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원은 부드럽게 우청아의 입술에 키스했다. 바깥의 빗소리와 어우러져 청아의 마음을 무척이나 부드럽게 만들었다. 청아는 몸이 피곤할 대로 피곤했지만, 시원을 밀어내고 싶지 않았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시원의 어깨를 꼭 안고 시원의 행동에 열심히 화답했다....해가 밝았을 때 청아는 다시 눈을 떴다. 비는 이미 그쳐서 날이 맑아졌고, 비 온 뒤의 햇빛이 들어와 나른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시원은 흰색 셔츠로 갈아입었는데, 그 모습이 더욱 섹시하고 기품이 있어 보였다. 이에 청아는 시원에게서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하며 바라보았다. 그러자 시원은 몸을 숙이며 부드럽게 말했다. “일어나, 자기야, 놀러 가자!”금방 깨서 그런지 청아의 목이 잠겨 허스키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디로 가는데? 며칠 동안 요요를 못 봐서 요요 보고 싶어.”“이번 주말은 우리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내일 밤에 요요 데리고 올게.”시원이 고개를 숙여 청아의 얼굴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요요가 돌아오면, 우리 어정으로 이사 가자.”청아는 잠에서 깨어나 앉으며 고개를 저었다. “난 여기서 살고 싶어요.”“왜?” 시원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어정의 집이 더 넓어서, 너랑 요요가 더 편하게 살 수 있는데.”하지만 청아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근데, 우리 지금 연애하고 있는 거 맞죠?”“맞지!” 시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애하는 동안은 두 사람이 평등 관계에 있는 거 아닌가요? 나는 계속 오빠의 보호를 받기만 하는 걸 원치 않아요.”“사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건 힘이 없다는 것도 알아요. 결국 우리 아버지도 당신 덕분에 일을 찾은 거니까.”“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 좀 더 스스로에게 의지하고 싶어요.” 청아는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하며 시원을 올려다보았다. “나 이해해 줄 수 있어요?”그러자 시원은 청아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충분히 이해하니까 괜찮아. 여기서 살고 싶다면, 나도 여기서 너랑 함께 살 거야.”이에
장시원은 요요를 안고 발걸음을 재촉해 밖으로 향했고 김화연은 다시 한번 아쉬워하며 뒤쫓아가며 당부했다.“너무 늦게까지 놀지 마. 요요는 제시간에 잠자리에 들어야 해!” “그리고, 친구들한테 꼭 얘기해. 절대로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고. 아이가 간접 흡연하는 건 정말 위험해!” “그리고 밤에 기온이 떨어질 수도 있어.”“알았어요, 엄마!” 시원은 김화연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나는 요요 아빠예요, 엄마가 걱정하시는 것들 다 알아서 할게요. 우리 이제 갑니다. 요요 기다리지 마세요!” 시원은 요요를 안고 차에 탔고, 김화연은 요요가 손을 흔드는 모습만 보고 차가 떠나는 것을 지켜봤다. 김화연은 마음이 허전해져서 뒤에서 다가오는 남편 장명석에게 말했다. “우리가 진짜로 강하게 나간다면, 이길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장명석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려워, 이 상황에 우청아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시원이가 요요를 만나게 해주지 않을 거예요.” 그러자 김화연은 화가 나서 말했다. “저 녀석 분명히 일부러 그러는 거예요. 우리가 요요와 며칠 지내다 보면 요요 없이는 못 살게 되고, 그러면 그걸로 우리를 협박할 거예요.” “시원이, 내 아들답게 사람 마음을 잘 다루네. 사람 마음을 다루는 법을 정말 잘 배웠어.” “내가 칭찬하는 걸로 들려요?”뿌듯해하는 장명석에 김화연은 화가 난 듯 한 번 흘겨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경원 주택단지로 돌아와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요요는 청아를 보자마자 달려가 청아의 다리를 꼭 안았다. “엄마!” 청아는 몸을 굽혀 요요를 품에 안았고, 갑자기 눈물이 고였다. 고개를 들어 시원이 비웃는 듯한 웃음을 보고는 민망해하며 요요를 안고 거실로 걸어갔다. “엄마, 보고 싶었어요!” 요요는 청아의 목을 꼭 끌어안고 청아의 어깨에 기대자 청아는 마음이 아파져 왔다.“엄마도 요요 보고 싶었어!” “엄마!” 요요는 갑자기 다시 신이 나서 눈이 반달 모양으로 웃었다. “나 이제 아빠가 생겼어. 아빠가 말하길 앞으로
“축하해요, 형, 와이프랑 아이까지 다 갖추다니, 진정한 승자네!” “아직 이해가 안 가는데, 누가 설명 좀 해줄 수 있나? 우청아의 딸이 어떻게 시원의 딸이 된 거지?” “청아야, 우리에게도 설명 좀 해줘야 할 거 같아. 언제 우리 시원이랑 잤는지, 심지어 시원조차 몰랐다니!” “와우 상당히 어메이징한 소식이네. 형 이거 발표하잖아요? 바로 실시간 검색어 1위예요!”이에 장시원은 웃으며 말했다.“시끄럽게 하지 마, 물어볼 거 있으면 나한테 해, 청아한테 하지 말고!” 청아는 꽤나 과열되는 분위기에 조금 난처해져서 소희와 함께 발코니로 가서 얘기를 나누었다.조백림은 웃으며 말했다.“시원아, 처음에 누가 청아한테서 멀리하라고 했지? 근데 왜 말과 행동이 이토록 다른 거지? 솔직하게 말해봐. 청아, 어떻게 꼬셨어?”시원은 사람들과 잠시 웃고 떠들다가 점점 더 거만해졌고 이어 임구택 옆에 앉았다. “구택아, 내 딸 소개할게, 이름 요요, 본명은 장요요야!” 구택은 시원을 흘긋 보고 말하자 시원은 요요를 안고 말했다.“좀 겸손할 수 없어?” “이렇게 귀여운 딸을 뒀는데 왜 겸손해야 하지?” 이에 구택은 고개를 돌려 시원과 이야기하기를 거부했다. 하지만 시원은 요요를 안고 끈질기게 구택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닮지 않았어? 엄마가 내 어릴 적 사진을 꺼내 보니까 똑같더라고!” 구택이 비웃으며 말했다.“누굴 보면 누굴 닮았다고 하네. 사실 심명이 요요를 안고 나타났을 때, 난 심명을 닮았다고 생각했어!”구택의 말에 시원의 얼굴이 굳어졌고, 비웃듯이 말했다. “맞아, 처음에 소희가 요요를 안고 조백림의 약혼식에 참석했을 때, 나도 소희와 심명의 아이라고 생각했어!”시원의 반격에 구택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조백림은 두 사람이 말다툼하는 걸 보며 재미없다는 듯 말했다.“너희 둘 다 이게 재밌어? 서로 상처 주지 말자고!” 구택의 주머니에서는 우연히 소희에게 준비한 사탕이 나왔고, 요요에게 건넸다. “그래, 요요를 위해서 너랑 싸우지 않
소희가 말했다. “사실 지금이 딱 좋은 때인 것 같아. 마음이 확고해질 때야말로 이 관계가 시험을 견뎌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잖아.”“그래서 네가 아무 걱정 없이 전심으로 이 사랑에 뛰어들 수 있게 된 거야!”우청아는 소희를 바라보며 눈가에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고마워, 소희야. 정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네가 내 마음을 꿰뚫어 보고, 항상 나를 지지하며 이해해 줬잖아. 네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거야.” “아니야.” 소희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너라면 나 없이도 잘 해냈을 거야. 나는 단지 네가 자신의 마음을 따르게 도움을 줬을 뿐이고.” 청아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조용히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네, 성연희는 아직 요요가 아빠를 만났다는 걸 모르지.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서 연희한테 만나자고 해야겠네. 연희도 좋아할 것 같아!”소희가 제안하자 청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동의했다. “그래!”장명양과 간미연이 늦게 도착했는데, 미연은 소희가 있는 발코니 쪽으로 걸어갔다. 곧 청아는 시원이 명양에게 자기 딸을 자랑하기 시작하는 소리를 들었다. 요요를 자랑하기 바쁜 딸바보 시원을 청아는 도저히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요요가 있기 때문에 방 안의 모든 사람들이 자진해서 담배를 피우지 않았고, 계속해서 요요 주변을 맴돌았다. 시원이 옆에 있어서인지 요요는 더욱 용기를 내어 사람들의 질문에 답했고, 때때로 순진한 아이의 말투로 모두를 웃게 했다. 그 후로 계속해서 비서들이 선물을 가지고 왔다. 백림이 먼저 자신의 선물을 시원에게 건넸다. “이건 작은 별장인데, 요요에게 첫 만남 선물로 줄게. 조금 늦긴 했는데 애초부터 요요는 내 마음속에 딸 같은 존재였어!”명양도 뒤처지지 않았다.“나는 어차피 내 진짜 조카니까. 나랑 미연이 미리 준비를 못 했지만, 아파트 한 채를 선물로 주고 나중에 다른 선물 더 줄게요.”“그리고 한마디만 더 하자면, 형, 형이 괜히 형이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이에 시원은 몹시 자랑스
장시원은 핸드폰을 내려다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 우청아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하면 어때? 평소에는 이경숙 아주머니가 요요를 돌보고, 주말에는 요요를 부모님 댁에 모셔다드리는 거지. 부모님도 요요를 매우 좋아하시니까.” 그러면 주말에는 청아와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기에 청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좋아요, 그렇게 해요!” 시원은 그렇게 쉽게 어머니에게 답을 주지 않고 밀당을 했다.[청아한테 잘 얘기해서 엄마한테 베네핏이 있게끔 노력해 볼게요.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봐요.][네가 결정할 수는 없는 거야?][네. 당연한 얘기를 뭐하러 하세요.]이에 김화연에게서 더 이상 문자가 오지 않았다....구택과 소희는 청아네 뒤를 따라 집에 돌아왔다. 문을 열자마자 구택은 소희를 벽에 기대게 하고 열정적으로 키스했다. 그 키스에는 다른 의미가 담겨 있는 듯했다. 잠시 후, 구택은 멈추고 이마를 소희의 목에 기대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희야, 나도 딸이 갖고 싶어.” 이에 소희는 웃음을 터트렸다. 구택이 오는 내내 침묵하며 얼굴색이 좋지 않았던 이유가 시원에게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소희는 구택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우리 다른 사람 신경 쓰지 말고, 승부욕을 부추기지 말자.” 하지만 구택이 고개를 들자, 잘생긴 얼굴에 서운함이 가득했다. “진짜 딸이 갖고 싶어. 우리도 아이를 가져보자!” 소희는 구택의 허리를 꼭 안고 말했다. “조금만 진정하고 요요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잖아.” 구택도 소희를 꽉 안으며 말했다. “우리 결혼한 지도 꽤 됐고 이제는 아이를 가져야 할 때잖아.”“드라마 촬영도 거의 끝나가고, 약도 끊었으니, 결혼 준비하면서 임신도 준비하자. 둘 다 지체되지 않을 거야!”구택의 말에 소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과 구택의 아이, 왜 그렇게 멀게만 느껴질까? 구택은 소희에게 키스하면서 안아 들고 주방 방향으로 걸어갔다. “오늘 밤부터 우리에게 새로운 임무가 생겼어, 같이 노력하자!” 소희
아침 9시에 회의가 잡혀 있었다. 회의 시간에 회사 임직원들은 바르게 앉아 장시원이 한 손으로 회의원고지를 듣고 다른 한 손으로는 딸을 달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아이는 두 살 조금 넘어 보였고, 아주 얌전히 시원의 품에서 시원의 펜으로 종이에 낙서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분명히 시원을 닮았다. ‘사장님이 비밀리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나? 그동안 어떻게 소식이 전혀 없었던 거지?’“계속 모른 척해야 할까, 아니면 이제라도 축의금을 내야 하니? 축의금을 낸다면 결혼 축의금과 출산 축의금을 함께 내야 하나?’회사 임직원들은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회의에 집중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배강만이 시원의 옆에 앉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회의에 참여했다. 회의가 끝나자, 시원은 요요를 안아 들고 차분하게 말했다.“별일 아니니까, 다들 각자 일에 집중하세요!”이에 임직원들은 긴장한 모습으로 대답했다.“네!”시원이 요요를 안고 나가자, 모두 시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인사했다. 그리고는 배강에게 다가가 물었다. “배강 부사장님, 저 아이가 정말 회장님 아이인가요?” “사장님 언제 결혼하셨나요?” “사장님 부인은 강성 어느 집안 출신이죠?” ... 배강이 일어서서 웃으며 말했다.“사장님이 방금 뭐라고 했죠? 일에 집중하라고 하셨잖아요, 헛소문에 신경 쓰지 마세요!” “부사장님, 우리한테 좀 알려주세요. 그래야 우리도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요.” 배강은 웃으며 대답했다. “여러분 모두 똑똑하신 분들이잖아요, 제가 무슨 말을 더 해야 하나요? 사장님이 회의에 아이를 안고 오셨잖아요, 누구의 아이일 거라고 생각하는데요?”“사장님께서 이미 지시하셨으니, 모른 척하고 각자 할 일에 집중하세요. 사장님께서 진짜 좋은 소식이 있다면 분명히 알려주실 겁니다.” 이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났다.“알겠습니다, 부사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희도 알겠습니다. 상부에 무슨 일이 있으면 부사장님께서 저희에게 언질 좀 해주세요.” “걱정 말고, 열심히 일하세
배강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는 너랑 우청아 씨가 그저 비서와의 사무실 로맨스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미 깨지고 난 뒤의 재회였네!”배강의 말에 시원은 다소 불쾌한 듯 말했다.“깨졌다는 건 여전히 금이 가 있는 건데 나랑 청아는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진 천생연분이야.”배강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제는 사람의 감정에 대해 이렇게 진지하게 대응하는 것 자체가 어이가 없었다. 배강이 떠난 후, 시원은 지사의 책임자에게 전화를 걸어 우강남에 관해 물었다.“우강남 씨 최근 업무태도나 실적이 어떤가요?”이에 책임자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굉장히 잘하고 있습니다. 이틀 내로 회의를 열어 우강남 씨에게 승진과 연봉협상을 다시 할 계획입니다.”“그럴 필요 없이 바로 해고하세요.” 시원이 차갑게 말하자 책임자는 놀라서 되물었다.“해고요?”“그래요, 계약에 따라 보상하고 해고하세요.” 시원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차가웠다. “알겠습니다, 지시대로 하겠습니다.”오전에 시원은 서류를 보고 있었고 요요는 옆에서 그림을 그리며 조용히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은 아름다워서 시원을 찾아와 서명을 요청하는 사람들마저 숨죽이게 했다. 요요가 그림 그리기를 그만두고 싶어 하자, 시원은 요요를 안고 내려갔고. 요요는 사무실 안에서 뛰어다니며 혼자 놀았다. 장씨 저택에서 김화연은 요요가 집에서 며칠밖에 지내지 않았지만 갑자기 데려가자 마음이 텅 빈 것 같아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장명석은 혼자서 요요의 놀이방에 잠시 들렀고 내려올 때 김화연에게 물었다. “요요를 돌보는 그 아주머니, 믿을 만하대? 전문 육아사야?” “괜찮다고 들었어요.” 김화연은 무심히 대답하며 생각에 잠겼다. “우청아를 찾아가 볼까요?” “당신이 그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면 가지 마요. 시원이 불쾌해할 거야.”장명석은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생각해 봐, 청아가 혼자 해외에서 임신해서 요요를 낳고 2년 동안 키웠어. 근데 요요를 쉽게 포기할 리가 있겠어?”
강래원이 소개했다. “허홍연 여사님 안녕하세요, 저는 우림 테크놀러지의 책임자이고, 이분은 우리 그룹의 사모님이십니다.”허홍연은 마음이 어수선해 래원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고, 바로 말했다.“당신들이 누구든 상관없어요, 그 화재 보상 문제는 우리와 관련 없으니 우청아를 찾아가세요!” 그러자 래원은 표정이 굳어지며 어쩔 줄 몰라 하며 김화연을 바라보았고 김화연은 의외라는 듯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청아 씨를 찾으라는 거죠? 우임승은 당신의 남편이고, 청아 씨만의 아버지가 아니잖아요!” 정소연이 다가와 말했다. “하지만 청아는 이미 우리와 협약을 맺었어요. 앞으로 우리는 어머니를 부양하고, 아버지 문제는 청아가 책임지기로.”“청아가 회사에 보상할 일도 청아 스스로 해결하기로 했어요!” 김화연이 래원을 바라보자, 래원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김화연은 원래 이 문제 때문에 온 것이 아니었지만, 바로 이렇게 말을 꺼내자 깜짝 놀랐다. “당신들은 어떻게 그런 큰 보상금을 한 사람더러 지불하라고 하나요?” 그러자 소연이 바로 대답했다. “우리랑 상관없고 청아 스스로 원한 거예요!” 허홍연도 동의했다. “청아는 방법이 있을 거예요. 돈이 많은 친구들이 았으니 그들에게 빌려 회사에 보상하게 하세요!” 김화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청아가 빌린 돈은 갚지 않아도 되나요? 제가 들었던 걸로는 청아에게도 아이도 있는데, 엄마로서 왜 딸을 챙기지 않는 거죠?” 이에 허홍연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우리도 돈이 없어요. 도와주고 싶어도 할 수 없어요.” 김화연은 허홍연을 바라보며 비꼬았다. “엄마라면 딸을 많이 걱정하지 않나요? 비록 많은 사람들이 이익을 위해 자녀를 돌보지 않는 걸 봤지만, 당신들은 정말 제 상식을 뛰어넘네요.” 뼈를 때리는 팩트에 소연은 건방진 태도로 말했다. “당신은 누구시길래 우리 집안일에 간섭하나요? 어쨌든 보상금을 원하면 청아를 찾아가세요!” 김화연이 허홍연에게 물었다. “다시 물을게요. 정말
다음 날.아침 열 시도 채 되기 전에 조백림이 단체 채팅방에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밤 임구택과 소희의 싱글 파티를 넘버 나인에서 열어!]장시원이 답했다.[확실히 싱글 파티라고 부를 수 있어? 구택에게 가서 물어봐, 싱글이라고 말할 면목이 있냐고.]그러자 구택이 쿨하게 답했다.[자녀까지 둔 어떤 사람은 여전히 싱글이라고 떠들고 다니던데, 내가 뭐 어때서.][내가 언제 그런 소리 했다고! 모함 그만하고 메시지 빨리 취소해!]이때 청아가 등장했다.[임구택 사장님, 저랑 잠시 통화 가능할까요?][물론이죠. 그리고 소희도 바로 옆에 있어. 내 사랑 앞에서 전부 털어놓고 진실만 말할게요.]시원이 분노 이모티콘을 보내며 말했다.[임구택, 내가 신랑 들러리인 거 잊었어? 이렇게 날 곤란하게 해도 돼?]구택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왜 그렇게 초조해?]시원은 더 이상 답이 없었다. 아마 서둘러 청아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해명하고 있는 듯했다.이때 성연희 등 여러 사람이 동시에 메시지를 보냈다.[백림, 파티 나눠서 하는 게 어때? 임구택 사장님은 당신들이 맡고, 우리 소희는 내가 맡을게!]연희의 말에 백림이 말했다.[나눠서 하는 건 괜찮지만 많은 사람이 가족을 데려오겠다고 신청할걸.]시원이 전화를 마치고 돌아와서 말했다.[연희 씨, 저희 청아도 가족 동반 신청할게요!]이에 명성도 거들었다.[연희도 가족 동반 신청할게요.][나도 소희 가족으로 동반 신청.][우리 집 간미연도 가족 동반 신청이요!]백림은 계속해서 유정을 태그하며 말했다.[유정, 이제 네 차례야!]유정은 장난스럽게 응수했다.[다들 남자가 신청하길래 나도 나서야 하는 거야?][우린 각별한 사이잖아. 네가 날 제일 사랑하니까 당연히 너도 신청해야지!]유정은 그에게 발차기 이모티콘을 날렸다. 모두가 단체 채팅방에서 떠들썩하게 농담을 주고받다가 저녁 계획을 확정하고 각자 할 일을 하러 떠났다.구택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돌아서서 소희를 끌어안고 그녀의 옆 얼굴에 키스를
소희는 남궁민을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나 임구택을 정말 사랑해. 전에 말했잖아, 우리 이미 결혼한 상태야. 이번 결혼식은 그저 형식일 뿐이야.”남궁민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럼...”소희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심명이 장난친 거야.”남궁민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심명에게 짧게 눈길을 보내며 깨달은 듯 얼굴을 굳혔다. 화가 나고 민망한 듯이 다시 한번 심명을 노려봤다.십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심명은 남궁민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눈치채고 슬며시 미소 지었다. 그러고는 구택에게 말했다.“궁금하지 않아요? 저 둘이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는지.”구택은 평온한 표정으로 차를 마시며 대답했다.“아니, 전혀요.”심명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자신감이 넘치는 건가?”구택은 담담하게 말했다.“아뇨, 내 아내를 믿는 거죠. 알다시피, 네가 소희가 나에게 시집가는 걸 못마땅해하는 건 알고 있어요.”“그렇지만 이런 식의 얕은 수작, 조금 저급하지 않나?”심명은 천천히 찻잔을 들었다. 그의 손은 하얗고 긴 손가락이 우아하게 뻗어져 있어 그 모습이 여성보다도 더 우아해 보였다. 찻잔을 손에 든 그 모습은 기품이 넘쳤고 차갑게 빛나는 매력이 묻어났다.심명은 찻잔을 가볍게 들어 마시며 미소 지었다.“걱정 마요. 난 단지 소희를 축복해 주기 위해 온 거고 다른 의도는 없으니까. 작은 장난일 뿐이니.”“어차피 소희는 당신을 좋아하니까, 나 역시 소희가 당신과 행복하게 살길 바라고 있고.”“만약 누군가가 이 결혼을 방해하려고 한다면, 내가 먼저 그 자리를 정리할 거거든요.”구택은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역시 똑똑하시네요.”심명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한층 더 농담조로 말했다.“적어도 남궁민보다는 더 똑똑하긴 하죠.”잠시 후 소희와 남궁민이 걸어왔고, 소희는 말했다.“대화는 끝났어. 이제 가자.”심명은 남궁민의 냉랭한 시선을 알아차리고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구택은 남궁민에게 택시를 불러
임구택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고, 얇은 입술이 일자로 굳어졌다.“무슨 뜻이지?”남궁민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사장님은 분명히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을 거예요. 그저 소희를 놓아주기만 하신다면, 조건이 무엇이든 말씀하세요. 제가 무조건 받아들일게요.”구택은 자리에서 일어나 남궁민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솔직히 말할게요. 당신이 소희를 배신했던 일에 대해 나는 영원히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다만 소희가 널 친구로 생각하고 있기에, 나 역시 소희와 똑같이 너를 친구로 대하는 거예요.”“네가 결혼식에 와서 진심으로 축복해 주겠다면 환영하겠지만, 다른 의도가 있다면 미리 말해 두지. 강성이든 삼각주든, 어디든 내 말이 통하는 곳이니.”남궁민은 일어나 구택과 비슷한 키로 그를 응시했다. 그의 눈빛에도 결연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자신의 강함을 내세워 여자를 옭아매는 것뿐이라면, 그게 이디야의 수준인가 보군요.”그 말을 남긴 채 남궁민이 먼저 걸어 나갔고, 구택은 순간 당황했다. 이게 다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남궁 가문에서 후계자를 정할 때는 정말 지능 검사를 안 하는 건가?...그가 다시 방으로 돌아왔을 때, 전채 요리가 이미 나와 있었다. 세 사람은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묘했다. 그나마 소희가 아까 미리 경고해 둔 덕분에 큰 언쟁은 벌어지지 않았다.식사 중간, 남궁민은 한참을 떠들며 C국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칭찬을 늘어놓았다. 그는 어렸을 적 외할머니가 자주 C국 음식을 만들어 주셨다며 자신은 C국 음식을 먹고 자란 셈이라고 덧붙였다.구택이 냉정한 얼굴로 말했다.“남궁민 씨의 약혼녀가 Y국 사람이라던데, 앞으로는 Y국 음식을 더 즐기게 되겠군요.”남궁민이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저와 린다는 이미 파혼해서요.”구택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지만 내가 아는 바로는, 당신 아버지가 다시 선택한 약혼녀도 Y국 황실의 사람이라던데요.”남궁민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그는 더
남궁민은 얼른 말했다.“서희, 나 아무 말도 안 했어!”소희가 눈을 살짝 들어 그를 쳐다보자, 남궁민은 그제야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이제 셋 다 말없이 침묵이 흘렀다. 그러던 찰나에 임구택의 전화가 울렸다. 그는 화면을 잠깐 확인하더니 소희에게 말했다.“전화 좀 받고 올게. 네가 먼저 주문하고 있어, 금방 올 거야.”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다녀와.”구택이 전화를 받으며 나가자, 남궁민도 잠시 눈빛을 빛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소희에게 말했다.“나도 화장실 좀 다녀올게.”남궁민 또한 방을 나갔다.이제 방 안에는 소희와 심명만 남았고, 소희는 그에게 말했다.“그만 좀 그 사람 자극해.”심명은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이러는 이유는 단 하나야. 그 사람에게 네 곁엔 언제나 널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려는 거지. 위기의식을 좀 심어주려고.”소희는 어이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난 그런 거 필요 없어.”심명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알았어, 네 말대로 할게. 하지만 네가 알았으면 좋겠어. 내가 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은 불편할 거야.”“그걸 피하려고 나와 연을 끊고 영영 남처럼 지내겠어?”소희는 고개를 저었다.“아니, 그럴 일 없을 거야.”심명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래, 이건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일 거야.”소희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 진지하게 말했다.“이젠 여자친구를 사귀어 봐.”심명은 갑작스러운 말에 마시던 주스를 거의 뿜을 뻔했고, 소희는 재빨리 휴지를 건넸다.심명은 못마땅한 얼굴로 휴지를 받아 들고는 말했다.“그런 말로 날 상처 주려고? 네가 임구택 때문에 이렇게 나한테 비수를 꽂을 수 있는 거야?”소희는 휴지를 더 건네며 말했다.“나 진심이야. 진지한 연애를 해봐.”심명은 차갑게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그래서 날 잊어버리게 하려는 거지? 정말 못됐어.”소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좋아, 연애하지 마. 평생 연애도 하지 말고, 나중에 네가 늙으면 나랑
소희가 메시지를 보낸 지 3초 만에 임구택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차 안에서 소희는 깜빡거리는 전화 화면을 잠시 응시했다. 남궁민이 불편해할까 싶어 임구택이 무슨 말을 할지 걱정되어 잠깐 망설이다 전화를 끊고, 대신 메시지를 보냈다.[하고 싶은 말 있으면 문자로 해.][왜 전화 끊었어? 그 사람은 왜 왔어?]소희는 첫 질문은 넘기고 대답했다.[아마 우리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온 것 같아.][그런데 왜 굳이 그 사람한테 밥까지 사?][손님이니까 예의를 지켜야지.]그러자 구택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그럼 어디로 가는지 주소 보내.]소희는 예정된 식당 주소를 보냈다. 그 사이 앞좌석에서는 심명과 남궁민이 여전히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고, 소희는 눈을 감아버렸다.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식당에 도착하자마자 소희는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구택을 발견했다. 그는 날렵하고 우아한 맞춤 정장을 입고, 시계를 확인하다가 휴대폰을 꺼내 소희에게 전화를 걸려던 참이었다.심명도 구택을 발견하곤 얼굴을 찌푸리며 소희에게 물었다.“왜 임구택까지 불렀어?”소희가 대답했다.“구택도 남궁민을 알아.”심명은 불편한 표정으로 몸을 돌리며 가려고 했다. 그때 남궁민이 비웃으며 말했다.“뭐죠? 얼굴 보기도 전에 도망가려는 건가요? 그러니까 좋아하는 여자를 남에게 뺏긴 거죠.”소희는 남궁민을 향해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무슨 말이야?”심명은 얼굴이 굳어지며 남궁민에게 한 대 더 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다가 소희의 물음에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좋아, 임구택이 왔으면 잘됐네. 나도 오랜만에 얼굴을 볼 수 있겠군.”구택은 이미 소희를 보고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는 소희의 손을 먼저 잡은 뒤 남궁민과 심명을 번갈아 보았다. 이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은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남궁민이 입을 열기 전, 소희가 먼저 소개했다.“내 남자친구, 임구택.”남궁민은 이미 이디야의 이름을 알고 있었지만 손을 내밀며 태연하게 말했다.“사장님, 반가
“남궁민은 어디 있어?” 소희가 물었다. 심명이 옆으로 비켜서자, 소희는 소파에 다리와 팔이 묶인 채 앉아 있는 남궁민을 보게 되었다.둘은 서로를 바라보았고, 소희는 순간 당황했다. 그러나 남궁민은 반가움에 찬 얼굴로 말했다.“소희, 드디어 다시 만났네!”소희는 다가가 직접 그의 묶인 끈을 풀어주며 물었다.“여긴 어쩐 일로 왔어?”남궁민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의 짙은 갈색 눈동자에는 온화한 빛이 감돌았다.“당신을 보러 왔지!심명은 이 광경에 속이 뒤틀리는 것처럼 불편해하며 눈살을 찌푸렸다.“말하려면 제대로 해. 그 지독한 표정은 뭐야? 나도 아직 여기 있거든.”남궁민은 심명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오직 소희에게만 시선을 고정했다.“사실 예전부터 찾아오고 싶었어. 그런데 한동안 강시언의 일을 돕느라 조금 늦었거든.”소희는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설마 새해에 그 메시지 보낸 게 당신이었어?”남궁민은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나야!”소희는 살짝 웃으며 물었다.“지금 어디서 묵고 있는데?”“호텔에 있어.”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계를 확인하고 말했다.“그럼 점심은 내가 대접할게.”“좋지!” 남궁민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가 사는 곳이니, 네가 주인이지.”그때 심명이 갑자기 끼어들며 소희에게 애교 섞인 불만을 표했다.“나도 같이 갈래! 그런데 왜 나한텐 밥 사준다고 안 해?”남궁민이 비웃으며 말했다.“여긴 네 구역이라며. 자기 땅에서 뭘 또 사달라고 하는 거야?”“우리 둘 사이에 당신이 끼어들 일 아니거든요!” 심명은 이를 악물자, 소희는 짜증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둘 다 그만 좀 해. 점심은 내가 두 사람 다 대접할 테니까.”두 사람은 동시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고, 서로를 한 번 흘겨보더니 고개를 돌려 버렸다.점심시간이 다가와 세 사람은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소희는 차를 가져왔고, 남궁민은 아까까지 묶여 있었기에 당연히 소희의 차에 탔다. 그는 앞좌석 문을 열
소희는 놀란 듯 말했다.[남궁민? 어디 있어?]“지금 내 곁에 있어. 네가 오랫동안 미행을 당하는 걸 보고 그를 데려왔어.”“그자가 혹시라도 너를 괴롭히는 거라면, 내가 당장 그를 돌려보내 버릴 테니까 걱정하지 마.” 심명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고, 소희는 어이가 없어 말했다.[주소 좀 보내줘. 내가 곧 갈 테니까 그 사람한테 손대지 마.]“알았어!” 심명은 기쁘게 대답한 뒤, 덧붙였다.“운전 조심하고 서두르지 마. 네가 올 때까지 기다릴게.”소희는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심명은 소희와 곧 만나게 될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즉시 주소를 보냈다. 그러자 남궁민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심명을 쳐다보았다.“이제 내가 소희의 친구라는 걸 알았으니, 얼른 나 좀 풀어줄래요?”심명은 남궁민이 자신을 소희의 전 남자친구라 소개한 이후로 불편함이 가득했기에, 냉소하며 말했다.“소희가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뭘 그렇게 서두르나요? 얌전히 기다려요.”남궁민은 손이 뒤로 묶여 있었지만, 다리는 자유로워 스스로 소파로 걸어가 앉았다. 그는 심명의 표정을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소희가 오기만을 기다렸다.심명은 남궁민을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소희랑 어떻게 알게 된 사이에요?”남궁민은 손발이 묶여 있는 상황에서도 기품이 느껴지는 얼굴로 눈을 한 번 깜빡이며 무시하듯 말했다.“내가 왜 대답해야 하죠?”심명은 냉소하며 말했다.“그럼 내가 소희가 오기 전에 널 영영 소희를 볼 수 없는 곳으로 보내버릴 권리도 있다는 거 잊지 마요.”남궁민은 심명이 실제로 그렇게 할 사람이라는 걸 알고, 결국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우린 꽤 오래된 친구예요.”“꽤 오래됐다고요? 그럼 내가 소희를 만난 시기보다 더 이른 시절이라는 건가요?”“당연히 그렇죠!” 남궁민은 소희와의 만남을 자랑스럽게 회상하며 말했다.“그때 소희가 나한테 총을 건네줬거든요.”심명은 비웃으며 말했다.“자기 보호도 못 하는 주제에 전장에 나간 걸 자랑이라고 해요?”“난 그래서 그 생사를 함께한 친
남궁민은 코웃음을 치며 느긋하게 말했다.“나랑 소희의 관계? 나는 소희의 전 남친이자, 생사를 함께한 친구...”말이 끝나기도 전에, 심명은 벌떡 일어나 그의 얼굴을 위험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당신의 소희의 뭐라고요? 방금 잘 못 들었으니까 다시 말해봐요.”남궁민이 태연하게 말했다.“나는 소희의 전...”퍽! 심명의 주먹이 그의 얼굴에 꽂혔다. 심명의 매력적인 눈매는 분노로 붉게 물들었고, 섬뜩하고 냉혹한 기운이 감돌았다.“내가 아는 한, 소희에게 전 남자친구가 있다면 그건 나뿐이에요. 감히 나의 소희를 핑계 삼으려고 하다니, 죽여서 내쫓아버릴 줄 알아요!”남궁민은 입가에 상처가 생겨 피가 맺혔다. 이를 악물고 심명을 노려보며 말했다.“여기도 법과 인권이 있는 나라니 조심해요. 내가 당신을 고소할 거니까. 아니, 지금 내 인신 자유를 불법으로 제한하고 있으니 꼭 법적 조치를 취할 거예요!”심명은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느긋한 태도로 말했다.“이곳은 내 구역인데, 당신이 뭘 하든 내가 겁낼 줄 알아요?”그리고 옆에 있는 부하들에게 명령했다.“데려가서 실컷 두들겨 패. 사실대로 말할 때까지 계속.”남궁민은 심명이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난 진짜로 서희를 알아요. 그래서 C 국까지 찾아온 거라고요!”심명은 남궁민이 서희라는 이름을 말하는 걸 듣고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며 경계심이 더해졌다.“찾으러 온 이유가 뭐죠?”남궁민은 오만하게 고개를 들고 대답했다.“말했잖아요. 우리는 친구이자, 생사를 함께한 사이라고.”“생사를 함께 했다고요?” 심명은 비웃으며 말했다.“그럼 당신이 우리 소희를 구한 적이라도 있다는 건가요?”“서희가 날 구했죠.” 남궁민은 자부심이 서린 표정으로 답했다.“또한 우린 함께 싸운 적도 있다고.”심명은 소희의 과거에 대해 일부 알고 있었기에 그의 말에 약간의 신빙성을 느끼기 시작했다.“남자가 여자에게 구원받았다니, 정말 큰 은혜를 입었네.”남궁민은 심명의 비꼬는
지엠 본사 아래 주차장에 도착한 소희는 차를 세우고 내려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몇 대 떨어진 곳에 파란색 페라리가 멈춰 서더니, 연한 파란색 정장을 입고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그가 소희 쪽을 바라보며 걸어가려는 순간, 갑자기 뒤에서 바람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남자는 몸을 돌릴 겨를도 없이 목덜미에 통증을 느끼며 눈앞이 깜깜해졌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곧이어 검은 정장을 입은 두 남자가 다가와 검은색 롤스로이스로 끌고 가 태웠고, 차는 신속히 사라졌다.소희는 차 뒤쪽을 돌아가며 누가 자신을 미행했는지 확인하려 했으나, 페라리가 주차된 자리까지 가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차의 주인 역시 사라진 상태였다.소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혹시 자신이 오해했나 싶었다. 그저 우연히 그곳에 주차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떠나버린 걸까?더 이상 찾을 수 없자, 소희는 신경을 쓰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화영을 만나러 갔다.화영의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화영은 회의 중이었다. 소희는 소파에 앉아 게임을 하며 기다렸다.약 30분 후, 화영이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소희는 소파에 기대어 쿠션을 안고 잠들어 있었다.소희는 소리에 금세 눈을 떴다. 화영인 걸 확인하고 다시 눈을 감은 채 잠을 깨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영은 소희에게 커피 한 잔을 준비해 건네주었다. 주변에 사람이 없어지자 화영은 소희의 머리칼을 쓸어주며 웃으며 말했다.“며칠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구택 사장님이 자제를 좀 하셔야겠어.”소희는 긴 속눈썹이 살짝 떨리며, 눈가에 핀 연한 홍조가 스며들었다. 그녀는 커피잔을 손에 들고 물었다.“설탕 넣었지?”“넣었어. 세상에, King이 달콤한 걸 좋아하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화영이 웃저, 소희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먼저 마시고, 다 마시면 드레스 피팅하러 가자.” 화영이 말에, 소희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투덜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