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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3화

임유진은 순간 당황해서 뒤를 돌아봤다. 사람들 사이에서 서인이 한 손에는 커다란 팝콘 통을, 다른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유진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주변은 사람으로 북적이고 있었지만, 그 순간 유진의 눈에는 오직 그 서인만이 보였다. 크고 카리스마 있는 그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게 팝콘 통을 든 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 모습을 본 유진의 마음은 갑자기 평온과 따뜻함이 맴돌았다. 아마 몇 년이 지나, 아니 몇십 년이 지나도 이 순간을 결코 잊지 못할 것 같았다.

서인은 휴대폰을 끊고는 다소 어색한 표정으로 팝콘을 그녀에게 건넸다.

“여기.”

유진은 팝콘을 받아 들고는 상황이 파악되었는지 웃음이 터져 나왔다

“푸핫!”

“왜 웃는 거야?”

서인이 미세하게 눈썹을 찌푸리자 유진은 커다란 팝콘 통을 안고, 눈이 반짝거리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별거 아니에요. 이제 표 검사할 테니까 줄 서요!”

“그래.”

서인은 머리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둘은 표를 늦게 예매했기 때문에 뒷자리밖에 남지 않았고, 보통 뒷자리는 연인들이 애정 행각을 벌이는 곳이었다. 그랬기에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 커플들은 서로를 껴안기 시작했다.

서인은 시력과 청력이 모두 뛰어나서, 원치 않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코미디 영화였고, 주변 사람들은 모두 웃고 있었지만, 서인만은 진지한 표정이었다.

유진은 원래 웃음이 많은 편이라, 더욱더 크게 웃어서 눈물까지 흘렸다. 그래서 영화가 절반 정도 지나서야 서인의 표정이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유진은 생각에 잠긴 뒤 조심스럽게 그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화장실 가고 싶어요?”

유진이 가까이 다가오자, 서인은 그녀의 달콤한 향기를 맡았다. 그리고 그의 손은 의자 뒤에 살짝 구부려졌다.

“아니.”

“그럼 왜 안 웃어요?”

유진이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서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게 뭐가 웃겨?”

“…….”

‘그래, 어떤 사람들은 웃음 포인트가 높은 거야.’

할 말을 잃은 유진은 팝콘을 서인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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