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는 고개를 들어 희미한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사실이에요. 만약 내가 나가서 싸웠다면 이마만 다칠 수도 없잖아요."구택은 그녀의 몸을 다시 한번 훑어보며 다른 상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물었다."멀쩡한 사람이 왜 미끄러졌죠?""별일로 크게 놀라지 마요. 조심하지 않아서 미끄러지는 건 정상 아니에요?"소희는 졸려서 그의 어깨를 껴안았다."빨리 자러 가요!""정말 사람 걱정하게 만든 다니깐요!" 구택은 낮게 웃으며 목욕 수건으로 그녀를 감싼 뒤 품에 안고 침실로 갔다.소희는 그의 품에 안겨 속눈썹을 떨며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다.침대에 눕자 그녀는 곧 잠이 들었다. 밖에는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먹구름은 달을 가려서 방안은 엄청 어두웠다.꿈속에서 그녀는 다시 그 버려진 공장으로 돌아갔다. 새벽 2시, 하늘에는 별이 하나도 없었고 사방은 어두컴컴했다.이번 임무는 납치된 아이를 구출하는 것이었다. 그들 7명은 무기를 휴대하고 소리 없이 이 버려진 기름 공장에 잠입했다.공장은 20명의 사람들이 지키고 있었고 그들의 무기도 그렇게 강력하지 않은 편이라 이런 임무는 그들에게 있어서 무척 홀가분했다.그들 7명은 방심하지 않았고 지형과 상대방의 화력을 미리 계산하여 계획을 세웠다. 홍복은 감시 카메라를 파괴하고 백양과 주옥은 후방에서 잠입하며 서희와 다른 세 사람은 정면에서 기습하여 사람을 구하는 것이었다.그들은 줄곧 호흡이 잘 맞아서 요 몇 년 동안 맡은 임무는 수십 개에 달했지만 한 번도 실수한 적이 없었다!서희는 나이가 가장 어리고 몸매가 야위었지만 가장 날렵했다. 그녀는 지붕에서 뛰어내려 손에 있는 날카로운 칼로 빠르고 정확하게 밖에 있는 두 간수를 신속히 해결하고 소리 없이 넘어뜨렸다. 전반 과정은 날카로운 칼이 몸을 찌르는 경미한 소리 외에 아무런 소리도 없었다.다른 세 사람은 그녀의 뒤에 바짝 붙으며 네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려고 할 때, 감시 카메라를 파괴하러 간 홍복이 재빨리 달려와 급하게 소리쳤다."빨리 철수해, 매복이
소희는 헐떡거리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는 구택의 옷을 꽉 잡았고 손가락이 새하얗게 변하며 떨릴 정도로 힘을 주었다."괜찮아요, 자기야, 무서워하지 마요!" 구택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며 낮은 소리로 위로했다.소희는 눈을 감고 잠잠해졌다. 눈앞의 붉은색이 사라지고 노란색의 따뜻한 빛으로 변했다.그녀는 온몸에 땀이 나고 허탈해진 채 구택의 품에 안겼다.한참 동안 두 사람은 말을 하지 않았다. 구택은 그녀를 꼭 껴안으며 팔은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를 감쌌다.소희는 완전히 현실로 돌아오자 구택의 품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안색은 비록 창백했지만 목소리는 이미 담담해졌다."나 괜찮아요, 그냥, 꿈 좀 꾼 거뿐이에요!"구택과 함께 있은 후부터 그녀는 오랫동안 그들을 꿈꾸지 못했다. 설사 전에 꿈꿨다 하더라도 그들 7명이 함께 어깨 겯고 싸워 최후의 승리를 거두는 꿈이었다.그녀는 표용이 죽는 장면을 자동으로 차단했고 한 번도 그곳에 관한 꿈을 꾸지 않았다.아마도 오늘 서인을 만났기 때문일 가, 그녀와 한 팀이었던 주옥을, 그래서 다시 한번 그녀를 평생 잊을 수없는 장면으로 돌아가게 한 것일지도 모른다."무슨 꿈 꿨어요?" 구택은 그녀의 얼굴을 받들며 대체 어떤 꿈이길래 그녀가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그렇게 무서워했는지 궁금했다.소희는 눈빛이 좀 막연했다. 사실 그날 그들이 사람들에게 포위되었을 때, 그녀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다만 분노와 다른 사람한테 배신당한 원망만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적들을 죽일 때, 또 조금의 미친 쾌감을 느꼈다. 표용 그들과 함께 죽는 것도 그들의 가장 좋은 결말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꿈속에서 그 창고로 돌아갔을 때, 백양과 표용 그들이 죽는 것을 보면서 그녀는 무척 당황하고 두려웠다.마치도 그녀는 그녀가 살아남을 것이고 그들은 정말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소희는 구택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말하고 싶지 않아요!"구택은 그녀가 어렸을 때 학대를 당한
택시 기사는 그가 보여준 주소에 따라 그를 데려다주었는데 말투는 유난히 상냥했다."임가네 사람을 아시는 거예요?""네?" 주민은 멈칫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조심히 내리세요." 기사의 태도는 매우 공손했다.주민은 차비를 지불하고 양측에 꽃이 가득 심어진 아스팔트 길을 따라 맞은편으로 갔다. 그는 그 별장과 가까워질수록 점점 놀랐다. 맞은편 별장의 정원은 아주 컸다. 그 안에는 여러 가지 높이의 식물이 교차되어 있었다. 검은색 울타리를 통해 정원의 수림 같은 경치를 볼 수 있었다. 별장 문 앞까지 걸어가면 낮은 단풍나무 뒤의 아름다운 별장을 볼 수 있었다.임유림 미친 거 아냐?이렇게 큰 별장을 빌리려면 하루에 적어도 몇 백만 원은 들겠지?주민은 한편으로 놀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약간 기뻐했다. 유림이 이렇게 신경을 써가며 그를 약 올리게 하는 것은 틀림없이 여전히 그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이다!"주민아!"유림의 몇몇 학우들이 도착했는데 그중에 정남이라는 사람이 그를 부르며 달려왔다.몇 사람은 서로 인사를 한 뒤, 정남은 웃으며 말했다."주민아, 여기서 우리 기다리고 있었어?"주민은 어색하게 웃었다.다른 한 장선희라는 여학생이 별장 문을 들여다보았다."이 별장 정말 너무 기품 있어 보인다. 이런 별장 하나 세내는데 돈 꽤 들겠지!""이야 주민아, 너 돈 좀 많이 벌었구나!"다른 학우들은 주민을 놀렸다.주민은 그저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너희들 저것 좀 봐!" 정남은 별장 위의 팻말을 가리켰다."임가네."선희는 감탄했다."간판까지 걸어준 걸 보면 여기 정말 프로네!"몇 사람이 재잘거리는 가운데 갑자기 정원에서 누군가가 걸어왔다.문을 열자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몸에 맞는 양복을 입고 검은색 넥타이를 맨 노인이 사람들 앞에 나타나며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아가씨의 동창들이죠? 얼른 들어오세요!"정남 몇 사람은 서로 쳐다보며 안으로 들어가면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서비스가 너무 좋은 데다 너무 프로네. 내 생일도 여
유림이 소희와 함께 회전 계단에서 내려오자 사람들은 분분히 일어나 경악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주민도 일어서서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유림을 보고 넋을 잃은 듯 멍하니 거기에 서 있었다.유림은 주민을 보지 못한 듯 귀엽게 웃으며 말했다."우리 집에 손님으로 온 거 환영해. 너희들한테 소개해 줄게. 내 친구 소희."말을 마치고 그녀는 또 소희에게 말했다."소희야, 내 동창 정남, 장선희, 방시원이야."그녀는 일일이 소개를 했고, 소희와 정남 그들은 서로 인사를 했다.소개가 끝나고서야 정남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유림아, 여기가 네 집이야?"유림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미안해, 줄곧 너희들을 집으로 초대하지 못했어. 나중에 자주 우리 집에 놀러 와!"주민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멍해졌다.선희는 집안 형편이 좋아 평소에 부잣집 사람들을 좀 알고 있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유림아, 너 임가네 사람이야?"다른 사람들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주민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믿을 수 없단 표정으로 유림을 바라보았다.유림은 눈꼬리로 주민의 그 충격적인 얼굴을 살피며 속으로 코웃음쳤다."응!"주민은 그만 제자리에 몸이 굳어졌다!그는 유림과 거의 1년 동안 연애를 하면서 그녀가 임가네 사람이란 것을 몰랐다!이 순간, 그의 머릿속은 혼란 속으로 빠졌다. 마치 광풍이 스쳐 지나간 것처럼 혼란스러움 뒤에 사람을 당황하게 하는 황폐감이었다.소희는 정남 등 사람들에게 웃으며 말했다."유림은 뒤뜰에서 모두들 위해 먹을 것과 마실 거 준비했어. 우리 먼저 거기로 가자!"정남 몇 사람은 주민의 안색이 좀 이상한 것을 보고 유림과 인사를 하고는 함께 뒤뜰로 갔다.순식간에 거실에는 유림과 주민 두 사람만 남았다.오늘 유림이 생일이라 그녀의 부모님은 외국에서 돌아오며 저녁에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녀는 집에서 친구들을 초대하겠다고 말하니 노부인은 젊은 사람들이 구속받지 않고 즐겁게 놀게 하기 위해 특별히 어르
유림은 말을 하지 않고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는 빨간 가죽으로 만든 주얼리 상자를 하나 꺼냈다. 안에는 지엠의 귀걸이 한 쌍이 들어 있었다."네가 귀걸이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던 거 기억나. 그래서 나는 나의 전 재산을 모아 이 귀걸이를 샀어. 네 생일에 이걸 전해주면서 나의 잘못을 용서해 주었으면 하고. 그러나 오늘 나는 여기에 와서야 내가 얼마나 유치한지를 알게 됐어. 넌 이런 물건이 전혀 부족하지 않았고 나도 네가 전에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깨달았어!"유림은 아무런 감정도 없는 눈빛으로 또박또박 말했다."하지만 나는 이미 너를 사랑하지 않아!"주민은 황급히 고개를 흔들었다."아니, 유림아, 날 용서해 줘 제발, 나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줘!"유림은 낯선 사람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난 치근덕거리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 우리 좋게 헤어지자, 서로를 너무 난처하게 하지 말고. 너도 이제 가!""유림아!" 주민은 다시 설명하려 했다.유림은 일어나며 말투는 무뚝뚝했다."내가 사람 시켜서 너 쫓아낼까? 정남 그들도 모두 여기에 있으니까 나도 마지막으로 너한테 체면을 주는 거야!"주민은 유림의 매정한 모습을 보고 안색이 돌변하더니 콧방귀를 뀌었다."유림아, 너 오늘 일부러 나를 네 집으로 오게 해서 나를 난처하게 하려고 했던 거지? 송지연이 없었어도 넌 나와 함께 있지 않았을 거야, 그렇지? 너는 임가네 큰 아가씨고, 높은 곳에 있는 공주님인데 어떻게 나 같은 가난한 녀석을 좋아하겠어? 송지연은 그냥 네가 나와 헤어지려는 핑계에 불과하고, 맞지?"그는 슬퍼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내가 멍청한 거지, 지금까지도 줄곧 우리의 감정을 어떻게 만회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었으니. 나는 내가 잘못한 줄 알았어. 알고 보니 내가 전혀 너와 어울리지 못했던 거야! 나와 헤어진 것은 맞는 일이야. 나와 함께 있으면 넌 수준이 떨어지니까!""넌 전혀 나를 존중한 적이 없었어. 그렇지 않으면 신분을 숨기고 나와 사귀지
"유림아!" 주민은 유림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어찌 됐든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해, 정말이야!"유림은 뒤돌아 보지도 않았다.뒤뜰의 잔디밭에는 생일파티 장식이 배치되었다. 거대한 파라솔 아래의 긴 탁자에는 각종 양식, 디저트, 칵테일이 있었고 핑크색 풍선이 가득 놓여 있었다. 수영장 옆에도 그들을 위한 수영복이 준비되어 있었다. 정남 그들 몇 사람은 먹고 마시고 한담을 나누면서 한창 떠들썩하게 놀고 있었다.소희는 그네에 앉아 있다가 유림이 혼자 걸어오는 것을 보고 눈썹을 골랐다.유림은 그녀를 보며 웃었다. 후련한 미소였다."유림아!" 방시원이 소리쳤다."너희 집 수영장 너무 크다. 우리 수영 시합할 건데, 너도 올래?""응!" 유림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이쪽을 향했다.그녀들은 유림 혼자만 여기로 오며 주민은 그녀와 함께 하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마음속으로 의혹했지만 감히 묻지 못하고 유림을 향해 달려가 그녀를 빼곡히 둘러싸고 꽃으로 엮은 화환을 그녀의 머리에 씌우고 그녀의 생일을 축하했다.......주민은 세낸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지연이 잠옷을 입고 침실에서 물건을 찾고 있는 것을 보았다. 새 둥지처럼 흩어진 머리카락에 밤새운 후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은 기름투성이가 되었고 두 볼에는 검은 반점이 몇 개 있었다. 마치 팔리지 못한 호떡 같았다. 그 모습은 사람들로 하여금 한 번만 봐도 아침밥을 토하고 싶을 지경이었다.주민은 멍하니 그녀를 보며 또다시 유림의 아름답고 건강한 모습을 생각하면서 마음이 더욱 답답해졌다. 그는 도대체 왜 송지연을 선택하고 유림을 포기했을까? 집안을 논하면, 송지연은 유림의 신발을 핥을 수준도 되지 못했다!이 순간, 그는 자신을 몹시 미워했고 그런 나머지 또다시 유림을 미워하기 시작했다. 만약 그녀가 신분을 숨기지 않았다면 그는 어떻게 송지연 같은 여자와 함께 했고 또 어떻게 이렇게 초라한 지경으로 됐을까?그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지연이 머리를 내밀며 물었다."내 지엠 귀걸이 한 쌍이 없어졌는데, 오빠
그동안 쌓인 감정은 임가네에 다녀온 뒤 극도로 솟아오르며 마침내 폭발했다.남자의 잘생기고 점잖은 얼굴은 변형되었고, 눈빛도 험상궂게 변하며 분풀이하듯이 주먹으로 지연의 얼굴을 때렸다.모두 송지연 때문이야, 모두 송 씨 집안 때문이라고!그렇지 않으면 그는 이미 임가네 집안의 사위였다. 송 씨네 회사의 부사장은 말할 것도 없고 그는 회사 전체를 가질 수 있었다!그리고 지금, 그는 아무것도 없어졌다!그는 모든 원망과 분노를 지연에게 쏟아부었고 그녀가 비명을 지르면 주민은 오히려 흥분했다!지연을 때린 뒤 주민은 바로 도망쳤다!그는 지연에게서 훔쳐 온, 유림한테 주려는 그 귀걸이를 몇 백만 원에 팔아 잠시 지낼 집을 하나 구했고 송 씨네 집안과 완전히 선을 그은 다음 일자리를 찾아 다시 시작하려고 했다.그러나 그는 면접을 볼 때마다 상대방은 그의 이력서를 보자마자 바로 거절했고 그에게 자기소개를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여러 개의 회사에서 면접을 보았지만 모두 이랬다. 그는 이상하다고 느끼며 평소에 사이가 좋은 학우한테 물어보니 글쎄 임가네에서 지시를 내렸는데 강성의 모든 회사는 그를 채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주민은 이 소식을 듣고 멍해지다가 순식간에 얼굴이 창백해졌다!그도 마침내 송 씨네 집안이 어떻게 끝장이 났는지 알게 되었다!......수요일 저녁, 소희는 케이슬에 갈 필요가 없었다. 오랫동안 설희를 보지 못했던 거 같아 그녀는 청원에 가 볼 준비를 했다.진 씨 아저씨는 청아네 가게에서 만든 캐러멜 과자를 좋아해서 소희는 먼저 디저트 가게에 갔다.가게에 들어서자 크림 향기를 맡은 소희는 움직일 힘이 없었다. 그녀는 먼저 자신에게 복숭아 푸딩과 초콜릿 케이크 하나를 주문했다.청아는 디저트를 들고 와서 몰래 웃으며 말했다."내가 케이크 중간에 아이스크림 좀 넣었어."그녀는 나중에야 구택이 소희더러 아이스크림을 먹지 못하게 했다는 것을 알고 가끔 몰래 소희에게 아이스크림 조금 가져다주며 그녀의 식욕을 채웠다.소희는 감격에 겨워 그
소희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묻지 않았다.청아는 출근하고 있었기에 소희는 오래 머물지 않고 오 씨 아줌마와 진 씨 아저씨에게 사줄 디저트를 가지고 돈을 지불하고는 떠났다.그녀는 미리 아줌마한테 전화를 했다. 그래서 그녀가 청원에 도착했을 때, 아줌마는 이미 별장 밖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설희는 바닥에 엎드려 있었고 그녀가 택시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불쑥 일어나 흥분해하며 그녀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왔다.소희는 몸을 웅크리고 디저트를 바닥에 놓고는 두 팔로 설희를 껴안았고 고개를 들어 문 앞에 서있는 아줌마와 아저씨를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별장은 그녀가 이사하기 전 그대로였다. 그녀가 전에 지냈던 방도 변하지 않았다. 아줌마는 매일 들어와서 청소하고 제때에 침대 시트를 교체해서 구석구석이 티끌 하나도 묻지 않았다.그녀가 온 다는 말에 아줌마는 그녀가 좋아하는 간식과 디저트를 미리 많이 만들었다.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자애롭고 온화하며, 묵묵히 일을 하며 많이 말하지도 묻지도 않았다.설희는 무척 활발했고 그녀의 뒤를 따르며 깡충깡충 뛰었다. 마치 집에 혼자 있던 어린이가 마침내 엄마를 만난 것처럼 흥분했다.그녀는 설희와 정원에서 놀다가 갑자기 구택의 문자를 받았다. [뭐 하고 있어요?]소희는 잔디밭에 앉아 있다가 이 문자를 받자마자 즉시 고개를 돌려 사방을 둘러보았다. 아마도 가슴이 찔려서 그런지 그녀는 구택이 그녀를 봤다고 생각했다.게다가 낮에 두 사람은 연락이 뜸해서 일이 없으면 아무도 서로를 찾지 않았다.그러니 그가 갑자기 그녀에게 문자를 보낸 것은 매우 수상했다!소희는 한 글자 한 글자 치며 답장했다.[밖에 있어요, 무슨 일 있어요?]구택은 곧 답장했다.[10분 후에 회의가 있어서 잠시 쉬고 있었어요.]소희는 그제야 안심하며 경쾌하게 답장했다.[그래요.]임 씨 그룹, 구택은 소파에 앉아 소희의 "그래요"라는 답장을 보고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오전 내내 바쁘게 일하다 회의하기 전 틈타서 쉬고
강시언은 도도희와 함께 앉아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와서 건배를 청하려 했지만, 두 사람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는 감히 방해하지 못하고 지나갔다.시언은 의자에 느긋하게 기대어 앉으며 물었다.“왜 도경수 할아버지랑 같이 안 계세요?”도도희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답했다.“오랜만에 만나면 결국 싸우게 되더라고. 우리 부녀는 전생에 원수였나 봐. 그 업보를 이번 생까지 끌고 온 거지.”도도희는 아침에 아버지를 봤을 때 한동안 감회가 새로웠다. 아버지는 이제 늙어서 젊은 시절처럼 강인하고 고집스러운 모습은 아니었다.어쩌면 이제는 과거를 내려놓고, 그의 곁에서 시간을 보내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그는 나이는 먹었지만 여전히 강압적이고 독선적이었다. 게다가 이제는 양재아의 말에 휘둘리는 모습까지 보였다.만약 재아가 그녀의 딸이 아니라면,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도도희 자신도 알 수 없었다.“싸우셨나요?”시언이 길고 날카로운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며 물었다.“강아심과 양재아 때문인가요?”도도희는 시언의 예리함에 전혀 놀라지 않은 채, 잔에 술을 따르며 조소 섞인 미소를 지었을 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시언은 말을 이었다.“아심은 제가 지켜요. 양재아의 작은 계략으로 아심이 다칠 일은 없을 거예요. 그러니 그 일로 할아버지와 다투지 마요.”“할아버지는 이미 선입견에 사로잡혀 양재아를 손녀로 받아들이고 있어요.”“그렇게 감싸고 아끼는 모습은 오히려 이재희에 대한 깊은 죄책감 때문일 거예요.”도도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되새겼다. 생각해 보면, 그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하지만.”도도희는 잠시 멈췄다가 말했다.“난 양재아에게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아. 만약 걔가 내 딸이라면, 우리가 20년 넘게 떨어져 있었더라도 무언가 영혼이 통하는 느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지만 양재아를 볼 때, 난 이재희와 연결될 만한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아요.”
‘이번엔 또 뭐야? 강아라니’아직도 그리운 배강의 돌아가신 할머니가 그렇게 불렀던 별명이 떠올랐다.윤성아는 당황한 표정으로 소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왜 배 부사장님을 해치겠어요? 그런 헛소리 하지 마세요! 당신, 부사장님이 고용한 사람이죠? 일부러 쇼하려고 온 거 아니에요?”“쇼?”시연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당신이 연기하는 게 훨씬 낫네요! 다른 사람을 위해 우리 배강 씨를 함정에 빠뜨리러 온 주제에, 그렇게 억울한 척 깊이 있는 연기를 하다니!”“내가 배강 씨를 잘 몰랐다면, 진짜 믿었을지도 모르겠네요.”성아는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당신이 배강을 안다고요? 만약 배강이 당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면, 그건 저 사람이 바람둥이라는 뜻이겠죠!”이에 시연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배강이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내가 배강을 사랑하는 거죠!”시연은 배강에게 눈웃음을 보내며 달콤한 표정을 지었다.“강아, 걱정 마. 내가 이 여자가 거짓말쟁이라는 증거를 가지고 있어. 당신은 저 여자를 모를뿐더러, 저 여자도 당신을 전혀 모르니까!”“이게 다 무슨 일인가?”배기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녹음을 들려드릴게요!”소시연은 아까 녹음한 내용을 틀었다. 녹음은 윤성아가 빨간 드레스의 여자에게 배강이 어떻게 언니를 화나게 했나요? 라고 묻는 부분부터 시작됐다.녹음의 후반부는 더욱 명확했다.배강이 정진아 집안의 제안을 거절했기 때문에 정진아가 이를 앙심에 품고, 배강의 맞선을 망치고 그의 명예를 실추시키며 장씨 그룹까지 끌어내리려는 음모를 꾸몄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성아는 녹음 내용을 듣다가 도망치려 했고, 배강이 다가와 시연에게 말했다.“놔줘요. 그냥 가게 두고요.”배강은 냉소를 띠며 덧붙였다.“그리고 돌아가서 정진아에게 전하세요. 오늘 일에 대해, 정진아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고.”시연이 손을 놓자 성아는 급히 자리를 떠났다.이윽고 배기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런
윤성아는 망설이며 물었다.“이게 효과가 있을까요? 그 말을 믿을까요?”정진아는 냉혹하고 독살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믿든 안 믿든 상관없어. 배강의 맞선 자리를 망치면 되는 거야! 상류층 사람들 사이에서 망신당하게 만들고, 동시에 장씨 그룹에도 타격을 줄 수 있어.”“이걸로 우리 집안의 복수를 갚는 거지.”만약 회사 부사장이 이런 스캔들에 휘말린다면, 장씨 그룹도 연관되어 이미지 타격을 입게 될 것이고, 어쩌면 내일 주식시장에 변동이 생길지도 모른다.진아는 한꺼번에 배강과 장씨 그룹에 복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점점 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다시 소곤소곤하며 세부 사항을 논의한 뒤, 함께 그 자리를 떠났다.소시연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입안 가득 치즈 케이크를 물고 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약자를 돕는 정의로운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꿈틀거렸다.시연은 케이크를 삼키고 과일 주스를 한 모금 마신 뒤,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따라갔다....한편, 배강의 부모는 배강을 위해 맞선 상대를 소개하고 있었다. 배강의 집안은 꽤 괜찮은 편이었고, 부모가 소개한 상대 역시 그와 비슷한 수준의 집안에서 자란 사람이었다.여자는 대학 졸업 후 직접 회사를 차려 성공을 거두고 있어, 앞으로 두 사람이 서로에게 좋은 사업 파트너가 될 가능성도 컸다.지금 두 집안은 막 서로 인사를 나누며 분위기가 점점 좋아지고 있었고, 좋은 결과가 나올 듯했다.그 순간, 파란 드레스를 입은 한 여자가 나타나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부사장님!”모두가 잠시 말을 멈추고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배강은 성아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미소 지으며 물었다.“저를 아시나요?”그러자 성아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어떻게 모르는 척할 수 있죠? 어제 밤에 우리 함께 있었잖아요.”배강은 순간 멍해졌고, 그녀를 천천히 훑어보았다. 함께 있던 상대방 집안 사람들은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표정이 굳었다.배강의
“아까 이문 오빠는 알아보지 못했어요.”“그런데 난 한눈에 알아봤잖아!”유진의 눈빛이 갑자기 반짝였고, 유진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그건 내가 사장님 눈에만 비치기 때문이잖아요. 그러니 나를 보자마자 알아챌 수밖에 없지.”서인의 심장이 순간 철렁이었다.“자, 춤춰요!”유진은 서인의 다른 손을 자기 허리에 올려놓으며 말했다.“춤 한 곡 추는 거예요. 사장님이 저격용 총을 다루는 것보다는 어렵진 않을 거고요.”“만약 사장님이 안 따라주면, 우리가 여기서 계속 실랑이를 벌이는 게 오히려 더 눈에 띌 거예요.”서인은 한숨을 쉬며 속으로 이 어린 여자애에게 종종 속수무책이 되는 자신을 탓했다.“난 정말 춤을 못 춰.”“내가 가르쳐준다잖아요. 내가 천천히 추고, 사장님은 내 페이스에 맞춰 따라오기만 하면 돼요.”유진은 왼손으로 서인의 손가락을 깍지 끼고, 고개를 들어 밝게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준비됐어요? 시작해도 돼요?”결혼식의 즐거운 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탓인지, 서인은 오늘만큼은 유진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녀의 마음을 따라주기로 했다.서인은 손바닥으로 유진의 허리를 가볍게 감싸며 드레스의 실크 같은 감촉과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를 느꼈다.손가락이 순간적으로 움츠러들었다가 다시 펴졌고, 서인은 목소리를 낮추며 약간 쉰 소리로 말했다.“좋아, 시작하자.”“내 리듬에 맞춰야 해요!”유진은 눈만 드러낸 가면 너머로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였다. 자세히 보면 그녀의 눈 속에는 오로지 서인만이 비치고 있었다.서인은 그녀의 손을 잡고 발걸음을 맞췄다. 하지만 춤을 추다 보니 어느새 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에게 고정되었고, 서인은 갑자기 혼란스러워져 얼른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그와 반해 유진은 너무나 즐거웠고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다. 서인의 단단한 팔과 유진의 기본적인 춤 실력 덕분에, 서인이 미숙하게 움직여도 유진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춤을 이어갔다.회전하고 날아오르는 유진의 춤사위는 서인의 시선
유정은 아는 사람들을 만나 연달아 다섯, 여섯 잔의 술을 마셨다. 너무 급하게 마셨는지 약간 어지러워져 바람을 쐬기 위해 조용한 곳으로 이동했다.그때 누군가 다가와 차가운 과일 주스를 건네며 말했다.“유정 씨,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들러리도 하시고, 손님도 상대하시느라 힘드셨겠네요.”유정은 주스를 받아들며 가볍게 웃었다.“손님을 상대한다고 하기엔 그렇죠. 다들 좋은 분들이고, 또 우리 사장님의 경사이니 다들 즐겁게 몇 잔씩 하게 되네요.”진우행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늘 일로 실례가 있었다면 너그럽게 이해해 주세요.”유정은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아니에요. 그런 상황에서 우행 씨는 충분히 신사적이었어요.”“처음인가요?”“처음인가요?”두 사람은 동시에 입을 열었고, 잠시 멈칫한 뒤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유정이 먼저 말했다.“네, 처음이에요!”우행은 난간에 팔을 걸치고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저도 처음이라, 경험이 없네요.”“그래도 진짜 침착하셨던데요!” 유정이 칭찬하자, 우행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유정 씨도 정말 대단했어요.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주위에서 떠들어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침착하고 단아했죠.”유정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우리 사장님 곁에 있다 보면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우행은 평온한 눈빛으로 말했다.“우리 사장님도 그럭저럭 괜찮죠. 다만 갑자기 일이 생기면 저한테 전화해서 대신 처리하라 하시곤 한 달씩 사라져 버리세요.”유정은 그 말을 듣고 웃음을 터트렸다. 웃음을 참으려 고개를 돌리기도 했다.“공감되나요?”우행이 묻자 유정은 그와 눈을 마주치더니, 두 사람은 동시에 소리 없이 웃음을 터트렸다.유정은 과일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 시원한 바람에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부드럽게 말했다.“저기 친구가 보여서요. 먼저 가볼게요!”“네.”우행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과일 주스, 고마워요!”유정은 몇 걸음 물러난 뒤, 컵을 들어 보이며 고운 미소를 보였다
소희는 마지막으로 준비한 드레스로 갈아입었다. 옅은 금빛의 실크 광택이 흐르는 비대칭 어깨 드레스였다. 겹겹이 화려하게 층을 이룬 치맛자락 덕분에 그녀의 모습은 한층 더 늘씬하고 우아해 보였다. 고귀한 분위기 속에서도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풍겼다.임구택은 그녀의 드레스가 마음에 쏙 들었다. 높은 하이힐로 인해 걸음이 불편할 것을 알기에, 그는 소희를 아예 들어 올려 계단을 내려왔다.1층에 도착하자 구택은 소희를 내려놓고 그녀의 손을 잡아 춤추는 공간으로 들어갔다. 음악이 흘렀고, 두 사람은 음악에 발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주변 사람들은 점점 뒤로 물러서며 중앙의 공간을 온전히 두 사람에게 내주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그들 주변에 모여들었고, 모두 부러움 가득한 눈빛으로 춤추는 신랑과 신부를 바라보았다.갑자기 하늘에서 요란한 굉음이 들려왔다. 몇 대의 비행기가 머리 위를 날아가자, 사람들은 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비행기가 지나간 하늘에는 커다란 원형 디스크들이 나타났고, 그 디스크가 회전하면서 수많은 불꽃놀이가 쏟아지기 시작했다.“우와!”군중 속에서 감탄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디스크에서 터져 나온 불꽃은 저택의 하늘 전체를 뒤덮었다. 쏟아지는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화려한 불꽃들은 마치 꿈처럼 눈부시고 장엄한 장관을 만들어냈다.그 불꽃 아래서도 구택과 소희는 춤을 멈추지 않았다.은은하고 고운 왈츠 선율 속에서, 남자는 길고 날렵한 실루엣을 자랑했고, 여자는 가벼운 몸짓으로 우아함을 뽐냈다.아름다운 드레스 위에는 하늘의 불꽃이 비치며 마치 은하수를 두른 듯한 환상이 만들어졌다. 그녀의 몸짓에 따라 은하수는 흐르고 춤추는 듯했다.그 화려한 광경은 마치 동화 속 왕자와 공주의 결혼식 같았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불꽃 아래 모든 것이 비현실적일 정도로 황홀했다.춤이 거의 끝나갈 무렵, 하늘에는 한 줄로 늘어선 드론들이 등장했다. 소희는 구택의 어깨에 기대어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다.그 순간, 멀리서 거대한 독수리 한
강재석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장난스러운 어조로 말했다.“그럼 시언에게는 아직 말하지 말렴. 그 녀석도 한 번쯤은 속이 타들어 가는 기분을 느껴봐야지!”강아심은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할아버지를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말씀드리지만, 저는 아마 시언 씨랑 사귀지 않을 거예요.”아심이 시언에게 자신과 승현이 헤어졌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사귀지 않을 관계라면 말하든 말든 별다른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왜 그러니?”강재석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심은 멀리 바라보며 눈빛에 자유에 대한 동경을 띄었다.“그냥,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어요.”아심은 앞으로의 삶을 기다림과 실망 속에 가두고 싶지 않았고, 그에게 얽매이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강재석은 아무런 비난도 하지 않고 단지 말했다.“젊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생각이 있는 법이지. 너만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해.”“죄송해요, 할아버지.”아심은 이 할아버지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너는 나에게 조금도 미안할 필요가 없다.”강재석은 여전히 따뜻하고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오히려 우리가 일방적으로 너의 감정을 무시하며 계획을 강요했을 뿐이지.”“아니에요. 할아버지께서 저에게 베풀어주신 따뜻함은 언제나 저를 위로했고, 진짜 가족 같은 느낌을 줬어요.”아심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강재석은 그녀가 고아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더욱 마음이 아팠다.그들은 산책을 이어갔고, 강재석은 말했다.“아까 재아가 너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는 것 같던데, 그 아이의 말에는 신경 쓰지 마라.”아심은 이미 느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신경 쓰지 않을게요.”두 사람은 정원을 한 바퀴 더 돌아서 돌아와서 강재석이 말했다.“가서 놀아라. 소희랑 도도희랑 저녁 만찬도 즐기고, 기분을 좀 풀어봐.”아심은 부드러운 미소로 대답했다.“네, 그럼 도도희 이모를 먼저 찾아볼게요.”“그래, 즐겁게 놀아. 다
강재석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며 강아심에게 온화한 미소로 말했다.“아심아, 여기 공기가 답답하구나. 나랑 같이 밖에 좀 나가자.”“좋아요!”아심이 즉시 대답하며 그를 따라 일어섰다. 두 사람이 함께 밖으로 나가자, 강시언도 자리에서 일어섰다.“할아버지, 도도희 이모랑 천천히 이야기 나누세요. 전 잠깐 밖에 다녀올게요.”“그래, 다녀오너라.”도경수가 응답했다.시언이 떠난 후, 재아는 불안한 얼굴로 말했다.“할아버지, 제가 혹시 말실수한 건가요?”도경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도도희는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양재아 씨, 좀 급했던 것 같네요.”뼈를 때리는 말에 재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말을 더듬었다.“저, 저는 무슨 뜻으로 말씀하시는지 잘 모르겠어요.”도도희는 차갑게 말했다.“잔꾀는 결국 본인의 어리석음을 드러낼 뿐이에요.”“도도희!”도경수가 그녀의 말을 막았으나 도도희는 아버지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아버지는 여전히 본질을 보지 못하시고, 모든 것을 자신이 옳다고만 생각하시네요.”도경수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재아가 무슨 말을 그렇게 잘못했다는 거냐? 그 강아심이라는 아이는 분명히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강시언과 엮이면서도 다른 남자와 엉뚱한 관계를 맺고 있지 않나?”도도희는 얼굴을 붉히며 날카롭게 대꾸했다.“엉뚱한 관계라니요? 그걸 직접 보시기라도 했나요? 아니면 단지 추측으로 한 사람을 판단하시는 건가요?”도경수는 흔들리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직접 보지 않아도 다를 바 없어.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할게. 재아는 네 친딸이야. 너야말로 분별력을 가지고 행동해야 해.”도도희는 재아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내 딸이 만약 저 아이처럼 행동했다면, 차라리 딸로 인정하지 않겠어요.”그 말을 남기고 도도희는 단호히 자리를 떠났다. 이에 도경수는 분노로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거의 내던질 뻔했으나, 재아는 급히 그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할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이 모든 게 제
“아심아!”강재석이 먼저 웃으며 이름을 부르며 반겼다.“할아버지!”강아심이 미소를 띠며 다가갔다.“오랜만이에요. 건강은 어떠세요?”“좋아, 아주 좋아!”강재석은 더욱 인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축하드려요. 소희가 이렇게 좋은 배우자를 만나서 정말 부러워요!”강재석은 웃음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같이 기뻐해야지, 같이!”도경수는 여전히 아심을 멍하니 바라보며 물었다.“당신이 바로 강아심인가?”아심은 도경수를 향해 고개를 돌려 고운 미소를 지으며 공손히 대답했다.“네, 제가 강아심이예요. 도경수 어르신 맞으시죠? 안녕하세요!”도경수는 이전에 아심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었으나, 지금 그녀의 밝은 미소를 보자 목이 메고 눈이 뜨거워졌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모두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에 도경수도 정신을 가다듬고 도도희에게 물었다.“소희는 봤니?”도도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네, 봤어요.”강재석은 바로 물었다.“우리 소희는 지금 뭐 하고 있나?”“친구들과 함께 있어요.”도도희가 웃으며 말했다.“좀 더 일찍 소희와 만났더라면 좋았을 텐데, 정말 늦게 만난 게 아쉬울 정도로 대화가 잘 통했어요.”그 말에 강재석은 호탕하게 웃었다.“그렇게 오래 이야기했다면, 정말 서로 마음에 든다는 뜻이지!”그의 말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갑자기 도경수가 질문을 던졌다. “도도희, 너는 아심 양과 어떻게 알게 된 거니?”도도희는 아심을 바라봤고, 아심은 침착하게 대답했다.“꽤 오래전이죠. 한 미술 전시회에서 처음 만났어요.”도경수는 바로 물었다.“미술을 좋아하나?”“네, 좋아해요. 하지만 진지하게 배워본 적은 없어요.”아심이 부드럽게 대답했다.“예전엔 무슨 일을 했나?”도경수가 다시 묻자, 강재석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왜 갑자기 조사라도 하려는 거야? 이제 막 알게 된 아이에게 이것저것 묻다 보면 겁을 줄지도 몰라.”이에 강시언이 갑자기 끼어들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