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원 뒤따라온 사람은 위험을 감지하고 가까이 오지 않았고 비행기 문 근처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그리고 명원이 조종사를 기절시키자 명원에게 다가와 총을 들어 조종사를 죽이려 했다. 이때 명원은 몸을 돌려막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 돼. 살려둬야 할지도 몰라!”그 사람은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끌어내.”명원은 조종사를 어깨에 메고 비행기를 한 번 더 점검했다.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두 사람은 비행기에서 내려왔다. 소대장은 명원이 조종사를 끌고 나오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얼든 데리고 빨리 가!”명원은 응답하며 조종사를 업고 무리의 뒤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여전히 소희의 모습을 가리고 있었다. 조종사를 데리고 있으니 무리와 함께 걷는 것이 더 쉬워졌다. 명원은 계속해서 조종사를 업고 있었고 조금 뒤처진 순간, 소희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아?”“죽지 않았고 내가 기절시켰어요!”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업고 갈게!”“괜찮아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예요!” 명원은 소희에게 안심시키는 제스처를 취하며 무리를 따라갔다. 앞쪽의 작은 우두머리는 이어폰으로 지시를 받으며, 나무와 덤불을 헤치며 걸어갔다. 중간에 나무에서 떨어진 독사에게 어깨를 물린 사람이 있었다. 이에 소대장은 주저 없이 총을 쏴 죽였고, 자기 사람들에게 엄격하게 말했다.“안전 주의해. 누구든 짐이 되면 내가 직접 처리할 거야!”무리의 사람들은 긴장하며 주변을 경계했고 이렇게 다시 30분을 걸어갔다. 앞쪽에 사람의 그림자가 보이자, 소대장은 걸음을 재촉하며 맞은편 사람과 암호를 교환하고 두 무리가 합류했다.명원과 소희는 무리의 맨 뒤에 있었는데 앞쪽 빈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며 두 사람은 냉정한 표정을 지었다.‘상대 무리가 간미연을 붙잡고 있었다.’미연은 손발이 묶인 채 땅에 쓰러져 있었고, 주변에는 약 서른 명의 사람이 최신식 기관총을 들고 있었다. 물론 이것은 그들에게 희소식이기도 했다.
“연락할래?” 덥수룩한 수염의 남자가 간미연에게 다시 물었다.“차라리 날 죽여!” 미연은 분노에 차서 단호히 외쳤다.“그럼 우리도 더 이상 봐주진 않아!” 덥수룩한 수염의 남자는 미연의 태도에 화가 나서 한 발짝 물러서며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고 세 명의 남자가 다가와 미연을 둘러쌌다.땅! 하는 소리와 함께, 미연의 다리에서 밧줄을 풀고 옷을 벗기려던 남자가 등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곧이어, 장명원이 미친 듯이 총을 쏘기 시작했다.“저리 꺼져!” 상대방의 사람들은 놀라서 돌아서며 즉시 총을 들어 반격했다. 명원은 경비원 한 명을 잡아 앞에 세웠다. 그리고 소희는 날렵하게 몸을 날려 미연을 잡으려던 남자를 걷어찼다. 그러고는 손에 든 단검을 휘둘러 날카로운 칼날로 남자의 목을 긋자 피가 튀었고 남자는 소희의 발에 차여 쓰러졌다.미연의 손목에서 밧줄을 풀어주며 소희는 미연을 보호하고 명원에게 후퇴를 명령했다. 명원은 땅에 굴러서 기관총을 휘둘러 몇 명의 경비원을 물리치고, 조금 전에 땅에 내던졌던 파일럿을 끌어올리며 소희의 후퇴 방향으로 따라갔다.둘은 빛의 속도로 빠르게 움직였고, 상대방은 당황하여 일시적으로 열세에 몰렸다. 그러나 상대방은 인원이 많았고 소희와 명원은 미연을 보호해야 하는 데다가, 명원은 조종사를 업고 있었기에 곧 추격당했다.하지만 상대방은 소희의 목숨을 노리지 않는 듯 보였고, 그저 둘러싸기만 할 뿐 죽이려 하지 않았는데 마치 소희를 생포하려는 것 같았다. 그들은 소희를 죽이지 않았지만, 명원에게는 전혀 자비를 베풀지 않고 집중적으로 공격했다.소희는 그들이 자신을 죽이지 않으리란 걸 알아차리고, 명원에게 최대한 가까이 다가갔다. 소희가 있으면 상대방이 더 신경 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명원이 팔에 총을 맞았고, 어깨에 업고 들처업고 있던 조종사와 함께 앞으로 쓰러졌다.“명원!” 미연이 급히 외치며 명원에게 달려갔다. 소희는 미연의 앞에서 몸을 보호하며 기관총을 쏘아 추격해 오는 경비원들을 막아섰다. 소희의 사격
소희는 임구택의 어깨를 감싸 안고 급하게 숨을 고르고는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난 괜찮아!”하지만 구택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순조롭지 않았어?”구택은 명요와 함께 삼각룡의 기지를 공격하여 두 개의 코발트 폭탄을 파괴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진언에게서 연락이 와서 소희를 바로 구출하러 가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상대방이 레이든이 아니라 레이든으로 위장한 웰오드라는 소식이었다.구택은 즉시 국경에서 요하네스버그로 돌아왔고, 길에서 소희의 심박이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한 후, 곧 간미연의 연락을 받았다. 소희가 위험에 처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때 구택은 정말로 미칠 것 같았다.“조금 문제가 있었어.” 소희는 남자의 품에서 벗어나며 말했다. “장명원이 다쳤어, 먼저 명원을 데리고 나가자!”명원은 이미 미연의 부축을 받아 일어나 있었고, 피 흘리는 어깨를 붙잡고 웃으며 외쳤다. “난 괜찮아요, 그냥 작은 찰과상이라 목숨에는 지장 없어요!”그러자 구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했어!”명원은 구택의 칭찬에 감격하며 외쳤다. “보스님을 보호하는 것이 제 임무죠!”이에 소희는 말했다. “레이든의 사람들이 다시 추격해 올 거야. 우리 빨리 여기서 떠나자!”구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전기로 자기 사람들에게 밧줄을 내리라고 명령했고 소희는 말했다. “명원, 너랑 미연이 먼저 올라가!”하지만 명원은 거절하며 말했다. “이 작은 상처로 특별 대우받을 필요 없어요!”“올라가!” 소희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건 명령이야!”그러자 명원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시간을 지체하지 않으려는 듯 미연을 안고 밧줄을 잡자 위의 사람들이 명령받고 밧줄을 당기기 시작했다. 곧 명원과 간미연이 헬리콥터에 올랐다. 소희는 전에 약간 부상을 입은 조종사를 깨워 먼저 헬리콥터에 오르게 했다. 조종사가 헬리콥터에 다다르기 3미터에서 5미터 전에, 갑자기 두 대의 비행기가 다가와 구택의 사람들에게 사격을 퍼부었다.숲 위에서 명원은 조종사를 재빨리 끌어올리자마자 헬
옛날 기억이 머릿속 깊은 곳에서 떠올랐다. 소희는 두 사람 모두가 지하 실험실에 묻혔던 이틀 밤낮을 떠올렸다. 그때 구택은 상처를 입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의식이 흐려졌다.마지막 밤에 구택은 소희를 품에 안고 있었고, 소희가 더 이상 음식을 삼킬 수 없을 때 구택은 초콜릿을 녹여 입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그때 구택은 이렇게 말했다.“아가씨! 조금만 버텨! 난 언제나 네 곁에 있을 거야.”많은 시간이 흐르고 다시 그 말을 들었을 때, 소희의 마음은 완전히 달라졌지만 여전히 소희에게 무한한 힘을 주었다. 그 힘 덕분에 소희는 어둠과 마음속의 장애물을 뚫고 여러 번 깨어나 현실을 용감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소희는 운명을 원망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소희는 하늘이 자신에게 매우 관대하다고 생각했다. 소희는 많은 고난을 겪었지만, 고난 후에 많은 놀라움을 느꼈다. 그리고 구택은 소희에게 하늘이 준 특별한 선물이었다.소희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소희의 맑은 눈에는 부드러움과 굳센 의지가 담겨 있었고,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는 구택의 넓은 손을 꽉 잡았다.앞의 가시덤불은 구택이 밟아 평탄하게 만들어주었고, 소희는 구택의 발걸음을 따라갔다. 그 순간, 소희는 자신을 아이로 여기며 구택을 따르기만 해도 좋다고 생각했다. 가시덤불이 있는 곳에서는 구택이 앞서 걸었고, 평탄한 곳에서는 두 사람이 나란히 걸으며, 손을 한 번도 놓지 않았다.해가 서쪽으로 기울어가며 숲은 더욱 어두워졌고, 새들의 울음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졌다. 그로 인해 숲은 더욱 싸늘하고 적막하게 느껴졌다. 숲 위로 계속해서 헬리콥터가 지나갔다. 구택의 사람들도 있었고, 레이든의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두 사람을 찾고 있었다.시간이 지나면서 숲속의 자기장이 변해 구택은 그의 사람들과 위치를 확정할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지금은 연락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왜냐하면 레이든의 사람들이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레이든은 삼각룡이 소환한 명령이나 삼각룡이 수년간 막대한
소희도 그 사실을 알아챘다. 나무 아래로 다가오는 10여 마리의 사냥개를 보며 소희의 심장은 빨리 뛰기 시작했고, 온몸은 굳어졌다. 총을 잡은 손에는 땀이 차올라 끈적거리는 느낌에 몸이 떨렸다.“겁내지 마.”“난 언제나 네 곁에 있을 거야.”“소희야, 난 널 사랑해.”소희의 귀에 구택의 말이 맴돌았다. 소희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무의식적으로 구택을 바라보았다. 나무 사이로 희미한 그림자와 어두운 빛 때문에 구택의 눈빛을 볼 수는 없었지만, 구택이 소희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희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손에 든 총을 꽉 잡으며 계속 다가오는 적들을 냉철하게 응시했다.월! 사냥개의 울부짖는 소리가 고요한 숲속에서 날카롭게 울려 퍼졌고, 나무 위로 소리를 지르며 뛰어올랐다.땅! 땅! 총소리도 동시에 울려 구택이 두 마리의 개를 연이어 쏘아 죽였다. 구택의 총소리는 명령이었기에 부하들도 사냥개를 겨누어 쏘기 시작했다. 나무 아래의 사람들은 엄폐를 하면서도 나무 위의 몇 사람을 겨누어 총을 쏘기 시작했다.소희는 나무를 엄폐물로 삼아 끊임없이 적을 겨누어 쏘았고 몇 번의 사격 만에 열 몇 명이 소희의 총에 맞아 쓰러졌다. 이때 갑자기 사냥개들이 흩어져 소희가 있는 높은 나무로 뛰어올랐다.구택은 큰 눈을 가늘게 뜨고 분노를 삼켰다. 이 사냥개들은 특별 훈련을 받은 개들이었다. 나무를 탈 줄 알았고, 빠르게 기어올라 단숨에 나무 중간까지 도달했다. 구택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두 마리를 쏴 죽였으나, 다시 쏘려 했을 때 총알이 다 떨어졌다.네다섯 마리의 사냥개가 맹렬히 나무 위로 뛰어오르고, 소희는 몸을 날려 위로 기어올라 나뭇가지를 잡고 다른 큰 나무로 몸을 날렸다. 소희가 자리를 잡기도 전에 사냥개들이 다시 맹렬히 쫓아왔다. 그리고 동시에 집중적인 총소리도 들려왔다.소희는 좌우에서 공격받았고, 굉장히 민첩한 몸놀림으로 피할 수밖에 없었다. 구택은 소희를 쫓아가며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나무 두 그루를 연이어 뛰어넘고, 날렵하게 소희를
비명과 함께, 임구택의 발길질에 사냥개의 목이 부러져 높은 나무에서 떨어졌다. 소희는 힘을 빌려 미끄러지며, 나무 아래의 경비원의 머리를 두 발로 감싸고 회전하며 힘껏 비틀었다. 그러고는 공중으로 한 바퀴 돌며 경비원이 들고 있던 총을 낚아채어 다른 나무에서 소희에게 뛰어드는 사냥개를 조준해 쏘았다.사냥개는 총에 맞아서 공중에서 떨어졌고, 소희는 멈추지 않고 소리 듣고 달려온 경비원을 향해 날아가 발로 찼고는 총을 빼앗아 구택에게 던졌다. 그리고 구택은 소희를 엄호하며 방아쇠를 당겨 소희를 쫓아오는 사냥개 두 마리를 연이어 사살했다.사냥개들은 거의 모두 사라졌지만, 경비원들이 몰려들었다. 구택의 부하들은 절대로 뒤처지지 않았다. 계속해서 구택을 따라 소희를 보호하며 총알이 떨어지면 육탄전을 벌이고, 총을 빼앗으면 신속히 반격했다. 경비원들은 점점 줄어들었지만, 화력은 더욱 강해졌고, 마치 네 사람에게 격분한 듯 무자비하게 총을 쏘아댔다. 소희와 구택은 호흡이 척척 맞았다. 한 사람이 위험에 처하면 다른 사람이 구해내고, 위험에서 벗어나면 즉시 흩어져 적의 화력을 분산시켰다. 그리고 적이 분산되면 두 사람은 다시 중간으로 모여 전후로 공격해 하나씩 소탕했다. 두 사람의 손발은 서로 잘 맞았고, 특히 구택은 싸울수록 더욱 강해져 마치 무아지경에 도달한 것 같았다.비록 인원은 적었지만, 그들은 정글 전투 경험이 풍부하여 모든 것을 은폐물로 이용하고, 모든 것을 공격에 활용할 수 있었다. 숲은 본래 어두웠고, 네 사람의 움직임은 신속하고 매서웠다. 처음에는 사냥개에 의해 약간 혼란스러웠지만, 소희는 점점 우세를 점해갔다. 그러나 싸우면서 소희는 점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레이든은 삼각룡을 돕지 않고 요하네스버그에 남아 자기를 죽이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레이든의 계획에는 진언도 목표일 것이었다. 삼각룡이 서북흥주백협 일대 국경에 배치한 코발트 폭탄은 레이든이 가장 중시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레이든과 삼각룡은 이미 미리 협의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삼각룡은
소희는 한 걸음 물러나 깊이 임구택을 바라본 후 장명원의 헬리콥터로 달려갔다. 소희는 몸을 날려 나무를 발판 삼아 날아올라 헬리콥터에서 내려오는 로프를 잡았다. 그러고는 뒤돌아 구택을 한 번 더 바라보았다. 로프가 올라가자 소희도 시선을 돌려 차가운 얼굴로 헬리콥터와 함께 숲을 떠났다.구택은 소희의 멀어져가는 모습을 보며 망설임 없이 로프를 잡고 헬리콥터로 돌아가 서북흥주백협 일대로 가서 진언을 구하라고 지시했다....소희가 헬리콥터에 오르자, 간미연이 바로 물었다. “어때? 다친 데 없어?”“괜찮아!” 소희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 “너희는?”장명원의 팔은 이미 붕대로 감겨 있었고, 헬리콥터를 조종하며 크게 외쳤다. “보스, 레이든의 본거지를 날려버리러 가요. 구택의 형의 헬리콥터 무기 장비가 전투기만큼 강력하고 훌륭해요!”명원은 레이든을 상대로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했다. 하지만 소희는 단호하게 말했다.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고, 먼저 자료를 찾아야 해!”“알겠어요!” 명원은 손짓하며 말했다. 뒤에서 구택의 사람들이 엄호하고 있어, 명원의 헬리콥터는 곧 숲을 빠져나왔다. 소희는 숨어서 다시 요하네스버그의 지하 12층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막 요하네스버그에 돌아오자 대형 건물 옥상에서 한 무리가 부상당한 라펠트를 보호하며 떠나는 것을 보았다.옥상에는 헬리콥터가 대기하고 있어, 라펠트를 전용으로 태우러 온 듯했다. 라펠트는 가슴에 총상을 입어 중상을 입은 상태로 경비원의 부축을 받아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소희는 바로 명원에게 말했다. “나를 옥상으로 내려줘!”명원도 도망가려는 라펠트를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보스, 보스가 헬리콥터를 조종하고, 내가 내려갈게요!”“아니, 내가 직접 자료를 가져올 거야!” 소희는 로프를 잡고 말했다. “너는 위에서 나를 내려보내고 엄호해 줘!”명원은 소희의 명령에 복종하여 헬리콥터를 옥상에 접근시켰다. 그리고 옥상의 경비원들이 명원의 헬리콥터를 발견
“아니!” 소희는 라펠트에게 다가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에 우리가 발견한 건, 라펠트의 몸에 비정상적인 무언가가 심어져 있었다는 거였어.”“처음에는 체내에 삽입된 폭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근데 이제는 그게 무엇인지 알겠어!”“뭔데?” 간미연이 물었다. 이때, 몇 명의 경비원들이 소희에게 달려왔지만, 장명원이 타고 있는 헬리콥터에서 총알이 하늘에서 빗발쳐, 그들을 날려버렸다. 소희는 라펠트 앞에 다가가 라펠트의 품에서 컴퓨터를 꺼내 마우스를 찾았고 차갑게 말했다.“자료가 왼손에 있는 거지?”자료 칩은 라펠트의 왼손 검지에 삽입되어 있었고, 마우스에는 경보 장치뿐만 아니라 칩의 감지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라펠트의 검지가 마우스의 감지기에 닿으면, 컴퓨터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시작되어 자료가 표시되었다. 라펠트는 소희를 바라보며 눈을 크게 떴다. 이에 소희는 라펠트의 왼손을 잡아 마우스에 대고, 컴퓨터가 빠르게 켜졌다. 곧 미연의 기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맞았어! 자료 찾았어!”라펠트는 절망하며 소희를 바라보았고,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그리고 미연은 빠르게 자료를 복사하기 시작했다. 이때, 한 대의 헬리콥터가 옥상으로 다가오며, 명원의 헬리콥터를 공격했다.명원은 공중에서 적과 맞서며 미연에게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했고 몇 초 후, 미연은 큰 숨을 내쉬며 말했다. “소희, 다 끝났어!”소희는 칼을 들어 라펠트의 손가락을 잘라 칩을 파괴하고, 컴퓨터를 옥상 밖으로 던졌다. 이에 라펠트는 바닥에서 몸부림치며 얼굴이 창백해졌고, 소희에게 목숨을 구걸하려 했다.“너의 임무는 끝났어!” 소희는 차갑게 말하며 총을 들어 라펠트의 머리에 겨누고, 한 방에 그를 죽였다.“보스!” 명원이 헬리콥터를 옥상 가까이 접근시켜 소희를 맞이하려 했지만 총알이 날아오며 명원은 헬리콥터를 움직여 멀리 떨어졌다. 하지만 명원이 피하는 순간, 세 대의 헬리콥터가 더 와서 명원이 옥상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막았다. 이전에 명원을 공격하던 헬리콥
재아는 권수영의 손을 밀어내며 차갑게 말했다.“알아요. 제가 지승현 씨와 결혼할 수 없다는 것도. 하지만 이 아이는 낳을 거고, 제가 혼자 키울 거예요.”“그리고 그동안 받은 돈과 물건들은 돌려드리지 않을 거예요. 그건, 당신네 집안이 아이의 양육비로 준 걸로 알테니까.”권수영은 격분하며 소리쳤다.“우리 집 아이를 품에 안다니, 네 따위가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재아는 눈을 붉히며 차갑게 응수했다.“자격 없죠. 하지만 이건 당신이 직접 만든 결과잖아요. 처음에 저를 접근시킨 것도 권수영 씨 아닌가요? 우리 둘 다 목적이 있었고, 아무도 무죄라고 할 수 없죠.”권수영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네가 우리 사이를 이간질하지 않았다면, 아심이와 승현이가 헤어질 일은 없었어!”재아는 비웃으며 말했다.“처음부터 아심 씨의 출신을 무시한 건 당신이잖아요. 저한테 책임을 떠넘기지 마세요!”“그리고, 아심 씨가 정말 승현 씨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셨어요? 아니죠. 아심 씨가 좋아하는 사람은 강시언이예요. 당신도 봤잖아요.”권수영은 손을 불끈 쥐고, 다시 한번 재아의 뺨을 때리려는 충동을 억누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재아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저는 더 이상 당신네 집안과 얽히지 않을 거예요. 이 아이의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지도 않을 거고요. 그러니 앞으로 절 찾지 마세요.”그렇게 말한 뒤, 재아는 뒤돌아 걸어 나갔다. 임신한 그녀의 눈치 본 도우미들은 그저 문을 열어줄 뿐, 아무도 막으려 하지 않았다.권수영은 거실 한가운데에 멍하니 서서 재아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녀는 분노로 몸을 떨며 스스로 결심했다.‘절대 이 아이를 세상에 나오게 해서는 안 돼. 나중에 아이를 핑계로 집안을 흔들겠다고 하면 어쩌려고!’권수영은 마음속의 두려움을 억누르고, 집안의 운전기사를 불러 은밀히 지시를 내렸다.“오늘 안에 처리해. 돈은 5천만 원을 줄 테니, 실패하면 책임질 줄 알아!”운전기사는 그 말을 듣고 겁에 질렸다.“사모님, 이건 위험해요. 잘못
아심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우리는 이미 만난 적이 있잖아요. 다시 만날 필요는 없어요. 권수영 씨, 무슨 일로 오셨나요?”권수영은 바로 얼굴을 찌푸리더니 후회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아심 씨, 나는 너를 항상 좋아했어. 모두 그 양재아라는 애가 승현이를 꼬드기고 둘 사이를 이간질해서 이런 오해가 생긴 거예요.”“이건 다 내 잘못이에요. 내가 어리석었으니 제발 나 좀 용서해 줘요.”그러나 강아심은 담담하게 말했다.“진짜로 알고 싶었던 사람은 언제나 도씨 집안의 손녀였을 뿐이에요. 이건 오해가 아니라 그저 본질의 문제일 뿐이죠.”권수영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래, 내가 너무 어리석었어요. 하지만 승현이는 잘못한 게 없잖아요. 걔는 항상 지키려 했으니까요.”“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사람들한테 속지 말아야 해요. 내가 너한테 진심으로 사과할 테니, 제발 승현이도 용서해 줘.”그러나 아심은 냉정하게 답했다.“저와 승현의 일은 이미 다 정리됐어요. 궁금한 게 있으면 직접 아드님께 물어보세요.”그녀는 손목시계를 힐끗 본 뒤 말했다.“저는 이제 가봐야겠어요.”“아심 씨, 가지 마요!” 권수영은 아심을 따라가며 가방에서 유명 브랜드의 보석 상자를 꺼내 아심의 손에 억지로 쥐여주려 했다.“이건 내가 진심으로 주는 거예요.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고 받아줘요.”아심은 단호하게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필요 없어요.”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기며 떠났다. 아심의 단호한 거절에 권수영은 그 자리에 서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는 잿빛 얼굴로 집으로 돌아갔다. 혼자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결국 모든 원망은 재아에게 쏟아졌다.이윽고 권수영은 사람을 보내 재아를 찾아내고, 그녀를 집으로 데려오게 했다.재아는 도씨 저택을 떠난 후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는 최근 호텔에서 지내며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도경수가 재아에게
출국을 결심한 강아심은 회사의 업무를 차근차근 인계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출국해 학업에 전념하겠다는 이유로 회사를 신뢰할 수 있는, 오랫동안 함께한 사람에게 넘겼다. 그리고 정아현은 여전히 아심의 비서로 남아 매일 화상 회의를 통해 회사 상황을 보고하기로 했다.월요일 아침 회의에서, 아심은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할당하고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와 아현과 추가로 몇 가지 업무를 인계했다.아현은 눈물이 고인 채로 물었다.“사장님, 얼마나 오래 가시는 거예요?”그러자 아심은 미소 지으며 답했다.“정해진 건 없어요. 그래도 우리 매일 화상으로 통화할 수 있으니까, 매일 얼굴 볼 수 있잖아요.”아현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화상으로 보는 거랑 직접 보는 건 완전히 다르죠!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사장님이 맡기신 일들, 제가 최선을 다해서 잘 챙길게요.”“회사도 잘 보고 있을 테니까, 빨리 돌아오세요.”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게 해야죠. 기운 내고, 열심히 일해요.”아현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고, 아심은 짐을 정리하며 물었다.“남자친구랑은 어떻게 됐어요?”아현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헤어지자고 했어요. 아직 동의는 안 했지만, 동의하지 않아도 제 결정은 바뀌지 않아요.”갓 남자친구와 헤어진 데다 사장님까지 떠난다는 소식은 아현에게 이중으로 큰 충격이었다.아심은 서류를 들고 아현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스스로 내린 결정이면 후회하지 말고 자신을 믿어요.”아현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갑자기 느낀 건데, 일하는 게 제일 믿음직스러워요. 사장님이 출국해도, 우리는 여전히 같은 관계잖아요.”“그런데 남자친구가 출국하면, 그 관계가 계속될지 장담할 수 없잖아요.”강아심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 관점, 정말 독특하네요.”아현은 웃으며 물었다.“그런데 사장님, 사장님 떠나면 미스터 강은요?”아심의 긴 속눈썹이 가늘게 떨렸다.“강성에 오래 머무를 사람은 아니야.”그의 신분과
늦은 저녁, 도도희는 도경수에게 Y국으로 이주할 계획을 전했다. 그녀는 자기 생각을 솔직히 밝혔다. 자신과 아심이 Y국으로 떠날 예정이니, 가능하다면 도경수도 함께 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강성에 남겨둔 모든 것을 쉽게 정리할 수 없다면, 그녀와 아심이 자주 방문해 뵙겠다고 덧붙였다.이야기를 마친 후, 도도희는 아버지가 화를 내거나 반대할 것을 각오했다. 그러나 도경수는 잠시 깊은 고민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도 너희와 함께 가겠다.”도도희는 놀라움과 기쁨이 뒤섞인 표정으로 물었다.“정말 저희랑 같이 가실 거예요?”도경수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이 강해, 예전에는 공무 외에 해외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정착까지 하겠다고 하니 그녀로서는 의외였다.도경수는 마당을 한 번 둘러본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어떤 것도 가족과 함께 있는 것만큼 소중하진 않지.”그날 밤, 도경수는 강재석과 다시 이 이야기를 나눴다.강재석은 약간 놀란 듯 물었다.“드디어 생각이 바뀌었나 보군.”도경수는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너를 두고 떠나는 게 아쉬운 거지. 내가 없으면 누가 너랑 싸워주겠어?”그 말에 강재석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내가 그렇게 한가한 줄 알아? 매일 너랑 싸우고 싶어서?”도경수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원해서 싸우는 거니까 됐어!”강재석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그럼 어서 가.”도경수는 수염을 불쾌하게 부르르 떨며 말했다.“이봐, 이 노인네! 정이란 게 없어!”그러나 강재석은 그를 바라보며 천천히 웃었다.“걱정하지 마. 너 거기 오래 못 있을 거야. 한 달도 안 돼서 울며불며 돌아오겠지.”도경수도 웃으며 맞받아쳤다.“내가 세 살짜리 아이로 보여?”강재석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세 살짜리보다 나은 점도 없잖아.”두 사람은 잠시 조용히 있었다. 분위기는 차분했지만 약간 무거웠다. 잠시 후, 도경수가 입을 열었다.“사실 나도 떠나기 싫어. 하지만 도도희도, 아
권수영은 파티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지승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승현아, 큰일 났어!”지승현은 그 시각 고객과의 모임을 마치고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전화를 받으며 여유롭게 물었다.[무슨 일이에요?]권수영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강아심이야! 강아심이 도경수의 손녀딸, 그러니까 도씨 집안의 진짜 손녀란 말이야! 그리고 양재아는 가짜였어. 아무것도 아니라고!”지승현도 놀란 기색이었다.[도경수 어르신의 손녀가 아심이라고요?]“맞다니까! 나 방금 도씨 집안의 파티에서 직접 도경수 어르신이 말하는 걸 들었어. 이번엔 틀림없어!”권수영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충격이 서려 있었다.“우리가 그 양재아한테 완전히 속아 넘어간 거야. 그 작은 계집애가 우리를 완전히 기만했어!”승현은 냉소적으로 대꾸했다.[아니죠, 어머니만 속으셨겠죠.]“내가 왜 이렇게 어리석었을까?” 권수영은 땅을 칠 듯 후회하며 말했다.“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당장 강아심을 찾아가서 잘못했다고 빌어야 해. 내가 직접 찾아가 사과해도 괜찮으니까, 너희 둘이 다시 화해할 수만 있다면 말이야.”그녀는 도씨 집안과의 혼사를 성사하기 위해 온갖 수를 쓰며 애썼다. 하지만 정작 도씨 집안의 진짜 손녀딸인 아심과 승현의 관계를 스스로 끊어버린 꼴이었다. 결국엔 가짜인 재아를 집으로 끌어들인 것이었다. 권수영은 자신이 한 짓을 후회하며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승현은 냉랭하게 말했다.[어머니, 제발 체면이라는 걸 좀 생각하세요.]그렇게 말하며 승현은 전화를 끊었다.승현은 호텔 복도에 서서 어머니의 말을 되새기며 여전히 믿기 어려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아심이 도씨 집안의 손녀라는 사실은 예상 밖이었다. 아심에게 가족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도씨 집안이라는 막강한 가문과 연결될 줄은 몰랐다.그는 휴대폰을 들어 아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축하해, 아심아.]잠시 뒤 아심에게서 답장이 왔다.[고마워요.]승현은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우리 엄마가 아마 또 귀찮게 할
술잔을 나누며 웃음꽃이 피었던 파티장의 분위기는 이제 절정에 다다랐다.강시언은 사람들이 둘러싼 강아심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깊고, 어딘가 먼 곳을 응시하는 듯했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흔들리지 않는 표정 속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시언은 오래도록 아심을 응시하다가, 점차 많은 사람이 그녀 곁으로 모여들어 자신의 시선이 가려지자, 천천히 고개를 돌려 조용히 파티장을 떠났다.강재석은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아심의 말에서 뭔가 어긋남을 직감한 그는 자연스레 시언을 찾았지만, 보이는 건 그의 멀어지는 뒷모습뿐이었다.아심 역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에는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마음은 갑작스러운 아픔으로 꽉 차오른 듯했다.시언과의 관계는 온두리에서의 만남으로 더 가까워졌지만, 어딘가 모르게 운명처럼 다시 멀어져가는 느낌이 들었다....파티가 끝날 때까지 소희는 시언을 다시 볼 수 없었고, 소희가 전화를 걸자 그는 짧게 대답했다.[일이 생겨 먼저 떠났어. 할아버지랑 잘 있어. 너무 걱정하지 마.]...파티가 끝난 후, 손님들을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오자 아심은 일부러 강재석을 찾아갔다. 도도희와 함께 Y국으로 떠날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였다.그 말에 강재석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도도희와 함께 떠나겠다고?”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죄송해요, 할아버지.”강재석의 마음은 당연히 무거워졌다. 파티장에서 느꼈던 이상한 기운이 이제야 명확해졌다. 떠나는 결정을 시언이 이미 알고 있었다.며칠간 내리던 비가 멈추고, 아침이 되자 하늘은 맑게 갰다. 빗물에 젖은 정원의 나무와 꽃들은 더욱 푸르고 싱그러워 보였다.강재석은 아심과 함께 정원의 오솔길을 걸으며 말했다.“미안하다고 할 필요 없어. 네가 어떤 결정을 하든, 그건 너의 권리야. 다른 사람의 기분을 이유로 네 인생을 좌우하지 마.”“그리고 너와 도도희가 이제 막 재회했으니,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일이야.”아심은 천
강시언은 여전히 평소처럼 담담한 표정이었다. 큰 감정의 동요는 없었다. 그는 고개를 힘 있게 끄덕이며 말했다.“잘 생각했다면 됐어. 네가 무엇을 하든, 나는 항상 너를 지지할 거야.”“고마워요.”아심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눈앞이 흐릿해졌다. 마치 눈물이 고인 듯했고, 목소리도 약간 잠겼다.그때 누군가가 아심의 이름을 불렀고, 그녀는 소리에 응하며 파티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두 발짝쯤 걸어가던 아심은 갑자기 돌아서서 물었다.“아까 저한테 무슨 말 하려고 했어요?”시언은 그녀를 깊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잠시 침묵하던 그는 천천히 말했다.“별거 아니야. 네가 말했잖아. 이제 너는 더 이상 넘버세븐이 아니라고. 그러니까 앞으로 네 마음대로 살아. 나를 기준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아도 돼.”아심의 목구멍이 꽉 막힌 듯 답답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오히려 텅 빈 것 같았다.“당신이 저를 위해 해준 일들은, 평생 잊지 않을게요.”시언은 등을 돌렸고, 키 큰 그의 뒷모습은 나무 그늘에 가려져 더 고독해 보였다.‘이미 멀리 떠나기로 했다면, 지나간 일은 모두 잊어버려. 무거운 짐 없이 네가 더 멀리 날아오를 수 있기를.’아심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고층 빌딩들 사이로 보이는 작은 네모난 하늘. 하지만 그 하늘 너머에는 더 넓고 광활한 세상이 있겠지.아심은 마음속 결심을 다지며 파티장으로 돌아가자, 마침 도도희가 아심을 찾으러 나왔다. 아심을 발견하자 도도희는 미소를 띠며 물었다.“누구랑 얘기하고 있었어? 시언이?”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방금 우리 Y국에 간다고 말했어요.”도도희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곧 떠날 거라면, 얘기해야 했지.”잠시 망설이던 도도희가 물었다.“시언인 뭐라고 했어?”아심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도도희는 미세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곧 미소를 되찾고 아심의 손을 잡아 파티장으로 이끌었다.“할아버지가 네게 몇 마디 하라고 하셔.”아심은 웃으며
“공공장소에서 사람을 때리면 어떡해요?”“경찰에 신고하세요!”권수영은 마지막으로 양재아를 매섭게 노려보더니 돌아서서 떠났다. 보안 직원이 와서 재아를 부축했고,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눈물을 훔쳤다. 그 눈빛에는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단호함이 번졌다....파티장 내부.강시언은 정원에 나가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끊은 뒤 바로 들어가지 않고, 정원에서 담배를 피웠다.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그는 담배를 끄고 뒤돌아섰다. 걸어오는 이는 강아심이었다.정원에는 나무 울타리가 있었고, 울타리 너머로는 인공 호수가 있었다. 호수는 폭포를 따라 물이 흘러내리며 다른 정원으로 이어졌다.폭포의 물소리와 그늘진 나무들이 어우러져, 한여름에도 이곳은 시원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아심은 울타리에 기대어 서더니 옆에 놓여 있던 물고기 먹이를 집어 들었다. 그녀가 먹이를 호수에 뿌리자, 비단잉어들이 먹이를 차지하려고 물 위로 몰려들었다.“많은 사람이 건배를 청하더라고요. 제가 술을 마실 수 없으니 잠깐 피해 나온 거예요.”시언이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거절해도 괜찮아. 그럴 권리는 충분히 있으니까.”아심은 시언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미소 지었다.“허형진 씨 회사 말이에요. 한 번 검토해 보세요. 그는 신뢰할 만한 사람이고, 회사도 꽤 실력 있어요. 제가 그분이랑 오래 일해봐서 잘 알아요.”그 말에 시언은 짧게 대답했다.“이미 사람을 보냈어.”아심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제가 도와준 셈이네요.”시언은 그녀를 흘깃 쳐다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두 사람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저, 할 말이 있어요.”“강아심.”둘 다 멈칫하더니 시언이 먼저 말했다.“먼저 말해. 무슨 일이야?”폭포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은은히 들렸고, 주위는 물안개로 가득했다. 파티장의 소음은 방음 유리로 차단되어 정원은 더욱 고요했다.아심은 숨을 깊게 들이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 Y국에 가려고 해요.”그 말에 시언의
도경수는 잔을 높이 들며 웃음 지었다.“강재석, 사실 이 잔은 너한테 가장 먼저 돌려야지. 우리 재희를 찾게 된 것은 시언이 정말 큰 공을 세운 덕이니까.”강재석은 도경수를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그걸 알면 앞으로 우리 시언이에게 그렇게 함부로 대하지나 말고.”도경수는 바로 맞받아쳤다.“내가 언제 그랬다고! 하지만 시언이 우리 아심이를 괴롭히기라도 한다면? 얼굴을 붉히는 건 기본이고, 나도 몇 마디 거세게 한 소리 할 수도 있지 않겠나?”아심은 그 말을 듣고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할아버지, 시언 씨는 한 번도 저를 괴롭힌 적 없어요.”시언은 아심을 향해 짧게 고개를 들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 번 보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소를 띠었다.도경수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뭘 시언 씨라고 부르니? 그건 너무 생소하고 딱딱한 느낌이잖아. 걔는 너보다 나이가 많으니, 오빠라고 불러야지.”아심은 시선을 들어 시언과 마주쳤다. 그의 짙고 깊은 눈빛이 그녀를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입을 열어보려 했던 아심은 결국 그 말을 삼키고야 말았다.도도희는 곧장 분위기를 풀어주며 웃음을 지었다.“아버지, 그리고 아저씨, 두 분 서로 주거니 받거니 잔을 들지 말고, 다 같이 한잔하세요. 가족끼리 뭘 그렇게 따지세요.”“오늘 같은 날엔 말로 다 하지 못할 감정을 이 잔에 담아 나누시죠.”모두 함께 잔을 들었다. 다른 연회 손님들도 동시에 잔을 들어 축하의 마음을 멀리서나마 보냈다.아심은 잔을 들어 술을 마시려 했으나, 시언이 다가오는 시선을 느꼈다. 그의 눈매가 살짝 좁혀져 있었는데, 분명히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그녀는 미소를 짓고 잔을 내려놓더니 대신 과일주스를 선택했다....파티장 밖에서는 권수영과 함께 있던 다른 부인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분노를 쏟아내고 있었다.“권수영 씨, 도대체 이게 뭐 하는 겁니까? 이런 꼴을 당하려고 우리가 여기 온 건 아니잖아요!”“맞아요. 평생 이런 수모를 겪어본 적 없는데, 오늘 완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