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희가 순간 동작을 멈추었다. 그러다 한참 고민하더니 결국 몸을 돌려 거실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소파에 앉아 늠름한 표정으로 임구택을 쳐다보며 물었다.“말씀해 보시죠, 어떻게 내가 없는 틈을 타서 소희를 꼬셨는지?”덩달아 맞은편 소파에 앉은 임구택이 침착하고 여유롭게 대답했다.“소희는 내 집사람입니다.”성연희가 듣더니 바로 비웃음을 터뜨렸다.“집사람? 소희와 이혼할 생각이었던 거 아니었어요? 질렸다면서요?”“그건 오해였습니다.”“아니요! 그건 오해가 아니라 그쪽이 애초부터 소희를 믿지 않았던 거죠!”“앞으로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정말이에요?”되묻고 있는 성연희의 목소리에는 한기가 섞여 있었다.“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또 장은서, 이은서가 나타나 소희가 다른 목적을 품고 그쪽한테 접근한 거라고 하면, 또 소희를 버릴 건 아니고요?”“절대 버리지 않습니다.”임구택의 눈빛은 확고했다.하지만 성연희는 오히려 화를 내며 소리쳤다.“남자들은 항상 그런 듣기 좋은 말로 여자들을 속죠. 그리고 소희만 바보같이 그쪽이 한 듣기 좋은 말에 넘어가고!”성연희가 말하다 갑자기 고개를 돌려 소희를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여전히 노여움이 가득 찬 표정으로 소희를 질책했다.“너 전에 나한테 뭐라고 약속했는지 잊었어? 다시는 임구택한테 돌아가지 않을 거라며! 다시는 임구택을 사랑하지 않을 거라며! 그런데 저 자식이 듣기 좋은 말로 몇 번 달랬다고 바로 쫄래쫄래 돌아간 거야? 그런 거냐고!”옆에서 듣고 있던 임구택의 안색이 순간 가라앉았다.“연희 씨, 지난 2년 동안 연희 씨가 줄곧 소희를 챙겨줬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나한테 불만이 많은 것도 당연한 거고. 나를 욕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욕하세요, 달갑게 받아들이겠습니다. 다만 나한테만 화를 내요, 소희한테 뭐라 하지 말고.”“허! 이제 와서 마음이 아픈 거예요? 소희가 전에 상처투성이가 되어 하마터면 죽을 뻔했을 때 그쪽은 어디에 있었죠? 소희가 눈이 멀어 앞이
임구택이 자리에서 일어난 후 다시 성연희를 바라보았다.“연희 씨, 화를 가라앉히고 소희와 이야기를 나눴으면 해요, 소희에겐 아무런 잘못도 없으니까. 나와 소희가 다시 합치게 되는 건 단지 시간 문제였어요. 난 한 번도 소희를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없었거든요, 포기하지도 않을 거고요.”말을 마친 후 임구택은 바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그리고 소희가 그제야 고개를 돌려 성연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화내고 싶으면 나한테 화풀이를 해. 네 말이 맞아, 내가 마음이 약해졌어.”“너희 두 사람이 한마음 한 뜻이고, 내가 오히려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는 사람인 거잖아, 안 그래?”“연희야!”“잠깐!”성연희가 문득 무엇이 생각났는지 눈을 가늘게 뜨고 다시 물었다.“임구택이 방금 옆집에 있을 거라고 했던 게 무슨 뜻이야?”“구택 씨가 내 옆집을 샀어, 지금 내 이웃인 거고. 참, 이 집도 구택 씨가 샀어.”소희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덤덤하게 대답했다.그러자 성연희가 미간을 찌푸리고 냉소를 드러냈다.“허! 그래서, 그것 때문에 감동했어?”소희가 성연희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그러고는 맑고 평온한 눈빛으로 성연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연희야, 너도 사랑을 누구보다 더 중히 여기는 사람이잖아. 너 전에 명성 씨와 헤어지게 되면 평생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했던 거, 기억나? 나도 그래.”치밀어 오르는 화를 주체할 수가 없었던 성연희는 소희의 말에 순간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그러다 한참 후 숨을 깊게 한번 들이마시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난 네가 이렇게 쉽게 임구택과 화해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 네가 너무 불쌍하다고!”“구택 씨가 나의 옆집으로 이사 왔다는 일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사실 구택 씨가 나를 위해 많은 일을 했어. 처음엔 나도 이미 헤어진 판에 다시는 돌아가지 말자고 다짐했어. 하지만 연희야, 난 나 자신을 속일 수가 없어. 구택 싸와 함께 있을 때마다 난 너무 행복해.”소희의 맑은 눈동자를 보며 성
“알았어, 그럼 다른 말은 더 이상 하지 않을 게. 다만 그 자식이 또 너에게 상처를 준다면 난 목숨 걸고 그 자식한테 복수할 거야.”성연희가 여전히 화난 말투로 말했다.그런데 이때, 소희의 휴대폰이 울렸다.임구택의 메시지였다.[내가 가서 연희 씨와 잘 얘기해 볼까?]“그 자식이야? 뭐라는데?”성연희가 소희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묻자 소희가 임구택이 보내온 메시지를 성연희에게도 보여 주었다.그리고 성연희가 보더니 바로 휴대폰을 앗아가 임구택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소희는 그쪽 말보다 내 말을 더 잘 들어요. 그쪽을 버리겠다는데요?”소희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연희야! 그런 장난을 치면 어떡해?”“왜, 내가 널 그 자식한테 줬는데, 장난도 못 쳐?”그런데 이때, 성연희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현관 문이 열렸고, 임구택이 성큼성큼 들어와서는 긴장한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았다.이에 소희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으며 미소를 지었다.“연희가 농담한 거야.”임구택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소희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그윽한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며 고개 숙여 키스했다.“엄마야!”임구택의 뜬금없는 동작에 성연희가 놀라서 바로 소파에서 일어섰다.“임구택 씨, 지금 일부러 나한테 시위를 하는 겁니까?”임구택이 다시 한번 소희의 입술에 소리를 내며 뽀뽀하고는 천천히 고개 돌려 성연희를 쳐다보았다.“소희에 대한 나의 결심을 봤죠? 나한테 불만이 있으면 화가 풀릴 때까지 실컷 욕하면서 화풀이를 해요, 소희를 가지고 나한테 장난치지 말고.”심한 집착이 섞여 있는 임구택의 눈빛에 성연희는 순간 할 말을 잃게 되었다. 그러다 한참 후에야 다시 임구택을 향해 입을 열었다.“그래요, 한 번만 더 믿고 소희를 그쪽한테 맡길 게요. 다만 또 소희를 괴롭히거나 소희한테 상처를 줬다간…….”말하고 있던 성연희는 갑자기 목이 메이더니 눈시울마저 붉어졌다.“난 절대 그쪽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걱정 마요, 난 연희 씨보다 더 소희가 상처
소희가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그랬으면 좋겠다.”“임구택과 다시 만나기로 결정한이상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마. 인생은 짧으니까 즐길 수 있을 때 즐겨. 즐거운 게 제일 중요한 거야.”성연희가 말하고는 고개를 들어 남은 술을 원샷 해버렸다. 그러고는 또 자신과 소희의 술잔에 술을 따랐다.‘즐길 수 있을 때 즐기자!’가 성연희의 인생 신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던 소희는 웃으며 술잔을 들어 성연희와 건배를 했다.반짝이는 불빛아래 이목구비가 더욱 뚜렷해진 성연희는 유난히 매혹적이었다.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잔잔한 음악에 따라 가볍게 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신과 소희의 술잔에 술을 가득 따랐다.그렇게 한 잔에 한 잔을 이어 마시다 보니 성연희의 손 옆에는 어느새 빈 술병 두 병이 놓여 있었고, 그제야 성연희의 정서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눈치챈 소희는 급히 계속 술을 따르고 있는 성연희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눈썹을 올리고 물었다.“명성 씨와 무슨 일이 있었어?”이미 반쯤 취한 성연희가 듣더니 애교와 투정이 묻은 어투로 대답했다.“우리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건데, 그 사람 이야기는 하지 말자.”이에 소희가 성연희의 술잔을 빼앗아내고 정색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대체 무슨 일인데?”성연희는 등을 가죽 소파 등받이에 기대고 소희의 어깨에 머리를 얹었다.“소희야, 명성 씨가 결혼에 대해 더는 언급하지 않아. 혹시 마음이 변한 거 아닐까?”소희가 순간 멍해졌다. 전에도 성연희는 노명성과 감정상의 문제가 생겼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소희는 여민과 함께 술자리에 참석한 노명성을 만났었고, 심지어 그때 노명성을 쫓아가느라 큰 오해도 생겼었다.‘그 후 이현이 은퇴하면서 여민도 연예계를 탈퇴했고, 연희가 노명성과 함께 프란스로 간다고 해서 두 사람 간의 사이가 많이 좋아진 줄 알았는데.’“명성 씨가 언급하지 않으면 네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 봐, 어떤 태도인지.”소희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하지만 성연희
[어디야?]휴대폰 맞은편에서 들려오는 임구택의 물음에 소희가 술집 이름을 말해주었다.[당신과 연희 씨 둘 다 술 마셨어?]“난 괜찮은데, 연희가 많이 마셨어.”소희가 대답하면서 고개를 돌려 성연희 쪽을 한 번 쳐다보았다. 성연희와 김영이 오랜만에 만난 친형제 마냥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내가 지금 데리러 갈 테니까, 제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어. 남들이 와서 말을 걸어도 대꾸하지 말고.]‘하지만 연희가 곧 김영 씨와 의형제를 맺을 것 같은데?’임구택의 당부에 소희가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다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그렇게 전화를 끊은 후, 소희는 웨이터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부탁하고는 몸을 돌려 자리로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이때, 소희는 마침 멀지 않은 곳에서 소파 등받이에 엎드려 몰래 성연희와 김영을 찍고 있는 수상한 남자를 발견하게 되었다.반쯤 취한 성연희는 자신과 김영 사이의 거리가 애매할 정도로 가깝다는 걸 눈치채지도 못한 채 웃으며 김영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순간 얼굴색이 어두워진 소희는 바로 손에 든 물컵을 사진 찍고 있는 남자에게 던졌다.그러자 ‘퍽’하는 소리와 함께 물컵은 남자의 팔을 명중했고,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로 젖히는 바람에 손에 든 휴대폰도 땅에 떨어지게 되었다.하지만 남자는 팔의 통증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바로 일어나 바닥에 있는 휴대폰을 잡으려 했다.그런데 이때 소희가 신속히 몸을 움직여 남자 먼저 휴대폰을 주웠고, 바로 발을 들어 빼앗으려고 달려드는 남자를 세게 걷어찼다.뻥-묵직한 소리와 함께 소파에 부딪힌 남자는 아파서 일어서지도 못했다.그리고 그 소리에 술을 마시고 있던 손님들이 분분히 시선을 소희 쪽으로 돌렸다.소희는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휴대폰 앨범을 찾아냈다.앨범 속에는 성연희를 몰래 찍은 사진이 십여 장 넘게 있었다. 심지어 일부러 각도를 잡고 찍은 게 분명했다. 사진으로 봐서는 성연희와 김영이 서로 애매하게 기대어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소희가 듣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주위의 사람들을 한번 훑었다.“피해자가 비난을 받는 건 또 처음 겪어보네요. 오늘 내가 이 사람의 범행을 제때에 발견했으니 망정이지, 만약 발견하지 못했더라면요? 이 사람이 몰래 찍은 내 친구의 사진을 가지고 무엇을 할지 누가 알아요? 이 사람은 지금 내 친구의 초상권을 침해했습니다. 그리고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 같으니 이렇게 용서를 빌고 있는 건데, 참 쉽게 여러분들의 가여워하는 대상이 되었네요?”방금 전까지만 해도 남자를 위해 불평을 토하던 몇 사람은 소희의 말에 순간 난처해져 더 이상 소리를 내지 못했다.“대체 뭘 찍었는데요? 저도 보여줘요.”이때, 옆에 있던 김영이 눈살을 찌푸리며 성연희의 손에서 휴대폰을 건네받았다. 그러고는 앨범을 뒤지기 시작하는데 무릎 꿇고 있던 남자가 갑자기 일어나 김영의 손에서 휴대폰을 앗아내고는 입구 쪽으로 달려갔다.주위의 사람들이 보더니 전부 어리둥절해졌다. 특히 방금 남자의 편을 들었던 몇 사람은 더욱 고개도 들지 못했다.그렇게 편을 들어줬는데 전혀 잘못을 뉘우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으니.남자가 도망가게 가만히 지켜볼 리가 없었던 소희는 신속히 쫓아갔다.그리고 뒤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에 남자의 눈빛에 한줄기의 한기가 스치더니 바로 휴대폰을 창문밖으로 던졌다.술집은 6층에 자리 잡고 있어 휴대폰은 땅에 떨어지자마자 산산조각이 났고, 남자는 그제야 겁도 없는 웃음을 드러내며 고개를 돌렸다.“휴대폰이 망가지고 사진도 찾지 못하게 되었으니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없겠는데요?”“…….”순간 화가 치밀어 오른 소희는 바로 발을 들어 남자를 걷어찼다. 그러자 남자는 ‘퍽’하는 소리와 함께 벽에 부딪히면서 피를 토하고 말았다.순간 여자들의 비명소리가 술집 사방에서 들려왔다.술이 반쯤 깬 성연희도 소란에 큰소리로 외치며 급히 달려왔다.“소희야!”소희는 바닥에 누워 있는 남자의 앞으로 다가가 쪼그리고 앉아서는 차갑게 그를 쳐다보았다.“네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러는지 이젠 중요하지
노명성은 성연희를 데리고 먼저 술집을 떠났고, 뒤따라 임구택과 함께 술집을 나가던 소희는 갑자기 무엇이 생각났는지 고개를 돌려 술집안을 둘러보았다.하지만 이상하게도 김영이 보이지 않았다.“왜 그래?”임구택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아니야, 가자,”그렇게 술집에서 나와 차에 오른 후 소희는 문득 임구택을 향해 물었다.“당신이 노명성을 불렀어?”“응. 명성 씨의 여자 친구가 술에 취했는데, 명성 씨를 부르지 않으면 누구를 불러?”농담이 섞인 어투로 대답하고 있는 임구택의 의도는 너무 뻔했다. 그러나 소희는 굳이 그걸 들춰내지 않고 걱정이 되어 다시 말을 이어갔다.“방금 그 사람 절대 술김에 충동적으로 연희를 몰래 찍은 게 아니야. 왠지 의도적인 것 같았어.”‘그의 휴대폰에는 다른 몰카 사진이 없었어. 그러니 상습범은 아니라는 거지. 설령 정말로 연희가 예뻐서 몰카한 거라고 해도 한 두 장만 찍으면 되는데, 굳이 열 몇 장이나 찍었어.’‘게다가 각도도 마침 오해할 수 있을 정도의 애매한 각도였고.’‘그러니 고의적인 게 분명해.’‘아니면 누가 시켰거나.’임구택이 듣더니 심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럼 방금 그 사람을 그렇게 보내지 말았어야 했는데.”“소용없을 거야. 그 사람이 휴대폰을 망가트렸잖아. 게다가 그 능청스러운 태도로 봐서는 범행을 승인하지 않을 게 분명한데, 경찰들은 더욱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 거야.”“연희 씨가 그래 봬도 명성 씨의 곁을 그렇게 오랫동안 따라다녔는데, 쉽게 당할 사람은 아닐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응.”임구택의 위로에 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근심이 되는 건 여전했다.경원주택단지로 돌아와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 소희는 곧장 자기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임구택이 갑자기 소희의 손목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봐 봐, 누가 돌아왔는지.”임구택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맞은편 문에 붙은 스크린에서 지니가 나타났다. 그러고는 들뜬 어투로 소희에게 인사를 했다.“소희 님, 오랜만이에요!”소희가 보더니
임구택이 몸을 살짝 일으켜 세우고 소희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키스를 했다. 그러다 한참 후 잠겨 있는 목소리로 소희를 향해 말했다.“소희야, 사랑해.”소희가 듣더니 나지막한 소리로 임구택의 사랑 고백에 응했다. 부드러우면서 애교가 섞여 있는 목소리는 그야말로 매혹적이었다.이에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임구택은 물속에서 일어나 소희와 더욱 찐한 키스를 나눴다.……밤중에 임구택은 뭐가 그렇게 마음에 걸렸는지 여러 번이나 잠에서 깨어났다. 그러다 품속에 누워있는 소희를 보고서야 시름 놓인 사람 마냥 소희의 얼굴에 입술을 한번 맞추고는 다시 잠들었다.그런데 새벽녘이 되자 밖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유리창에 떨어지는 비소리에 깬 소희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날이 밝아지려면 아직 한참 남았으니까 좀 더 자. 내가 곁에 있잖아.”소희의 불안함을 눈치챘는지 임구택은 그녀의 미간을 어루만지며 낮은 소리로 달랬고, 그 소리에 소희는 곧 숨을 고르고 다시 깊은 잠에 들었다.하지만 그러는 소희와는 달리 임구택은 오히려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바깥의 빗소리를 들으며 품에 안은 여인을 보고 있으니 임구택은 오랜만에 안정감을 느끼게 되었다.‘내일이 영원히 오지 않고, 비도 멈추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이 순간도 영원히 이대로 멈추겠는데.’그렇게 날이 거의 밝아질 무렵 피곤함에 눈조차도 뜰 수 없었던 소희는 임구택의 품에 머리를 묻힌 채 웅얼거리며 입을 열었다.“조깅하러 갈 거야?”임구택이 소희의 얼굴에 가볍게 입술을 한번 맞추고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오늘은 비가 와서 못 갈 것 같아. 조금만 더 자.”소희가 듣더니 로또에 담청 된 사람 마냥 기뻐하며 다시 잠들었다.그러다 실컷 자고 깨어났을 땐 시간은 이미 8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밖에는 여전히 비가 오고 있었고, 날씨가 음침한 게 집안 전체도 덩달아 침침했다.달칵-이때 마침 방문이 열리더니 임구택이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들고 들어와서는 잔을 침대 머리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몸