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는 임구택의 어깨를 감싸 안고 급하게 숨을 고르고는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난 괜찮아!”하지만 구택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순조롭지 않았어?”구택은 명요와 함께 삼각룡의 기지를 공격하여 두 개의 코발트 폭탄을 파괴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진언에게서 연락이 와서 소희를 바로 구출하러 가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상대방이 레이든이 아니라 레이든으로 위장한 웰오드라는 소식이었다.구택은 즉시 국경에서 요하네스버그로 돌아왔고, 길에서 소희의 심박이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한 후, 곧 간미연의 연락을 받았다. 소희가 위험에 처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때 구택은 정말로 미칠 것 같았다.“조금 문제가 있었어.” 소희는 남자의 품에서 벗어나며 말했다. “장명원이 다쳤어, 먼저 명원을 데리고 나가자!”명원은 이미 미연의 부축을 받아 일어나 있었고, 피 흘리는 어깨를 붙잡고 웃으며 외쳤다. “난 괜찮아요, 그냥 작은 찰과상이라 목숨에는 지장 없어요!”그러자 구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했어!”명원은 구택의 칭찬에 감격하며 외쳤다. “보스님을 보호하는 것이 제 임무죠!”이에 소희는 말했다. “레이든의 사람들이 다시 추격해 올 거야. 우리 빨리 여기서 떠나자!”구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전기로 자기 사람들에게 밧줄을 내리라고 명령했고 소희는 말했다. “명원, 너랑 미연이 먼저 올라가!”하지만 명원은 거절하며 말했다. “이 작은 상처로 특별 대우받을 필요 없어요!”“올라가!” 소희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건 명령이야!”그러자 명원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시간을 지체하지 않으려는 듯 미연을 안고 밧줄을 잡자 위의 사람들이 명령받고 밧줄을 당기기 시작했다. 곧 명원과 간미연이 헬리콥터에 올랐다. 소희는 전에 약간 부상을 입은 조종사를 깨워 먼저 헬리콥터에 오르게 했다. 조종사가 헬리콥터에 다다르기 3미터에서 5미터 전에, 갑자기 두 대의 비행기가 다가와 구택의 사람들에게 사격을 퍼부었다.숲 위에서 명원은 조종사를 재빨리 끌어올리자마자 헬
옛날 기억이 머릿속 깊은 곳에서 떠올랐다. 소희는 두 사람 모두가 지하 실험실에 묻혔던 이틀 밤낮을 떠올렸다. 그때 구택은 상처를 입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의식이 흐려졌다.마지막 밤에 구택은 소희를 품에 안고 있었고, 소희가 더 이상 음식을 삼킬 수 없을 때 구택은 초콜릿을 녹여 입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그때 구택은 이렇게 말했다.“아가씨! 조금만 버텨! 난 언제나 네 곁에 있을 거야.”많은 시간이 흐르고 다시 그 말을 들었을 때, 소희의 마음은 완전히 달라졌지만 여전히 소희에게 무한한 힘을 주었다. 그 힘 덕분에 소희는 어둠과 마음속의 장애물을 뚫고 여러 번 깨어나 현실을 용감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소희는 운명을 원망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소희는 하늘이 자신에게 매우 관대하다고 생각했다. 소희는 많은 고난을 겪었지만, 고난 후에 많은 놀라움을 느꼈다. 그리고 구택은 소희에게 하늘이 준 특별한 선물이었다.소희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소희의 맑은 눈에는 부드러움과 굳센 의지가 담겨 있었고,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는 구택의 넓은 손을 꽉 잡았다.앞의 가시덤불은 구택이 밟아 평탄하게 만들어주었고, 소희는 구택의 발걸음을 따라갔다. 그 순간, 소희는 자신을 아이로 여기며 구택을 따르기만 해도 좋다고 생각했다. 가시덤불이 있는 곳에서는 구택이 앞서 걸었고, 평탄한 곳에서는 두 사람이 나란히 걸으며, 손을 한 번도 놓지 않았다.해가 서쪽으로 기울어가며 숲은 더욱 어두워졌고, 새들의 울음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졌다. 그로 인해 숲은 더욱 싸늘하고 적막하게 느껴졌다. 숲 위로 계속해서 헬리콥터가 지나갔다. 구택의 사람들도 있었고, 레이든의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두 사람을 찾고 있었다.시간이 지나면서 숲속의 자기장이 변해 구택은 그의 사람들과 위치를 확정할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지금은 연락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왜냐하면 레이든의 사람들이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레이든은 삼각룡이 소환한 명령이나 삼각룡이 수년간 막대한
소희도 그 사실을 알아챘다. 나무 아래로 다가오는 10여 마리의 사냥개를 보며 소희의 심장은 빨리 뛰기 시작했고, 온몸은 굳어졌다. 총을 잡은 손에는 땀이 차올라 끈적거리는 느낌에 몸이 떨렸다.“겁내지 마.”“난 언제나 네 곁에 있을 거야.”“소희야, 난 널 사랑해.”소희의 귀에 구택의 말이 맴돌았다. 소희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무의식적으로 구택을 바라보았다. 나무 사이로 희미한 그림자와 어두운 빛 때문에 구택의 눈빛을 볼 수는 없었지만, 구택이 소희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희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손에 든 총을 꽉 잡으며 계속 다가오는 적들을 냉철하게 응시했다.월! 사냥개의 울부짖는 소리가 고요한 숲속에서 날카롭게 울려 퍼졌고, 나무 위로 소리를 지르며 뛰어올랐다.땅! 땅! 총소리도 동시에 울려 구택이 두 마리의 개를 연이어 쏘아 죽였다. 구택의 총소리는 명령이었기에 부하들도 사냥개를 겨누어 쏘기 시작했다. 나무 아래의 사람들은 엄폐를 하면서도 나무 위의 몇 사람을 겨누어 총을 쏘기 시작했다.소희는 나무를 엄폐물로 삼아 끊임없이 적을 겨누어 쏘았고 몇 번의 사격 만에 열 몇 명이 소희의 총에 맞아 쓰러졌다. 이때 갑자기 사냥개들이 흩어져 소희가 있는 높은 나무로 뛰어올랐다.구택은 큰 눈을 가늘게 뜨고 분노를 삼켰다. 이 사냥개들은 특별 훈련을 받은 개들이었다. 나무를 탈 줄 알았고, 빠르게 기어올라 단숨에 나무 중간까지 도달했다. 구택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두 마리를 쏴 죽였으나, 다시 쏘려 했을 때 총알이 다 떨어졌다.네다섯 마리의 사냥개가 맹렬히 나무 위로 뛰어오르고, 소희는 몸을 날려 위로 기어올라 나뭇가지를 잡고 다른 큰 나무로 몸을 날렸다. 소희가 자리를 잡기도 전에 사냥개들이 다시 맹렬히 쫓아왔다. 그리고 동시에 집중적인 총소리도 들려왔다.소희는 좌우에서 공격받았고, 굉장히 민첩한 몸놀림으로 피할 수밖에 없었다. 구택은 소희를 쫓아가며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나무 두 그루를 연이어 뛰어넘고, 날렵하게 소희를
비명과 함께, 임구택의 발길질에 사냥개의 목이 부러져 높은 나무에서 떨어졌다. 소희는 힘을 빌려 미끄러지며, 나무 아래의 경비원의 머리를 두 발로 감싸고 회전하며 힘껏 비틀었다. 그러고는 공중으로 한 바퀴 돌며 경비원이 들고 있던 총을 낚아채어 다른 나무에서 소희에게 뛰어드는 사냥개를 조준해 쏘았다.사냥개는 총에 맞아서 공중에서 떨어졌고, 소희는 멈추지 않고 소리 듣고 달려온 경비원을 향해 날아가 발로 찼고는 총을 빼앗아 구택에게 던졌다. 그리고 구택은 소희를 엄호하며 방아쇠를 당겨 소희를 쫓아오는 사냥개 두 마리를 연이어 사살했다.사냥개들은 거의 모두 사라졌지만, 경비원들이 몰려들었다. 구택의 부하들은 절대로 뒤처지지 않았다. 계속해서 구택을 따라 소희를 보호하며 총알이 떨어지면 육탄전을 벌이고, 총을 빼앗으면 신속히 반격했다. 경비원들은 점점 줄어들었지만, 화력은 더욱 강해졌고, 마치 네 사람에게 격분한 듯 무자비하게 총을 쏘아댔다. 소희와 구택은 호흡이 척척 맞았다. 한 사람이 위험에 처하면 다른 사람이 구해내고, 위험에서 벗어나면 즉시 흩어져 적의 화력을 분산시켰다. 그리고 적이 분산되면 두 사람은 다시 중간으로 모여 전후로 공격해 하나씩 소탕했다. 두 사람의 손발은 서로 잘 맞았고, 특히 구택은 싸울수록 더욱 강해져 마치 무아지경에 도달한 것 같았다.비록 인원은 적었지만, 그들은 정글 전투 경험이 풍부하여 모든 것을 은폐물로 이용하고, 모든 것을 공격에 활용할 수 있었다. 숲은 본래 어두웠고, 네 사람의 움직임은 신속하고 매서웠다. 처음에는 사냥개에 의해 약간 혼란스러웠지만, 소희는 점점 우세를 점해갔다. 그러나 싸우면서 소희는 점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레이든은 삼각룡을 돕지 않고 요하네스버그에 남아 자기를 죽이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레이든의 계획에는 진언도 목표일 것이었다. 삼각룡이 서북흥주백협 일대 국경에 배치한 코발트 폭탄은 레이든이 가장 중시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레이든과 삼각룡은 이미 미리 협의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삼각룡은
소희는 한 걸음 물러나 깊이 임구택을 바라본 후 장명원의 헬리콥터로 달려갔다. 소희는 몸을 날려 나무를 발판 삼아 날아올라 헬리콥터에서 내려오는 로프를 잡았다. 그러고는 뒤돌아 구택을 한 번 더 바라보았다. 로프가 올라가자 소희도 시선을 돌려 차가운 얼굴로 헬리콥터와 함께 숲을 떠났다.구택은 소희의 멀어져가는 모습을 보며 망설임 없이 로프를 잡고 헬리콥터로 돌아가 서북흥주백협 일대로 가서 진언을 구하라고 지시했다....소희가 헬리콥터에 오르자, 간미연이 바로 물었다. “어때? 다친 데 없어?”“괜찮아!” 소희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 “너희는?”장명원의 팔은 이미 붕대로 감겨 있었고, 헬리콥터를 조종하며 크게 외쳤다. “보스, 레이든의 본거지를 날려버리러 가요. 구택의 형의 헬리콥터 무기 장비가 전투기만큼 강력하고 훌륭해요!”명원은 레이든을 상대로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했다. 하지만 소희는 단호하게 말했다.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고, 먼저 자료를 찾아야 해!”“알겠어요!” 명원은 손짓하며 말했다. 뒤에서 구택의 사람들이 엄호하고 있어, 명원의 헬리콥터는 곧 숲을 빠져나왔다. 소희는 숨어서 다시 요하네스버그의 지하 12층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막 요하네스버그에 돌아오자 대형 건물 옥상에서 한 무리가 부상당한 라펠트를 보호하며 떠나는 것을 보았다.옥상에는 헬리콥터가 대기하고 있어, 라펠트를 전용으로 태우러 온 듯했다. 라펠트는 가슴에 총상을 입어 중상을 입은 상태로 경비원의 부축을 받아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소희는 바로 명원에게 말했다. “나를 옥상으로 내려줘!”명원도 도망가려는 라펠트를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보스, 보스가 헬리콥터를 조종하고, 내가 내려갈게요!”“아니, 내가 직접 자료를 가져올 거야!” 소희는 로프를 잡고 말했다. “너는 위에서 나를 내려보내고 엄호해 줘!”명원은 소희의 명령에 복종하여 헬리콥터를 옥상에 접근시켰다. 그리고 옥상의 경비원들이 명원의 헬리콥터를 발견
“아니!” 소희는 라펠트에게 다가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에 우리가 발견한 건, 라펠트의 몸에 비정상적인 무언가가 심어져 있었다는 거였어.”“처음에는 체내에 삽입된 폭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근데 이제는 그게 무엇인지 알겠어!”“뭔데?” 간미연이 물었다. 이때, 몇 명의 경비원들이 소희에게 달려왔지만, 장명원이 타고 있는 헬리콥터에서 총알이 하늘에서 빗발쳐, 그들을 날려버렸다. 소희는 라펠트 앞에 다가가 라펠트의 품에서 컴퓨터를 꺼내 마우스를 찾았고 차갑게 말했다.“자료가 왼손에 있는 거지?”자료 칩은 라펠트의 왼손 검지에 삽입되어 있었고, 마우스에는 경보 장치뿐만 아니라 칩의 감지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라펠트의 검지가 마우스의 감지기에 닿으면, 컴퓨터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시작되어 자료가 표시되었다. 라펠트는 소희를 바라보며 눈을 크게 떴다. 이에 소희는 라펠트의 왼손을 잡아 마우스에 대고, 컴퓨터가 빠르게 켜졌다. 곧 미연의 기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맞았어! 자료 찾았어!”라펠트는 절망하며 소희를 바라보았고,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그리고 미연은 빠르게 자료를 복사하기 시작했다. 이때, 한 대의 헬리콥터가 옥상으로 다가오며, 명원의 헬리콥터를 공격했다.명원은 공중에서 적과 맞서며 미연에게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했고 몇 초 후, 미연은 큰 숨을 내쉬며 말했다. “소희, 다 끝났어!”소희는 칼을 들어 라펠트의 손가락을 잘라 칩을 파괴하고, 컴퓨터를 옥상 밖으로 던졌다. 이에 라펠트는 바닥에서 몸부림치며 얼굴이 창백해졌고, 소희에게 목숨을 구걸하려 했다.“너의 임무는 끝났어!” 소희는 차갑게 말하며 총을 들어 라펠트의 머리에 겨누고, 한 방에 그를 죽였다.“보스!” 명원이 헬리콥터를 옥상 가까이 접근시켜 소희를 맞이하려 했지만 총알이 날아오며 명원은 헬리콥터를 움직여 멀리 떨어졌다. 하지만 명원이 피하는 순간, 세 대의 헬리콥터가 더 와서 명원이 옥상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막았다. 이전에 명원을 공격하던 헬리콥
레이든은 음울한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를 떠나기 아쉬운 거니? 여기의 욕망과 사랑 때문에, 너는 동료들을 배신하려는 거야?”“아니야!” 소희는 두려움에 떨며 고개를 저었다. “난 배신하지 않았어!”“여기 있는 모든 것은 거짓이고, 허상이며, 너를 속이고 있어!” 레이든은 빠르게 말했다. “그것은 너 자신의 마음의 악마야. 너는 유혹에 저항하고, 동료들에게 돌아가야 해.”소희는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돌아갈 거야, 지금 당장 돌아갈 거야!”소희는 손에 든 총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들어 올려 총구를 가슴에 댔다.“소희야!” “너의 소원은 나에 대한 약속이기도 해. 절대 나를 떠나지 않겠다고 했잖아!”“난 널 사랑해!” 임구택의 낮고 깊은 목소리가 소희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졌고, 소희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마음속 깊은 고통을 느꼈다. 그리고 총을 잡은 손이 살짝 떨렸다.‘구택을 떠날 수 없어! 떠나면 안 돼!’“아직도 떠나기 아쉬운 거니?” 레이든은 실망한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며 총을 들어 올렸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보내줄게!”소희는 레이든을 바라보며 눈을 감았고, 자신이 죽을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 느꼈고 살려고 하는 의욕도 점점 잃어갔다.땅! 총성이 울리며, 총알이 소희의 이마를 향해 날아왔다.“소희야!”공포에 질린 서인의 외침이 들려오며 몸을 던져 소희 앞에 섰다. 총알은 서인의 어깨에 박히고, 서인은 소희를 안고 땅에 쓰러졌다. 소희는 갑자기 눈을 뜨자, 서인의 어깨에서 피가 솟구치는 것을 보며 의식이 돌아왔다.“서인!” 소희는 서인의 어깨를 누르며, 날카롭게 레이든을 바라보았다. 서인은 거친 숨을 내쉬며 레이든을 바라보며 차갑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서희가 죽길 바라는 거야?”레이든은 냉담하게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죽길 바라냐고?”“서희는 아주 죄도 없어!” 그러자 레이든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고, 그 웃음소리에는 비통함과 비웃음이 섞여 있었
레이든은 냉소하며 말했다. “더 이상 그런 말로 모든 사람을 속이지 마! 네가 전에 라펠트에게 배신한 것을 질책했는데, 너는?”“백양!”“더 이상 나를 백양이라고 부르지 마!” 레이든은 소희를 노려보며 화를 내며 말했다. “백양은 이미 죽었어. 너는 더 이상 그 이름을 부를 자격이 없어!”서인은 차갑게 말했다. “얘는 서희야. 우리는 동료였고, 영원한 동료야. 근데 왜 자격이 없지?”“나에게 묻지 마!” 레이든은 표정이 돌변하며 화를 내며 말했다. “너는 표용, 홍복이랑 영자에게 물어봐야 해. 그들이 서희를 용서할 수 있을지!”“그때 일은 서희 탓이 아니야!” 서인은 진지하게 말했다. “서희는 아무것도 몰랐어!”“몰랐다고?” 레이든은 비웃으며 말했다. “그럼 왜 살아남았고, 왜 조직을 탈퇴할 수 있었지?”“그리고 소씨 집안의 딸이 되었고, 강성의 새로운 귀족이 되었으며, 임씨 집안에 시집가서 호화로운 삶을 누렸지?”“이 모든 것은 표용과 다른 사람들의 피로 이루어진 거야, 그런데 쟤는 그것을 당연하게 즐기고 있어!”서인은 눈이 붉어지며 말했다. “그래서, 너는 서희가 이 모든 시간 동안 너무 잘 살았다고 생각하는 거야?”“그래, 쟤가 강성에서 안락하고 부유하게 상류층의 삶을 즐길 때, 너희는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 알아?”레이든의 눈은 칼날처럼 두 사람을 훑어보았고, 천천히 가면을 벗었다. 긴 흉터가 이마에서 시작해 얼굴 전체를 가로질렀는데 마치 얼굴을 두 개로 나누어 놓은 것 같았다.끔찍하고, 무서웠으며 가슴이 아파왔다. 당시 어떤 상처였을까? 그런 흉터가 남기까지 얼마나 고됬을까! 소희는 눈앞의 익숙하면서도 낯선 얼굴을 보고 눈물이 쏟아졌다. 서인도 잠시 멍해졌다가 눈이 점점 붉어졌다. 이에 레이든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것만으로 너희가 놀라겠어? 아니야, 이 흉터는 내가 당시 받은 고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서인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야?”“나도 몰라, 그
우청아는 이틀 동안 야근하며 거의 두 번의 밤을 꼬박 새웠다. 그로 인해 장시원이 또다시 화를 낼 뻔했지만, 결국 월요일 출근 전까지 도면을 완성해 냈다.월요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고명기가 먼저 도면을 검토했다. 그러고는 점점 감탄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틀 만에 초안을 이 정도로 완성하다니, 청아 씨, 정말 대단한데요!”청아는 눈가의 핏줄이 드러난 것을 가리키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이게 어디 이틀 만에 한 거예요. 어젯밤엔 새벽 네 시까지 작업했어요.”청아는 겨우 세 시간만 잠을 잤다. 이에 시원은 화가 나서 배강에게 전화를 걸어, 콜드스프링 건축회사를 통째로 인수하겠다고 했었다.그래서 청아는 한참 동안 그를 달래야 겨우 막을 수 있었다. 그 일을 떠올리면 지금도 웃음이 났다.고명기는 고개를 들며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지었다.“솔직히 그런 남자친구가 있으면 여자들은 굳이 열심히 살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요.”청아는 눈썹을 살짝 올리며 입꼬리를 올리자. 그녀의 미소 속에는 깊은 보조개가 살짝 드러났다.“모두가 자기만의 이상과 꿈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거죠. 사랑이 전부는 아니잖아요.”명기는 청아의 냉철하고 깔끔한 태도를 보며 감탄했다. 그는 도면을 청아에게 돌려주며 말했다.“내가 보기엔 괜찮아. 우선 심하 회사 쪽 사람들에게 보여줘. 설령 수정할 게 있어도 많진 않을 거야.”청아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러면 먼저 돌아가서 세부 사항을 조금 더 손보며 심하 회사 쪽 사람들을 기다릴게요.”도면을 들고 돌아온 지 약 30분 후, 송미현의 비서가 그녀를 찾아와 회의를 소집한다고 했다. 이에 청아는 심하 프로젝트의 도면을 가지고 회의실로 향했다.청아는 회의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세부 사항을 다시 확인했다. 그때 이지현이 커피 한 잔을 들고 와서 그녀에게 건네며 투덜댔다.“어젯밤에 남친이랑 심야 영화를 보고, 야식까지 먹었더니 집에 돌아간 게 거의 새벽 세 시였어요.”“지금 너무 졸려서 눈도 제대로 안 떠져요. 내 이 판
이문이 옆에서 낄낄대며 말했다.“형님, 혹시 고양이 무서워하시는 거 아니에요? 형님 표정이 마치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것 같은데요?”다른 사람들도 폭소를 터뜨렸고, 서인은 이문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임유진을 향해 물었다.“이 고양이, 그냥 집으로 데려가면 될 걸 굳이 여기까지 왜 가져온 거야?”유진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여기가 이 고양이의 집이에요! 아직 오빠들을 본 적이 없잖아요!”서인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임유진, 여기 동물원인 줄 아는 거야?”예전에도 유진이 길에서 야옹이를 데려오더니, 이번엔 또 애옹이를 들고 왔다. 자신은 이제 동물원장이라도 되는 걸까?유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도 이러고 싶진 않았어요. 근데 임유민이 그러잖아요. 소희랑 임신 준비 중이라서 새로 애완동물을 못 키운대요.”“그렇다고 제가 이 고양이를 계속 동물병원에 둘 수도 없고요.”유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장난기 어린 빛을 띄운 눈길로 서인을 바라봤다.“그리고, 소희의 절친이자 동료로서, 사장님이 소희 언니를 위해서라면 조금 희생해야 하지 않을까요?”서인은 비꼬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남의 힘 빌리는 기술까지 배운 거야?”유진은 그의 빈정거림을 무시하고, 고양이를 안은 채 뒷마당으로 향하며 말했다.“저는 야옹이를 만나게 해주러 가요!”서인이 고개를 돌리자, 이문과 현빈을 비롯한 몇몇 직원들이 그 장면을 보고 몰래 웃고 있는 게 보였다. 그는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아침부터 뭐 하는 거야! 각자 맡은 일이나 하러 가!”그 말에 직원들은 서둘러 흩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반려동물 가게 직원들이 도착했다. 그들은 3층짜리 나무로 된 고양이 집과 함께 고양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모든 도구와 사료, 모래, 장난감을 가져왔다.유진은 직원들에게 고양이 집을 야옹이가 있는 자리 맞은편에 설치하도록 지시했다.3층으로 된 나무 고양이 집은 유진의 키와 비슷할 정도로 높았다.
장시원의 몸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기가 하루 종일 쌓였던 우청아의 피로를 단숨에 사라지게 했다.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좋아!”시원은 차를 출발시키며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손을 가만히 감쌌다. 그러고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오늘 밤은 어머니 댁에서 묵자. 내일은 주말이니까, 요요를 데리고 바다로 나가서 낚시하자.” 지난번에 요요가 제대로 못 놀아서 아쉬웠잖아. 이번에는 실컷 즐기게 해 주자.”요즘 청아는 회사 일로 바쁘게 지냈기에. 시원은 그녀에게 잠시라도 여유를 찾아주고 싶었다. 그러나 청아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그를 바라보았다.“내일은 같이 못 가. 회사에 나가서 일해야 해.”시원의 이마에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내일도 출근해야 해? 대체 얼마나 일을 하는 거야? 이렇게 바빠?”청아는 차분히 설명했다.“갑자기 들어온 프로젝트가 있어. 월요일까지 도면을 완성해야 해.”시원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청아는 시원의 손을 뒤집어 꼭 잡으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청아의 맑은 눈동자가 애틋하게 그를 응시했다.“화났어? 화내지 마. 다음 주에는 큰일이 없을 거야. 그때 다시 바다에 나가자, 응?”시원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화난 거 아니야.”차가 신호 대기 중에 멈추자, 시원은 손을 들어 청아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그냥 네가 너무 고생하는 게 안쓰러워서 그래. 나도 너랑 더 오래 같이 있고 싶어서 그런 거야.”청아의 눈이 반짝이며 촉촉해졌다.“알아.”시원의 눈빛이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걱정하지 마. 내 와이프가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걸 어떻게 안 도와줄 수 있겠어?”시원의 와이프라는 말에 청아의 얼굴이 순간 빨개졌다. 그녀는 시원의 손을 툭 치며 돌아섰지만, 마음속에는 따뜻함이 가득 찼다. 세상 그 무엇도 그의 지지만큼 청아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주는 것은 없었다.시원은 청아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힘이었다. 그는 가볍게 웃으며 그녀를 깊이 바라봤다.“그
“좋죠!”성우준을 배웅한 뒤, 고명기가 말을 꺼내려는 찰나에 송미현이 먼저 말을 가로챘다.“청아 씨, 정말 고생 많았어요. 내가 미리 알아봤는데, 성우준 대표님 프로젝트는 일정이 굉장히 빠듯하더라고요.”“우리가 시간에서 우위를 점해야 이 협업을 따낼 수 있었어요.”“청아 씨가 하고 있는 일은 잠시 멈추고, 시간을 비워서 성우준 사장님 설계안을 우선적으로 진행해줘요. 이지현 씨와 다른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할게요.”그 말에 명기가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내일은 토요일이에요. 사전에 준비도 없었고, 설령 청아 씨가 주말에 쉬지 않고 일한다고 해도, 도면을 하루 만에 완성하는 건 불가능해요.”“게다가 다른 직원들까지 함께 야근하게 한다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요.”그러나 미현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그럼 어쩌죠? 이미 제가 성우준 사장님께 약속을 드렸는데요!”그 말에 명기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송미현 팀장님, 약속하시기 전에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으셨던 건가요?”이에 미현은 차갑게 응수했다.“저도 회사 이익을 위해서 한 거예요. 성우준 사장님 같은 고객을 붙잡아 두고 싶어서요.”옆에 있던 고급 디자이너인 동영배가 중재하며 말했다.“저는 내일 일정이 없으니까, 청아 씨와 함께 야근해서 데이터 작업을 도와드리죠.”청아는 명기가 자신 때문에 미현과 다투는 걸 원치 않았기에 차분하게 말했다.“회사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죠. 이미 성우준 사장님께 약속을 드렸으니 월요일까지 설계안을 완성해서 드리죠.”미현은 곧장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요, 청아 씨. 청아 씨가 회사에 헌신한 건 제가 잊지 않을게요.”청아는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감사드려요, 송미현 팀장님.”회의실을 나선 뒤, 명기는 청아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서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송미현 팀장, 저건 일부러 그런 거예요.”이에 청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요즘 팀장님이 제가 스승님과 어떤 관계인지 파악한 뒤로 일부러 저를
이지현은 잠시 멍해 있다가 진심 어린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당연히 청아 씨가 더 적합하죠. 저보다 실력이 뛰어나니까요.”송미현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지현 씨는 회사에 더 오래 있었고, 경력도 많아 더 안정적이고 믿음직해 보이네요. 나는 그런 사람이 좋아요.”그 말에 지현의 얼굴에 기쁜 표정이 떠올랐다.“팀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감사해요!”미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내가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많은 일에 대해 부팀장님의 의견을 듣고 있어요. 아마도 그분은 청아 씨를 더 신뢰할 가능성이 있겠죠.”지현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지만, 금세 미소를 띠며 말했다.“괜찮아요. 저는 아직 젊고 기회도 많으니 더 노력할게요.”이에 미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도와줄게요.”지현은 감동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해요! 앞으로 열심히 할게요.”미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가서 열심히 일하세요. 앞으로 함께 즐겁게 일해 봐요.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 나를 찾아오세요.”지현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알겠어요. 앞으로 최선을 다해 팀장님을 따를게요.”미현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지현이 문을 열고 나가려던 찰나, 미현이 그녀를 불렀다.“지현 씨, 잠깐만요.”지현은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고, 미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현 씨, 내가 오기 전에 회사가 고명기 부팀장님을 팀장님으로 승진시키려 했던 건 사실인가요?”그리고 지현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런 얘기가 있긴 했어요.”미현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서 그런가 보군요. 근데 제가 갑자기 내려와서 고명기 부팀장님의 자리를 차지했으니,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요?”지현은 당황한 듯 급히 말했다.“다들 팀장님을 좋아하고 존경하고 있어요. 아무 문제 없고요.”미현은 미소를 유지하며 말했다.“청아 씨는요? 청아
“이렇게 C국 본사로 돌아와 여러분과 함께 일하게 되어 정말 기뻐요. 처음 뵙게 되었으니 잘 부탁드려요.”송미현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직원들은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이어 황대헌이 덧붙였다.“송미현 팀장님은 뛰어난 업무 능력을 가지고 계세요. 앞으로 회사의 실적과 명성을 한층 더 끌어올리실 분이니, 여러분도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시길 바랄게요.”사람들은 일제히 화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회의가 끝난 뒤, 직원들은 회의실을 떠나면서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어떤 이는 고소한 표정을 지으며 고명기를 지나쳤고, 어떤 이는 안타까운 시선을 보냈다. 물론 새로운 팀장인 미현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앞다투어 접근하는 사람도 있었다.청아는 자리에 돌아가기 전에 명기의 사무실로 먼저 향했다. 명기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기 전에 먼저 웃으며 말했다.“위로는 필요 없어요. 난 괜찮으니까. 사실 팀장 자리는 탐나지 않았거든요. 부팀장으로 있는 게 훨씬 편해요.”“설계만 신경 쓰면 되고, 굳이 다른 일들에 신경 쓸 필요 없으니 더 좋죠.”청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스승님이 괜찮으시다면 다행이에요.”그녀는 준비해 둔 선물을 꺼내며 말했다.“원래는 승진 축하 선물로 드리려고 준비한 건데,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가 있었네요. 그래도 스승님께 드릴게요. 스승님께서 평소처럼 마음 편하게 계셨으면 좋겠어요.”명기는 크게 웃으며 선물을 받았다.“청아 씨 말이 맞아요. 이런 일이 뭐 대수겠어요 예전처럼 지내면 되는 거죠. 고마워요.”그는 청아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가서 할 일 봐요. 난 조금 이따가 새로운 팀장님과 업무를 조율하러 갈 거라서요.”청아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스승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청아가 사무실 문을 열자 마침 미현이 문 앞에 서 있었고, 그녀는 문을 두드리려던 참이었다. 청아는 그녀를 보며 환하게 인사했다.“팀장님!”미현은 어딘지 모르게 탐색하는 눈빛을 띠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청아는 자리를 양보하며
다음 날, 장시원은 우청아와 함께 고명기를 위한 선물을 고르고는, 두 사람은 요요를 데리고 요양원으로 향했다.점심시간, 세 사람은 우임승과 함께 식사를 했다. 우임승의 얼굴빛과 기력은 훨씬 나아져 있었고, 특히 요요를 볼 때는 눈이 기쁨으로 반달처럼 휘어졌다.식사를 마치고 담소를 나누던 중 우임승이 물었다.“네 새언니, 출산이 얼마 남지 않았지?”청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그런 것 같아요.”청아는 한동안 우씨 집안의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깊게 신경 쓰진 않았다.오후에 요양원을 떠난 뒤, 시원은 요요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청아가 안심하고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다음 날 월요일, 청아는 회사로 출근했다. 사무실로 들어가는 길에 동료들이 연달아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청아 씨, 좋은 아침이에요!”“청아 씨, 이틀 못 봤더니 더 예뻐졌네요!”“청아 씨, 오늘 점심 내가 쏠게. 꼭 와요!”...청아는 차분한 미소를 지으며 한 명씩 답례한 뒤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장씨 그룹 빌딩 설계를 성공적으로 완성한 후, 청아는 업계에서 이미 주목받는 인물이 되었다. 청아를 찾는 고객들은 대부분 그녀의 명성을 듣고 직접 찾아오는 이들이었다.게다가 스승인 고명기가 청아를 크게 신뢰하며 지지해 준 덕분에, 회사에서도 동료들 사이에서 청아는 매우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자리에 앉자마자, 동료들인 이지현과 몇몇 사람들이 청아 자리로 몰려와 축하 인사를 건넸다.“청아 씨, 오늘 아침 회의에서 고명기 부팀장님 승진 소식이 발표된다면서요? 축하해요!”청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승진하시는 건 제 스승님인데, 다들 스승님께 축하를 전해야죠.”지현이 장난스럽게 말했다.“저희 부서에서 모르는 사람이 있나요? 부팀장님께서 제일 아끼는 제자가 청아 씨인 건 다들 알잖아요.”“부팀장님 승진이면 청아 씨도 바로 뒤를 따라 승진할 것 같은데요?”다른 동료가 맞장구를 쳤다.“스승님 인맥이고 뭐고, 청아 씨 실력이면 이번 연말에 고급 디자
장시원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우청아, 내가 널 이렇게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청아는 시원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발끝을 살짝 들어 올려 그의 입술에 가볍게 입 맞췄다.“알아. 한 시간 안에 끝낼게. 당신 먼저 자.”시원은 청아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네가 항상 말하던 개인 작업실 열겠다는 계획, 생각은 정리됐어?”청아는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아직은 내가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타이밍도 좀 이른 것 같고. 지금은 그냥 스승님 밑에서 배우는 게 훨씬 즐겁고 보람차.”청아의 스승님은 고명기였다. 처음엔 농담처럼 시작된 관계였다. 고명기가 일과 디자인에 대해 그녀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자, 청아가 감사의 뜻으로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했던 것이다. 그때 고명기는 웃으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나를 스승님이라고 부르면 명분이 생기는 거죠.”청아는 장난삼아 스승님이라고 불렀고, 그 호칭은 그대로 굳어졌다. 지금은 회사에서도 모두가 두 사람을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알고 있었다.“그럼 빨리 끝낼게!”청아는 시원을 안심시키려는 듯 가볍게 그를 안아주고는 욕실로 들어가 대충 씻었다. 이후 서둘러 서재로 향했다.시원은 청아가 연일 이어지는 과중한 업무에 지쳐 있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 주말만큼은 쉬게 하고 싶었지만, 청아는 일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시원은 주방으로 가서 우유를 데운 후 서재로 들어갔다.“이거 마시고 일해. 너무 늦지 않게 자. 난 기다릴 테니까.”시원은 우유를 책상 위에 내려놓고, 청아의 이마에 입 맞추며 말했다. 청아는 시원의 배려에 미소를 지으며, 그가 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조심스레 문까지 닫는 모습에 마음이 아릿해졌다.청아는 데운 우유를 손에 들고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컴퓨터를 끄기로 결심했다....시원이 샤워를 마치고 가운을 걸친 채 방으로 들어왔다.침대 옆 테이블에서 자료를 집어 들고 읽으려다, 이불 속에서 삐죽 나온 작은 머리 하나를 발견했다.청아가 하얀 얼굴에 장난기 어
간미연의 임신 소식에 방 안은 금세 축하의 물결로 넘쳐났고, 그녀는 단숨에 모두의 사랑을 받는 중심이 되었다. 이 기쁜 소식 덕분에 분위기는 더욱 활기를 띠었다.미연이 소희, 성연희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장명원이 형인 장시원 곁으로 다가갔다.시원이 물었다.“아직도 너희 둘이 밖에서 따로 살고 있어? 미연인 누가 돌봐?”장명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엄마가 미연이 임신했다고 하니까 집으로 들어오라고 하시긴 했어요.”“그런데 미연이 이달 말에 대회가 있어서 끝날 때까진 집에서 따로 지내기로 했고요. 그동안은 내가 미연일 돌볼 거예요.”시원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대회? 임신했는데도?”명원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미연을 한 번 바라보고는 말했다.“나도 말리긴 했죠. 근데 미연이 화날까 봐 강하게 말은 못 하겠더라고. 그냥 잘 챙겨주는 게 제일 나을 것 같아요.”그는 목소리를 낮춰 덧붙였다.“사실 아침마다 속이 안 좋아서 토하니까 보는 내가 더 속이 뒤집히는 기분이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임신하면 살이 찐다는데, 미연인 오히려 더 말랐거든요.”시원이 물었다.“입덧인가 보네?”“그렇겠죠. 병원에도 가봤는데 의사 말로는 정상적인 증상이래요. 그냥 견딜 수밖에 없다더라고요.”시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더 신경 써서 잘 챙겨줘야겠네.”명원은 결연하게 대답했다.“그럴 거예요!”...이날 모임은 시언과 아심의 결혼 소식을 시작으로, 장명원과 간미연의 임신 소식으로 마무리되며 새벽 전까지 화기애애하게 이어졌다. 이윽고 모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너무 늦은 시간이라, 시언과 아심은 가까운 아심의 아파트로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아심이 시언을 꼭 끌어안으며 그의 품에 얼굴을 비볐다. 꼭 작은 고양이처럼 애정을 구하는 모습이었다.시언은 아심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몸이 안 좋아?”그는 오늘 밤 아심이 술을 꽤 많이 마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심은 고개를 저으며, 반쯤 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