다.중일은 책을 보다 한 문장을 어떻게 번역해야 작가의 뜻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지 몰라 일어나서 소희에게 물었다. 그는 몸을 살짝 숙인 채 겸손한 표정으로 소희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그러나 구택이 볼 때, 중일은 소희의 의자에 손을 얹어 자신의 몸으로 그녀를 감싸고 있는 것 같았다.서재의 문은 소리 없이 열렸고 두 사람은 또 진지하게 말하고 있었으니 그들은 사람이 들어왔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구택은 눈빛이 점점 차가워지며 손을 들어 문을 두드리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실례했군요!”중일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둘째 삼촌!”소희도 남자를 바라보았고 눈을 마주치자 그녀는 재빨리 눈을 떼고 시선을 떨구었다.구택은 소희가 가슴이 찔렸다고 생각했다. 그는 화가 났지만 얼굴에는 아무런 정서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저 중일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긴 다리를 내디디며 서재로 들어왔다.중일은 소희와 방금 전의 화제를 계속했다."이건 줄곧 논란이 있는 거 아닌가요?”소희는 마음
소희는 책을 접으며 책꽂이에 다시 끼어놓고는 몸을 돌려 가려 했다.“거기 서요!" 구택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소희는 그곳에 멈췄지만 몸을 돌리지 않고 구택이 말하기를 기다렸다.구택은 다가가서 서재 문을 닫고 소희를 담담하게 바라보았다."나한테 할 말 없어요?”소희의 작은 얼굴은 침착했고 그녀는 입술을 오므리고 말을 하지 않았다.구택은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연애하고 싶은 거예요? 근데 왜 나한테 말 안 했어요?”소희는 차가운 눈빛으로 단호하게 말했다."우리 사이에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구택은 안색이 갑자기 가라앉으며 화가 치밀어 올랐다. 분명히 그녀의 잘못인데. 그녀가 먼저 거짓말을 하고 그를 속였는데!요 며칠, 그는 줄곧 그녀의 해명을 기다리고 있었고 심지어 그녀가 조금이라도 양보해도 그는 지금처럼 이렇게 화가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에게 눈곱만큼도 미안해하지 않았고 그의 면전에서 다른 남자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담소를 나누었다.그가 죽은 줄 아나 보지?구택은 눈빛이 차가워지며 안색은 음침해졌고 얇은 입술을 꼭 오므렸다. 모든 통제력은 그녀의 앞에서 무너졌다."나와 몇 달이나 잤는데, 지금은 중일과 연애하고 싶은 거예요? 당신은 나와 중일의 관계를 아는 거예요? 당신은 누구와 자든 상관없겠지만, 난 징그럽다고요!”소희는 눈빛이 떨리더니 안색은 새하얗게 변했다.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억울함을 억누르고 고개를 숙이며 남자를 피해서 나가고 싶었다.구택은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소희의 손을 덥석 잡았다."병원에 있는 그 남자는 누구죠? 내가 직접 알아볼까요?”소희의 고운 얼굴은 새하얬고 눈빛은 매서웠다."임구택 씨, 당신은 나를 조사할 권리가 없어요! 당신이 말한 바와 같이, 우리는 아무런 관계도 없으니 침대를 벗어나면 서로의 생활이 어떻든 모두 상대방과 무관한 일이에요. 당신 곁에 어떤 여자가 있는지 나는 묻지 않았으니 당신도 내가 어떤 사람과 만나는지에 대해 신경 좀 꺼줘요. 그
임지언이 말했다."구택은 몸이 좀 불편해서 우리 먼저 케이크 먹어요. 이따가 제가 가볼게요.”유민과 구택의 사이는 무척 좋아서 그가 오지 않은 것을 보고 유민은 다소 불쾌해하며 무뚝뚝하게 소원을 빈 다음 케이크를 자르기 시작했다.그는 초콜릿이 많이 든 케이크를 소희에게 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초콜릿은 특별히 샘한테 남겨 주는 거야.”소희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고마워, 생일 축하해!”소희는 벤치에 가서 앉아 천천히 케이크를 먹었다. 잔디밭에서는 어떤 사람이 떠들며 케이크를 유민의 몸에 바르고 있었고 점차 유림 그들도 이 게임에 합류했다.유독 소희만 끼어들지 않고 열심히 케이크를 먹고 있었다.정숙은 소희가 옆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중일에게 눈짓을 하며 가보라고 했다.중일은 케이크를 들고 그녀의 옆에 앉아 담담하게 웃었다."단 음식 좋아하나 봐요? 내 것도 먹어요!”소희는 이미 자신의 접시에 있는 케이크를 다 먹었고 그의 말에 케이크를 받으며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고마워요!중일의 눈빛은 한결 부드러워졌다."언제부터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네요. 이렇게 진귀한 케이크를 먹지 않고 오히려 던지고 놀다니. 정말 낭비군요!”소희는 입안의 케이크를 삼키며 담담하게 말했다."굶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래요!”중일은 웃으며 말했다."소희 씨는 굶어본 적 있어요?”소희는 눈을 떨구며 담담하게 말했다."많이요.”중일은 다소 의외를 느끼며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가 정말 케이크를 좋아하는 거 같아 웃으며 말했다."내가 또 썰어줄게요!”소희는 고개를 들어 평온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고마워요, 나도 이제 배불러요!”중일은 그녀가 진지하게 배부르다고 말하는 모습에 가슴이 설레며 저도 모르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밥도 아직 먹지 않았는데, 벌써 배가 부르면 어떻게요?”소희는 접시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미안해요, 나 먼저 갈게요!”그녀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유민을 찾아 그에게 인사를 했다.유민은 얼굴에 케이크다
양재아는 그 자리에 서서 창백한 얼굴로 정원을 응시했다. 저녁노을이 그녀의 얼굴에 내려앉자, 묘한 냉랭함이 깃들었다.‘이제 겨우 첫날인데, 강아심이 나에게 벌써 이런 태도를 보이다니! 분명 나를 내쫓을 방법을 생각하고 있을 거야!’재아는 분노와 억울함으로 목이 메어, 눈물을 억지로 참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는 차가운 얼굴로 저택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재아는 두 도우미가 아심을 둘러싸고 환대하는 모습을 보았다.“아가씨, 주방에서 진귀한 홍삼 특급 탕을 준비했는데 괜찮으신가요? 입맛에 맞지 않으시면 다른 탕으로 바꿔 드릴게요.”“아가씨, 요리는 찜으로 드시겠어요, 아니면 다른 것으로 조리해 드릴까요? 도경수 어르신께서 아가씨의 의견을 꼭 여쭙고 준비하라고 하셨어요.”“아가씨, 평소에 단맛을 좋아하세요, 아니면 매운맛을 좋아하시나요? 말씀해 주시면 앞으로 아가씨 입맛에 맞게 요리해 드릴게요.”...그들의 말이 들려오는 순간, 재아의 가슴은 서늘하게 식어갔다. 동시에 도우미들의 태도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저녁 식사 자리는 화기애애했다. 도경수는 특별히 풍성한 식탁을 준비했고, 모든 사람이 한데 모여 앉아 웃음꽃을 피웠다.도경수는 가장 먼저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오늘 첫 잔은 시언 그리고 모두를 위해 건배하네. 너희가 없었다면 나와 도도희는 우리 아심이를 찾지 못했을 거야.”도도희도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저도 여러분께 감사의 잔을 드려요. 20년간 간절히 바라온 소원이 오늘에서야 이루어졌어요.”“지난 20년 동안, 저는 하루도 편히 잠든 적이 없었고, 하루도 제 딸이 어디에 있을지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어요.”“이번 생에 다시 만날 수 있을지조차 확신이 없었는데...”도도희의 목소리는 떨렸고, 눈시울은 붉어졌다.“이제야 제 마음이 놓이네요.”도도희의 감동적인 말에 모두가 잔을 들어 올렸다.“도도희 이모, 축하드려요!”“스승님,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시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요.”도도희는 아심을 의미심장하게 흘낏 바라보며 미소를 지은 뒤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아심은 도도희가 시언과 단둘이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주려 한다는 걸 바로 눈치챘다.꽃이 가득한 정원에는 어느새 둘만 남아 있었다. 도도희가 좋아하는 꽃은 자스민이었다. 도경수의 정원에는 자스민이 가득 심어져 있었다. 오월의 따뜻한 날씨 덕에 이미 꽃망울이 터졌고, 얼음 조각처럼 하얀 꽃잎들이 싱그러운 초록 잎 사이에 피어 있었다. 작고 귀여운 꽃들이 은은하게 퍼지는 향기와 함께 정원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고요한 정원에서 시언은 깊고 어두운 눈동자로 아심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손을 들어 그녀의 눈가를 살짝 닦아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울었어?”아심은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도도희 이모가 제게 어린 시절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엄마라고 불러야지.” 시언은 그녀의 말을 끊으며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오늘부터는 엄마라고 불러야 해.”아심은 붉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녀의 매혹적인 눈동자에는 어색함이 서려 있었다.시언은 부드럽게 말했다.“첫마디는 어렵겠지만, 한 번 입을 떼면 그 다음부터는 쉬워질 거야.”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 아심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언은 아심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천천히 그녀를 품에 안았다.“가족을 찾은 기분이 어때?”시언의 넓은 어깨에 기대자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리고 아심은 조용히 말했다.“좋아요.”“나도 기뻐.” 시언의 거친 손끝이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쓸었다.“네가 도도희 이모의 딸이라는 사실이 정말 기쁘거든.”아심은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당신은 왜 기쁜 거죠?”시언의 눈빛에는 노을이 어스름이 비쳤고, 그의 표정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네가 드디어 가족을 찾았으니까. 그리고 나도 약속을 지켰으니까.”그 말에 아심은 시선을 내리깔았다. 맞았다. 아심은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고, 가족이 생겼다. 아심은 시언의 팔
도경수는 상황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재아야, 어떤 상황이든 내가 한 말은 여전히 유효하단다. 네가 친부모를 찾고 싶지 않다면 계속 이 집에 살아도 돼. 우리는 언제까지나 너의 가족이야.”그러자 양재아는 눈시울을 붉히며 목이 메인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할아버지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도경수는 서둘러 달래듯 말했다.“알고 있어.”재아는 창백한 얼굴로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할아버지, 저도 생각해 봤어요. 저는 친손녀도 아닌데 이 집에 계속 머물 수는 없잖아요. 게다가 이제 진짜 손녀분이 돌아오셨으니, 제가 여기 남아 있을 이유는 더더욱 없어요.”“하지만 저는 정말 갈 곳이 없어요. 양부모님 댁에는 돌아갈 수도 없고, 가족도 친구도 아무도 없어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도경수는 재아의 말을 듣고 더욱 안쓰러운 표정이 되어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우리 손녀를 찾지 못했더라면, 걔도 너처럼 집 없이 외롭게 살았을지 모른다. 어디에도 갈 필요 없어.” “그냥 여기 계속 살아. 도도희가 아심이를 찾은 지금 정말 행복해하니까, 너한테 뭐라 하지 않을 거야. 앞으로 너와 아심이가 친한 자매처럼 지낼 수도 있겠지.”재아는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저는 아심이와 아무것도 경쟁하지 않을 거예요. 여기 남아서 도우미로 일해도 괜찮아요.”“그게 무슨 말이냐? 네가 나한테 몇 달 동안이나 할아버지라고 불렀는데 내가 너를 어떻게 도우미 취급을 하겠느냐.” 도경수는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마음 편히 지내렴.”그 말에 재아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감사해요, 할아버지. 아마 저희는 전생에 인연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할아버지 곁에 오게 된 거겠죠.”도경수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것도 다 인연이지.”그때 강재석이 입을 열었다.“도경수, 내 생각에는 양재아의 친부모를 찾아보는 게 좋겠어. 이 아이도 자신이 친딸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 이 집에서
이 모든 것을 보며 강아심의 마음이 이상해졌다. 이 순간에서야 그녀는 진짜로 자신이 이재희라는 사실을 실감했다.“이 나무 목마는 네 할아버지가 직접 만들어주신 거야. 위에 색칠한 것도 그분이 손수 한 거고.” 도도희는 눈가에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여기 달린 금방울도 네 할아버지가 금을 녹여 특별히 만들어주신 거야. 네가 어렸을 때 이 목마를 정말 좋아했거든.”아심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목마 앞에 그대로 앉아 조각처럼 섬세하고 생생한 나무 목마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에도 이 목마가 참 마음에 들었다.도도희는 옷장을 열었다. 그 안에는 작은 드레스들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이건 네가 어렸을 때 입었던 옷들이야.”20년이 지난 옷들은 다소 낡았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눈에 익은 느낌이 물씬 풍겨왔다.“그리고...”도도희는 옷장 아래 서랍에서 두 권의 커다란 사진첩을 꺼냈다. 그녀는 강아심과 함께 바닥에 앉아 사진첩을 열었다.“여기에 너의 어린 시절이 담겨 있어.”사진첩은 그동안 아무도 펼치지 못한 채 20년간 봉인되어 있었다. 겉면에는 얇은 먼지가 쌓여 있었지만 도도희가 그것을 열기 전부터 이미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사진첩을 열자 맨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갓난아이의 사진이었다.20년 전의 사진이라 화질은 다소 흐릿했지만, 뽀얀 볼과 크고 또렷한 눈동자는 여전히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릴 만큼 사랑스러웠다.“네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사진이야. 그때 네 아빠는 이미 떠난 후였고, 넌 나에게 살아갈 유일한 이유였어.”도도희는 한 장 한 장 사진을 넘기며 설명을 이어갔다.“이건 해성에서 찍은 사진이야. 그때 네 할아버지와 다투고 나서 널 데리고 해성으로 갔었지. 우리 둘이서만 거의 1년을 해성에서 지냈어.”“그때 나는 막 졸업한 상태라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고 미술 선생님으로 일했어. 넌 정말 착한 아이였어.”“내가 수업할 때면 늘 조용히 잠들어 있어서 나를 한 번도 방해한 적이 없었지.”“이건 우리가 다
도경수는 차를 마시며 여유롭게 말했다.“내가 그런 말을 했었다고 치자. 그런데 그때 너는 동의 안 했잖아? 뭐라 그랬더라, 젊은 사람들은 자유롭게 연애해야 한다고 했었지?”“요즘은 맞선이 유행하지 않는다고. 그런데 내가 손녀를 찾으니까 이제 와서 네가 자유연애를 반대하는 건가?”강재석은 시언을 향해 물으며 말했다.“누가 맞선이 유행하지 않는다고 했어?”시언은 담담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기억이 안 나요.”이에 도경수는 비웃으며 말했다.“너희 할아버지와 손자가 둘이 함께 일부러 얼버무리는 거야? 내가 한 말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고!”강재석은 웃으며 시언에게 물었다.“넌 어떻게 생각하냐?”시언은 태연하게 대답했다.“자유롭게 연애하는 걸로 할게요. 그것도 문제없거든요.”그 말에 강재석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의 표정은 마치 모든 걸 예상하였다는 듯했다. 그러나 도경수는 곧바로 반대했다.“안 돼! 안 된다고! 우리 손녀를 건드리려 하지 마. 나와 도도희는 절대 그렇게 서둘러 재희를 시집보낼 생각이 없어. 최소 몇 년은 집에 두고 보고 싶단 말이야.”강재석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아까까지는 강시언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감사를 표하더니, 이게 그에 대한 보답이야?”도경수는 서둘러 말했다.“시언아, 내가 너한테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 네가 원하는 게 뭐든 말해봐라. 내 수집품 중에 골라.”“골동품이든 진품 그림이든 상관없어. 너희 할아버지가 평생 탐내던 서화도 내줄게. 원하는 건 뭐든 가져가!”그러나 시언은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도경수 할아버지, 제가 원하는 건 단 하나, 강아심뿐이예요.”당당한 시언에 도경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강재석은 흐뭇하게 웃으며 도경수를 바라보았다.“들었지? 우리 시언이 널 대신해 손녀를 찾아줬잖아? 진심으로 감사하고 싶으면 그것에 걸맞은 보답을 해야지.”도경수는 화가 난 듯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너희 집안은 이걸 빌미로 우리 손녀를 빼앗아 가려고 하는 거야? 정말
도도희는 강시언에게 물었다.“아심이 어렸을 때 사진은 없어?”시언은 아심을 한 번 바라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있을 거예요. 돌아가서 찾아보도록 할게요.”“꼭 찾아줘.” 도도희의 눈빛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 아심이 지난 20년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녀에게는 모두가 공백이었다. 딸에 대해 더 알고 싶어, 마음이 조급했다.식탁은 오래된 황화리 목재로 만들어져 세월의 흔적이 배어 있었다. 아심은 창가를 마주하고 앉아 있었고, 창밖에는 꽃이 만개한 목련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도경수와 도도희의 대화를 듣고 있던 그녀는 다시금 말로 설명하기 힘든 익숙한 감정이 가슴 속에서 차오르는 걸 느꼈다.아심은 창가를 바라보며 말했다.“저기요. 예전에 그 자리에 꽃받침대가 있었고, 그 위에 꽃병이 놓여 있지 않았나요?”도경수와 도도희는 순간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도경수는 놀라 눈물을 머금은 채 물었다.“그걸 기억하고 있어?”아심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냥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요.”도도희는 흥분하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맞아, 맞아! 거기에 분채 꽃병이 있었어. 할아버지가 그 안에 사탕을 숨겨두고는 널 안아 그 안에서 꺼내보라고 했잖니.”“너는 사탕을 집어 들 때마다 그렇게 행복하게 웃었어.”아심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서 기억에 남았나 봐요.”익숙함의 원인을 알게 된 아심의 마음에는 조금 더 따뜻한 친근함이 스며들었다....식사를 마치고 모두가 거실로 돌아왔다. 곧 도도희는 강아심에게 물었다.“또 기억나는 게 있니?”아심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다른 건 생각나지 않아요.”“그럼 내가 너 어릴 때 가지고 놀던 물건들을 보여줄게. 그러면 뭔가 떠오를 수도 있지.”도도희는 다른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한 후 아심을 데리고 뒷마당으로 향했다.이에 이반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도도희가 정말 행복해 보이네요. 저런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강솔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오늘은 모두가 행복한 날이니까요!”그녀는 소희를
“자, 먼저 밥부터 먹자고! 밥 먹자!” 도경수는 너무 기쁜 나머지 목소리마저 떨렸다.식사 준비는 이미 끝나 있었고, 모두 함께 식탁으로 향했다. 도도희는 여전히 강아심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고, 감정을 좀처럼 가라앉히지 못했다.“그러니까, 세상에 이유 없는 호감은 없는 거야. 우리 첫 만남에 그렇게 친근하게 느껴졌던 것도 다 피가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었어.”아심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정말 신기해요.”도도희는 그녀를 식탁에 앉히며 말했다.“일단 밥부터 먹자. 밥 먹고 나서 천천히 이야기하자.”모두가 둘러앉아 분위기가 조용히 가라앉은 그때, 도경수는 갑작스럽게 한쪽에 서 있던 가정부를 향해 입을 열었다.“양재아는 어디 갔지? 아침부터 보이지 않던데.”그러자 도우미가 대답했다.“아가씨께서 회사에 일이 있다고 하셔서 아침 일찍 나가셨습니다.”그 말을 듣자 강시언은 아침에 유전자 검사기관에서 만난 권수영의 모습이 떠올랐고, 그의 눈빛은 차갑게 얼어붙었다.도도희는 무심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아가씨라고요? 아심은 나의 유일한 딸이고, 우리 아버지의 유일한 외손녀예요. 그런데 집에서 다른 사람이 아가씨라고 불린다면, 아심은 뭐가 되는 거죠?”그 말에 도우미는 겁에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도경수가 급히 분위기를 수습하며 말했다.“예전에 습관적으로 그렇게 부른 거야. 이제부터 고치면 되지 않겠느냐.”하지만 도도희는 여전히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처음부터 양재아를 이 집에 들이지 말았어야 해요. 재아가 마치 이 집의 주인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잖아요.”“아심이 내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아이가 얼마나 불만을 가질지 모르겠네요.”소희가 나서서 말했다.“도도희 이모, 그건 제 불찰이에요. 저를 탓하세요. 스승님께서는 아무 잘못도 없어요.”임구택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네 잘못은 아니야. 네 의도는 선의였으니까. 애초에 양재아가 유전자 검사를 하기 전에 도경수 어르신을 먼저 찾아간 게 문제였지
임구택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결과야말로 모두가 바라는 결말이네요!”처음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진석은 강솔과 도경수에게 휴지를 건네며 강솔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그만 울어. 네가 이렇게 울면 스승님도 마음을 가라앉히기 어려워.”강솔은 휴지를 받아 도경수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스승님, 이제 울지 마세요. 울지 말아요!”강재석 역시 소희가 건넨 휴지를 받아 눈가를 훔쳤다. 그는 강시언을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손자, 잘했구나!’시언은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아심에게 돌렸다.아심은 울지 않았지만 그녀가 그를 바라보는 눈빛은 어딘가 불안하고 복잡해 보였다.이런 기분은 아주 오랜만이었다. 자신의 기억 속 마지막으로 이런 감정을 느낀 것은 온두리에서 시언에게 끌려가던 날이었다.그때 아심은 시언의 차 안에서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어떤 일을 마주하게 될지 몰라 불안에 떨었다.지금의 감정도 그때와 비슷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생경하면서도 따뜻한 감정이 스며들었다.‘이제 나에게도 가족이 생겼어.’도도희는 고개를 들어 눈물을 흘리며 아심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깊은 애틋함과 따스함이 가득했다. 도도희는 울면서도 웃고 있었고, 목소리는 떨렸다.“내가 그렇게 그리워하던 딸이 이렇게 가까이에 있었어. 우리가 조금만 더 서로를 알았더라면, 진작에 만날 수 있었을 텐데...”아심은 조용히 손을 들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미소 지었다.“지금도 충분히 좋아요.”“맞아, 놓치지 않았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해.”도도희는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누가 너를 데려간 거니? 그 후에 무슨 일이 있었어?”아심은 기억을 더듬으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잘 모르겠어요. 그때 저는 자주 맞았고, 기억이 흐릿해요. 조금 더 자랐을 때의 기억은 양부모님 댁에서예요.”“그분들은 제가 친딸이 아니라고 했어요. 강가에서 주웠다며,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하더군요.”“널
강시언은 강아심을 데리고 도경수의 집으로 돌아왔다. 정원을 지나던 중, 아심은 마당의 풍경을 바라보며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낯익은 감정이 가슴 속 깊이 몰려왔다. 아주 오래전, 마치 전생의 기억처럼, 그녀는 이곳에 와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왜 그래?” 시언이 멈춰 선 그녀를 돌아보며 물었다. 이에 아심은 그의 눈을 바라보다가 살짝 고개를 저었다.“본가에 돌아오니 긴장됐나? 그 용감한 강아심도 이런 상황은 무섭나 보네?”시언은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다시 그녀의 손을 잡고는 부드럽게 이끌며 앞으로 나아갔다.집 안으로 들어서자, 거실에는 모두가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이 함께 나타나자 도경수가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다급하게 물었다.“결과가 나왔어?”“나왔어요.”시언은 결과지를 세 부로 나누어 도경수, 도도희, 그리고 강재석에게 각각 건넸다. 도경수는 떨리는 손으로 결과지를 받아 들고 급히 훑어 내려갔다. 거실 안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했고, 모두의 시선이 결과지를 쥔 세 사람에게 집중되었다.가장 먼저 결과를 확인한 것은 도도희였다. 그녀는 결과를 본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 그리고 이내 아심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도도희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 놀라움은 곧 기쁨으로 바뀌었고,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아심아, 정말, 우리가...”도도희는 이 모든 것이 믿기지 않았다.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 무려 이십 년. 그 모든 세월이 그녀에게는 과거를 묻어버린 긴 시간이었지만, 이제 그 모든 기억이 한순간에 되살아나는 듯했다. 마치 긴 꿈을 꾼 것처럼 현실감이 없었다.도경수 역시 보고서를 들고 손을 떨며 아심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반응만 보고도 이미 결과를 짐작하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아심을 향했고, 다들 눈에는 믿을 수 없는 감격과 놀라움이 가득했다.아심은 시언의 손을 꼭 잡으며 도도희를 향해 천천히 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